산은 생각을 하기에 딱 좋다. 동행이 있어도 말없이 한 줄로 걷고 있으면 자기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 마음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기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으면 인생도 자기 발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일상생활에서는 외면하던 문제와 똑바로 마주 봐야할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발로 정상에 도착하면 가슴속에도 빛이비쳐드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가는 길을 격려해준다. 그렇게해서 자기 자신과 마주 보면서 걷는 것이 등산이라 생각했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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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일본 100대 명산‘에 가보고 싶어서 아마추어도 등반할 수 있는 100대 명산이 어디냐고 마키노 씨에게 물어보자, 니가타현에 있는 ‘묘코산‘과 ‘히우치 산‘을 연달아 오르는 종주등산을 추천해주었다. 그렇게까지 혹독한 여정이 아닐뿐더러 한 번에 100대 명산 두 군데를 제패할 수 있는 추천 코스라고 했다. - P12

흔해빠진 인스턴트커피 한 모금이 지친 위장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커피가 이렇게 맛있었나? 양갱을 베어 물었다.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다.
아아, 호사롭다. 얼마나 멋진 목표인가. 아니, 아직 여기서 하산한 다음 외륜산을 넘어 산장을 향해 가야만 한다. 하지만 산장에는 차가운 맥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가 목표인지는 알 수 없다. 무엇이 목표인지는 알 수 없다.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그게 문제가 아닐 것이다. - P50

"하지만 자연파괴가......."
"괜찮아요, 이 아가씨 스틱에는 고무 캡도 잘 달려 있고."
"그럼 써볼까?"
쓰게 해주세요, 빌려주세요가 아니라? 불만은 남았지만 여기있어요 하며 웃는 얼굴로 스틱을 건네고 나보다 10센티미터쯤키가 작은 기무라 씨를 위해 길이 조절까지 해주었다. 겉멋으로구년 동안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래, 이건 일이라고 생각하자. 아웃도어 페어의 연장이라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혼고 씨, 기무라 씨, 그리고 나 순으로 출발했다. 숲 지대는 약간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완만한 편이다. 혼고 씨는 기무라 씨에게 스틱을 짚는 법을 설명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어머, 정말 편하네." - P131

아빠랑은 두 번 다시 안 오를 거야.
지치면 머릿속에서 ‘손바닥을 하늘에‘가 흐르는 이유는 내가기진맥진했을 때 아버지가 늘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를맞춰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산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처음부터 나 혼자 힘으로 오를 수 있었던 것처럼 페이스를 흐트러뜨리는 사람과는 같이 오르고 싶지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염치도 없이 상대방에게 말했다.
여유를 가질 수 없는 것이야말로 미숙하다는 증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상징인 야리가다케 정상에 거절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예정보다 조금 늘어졌지만 오늘은 날씨가 나빠질 기미가 전혀 없다. - P140

하지만 언니에게 말을 걸 수는 없다. 그 정도 체력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꽃도 분에 넘치게 많아서 이제 배부르다. 발을 앞으로 내려놓는다. 그저 걸을 뿐이다. 하지만 정상은 아직보이지 않는다. 정말이지, 골인한 사람의 ‘조금만 더‘만큼 믿을수 없는 말은 없다.
그래도 계속 걷는 것은 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내 골은 무엇일까? 아버지나 언니가 내게 하는 말은 중요 포인트나 골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사당이 보였다.
"언니!"
"응."
갑자기 의욕이 솟아나서 언니와 둘이 달려가다시피 사당을 향해 갔다. 산꼭대기를 채색하듯 피어 있는 천연 꽃밭은 아무리 정성스럽게 가꾼 정원도 못 당할 정도로 아름답다. 뚫어져라 쳐다보면 파란 하늘이 보일 것만 같은 얕은 구름 틈으로 빛이 내리쬐어 아래쪽에 펼쳐진 구름바다를 비춘다.
"앗......." - P188

농사일로 체력을 길렀다고는 해도 양파밭은 평지다. 거의 직진으로 1500미터를 내려가는 것이 무릎에 꽤 부담을 준 것 같다. 동생은 등산로 입구까지 데리러 온 호텔 차의 운전기사에게파스를 사게 약국에 들러달라고 부탁한 뒤 같이 타고 있던 노부부에게 무릎 통증 대책을 진지하게 물어봤을 정도다.
하지만 목욕을 하고 파스 효능이 발휘되기 시작할 무렵부터말이 많아졌다. 알코올 효과뿐 아니라 동생 나름대로 등산을 끝냈다는 성취감이 작용했을지 모른다.
-형부, 다른 여자가 생겼어?
갑자기 한가운데를 치고 들어온다. 옛날부터 이런 면이 있다.
저 아저씨, 왜 팔에 호랑이 그림이 있어? 어디 행락지에서 이렇게 말했을 때는 온 가족이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슬금슬금 달아났다. - P213

기세 좋게 몰아세우는 동생 말을 가로막듯 나나카가 소리 높여 울기 시작했다. 내 탓임은 분명하지만 뭐가 그렇게까지 슬픈지, 어떻게 해주면 좋은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언니나 형부나 이상해. 나 혼자, 나 혼자 하면서 뭐든지 자기가 하려 들면서 다른 사람은 자기한테 의지해주기를 바란다니까. 게다가 조금이라도 자기가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형편없는 인간이라도 된 줄 알지. 훌륭한 사람이라는 건 자기가 안 될 때는 제대로 머리를 숙이며 부탁할 줄 아는 사람 아니야?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생각 될까 봐 자기 쪽에서 먼저 밀어내는 건 잘못이야. 게다가 여기는 산이라고. 지쳐 있는 사람을내버려두고 케이크 따위가 넘어갈 리 없잖아. 자기는 그렇게 할수 있는지 생각하고 애한테 말해. ......아야." - P232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후지 산의 멋진 전경을 시야에 담을도 있다.
"후지 산이 이렇게 예쁜 산이었구나. 고향에 갈 때는 늘 비행기라서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
"후지 산 정상에서 후지 산의 모습은 볼 수 없으니까."
다이스케가 젓가락을 놓고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앗......."
"나도 후지 산은 오른 적이 없어서 한 번쯤 가보고 싶었지만그 전에 마이코를 여기에 데려오고 싶었어. 마이코가 화내는 걸각오하고 말하는데, 마이코 머릿속에 후지 산은 일본 제일이라는 글자나 3776미터라는 숫자로 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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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아카데미 알림이 떴길래 리스트 살펴보니 관심있는 강연이 여럿 있었지만 집에 사두고 읽지 않은 책 소진 목적으로 <등대로> 강연을 신청했다. 책은 민음사 버전 <등대로> 읽고. (책을 읽기 위한 여러가지 방편?)

그런데,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 책 맘에 든다. 한 권을 두 권처럼. 앞표지는 소설, 뒤집어서 뒤표지는 해설.


버지니아 울프 소설은 처음인데, 의식의 흐름기법이라... 아직 초반(겨우 20페이지?)은 괜찮은데?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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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6-24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그린비 책 구성도 디자인도 좋은데 가격도 착해요!!!

햇살과함께 2024-06-24 17:00   좋아요 1 | URL
앗 그렇네요! 요즘 책 치고 정말 저렴하네요! 사고싶은 맘이 더 들어…
 















7월에 제인 오스틴 소설 중 읽지 않은 소설을 읽기 위해 검색하던 중 민음사 버전에 없는 책,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에만 있는 책 <레이디 수전 외>가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길래 구매했다.


사두고 읽지 않은 <에마>와 이 책 <레이디 수전 외>를 읽고, 20대에 읽은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기로. 가능하다면 <이성과 감성>도 다시 읽어보고(계획은 원래 창대!)

제인 오스틴 다 읽어버리겠다~ (7권이라 다행)


중고서점에서 '레이디' 검색하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레이디스> 얻어걸렸다. 하이스미스의 초기 심리소설 16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리플리 시리즈도 캐롤도 아직 읽지 않았지만 레이디스 먼저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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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6-24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이디 수전 재밌어요 ^^

햇살과함께 2024-06-24 14:24   좋아요 1 | URL
오 재밌다니 빨리 읽고 싶지만^^ 참았다가 7월에 첫책으로 시작해야겠네요!
 
젠더와 민족 트랜스 소시올로지 11
니라 유발-데이비스 지음, 박혜란 옮김 / 그린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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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체성은 차이와 교차하며 구성된다." 횡단의 정치는 국가, 민족, 인종, 종교, 문화, 계급, 젠더, 나이 등의 차이를 가로지르며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여러 글의 인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매끄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짧은 분량의 책에서 국가, 민족, 문화, 시민권, 군대 등 거대 담론과 젠더와의 관계에 대해 모두 담고자 해서일지도. 내 이해의 수준에서는 별셋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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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6-23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셋 넘게 주진 못할 것 같아요 ㅜㅠ 전 아직 좀 남았습니다 ㅜㅜ

햇살과함께 2024-06-24 09:15   좋아요 0 | URL
너무 짧아서 이해가 더 안되는 것 같아요 ㅠㅠ 이번주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