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젠더와 국가의 이론 정립이 책의 목표는 이러한 민족과 민족주의의 젠더적 이해를 위한 분석적인 기획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 젠더 관계가 몇 가지 주요한 차원 - P18
의 민족주의 기획에 중대하게 기여한 바를 체계적으로 점검할 것인데, 여기에는 국민 재생산, 민족 문화, 그리고 민족 시민권과 아울러 민족갈등과전쟁이 포함된다. - P19
그러나 공/사의 이분법은 페미니즘을 비롯한 사회과학 문헌에서 여성을 남성의 정반대 극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분법들 가운데 단지 하나일뿐이다. 그 밖에 자연/문명의 구분도 있다. 여성과 자연의 동일시는 ‘문명‘화된 공적 정치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기 위한 명분이었을 뿐만 아니라어느 문화에서나 남성보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덜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인간/남성man이 동물보다 우위에 있는 이유는 생명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를 지배하는 것은 출산하는성이 아닌 살해하는 성이다. (Harding, 1986: 148에서 인용) - P23
젠더는 ‘실제‘ 사회적 남녀 차이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젠더는 이들의사회적 역할들이 인종 및 민족 집합체에서 이들이 갖는 경제적 위치나 구성원권과는 정반대로, 이들의 성차나 생물학적 차이에 따라 정의되는 일단의 주체들과 관련된 담론의 양식이다. 성차 역시 담론 양식으로 이해해야한다. 담론을 통해 일단의 사회적 주체들은 상이한 성적/생물학적 구성물을 지닌다고 정의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젠더‘와 ‘성‘ 모두 담론 양식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다만 그 사안이 다를 뿐이다.‘성‘과 ‘젠더‘ 모두에 대해 이들이 담론을 통해 의미를 구성한다는 주장과 비자연적이고 비본질주의적 성격을 갖는다는 주장으로 인해 성과 젠더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러나 비영어권 국가에서 페미니즘 정치에 관여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곳 페미니스트들의 최우선적인 그리고 가장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그 지역 언어로 ‘젠더‘에 해당하는 단어를 ‘발명해 내는 것임을 알 것이다. ‘성‘ 담론과 ‘젠더‘ 담론을 구분하지 않는 한, 생물학은 그 사회의 도덕 및 정치 담론에서 운명으로 구성될 것이다. - P29
도나 해러웨이(Haraway, 1990)의 ‘상황적 지식‘ 등의 개념을 따르고 있는 게이튼스의 마지막 주장은 젠더 관계를 분석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자아는 언제나 상황적이다"라는 주장의 중요성은 젠더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관계의 분석과 관련이 있다. 몸의 상황은 생물학적이든 담론적이든 오로지 성차와 관련하여 구성되지는 않으며 자아의 상황이오로지 혹은 언제나 일차적으로 몸에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게이튼스나 그녀와 같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에게 성차가 중요한 것은 이들이 중산층 서구 중심 정신분석이론, 특히 라캉의 시선(Lacan, 1982)으로 사회를 관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급, 민족, ‘인종‘과 국가와 같은 거시적사회 구분도 특수한 신체 ‘유형‘이나 연령, 능력과 같은 보다 주체적인 몸과관련된 차이들만큼이나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하다. - P30
이 허구는 한 집단체의 헤게모니와 국가나 시민사회 모두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에 대한 이 집단체의 접근을 자연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 자연화는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내재적 연관성에 뿌리내리고 있다. 자연화는 소수집단들을 ‘정상‘에서 벗어났다고 추정되는 이들이라 구성한다. 이는 또한 결국에는 ‘인종청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해체하는 것은한편으로는 인종차별주의를 다루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자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 P33
그러나 이러한 모든 정의들에서 빠진 요소로, 오토 바우어가 강조한 요소인 ‘같은 운명‘common destiny은 민족 구성에 매우 중요하다(Bauer, 1940;Yuval-Davis, 1987a). 같은 운명은 그 방향이 단순히 과거라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있으며, 특정 민족 안에서의 개인과 공동체의 동화 이상을 설명할수 있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정착민 사회나 식민지 이후 국가들에서와 같이 한핏줄의 신화가 전혀 없는 집단체와 민족들에 참여하는 주체의식을 설명할 수 있다(Stasiulis and Yuval-Davis, 1995). 동시에 이민이나 국적 취득, 개종, 그리고 기타 이와 유사한 사회적·정치적 과정들을 통해 국경 안에서벌어지는 빈번한 국경의 재구성 과정과 민족집단체의 역동적 성격을 설명할 수도 있다. - P47
call a halt 정지를 명하다
But now perhaps it was time to call a halt, and that evening Mr Hoppy was just about to go out and suggest to Mrs Silver that she ought to weigh. Alfie when a startled cry from the balcony below brought him outside fast. - P42
횡단의 정치위치성 인식
머리말페미니즘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어야 해.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 장춘익 - P9
새로운 지식, ‘나‘와 지구를 살리는 지식을 생산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 융합 글쓰기는 그중 하나다. 융합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가치관, 연결 능력이다. - P11
언어와 물질은 대립하지 않는다. 물질은 언어에 의해서(만) 물질, 곧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인식 행위가 존재를 가능케 한다. 탈식민주의나 여성주의 ‘비가시화된 약자‘의 현실을 그토록 문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이미 배제된(foreclosure)‘ 영역이 있다. 해방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질문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한계가 아니라 축복이다. - P12
만일 내가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읽기나 생각하기라기보다는 ‘쓰기‘라고 답할 것이다. 공부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인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은 쓰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글쓰기에 왕도가 있다면, 역시 요령이나 기술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는 결국 가치관의 문제다. - P14
글쓰기는 내가 내 몸을 타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그런 글쓰기의 핵심적인 방법이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융합‘이다. 나는 이제까지 나름대로는 융합 글쓰기를 지향했지만, 이 책에서 그 의미를 분명히 하고 싶다. - P15
이미 우리는 융합의 세계에 살고 있다. 먼저 우리가 알고 있는 융합이라는 단어가 주는 ‘더하기‘의 이미지를 버리자. 대신에 다른 세계로의 여행, 즉 전환(trans~) 혹은 의미의 도약(jumping together)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보자. 해석은 언제나 현실보다 늦다. 그러므로 새롭지 않은 언어는 언어로서 임무를 다한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많은 자본, 더 많은 자원과 기술을 추구하는 집단에도 똑같이 해당한다.융합은 우리가 아는 지식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공부의 즐거움과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실천(practice)이자 내 생각을 분명히 알고 더 필요한 앎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경계 넘기(rooting and shifting)다. - P16
흔히 전체주의와 개인주의,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도그마와다양성을 대립하는 사고방식으로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옹호하지만, 각각의 다양성이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틀린 생각을 다양성이나 취향으로 옹호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처럼 탈정치적이고 무의미한 말도 없다. - P20
융합은 객관성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사유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는 것을 ‘트랜스버설(trans/versal)‘이라고 하며, 횡단(橫斷)으로 번역한다. 단어 그대로 가로지르는 것이다. 가로지름(crossing)은 수직적인 수용이 아니라 기존의 법칙을 파괴하고 재생산하고 다른 의미의 생명체를 만드는 일이다. 호프스터의 표현인 ‘뒤엉킨 위계질서(tangled hierarchy)‘나 ‘소용돌이(vortex)‘는 융합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유용하다. - P21
1장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모두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 대개는 투쟁이 힘들어서 그냥 부자유 상태로 산다. - P28
니체, 데리다, 버틀러를 ‘잇는‘ 현대 철학의 가장 큰 성과는 인간의 본질이란 것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인간은 단지 자기행위로서 구성 중(in process)인 존재다. 사는 대로 생각하자. 그것이 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 P33
저절로 생긴 말은 없다. 말은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사회적 - P39
약자는 언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애초부터 백인 남성 외의 이들은 선제(先, foreclosure)되었다. 지동설부터 여성주의까지 새로운 사유는 어느 시대나 파문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나를 억압하려고 만든 말에 답하려 하면 백전백패다. 융합적 사고는 언어의 전제를 알고 자기 관점에서 기존지식에 대응하는 사고방식이다. ‘답정너‘는 폭력이다. 질문을 되돌려주거나 말을 궤도 밖으로 끌어내 ‘그들을 낙후시키자. - P70
또한 본디 모든 지식은 통섭 과정 없이 설명할 수 없다. 즉통섭은 지향이라기보다 사유의 방법이다. 인간은 자기가 사는 사회의 언어로 사고하기 때문에 언어의 그물망(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통섭은 지식 생산의 전제다. 우리가 해야할 작업은 통섭을 지향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통섭의 경로를추적하는 일이다. - P44
여전히 윌슨의 <통섭>에는 명문이 즐비하다. 융합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다음이 아닐까. "과학 이론은 반례들에 직면하면 폐기되도록 특별히 설계되어 있다. 그것이 이왕 틀린 것이라면, 빨리 폐기되면 될수록 좋다. ‘실수는 빨리 할수록 좋다‘라는 격언은 과학적 실천에서도 하나의 규칙이다. 과학자들도 자신이 만든 구조물과 사랑에 빠지고는 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아니었다. 불행히도,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평생을 헛수고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 이론은 거듭되는 장례식을 통해 진보한다." - P47
대화할 때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자세가 최선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일도 쉽지 않다. ‘머리‘가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열린 마음, 지적 호기심, 인격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 P51
플라톤과 공자부터 공부할 필요가 없다. ‘지금 여기‘에서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면 ‘고전‘과 만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려면 우선 현재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알고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면 다음에는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깨닫게 된다. - P53
지식은 인식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이것이 이른바 ‘모순‘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지식은 없다. 융합은 우리가 그때그때 ‘선택한 위치에서 기존의 지식을 재조직화하는 공부법이다.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 P57
지독한 위치성을 인식하는 일, 이것이 앎의 본질이다. - P61
상담심리학 개론서에 따르면 상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생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능력(capacity)이다. 이는 상담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우리는 누구나 내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주는 사람, 말이 통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 P81
was it worth it 그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