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차이, 다리, 가시화, 성애의 활용

지금 우리에게 오드리 로드는_사라 아메드

당신이 무언가에 대해 쓰거나 이야기한다는 건 세상에 자신을 내놓고 공유하겠다는 뜻이다. - P13

물론, 그녀가 인종차별에 대해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그녀에게 보였던 반응을 보면 말하기 speech가 분노로만 들릴 경우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귀를 막는지 알 수있다. 하지만 그녀가 제안하는 것은, 분노를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우리가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되도록 하되, 우리가 하는 일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감정은 우리 삶의 자원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치적 자원이기도 하다. 그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감정은 나를 지키는 수단이었다." - P19

오드리 로드는 시가 혁명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혁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248] 과정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곳에서 해내면 된다. 이것이 바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작은 기회조차 놓치지 않기 위해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는 노력" [248]이다. 그녀는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당신이 할수 있을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곳에서 하라. 그녀는 이 책에서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한다는 건 다른 사람의말을 듣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드리 로드가 당신에게 말하고 있다면 당신도 그녀에게 말해야 한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오드리 로드에게 말을 걸어 보면 좋겠다. 그녀의 작품을 읽는다는건 또한 말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 P24

초판 해제_낸시 베리노

오드리 로드의 글은 온전한 삶을 향한 자극제다. 로드가 말하는 내용과 방식은 감정적으로뿐만 아니라 지적으로도 우리를 사로잡는다. 로드는 자신의 존재를 이루는 독특성들에 기초해 글을 쓴다. 즉, 그녀의 글은 흑인 여성,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두 아이의 엄마, 그레나다 이주민의 딸, 교육자, 암 투병 생존자, 활동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로드는 자신의 일상적 삶에서 우러난 글을 쓰기 때문에우리는 그녀의 글을 이용해 우리 자신의 삶에 의미와 형태를 부여할수 있다. 로드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차이의 중요성은 온전한 삶 - P30

을 살려는 욕망에서, 즉 자기 자신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하나도 빠짐없이 포함시키고 자신의 모든 부분을 거론하려는 욕구에서 나온것이다. 차이는 "우리가 각자의 힘을 벼려 낼 수 있는 강력한 연결점이자 원료"이기에 중요하다(177). - P31

시는 사치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삶을 오랜 역사를 지닌 비유럽적인 우리만의방식으로 바라본다면, 그리하여 삶이 서로 소통하고 경험하는 것임을 점점 더 자각하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에게 숨겨진 힘의 원천을 존중하는 법을 점점더 깨닫게 될 것이다. 참된 앎과 지속적인 행동은 바로 거기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 P40

침묵을 언어와 행동으로 바꾼다는 것

반면 죽음이란 최종적 침묵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죽음은 내가 꼭 해야 할 말을 했든 못했든 상관없이, 언젠가는 말해야지, 다른 사람이 말하겠지 하며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기만하기만 했든 상관없이, 언제라도, 지금 당장이라도 느닷없이 찾아올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그 두려움을 똑바로 바라보는 법을배우는 데서 내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언정 언제라도 죽음은 찾아올 것입니다. 내가 해야 할 말을 했든 못했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내 침묵은 나를 지켜 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침묵도 당신을 지켜 주지 않을 것입니다. - P47

극심한 공포 속에서 그 몇 주를 보내며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전사戰+이기도 하다는 걸 말입니다. 의식적으로든 부지불식간에든, 치열하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우리는 모두 전쟁에서 죽음의 힘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 P48

여러분께 묻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나요? - P49

우리가 여기 모여 있다는 것, 그리고 제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침묵을 깨고 우리의 차이 사이에 다리를놓으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손발을 묶고 있는 것은차이가 아니라 침묵입니다. 그리고 깨져야 할 침묵은 너무도 많습니다. - P53

성애의 활용_성애의 힘에 대하여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힘이 있다. 그중에는 활용되는 힘이 있는가하면 활용되지 못하는 힘이 있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힘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힘이 있다. 성애는 우리 안의 깊숙한 곳, 여성적이고 영적인 차원에 위치한 자원으로, 우리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 혹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감정의 힘에 굳게 뿌리 내리고 있다. 억압을 지속하려면, 억압받는 자들의 문화 내에 존재하는 변화의 에너지를 공급해 줄 다양한 힘의 원천들을 타락시키거나 왜곡해야만 한다. 여성에게 이것은 바로 우리 삶의 힘과 앎의 원천인 성애의 억압을 의미한다. - P69

성애는 우리 자아감의 출발점과 우리가 느끼는 강렬한 감정의 혼돈 사이에 위치한다. - P71

성애라는 말은 그리스어 에로스에서 온 말로, 에로스는 카오스[혼돈]Chaos로부터 태어나 창조력과 조화 등 사랑의 다양한 측면들을 의인화한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내가 말하는 성애는 여성의 생명력 - 우리의 언어, 역사, 춤, 사랑, 일과 삶 속에서 우리가 지금 복구하고 있는 창조적 에너지을 행사하는 것이다.
에로티시즘과 포르노는 성적인 것the sexual을 활용하는 전혀다른 방식이지만 사람들은 자꾸만 이 둘을 등치시키려 한다. 이때문에 영적인 것(심리적·감정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부터 분리하고, 그 둘을 서로 모순되고 상반되는 것으로 여기는 풍조도 생겨났다. 시적인 혁명가, 명상하는 투사는 마치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영적인 것과 성애를 분리해, 영적인 것을 밋밋한 정서의 세계로, 무욕의 경지를 추구하는 금욕주의자의 세계로 축소해 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진실에서 가장 동떨어진 것이다. - P73

우리가 우리 밖에서 삶의 방향을 찾으려 할 때, 즉 우리 내면의 앎과 필요에 따르지 않고 외부에서 주어진 명령만을 따를 때, 그래서 우리 내면에서 들려오는 성애의 안내를 따르지 못할 때, 우리 삶은 외부의 낯선 형태들이 부과하는 제약을 받게 되며, 우리의 개인적 필요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적 필요조차 고려하지 않는 구조의 필요에 순응하고 만다. 하지만 우리가 솔직하게 우리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따라 삶을 꾸려 가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성애의 힘과 접속하여 그 힘으로 우리 주변 세상에 영향을미친다면, 비로소 우리는 가장 깊은 의미에서 우리 자신을 책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감정들을 인식하게 되면, 고통과 자기부정,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런것들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이는 무감각 상태에 더 이상 만족할 수없기 때문이다. 억압에 대항하는 우리의 행동은, 이렇게 내면에서 힘을 얻은 자아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 P77

성차별주의_흑인 가면을 쓴 미국의 병폐

스테이플스는 자본주의가 흑인 남성들에게 성취감을 느낄수 있도록 남겨 준 것이라고는 자신이 달고 있는 그 물건과 "알 수없는 분노"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이 분노는 흑인 여 - P82

성의 분노보다 더 정당한 것인가? 왜 흑인 여성은 이런 남성의 분노를 그저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는가? 왜 남성의 분노는 그의 성취를 가로막는 힘, 즉 자본주의를 향하지 않는 걸까? 스테이플스는 엔토자케 샹게Ntozake Shange의 희곡 『무지개를 보며 자살을 꿈꾸는 유색 여성들을 위해 For Colored Girls Who Have Considered Suicide Whenthe Rainbow Is Enu*를 "흑인 남성의 피를 갈구하는 집단적 욕구"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내 주위를 둘러보면 피 흘린 채 누워 있는 이들은, 우리 형제들의 욕구의 피해자인 흑인 자매와 아이들뿐이다. - P83

흑인 여성과 남성으로서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려면 남성들이 누리는 특권의 억압적 본질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만약 흑인남성이 무슨 이유에서든 그와 같은 남성으로서의 특권을 계속해서 누리겠다고 한다면, 이는 결국 우리 흑인 공동체 내에서 흑인남성들이 벌이는 억압적 행위들 - 즉 흑인 여성에 대한 강간과학대, 살인 등 - 을 간과하는 것으로,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에게 이바지할 뿐이다. 자신이 억압받는다고 다른 이를 억압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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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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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 읽고 반해버려서 전작 읽자 하고 초기작 2권 읽고 중단했는데, 다시 읽은 권여선 작가의 책도 역시 권여선했다. 각자의 소주잔을 기울이며 먼 과거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사람들. 어떻게든 살아지는 삶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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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1-03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은 권여선 작가의 책도 역시 권여선했다. --> ㅋㅋ 오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4-01-03 23:31   좋아요 1 | URL
술이 필요한 책입니다^^

자목련 2024-01-03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여선 작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4-01-03 23:3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의 최애는 <안녕 주정뱅이>입니다^^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오래된 자료를 들여다보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한글자한 글자씩 읽어나가는 게 마치 원채의 장부를 들여다보는 일 같았다. 지도교수인 박선생은 오익이 논문에서 간과한 부분을 오익 스스로 알아채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가혹하게 몰아붙였다. 자신이 알아챘다면 간과했겠는가. 마찬가지로 오익은 오숙이 얼마만한 분노가 있었기에 자신을 ‘너‘라고 부르며 의절을 통보하는 문자를 보냈는지 알지 못했다.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까운 이에게 그런 분노를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알았다면 그렇게 했겠는가. 무지는 가장 공격받기 쉬운 대상이지만, 무지한 자는 공격 앞에서 두려워 떨 뿐 무지하여자기 죄를 알지 못하므로 제대로 변명조차 할 수 없다. 차라리 자신이 딸이었다면, 모든 걸 희생하고 차별받고 살아온 그런 존재였다면 오숙처럼 무섭게 돌변할 기회라도 있었으련만, 그는 한없이 - P199

억울했고 뭔지 모를 어떤 감정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만 그런 게 아니라 자신도 어머니를 닮아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자신이 오숙처럼 되기를바라느냐고, 앞으로 자기가 다 포기하고 희생하고 살면 되겠느냐고, 어머니가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 P200

기억의 왈츠

그건 무엇이었을까. 내 속에서 예기치 않은 순간에 발사된 것은.
지금의 내 생각에 그건 아마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어두운 정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물네 살의 삶이 품을 수밖에 없던 경쾌한 반짝임 사이에서 빚어진 어떤 비틀림 같은 것, 그 와중에 발되는 우스꽝스러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어지간한 고통에는 어리광이 없는 대신 소소한 통증에는 뒤집힌 풍뎅이처럼 격렬하게 바르작거렸다. 턱없이 무거운 머리를 가느다란 목으로 지탱하는 듯한 그런 기형적인 삶의 고갯짓이 자아내는 경련적인 유머가 때때로 내 삶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사된 건 아니었을까. - P218

죽어 버릴까………… 죽어 버릴까…...
나는 여자의 말투를 흉내낸 게 아니라 내 속에 오랫동안 고여있던 가래 같은 말을 내뱉은 것이다. 학대의 사슬 속에는 죽여버릴까와 죽어버릴까밖에 없다. 학대당한 자가 더 약한 존재에게 학대를 갚는 그 사슬을 끊으려면 단지 모음 하나만 바꾸면 된다. 비록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모음이라 해도.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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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1-0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햇살과함께 2024-01-03 23:30   좋아요 0 | URL
서곡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슴벌레식 문답

정원의 질문에 주인이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이내 득도한 듯 인자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디로든 들어와.
그리고 가버렸다. 사슴벌레를 대변하는 듯한 그 말에 나는 실로감탄했다. 너 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사슴벌레의 의젓한 말투가 들리는 듯했다. 마치 가부좌라도 튼 듯한 점잖은 자세로 그런데 나의 상상과 달리 정원의 말에 따르면방에 있던 사슴벌레는 몸이 뒤집힌 채 계속 버둥거리며 빠른 속도로 움직여 다녔다고 했다.
약을 쳐서 그랬나봐. 정원이 사슴벌레에 빙의된 듯 양 손가락을바르르 떨며 말했다.
그렇다면, 하고 내가 말했다. 사슴벌레의 등에 작은 휴지를 대고 양쪽 다리에 빗자루 싸리를 몇 개씩 매달아 너 대신 청소를 시켰으면 어땠을까.
정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나 어떻게든 그렇게 잔인해정원이 씩 웃으며 해보자는 건가 했고 우리는 해보았다.
인간은 무엇으로사는가?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 - P21

아무리 차근차근 생각해보려 해도 추모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때문인지 취기 때문인지 내 정신은 급격히 혼탁해지고 제대로 된사고를 할 수가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다가 문득 그럴수도 있지, 한다. 인간의 자기 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없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뻗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 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 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
술을 한 잔 마시며 나는, 어떻게 치아 교정을 하나, 탄식하다가또 한 잔을 마시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이 활동하던 동료이자 친구의 남편을 감옥에 팔 년 동안 갇히게 한 진술을 하고도 자신의 입매나 치아 배열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쉰이 넘고도 치아 교정기를 몇 년이라도 달 수 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조직 사건 연루자로 조사를 받으면서도 지켜낸 교수 자리인데 뜻밖의 법인화 문제로 규정이 바뀌어 자리가 위태로워지면 곳곳에 전화를걸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방도를 알아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과 바꾼 자리인데 지키지 않을 수 있을까. 필요하면 무슨 법사도만나고 무슨 포럼에 패널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 P36

실버들 천만사

우리 있잖아, 아빠랑 오빠도 이름 부를까? 병석씨, 명운씨 이렇게.
그러자 그래야 내가 흥분해도 감정의 거리가 생길 것 같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지는 게 좋지.
반희가 채운을 보았다. 채운은 반희가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내가 좀 멋진 말을 했나 싶어 어깨가 으쓱했다. - P53

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채운씨. 반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지금도 고개를 못 돌리는 건 아닌데 무서워서 못 돌아보는 거잖아. 경추가 빙빙돈다고 돌아볼 수 있을까?
그래? 그럼 아까 그 물고기처럼 뇌를 젤리화하는 수밖에 없는건가?
그렇지. 그리고 제대로 보려면 머리카락도 반은 밀어야 할걸.
와, 그러네. 그 풍경 참 기괴한데. 여자들이 외계인처럼 머리 절반이 그렇게 돼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채운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엄마, 우리가 먹을 거 놓고 마음껏 싸우지도 못하게 된 건 뭐 땜에 그런 걸까?
음, 반희가 생각하다 말했다. 그것도 물고기랑 같은 이유겠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세상 뭐 다 이렇게 슬픈 얘기야, 젠장. 채운이 맥주를 벌컥 마시고 말했다. 나는 원래 생겨먹은 데서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까.
반희는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 P73

하늘 높이 아름답게

그날 새벽 내내 잠을 설친 탓에 베르타는 마리아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몸부터 일으키자 하니일어나졌고 일어나니 이내 침대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욕실로 가자 하니 욕실 쪽으로 발이 움직였다. 신기하게도 마리아의 말대로였다.
몸이란 게 움직이자 달래면 움직여져요, 사모님. - P103

자신이 왜 그들과 계속 만남을 이어왔는지가 분명히 이해되었다.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 않구나 우리는…… 베르타는 카디건 앞섶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왔다. 마리아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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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햇살과함께 2024-01-01 21:05   좋아요 1 | URL
루피닷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려주시는 시 잘 읽고 있어요!
 


<공포의 권력> 2024년 1월 ‘여성주의책 같이 읽기’ 책. 제목도 작가 이름도 어려워 보이는 책. 그러나 다행히 글자 크기는 작지 않네.

<일 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 이후북스 정희진 샘 북토크 가서 구매한 책. 시사인에 연재된 글은 몇 편 읽었다. 읽고 나면 읽고 싶은 책이 가득할 책. 희진 샘 북토크는 수하님의 페이퍼 참고.

* 강풍주의보인, 바람 겁나 부는 경주에서 한 해를 마감하며.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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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31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첨성대 예쁘네요 ㅎㅎ 오늘 밤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4-01-01 21:18   좋아요 1 | URL
서곡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주는 조명의 도시더라구요. 유물이 있는 곳마다 조명이 어찌나 멋진지요

건수하 2023-12-31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주가 바람이 엄청나더라구요~ 저도 작년 연말에 갔는데 따뜻한 남쪽나라 기대했건만 느무 추웠… 그래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햇살과함께 2024-01-01 21:20   좋아요 0 | URL
원래 바람이 많이 부는 도시였나요? 저는 겨울엔 처음 가봐서.. 서울보다 온도가 4-5도 높아서 방심했는데 칼바람 엄청 맞았어요 ㅎㅎ

건수하 2024-01-03 09:49   좋아요 1 | URL
저도 몰랐는데… 그렇다더군요 ^^ 건설 제한으로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얄라알라 2024-01-01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토크 현장에서 사오신 책이라 더 의미가 크시겠어요. 동문선 출판사 번역은 어떠한지 궁금하네요^^ 예전에 힘들었던 적이 좀 있어서.

사진으로는 바람이 느껴지진 않지만 상상하며~~~ 햇살과 함께님
2024년 첫 책도 곧 올려주시와요
23년 마지막 책 잘 보고 갑니다요~~~^^

햇살과함께 2024-01-01 21:21   좋아요 1 | URL
동문선 저는 처음 도전하는데 표지부터 어려워보이네요 ㅎㅎ 얄라알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독서괭 2024-01-01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첨성대 사진이 멋집니다.
햇살님 해피 뉴 이어!^^

햇살과함께 2024-01-01 21:23   좋아요 1 | URL
야간모드로 찍었더니 실제 조명보다 더 블링블링 핑크로 나왔어요 ㅎㅎ 괭님도 해피 뉴 이어^^

cyrus 2024-01-0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햇살과함께 2024-01-01 21:24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멋진 책 리뷰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