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과학책방 갈다에 다녀왔다!


다녀와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종로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너무 피곤하여 삼청동까지 올라갈 기운이 없거나, 거기 서점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거나, 귀찮거나, 암튼 그래서 여태 가지 못했는데, 일요일에 청와대 구경 간 김에 다녀왔다.


청와대 본관에서는 의외로 그림에 반했다. 제일 마음에 든 건 2층 천장에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 물론 복사본이다. 그리고,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 시원한 파랑색이 아주 쨍하다. 예전에 통영에 갔을 때 남해의봄날 출판사에서 하는 [봄날의책방] 뒤편에 전혁림 미술관이 있어서 다녀왔었던 기억도. 검색해 보니 이 그림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직접 구매 요청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청와대 경내도 한 바퀴 돌고, 청와대 밖 담벼락길을 따라 한 바퀴 돌고 삼청동으로 방향을 틀어 갈다에 갔다.

너무 더워 갈다에 가자마자 책이고 뭐고 일단 음료부터 구매. 2층 자리에서 맥주와 커피로 목을 축이고 열을 식히고 정신을 차린 후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책 구경.




2층 카페 모습, 오른쪽 룸에서는 몇 분이 모여서 열심히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스터디 모임인 듯.


















<인류의 진화> 얼마 전 이상희 교수님 신간 나왔다고 뜨길래 찜해두고 있었는데, 다행히 갈다에 있어서 구매. <인류의 기원> 재미있게 읽고 팬이 되었다.


<타이탄의 세이렌> 나보단 과학에 관심이 조금은 있는 남편이 딱히 눈에 띄는 책이 없다고 고민하길래, 과학 문외한인 나에게도 딱히 땡기는 책이 없었는데, 여긴 진짜 과학책과 SF책 밖에 없기 때문에,,, 과학과 SF를 안 좋아하는 나도 <인류의 진화> 없었으면 뭐살까 한참 고민했을 듯... 그래서 유명하지만 1권 읽어본 커트 보니것 책으로 구매. 작년에 문학동네에서 복간되어 나온 책이다(얼마 전에 겨울서점에서 추천 영상을 본 듯.. 가물가물..). 


제임스웹으로 찍은 해왕성 사진 엽서와 책갈피도.



점심은 오랜만에 눈나무집 녹두빈대떡과 김치말이국수! 여전히 맛있지만 예전만큼의 사랑은.... 내가 변한 것인가 음식이 변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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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16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월초에 갈다 다녀왔어요! ^^ 전 저 방탈출 게임도 했는데, 아주 재미있었답니다~

햇살과함께 2023-08-16 22:16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책 고르고 있을 때도 직원분이 초등생과 엄마에게 방탈출 게임 설명해주던데. 전 속으로 어디서 방탈출을 한다는거지? 했네요 ㅎㅎ

건수하 2023-08-16 22:18   좋아요 1 | URL
책방 지하에 있었어요 ^^

햇살과함께 2023-08-16 22:33   좋아요 1 | URL
아! 지하!
제가 화장실 찾느라 두리번거리다 지하쪽을 내려다 보았더니 한분이 계단에 앉아서 지키고 계시던데 “오시면 안되요” 하면서 ㅎㅎ 거기였군요

서곡 2023-08-16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눈나무집 좋아했어요 가본지 오래 되었네요

햇살과함께 2023-08-16 22:17   좋아요 1 | URL
저도 진짜 오랜만에요~ 갈다가 바로 뒤에 있는 줄 몰랐어요 ㅎ

바람돌이 2023-08-16 2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점이름이 예쁘네요. 갈다 무슨 뜻일까요? ^^
이 밤에 김치말이 국수 먹고 싶게 하는 페이퍼.... 책보다는 국수. ^^
그래도 인류의 진화 얻어갑니다. 재밌을거 같네요. ^^

햇살과함께 2023-08-16 22:19   좋아요 2 | URL
과학책방 답게 유명한 과학자 갈릴레이와 다윈의 이름을 따서~!
인류의 기원도 재밌었어요!!
 

인필드플라이 나만 어려운 거 아니었어!

4장 수비

만약 어떤 여인이 플라이 볼을 잡는 것과
갓난아기의 생명을 구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여인은 베이스에 선수들이 있는지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고
갓난아기의 목숨을 구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 데이브 배리, 유머 작가 - P102

인필드플라이 규칙
상상해보자. 노 아웃에 만루 상황이고, 타자가 홈 근처에 치솟는 공을 쳤다. 3명의 주자 모두 자기 베이스로 돌아가 포수가 공을 잡기를기다린다. 그런데 그가 공이 페어 지역 그라운드에 떨어지게 내버려두면서, 모든 베이스의 주자가 예기치 않게 포스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주자들은 출발한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포수는‘트리플 플레이triple play‘ 의 첫 아웃으로 홈 플레이트를 이미 밟고있다.
뭔가 부당한 일이다.
이런 플레이 때문에 ‘인필드 플라이 규칙 infield fly rule’ 이 고안되었다. 1루와 2루에 주자가 차 있거나 베이스 전체가 차 있고 투 아웃이안 된 상황에서 평범한 내야 뜬공을 수비 팀이 이용하지 못하게막는 규칙이다.
심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면, 타자는 자동으로 아웃된다 - P112

(수비 팀은 공을 잡을 필요조차 없다). 주자들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며 진루를 시도할 수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공이 땅에 떨어져도 베이스에 그대로 머물 수 있고, 잡힌다고 해도 태그 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113

* 한 팀에 이런 일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나 일어날까 말까 하지만, 인필드 플라이 규칙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팬들은 이 규칙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모르고 설명하라면 대충 넘어갈 것이다. 어떤 팬들은 야구의 소양을 나타내는 표지로 생각하고 여러분에게 퀴즈를 내며 허세를 부릴 것이다. 그렇게 넘어가게 내버려두지 말라. 그들이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변변치 못한지 보여주라. 어떤 해에 이 규칙이 제정되었는지 그들에게 물어보라(1895년), 떠버린 번트 타구에도 이 규칙이 효력이 있는지 물어보라(없다). 심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는데 공이 파울 지역에 착륙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라(타자는 계속 타격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이 인필드 플라이라는 녀석만 딱 하나의 예외로 두고, 야구 지식은 좋은 마음으로 써야지, 나쁜 마음으로 쓰면 안 된다. - P113

외야수비
외야에 세워진 벽은 원래부터 오늘날처럼 푹신한 패드가 채워져 있지는 않았다. 오늘날의 외야수들에게는 ‘워닝 트랙warning track‘
이라는, 펜스 앞의 흙을 채운 길까지 있다. 그러니까 야수가 공에 눈을 고정한 채 깊은 플라이를 향해 달려가면 스파이크 밑에 자박거리는 흙을 느끼게 되고, 속도를 줄여야 머리를 깨먹지 않을 거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P115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 가운데, 포수는 육체적인 부담이 가장 심하다. 얼마나 심하냐고? 집에서 한번 해보라. 웅크리고 앉기.(맞다. 자리에서 일어나라. 이 책을 가져가도 좋다. 좋다. 이제 쭈그리고 앉았는가? 반칙은 없기다. 엉덩이가 그야말로 발꿈치에 닿을 때까지 쭈그리고 앉으라. 좋다.) 이제 그대로 있으라. 아직 움직이면 안 된다. 좋다. 일어나라. 다시 웅크리고 앉으라. 기다리라. 계속 기다리라. 그리고 천천히 다섯까지 세라. 일어나라. 쭈그리고 앉으라. 그대로 있으라. 딱 몇 초만더 그렇게 있으라. 몸을 일으키라 꽤 힘들다. 안 그런가? 포수가 그일을 하면서 어떨지 상상해보라. 포수는 그짓을 한 경기에 150번쯤, 일주일에 닷새 혹은 엿새, 1년에 6개월을 한다. 아, 하마터면 스프링트레이닝을 까먹을 뻔했다. 스프링 캠프까지 하면 한 달하고도 반쯤이 또 있다. 아, 맞다. 플레이오프는 어떤가? 몇 주가 더 붙는다. 그리고 중앙아메리카에서 열리는 윈터 리그도 있지 않은가? 이 동안 내내 포수는 ‘파울 팁foul tip‘ 에 얻어맞고, 배트에 가격당하며, 공격적인 주자에게 수난을 당한다. - P124

유격수
유격수는 내야의 리더이고, 종종 팀 내에서 운동능력이 가장 뛰어난선수가 맡는다. 그래야 한다. 누구에게보다도 공이 많이 날아오며, 그중 대부분은 땅볼이다. 땅볼이란 다 어렵게 마련이지만, 유격수에게는 한층 더 어렵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에러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여지가 가장 적기 때문이다. 다른 내야수들은 공을 막거나 잡다가 더듬거리다가도 회복해서 1루에 던져 주자를 제때 아웃시킬 수있다. 하지만 유격수는 공을 깨끗이 처리해서 던져야 하는데, 공이날아오는 거리와 그 자신이 던져야 할 거리를 합치면 그 어떤 내야수보다 길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3루수는 짧은 거리를 날아온 땅볼을 잡아 먼 거리를 던진다. 2루수는 긴 땅볼을 잡아 짧은 거리를 던진다. 그러나 유격수는 긴 땅볼을 잡고 긴 송구를 해야 한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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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0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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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역사가가 했다는 “만취 상태로 보낸 기나긴 주말”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눈뜨면 카페에서, 식당에서, 술집에서 그저 먹고 마시고, 먹고 또 마시고, 계속 마시며, 삶의 허무와 권태에 빠져 사는 그들. 기사는 언제 쓰고 소설은 언제 쓰는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고, 그들의 젊음도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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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at side, as on this, there was nobody at all....... "Then you shall judge yourself," the king answered. "that is the most difficult thing of all. It is much more difficult to judge oneself than to judge others. If you succeed in judging yourself rightly, then you are indeed a man of true wisdom."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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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생 그런 여행을 하고 싶었어." 콘이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런 여행 한 번 못 해 보고 아주 늙어버릴 것 같아."
"바보 같은 소리 마. 넌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잖아. 돈이 많으니." 내가 말했다.
"그야 그렇지. 하지만 선뜻 출발할 수가 없단 말이야."
"기운을 내. 어떤 나라든 꼭 영화같이 보이는 거야." 내가 말했다.
그러나 그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삶이 이렇게 빠르게 달아나고 있는데, 정말 철저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가 없어."
"투우사가 아니고서야 자신의 삶을 철저하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라고." - P22

"이봐, 제이크." 그는 카운터 위에 몸을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넌 인생이 깡그리 달아나 버리고 있는데, 그걸 조금도 이용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본적 없어? 벌써 인생을 절반 가까이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느냐는 말이야!"
"그럼,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
"이제 앞으로 35년쯤 지나면 우린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로버트. 도대체 왜 그래." 내가 말했다.
"진심에서 하는 말이야."
"나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 내가 대꾸했다.
"너도 그런 걱정을 해야 해."
"그런 거 아니라도 늘 걱정거리가 많아. 그래, 이제 난 걱정같은 건 하지 않아."
"어쨌든 난 남아메리카에 가고 싶어."
"이봐, 로버트, 다른 나라에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나도 벌써 그런 짓은 모조리해 봤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 다닌다고 해서 너 자신한테서 달아날 수 있는 건 아냐. 그래 봤자 별거 없어." - P24

"나갈까?"
나는 마치 뭔가 모두 되풀이되고 있다는 느낌, 이미 겪었던 일을 또다시 겪어야 하는 악몽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06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란 말이야. 반어와 연민을 보이게." 빌은 속옷을 입었다.
나는 낚시 도구 가방과 망과 낚싯대 케이스를 들고 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봐! 잠깐만 와 봐!"
나는 문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약간의 반어와 연민도 보이지 않을 작정이야?"
나는 엄지손가락을 코에 대고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반어법이 아닌걸."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빌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 "반어와 연민…………. 기분이 내킬 때는, 아, 그들에게 반어를 안겨 주고 또 연민을 안겨 주라. 아, 반어를 그들에게 안겨 주라…. 기분이 내킬 때는 약간의 반어를 약간의 연민을………" 그는 아래층에 내려올 때까지 계속 노래를 불렀다. 「나와 내 애인을 위해 좋은 울리도다」의 가락이었다. 나는 한주 전의 스페인 신문을 읽고 있었다.
"반어와 연민이라니 도대체 그게 뭐야?" - P175

"저렇다니까. 저러고서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건가. 넌 신문장이를 못 면하겠어. 국적을 상실한 신문기자 말이야. 침대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반어적이어야 하는 거야. 입안 가득 연민을 머금고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계속 지껄여봐. 누구한테서 얻어들은 밑천이야?" 내가 물었다.
"누구랄 것 없이 모든 사람한테서 얻어들었어. 넌 책도 안읽어? 아무도 안 만나? 넌 자신이 뭐라고 알고 있어? 국적 상실자야. 왜 뉴욕에서 살지 않지? 그랬더라면 이런 걸 알 텐데.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해마다 이곳까지 건너와 너한테 얘기를 들려주라는 거야?"
"커피나 더 마셔."내가 말했다. - P177

소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마다 그는 큰 위험에 빠진다. 전성기 시절 벨몬테는 언제나 소의 영역에서 싸웠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관객들에게 비극이 닥쳐오리라는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은 벨몬테를 보려고, 비극적 감정을 맛보려고, 어쩌면 벨몬테가 죽는 것을 목격하려고 투우장으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15년 전만 해도 벨몬테를 볼 생각이라면, 그가 아직 살아 있을 때 서둘러서 가 봐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 이후로 그는 1,000마리가 넘는황소를 죽였다. 그가 은퇴한 뒤에는 그가 어떻게 투우를 했는지에 대해 전설이 생겨났지만, 은퇴했다가 복귀한 뒤로 관중은 실망했다. 어떤 살아 있는 투우사도 왕년의 벨몬테만큼 그렇게 황소 가까이 접근해 싸우지 못했고, 물론 벨몬테 자신조차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P324

작품 해설

더구나 이 작품은 이렇게 자전적 요소를 지닐 뿐만 아니라 소설 장르에서 보면 ‘실명(實名) 소설‘에 속한다. 실명 소설은 17세기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 장르로 지금도 ‘로망아 클레 (roman à clef)‘라고 부른다. 가령 마들렌 드 스퀴데리는 『키루스 대왕』 (1649~1653)에서 이 유형의 소설을 처음 발표하여 관심을 모았다. 19세기에는 영국 소설가 토머스 러브 피콕이 『악몽의 수도원』(1818)에서,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올더스 헉슬리가 『대위법』(1928)에서 이 장르의 소설을 썼다. 미국 문학으로 좁혀 보면 피츠제럴드가 『낙원의 이쪽』(1920)에서, 마이클 알린이 『초록색 모자』 (1924)에서 이 장르의 소설을 조심스럽게 실험하였다.
‘로망 아 클레‘란 글자 그대로 열쇠가 달린 소설이라는 뜻이다. 열쇠로 문을 열 수 있듯이 실명 소설에서는 작품에 나타난 단서만 잘 이용하면 독자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작중인물들이 과연 어떤 실제인물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비교적 쉽게알아차릴 수 있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아 작중인물을 만들었다고 하여 이 유형의 소설은 흔히 ‘모델 소설‘이라고도 부른다. - P379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주제나 의미를 쉽게 이해하려면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이 작품의 제사(題詞)로 삼고 있는 글을좀 더 찬찬히 눈여겨보아야 한다. 작품이 시작되기전 첫머리에서 그는 두 제사를 사용한다. 이중 하나는 이 무렵 파리에서 작가 수업을 받고 있던 젊은 작가들에게 대모 역할을 하던 미국의 여성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한 대화에서 하였다는말이다. "당신들은 모두 길을 잃은 세대요."라는 문장이 바로그것이다. 그러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말을 맨 처음 한 사람은 스타인이 아니라 파리에 있는 어느 자동차 정비소의 주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수리를 맡긴 스타인에게 그는 이무렵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젊은 자동차 수리공들을 두고 이렇게 내뱉었다는 것이다. - P382

전쟁을 겪고 난 뒤 삶의 좌표와 방향을 잃어버리다시피 한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나 가치를 찾아 방황하였다. 이 무렵 그들은 19세기 말엽과 20세기 초엽의 낡은 관습과 인습의 벽을 과감하게 허물어 버리고 가히 혁명적이라고할 만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변화는 작게는 의상, 태도, 행동 방식, 언어, 섹스, 크게는 사고방식, 가치관, 세계관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폭넓게 나타났다. 과거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던 모든 것이 심각한 도전을 받기 시작하였다. 한마디로 전쟁이 끝난 1910년대 말과 1920년대는 유동성의 시대이자 실험의 시대요, 회의의 시대이자 환멸의 시대였던 것이다.
1920년대를 흔히 ‘재즈 시대‘ 또는 ‘광란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재즈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이 무렵 재즈 음악이 크게 유행하였기 때문이다. 광란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삶의 여러 영역에 걸쳐 전통적인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는 ‘광란’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광란‘의 소리는 엄격한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굴레를 끊어 버리는 소리였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긴치마를 벗어 버리고 짧은 스커트를 입고 사내아이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는 헤어스타일이 크게 유행하였다. 전쟁에 참가하여 환멸 - P384

을 느낀 제대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남성들까지 덩달아 술과 파티로 흥청거렸다. 그리하여 한 역사가는 이 시대를 두고 "만취 상태로 보낸 기나긴 주말"에 빗대기도 한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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