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말

일찍이 제인 오스틴의 탁월한 재능을 간파하고, 그가 영국문학의 전통을 일구어온 거장들에 견주어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음을 알아본 또 다른 영국 여성 작가가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작가로서의 여성과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쓴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제인 오스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800년 무렵에 증오도 고통도 두려움도 없이, 항의하는 법도 설교하는법도 없이 글을 쓰던 한 여자가 여기 있다.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작법이기도 했다." 어떤 비평의 언어도 이만큼 강렬한 울림을 전해주진 못할 것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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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홀로 죽어 갔지.

하지만 왜 이런 일을 되풀이한단 말일까? 왜 느끼지도 않는 감정을 끌어내려고 늘 애써야 할까? 불경스러운 일이야. 고작해야 메마르고, 시들어 빠지고, 소진되어 버릴 뿐이야. 이들이나를 초대하지 않았어야 했어. 나는 오지 않았어야 했어. 마흔네 살이나 되어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체하는 것을 혐오했다. 투쟁과파멸, 혼돈의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붓밖에 없으므로, 일부러라도 붓을 들고 장난을 쳐서는 안 된다. 그녀는그런 일을 몹시 싫어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당신이 줄 때까지는 당신의 캔버스에 손을 댈 수 없소. 그녀에게 접근하며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그가 다시 탐욕스럽고도 얼빠진 듯한 얼굴로 다가왔다. 자, 그렇다면 그 일을 끝내는 편이 차라리 더 수월하겠군. 릴리는 오른손을 툭 떨어뜨리며 절망적으로 생각했다. 분명 그녀는 그토록 많은 여자들의 얼굴에서 (예컨대 램지 부인의-얼굴에서 보았던 타오르는 기쁨과 열광, 자기 포기를 떠올려흉내를 내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그 여자들은 그 보상으로 얻은 공감과 기쁨, 그녀는 램지 부인의 표정을 기억할 수있었다. 황홀한 즐거움으로 타올랐고,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 - P246

었지만, 그 보상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희열감을 그들에게 주었음이 분명했다. 이제 그가 그녀 옆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그에게 주리라. - P247

나를 생각해, 나를 생각해 보라고. 아, 카마이클 씨의 몸을 우리 옆으로 가뿐히 날라 올 수 있다면. 릴리는 바랐다. 이젤을 그에게 1~2미터 더 가까운 곳에 세웠더라면. 어떤 남자라도 가까이 있었다면 이런 감정의 토로를 막았을 것이고, 이런 탄식을 중단시켰을 것이다. 그녀가 여자이기에 이 끔찍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여자니까 그녀는 이런 상황을 처리하는 법을 알았어야 했다. 그저 멍하니 서 있는 것은 여자에게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누군가 말했다.(뭐라고 했더라?)오, 램지 씨! 친애하는 램지 씨! 스케치를 하던 친절한 노부인, 벡위스 부인이라면 즉시, 그리고 적절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 돼. 그들은 나머지 세상과 단절된 채 서 있었다. 그의 무한한 자기 연민, 공감에 대한 요구가 흘러나와 사방에 퍼지면서 그녀 발치에 웅덩이를 만들었고, 파렴치한 죄인으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발이 젖지 않게 치맛자락을 모아 발목 위로 약간 끌어 올리는 것뿐이었다. 완고하게 침묵을 지키며 그녀는 붓을 움켜쥔 채 서 있었다. - P251

그녀는 다시 바다를, 섬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나뭇잎 같은섬의 뚜렷한 윤곽이 사라지고 있었다. 섬은 무척 작았고, 무척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제는 바다가 해안보다 더 중요했다. 그들 주위에는 온통 일었다 가라앉는 파도뿐이었고, 어느 파도에 실려 온 통나무가 뒹굴었으며, 갈매기 한 마리가 다른 파도를 타고 있었다. 이 근방에서 배 한 척이 침몰했다고 그녀는손가락으로 물을 튀기면서 생각했고, 몽롱한 상태로 꿈꾸듯이 중얼거렸다. 우리는 각자 홀로 죽어 갔지. - P312

대단히 높이 살 만한 일이었다. 붓으로 질경이를 휘저으면서 릴리는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기이하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 생각은 어떻든 절반은 기이한 것이다. 그런 생각이란 사적인 목적에 보탬이 되는 것들이니까. 그녀에게 그는 매를 대신 맞는 아이와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화가 날 때마다 그의 여원 옆구리를 채찍질하는 자신을 그려 보았다. 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려면, 램지 부인의 말을 떠올리고 그 부인의 눈으로 그를 보아야 했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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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익숙한 그림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햄릿> 표지로 익숙하다.

<낙엽> 왼쪽 둘째 소녀 얼굴이 익숙하다. 혹시 하고 찾아보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설득> 표지의 소녀다. 역시 이 그림도 밀레이의 <소녀의 초상>. 찾아보니 <낙엽>의 왼쪽 두 소녀가 모두 밀레이의 부인 에피 그레이(존 러스킨의 전부인)의 여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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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6-30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에피 그레이가 있더라고요 거기 보면 존 러스킨이 참...(할많하않)

햇살과함께 2024-07-01 10:34   좋아요 1 | URL
오 영화도 있군요. 찾아볼게요~
밀레이 뿐만 아니라 다른 화가 편에도 존 러스킨이 언급되어 무척 궁금해집니다...
 

그렇게 아름다움이 그리고 정적이 지배했고, 더불어 아름다움 그 자체의 형상을 만들었다. 삶이 떠나 버린 형상이었다. 그것은 기차 창문에서 내다보인, 멀리 떨어져 있는 저녁나절의 연못처럼 고적했다. 저녁 무렵 어슴푸레한 그 연못은 너무나 빨리 사라져 버려서 비록 한 번 보였을 뿐이지만 그 고적감을 잃지 않았다. 아름다움과 정적이 침실에서 손을 맞잡았고, 엿보기 좋아하는 바람과 끈적끈적한 바닷바람의 부드러운 코가, 덮개를 씌운 주전자들과 시트에 덮인 의자들 사이를 문지르고 킁킁거리면서 거듭 질문("이 색깔이 바랄까? 부서져 버릴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 질문에 우리는 계속 남아 있을거라고 대답할 필요가 거의 없는 듯, 그 평화로움과 무심함, 순수히 응집된 공기는 거의 방해받지 않았다. - P210

이십 년 전 유행했을 당시에는 콧노래로 부르고 거기에 맞춰 춤을 췄을 명랑한 노래였지만, 이제 이가 빠지고 보닛을 쓴 가정부에게서 흘러나온 그 노랫소리는 의미가 사라졌고, 짓밟혀도 다시 솟아나는 어리석음과 유머, 고집에서 나온 목소리 같았다. 그래서 몸을 흔들며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하면서 그녀는 인생이 하나의 긴 슬픔이자 고통의 연속이라 - P212

고, 일어나서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고, 물건들을 꺼냈다가 다시 치우는 거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녀가 근 칠십 년간 알아온 세상은 편안하거나 안락한 곳이 아니었다. 그녀는 피로에 지쳐 허리가 굽고 말았다. 침대 밑에서 무릎을 꿇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신음하면서, 바닥의 먼지를 쓸면서 그녀는 물었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오래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 그러나 다시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몸을 세우고는 다시 자신의 얼굴과 자신의 슬픔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미끄러지는 곁눈질로 입을 벌리고서 거울 속을 바라보았고 아무 이유도 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전처럼 절뚝거리며 천천히걸어서 깔개를 집어 들고, 도자기를 내려놓고, 곁눈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결국 자기에게도 위안이 있는 듯, 실로 자신의 슬픈 노래에 뿌리 깊은 희망이 얽혀 있는 듯. 가령 빨래를 할 때 즐거운 광경들이 틀림없이 떠올랐을 것이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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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pe 훔치다
ravenous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succulent 즙이 많은

Suddenly Badger said, ‘Doesn‘t this worry you just a tiny bit, Foxy?"
‘Worry me?‘ said Mr Fox. ‘What?"
‘All this... this stealing.‘
Mr Fox stopped digging and stared at Badger as though he had gone completely dotty. ‘My dear old furry frump,‘ he said, ‘do you know anyone in the whole world who wouldn‘t swipe a few chickens if his children were starving to death?" - P58

You must remember no one had eaten a thing for several days. They were ravenous. So for a while there was no conversation at all. There was only the sound of crunching and chewing as the animals attacked the succulent food.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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