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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
문요한 지음, 김인하 일러스트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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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년, 4월 그야말로 봄이다. 저번주까지는 추워서 패딩으로 꽁꽁 싸매고 다녔는데 순식간에 알록달록 봄꽃이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밝고 따사로운 햇살, 화사한 옷을 입고 거니는 사람들 활기찬 느낌이 세상을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물질적으로는 더욱 풍족해졌는데, 많은 이들이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공허함을 느낀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심리적인 고통을 받고 있을까?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는 정신과의사인 문요한 작가가 치유적인 경험을 2005년부터 정리한 글을 다듬어 엮어낸 책이다. 사람은 심리적 고통이 클 때에는 마음 속의 생명력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모든 게 끝나버렸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과 무력감에 한동안 갇힐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에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했던 가지에 새순이 나고 꽃이 피는 것처럼, 버석버석 말라버린 듯 했던 들판에 푸른 들꽃들이 피는 것처럼 우리의 생명력은 살아 있다고 한다. 저자는 모든 생명체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에게도 자기치유와 자기정화의 원천적 생명력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환자를 치료하면서 겪은 일, 치유적 경험들 중 삶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위로와 힘이 되는 글들이 이 책에 있다.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는 다섯 가지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다섯 가지는 내 마음 들여다보기, 정신적 맷집 키우기, 문제해결력 키우기, 변화와 도전 속에 균형 잡기,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 이다. 꼭 마음이 힘들 때뿐 아니라 인생의 지혜, 삶의 교훈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마음이 끌리는 제목을 보고 해당 글을 읽어도 좋다.


첫 번째 세션 '내 마음 들여다보기'는 마음 뒤의 내 진짜 마음을 보는 이야기이다. 여러 글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글은 바로 첫 번째 글 <01. 마음의 허기>였다. 아마 저자도 심사숙고한 끝에 이 글을 가장 앞에 구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괜히 냉장고 문을 여닫기를 반복할 때, 혹은 무엇이든 꼭 먹어야 마음이 놓일 때가 있다. 이럴 때 느끼는 허기는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정신적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정신적 허기와 신체적 허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많은 이들이 식이 문제를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로저 굴드는 배 속에는 보이는 위장 말고, 보이지 않는 '유령위장'이 있다고 표현한다. 이 유령 위장은 음식물이 비어있을 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외롭거나 화가 나거나 불안하거나 절망스러울 때처럼 정서적으로 흔들릴 때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반대로 누군가와 아주 가깝게 느껴지거나 마음을 열고 화해했거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겨진다면 정신적 허기는 물론 신체적 허기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이 놀부처럼 오장칠부를 가진 셈이라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생각보다 정신적 허기를 신체적 포만감으로 달래는 경우는 흔하다. 우리도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 있을 때마다 '당보충'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떤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돈을 쓰고 'X발 비용'이라는 비속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때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나의 상태를 직시하고 어떻게 '정신적 허기'를 채울 수 있을 지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삶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이 고질적으로 겪는 문제 중 하나는, 핸드폰으로 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 DM등을 자꾸 확인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하루 34 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하는데 일종의 '확인강박행동'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를 '관심의 부재'로 인한 고통이며 '존재증명 강박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타인이나 물질적인 것, 성과를 통해 나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저자는 현대인이 자주 겪는 문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다루고 그 해결책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삶이 힘겹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어디엔가 웅크리고 있을 '우리 안에 내재된 생명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힘들 때마다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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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
문요한 지음, 김인하 일러스트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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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겪은 치유적 경험들 중 삶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위로와 힘이 되는 글이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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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해도 쉽게 배우는 릴리의 어반스케치 기초+완성 - 차근차근 배우는 펜 드로잉부터 수채화까지
릴리의 아뜰리에(김민아) 지음 / 심통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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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마음을 가다듬는 데, 스트레스를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 중에 '그림 그리기'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취미이다. <혼자해도 쉽게 배우는 릴리의 어반스케치>는 딱히 학원을 가고 싶지는 않아서 혼자 취미그림을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 또는 이미 가볍게 드로잉을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어쩐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덧, 내가 후자에 속한다.

<혼자해도 쉽게 배우는 릴리의 어반스케치>의 가장 좋은 점은 드로잉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드로잉 도구 살펴보기', '드로잉 기초 다지기'와 같은 과정을 상세히 알려준다는 것이다. 처음 그림그리기를 취미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재료부터 사야한다. 그러나 인터넷쇼핑몰이든 화방이든, 내가 무엇을 사야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이제 막 그림그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은 기초지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술 전공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 예를 들면 어떤 붓과 연필을 사야하는지, 종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


그러나 <혼자해도 쉽게 배우는 릴리의 어반스케치>에서는 드로잉 도구부터 살펴보기 때문에 스케치북 표지에 나온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종이의 질감에 따라 용도가 어떻게 나뉘는지, 종이의 색상은 어떻게 고르고 초보에게 추천하는 스케치북 브랜드는 무엇이 있는지, 화이트펜은 어떤 역할을 하고 붓은 몇 가지나 사는 것이 좋은지 등등을 모두 알려준다. 그야말로 일대일 과외 선생님이 붙어서 설명하는 느낌이다.


'드로잉 도구 살펴보기'를 꼼꼼히 읽으면 어떤 재료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지 알게 된다. 입문자를 위한 설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드로잉 기초 다지기'에서 선 긋기 연습, 해칭 연습, 기본 도형 그리기와 명암 넣는 기본적인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들여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이 기본기는, 탄탄하게 해 둘 수록 그림 그리기가 쉬워진다고 한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하루에 10분, 도화지 한 장 가득 선 긋기 연습을 하자!


중간중간 이런 소소한 팁도 알려준다. 연필과 펜을 잡는 올바른 방법, 선 긋기 연습을 할 때 어렵다면 줄 노트에 선 긋기 연습을 해 보는 것, 필압의 강도에 따라 선 굵기의 변화를 느끼면서 직선 긋기 하는 방법, 곡선을 그리는 방법, 필압 강도에 따라 선 굵기에 변화가 있는 곡선 긋기 등 기초쌓기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이 과정만 열심히 해도, 직선과 곡선만으로 그릴 수 있는 산과 나뭇가지 그리기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거기에 자유곡선 긋기 연습까지 하면 돌담이나 나무, 산과 바다, 하늘 그리기 등을 할 수 있다.


사물 윤곽을 하나의 선으로 그리는 '컨투어 드로잉'을 하는 방법, 선들을 겹쳐 명암과 원근감, 입체감을 나타낼 수 있는 '해칭', 기본 도형그리기나 명암을 넣는 방법 등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지만 취미로 그림그리기를 처음 해 보는 사람들은 헤맬 수 있는 이론들을 세세히 설명해준다. 


심지어 이 모든 주제마다 QR코드가 있어 핸드폰으로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 책으로만 보는 것이 뭔가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꼭 저자의 유튜브 강의까지 함께 보면서 실습해보는 것이 좋다.


구도와 투시법까지 익히고 나면, 이제까지 배운 것을 활용하여 건물 그리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


집을 그릴 때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1단계 그림은 바로 '정면 집 그리기'이다. 정면 집은 옆면이 보이지 않는 사각형 모양으로 1점 투시 육면체 모양이다. 입체감 없이 평면적인 집의 형태만 그리기 때문에 집을 그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쉽다고 해서 결과물이 별로냐? 

꼼꼼하게 기초를 잡고 그린 후 채색까지 하면, 유럽 소도시에 가면 있을 법한 예쁜 빨간색의 벽돌집을 그릴 수 있다.


이렇게 기초를 배우고 나서 바로 적용하여 그릴 수 있는 '그림 그리기'를 알려준다. 가장 좋은 점은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것, 대체로 그림그리기 책의 저자는 외국인인 경우가 많은데 <혼자해도 쉽게 배우는 릴리의 어반스케치>는 서양화를 전공한 한국인 화가이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설명도 알아듣기 쉽고, '한옥 그리기'같은 한국 느낌이 물씬 나는 스케치 방법도 알려준다.


취미 미술,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데 할까말까 고민된다면 <혼자해도 쉽게 배우는 릴리의 어반스케치>로 멋진 개인과외를 받기 바란다. 책과 유튜브를 참고하여 하나씩 사부작거리며 연습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멋진 집 하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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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집 - 2025 볼로냐라가치상 The BRAW Amazing Bookshelf 선정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6
박혜선 지음, 이수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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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 고지대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딱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집 참 많다.

저 많은 집 중에 내 집은 어디 있을까?"


양복을 입고 서류 가방을 맨, 우리 멍멍이씨도 똑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책 표지로 돌아가보자. 


어른들을 위한 예쁜 그림책, 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커다란 집>의 표지에는 멍멍이씨가 조그마한 집에 온 몸을 구겨넣고 있다. 그 집에는 온갖 것들이 가득한데, 멍멍이씨는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대체 멍멍이씨는 왜 좁은 집에 쪼그려 앉아 있는 걸까?


"집이 있었으면 해. 내 집.

집이 갖고 싶었어.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 집."


멍멍이씨는 처음엔 이렇게 희망했다.

우리들의 희망사항과 꼭 같다.


이 바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멍멍이씨는 정말 열심히 일 한다.

심지어 모든 시간을 일 하는 데에 투자한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와 서류를 보면서,

햄버거와 음료수로 밥을 대충 때우는 멍멍이씨...


드디어 멍멍이씨는 소원대로 '나만의 집'을 마련한다.

그 동안 자신이 꿈 꿨던 일을 하기 위해 집을 예쁘게 꾸미고

잠시 잠깐의 행복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의 성취감, 행복감은 길게 가지 않는다.


자신보다 더 멋진 친구네 집을 방문하게 된 멍멍이씨...

뭔가 자신의 집이 부족하게 느껴진 그는

집에 온갖 것을 사다 나르기 시작한다.

완벽한 집을 만들기 위해 다시 잠을 아껴가며 일을 하기 시작한 멍멍이씨...


이대로,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커다란 집>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진실을 보여준다.

멋지고 커다란 집에 살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며 아득바득 일하는 멍멍이씨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커다란 집>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책이라 절로 손이 간다.

귀여운 멍멍이씨가 핑크빛 벽에 빨간 지붕이 있는 집에 들어가 있는 것도 그렇고,

화사한 그림책의 색감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멍멍이씨는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며 똑같은 행동을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뭔가 갈수록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저절로 느끼게 된다.

물질적인 요소가 정말 우리의 행복에 꼭 필요한지, 과연 멋지고 행복한 '나만의 집'은 어떤 곳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그림책이다.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짧지만 깊이 있는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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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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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책이 가득한 헌책방에 황금빛 햇살이 한가득 들어온다. 그 곳에서 책을 정리하며 편안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는 여자, 이 책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이 된 적이 있었으나 해당 소설을 새롭게 옮긴 책이다. 출간한 지 13년이 지난 2023년 영미권에서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무려 2024년에는 올해의 영국 도서상의 '소설 데뷔작'부문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고 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도 새단장을 하고 출간되었다. 소설의 실제 배경은 도쿄 진보초 고서점 거리인데,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을 읽고 '성지 순례'를 하는 외국인이 많다고 한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잔잔하게 힐링하는 느낌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소설이다. 작고 조그마한 서점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들, 또는 현재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자극적인 내용은 거의 없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다섯 살의 젊은 여성 다카코, 첫 페이지에서 그녀는 여름이 시작된 때부터 다음 해 이른 봄까지 모리사키 서점 2층에 있는 빈방에서 책에 둘러싸여 지냈다고 회고한다. 단 한 번도 그곳에서 보낸 날들을 잊은 적 없으며 자신의 진정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이 곳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인생이 무채색의 단조롭고 쓸쓸한 나날일 뿐이었을 거라고 단언한다. 도대체 그녀는 이 서점에서 어떤 추억을 쌓은 것일까?


모리사키 서점에서 지내기 전에, 다카코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는다. 하늘에서 개구리가 비처럼 내리는 것(일본 속담에 있는 내용인가 보다)보다 더 놀랄 만한 그 일은 바로 같은 직장에서 사귄 지 1년 된 연인 히데아키가 갑작스럽게 "나 결혼한다"라고 말을 꺼낸 것이다. "결혼하자"나 "결혼하고 싶어"가 아니라 "결혼한다". 그것도 길가에서 100엔 주웠다는 가벼운 말투. 다카코가 연인과 즐겨 갔던 신주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바로 그 말을 듣는다. 심지어 결혼 상대는 "그 사람"이라는데 다카코는 즉시 알아듣지 못한다. 그녀는 같은 직장의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여사원으로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심지어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다카코와도 가끔 만나줄 수 있다고 말하며 씨익 웃는 연인 히데아키. 


충격충격충격

진짜 일본은 이런 걸까? 아니면 소설이라 이렇게 시작하는 걸까?


다카코는 그 말을 듣고 너무 어지러워서 그 자리에서 히데아키에게 "그래? 잘됐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뺨을 때리든가 악담을 퍼붓는다든가 그런 걸 할 겨를도 없었다. 다카코는 연인의 고백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결국 도망치듯 직장을 그만두고 바보같은 자신을 원망하며 집에 칩거한다. 


현실을 도피하고 오직 잠에 빠져 방에만 틀어박힌 다카코, 한 달이 지났을 때 외삼촌 사토루에게 전화를 받는다. 증조할아버지가 열었던 진보초의 서점을 이어받은 삼촌은 다카코에게 고향으로 내려와 쉬면서 서점 일을 조금씩 봐 달라고 제안한다. 실수로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모모코 외숙모 이야기를 꺼내고 거절의사도 표현하지 못한 다카코, 외삼촌은 그녀가 제안을 수락했다고 생각하고 일은 순식간에 진행된다. 연인과의 일도 그렇고 다카코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스타일이 분명하다. 스스로 눈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여자로서 자신감도 부족하고, 항상 다른 이들의 흐름에 떠밀려다니는 느낌으로 시작한다.


전화를 받은 지 2주 후, 진보초의 서점에 머물게 된 다카코. 여기서도 처음엔 히데아키의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어느 날은 늦잠을 자다가 부랴부랴 손님을 맞이하지만, 그 일 이후로 정시에 일어나 서점 일을 돕는다. 소소하게 삼촌, 손님과 이야기 하고 책에 둘러싸인 생활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점차 회복하는 다카코. 그러나 이렇게 잔잔한 곳에도 몇 가지 사건은 일어난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언제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힐링 소설이다. 누군가는 다카코의 행동이 답답해서 가슴을 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그녀의 성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몰리게 되면, 자신감이 점점 쪼그라들게 되면 초반부의 다카코처럼 자신의 마음도 알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카코는 헌책방에서 책과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점차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되찾게 된다. 나중에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울만큼 성장한다.


자극적인 소설이나 티비 시리즈는 이제 그만, 착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가다듬고 싶다면 한가한 카페에 앉아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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