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여가 1
명효계 지음, 손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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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열화여가-몰입감 높은 판타지 무협 로맨스


 


오랜만에 재미있는 무협 로맨스가 있다고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은 <열화여가>, 이미 중국에서는 드라마화되어 방영하고 있다는데 70억 뷰를 이미 돌파하고 조회수 1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드라마 하면 제가 어릴 때 유명했던 <판관 포청천> 그리고 <황제의 딸> 시리즈, 그리고 몇 년 전에 봤던 후궁의 암투를 다룬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특히 <황제의 딸>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온 가족이 방영 시간만 되면 옹기종기 모여서 열심히 시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미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나왔는데, 정말 예쁘다고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다시 <열화여가>로 돌아와서, 대부분의 중국 드라마 특히 무협 드라마는 남자가 주인공인데 이 책은 드물게 여자가 주인공이더라구요. 책 내용도 무협+로맨스+여자 주인공의 성장물이라서 여성 독자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분홍분홍한 배경 아래 새하얀 꽃잎들이 떨어지는 책 표지만 봐도 여성 독자를 타겟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과 함께 책표지와 똑같은 그림이 있는 미니미한 거울도 받았는데 파우치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화여가>는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읽을 때는 등장인물들이 많아 좀 헷갈렸습니다. 다행히 책의 맨 앞페이지에 주요 등장인물의 간단 소개가 있어서 쉽게 인물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무협이다 보니, 그리고 장편이다 보니 등장 인물이 좀 많은 편입니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열여가, 열화산장의 장주 열명경의 고명딸이며 열명경의 수제자이자 차기 장주인 전풍과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신들의 짝은 서로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애틋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전풍의 변심, 그에 충격을 받은 여가는 낙양 제일의 청루인 품화루에 시녀로 들어가게 됩니다. 바로 남자들을 사로잡는 방법에는 뭐가 있나 관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요새 기준으로는 맞지 않는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이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녀들이 부와 명예, 지위 등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의 첩으로 들어가기 위해 옷을 하나씩 벗는 쇼를 한다든가, 그 쇼가 망측하다고 함부로 칼로 베어버리려는 행동이나 기녀들끼리의 치사하고 더러운 견제 행위, 그리고 짝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굳이 청루(기생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에 몸종으로 들어가서 남자를 꼬여내는 비법을 알아내려고 한다는 것 등등 요새 사상과는 맞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배경이 한 명의 남자가 여러 처첩들을 거느리고  오직 남자만이 관직에 진출할 수 있으며, 때로는 명성 높은 강호인들이 무기로 거슬리는 사람들을 응징하거나 죽이는 '강호'라는 것을 생각하면 감안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여가가 청루에서의 경험을 통해 진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것, 그리고 청루에서 얽히는 인연들을 생각하면 청루는 반드시 나와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열화여가>는 첫 페이지부터 기루인 청루를 배경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내용이 전체적으로 술술 흘러가고 몰입감이 있어 한 번 책을 잡으면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 '은설'이라는 품화루 1순위의 절세가인이자 칠현금 명인이 여가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도대체 이 자의 정체가 무엇일지 생각하며 푹 파져들게 됩니다. 게다가 곳곳에 있는 반전들과 여가의 생각보다 더 깊이 스며들어 있는 '음모'등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조금만 읽으려고 이 책을 펼쳤다가 순식간에 새벽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 읽어버렸습니다. 2권이 나온다는데, 1권에서는 남자주인공으로 예측되는 전풍의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고 여가와 은설 위주로 줄거리가 흘러갔습니다. 아마 2권에서는 여가와 전풍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듯 합니다. 전풍이 여가를 사랑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미워하는 척을 하고 있다는 암시가 곳곳에 나와있는데 전풍의 사연, 그리고 여가의 숨겨진 힘이 나올 것을 생각하면 2권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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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상하이 - 2018-2019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서혜정 지음 / 길벗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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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무작정 따라하기 상하이-상하이 전문가의 상하이 명소 소개


 


벌써 휴가철이 막바지에 이르렀네요. 올 여름 대한민국 전체를 뜨겁게 달궜던 더위도 살짝(아주 살짝이지만) 수그러들고, 처음엔 어떻게 이 긴 여름을 나나 했는데 말이죠. 어쨌든 아직 8월은 끝나지 않았고 가까운 곳으로 가는 여행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해외여행지에서 중국의 '상하이'는 빼 놓을 수 없는 도시예요. 중국의 엄청난 발전을 실감할 수 있고 아름다운 야경과 갖가지 신기한 먹을 거리들,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볼 수 있으며 중국의 갖가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죠.


<무작정 따라하기 상하이>는 10년 간 상하이에서 살면서 상하이를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작가가 온 노력을 다해 만든 책입니다. 간략한 상하이 정보는 물론이고 월 별 상하이 날씨, 상하이 대표 명소, 날짜 별 여행 준비 방법, 상하이에서 꼭 사야할 아이템과 먹어봐야 할 음식, 쇼핑몰과 디즈니 랜드 등등 상하이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여행 정도들이 이 책에 담겨 있어요.


그리고 모든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처럼 두 권으로 책이 분리되어 있어서 한 권은 여행 가기 전에 계획을 세울 때, 다른 한 권은 상하이 여행 중에 가볍게 들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어요. 저자의 상하이 소개 중 재미있었던 것은, 상하이는 여행자들이 알기 힘든 꿀팁이 넘쳐나는 도시란 거였어요. 외곽 도시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회버스를 타는 것이 좋고 외관은 허름해도 줄 서는 곳들이 진정한 맛집이며, 와이탄의 미슐랭 셰프 레스토랑은(일본의 미슐랭 레스토랑은 맛이 다 달랐는데, 상하이의 미슐랭 레스토랑은 좀 다른 모양이에요.) 맛이 비슷하다는 점 등등.


중국의 통제가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등이 차단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 놀랐고, 되도록 공공 화장실보다는 호텔이나 백화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좋다네요. 화장실에 문이 없기도 하고 오물들이 수로를 타고 나가는 방식이라... 하하, 인터넷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했을 때 떠돌아다녔던 그 유명한 중국형 화장실인가 봐요 ㅠㅠ 이 부분에서는 역시 한국이나 일본의 화장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어요.(솔직히 유럽도....정말 화장실 가기 힘들죠. 돈 내고 들어가는 화장실이 더러울 때도 많고요.)


상하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다르지만 가장 좋은 계절은 상하이의 가을인 9월부터 11월까지라고 해요. 9월은 적당히 덥고 10월과 11월에는 높고 맑은 하늘이 예쁘고 날씨가 좋아 돌아다니기 좋은가 봐요. 그리고 중국의 많은 부가 몰린 도시인 만큼 명품 쇼핑몰이 어마어마한 규모이고, 디즈니 랜드도 즐길 수 있어요. 전 세계에서 유일한 트레저 코브를 볼 수 있다는데 '캐리비안의 해적'을 본 딴 듯 해요. 어마어마하게 높은 632m의 상하이 타워, 429m의 상하이 금융 센터와 같은 고층 건물에 올라가 상하이의 전망을 즐길 수도 있고 개화기에 지어진 아름다운 서양식 건물을 보면서 상실과 진보를 동시에 겪었던 상하이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에는 위위엔, 와이탄, 라오마토우빈장, 푸동 빈장따따오 등이 있었는데 역시 야경으로 유명한 도시답다고 생각했어요. 죽어 있는 공간이었지만 문화와 예술로 살린 곳, 1933 라오창팡이라는 건축물도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유럽 느낌이 난다 싶었더니 영국인 건축가가 지은 곳이었네요. 그리고 중국이 어마어마하게 긴 역사를 가진 곳답게 엄청난 양의 유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상하이 박물관 소개를 얼추 보니 규모가 엄청나더라구요. 그리고 베네치아를 연상시키지만 베네치아와 다른 수향마을도 인상적이었어요. 중국 풍경을 그린 만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 것 같은데 중국의 전통가옥과 다양한 먹거리 등을 접할 수 있는 곳처럼 보였어요.


 정말 즐기고자 마음 먹는다면 상하이에는 여러가지 테마로 보고 경험할 것들이 많아서 짧은 여행 기간으로는 다 보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갈 때마다 다른 테마로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면 최소 3-4 번 이상 가 봐야할 것 같은 느낌? 중국의 다른 도시는 모르겠지만 상하이는 숙소도 꽤 괜찮다고 들었고 발전된 부분이 많아서 가볼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하이 여행 <무작정 따라하기 상하이>로 함께 준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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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만에 마스터하는 공무원 영문법
정승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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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0일 만에 마스터하는 공무원 영문법-빠르게 기초 영문법  완성하기


 


처음엔 공무원 영어를 쉽게 생각했으나, 막상 풀어보니10년 간 영어를 가르치고 토익 점수가 만 점인 저자에게도 어렵게 느껴지는 시험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시중에 나온 문제집들은 모두 수능 영어를 적어도 2-3등급 이상 받은 학생들을 위한 교재였고, 영어가 중학교 수준에 멈춘 학생들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만든 책, 어렵게 읽고 외우는 빽빽한 문법책이 아니라 소설처럼 쭉쭉 읽어나가는 쉬운 영문법 책 <10일 만에 마스터하는 공무원 영문법>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체 책 분량은 약 340페이지, 쉬운 책이라더니 왜 이렇게 두꺼워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단정은 금물! 책을 처음 펴자마자 열심히 단어마다 기억하려고 노력하며 읽는 책이 아니라 저자가 의도한 것처럼 소파에 누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소설책보다는 공부 방향을 알려주는 학습서나 공부 방법론에 관한 책처럼 읽으면 됩니다. 문법에 무한대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공시생이라면 이 책을 통해 가볍게 기본기를 쌓고, 영문법이란 무엇인지 이해하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순서는 다른 모든 문법책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8품사와 문장 형식으로 시작하여, 동사의 시제, 조동사와 수동태, 부정사, 동명사, 분사, 관계대명사, 관계부사, 그 외의 문법설명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이점은 문장의 형식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명사, 형용사, 동사와 같은 8품사의 설명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당연이 명사, 동사 등 품사의 명칭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문법책과는 달리 용어의 기초부터 설명합니다. 정말 영문법 기초가 없어 하나씩 짚어나가며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문법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은 오히려 이런 부분이 너무 쉽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있으므로 다른 책으로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예시는 쉬운 단어,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으며 셀 수 있는 명사와 셀 수 없는 명사를 제시할 때에도 헷갈리는 부분은 뺐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에서 자주 나오는 문법 요소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갑니다. 그래서 영문법을 쉽게 공부하면서도 내가 포인트를 어디에 두고 공부해야하는지 파악하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질문과 대답 코너로 따로 만들어 노하우를 알려줍니다. 또한 쉬운 영문법 책이라도 공무원 시험에 기출된 숙어들, 표현들 등을 따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포스트잇 등으로 표시를 해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1. 영문법 용어 설명부터 차근차근, 영문법 초보자도 읽을 수 있다

2. 문법 설명이 말로 길게 풀이되어 굉장히 쉽게 되어 있다.(대신 문법을 잘 아는 사람은 지루하고, 괜히 글 분량이 많게 느껴질 수도)

3. 쉽지만 공무원 시험에 자주 나오는 포인트는 모두 나와 있다.

4. 꼭 필요한 문법 요소는 외울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5. 학습방법 설명책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6. 예시 등등은 모두 공무원 기출을 사용하였다.


혹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영문법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빠르게 영문법 기본 용어와 기초를 쌓고 다음 단계를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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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제일 간단한 영어책 (빅팻캣 시리즈) - 빅팻캣의
무코야마 아츠코.무코야마 다카히코 지음, 다카시마 데츠오 그림, 김은하 옮김 / 윌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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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빅팻캣의 세계에서 제일 간단한 영어책-직관적으로 영어 배우기!


 

 


이 책의 저자는 한평생을 일본에서 살다가 별 생각 없이 결혼을 위해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특별한 준비 없이 그녀는 맨땅에 헤딩을 해야했고 매일 울면서 영어에 매달렸지만 이상하게 영어는 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영어권 나라에 오래 살았으나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고 짧은 영어밖에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특히 뇌가 굳은 성인들에게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저자에게도 일어났으나 일본에서 가져간 문법책의 구원을 받았으니, 미국에서 살아있는 영어를 경험한 후 다시 접한 문법책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고 한다.


저자가 깨달은 것은, 성인이 외국어를 익히려면 문법적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과 아무리 문법을 잘 알아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일본에 돌아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친 후 쓰게 된 <빅팻캣 시리즈>, 이 책은 최소한으로 문법을 정리하였으며 혼란이 될만한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기도 했다. 바로 빅팻캣은 문법을 세세히 따져 적은 책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기 위한 준비서이기 때문이다. 읽어 본 결과 일본이나 한국과 다른 어순을 가진 영어, 다른 사고 방식으로 전개되는 영어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처럼 영어를 좀 더 영어권 사람들처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한국어를 할 때 우리가 어순, 조사, 문장 호응관계 등등을 일일이 떠올리지 않고 구사하는 것처럼 영어권 사람들도 그렇다. 하지만 어순부터 다르니 한국인들은 영어를 익히는 첫 걸음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나는 머리 속에서 왜 영어 어순이 이렇게 되는지 일일이 재조합하면서 한국어를 영어로 바꾼 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영어도 한국어처럼 바로바로 자연스럽게 내뱉고 싶었다. 영미권 사람들의 사고방식, 언어구사방식을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한다면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좀 더 빠르게 영어식으로 사고하고 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빅팻캣의 세계에서 제일 간단한 영어책>에 따르자면 영어는 그나마 간단한 언어이고 일본어는 손꼽힐 만큼 어렵다고 한다. FBI에서 영미권 사람들이 가장 익히기 힘든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였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한국어도 마찬가지일 듯 하다. 영어는 초보자가 써도 어느 정도 읽을 만 하지만 한국어는 그렇지 않다. 외국인이 쓴 것인지 아닌지 쉽게 구분된다.(Hellow talk을 한 번이라도 들어가 본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 것이다.) 영어는 중요한 순서에 따라 간단히 나열되는 편이라고 한다. "누가->했다->무엇을" 과 같은 순서로 나열하고 장소나 시간같은 것은 생각나는 대로 덧붙여도 되므로 "인간이 사고하는 순서=영어의 어순"이다.

 


저자는 영미권 사람이 아닌 사람들은 영어를 마스터할 때 대부분이 어느 한순간 갑자기 안개가 걷히듯이 깨닫는다고 한다. 인풋을 어느 수준 이상 축적해야만 이 과정에 도달하는 듯 하다. 내가 고등국어를 가르칠 때에도 비슷한 말을 하는데, 언어 실력이 상승하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한가 보다. 또한 영어는 무엇보다 '읽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내가 다른 블로거의 추천으로 읽은 <크라센의 읽기 혁명>에 나온 것과 동일하다. 보고 읽고 듣고, 이런 식으로 영어가 상당량이 축적되어야 영어가 터질 수 있다. 저자의 이런 주장에 따라 <빅팻캣>영어 원서 시리즈가 만들어졌으니 혹시 관심있는 사람들은 찾아보기를 바란다.


<빅팻캣>은 영어의 기본 구조를 간단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들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A가 B를 대상으로 어떤 행위를 한다"가 영어 문장의 70퍼센트 이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박스와 화살표 도식으로 표현하고 예시를 들어주는데 초등학생이 봐도 이해될 만큼 쉽다. A상자에는 주인공, B상자에는 조연이 들어가고 화살표에는 A가 B를 대상으로 한 행위가 들어간다. 이렇게 선형적으로 이어 보니 신기하게도 영어 문장이 되었다. 또한 이 기본 구조에 조연들을 덕지덕지 붙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꾸밈이 들어간 복잡한 영어 문장이 되었다. 도식들이 어려운 문법, 문장구조를 매우 간단하게 나타내니 머리가 굉장히 명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영문법이나 말하기, 독해 실력을 늘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 문법, 독해, 말하기 등등 영어를 공부했으나 별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빅팻캣>을 읽고 영어권 문장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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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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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재를 떠나보내며-책덕후의 책에 대한 연가


 


여기 어쩔 수 없는 개인의 사정으로 소중히 모아온 책들을 깜깜한 상자에 가둘 수 밖에 없었던 독서광이 있다. 어린 시절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가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났고 시력을 잃어가던 그에게 책을 읽어준 이후 평생을 독서가, 장서가로 살아왔다. 또한 그는 <밤의 도서관>, <독서 일기> 등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자신의 서재를 잃고 책들에게 바치는 <서재를 떠나보내며>를 썼다. 하나하나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을 장서들을 무미건조한, 특색없는 상자에 쌓아 넣으면서 그는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책들을 위한 책이자 자신의 텅 빈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전문적인 책 수집가는 아니지만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디선가 책을 모으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말을 들었는데 한 부류는 수집하기 위해 모으는 사람이고 다른 부류는 읽기 위해 모으는 사람이었다. 전자는 책을 최대한 깔끔하게 보관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서 책의 비닐 커버도 벗기지 않고 고이 보관해두는 경우가 많다. 나는 주로 수집하기보다는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수집용으로 산 책은 거의 없으며 모두 읽기 위한 책이니까. 책을 함부로 던지거나 굴리지 않으며 책을 읽을 때에도 책 장이 구겨지거나 접힐까봐 소중히 대한다. 내가 자주 머무는 자리에는 어디에나 책을 두고 싶어하며, 아무것도 읽지 않은 날에는 뭔가 서운하다. 항상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 안에는 사고 싶은 책들이 한가득 담겨 있으며 매 달 상당한 양의 책을 구입한다. 그러다 보니 책장에는 책이 꽉꽉 차 있어서 틈새 여기 저기에 책들이 들어가 있다. 언젠가는 제 자리를 마련해 주리라 약속하면서, 임시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여 서재가 책으로 꽉 찬 사람들은 모두 <서재를 떠나보내며>를 읽고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우주의 도서관에는 모든 독자를 위한 책이 적어도 한 권은 있다. 그러나 아무 책이나 그 한 권의 책이 될 수는 없고 또 모든 책이 모든 독자를 위해 집필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서문 중에서-

 

그가 책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의 애독서 목록을 살펴봄으로써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으며 또 그 사람과 사귀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여부도 판단한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유치하다고 폄하(읽어 봤는지 그 여부도 불투명하다)한다면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읽은 흔적은 하나 없고 보여주기 위한 책들(수집용도 아님)로 가득찬 서재를 마주하면 차라리 텅 빈 책장에 두어 권의 책이 굴러다니는 것을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며, 내 취향과 비슷한 또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충분히 존중할 만한 책들이 꽃혀 있는 것을 볼 때 호감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책을 우주에 비유한 것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우주를 가지고 있고, 다른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그가 자신이 가졌던 마지막 도서관에 대해 읽고 잠이 들었다. 내 꿈 속에서 나만의 도서관이 나왔다. 도시 근교의 한적한 곳에 넓은 정원을 가진 아담한 집이 있었고, 서재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녹음이 짙은 정원을 바라볼 수 있었다. 서재 안에서 나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모여 한적하게 차와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할 수 있었고 방의 삼면에는 온통 책이 가득했다.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초목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시끄러운 경적소리, 공사장 소리 등 도시에서 겪는 소음들이 전혀 없었다. 창을 가리는 높다란 건물도 없어 이 층에 올라가면 바깥 정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서재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읽고 잠이 드니 나도 모르게 내가 그리던 꿈의 서재를 보았나 보다. 꿈에서 깨고나니 저자는 정말 마음에 들었던 서재를 잃고 나서 그 마음이 얼마나 비통했을지 이해가 갔다.


<서재를 떠나보내며>를 읽으면 읽을 수록 그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가 얼마나 방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세계의 작가들이 쓴 온갖 유명한 책들이 줄줄이 흘러나왔고 그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감상들이 애틋하게 이어졌다. 번역본과 텍스트 초고에 대한 의견도 흥미로웠으며 때때로 고전을 이용한 비유법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서재를 떠나보내며>를 읽으며 책에 대한 작가의 연가를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부르는 연가와 어떻게 다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우주의 도서관을 떠올리면서 읽는다면 훌륭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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