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앤틱 & 빈티지 마켓 여행 - 나 홀로 즐기는 7일간의 보물찾기
박윤호 지음 / 렛츠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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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하는 천편 일률적인 여행은 No! 

나만의 특별한 여행이 좋아!

 

<런던 앤틱&빈티지 마켓 여행>은 한국 사람들도 이제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책의 저자는 국비 유학시험에 합격하여 해외에서 살던 중 유럽 앤틱의 매력에 푹 빠져 희귀한 종과 티스푼, 한국 역사 문화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컬렉터 박윤호씨다.


 

 

 

저자가 런던 마켓에서 영국의 도자기, 그림, 장식품 등의 앤틱 제품이나 빈티지 제품을 벼룩시작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변인들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런 정보에 목마른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가 이렇게 알찬 정보가 담긴 책을 출판하게 된 것!


잠시, 뜬금없지만 저자의 지인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저자의 지인님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이 책을 보고 영국 런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저는 이 책을 샅샅이 읽고, 영국 벼룩시장에서 두 눈 크게 떠서 반드시 득템해 오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런던의 포토벨로 앤틱 마켓이 어마어마하다는 소식을 듣고 꼭 들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런던 앤틱 & 빈티지 마켓 여행>에서는 무려 요일 별로 런던 앤틱 마켓 집중 여행 일정을 알려주었다. 당연히 각 앤틱 마켓의 개장 요일과 오픈 시간, 클로즈 시간은 물론이고 수집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면 좋은 시간대까지 있었다. 이런 보물같은 책을 알게 되다니, 정말 마른 땅에서 우물을 찾는 기분이었다.


대영 박물관에 전 세계의 온갖 귀중한 유물이 많이 모여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 것이다. 영국이 산업 혁명을 일으키고 세계 1, 2차 대전에서 모두 승리한 덕분인지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모은 보물들이 많다. 그런데 대영 박물관 뿐 아니라 영국의 벼룩시장에도 동양의 귀중한 수집품들을 구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으면서 놀랍다. 우리나라 기생들의 사진집이라든가 대한제국의 국기가 그려진 담배갑이라든가 영국에서 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상품들도 있었다.

 

저자가 세운 여행 계획은 앤틱 마켓 둘러보기로 시작해서 그 근방의 문화, 예술 관광지를 둘러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첫 번째 목적이 앤틱 마켓에서 수집품을 사는 거다 보니 출국 전 준비 방법, 여행 루틴, 숙소 모두 앤틱 마켓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앤틱 마켓이 주 목적이 아닌 여행자들도 이 여행 루트를 참고하면 가고 싶은 관광지를 가면서 앤틱 마켓에서 멋진 물건을 득템할 수 있는 일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로 보고 싶었던 마켓은 포토벨로 앤틱 마켓이었는데, 역시 영국 최대의 앤틱 시장 중 하나라 그런지 저자도 후한 평가를 내렸다. 게다가 여행 팁 중 앤틱 마켓에서는 뽁뽁이 등 파손 상품을 감싸는 포장재를 주지 않으므로 한국에서 미리 챙겨가라는 것과 고액권이 아닌 소액권을 주로 챙겨가라는 언급이 있었는데 앤틱 마켓에서 티팟 세트를 노리고 있는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조언이었다.

 

책을 보다 보면 군데군데 저자가 수집한 유럽 국가들의 실버벨, 그리고 한국 역사와 관련된 골동품들의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실버벨에 전혀 문외한인 나에게도 아름답게 보이는 물건들이 상당히 많았다. 또한 앤틱 마켓에서 흥정하는 법, 운동장에서 열리는 일반인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 대한 소개 등 영국 마켓에 대해 꿰뚫고 있지 않으면 알기 힘든 조언들이 여기저기 있어서 혹시 놓치는 정보가 있을까 책을 샅샅이 훑었다.


내가 영국에서 사고 싶은 것들은 영국에서 마든 티팟 세트(티팟 세트를 고르는 팁도 있어서 좋았다)와 Fairy Tales관련 책들인데 굳이 새 상품을 사기보다는 앤틱 마켓을 돌아다니면서 득템을 해야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ㅎㅎ 과연 내 손에 들어올 물건들이 있을까? 여행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쪼끔 아쉬웠던 것은 책의 크기에 맞추다 보니 사진 비율이 안 맞는 것들이 꽤 보였다는 점, 하지만 영국 정보통이 없는 한국 사람들이 얻기 힘든 앤틱 마켓 정보들이 가득 있었다는 점이 그 단점들을 상쇄하고 남았다. 무언가 목표물이 있어 영국의 앤틱 마켓을 돌아다닐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참고하라고 말하고 싶다. 열심히 영국 마켓을 돌아다니며 저자처럼 만족스러운 나만의 보물을 획득해서 가져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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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
조이스 박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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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상처입은 여성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


 


책의 소개글이 가슴에 꽂혔다.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


보통 우리는 반대로 말한다.

기분나쁜 일이 있더라고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지 말라고.

웬만하면 긍정적이고 좋은 말, 그리고 웃는 표정으로

꽃 같은 말을 사용하라고.


어째서 저자 '조이스 박'은 '뱀같은 말'을 우리에게 던지고 싶었던 걸까? 



 


어떤 남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왜 나쁜 남자만 만나요? 왜 그런 남자하고만 사랑에 빠지는데요?

똑해 보이는데, 그 머리로 보면 나쁜 놈인 줄 몰라요?"


돌직구로 날아오는 이런 질문을 받고 나는 잠시 멍했다가 대답했다.


"내가 푸른 수염의 딸이라서요."


-빨간 모자가 하는 말 중에서-



살다 보면 정말 능력있고 멋진 여자들이 누가 봐도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변에서 다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나쁜 남자에게 푹 빠져 자신이 엉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책에서 푸른 수염을 가진 부유한 남자는 매번 젊고 아리따운 여자와 결혼을 하는데, 결혼을 하면 부인에게 열쇠 꾸러미를 주면서 절대 한 방은 열어보지 말라고 한다. 당연히 부인이 된 여자들은 그 문을 열어보고 거기서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는 푸른 수염의 전처들을 발견, 곧 자신도 같은 신세가 된다.


저자가 <푸른 수염>을 폭압적인 가부장을 상징하는 인물로 보았다. 주변에서 푸른 수염과 같은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하여, 정신과 영혼이 죽을 때까지 힘들어하는 여자들을 찾는 건 쉽다. 조금 더 의미를 확대하여 <푸른 수염>을 잘못된 가부장제 문화, 그 모든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당신 하나만 참으면 돼, 그럼 집안이 조용하잖아."


"그게 잘못됐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야. 하지만 어른들인데, 고치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렇게 한 명의 희생으로 다른 모든 사람들은 화목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낸다.

며느리들이 당하는 불합리한, 은근한 상황을 웹툰으로 표현한 <며느라기>에 그렇게 많은 며느리들이 공감한 것은 이와 비슷한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저자는 "왜 나쁜 남자만 만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푸른 수염의 딸로 자랐으니까요."라고 답한다.

푸른 수염의 딸로 자라서 '푸른 수염 같은 남자는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은 후 세상 끝까지 도망가서 찾은 남자가 알고 보니 푸른 수염이었다고.


꽃 같은 말을 했던 소녀는 입에서 꽃과 보석이 나오는 상을 받고,

뱀 같은 말을 했던 소녀는 입에서 뱀과 개구리, 두꺼비가 나오는 벌을 받았다.


언제나 다른 사람이 듣기 좋은 말만 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날카롭고 상대의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말이라도 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말이 있다. 이런 말까지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아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은 꽃과 뱀을 모두 품고 있다. 모든 여자는 꽃과 뱀을 모두 다 품고 있다.

 


"넌 나처럼 살지 마라."

"난 엄마처럼 살지 않겠어."


놀랍게도 엄마와 내가 주고 받는 말이다. 놀랍지 않게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모녀가 이와 똑같은 말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라푼젤을 납치하여 높은 탑에 가두었던 고델 부인에게서 저자는 젊은 시절 남자에게 잔뜩 상처받은 또 다른 라푼젤을 찾았다. 라푼젤이 남자에게 버림 받고 늙으면 자신처럼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라푼젤이 남자를 만나는 것을 모두 막는다.


동화책을 비틀어 수많은 이야기를 찾아낸 이 책은, 마음속에 움츠려 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동화 에세이이다.

동화 속에는 유독 여성들에게 금제가 가해지고, 여성들이 그 금기를 깬 후 벌을 받는다. 작가는 이 금기를 여성에게 걸린 수많은 제재로 보고 현대 여성의 삶과 연결시켰다.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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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탐정 홈즈 1 - S큐브
모치즈키 마이 지음, 야마우치시즈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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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교토탐정 홈즈-교토 신사가 해결하는 골동품점의 미스터리 사건


원래 내가 골동품점, 엔틱 느낌, 시대물, 역사에 얽힌 이야기나 야사 등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취향 저격인 책이 나올 줄이야.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도 시대물+추리물 이라는 점에서 선호하긴 하지만 재미로 따지면 이 책이 월등했다. 만약 엔틱 느낌+추리물+감성이 물씬 풍기는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싫어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인공은 17세의 여고생 마시로 아오이와 22세 교토대학 대학원생인 야가스라 키요타카, 통칭 홈즈로 불리는 청년이다. 마시로 아오이는 집안 사정으로 사이타마 현 오미야 시에서 교토로 이사오게 되었는데, 홈즈가 일하는 골동품점에 할아버지의 수집품을 팔고자 한다. 집안 사람들 몰래 목돈을 마련하고자 죄책감을 무릅쓰고 가져온 것이, 알고보니 엄청난 작품이었던 것! 그녀가 전에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사귄 남자친구와 절친이 바람이 나서 찾아가 따지려고 하였는데 기차표가 비싸서 돈을 마련하려고 했었다. 홈즈는 신기하게도 마시로 아오이의 이런 사정을 모두 꿰뚫고 있어 그녀는 역시 '셜록 홈즈'같다며 감탄한다. 잘생긴 교토대학 대학원생인 홈즈는 그녀에게 골동품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차표를 마련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고, 그녀가 수락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마시로 아이오가 '교토신사'라고 생각하는 통칭 홈즈, 바로 이 교토대학 대학원생이다. 정말 홈즈처럼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추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안목을 갖고 있어서 일본의 골동품을 감정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이런 능력을 갖게 된 데에는 특이한 집안 내력과 집안 사정이 얽혀 있지만, 이 감정능력은 무척 뛰어나서 갖가지 사건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해결한다.


여기까지는 원탑 주인공이 활약하는 추리물은 대부분 갖고 있는 매력이라 할 수 있는데, 내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부분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교토에서 활약하면서 알게 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들이다. 일본인들이 자기네들의 문화를 컨텐츠로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는 점점 더 교토 분위기에 빨려들어갔다. 현재 교토 부근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구경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교토 여행은 완전히 단념하고 있었는데(교토보다 훨씬 매력적인 여행지도 많고) 이 책을 읽고 나니 너무 교토에 가고 싶었다.


봄이 오면 자전거를 타고 교토를 돌아다니며 닌나지의 키작은 벚꽃들을 감상하며 꽃구경을 하고 싶었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영향을 받았을게 분명한 달마도를 살펴보고 싶었으며 올해의 사이오다이가 발표되어 무녀의 역할을 하는 축제 장면을 보고 싶었고 숲의 제신이 숲에서 재판을 했다는 '타다스의 숲'에 가 보고 싶었다. 교토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신기한 소품과 골동품들을 보며 즐기고 싶었고 여름에도 25도를 유지하며 뛰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일본의 계곡에 가고 싶었다.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토의 숨겨진 이야기 그러니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역사적 이야기를 하나씩 재미있게 풀어내어 교토의 매력을 수직상승 시킨다는 점이다. 교토가 이런 곳이었나?(물론 일본의 옛수도니까 당연한 거지만 일본인도 잊고 사니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슬프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게 컨텐츠화된 작품들이 많이 없을까? 굳이 딱딱한 방법으로 설명하듯이 가지 않아도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고 장르소설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마 나 이외에도 이 소설을 읽은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일본의 '교토'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서 장르문학이 가진 판은 너무 좁다. 독자층도 좁고 소재도 좁고, 여전히 장르소설은 인스턴트 싸구려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교토 탐정 홈즈>는 재미있는 장르 소설이 문화 컨텐츠를 어떻게 재생산하고 사람들을 일본 특유의 매력으로 이끄는지 보여주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렇게 감탄할 수 있는 작품들이 잔뜩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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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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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자유론/존 스튜어트 밀-아아비리그 필독 고전 읽기


현대 지성에서 클래식 시리즈로 이번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 정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선 보였다. 철학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자유를 논할 때, 그리고 공리주의에 관해서 논할 때 존 스튜어트 밀은 빼 놓을 수 없는 철학자이다. 그래서 아이비리그를 비롯하여 전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자유론>을 필독 도서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명문대의 필독 도서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자유론>에 빚지고 있다'라는 소개글이 매우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리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보장 등을 생각해보니 우리가 머리 속에서 당연하게 떠올리는 사회적 자유에 대한 기본 원칙이 모두 그의 이론에서 나온 것이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축약된 버전, 사회적 자유의 발전 과정(마이클 샐던의 정의론에서도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을 본 것 같다.) 등으로 접한 적은 많았는데 왜 그의 저서를 직접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는지 문득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론>에서는 존 스튜어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은 물론이고 요약본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가정적 배경까지 알 수 있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1806-1873년,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계몽주의 사상이 발생했으며 영국에서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많은 변혁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였던 아버지 밑에 태어나 아주 어릴 때부터 엄격한 조기교육을 받은 그의 이력은 어마어마하다. 조기교육을 했다고는 하나 3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워 8살부터 헤로도토스와 플라톤의 저작을 읽었다고 한다. 8살부터는 라틴어를 배워 오비디우스 같은 고전을 읽고 12살부터는 스콜라 철학의 논리학을 공부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작들을 원어로 읽고 13살 때는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스 리카도의 저작을 통해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는데, 완전히 천재의 행보이다. 고등학교 때 이런 철학 이론을 쉽게 풀어놓은 비문학 글을 읽고도 멍 때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10대 초반에 이미 이 수준에 다다랐으니 <자유론>, <공리주의>같은 저서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24살 때 존 테일러의 부인이자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벌인 해리엇 테일러를 만나 교제했고 오랫동안 지적 교류를 하면서 지내다가 남편이 죽자 그녀와 교제한지 21년 만에 결혼하여 해리엇이 아비뇽에서 폐출혈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는 것이다. 밀 또한 말년에 프랑스에 머물다가 아비뇽에서 죽었고 부인과 나란히 묻혔다. 부인의 영향인지 그는 여성의 해방과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며 평등만이 미덕들과 능력을 계발할 수 있게 해 주므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자유를 누려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밀은 자유론의 맨 앞 부분, '헌정사'에서 부인의 뛰어난 지혜를 통해 동기부여와 도움을 받았다며 그녀의 공헌을 말하는데 부인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외에 맨 앞 부분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살던 사회적 배경과 함께 그의 저작과 사상을 간략히 정리해 놓았다. 만약 이런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해제'부분을 꼼꼼히 읽고 <자유론>을 본격적으로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밀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자유를 향할 수 있어야 개개인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렇게 천부적인 재능을 발전시켜 나가야 최대의 효용을 얻는 것이라 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의 자유를 자유롭게 누를 수 있으며 직접적인 피해를 줄 때에는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보았다. 만약 간접적인 피해라면 정부는 간섭할 수 없다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상황에까지 간섭하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제한하는 폐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 하였다. <자유론>에서는 자신의 이론과 함께 상세한 예시도 함께 들어가 있어서(사회가 개인에 대해 가지는 권한의 한계에서는 금주법이나 미국 대중의 사례 등을 들었다) 생각보다 그의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놀랐다. 추상적으로, 현학적으로 이론을 전개해 나간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자세한 예를 들어 되도록 자신의 이론을 정확하게 피력하려고 노력한 부분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존 스튜어트 밀에게 '자유'를 빚지고 있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이 달콤한 자유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이 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면 날 잡고 <자유론>을 제대로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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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재의 영어독설 - 한글영어라는 소리영어로 영어듣기와 영어회화 잘하는 법
정용재 지음 / 한글영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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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용재의 영어독설-소리영어로 원어민처럼 영어회화배우기


 


이상하다. 영어 공부를 10년 이상 했는데 영어 회화는 좀처럼 할 수 없다. 버퍼링 걸린 동영상처럼, 한글로 문장을 떠올리고 영어로 재조합한 후 이게 문법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따지고 입으로 뱉으면 내가 말하려고 했던 주제는 벌써 지나가 있다. 영어회화에 도전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해 봤을 것이다. 아는 사람 중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정적으로 굉장히 오래해 온 분이 있었는데 그 분 또한 영어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한글로 떠올려 다시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있노라면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원어민처럼 영어 회화를 하지 못할까? 항상 궁금했지만 무릎을 탁 치는 답은 얻을 수 없었다.

 


<정용재의 영어독설>이라는 책은 바로 이에 대한 답을 똑똑히 말해준다. 영어는 영어 문자로 공부하는 일고 쓰는 영어와 영어 소리로 공부하는 듣고 말하는 영어가 다른데, 우리는 문자 공부만 해 놓고 소리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문자교육과 소리교육은 동시에 할 수 없는데 우리는 이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듣고 말하는 영어를 하고 싶다면 철저히 문자 교육을 배제한 소리교육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문자교육을 한 후 이 공부를 소리교육으로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대로 소리교육을 통해 듣고 말하는 영어를 공부한 후 문자교육으로 넘어가는 것은 가능하다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는 것은 하지 못할 지언정 모국어를 말할 수는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주변환경을 통해 수만 번 같은 단어를 반복해 들으면서 듣기부터 완성시킨 후 말하기를 배우고, 이후 몇 년이 지나면 한글이나 알파벳같은 문자를 배우기 때문이다. 모국어를 배울 때 소리교육과 문자교육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에서의 영어교육은 대부분 듣기가 아니라 문자교육부터 시작하므로 애초에 원어민처럼 소리영어로 시작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은 말하기는 안 되지만 듣기, 읽기, 쓰기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착각이라고 말한다. 읽기가 된다는 것은 영어 원서를 술술 읽어나간다는 것이고 듣기가 된다는 것은 자막없이 영화나 뉴스를 자유롭게 듣는다는 것이고 쓰기가 된다는 것은 영어로 자유자재로 편지나 에세이, 일기 등을 작성하는 것인데 보통 사람들은 이 중에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우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공부한 영어는 무엇일까? 바로 시험을 위한 영어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최근 몇 년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어공부 시간이 시험을 위한 공부였다.


이 책은 원어민식 영어를 하고 싶다면 한국식 영어 공부 방법이 아니라 원어민처럼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문자영어를 먼저 시작한 사람은 소리영어로 전환하는 것이 무척 힘들며, 기존에 있는 한국식 영어를 포기하고 원어민식 영어를 다시 공부하는 재건축의 방식으로 두 영어 공부를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영아의 경우 영어에 대한 베이스가 전혀 없으므로 처음부터 소리영어로 교육을 시작한다면 원어민처럼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원어민식 영어 공부를 할 때에는 5살 이전이 적합하며 문자영어 교육은 초3 이후에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이미 오랫동안 문자로 영어를 공부해왔기 때문에 재건축을 해야하는, 소리영어를 배우기 힘든 쪽에 속하는데 만약 원어민처럼 바로바로 모든 단어를 영어로 떠올려 말할 수 있다면 많은 노력을 쏟아서라도 원어민처럼 말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소리영어 공부 방법을 주의깊게 보았다. 영어 듣기를 공부하려면 원어민의 소리에 많이 노출되고, 영어 문자와 의미를 연결시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소리를 한글로 적어서 하는, 한글영어 공부방법을 추천한다. 의미를 모르더라도 소리를 정확히 듣고 따라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말하고 뜻을 알고 등등의 모든 일은 소리가 들린 이후에 진행된다. 


영어듣기 방법은 3가지가 있다.


1. 집중듣기

2. 확인듣기

3. 흘려듣기


집중듣기는 그림과 한글영어를 보고 그림만 보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듣기, 확인듣기는 학습자가 제대로 따라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들려주기, 흘려듣기는 영화나 애니 등 영상물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한글영어로 공부할 때에는 의미를 모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림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글영어학습을 반복하면 스스로 교정할 기회가 주어지며 그런 과정에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해석을 해 주면 사고가 제한되며 발전하는 과정도 없다. 또한 한글영어로 배운 영어는 '느낌'으로 체화한 것이므로 바로 원어민처럼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그림과 함께 [이츠 레이닝]이라고 암기했다면 한국어를 떠올리고 영어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츠 레이닝]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영어 교재는 처음 접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특히 소리영어로 상황과 함께 영어를 접하면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생길 때까지 무한번 반복하므로 바로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다는 부분이 공감됐다. 실제로 복잡한 문장은 한글문장을 영어로 번역하기 위해 끙끙대지만, 내가 영어 공부를 하면서 수없이 듣고 따라한 문장은 바로 영어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처음엔 쉬우니까 그런 것, 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이 쉬운 문장들은 자주 듣고 읽고 따라하고 반복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글영어 교재는 스토리영어/패턴영어/영어단어로 분류되는데 책의 맨 마지막 파트에 샘플이 나와 있어서 어떤 식으로 영어를 학습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한글영어 공부 방법이 궁금하다면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한글영어 공식카페 https://cafe.naver.com/korchinese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제까지의 영어회화 공부법이 실패했다면, 또는 영어를 전혀 모르지만 원어민처럼 하는 영어를 시작하고 싶다면 <정용재의 영어독설>을 통해 소리영어 공부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소리영어와 문자영어가 좀 뒤섞인 상황이라서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상황인데, 그래도 저자가 제시한 공부법을 참고하여 드림웍스 채널을 소리로만 들어보려고 며칠 노력해 보았다. 그 동안 '영어 공부한 것+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예전에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덕분에 시도한 첫 날보다는 상당히 많이 들리는데 앞으로의 영어 공부 노선을 어떻게 해야할지 좀 고민이 된다.


이 책의 장점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개념을 정확히 집어내 '소리 영어'의 개념에 대해 쉽게 설명해놓았다는 것이다. 소리영어와 문자영어를 구분해 놓았고 왜 소리영어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말하기 위한 최적의 공부법인지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영어 공부법에 대한 오개념을 잡기 위해 그리고 올바른 원어민식 공부 방법을 설파하기 위해 페이지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유사한 설명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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