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진짜 잘하는 아이는 파닉스합니다 - 영어 1등급을 만드는 기적의 파닉스 공부법
박은정 지음 / 성림원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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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누군가가 자기는 파닉스 영어를 배운다고 했다. 어쩌다가 재활용 쓰레기장에 파닉스 영어 교재가 굴러다니는 걸 봤다. 도대체 파닉스가 뭐길래 배운다는 거지? 그리고 현재 2024년, 올해 1~2학년 초등학생들은 2022개정교육과정이 반영된 교과서로 학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 개정교육과정부터는 초등학교 영어 과목에서도 '파닉스'수업을 하기로 되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니 이제 전국의 모든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가 '제대로 된 파닉스 교육'이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영어 진짜 잘하는 아이는 파닉스합니다>의 저자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미국인에게는 한글 파닉스를, 한국인에게는 영어 파닉스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저자보다 더 오랜 세월 영어권 국가에서 거주한 강사들도 있겠지만,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바로 '한국인에게 필요한 파닉스 교육'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파닉스란 무엇일까?


파닉스는 영어 소리에 알파벳 글자를 연결할 수 있도록 그 규칙을 알아가는 것으로, 영어권 아이들은 글을 읽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파닉스 수업을 시작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보통 초등학교 1~2학년 때 파닉스 수업을 시작하는데 이후 책읽기로 확장되어 매 주마다 정해진 시간마다 책읽기 수업을 한다. 


파닉스 교육에 대한 논란


<영어 진짜 잘하는 아이는 파닉스합니다>에 따르면 파닉스 교육에 대한 논란은 영어권 국가에서도 뜨겁다고 한다. 파닉스를 해야 한다는 쪽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영어권 아이들도 파닉스를 깨치며 글 읽기를 시작하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영어권 나라에서 파닉스 학습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2022개정교육과정 영어과목부터 파닉스 수업을 강화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파닉스 학습을 반대하는 이들은 "약 40%의 학생은 어떤 프로그램과 도움 없이도 글자를 읽는 학습이 가능하니 굳이 할 필요 없다"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파닉스 학습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글 읽기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파닉스 학습 찬성론자는 파닉스 학습 자체가 글 읽기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하며 파닉스가 원래 비영어권 학습자들을 돕고자 만들어졌으니, 제 2의 언어 또는 외국어로 학습행 하는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연스럽게 책을 읽으며 글자를 읽지 못하는 나머지 60%의 학습자를 위해서도 파닉스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파닉스 교육 방식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음성 언어이 집중하는 수업, 문자 언어에 집중하는 수업,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를 모두 다루는 수업. 이 세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영어 진짜 잘하는 아이는 파닉스합니다>에서 저자가 말하는 '제대로 된 파닉스 수업'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고 한다. 하루에 알파벳 한두 개 정도로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분량으로 오감을 활용해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를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배운 글자를 적용해 읽기의 규칙을 이해하도록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를 재미있게 연결해 학습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후반부에 다루고 있다.


<영어 진짜 잘하는 아이는 파닉스합니다>에서는 파닉스 교육의 중요성, 그리고 영어권에서 진행되는 파닉스 교육에 대해살펴보고 왜 한국형 파닉스 교육이 따로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전 세계에서 영어를 배우는 환경은 크게 세 가지인데, 영어권 아이들이 영어를 모국으로 배우는 환경이 ENL, 모국어 외에 영어를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해서 제 2언어로 습득하는 환경 ESL(대표적으로 싱가폴, 홍콩, 필리핀), 그리고 마지막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면서 영어 사용도 제한된 환경에서 배우는 EFL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여기 EFL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EFL환경이라 교실 밖을 나가면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므로, 외국어로써 영어의 소리와 철자를 학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맞는 파닉스 교육 방식이 필요하며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확장하는 특별한 체험식 파닉스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환경에 닥 맞춘 파닉스 수업의 노하우와 구체적인 교육 방법이 책에 상세히 나와 있으며 동시에 파닉스 음원 QR코드도 제공하여, 강사나 교사, 엄마표 영어를 하는 학부모들도 활용할 수 있다. 진정한 한국 맞춤식 파닉스 교육이 궁금하다면, 파닉스 교육 어떻게 해야할지 헤매고 있다면 이 책이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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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 7 : 팬데믹과 백신전쟁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7
김응빈.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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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감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리집의 꼬마도 예외는 아니라...내내 잘 버티더니 최근 들어 감기 한번 나으면 또 다른 감기에 걸리고 있다. 최근에는  폐렴 바이러스까지 돌아다닌다고 하니, 아직 폐렴까지 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다.


이쯤 되면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우리들을 괴롭히는 감기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세균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코로나 19 팬데믹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아마 코로나19 당시에도 왜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는지, 유치원이나 학교는 왜 쉬는지,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줄기찬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줘야 하는지 고민된다면 <넥스트 레벨 팬데믹과 백신전쟁>을 꼭 함께 읽기 바란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이 책을 읽고 모르는 부분은 양육자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고, 평소에 과학에 흥미가 많은 10대 청소년이라면 신나게 이 책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아이가 어리다면 엄마나 아빠가 책을 꼼꼼히 읽고 아이가 이해가능한 수준에서, 책에 나온 그림들을 보여주며 간단히 설명해주면 좋다.


<넥스트 레벨 팬데믹과 백신전쟁>은 10대 청소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이 읽기 좋은 책으로 세균과 바이러스, 백신의 원리와 치료제 개발 과정, 코로나 19팬더믹 기간 중에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논란들, 팬데믹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들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룬다. 차근차근 하나씩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다루는데 무엇보다 각 챕터의 초반부가 모두 학습만화로 되어 있다. 불과 몇달 전까지 우리가 직접 겪었던 코로나19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10대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쉽게 접근하기 좋다.

<넥스트 레벨 팬데믹과 백신전쟁>을 읽으면서 연신 감탄했는데, 바로 교과 연계가 너무 잘 되어 있다. 첫 번째 레벨에서 다루는 내용은 바로 생물과 무생물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바이러스가 '무생물의 특징과 생물의 특징을 모두 지닌 특별한 존재'라고 알려준다.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에서도 배우는 내용으로 세포의 구조와 기능까지 자세한 그림과 함게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이런 그림들 대부분이 교과서에 실제 등장하는 내용으로, 이미 이 부분을 공부했던 학생들이라면 배웠던 지식을 복습할 수 있고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미리 교과에 나오는 내용을 생생한 맥락 속에서 접근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주제로 삼고 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함께 다룬다. 바이러스 끝에 튀어나온 스파이크 단백질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왕관 Corona(라틴어)'처럼 보이게 만들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우리 몸의 세포막에 있는 ACE2라는 수용체와 레고 블록 조각처럼 딱 들어맞아 사람들의 세포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덧붙여 계속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생기는 이유까지 알려준다.

두 번째 레벨에서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팬데믹들에 대해 다룬다. 전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팬데믹은 코로나19가 처음이 아니다.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독감으로 1년 동안 전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5천만 명 이상 숨을 거두었다. 이 시기에도 사람들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고 한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시 전세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지만 백신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져 사망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HIV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한다.


<넥스트 레벨 팬데믹과 백신전쟁>은 이렇게 중요한 과학적 지식 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이슈를 함께 다룬다. 다른 교양 과학 서적과 조금 다른 점은 바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거기다 책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온 도식은 어찌나 깔끔한지, 한 눈에 지식의 내용이 잘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넥스트 레벨 팬데믹과 백신전쟁>에 다뤘던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그래픽 오거나이저'페이지까지 있어 신기했다. 이 페이지를 꼼꼼하게 채우면서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아이들은 책을 읽고 얻은 지식을 정리하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 이번 겨울 방학 때 이 책을 읽는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과학 내용과 너무 연계가 잘 되어 있어 미리 다양한 내용을 넓고 깊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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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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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읽어봤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람들 중에 그의 글을 읽어보지 않은 이들이 있을까? 아마 '유홍준'작가가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뭐길래 대부분 읽어 봤다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이 시리즈의 한 토막은 읽었을 것이다. 바로 교과서나 중고등학교 문학 수필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한국 문화 유산을 직접 답사하며 느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쉽고 매력적인 글로 널리 알렸다. 당시에 전통문화, 한국 유적지 등에 대한 내용은 너무 학술적이고 재미없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대한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도 그의 손을 한번 거치면 맛깔 나는 장면으로 변하여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곤 했다.

저자의 신간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저자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모든 독자가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제목에 밝힌 것처럼 이번 책은 '잡문집', 사람이야기는 물론이고 한국 문화, 바둑, 미술교육, 백두산, 한국의 현대 예술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무엇보다 맨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나의 글쓰기'라는 글이 실려 있는데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 문장 수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오기까지의 과정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미 그의 팬이라면 이 책도 순식간에 읽어 내릴 것이고, 저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도대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이번 책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역시 쉽게 읽히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다. 저자가 그 동안 쓴 글 중에서 시의성이 있는 글들은 묻어두고 주제 별로 나누니 '인생만사', '문화의 창', '답사 여적', '예술가와 함께', '스승과 벗' 다섯 장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무려 45년 동안 피운 담배를 끊으며 담배 고별연으로 책을 시작한다. 마치 유씨 부인이 27년간 써오던 바늘이 부러지자 이를 애도하는 「조침문」을 썼듯이. 정희성 시인의 「동년일행」에서 나오는 '담배 피우는 행위'가 주는 위로에 대해서 말하고, 담배를 통해 인간미를 주고 받았던 이용악 시인의 「시골 사람의 노래」를 언급한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 북측 안내원에게 받은 담배를 피웠던 기억, 그리고 담배의 이야기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 17세기 우리나라에 처음 담배가 들어온 때까지 이어진다. 담배를 너무 좋아하지만 시류에 따라 담배를 끊으며, 그는 애정했던 담배에게 이별을 고한다.

우리나라에 '잡초공적비'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저자는 지난 여름 잡초 예찬론자인 김정헌 화백과 함께 이 '잡초공적비'를 보러 갔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군 청옥산 산마루, 육백마지기 고원의 한쪽 산비탈에 펴 있는 샤스타데이지 꽃을 감상하며 산 정상에 올라 잡초공적비에 도착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생태농장의 노부부가 생채기 난 흙을 품고 보듬어 치유하는 잡초의 위대함을 기리고자 세운 잡초공적비, 이 비석 뒤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한다.


잡초는 지구의 살갗이다.

-잡초 공적비 뒷면-


꽃차례는 봄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들의 순서. 저자는 2월부터 피는 꽃을 하나씩 읊기 시작한다. 동백이 피고 매화가 꽃망울을 맺었다는 소식과 생강나무, 산수유, 매화가 거의 동시에 피면서 시작되는 봄꽃들. 백련사 승탑 동백밭에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과 송이째 떨어진 동백꽃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꽃은 나이가 들어야 그 아름다움의 진수를 알게 된다며 송나라 애국 시인인 육방옹의 시를 읊는다.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읽으면 저자의 넓고도 깊은 시야를 절로 깨닫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 미술, 문학 등에 대한 지식, 현대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주변인과의 이야기까지. 뭐 하나 놓치고 싶은 구절이 없다. 읽는 이가 감탄하고 또 감탄하면서, 더 싣고 싶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 한 권으로 줄였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써 놓은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은 보석과 다름없다. 간단하지만 글에 반영하기 어려운 조건들, 실제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이 모든 조건이 다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밀리언셀러로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 하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진심. 그의 모든 글에는 진심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절로 감탄하며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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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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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보석, 거울 등 뒤에 있는 추한 역사에 대해 파헤치고 생각해 보는 인문학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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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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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자신 또한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다.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또 소비한다. 명품백 구매나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다른 나라에 있는 물건을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직구를 하고, 멋지게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게시를 한다. 이런 인간의 욕구를 잘 파악한 회사들은 너도나도 유명인들을 섭외하여 '엠버서더'라고 발표하고 미디어에 아름다움을 노출시키면서 사람들의 욕망을 더욱 부추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만 있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역사에서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추구해 왔다.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하는, 귀중하고 예쁜 것을 구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그 와중에서 많은 동식물들이 희생되기도 했고, 물건을 산 본인들이 심각한 병에 걸리기도 했으며, 노동자들 또는 장인들이 유독물질에 노출되어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는 인간의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났을 때 어떤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지에 대한 책이다.

화장품, 꽃, 향수, 실크, 보석 등 말만 들어도 백화점에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이 선호해 온 이 사치품들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읽으면서 아름다움에 집착한 인간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켰는지 알아볼 수 있다.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의 저자 또한 평생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나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는 아름다운 것들의 이면에 도사린 '추한 것들의 정체'를 알리는 여정에 독자를 초대한다.

대상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활용할 줄 모르는 자에게 

이 세상은 무의미하다. 아름다움은 대상 속에 있지 않고

우리가 그것에 부여하는 감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 카를 융, 「무의식의 심리학」 -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에서는 '아름다움의 비극'으로 잘 알려진 것들을 주로 다룬다. 수은으로 칠한 거울, 밀랍과 꽃, 보석과 다이아몬드, 납을 이용한 화장품, 향수와 그 뒤에 숨겨진 악취, 실크 등 역사나 인문학 등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엔 판타지 소설에서도 이런 것들을 장치로 잘 이용하곤 한다.


저자 케이티 켈러허는 어릴 때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으며, 아름다움과 우울증 이 두 가지가 자신의 삶의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은 어둠을 밝히고 희망과 목적의식을 줌과 동시에 어둡고 추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타락하거나 세월의 화학작용으로 흠집이 생기고 손상된다.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아름다움과 추함은 서로 깊숙이 얽혀 있으며, 현대인들의 안일함과 생활방식이 얼마나 소비주의적이며 욕망에 끌려다니는지 깨닫게 되었다. 




첫 번째로 다루는 아름다움은 거울이다. 거울이 없었다면, 더 나아가 카메라라는 저장 장치가 없었다면 인간들은 아름다움에 대해 덜 집착했을 지도 모른다. 인간은 아이 때부터 거울 보는 것을 좋아하고, 매끈하고 반짝이는 거울 표면에 매혹된다. 좀 더 자라서는 거울을 보며 복잡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거울을 보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나르키소스의 신화와 구석기 시대의 청동거울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을 비추고 확인해보고 싶어했다. 또한 여러 문학 작품과 예술에서 '거울'은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진다.


최초의 위대한 유리 거울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석호에 있는 무라노 섬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베네치아는 이미 13세기부터 유리 공예가들에게 꿈의 도시였으며 지금도 유리 공예 마을로 수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누가 처음 베네치아의 투명한 반투명 유리를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라노의 유리 공예가들과 정부는 비법을 철저히 보호했다. 유리 공예가들은 더 예쁜 거울을 만들기 위해 유리에 납을 첨가하거나 표면에 반짝이는 금박 조각을 박아 넣거나, 수은을 사용하기도 했다. 모자 제작자들이 펠트를 제조할 때 질산 수은을 사용하는 바람에 수은에 중독되어 '미친 모자 제작자'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유리 공예가들도 병에 걸렸다. 비단 이런 중금속이나 유독가스 때문만이 아니라, 유리 공예가들은 정치에 휘말려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동시에 거울은 경외심의 대상이 되면서 마법적인 의미를 갖기도 했으며 예술에서 여러 상징적인 의미로 활용되곤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은 때로는 제작 방식 때문에, 때로는 도덕이나 정치적인 것 때문에 추악한 뒷모습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움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이해하고, 이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눈 뜨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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