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 - 차별해서도 차별받아서도 안 되는 철학적 이유 10
김한승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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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평범하게 비범한 존재 인간, 그리고 나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를 보았을 때, 제목을 보고 요새 자주 나오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철학 수업이라고 소개는 되어 있었지만 워낙 '철학'이나 '심리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런 책들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작하는 글에서 '인류 원리'와 그 핵심에 대해서 읽었을 때 그저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인류 원리의 핵심은 바로 우리 모두 각자 평범하게 비범하다는 것이다.


-시작하는 글 중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 평범하게 비범하다니, 항상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이제껏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꿰뚫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비슷하게 살아가지만 그 비슷함에 묻혀버리면 나 자신을 찾을 수 없다. 분명 각자에게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데 한 덩어리로 그냥 뭉쳐 넣기엔 찜찜했다. 그리고 인류 원리는 그것을 정확히 짚어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류 원리'가 천체 물리학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천체물리학자 브랜던 카터가 인류 원리를 규정했지만 인류원리는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곳을 벗어났을 때 마침내 '백조'가 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상의 틀을 깨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 틀 안에 안주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나이가 들면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들을 반기지 않고, 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고정 관념 속에서만 살아간다면 '젊은 꼰대'가 되고 만다. 이와 유사하게 인류원리도 자신의 세상을 부수고 더 넒은 분야로 나아갔기 때문에 백조가 되었을 것이다.


인류원리의 특성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이분법을 거부하는 사고방식

2. 확률적 사고 방식

3. 우리가 의미를 기대하지 않는 현상에서도 의미를 추구하는 사고방식

4. 인류의 창의적인 적용을 요구하는 사고방식



이 특성들만 봐도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는 난무하는 자기계발서나 얕은 자기 찾기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즉 편향성에서 벗어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좁은 세계를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관점에 대해서 공부한다. 그러나 이 방법이 감성적인 이야기로 치우치지 않고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물론 감성적인 이야기에 감명받고 감화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처럼 논리적인 전개 방식에 잘 공감하는 사람도 있다.


먼저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를 읽으면서 우리가 편향적인 사람임을 인정하자. 이는 내가 감명받았던 '인류 원리의 핵심'과 직결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대칭적인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고 사람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좋아하고 싫어한다. 우리는 자신의 우물 속에서 살고 있지만 단지 거기에 머물기만 한다면 계속 냉소적으로 살아야 한다. 저자는 이 편향성을 받아들이고 사랑하자고 이야기한다. 내가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아야 편향성때문에 생겨난 편견을 고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기울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관찰자로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은 편향성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인류 원리의 역사, 인류 원리의 철학적 해석, 타인에 대한 논의 등 차원을 차근차근 확장해나간다.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는 누구든지 읽어도 좋다. 내가 매일 똑같은 관점으로 갇힌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은 사람,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틀을 더 확장해나가고 싶은 사람,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 등 모두가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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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 - 버럭엄마의 독박육아 일기
이미선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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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독박 육아는 고된 것


 


예전 세대가 결혼은 반드시 하고 아이는 반드시 둘 이상 낳아야 한다고 했던 것과 달리 최근 젊은 세대는 결혼은 선택이고, 결혼을 한 뒤에도 아이를 갖는 문제는 부부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대부분 대가족 형태였기 때문에 엄마가 집안의 다른 구성원에게 아이를 맡기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워낙 대한민국의 전체 국민들이 힘들게 살았다.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다 밤이 되어 겨우 잠자리에 누워도 다 함께 이런 고생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러려니 하면서 아이를 키웠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더이상 집에 아이를 봐 줄 사람도 없다. 어떻게는 부부 둘이서 해결해 나가야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한 명이 직장을 그만 두거나, 친정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을 소환하거나 이 둘 모두 여의치 않을 때는 어린이집을 이용한다. 물론 직장 어린이집이 잘 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는 드물고 입소하기 위한 경쟁률도 장난이 아니다.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는 이런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다. 제목에 저자의 간절한 소망이 드러난다. 아마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 모든 엄마들의 소원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독박육아'라는 단어에서 독박보다는 '육아'에 초점이 맞춰지기를 바랐다. 저자의 남편이 육아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는 첫째를 낳고 둘째 아이가 하나 더 생기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커졌고, 결국 더 많은 일을 해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목차를 보면 참, 대한민국 엄마들의 전형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를 갖게 되면서부터 '여자'가 아니라 '엄마'라는 무성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육아책을 읽고 아이에게 잘 해 주려고 노력하지만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버럭버럭' 소리지르게 되고 아이들이 잠 들고 나면 후회를 하곤 한다. 남편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남의 편, 남편놈이 되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따뜻함으로 가득차는 마음,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힘든 육아 생활이 나와 있는데도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를 힐링 도서로 분류하였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독박육아를 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렇게 육아를 하며 살고 있구나 느낄 수 있다. 이런 공통 경험의 진술이 때로는 안심이 되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한다. 힘들지만 사랑스러운 내 아이, 이게 엄마들의 마음이니까 말이다.


출산 경험을 살짝 보자면 출산 느낌은 엉덩이에서 로켓이 발사되는 느낌, 또는 항문에 수박이 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낳은 아이는 상상했던 것만큼 예쁘지 않다. 쭈글쭈글하고 빨갛고 그렇다. 게다가 커뮤니티에 많은 경험담이 올라와 있어서 알고 있겠지만 출산 시에는 굴욕 3종 세트를 겪어야 한다. 여자 의사선생님을 원한다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산후조리원의 비싼 비용에 고민하는 모습, 출산 후 몸조리를 잘 하지 못해 여기저기 몸이 쑤시는 증상, 분유와 모유 사이의 고민, 예쁜 내 옷보다 아이의 옷에 먼저 손이 가는 증상, 아이를 직접 공부시키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모습, 우아한 엄마는 커녕 목 늘어나는 티셔츠에 추리닝을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모습, 육아의 고됨을 이해해주지 않는 남편 등 일상적인 모습이 가득하다. 아마 엄마들은 목이 부러질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지도 모른다.


나만 육아를 잘 못 하고 있는 것 같고, 육아가 너무 고되게 느껴진다면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를 읽어보기 바란다.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엄마들은 대체로 이런 삶을 살고 있다. 시집살이 때문에 다투면서 균형을 맞춰가고, 아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가정의 울타리를 확인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빨리 크기를, 또 한 편으로는 천천히 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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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디북 여행 영어 - 대한민국 No.1 여행회화
SY언어개발팀 지음 / 삼영서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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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의 신 여행영어-해외 여행 필수! 영어 회화 공부하기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영어를 제일 많이 쓰게 됩니다.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지만, 영어를 할 수 있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유명 여행지에서는 호텔, 식당, 도서관 등에 영어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합니다. 물론 영어를 하지 못해도 바디랭귀지를 사용하여 음식을 시키거나 표를 사거나 호텔방을 예약할 수 있지만 영어를 할 수 있다면 훨씬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행기 옆자리에 탄 외국인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거나, 영어가 가능한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여행사 상품을 통하지 않고 자유여행을 한다면 더더욱 영어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트랜디북 여행 영어>는 우리가 여행을 할 때 필요한 영어 회화 위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입니다. 일상에서 쓰는 영어와 여행지에서 자주 쓰는 영어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나 영어를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므로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여행 영어라도 익혀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생존 영어라고 할까요? 여행을 갈 때는 행복한 상황, 일상과 다른 즐거운 경험을 꿈꾸지만 막상 여행지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상황에 맞딱뜨리곤 합니다. 지갑이나 핸드폰을 분실하거나(도난 상황 포함) 길을 잃거나, 교통편을 놓치거나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 등입니다. 한국처럼 치안이 좋은 곳은 많지 않아서 귀중품 도난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나는 안 당하겠지 하고 안심하다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잃어버립니다. 때로는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항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려면 영어를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트랜디북 여행 영어>는 총 2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 한 권은 여행 가서 볼 수 있도록, 다른 한 권은 여행 전에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새 여행 책이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던데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책 한 권을 전부 가져가기엔 부담스럽고,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 지 모르니 매우 열심히 공부해서 이 책에 있는 문장들을 대부분 구사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아예 놓고 가기에도 애매합니다. 책을 분권하여 얇은 책 1권만 가져간다면 훨씬 부담이 없습니다.


여행 영어 회화 책 답게 <트랜디북 여행영어>는 상황 별로 영어 회화가 나와 있습니다. 출국부터 시작하여 비행기 안에서,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숙박을 할 때, 식사를 할 때 등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회화까지 실려 있습니다. 이 전부를 다 공부하기엔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면 숙박, 식사, 쇼핑, 관광, 문제발생 위주로 공부하기 바랍니다.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면 문제 발생 시의 영어라도 꼭 공부하는 걸 추천합니다. 정~말 한국은 안전한 편이지만 외국에서는 호텔 안에서도 분실사건이 종종 일어납니다. 설령 4성 호텔이라도 말입니다.(제 경험담이에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영어 문장들이 여행 상황에서 바로바로 쓸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단어나 이디엄 설명도 따로 나와 있습니다. 또한 객실의 종류처럼 숙박을 예약할 때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정보도 실려 있어서 편리합니다. 또한 어려운 단어보다는 자주 쓰면서 쉬운 단어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영어 초보자들도 공부하기 적합합니다. 물론 다양한 영어 표현을 쓰면 좋겠지만, 쉬운 영어 문장부터 익히고 조금씩 지식을 넓혀가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중등 영어 정도 수준에서 대부분 커버되는 문장들입니다. 곧 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옵니다.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필수 여행 영어를 <트랜디북 여행 영어>로 익히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여행 전에 이 책을 매일 조금씩 공부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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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 : 해학 - 본성에서 우러나는 유쾌한 웃음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
최광진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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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해학-선조들의 유쾌함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해학>은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호암미술관(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다양한 미술품들을 접하였고 최근에는 한국미학 연구를 하면서 이 시리즈를 출판하게 된 것 같다. 첫 번재 책은 '신명'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흥' 정도 되겠다. 한국인은 누가 뭐래도 흥이 넘치는 민족이니까 말이다. 두 번째 책이 '해학'이고 책 소개를 보니 다음으로는 '소박'과 '평온'을 주제로 한 책이 나올 듯 하다. 선조들의 유쾌함을 대변하는 특징 '해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지금도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 등 sns을 이용하여 해학적인 면모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표현하는 방식과 이용하는 매체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민족은 해학적이다.


저자는 단순히 한국의 미의식 '해학'의 특징들을 잡아내고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신명은 내적 감정을 분출시키는 표현주의와, 해학은 현실 풍자적인 리얼리즘이나 낭만주의와 연결시켜 설명하였다. 또한 한국인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독자 대상으로 포함하여 한국의 미술품과 유사한 다른 나라의 미술품들을 함께 실어놓았다. 이런 방식은 한국인들도 자국의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미술을 더욱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 민족의 해학적인 특징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판소리, 탈춤 등을 통해서 양반들의 모순을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문학, 미술 가릴 것 없이 해학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힘든 삶, 핍박받는 삶, 사회의 부조리에 분개하고 화를 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낙천적으로 소화해 낸 것이다. 1장에서는 귀면 기와, 장승, 사천왕상에서 익살스러운 모습을 찾아내고 2장은 시와 그림을 통해 조선의 풍속을 살펴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민화, 역시 해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민화를 빼 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중섭, 장욱진, 주재환 등 현대 미술에까지 이어지는 해학의 미학을 살펴본다.


귀면 기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괴물의 얼굴을 새긴 기와로 목조 건축물의 마루와 사래 끝에 만들어 붙인다. 이 귀면 기와만 좋아하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한국 가옥 형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험악한 괴물 또는 도깨비의 얼굴 속에 익살스러운 모습이 살아 있어 동양풍 장르 문학에서도 종종 언급되곤 한다. 한국의 귀면 기와가 특징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데에는, 단순히 침입자를 징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용까지 하는 양가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귀면 기와의 특징은 중국, 일본의 귀면 기와나 다른 나라의 건축물에 새겨진 괴물 조각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한국은 한때 호랑이의 나라로 불렸을 정도로 호랑이가 많았던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산이 국토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호랑이가 살기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유독 호랑이 관련 이야기가 많은데, 여러 민화 속에서 호랑이는 무섭지만 매번 작은 동물 또는 인간에게 당하는 존재로 나온다. 토끼와 호랑이에서는 그 커다란 호랑이가 매번 똑똑한 토끼에 꽤에 넘어가 호되게 당하고 만다. 유독 다른 나라와 달리 호랑이의 존재가 이렇게 표현된 것이 재미있었는지,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기도 하였다. 한국 민화에서도 호랑이는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나온다.


미술과 선조들의 '해학성'을 연결시켜 이렇게 다룬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특이 이 책은 한국 미술품과 함께 유사한 외국의 미술품을 다양하게 실어 놓아서 좋았다. 어떤 점이 유사하고, 우리 미술품에만 나타나는 특징이 무엇인지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외국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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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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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1구역-좀비 사태 이후의 세계


 


<제1구역>은 소개된 줄거리에 홀려서 고르게 된 소설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전염병이 전 지구를 휩쓸게 되고 사람들은 감염된 자들과 감염되지 않은 자들로 나뉜다. 물론 세분화하면 그 와중에 상처받은 이들이 여러 형태로 더 존재한다. <제1구역>은 좀비가 퍼지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 좀비 사태가 일어난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원래 좀비나 괴물 이야기, 아포칼립스 등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책을 고르고 나니 저자가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동시에 수상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퓰리처 상이나 노벨상을 탄 작품은 약간 재미없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1구역>을 읽고 나니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읽고 싶어졌다. 그만큼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일상적인 생활을 공감가게 써 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제1구역>의 시작은 그야말로 평범하다. 항상 뉴욕에 살고 싶었던 주인공 마크 스피츠(그의 진짜 이름이 아니라 유명 수영선수의 이름이다)가 왜 뉴욕이라는 도시에 푹 빠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도시와 거리가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이 곧잘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과 다른 것은 그의 세계에 '파멸의 때'가 오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뉴욕에 홀딱 빠지게 해 준 삼촌은 생존자 명부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화려한 도시의 모습은 과거가 되고 말았다. 그가 어릴 때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부질없는 계획이 되어 버렸고 일상은 완전히 뒤바꼈다. 그는 성실했고 평범했고 장애물이 있으면 필요한 만큼 노력했다. 이런 것들이 그를 살아 있게 했고 그가 도시 수색대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좀비사태가 휩쓸고 난 지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끔찍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미친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공격을 당했고 감염된 상태려 퍼져나갔다. 이런 식으로 지구는 순식간에 좀비들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이 사태가 좀 잠잠해지자 사람들은 도시를 다시 재건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좀비들이다. 마크는 열악한 장비를 걸치고 이런 좀비들이 도시 안에 남아 있는지 살핀 후 제거한다. 그 와중에 생존자들이 좀비에게 공격당하고 먹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어쨌든 생존자들은 그나마 깨끗한 맨해튼 섬을 안전하게 만들어 '제1구역'이라고 명명한다. <제1구역>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암울하다. 사람들은 맡은 역할에 따라 물품을 지급받고 집에서 만든 따뜻한 음식 대신 튜브로 식사를 대신한다. 사람들이 좀비가 된 후 남아 있는 물건들은 유물처럼 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았던 그 때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 유물들은 생존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게다가 여기에 사람들의 욕심과 절망, 생존본능, 잔인함, 정치적 의도 등이 뒤섞인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리고 좀비물이면서 생각할 거리를 시사하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제1구역>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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