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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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식물학자의 식탁-식물에 대한 모든 것, 식물 박물지



인간이 탄생하기 전부터 식물은 존재했다. 연약한 인간들은 사냥에 실패하면, 또는 사냥을 하기 힘든 날씨가 되면 열심히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을 채취했다. 단순 채취에서 끝나지 않고 먹기 좋으면서 기르기 쉬운 식물들을 선별하여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농사의 시작일 것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식물들에는 여러 이야기가 얽혀 있다. 무지에서 비롯된 소름 끼치는 이야기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서양에서는 토마토에 독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여 반드시 익혀 먹거나 특별한 조리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늘은 드라큘라라는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식물이고, 동양에서는 팥이 귀신을 물리쳐준다고 믿는다. 식물학이라고 하면 어려운 지식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 이전에 식물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인간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이다. <식물학자의 식탁>은 생물학에 관한 어려운 책이 아니다. '박물지'의 성격을 가지고 식물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그리고 섬세하고 예쁘게 그려진 식물들의 삽화는 눈을 즐겁게 한다.


 


<식물학자의 식탁>은 중국인 식물학자가 쓴 책이라 주로 중국 사람들이 친숙하게 여길 만한 식물들 위주로 설명되어 있다. 용규(야생포도), 카사바(대형 고구마), 나한송, 자배천규, 추규, 핵도 등은 거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식물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공통으로 잘 하는 식물들도 꽤 있었다. 양귀비, 박하, 육두구, 대마, 셀러리, 감, 은행 등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식물 이름이다.(물론 대마는 신문을 통해서 자주 접한다.)

 


지금은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로 가로수길에서 눈총을 받는 신세지만, 은행은 역사가 오래된 식물이며 인간들에게 맛있는 열매를 제공해왔다. 중국은 워낙 땅덩이가 넓어서 그런지 저자는대학교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은행을 눈으로 보았다고 한다. 은행은 인간의 몸에 좋다고도 하고 다량 섭취하면 위험하다고도 하는데 은행에 들어 있는 시안화수소산 때문이라고 한다. 1세 미만의 영아는 은행 10알을 먹으면 치명적이고 3-7세 아동도 30-40알을 먹으면 중독증상이 나타나거나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은행의 악취는 통통한 껍질인 '종피'가 깅골산이라는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동물들이 이 냄새를 맡고 유인된다고 한다. 어쩌면 오랜 세월 전 인간들도 이 냄새에 이끌려 은행이라는 통통한 열매를 처음 섭취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봄이 되면 만들어 먹는 화전, 화전에서 빠질 수 없는 꽃은 바로 진달래다. 진분홍의 아름다운 꽃은 전을 어여쁘게 만들어 먹는 데 좋기 때문이다. 한때 사람들이 철쭉과 진달래를 구분하지 못해 종종 위험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중국에서도 진달래를 볶거나 삶아 먹나 보다. 역시 진달래에도 독소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중국인들이 식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셀러리가 정자를 감소시킨다는 잘못된 지식이 중국에서 유명했나보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셀러리와 정자에 대한 관련성에 대해 거의 들어본적이 없다. 결론만 말하자면 셀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것은 헛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셀러리가 함유한 아피제닌은 암세포를 죽이는 데 독보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식물학자의 식탁>은 식물학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식물학자가 쓴 책이지만 실생활에서 접하는 식물들이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이 식물을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는지, 그리고 이 식물에 얽힌 잘못된 이야기와 효능 등에 대해서 친숙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학자가 아니라 옆집 아저씨나 아줌마가 이야기해 주듯이.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 그리고 그 식물을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고 싶다면 <식물학자의 식탁>으로 식물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의 식물학 책과는 다른 느낌, 게다가 책 곳곳에 그려진 삽화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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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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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브링미백-더위를 식히는 반전 스릴러소설 추천


 



심리스릴러 소설 <비하인드 도어>로 유명해진 작가 B.A패리스가 다시 반전 심리스릴러 소설을 가지고 나타났다. <비하인드 도어>, <브레이크 다운>에 이어 이번 소설 <브링 미 백> 또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인기 스릴러 작가의 자리에 올랐다. 요새 북미, 유럽 쪽에서는 셜록 홈즈 타입의 엄격한 추리 소설보다는 인간의 본성, 뒷면을 파헤치는 '심리스릴러소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브링미백>은 최근에 리뷰를 올린 심리스릴러 소설 <사일런트 페이션트>와 비슷한 류의 소설로, 사일런트 페이션트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브링미백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브링미백>의 표지에는 새빨간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가 나와 있다. 스릴러답게 가장 작은 마트로시카 인형의 머리는 망가져 있고, 그 위를 덮던 인형은 바닥을 나뒹군다. 소설은 총 3부로 되어 있는데 모두 전개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특이하다. 1부는 핀의 현재와 과거, 2부는 핀과 레일라의 시점, 3부는 온전히 핀의 시점에서 나와 있다.


소설은 실종되었다고 생각했던 핀의 전여친 '레일라'를 목격했다는 전화 내용과 함께 시작된다. 핀의 진술서에 따르면 그들은 함께 휴가를 다녀오던 중 핀이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차를 세웠는데, 핀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에 레일라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말았다. 심지어 그들은 깊은 사이였고 결혼까지 할 계획이었는데 말이다. 마치 증발하듯이 그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핀을 의심하고 어떤 이들은 레일라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핀과 함께 살고 있는 여자친구가 바로 전여친 레일라의 언니 '엘런'이라는 것이다. 둘은 '레일라'를 잃었다는 상실감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었고 서로를 위로하다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핀은 엘런에게 청혼까지 한 상태였다. 여동생의 전남친과 살고 있는 언니라니, 실종된 여친의 언니와 살고 있는 남자라니... 이 자극적인 소재는 순식간에 독자를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재미있는 것이 핀이 자매 모두와 사귀다 보니 1부의 과거는 동생과 사귀는 이야기, 현재는 언니와 사귀는 이야기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언니와 여동생이 가진 매력을 비교, 대조하게 된다. 조금 제멋대로이면서 핀을 속절없이 빠져들게 했던 마성의 여자 레일라, 여동생과는 다르게 마른 체형에 수수한 얼굴을 가진 데다가 안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 나가고 있는 엘런. 둘 모두 매력적인 여성으로 묘사되지만 풍기는 분위기나 성격은 완전히 딴판이다.


 


레일라는 언니 엘런과 함께 러시아 인형을 나누어 가지고 있었는데, 둘은 어렸을 때 가장 작은 인형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레일라는 실종되던 날에도 러시아 인형을 소중히 가지고 있었다. 핀은 당시 레일라를 죽이거나 납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가 인형이 길에서 발견되면서 누명을 벋는다. 러시아 인형은 언니 엘런에게도 핀에게도 레일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였다. 핀이 엘런과 행복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계속해 나가는데 마침 그가 좋은 거래를 성사시키고 온 날, 레일라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한 러시아 인형이 집 앞에 놓여 있었다. 겨우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핀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심지어 그가 러시아 인형을 숨기자 엘런이 또다른 러시아 인형을 발견하고 만다. 그녀가 모으기를 원했던 마지막의 작은 러시아 인형을.


과연 이 러시아 인형은 레일라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단서일까? 레일라는 죽은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일까? 심지어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꾼처럼 보였던 핀은, 진술서에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핀이 레일라를 어떻게 해 버린 것일까. 혹시 언니 엘런이 자유와 사랑을 찾아 나선 여동생을 질투한 것은 아닐까.


<브링미백>은 순식간에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소설과 드라마의 좋은 소재가 되어 왔던 언니와 여동생 사이의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며 전개된다. 심리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의 결말이 무엇일지 이것저것 가설을 세워보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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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영어 - 또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김태훈 지음 / 망고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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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습관영어-국내파 동시통역사가 말하는 영어 공부 비법


 


'또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당신에게'라니, 정말 한 때 영어를 공부하다가 놨다가를 반복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은 놓지 않고 꽤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만 영어와는 정말 거리가 먼 전공인데다가 특별히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보니 그만 두기 일쑤였다. <습관영어>는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동시통역사가 쓴 영어공부의 비법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에 '100일 만에 끝내는, 두 달 만에 가능한'이라는 멘트 대신에 '습관'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우고자 할 때는 이 책의 제목처럼 '습관'처럼 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사람들에게 외국어 학습을 '단기'로 끝낼 수 있는 비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최소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극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은 단언컨데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국에 유학을 하고 온 유학생들도 영어를 쓰지 않는 환경으로 되돌아오면 습득했던 것을 잊어버리고 발음도 점점 한국식으로 되돌아온다. 그런데 단기에 영어를 끝낸다니 말도 되지 않는 얘기다. 대신 이 책은 어떻게 영어를 습관적으로 공부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한다. 1장은 영어를 배우기 힘든 한국의 현실, 2장은 영어 잘하기 어려운 습관, 3장은 저자가 이렇게 영어를 잘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마음가짐, 4장은 영어 습관을 들이는 방법 , 5장은 습관영어 공부법에 대해 다룬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목차 뒤에 나온 '<습관영어>를 200%활용하는 방법'이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순으로 추천하는 책읽기 순서가 나와 있다. 이 책은 실용서이기 때문에 이런 효율적인 독서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았다. 나중에 저자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읽은 후에는 왜 이런 페이지를 만들어 놓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공부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먹고, 자는 시간까지 줄인 저자는 다른 학습자들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다고 여긴 것 같았다. 독자가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이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이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저자의 의도에 따라 나는 3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미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하기 힘들다는 것과 어째서 사람들이 자꾸 영어를 포기하는지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책 표지에 저자는 순수 국내파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항상 영어로 둘러싸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내에서 끊임없이 노력했다. 처음 아버지가 사다 주신 디즈니 영화로 영어를 접하고, 어머니의 교육열로 좋은 영어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영어라는 외국어에 관심을 갖고 선생님이 내 주신 어려운 과제를 울면서 해 간 것은 저자의 의지와 노력으로 해낸 일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환경을 비관하지만 정말 무언가를 이루길 갈구하는 사람들은 그 환경을 조성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영어와 관련된 정보들은 절대 놓치지 않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은 본인이 찾아내어 만들었다. 예를 들면 군대를 갈 때 기어코 카투사에 지원하여 미군들이 말하는 것을 모두 알아듣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나도 카투사에 다녀온 친구를 아는데, 카투사 갔다고 마냥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친구는 제대로 된 영어는 거의 배우지 못했다고 했고 그마저도 제대 후 거의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국 외대에 편입하기 위해 단어책을 보고 또 보고 문제들을 순식간에 풀어냈다. 편입학원의 최상위 반에는 유학생이나 국내파 영어 고수들 뿐이었는데 그 안에서도 잘 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마침내 한국외대 편입에 성공했고 이후에는 통번역 대학원을 준비하여 합격했고, 대학원 안에서는 또 다시 국제회의반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했다. 3장은 그야말로 저자의 노력, 노력, 또 노력하는 과정이라 읽다가 질릴 지경이었다. 영어가 아니라 뭐든 이렇게 했으면 저자는 그 분야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영어 학습자에게 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은 4장과 5장이다. 4장은 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한지, 습관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그 과정과 노하우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5장은 올바른 영어 학습법에 대해서 나와 있다. 아무리 습관을 들였다 하더라도 잘못된 방향을 향해 나아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영어를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들은 물론이고 한국 학습자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하는 부분 등이 나와 있다. 특히 어원을 통해 단어를 외우는 방법과 추천하는 어원 사전 사이트, 영어로 하루 일과 작성하기, 구글로 영작 도움 받기, 청해를 공부할 때 선정하면 좋은 영상들 등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습관영어>는 5장이 끝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가장 알짜배기는 '부록'에 있었다. 부록에는 저자가 영어를 공부할 때 주로 참고하는 어플과 인터넷 사이트. 유튜브 채널(최근 리뷰했던 올리버쌤도 추천 유튜버로 나와있다)이 나와 있다. 그리고 대망의 한달 학습자료 예시가 나와 있는데,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학습자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읽고 참고하길 바란다. 주차 별로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은지 가이드와 함께 예시가 나와 있는데 이대로 꾸준히 실행할 수만 있다면 영어 실력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워낙 많은 영어 공부법에 대한 책이 쏟아져서 습관영어를 읽을 때에도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책이 단기간에 도저히 불가능한 것을 단기간에 할 수 있다고 광고했고 이렇게 노하우, 자기 경험 위주로 이야기하는 책에서 생각보다 얻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고, 하려는 의지, 충분한 시간, 환경 조성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냥 남의 좋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습관 영어>에는 진짜 영어 공부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제대로 된 습관 들이는 방법, 제대로 된 공부 노하우 등에 대해서 말해준다. 정말 끝까지 영어 공부를 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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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쌤의 실전 영어꿀팁 100 - 1억 2천만 뷰를 돌파한 유튜브 최강의 영어 강의
올리버 샨 그랜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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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올리버쌤의 실전영어 꿀팁100-직관적인 영어회화 표현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유튜브로 한다고 하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유튜버 올리버쌤이 <올리버쌤의 영어 꿀팁>에 이어 <올리버쌤의 실전 영어 꿀팁100>이라는 책을 냈다. 아란 영어, 올리버쌤 이 두 사람은 나 또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종종 챙겨보는 채널이다.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표현, 어색한 영어 표현, 영어 회화를 잘 할 수 있는 팁 등 영어공부를 하는 데 유용한 유튜브 강의를 꾸준하게 올리고 있다. 영어 유튜버로 유명해진 이후에는 종종 외국인들을 초대하는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올리버쌤의 영어 강의가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실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표현을 알려주고 설명이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한국에서도 오랜 생활을 하여 한국 사람들의 문화와 행동 양식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그의 경험을 백분 반영한 첫 번째 책 <올리버쌤의 영어 꿀팁>이 정말 대박이 났고 이번에도 영어 학습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해 미리 유추하고 대답하는 데 신경 썼다고 한다.


이번 책 <올리버쌤의 실전영어 꿀팁 100>에는 정말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나 영어권 국가에 살아본 경험이 없다면 알기 힘든 내용이 많아서 유용했다.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만 가끔 외국인들과 언어교환을 하거나 채팅을 하다 보면 분명 일상적이고 쉬운 표현같은데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문장들이 종종 튀어나왔다. 이 책을 보면서 공부한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해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ot fun은 재미 없다는 뜻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괴롭다의 의미에 가깝다고 한다. 즐길만한 거리가 전혀 남지 않아 괴로움만 남은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에 달린 독자들의 댓글 중, 한국 사람들이 자주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페이지를 따로 설정한 것도 좋았다. 성별이 애매할 때 상대방을 가리킬 때는 person, someone, somebody등을 주로 쓴다든가 I love you 라고 상대방이 얘기했을 때에는 me too가 아니라 you too라고 대답해야 하는 이유까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였다.


올리버쌤은 이러한 영어 표현에 대한 설명들이 길고 장황하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구어체로 어떤 뉘앙스인지 직관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제까지 나온 다른 영어 학습서와 차별화되는 점이자 이 책을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게다가 독자들이 직접 단 댓글이라 그런지 유튜브 답변이 모두 공감가는 것들이다. 물론 내가 궁금해하지 않은 질문들도 많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뭐라 말해야할지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


매일매일 재미있게, 뉘앙스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직관적인 영어 회화 표현을 익히고 싶다면 올리버쌤과 함께하는 <올리버쌤의 실전영어 꿀팁100>과 함께, 유튜브 영어 공부에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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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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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뷰]공지영 장편소설 추천 즐거운 나의 집-행복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처음으로 접한 공지영 작가의 소설은 <봉순이 언니>였다. 어린 날, 봉순이 언니를 읽고 봉순이의 삶이 너무 기구하고 슬퍼서 펑펑 울면서 책을 읽었다. 다음으로 읽은 것은 <도가니>, 좋아했던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처럼 시작하는 도입 부분을 보고 감탄했고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 아이들의 이야기에 분개했다. 아,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여 전개해나갈 수도 있구나 열심히 타자를 쳤을 그녀의 손이 탐났다. 페이스북 게시물이 실제로 올라온 것처럼 사진과 글이 함께 실렸던 <해리>는 내 취향에 영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몰입감은 좋았다. 이번에 재출판된 <즐거운 나의 집>, 제목에는 '즐거운'이라고 나와 있지만 가정 환경을 생각하면 결코 즐겁지 않을것만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그녀의 표현력이 탐났다.


<즐거운 나의 집>은 엄마와 아빠의 이혼 후 아빠와 재혼한 새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과 함께 살던 위녕이 다시 엄마와 함께 살면서 시작된다. 엄마는 무려 3번이나 결혼을 한 후 3번 이혼했고 엄마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 남동생 두 명은 모두 성이 다르다. 위녕도 두 동생과 성이 다르니 성이 모두 다른 세 명의 자녀들이 한 집에 살게 된 것이다. 엄마는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소설가이고 위녕은 그런 엄마를 보면서 모든 것을 규칙처럼 해야만 하는 아빠의 생활을 떠올린다. 그 규칙에서 언제나 벗어나고 싶었던 위녕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하나씩 찾아간다.


<즐거운 나의 집>의 스토리는 작가의 개인적 삶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도 그것을 아는지 후기에 이 이야기는 소설이라는 것을 못 박는다. 3번이나 이혼한 여자라는 타이틀, 사람들이 모두 우려하고 연민의 눈길 또는 걱정의 눈길로 보는 것과 다르게 위녕은 그리고 엄마와 가족들은 불행하기도 행복하기도 하면서 보통의 가정처럼 살아간다. 물론 위녕의 엄마가 보기 드물게 자유분방한 쪽에 속하긴 하지만 자녀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것도 같고 아이들에게 더 잘 해주고 싶어서 일을 꾸역꾸역 해 나가는 것도 비슷하다.


<즐거운 나의 집>은 위녕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절묘한 표현력에 감탄하거나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어쩜 이렇게 고등학생인 위녕이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 읽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를 타고 왔다갔다 했던 십대의 기분이 떠오른다. 귀찮게 치근덕 거렸던 동생의 모습도 떠오르고 어릴 때 몹시 어른 같았던 엄마와 아빠도 사람이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가 생각난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이지만 곳곳에 나의 모습이 그리고 내 가족의 모습이 숨어있다. 또는 내 친구들의 가족과 타인의 가족들도.


위녕은 엄마와 살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자신과 닮은 모습을 찾는다. 그리고 엄마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엄마들이란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녀의 엄마가 소설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여 무언가를 절묘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위녕 또한 그렇다. 엄마가 비행기에서 내려서 '아가씨'라는 말과 미혼이냐는 질문을 몇 번 듣고 좋아하면서 위녕에 호들갑을 떨자 위녕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왜냐면...... 결혼한 여자의 얼굴에는 빛이 없거든.


-즐거운 나의 집, 위녕의 말 중에서-

 

엄마는 깜짝 놀라 위녕을 바라본다. 위녕은 정말 결혼한 여자에게는 반짝반짝한 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서 삶의 안정감, 노련함은 보였지만 '빛' 대신에 '체념'이 남아 있었다. 엄마는 애써 그건 결혼 때문이 아니라 얼마나 자신으로 살아가는가의 문제라고 하지만 위녕은 어쨌든 결혼한 여자들에게서는 그 빛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저 여자는 아줌마구나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핵심을 콕 찌르는 위녕의 말에 엄마는 위녕이 가끔 무섭다고 한다.  


나 또한 엄마에게서 빛이 나는 여자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엄마는 엄마였고, 엄마이고 또 엄마일 것이다. 물론 그녀는 우리를 둬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자체발광하는 빛은 아니다. 젊든 나이가 들었든 주변의 엄마들에게서 모두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위녕이 말하는 아줌마의 느낌을 알 것 같았다. 나도 위녕의 엄마와 함께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무서웠다. 나도 언젠가 아이를 낳고 시간이 지나면 그 빛을 잃게 되는 것일까.


어느 날 위녕의 엄마는 자신의 이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3번이나 이혼한 여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는 것은 그녀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두 번째 남편이 폭력을 휘둘렀던 사실을 말하며 그녀는 가정 폭력을 이렇게 표현한다. 가족이라는 것은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견고한 울타리 같은 것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것도 사적인 영역이라고. 그러니 당연하게 보호받아야 하고 침범당해서는 안 되지만, 이 폐쇄된 영역에서 힘이 센 한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쓰자고 들면 힘이 약한 사람은 당하게 된다. 이것이 가족의 딜레마이고 사랑해야만 한다고 믿는 가족이 그런 일을 저지르면서 비극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었고, 이렇게 말하는 위녕의 엄마도 아들을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폭력을 견뎠다.


유명한 여자의 가정 내에서의 인권은 빈민들만큼이나 비참하다.

그녀들은 가정 내의 폭력을 감추지 않으면 안 된다.


-즐거운 나의 집, 위녕의 엄마가 한 말 중에서-

 


위녕은 그런 엄마를 안아 주면서 엄마는 언제나 자동차의 열쇠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라 말한다. 친구들 엄마는 자동차의 열쇠를 강물 속으로 던져버렸지만, 위녕의 엄마는 스스로 시동을 꺼 버리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행복을 향해 출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아마 위녕의 엄마는 딸의 위로를 듣고 매우 기뻤을 것이다.


이 외에 이 소설은, 재혼 가정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위녕이 엄마의 다른 성을 가진 형제들과는 순식간에 가까워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살았던 아빠와 새엄마 사이의 여동생 위현에게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위녕은 새삼 그들을 떠올리면서 그녀가 다른 성을 가진 형제들을 사랑했던 것은 엄마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고 위현에게 언니가 될 수 없었던 것은 새엄마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가정에는 문제가 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문제가 있는 집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이혼과 재혼을 한 가정에 대해서 다루지만 이 또한 우리들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냥 다른 집과 조금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랑으로 이뤄나가는 것이다. 엄마가 된 삶, 여자로서의 삶,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부모님을 둔 자녀로서의 삶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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