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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턱뼈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이타카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카인의 턱뼈>라는 책을 받아보았을 때, 기억에 남아 있었던 소개는 이 책이 굉장히 특이한 추리소설이라는 것과 뜯어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마다 책 보는 방식은 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책에 손상이 가는 걸 질색하는 타입인지라 속으로 '뭐?! 책을 뜯어서 봐야 한다고? 나는 절대 그럴 수 없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흐음 그런데 책을 펴서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카인의 턱뼈>는 첫 페이지부터 난해한 글로 시작되었다. 소설의 전형적인 시작 방법은 고사하고 도대체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나는 양말을 올려주는 척하다가, 그의 몸을 있는 힘껏 창밖으로 밀어 던졌다. 창문은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멍청이는 그만하면 행복하게 죽은 거다.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뭐라 했더라? 콰일리스, 아티, 펙스라 한 것 같은데. 사기꾼에 예술쟁이가 기죽는다고? 끈 얼룩이 따로 없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카인의 턱펴> 첫 페이지 중에서-
누가 또 다른 누군가를 죽인 것 같기는 한데, 그것도 양말을 올려주는 척 하다가 창 밖으로 밀어서 죽였는데 이야기의 전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그냥 나열되어 있는 말 모두가 부분적으로도 이해가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나야말로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책 소개에서 뭔가 본 것 같기도 해서 하는 수 없이 책표지, 그리고 함께 온 설명서 비스무리한 걸 뒤적거렸다. 소개 글에 나온 '세계를 발칵 뒤엎은 악명높은 신개념 추리소설'인 것은 한 페이지만 읽어도 알 수 있었다. 뒤쪽을 보니 이 책은 기발한 퍼즐형 하이브리드 미스터리였다. 6건의 살인 사건이 100장에 걸쳐 서술되어 있는데 애초에 이 책은 페이지들이 뒤죽박죽 섞여 인쇄되었던 것이다. 이 소설에는 단 하나의 올바른 순서가 있으며, 이걸 맞춰야만 6건의 살인 사건의 희생자와 살인자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24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이 미스터리를 해결한 사람은 불과 4명이며, 얼마나 어려웠으면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을 때 상금을 걸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상금을 타 간 사람은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저자는 1934년 <옵저버>지에 암호십자낱말풀이를 연재해온 에드워드 포우이스 매더스(필명 토르케마다)라고 한다. 한마디로 <카인의 턱뼈>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 자체를 하나의 암호십자낱말풀이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작가도 대단하고, 이 책을 처음 출간한 출판사에도 감탄이 나왔다. 이런 책을 만들다니, 어쨌든 당시에도 꽤나 화제가 되었을 것 같다.
<카인의 턱뼈>는 재미있게도 한 페이지는 영어 원문으로, 다른 한 페이지는 한국어 번역이 나와 있다. 인물의 이름이나 유명한 일화 등은 영어로 읽는 것이 추리에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00쪽 모두를 읽고 숨겨진 단서를 찾아 페이지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날짜, 지명, 인명, 사건 등을 보고 구글에서 검색해야 한다는데 한글 검색으로는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우선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출간되어 있으며 작가가 영어권이기 때문에 그 문화권에서 유명한 사람이나 지명 등이 다수 언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로 구글 검색을 해 봤더니 여러 글이 줄줄이 뜨는 반면, 한글로는 거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영어 질문 중에는 AI가 이 책의 정답을 맞췄냐는 내용도 있다. 아직 AI는 제대로 추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책은 가짜 단서와 가짜 이름 등이 섞여 있어 AI가 추리에 뛰어난 사람들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니 재미있다.
한국인이 <카인의 턱뼈> 정답을 맞추기엔 좀 불리하지 않나 생각된다. 아무래도 서양 문화권에 박식하고 영어로 검색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는 형식의 추리소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와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전세계에서 <카인의 턱뼈>를 제대로 추리한, 다섯 번째 정답자가 되고 싶다면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