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무슨 일이? 올리 그림책 54
카테리나 고렐리크 지음, 김여진 옮김 / 올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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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핑크빛 찻잔을 개조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집, 깜찍한 생쥐 한마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엉겅퀴와 딸기, 그리고 호박 장식으로 가득한 일러스트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 어여쁜 집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생쥐 찰리', <숲속에 무슨 일이?>는 찰리가 자신의 특기 '정리정돈'을 살려 이웃들을 돕는 동화책이다. 무엇보다 모든 그림이 너무 귀엽고 깜직해서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동화책이다.


생쥐 찰리가 살고 있는 집은 바로 아늑한 찻주전자.

이 찻주전자 안에는 없는 것이 없다. 정리정돈을 잘 하는 찰리의 집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온다. 침대보에서는 향긋한 라벤더 향이 나고, 서랍을 열면 깨끗한 양말들이 가득하다니. 천장 위의 음식들은 어찌나 정돈이 잘 되어 있는지 찻잔 속의 모든 공간을 알차게 사용하였다.

찰리는 자신의 특기인 이 '정리정돈'을 이용하여 이웃 친구들을 돕는다. 월요일부터 매일매일 다른 이웃들을 방문하여 도움을 준다. 이웃들은 울창한 숲에 사는 이웃과 마법의 숲에 사는 이웃으로 나뉜다.


<숲속에 무슨 일이?>의 책 표지를 넘기면 면지에 멋들어진 지도가 그려져 있다. 울창한 숲과 마법의 숲 지도로, 이웃들의 집이 어디쯤 있는지 모두 표시되어 있다. 딸기가 열린 곳에 있는 찻잔이 바로 '찰리의 집'이고 옆에는 야채가 가득한 땅 밑에 '두더지 굴'이 있다. 그 옆으로 가면 마법의 숲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마법의 숲에는 유니콘, 생강빵, 마녀, 심지어 드래곤까지 살고 있다. 울창한 숲의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편, 여우나 늑대 등이 살고 있다.

자명종과 함께 바쁜 월요일을 시작하는 찰리,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당굴이다. 두더지 가족이 사는 곳은 정원 아래, 조용하고 컴컴한 굴이다. 꼬불꼬불 미로를 청소하면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찰리! 그 와중에 엄마 두더지는 찰리에게 잃어버린 열쇠 네 개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다들 열쇠를 찾을 준비가 되었나? 두더지네 모든 방을 뒤져 작은 열쇠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 <숲속에 무슨 일이?>는 그냥 단순 그림책이 아니고 아이와 함께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는, 일종의 게임북이었다. 곳곳에 숨어있는 열쇠들은 은근 찾기가 힘들어서 6~7세 쯤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숲속에 무슨 일이?>는 그림체가 너무 예쁘고, 숨은그림찾기를 좀 힘들어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숲 속 친구들이 어디에 사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볼 수 있다. 그러니 꼭 연령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늑한 늪에 사는 달팽 씨와 개구리 씨, 근사한 굴에 사는 여우 씨, 으스스 오두막에 살며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하는 늑대 씨, 위험한 재료가 가득한 마녀의 작은 집까지... 바쁘다 바빠, 찰리. <숲속에 무슨 일이?>는 아이와 함께 신비로운 숲속 여행을 하면서 상상력을 가득 키울 수 있는 그림책이다. 또한 그림책을 보는 다양한 방법이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 있고 활동자료까지 함께 다운받을 수 있어 더욱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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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게 해서 미안해 I LOVE 그림책
카일 루코프 지음, 줄리 권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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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화나게 해서 미안해>는 그림책 제목으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아이가 친구에게 사과 편지를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사건, 원래 애들끼리는 치고박고 하면서 크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우리는 이 그림책을 읽어야 할까?

<화나서 미안해>는 <커커스 리뷰>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뽑혔을 뿐 아니라 뉴욕 공립 도서관, 시카고 공립 도서관, 미국 어린이 도서관협회 등에서 올해 최고의 그림책이나 주목할 만한 어린이책으로 뽑혔다. 그만큼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태도 하나 차이가 아이의 사회성을 비롯하여 세상을 대하는 많은 자세에 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


<화나게 해서 미안해>에는 뾰루퉁한 표정의 남자아이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연필을 잡고 있다. 그런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구겨진 편지들, 얼핏 봐도 한두 장이 아니다. 온통 미안해라고 쓰여있지만 아이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잔뜩 골이 나 있다.

처음엔 "미안" 이라고 커다랗게 쓴 편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린다.

조이

미안해

-잭-

아니 잭 편지가 간결한 건 좋은데, 너무 짧은 거 아니니? 본론만 쓰면 된다는 걸까? 내가 잭의 친구 조이라면 과연 이 편지를 받고 잭의 사과를 받아줄지 의문이다. 그림을 보니 잔뜩 구겨진 표정의 잭, 그의 옆옆 책상에 역시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 여자아이 한 명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아무래도 편지 수신자인 '조이'가 이 아이인 모양이다.


조이에게.

많이 화나게 해서 미안해!!!

-잭

잭에게,

다시 써 보렴

-사랑하는 라이스 선생님이

나름 미안하다는 표현을 했는데 이번에도 다시 써 오라는 라이스 선생님. 잭은 분노의 마음을 담아 엄청난 속도로 연필을 깎는다. 선생님의 코멘트를 듣고 다시 편지를 쓴 잭, 이번에는 어떨까?

조이에게.

화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내 실수는 아니었어!!!

-잭

오마나? 네 실수가 아니었다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붙은 이 문장은 무얼까? 자신의 실수는 아니었다니,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으로 느껴진다. 아마 조이는 이 편지를 보고 절대 화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잭은 라이스 선생님께 호출을 받는다. 라이스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다시 편지를 쓰는 것으로 보아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과연 잭은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친구에게 전할 수 있을까?

<화나게 해서 미안해>에서는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사과, 진심이 조금은 담겼겠지만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는 사과, 책임을 피하는 사과는 제대로 미안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다. 라이스 선생님은 고집스럽지만 친구를 좋아하는 '잭'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친구와 의견 다툼이 있고 싸우는 것은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주 겪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 상황을 잘 해결하고, 타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내 마음을 정확히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화나게 해서 미안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잊지 말아야할 삶의 자세를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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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to Debate 2 - 30 Global Issues, Major New Edition Open to Debate 2
리스코리아 편집부.Neal D. Williams 지음 / 리스코리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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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Open to Debate>시리즈는 리스코리아에서 나온 영어 토론 교재이다. 2016년에 나온 적이 있었으나 자주 거론되는 토론 주제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법, 완전히 새로워진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현재 2권이 먼저 나와 있는데 <Open to Debate1>은 30가지 한국 이슈, <Open to Debate2>는 글로벌 이슈를 다루고 있다. 3권은 Money Issue, 4권은 Culture Issues, 5권 American Issues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이슈에서 BTS, Covid 19등을 다루고 있으며 글로벌 이슈에서는 LGBTQ, Social Media 등의 주제를 실어 놓은 것을 보면 <Open to Debate>시리즈가 과거와 상당히 많이 바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pen to Debate>시리즈는 완전히 영어로만 이루어진 토론 교재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책에 나온 대화문과 토픽을 읽고 해당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영어 지문을 크게 막히는 부분 없이 읽고, 영어로 토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급보다는 중급 학습자들에게 추천하는 교재이다. 특히 중급 학습자들이 영어 토론 스터디를 할 때 사용한다면 유용할 듯 하다. 이런 스터디를 할 때, 매번 뉴스 기사를 선정하고 토론할 질문을 만드는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Open to Debate>시리즈를 활용한다면 이런 고민 없이 스터디 전에 해당 주제를 공부하고 미리 대화할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Open to Debate2>에서 다루는 주제는 Access to Educ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Child Labor and Trafficking, Covid 19, Drug Abuse, Digital Currencies 등이다. 30가지의 주제 모두 최근 주목받고 있는 내용이며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이 많다.

<Open to Debate2>에서는 가장 먼저 해당 토픽에 대한 재미있는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그림들은 주제의 포인트를 간략하게 나타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다. 그림을 보면서 주제를 환기하고, 간단하게 토픽을 소개한다.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Dialogue로 나온 다음 본격적으로 해당 주제에 대한 글이 나와 있다. 어려운 표현은 빨간 볼드 글씨로 나와 있는데,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이 단어 의미를 모두 영어로 설명해 주고 있다.

주제글과 관련하여 토론할 만한 질문이 7개 나와 있어 영어 스터디 교재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 관련된 토픽, 더 토론해 볼만한 내용을 제시해 준다는 점도 좋다. 단순히 해당 글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생각할 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영어로만 이루어지는 토론 수업, 또는 스터디를 할 때 유용하다. 무엇보다 최신 개정판이라 핫한 이슈, 자주 거론되는 이슈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Open to Debate>시리즈 가이드에서는 영어 문법, 단어 등을 어느 정도 공부하고 나면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할 것을 강조한다. 많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야 영어 말하기를 잘 할 수 있다고 거듭 말한다. 영어 말하기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이들에게 <Open to Debate>시리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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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봐 바꿔 봐 뾰족뾰족 미운 말 - 5-9세를 위한 첫 대화법 연습책 소중해 소중해 시리즈
사이토 다카시 지음, 가와하라 미즈마루 그림, 권남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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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초등학생 여자 아이들의 워너비 아이돌 중 한 명 장원영,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 중에서도 그의 팬이 많다. 방송에서 보는 모습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화제가 된 것은, 대한민국에 긍정적 사고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영적 사고'이다. 원영적 사고란 일상 속의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 강철 멘탈로 유명한 그는 뭇 사람들이 '일진이 나쁘다', '운이 나쁘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을 오히려 긍적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실제로도 뇌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예쁜 말 하기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부정적인 말, 미운 말보다는 예쁘고 고운 말을 쓰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말 예쁘게 하기'는 타인을 엄격한 잣대로 보고 비난하는 요즘 세상에서 유독 돋보이는 능력이기도 하다. 예쁜 말을 쓰는 것은 어릴 때부터 시작할 수록, 부모부터 쓸 수록 효과가 좋다.

일본의 베스트 셀러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가 쓴 <바꿔 봐 바꿔 봐 뾰족뾰족 미운 말>은 5-9세를 위한 첫 대화법 연습책이다. 미운 말보다는 예쁜 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예쁜 말 규칙과 함께 일상 속 30가지 상황별 예쁜 말 대화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앞선 책으로 <찾아봐 찾아봐 예쁜 말 미운말>편이 있는데 4-7세를 위한 첫 대화법 그림책으로 비슷하지만 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예쁜 말'과 '미운 말', 들어 본 적 있니?

'예쁜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하는 말이야.

'미운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하는 말이지.

<바꿔 봐 바꿔 봐 뾰족뾰족 미운 말> 에서는 예쁜 말과 미운 말을 이렇게 정의한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은 예쁜 말을 하고 싶어하고 예쁜 말을 듣고 싶어한다. '미운 말'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툭툭 튀어나오는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바로 '미운 말'을 '예쁜 말'로 바꿔서 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잘못을 했을 때 "뭐 하는 거야!"라고 소리치기 보다는 "조심해 줘~"라고 부드럽게 말한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배워야 하는 '예쁜 말로 바꾸기 연습'!

책에서는 다섯 가지 '예쁜 말'규칙을 알려준다.

  1. 질문으로 바꾸기

  2. 부탁으로 바꾸기

  3. 관점 바꾸기

  4.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5. 듣는 사람의 기분 헤아리기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유용한 방법이다. 양육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미운 말'을 종종 쓰는 일이 있다. 이런 말습관은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바꿔 봐 바꿔 봐 뾰족뾰족 미운 말>은 아이의 말습관을 예쁘게 길러주는 책이지만 어른들이 배울 점이 더더욱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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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턱뼈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이타카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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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카인의 턱뼈>라는 책을 받아보았을 때, 기억에 남아 있었던 소개는 이 책이 굉장히 특이한 추리소설이라는 것과 뜯어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마다 책 보는 방식은 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책에 손상이 가는 걸 질색하는 타입인지라 속으로 '뭐?! 책을 뜯어서 봐야 한다고? 나는 절대 그럴 수 없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흐음 그런데 책을 펴서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카인의 턱뼈>는 첫 페이지부터 난해한 글로 시작되었다. 소설의 전형적인 시작 방법은 고사하고 도대체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나는 양말을 올려주는 척하다가, 그의 몸을 있는 힘껏 창밖으로 밀어 던졌다. 창문은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멍청이는 그만하면 행복하게 죽은 거다.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뭐라 했더라? 콰일리스, 아티, 펙스라 한 것 같은데. 사기꾼에 예술쟁이가 기죽는다고? 끈 얼룩이 따로 없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카인의 턱펴> 첫 페이지 중에서-

누가 또 다른 누군가를 죽인 것 같기는 한데, 그것도 양말을 올려주는 척 하다가 창 밖으로 밀어서 죽였는데 이야기의 전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그냥 나열되어 있는 말 모두가 부분적으로도 이해가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나야말로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책 소개에서 뭔가 본 것 같기도 해서 하는 수 없이 책표지, 그리고 함께 온 설명서 비스무리한 걸 뒤적거렸다. 소개 글에 나온 '세계를 발칵 뒤엎은 악명높은 신개념 추리소설'인 것은 한 페이지만 읽어도 알 수 있었다. 뒤쪽을 보니 이 책은 기발한 퍼즐형 하이브리드 미스터리였다. 6건의 살인 사건이 100장에 걸쳐 서술되어 있는데 애초에 이 책은 페이지들이 뒤죽박죽 섞여 인쇄되었던 것이다. 이 소설에는 단 하나의 올바른 순서가 있으며, 이걸 맞춰야만 6건의 살인 사건의 희생자와 살인자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24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이 미스터리를 해결한 사람은 불과 4명이며, 얼마나 어려웠으면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을 때 상금을 걸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상금을 타 간 사람은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저자는 1934년 <옵저버>지에 암호십자낱말풀이를 연재해온 에드워드 포우이스 매더스(필명 토르케마다)라고 한다. 한마디로 <카인의 턱뼈>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 자체를 하나의 암호십자낱말풀이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작가도 대단하고, 이 책을 처음 출간한 출판사에도 감탄이 나왔다. 이런 책을 만들다니, 어쨌든 당시에도 꽤나 화제가 되었을 것 같다.

<카인의 턱뼈>는 재미있게도 한 페이지는 영어 원문으로, 다른 한 페이지는 한국어 번역이 나와 있다. 인물의 이름이나 유명한 일화 등은 영어로 읽는 것이 추리에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00쪽 모두를 읽고 숨겨진 단서를 찾아 페이지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날짜, 지명, 인명, 사건 등을 보고 구글에서 검색해야 한다는데 한글 검색으로는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우선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출간되어 있으며 작가가 영어권이기 때문에 그 문화권에서 유명한 사람이나 지명 등이 다수 언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로 구글 검색을 해 봤더니 여러 글이 줄줄이 뜨는 반면, 한글로는 거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영어 질문 중에는 AI가 이 책의 정답을 맞췄냐는 내용도 있다. 아직 AI는 제대로 추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책은 가짜 단서와 가짜 이름 등이 섞여 있어 AI가 추리에 뛰어난 사람들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니 재미있다.

한국인이 <카인의 턱뼈> 정답을 맞추기엔 좀 불리하지 않나 생각된다. 아무래도 서양 문화권에 박식하고 영어로 검색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는 형식의 추리소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와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전세계에서 <카인의 턱뼈>를 제대로 추리한, 다섯 번째 정답자가 되고 싶다면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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