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갓 구운 식빵
김채영 지음 / 아티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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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성껏 갓 구운 식빵-기본 식빵부터 최신 트렌드 식빵 레시피까지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홈베이킹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빵을 만들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것이 더 편하고, 베이킹 도구 마련하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사먹는 것이 더더욱 싸지만... 그래도 홈베이킹에는 직접 베이킹을 한다는 성취감, 내가 직접 건강한 재료들을 선정할 수 있다는 점, 레시피 비율을 내 입맛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빵집을 찾아 다닐 필요 없이 내가 좋아하는 빵을 원하는 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점 등등의 장점이 있다. 덧붙여 빵이나 쿠키를 넘치게 만들었을 땐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는 즐거움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한번씩 홈베이킹을 한다.



여러 베이킹 책을 보다 보니 베이킹 책을 고르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는데, 전문적으로 베이킹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바로 한국인이 쓴 베이킹 책을 고르라는 것이다. 일본인, 영국인 등 외국인이 쓴 책에는 한국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재료나 베이킹 도구들이 나와 있어 대체품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초보자는 아무래도 책에 나온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는 편이 좋다. 노하우가 생기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나에게 더 적합한 레시피를 찾아갈 수 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이 좋다. 그런 점에서 <정성껏 갓 구운 식빵>은 활용도가 좋은 베이킹 책이다.



<정성껏 갓 구운 식빵>에는 식빵 만들기에 필요한 기본 재료부터 기본 도구, 식빵 틀의 종류, 식빵 공정 순서와 식빵의 기본 성형법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 초보자가 따라하기 쉽게 되어 있다. 베이킹 도구에 낯선 사람이라 해도 책 설명을 읽으면서 본인이 어떤 도구들을 사야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요새는 블로그나 유튜브로 빵 레시피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설명이나 기초적인 공정 순서나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가 나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책을 보면 그런 궁금증이 대부분 해결된다. 또한 옥수수 식빵이나 우유 식빵처럼 기본적인 식빵 레시피부터 앙버터 식빵, 레드벨벳 식빵, 초코마블 식빵 등 트렌디한 레시피에 건강 식빵 레세피는 물론이고 천연발효 종을 이용한 식빵 만드는 방법까지 나와 있어서 굉장히 유용하다.



어떻게 만드는지 가장 궁금했던 식빵 레시피는 바로 레드벨벳 식빵과 <정성껏 갓 구운 식빵>의 표지에 나온 예쁜 꽃무늬 식빵이었다. 레드벨벳 식빵은 홍국쌀을 이용하여 버건디 색상의 색소를 이용하지 않고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어서 좋았고, 표지에 나온 식빵은 아쉽게도 인두를 이용해 무늬를 만들어야 했다. 홈베이킹을 하면서 인두까지 마련하는 건 살짝 부담이 돼서 그냥 매끈한 식빵을 만들어 먹는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쑥인절미나 단호박으로도 식빵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아주 유용했다. 요새 할미넴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식빵이라 언젠가 꼭 시도해보고 싶은 레시피다. <정성껏 갓 구운 식빵>의 레시피는 대부분 한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고 또 한국인 입맛에 맞는 빵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말 마음에 든다. 식빵을 너무 사랑해서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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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8
조지 손더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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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우8-슬프고 사랑스러운 여우의 이야기





우연하게 손에 걸리는 건지 아니면 마음이 가기 때문인지 요새 환경생태와 관련된 책을 자주 보게 된다. 호주에서 일어났던 거대한 산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 온갖 오염물질이 섞인 황사, 온갖 곳에서 발견되는 폐플라스틱들 등 인간들이 환경을 엉망으로 만든 대가를 하나씩 치르고 있기 때문일까? 미세먼지가 나쁨인 날이면 울긋불긋하게 올라오는 눈꺼풀 알러지를 느끼면서 환경문제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여우8>은 맨부커상 수상 작가 조지 손더스가 쓴 여우의 이야기이다. 바로 인간의 말을 배워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똑똑하고 순수한 여우8이 화자이다. 여우8에서 알 수 있듯이 여우7이나 여우 10, 여우 111 등도 있다. 이름이 아니라 숫자가 뒤에 붙는다. <여우8> 책과 함께 예쁜 엽서가 동봉되어 왔는데 바로 독자에게 올리는 여우의 편지였다. 황토색 땅 배경에 귀여운 여우8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고 작은 여우들과 듬성듬성한 나무, 그리고 열심히 땅을 파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착하고 호기심 많은 여우는 서툰 글로 자신이 어떻게 글을 배우게 되었는지 소개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여우8은 인간들의 말과 글을 배운 뒤 인간들이 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전혀 공감하지 못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엉이가 똑똑하다든가, 곰이 주로 자고 있다는 점에선 자신 또는 친구들이 겪었던 일을 말하며 반박한다. 호기심 많은 여우8과 친구들의 평범한 생활이 이어지나 싶더니, 여우들의 서식지에 큰 변화가 생긴다. 바로 인간들이 개발을 하면서 폭스부커먼스라는 커다란 쇼핑몰을 세운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땅을 파고 커다란 차들이 왔다갔다 하더니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여우 친구들은 먹이 부족으로 굶어죽기도 한다. 여우 8은 인간들의 말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닭고기를 얻어먹고 '푸드코트'가 음식이 나오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된다. 여우 7과 함께 폭스부커먼스에 들어가 음식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여우8, 그러나 인간들의 손에 여우7은 죽고 만다. 여우8이 창가에서 들은 인간들의 동화 속에 이런 슬픈 일은 없었다. 아마 그 동화 속에서는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동물들이 굶어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여우8이 인간에 대해 가지고 있던 호감과 호기심은 순식간에 차가운 것들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여우8>은 환상동화나 낯선 딴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이 주변에 끊임없이 해 온 일이다. 돈과 편의를 위해 자연을 개발하고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환경이 오염되는 것보다는 눈 앞에 있는 경제논리가 훨씬 중요하다. 맛있고 예쁘고 편리한 것을 누리는 것이 먼저다. 여우8이 어떻게 되든, 다른 여우 친구들이 굶어죽는 것은 인간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여우8은 인간의 착한 본성에 기대하고 인간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남겼다. 틀린 철자로, 진심을 담아서. 인간들은 우리의 다음 세대와 함께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생각하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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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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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나이테를 연구하는 연륜연대학 이야기




모든 식물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할 뿐, 사람들처럼 사실을 특별한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든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저자가 이런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려나 보다 싶었다. 그러나 책 내용은 예상을 조금 벗어났다. 저자인 '발레리 트루에'는 나이테를 세는 과학자로 한국에서는 거의 들어보지도 못한 '연륜연대학자'라고 한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 나이테 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며, 본인도 처음엔 연륜연대학자가 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연륜연대학자들이 처음부터 연륜연대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또는 어떤 계기에 의해 이 길에 접어든다고 한다.



연륜연대학은Dendrochronology는 그리스어로 나무를 뜻하는 'Dendros'에다 시간을 뜻하는 'Chronos'를 합한 단어로 나무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학문이다. 낯선 단어 '연륜연대학'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필요한 학문이다. 예를 들면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전설적인 바이올린 '메시아'가 위작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형 표준 나이테 연대기 데이터 베이스와 비교하여 악기에 사용된 목재의 연대를 정확히 밝히고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다른 바이올린의 목재와 비교하여 메시아에 같은 나무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나이테를 통해 과거의 기후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가 인간이 너무 많은 화석 연료를 사용했기 때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저자는 객관적인 연구 자료와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전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의 위협을 무시하고 '가짜 뉴스'로 취급했다고 분개했다. 이외에도 과거 태양의 흑점 변화와 지진,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특정 유물이나 유적이 어느 연대에 만들어졌는지 상대연대는 물론이고 절대연대를 파악하는 데에도 '연륜연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구과학 과목의 많은 부분이 '연륜 연대학'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연륜연대학은 미국에 있는 사막 한가운데, 애리조나 대학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데 바로 연륜연대학을 창시한 과학자 앤드류 엘리콧 더글라스가 천문학자였기 때문이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은 천문학을 연구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의 연륜연대학은 당시 미국 남서부의 고고학 유적 조사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상대연대에 이어 절대연대를 밝힐 나무를 찾기에 이른다. 덕분에 미국 유물들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륜연대학이 연구되지 않은 나라의 경우 유적, 유물들의 연대가 미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는 어떤 특성을 가진 지역이 나무의 나이테를 연구하기에 적합한지, 나무를 베지 않고 어떻게 나이테 표본을 추출하여 나이테 측정을 하는지, 연륜연대학자들이 주로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아직 한국에 '연륜연대학'의 권위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를 읽은 어떤 학생이 또는 젊은이가 한국에서 새로운 학문을 개척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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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하루 10분 영어 일기 - 누구나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틈새 영어 공부
주혜연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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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365하루 10분 영어 일기-매일 일기 쓰면서 영어공부 하기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 말하기, 읽기, 듣기, 쓰기를 동시에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 중 말하기, 읽기, 듣기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같이 공부하게 되지만 쓰기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연습하는 것이 힘들다. 또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내가 맞게 쓰고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두렵기도 하다. 영어 교육 전문가들은 틀리는 것에 크게 연연해하지 말고 쓰기 패턴을 외워 나의 상황에 맞춰 단어를 응용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 점에서 초보자들이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쓰기 연습 방법은 바로 '영어 일기 쓰기'이다.




<365 하루 10분 영어 일기>는 연보라색의 예쁜 책으로 바로 '영어 일기 쓰기'를 도전하는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저자는 EBS 영어 1타 강사 주혜연씨로 매일 10분을 투자하여 이 책에 나온 질문에 답변하며 일기를 꾸준히 쓰면 실력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영어 패턴을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문장 골격을 외우다 보면 점점 더 다양한 문장을 쓰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초보자는 이 책에서 매일 제시되는 예문과 어휘를 그대로 따라 쓰면 되고 좀 더 실력이 쌓이면 자기 생각이나 경험을 자유롭게 써도 된다.


이 책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매일 질문을 던져주어 일기 주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2. 질문 아래 영어 문장 패턴과 예문이 하나씩 나와 있어 쉽게 패턴을 익히고 일기에 바로 써먹을 수 있다. 자주 쓰는 단어와 구, 절들도 아래에 나와 있다.

3. 매일 적은 시간을 투자하여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구성이다. 별로 부담이 가지 않는다.





이 책과 함께 조금 더 깊이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면 <영어일기 표현사전>과 같은 책이나 영어 쓰기를 연습하는 패턴북을 따로 하나 더 구입하여 연습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책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365 하루 10분 영어 일기>에만 집중해도 충분하다. 영어는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므로 압박을 느끼고 쫓기면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하나씩 쌓아간다는 느낌으로 즐기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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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매트릭스 -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로버트 마이클 파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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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네이처 매트릭스-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위하여





도시에서 10대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놀랄 때가 있다. 자연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번은 달밤의 정서에 대한 시조가 나와 '고즈넉함'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학생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골에 있는 조부모님 집이라든가 가족 여행을 시골로 갔을 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달밤의 분위기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도시의 빛 공해, 소음 공해로부터 벗어나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달밤 아래 오롯이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상기시키고 싶었으나 아이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한국 사회가 자연을 보존하기보다는 얼마나 개발, 발전, 경제를 우선시했는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분이고 수많은 동물 중 한 종일 뿐인데 인간이 지독히도 인간 위주로 자연을 이용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항상 고향처럼 생각했던 시골도 더 이상 완전한 자연의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없다. 멀지 않은 곳에 뚫린 고속도로에서 쌩쌩 달리는 차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도로를 이용하는 수혜자이자 온전한 자연의 소리를 잃고 만 피해자가 되었다.



세상을 좀 더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꾸고자 하는 

인간의 자율성과 합리성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_폴 W. 테일러. <자연에 대한 존중: 환경윤리론>중에서_(네이처 매트릭스에 나온 문구)


이같은 생각을 한 것이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한국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태어나 자연철학자이면서 생물학자, 작가인 저자가 <네이처 매트릭스>라는 책을 낸 것을 보면. 이 책에는 그가 과거에 사랑했던 자연이 어떻게 훼손되었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자연'이란 어떤 곳인지, 그런 자연을 인간들은 어떻게 사용하고 대해 왔는지, 국립공원에서 일하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들의 전쟁논리에 따라 무참히 망가지기도 하고 개발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느낀 감상들, 교외지역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들에 대해 말한다. 인간들이 추구하고 생각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은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탁 트인 자연과 접촉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층 아파트나 건물에 가려 이런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별로 남지 않았지만, 자연이 보존된 외국의 이런 풍경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또는 추억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연의 모습은 인간의 안정감을 회복해주는데, 생물학자 윌슨은 이런 욕구를 '생명애'라고 칭했다. 도시가 발달할 수록 이런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이 줄고,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인간의 관심이 줄어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도 줄어드는데 이런 현상이 확대될 수록 인간은 자연과 단절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를 저자는 '경험의 멸종'이라고 말한다. 나와 이야기했던 학생도 '경험의 멸종'상태에 있지 않았나 싶다. 그는 자연의 안정감이나 안락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경험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지 않았다. 아마 이런 현상은 세월이 흐를 수록 더 심해질 것이고 자연을 별로 접하지 못한 세대들은 더더욱 자연을 지켜야한다는 생각보다는 경제논리가 우선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여러 이야기로 끊임없이 전한다. 


<네이처 매트릭스>의 자연과 인간, 생태학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읽다 보면 다들 가슴 속에 있는 자연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떠오를 것이다. 소중하고 따뜻하고 치유가 되는 듯한 기억들.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결코 자연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 속에서 결국 인간은 망가진 자연을 되살리거나 재현하고 싶어하지 않던가.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따스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자연을 보존하여 우리 후대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능적으로, 자연적으로.


잔잔한 에세이지만 그 어떤 자연보호 문구보다 강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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