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어쩐지 새 우는 이유를 안다던 작가들... - 나귀님
신간 중에 <나는 새들이 왜 노래하는지 아네>라는 것이 있기에, 마야 안젤루의 자서전이 표지를 바꿔 새로 나왔나 궁금해서 클릭해 보니, 엉뚱하게도 탐조 활동에 관한 논픽션이었다. 그렇다면 저 흑인 작가의 책 제목은 뭐였나 싶어 검색해 보니,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라고 나온다. 이쯤 되면 순진한 나귀님이 충분히 착각할 만해 보인다.탐조 활동에 참여해 본 적은 없는 나귀님이지만, 그 분야의 애호가가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훗날 영화로도 제작된 <빅 이어>라는 또 다른 논픽션을 ...

탄탄한 이야기 속에 담긴 공허함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새파랑
N25029~30˝무서워하지 말아요. 당신이 만약 영원히 상실된다 해도, 나는 죽을 때까지 당신을 잊지 않을 거예요. 내 마음속에서 당신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거 하나는 꼭 잊지 말아요.˝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다. 그의 에세이 보다는 소설을,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 팬이다. 같은 작품의 개정판이 나오면 사모으는 것도 좋아하는 팬이다. 하루키의 장편 시리즈는 2~5회 사이로 재독한 팬이다.그 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특히 의미있는 작품이다. 왜냐면 내가 대학교때 하루키의 첫 책으로 읽은 작품이기 때...

산을 오르는 것도 바둑 게임에서 이기는 것도 쉽지 않다. - scott
바둑의 시작은 우주와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도구에서 유래 했다.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중국의 황하유역에는 해마다 홍수가 범람하여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 하며 별의 움직임에 따라 한 해 농사를 지었다.이렇게 고대 중국인들이 하늘의 별자리를 표시하던 돌들은 기원전 2300년 경 중국의 요왕이 아둔하고 게으른 아들의 인격 수양을 위해 흑과 백이 겨루어 집을 많이 짓는 편이 이기는 게임인 바둑을 시작했다.한반도에 바둑이 전해진 시기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삼국사기'에 고구려 승려 도림이 백제의 개로왕과...

나였던 아이 - blanca
나에겐 아홉 살 어린 동생이 있다. 동생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젊음이란 이런 거구나.' 싶다. 아직 동생에게 내일은 가능성으로 채워진 열린 공간이다. 희망도 있고 꿈도 있고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도 있다. 반면 동생 앞에 선 나는 이제 미래를 거진 닫힌 것으로 느낀다. 동생은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반해 이제 나에게 몸은 통증이나 노쇠의 잠재태로 끊임없이 화제에 오른다. 누구나 자신을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로 느끼지만 어쩌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성격보다 연령대에서 더 많이 찾아질지도 모른다. ...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며 - 그렇게혜윰
문헌정보학과를 학점은행제로 이수 중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가는 수업이지만 어제의 한 수업은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여 영화를 좀 보았다. 너무 긴 다큐멘터리라 미처 다 보진 못했지만 영화는 무척 인상깊었다. 초반엔 졸음을 이기지 못한 구간도 있었으나 어느 시점부터는 몰입하며 메모까지 하게 되었으며, 문득 도서관이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 생각의 결과물 중 하나가 이 페이퍼이다. 1.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3시간 반에 가까운 다큐멘터리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과연 문...

책, 그 이상의... - 구단씨
친한 동네 친구는 없지만 친근한 동네 도서관은 갑자기 찾아가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준다. 월요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김에 도서관에 잠깐 들러 책 구경을 하다가 온다. 화요일, 속수무책 흔들리는 마음의 혼란이 극에 달할 때 찾아간다. 수요일, 나만 이리도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느끼려 걸어간다. 목요일,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받으러 간다. 금요일, 온 세상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알아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될 때 찾아간다. 토요일, 돈도 없고, 딱히 약속도 없고, 빈둥대다가 시간 때우러 간다. 일요일, 맨얼굴에...

[페이퍼] 변화된 HBM의 시대, 삼성은 어디로 가야할까 - 겨울호랑이
최근 삼성전자의 HBM3E 퀄 승인 관련 기사를 읽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아온 '발열'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34339 삼성전자, "HBM3E 퀄 승인, 발열문제와 관계 없어" 삼성전자의 HBM 승인 퀄 관련 기사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벌써 1년 넘게 이어져 온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지나갈 만한데. 이번에도 언론들의 설레발 기사와 엔비디아의 침묵 그리고 삼성의 부인이 이어지겠지. 그렇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기...

ChatGPT에게 윌리엄을 묻다 - 단발머리
나는 『오, 윌리엄!』에서 애정 노선으로 갈아탔다. 그러니깐, 나는 윌리엄을 용서했고(난 루시가 아니지만서도), 그리고 그와 화해했다. 루시 바턴 시리즈 중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지 않았고, 『오, 윌리엄!』, 『바닷가의 루시』, 『Tell me everything』을 읽은 내가 분석한 바로는 이렇다. ​​윌리엄은 자신의 어머니 캐서린과 같은 사람을 만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라는 측면에는 여러 요소가 존재하겠지만, 계급이라는 면에서 좁혀서 생각할 때 윌리엄은 어머니처럼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굴하지 ...

제리코와 르동 - 末世의 징후를 痛覺한 예술가들의 교훈 - 필리아
인류 문명의 역사를 말하는 책들을 읽다보면 역사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모멘트들을 발견하게 된다. 항시 무엇인가를 지키고자 하는, 또는 불변하는 정상(正常)이라 일컫는 것에서는 예외없이 반작용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발자크가 말했던가, 생리학은 병리학을 통해서 새로워지고 발전한다고. 세계에 병리적 현실이 켜켜이 쌓이기 시작할 때 역사는 새로 쓰기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작금의 한국사회 현실은 바로 이러한 역사교체의 적절한 하나의 보기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은 한 점의 회화, 1812년 프랑스 화가 ‘제리...

인간 발자크를 만나러 가다 - 페넬로페
1799년에 태어나 1850년에 사망한 발자크 인생 전반에는 격변하는 프랑스 역사가 들어있다. 발자크는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사회를 그대로 담아 <인간극>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발자크의 소설을 읽을 땐 처음에 힘이 든다. 발자크는 매번 소설 첫 부분에서 세부적이고도 자세히 배경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지루하기도 하고, 어떨 땐 내가 굳이 19세기 프랑스에 대해 이렇게까지 알아야 되는가에 대한 회의마저 든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읽어나가면 촘촘하게 짜여 진 발자크 소설의 매력에 점...

빛이 성장할수록 문학은 성숙해지고 - cyrus
대구 독서 모임<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4월의 세계 문학 오에 겐자부로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현대문학 2009년2025년 4월 25일 금요일저녁 8시~10시 45분장소: 인더가든<4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정현정(진행), 조약돌, 김성현, 천성은, 최승민, 최해성(모임 후기 엮은이)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한 이야기가 흐르거든요. 오에와 아들 히카리(大江光)의 관계를 조명한 책을 쓴 영국의 언론인 린즐리 캐머런(Li...

상실과 부재, 그리고 글쓰기 - 자목련
글을 쓴다. 빈 공간이 채워진다. 잡념으로 채워졌던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그래서 쓰는 일은 좋고 제법 괜찮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빈 자리』 를 읽으면서 텅 빈 공간을 떠올렸다. 잠시 자리를 비운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영영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의 부재를 채우려고 쓰는 마음. 어쩌면 그건 보뱅을 글을 빌미로 쓰고 싶은 내 마음인지도 모른다. 책 날개를 펼치고 마주하는 첫 문장(“살아갈 길이 없기에 우리는 글을 쓴다.”)에 울컥하고 말았으니까. 그러니까 이 글은 ...

흰 것들, 죽음, 진혼…… 애도. - 그레이스
작가의 색채 이미지들은 감각적이고 서정적이다. 「노랑무늬 영원」이나 「내 여자의 열매」에서도 『희랍어 시간』에서도 빛과 색채 표현의 예민함은 마음을 시리게 한다. 그녀의 회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엿보인다. 『바람이 분다, 가라』에서 화가가 흰 종이 위에 먹과 색이 번지고 스며들게 하는 등의 작업 묘사는 더욱 그렇다. 작가의 ‘흰’색은 특정한 상징과 정서를 갖고 있다.『바람이 분다, 가라』에서 정희의 꿈에 등장하는 흰 새, 빽빽하게 내리던 미시령의 폭설, 먹이 번져가던 흰 종이 등 모두 죽음을 연상시킨다. 『소년이 온다』에서...

그리고 하염없는 기다림 - 다락방
드디어 모비딕을 다 읽었다.다 읽어서 이렇게 나란히 두 권을 두니 하나의 그림이네? 고래와 포경선이 말이지.모비딕을 읽기 전에는 그저 고래를 잡는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고래를 잡는데 이야기가 이렇게 길게 나와?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너무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 읽기를 자꾸 미뤘더랬다. 모비딕이 좋다는 얘기도 들었고 스타벅스도 모비딕의 스타벅에서 가지고 왔다지않나, 게다가 모비딕을 읽어두면 두고두고 또 여기저기 다른 작품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여하튼 읽어보자, 하면서도 세상에 바다에서 고래 잡는 얘기가 재미있을게 뭐야? 라...

더없이 고결한 떡갈나무도 바닥에 쓰러지고 나면 그 옹이 구멍에 이상하게 자라난 덩어리들이 뭉치듯, 한때 고래의 눈이 있던 곳에는 이제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안구만이 끔찍하고도 안쓰러운 모습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하지만 동정의 여지는 없었다. 나이도 많고 팔도 하나이고 눈도 멀었지만, 녀석은 인간들의 즐거운 결혼식과 또다른 떠들썩한 축제를 밝혀주기 위해, 또한 그 누구도 다른 누구에게 절대 해를 입혀서는 안된다고 설교하는 엄숙한 교회를 환히 비추기 위해 처형당하고 살해당해야만했다. - P137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 퍼니 사이코 픽션 족장의 가을 8월은 악마의 달 정열 - 구름모모
​사랑하지 않는 여자친구, 사랑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수많은 아내들을 떠올리는 남자들이 있다. 박혜진이 엮고 풀은 『퍼니 사이코 픽션』 7편의 피폐소설 중의 『정열』라는 송경아 소설의 남자는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8월은 악마의 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등장하는 부자가 회상하는 자신의 여러 아내들이 그러하다. 기억조차 선명하게 남지 않은 많은 아내들이 그 남자를 스쳐지나쳤음을 남자를 통해서 전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