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서평]신이 깃든 산 이야기- 아사다 지로 - 나난
<신이 깃든 산 이야기>
편집자 후기는 영화 파이란의 대사로 시작하고 있다. 영화를 보았기에 그 대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파이란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영화다. 러브레터라고 하면 이와이 슌지의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키데스만 기억하고 있는데 동명의 소설이 또 있나보다. 하기야 러브레터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어디 한 둘일까. 편집자는 작가의 책을 처음 보고 반해서 이 작가의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전부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어느 정도 팬심도 섞여 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비교적 짧은 이...

6점
[마이리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지하철 독서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단장의 사택에서 취사를 맡고 있는 우다왕은 사단 내에서 손꼽히는 우수하고 모범적인 사병이다. 군에 들어와 오랫동안 명예로운 기록을 세운 그는 투철한 군인정신과 당에 대한 지극한 충성으로 무장되어 있다. 우다왕은 항일전쟁과 해방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던 사단장과 그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류롄을 위해 매일 성실히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 그는 부뚜막 위에 놓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마오쩌둥의 1944년 연설에서 따온 문구를 새긴 팻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문제는 류롄이다. 사단장보다 열일고여덟 살이나 어린 부인은 우다왕에게 바...

10점
인상적인 소설 - 아리에시아
<희랍어 시간>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은 기억에 남고 마음 깊이 와닿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책입니다. 무엇인가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같이 만나서, 서로 잃은 감각을 상대방이 조금씩 채워주면서 맞물리는 듯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그 외에도 기억에 남는 대목이 많은 소설입니다. 특히 상실, 상처 등이 그저 텅 빈 공간처럼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가 여전히 남은 와중에 조금씩 행복해지거나 최소한 덜 불행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러 모로 기억에 남고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희랍은 그리스를 음차한 표현으로, 그리스라는 단어로 사실상 대체된지 수십...

10점
명화에 대한 소소한 질문에 깨알같은 명답 [두번째 미술사] - LILLY
<두 번째 미술사>
미술사의 모든 작품은 선택되고, 때로 오해되었다가, 마침내 되돌아온다"최초" "원조" "천재"의 신화 너머 섬세하고 입체적인 '두번째 해석'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책을 몰아읽어대던 때가 있었다. 서양사를 파고들다보면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영역이 미술사다. 고대그리스시대부터 예술은 서양사와 그 결을 함께 해온터라 미술사조가 분명했던 건 그만큼 그 시대의 역사에서 예술이 그 색깔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냈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 미술사조가 왜 대표적이 되었나 배경을 찾아보면 역사적 사건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서로 돌고도는 관계가 역사와 미술사...

8점
첫 여름, 완주 - 꼬마요정
<첫 여름, 완주>
도시가 아닌 곳은 시골일까. 고층 건물이 빼곡하고 도로에는 차들이 쉬지 않고 달리는 곳이 도시라면,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고 옆을 보면 나무와 들판이 보이는 곳은 시골일까. 많은 낯선 사람들 속에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곳이 도시라면,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은 시골일까. 그렇다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정이 넘치고 여유로워 보이는 시골을 동경할 것이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를 부러워할 수도 있다.열매는 빌려 준 돈을 갚지 않은 채 사라진 고수미를 찾으러 수...

10점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테일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커컴버는 멀고 아름답고 고요한 곳이다. 누구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모든 존재가 사랑과 존중을 무한정 누리는 곳, 내가 꿈꾸는 곳. 나는 커컴버를 꿈꾸지만 그곳에 도달하지 못한다. 도착하기도 전에 추방당했다. 107"  책을 읽다가 문득 거실 한쪽에서 조용히 자기 집에 들어가 대기중인 로봇청소기를 흘끔 거렸다. 쟤가 집안을 돌아다니며 구조를 익히고 가끔 발생하는 장애물들을 피해 이리저리 열심히 청소를 하는 것만 봐도 대견한데, 프로그래밍 된 몇가지 짧은 문장 외에 말을 한다면 어떨까. 집안일을 해주는 로봇이 ...

8점
문학은 언제나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아주 강하게! - 異之我_또다른나
<걸리버 유람기>
<껄늬버 유람긔 : 걸리버 유람기> 조너선 스위프트 / 김연수 / 대한출판문화협회 (2024)[My Review MMCXIV / 대한출판문화협회 1번째 리뷰] <걸리버 여행기>는 워낙 많이 읽었기 때문에 특별할 것이 없을 정도지만, '제목'이 참 옛스러워서 꺼내들었다. 문득 '신사유람단'이 떠올랐는데, 아닌 게 아니라 최남선이 우리 나라 최초로 <걸리버 여행기>를 뒤쳐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남선은 특이하게 '소인국'이 아니라 '거인국'부터 썰을 풀어낸 뒤, 나중에 '소인국'도 써냈다고 하는데, ...

8점
철학이 멈추는 날 - cyrus
<밤보다 긴 촉수>
4점 ★★★★ A-철학(哲學)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리에 밝다(哲). 그들은 꾸준히 숙고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는 자주 생각할수록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그의 머리 위에 있는 ‘별이 총총한 하늘’과 그의 마음속에 있는 ‘도덕 법칙’이다.[주1] 별이 빛나는 밤은 객관적으로 설명 가능한 자연이다. 칸트가 생각하는 인간은 ‘도덕적으로 판정하는 이성의 사례들’을 손에 지닌 존재이다.[주2] 칸트는 자연을 탐구하는 데 유용한 이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도덕 법칙은 우리가 자발적으...

8점
죽으려는 이가 죽은 자신에게 - 스프링버드
<자살>
이 작품은 소설인가, 유서인가. 독자는 묻게 된다. 에두아르 르베는 <자살> 초고를 출판사에 보내고 며칠 뒤 자살했다. 이 일이 없었다면 <자살>은 당연히 소설로서 읽히겠지만 작가가 실제로 자살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 사실에 경악하며 우리는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 한다. 도대체 그는 왜 살기를 포기했을까, 아니 더 본질적 질문은, 삶이란 것이 과연 포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다. 자명하다고 생각했던 사실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이 행동 앞에서 우리는 당황한다. 생명 논리는 절대 진리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

10점
200년의 시차를 굴복시킨 인간 통찰의 유산 - 비의식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책은 병상에서의 무기력과 현실의 불확실성을 넘어 순수하고 선한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병상의 풍경」, 204쪽 해즐릿은 병상에서 쓴 위의 문장을 끝으로 1830년 9월 18일, 52세에 영면(永眠)했다. 꼭 병상에서만 책이 그러하겠는가? 독서는 삶의 열정을 누그러뜨리고, 세속적 추구에서 벗어나게 하며, 삶의 지난 날들의 정직하고 열광적 감정을 되살리는 통로이기에 감각을 정제하며 삶을 다시 시작 할 길이 되어준다. 그의 말처럼 책은 “노력과 사상, 사색을 통해 얻은 진정한 감동의 공간”으로서 우리 정신의 위안처이자 용기를...

8점
[마이리뷰] 비자나무 숲 - 곰돌이
<비자나무 숲>
쉬는 날이 되면 반드시 늦게까지, 정말 늦게까지 잠만 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기계처럼 잠에서 깬 나는 베개에 눌려 찌그러진 눈을 하고는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아 굼뜬 손으로 핸드폰만 연신 뒤적거리다가 차라리 이럴 바엔 책이나 읽는 게 낫겠다 싶어서 독서등을 켜고 책상에 앉아 7편의 중단편으로 엮인 권여선 작가님의 <비자나무 숲>을 펼쳤다.기획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팔도기획」 출판사에서 일하는 이십 대 여성 ‘김 작가’는 읽는 내내 정이 1도 가지 않았던 홍 팀장 밑에서 몇 명의 선배 작가와 함께 자비 출판을 원하...

10점
엄마가 되기 위해 우리 몸에 일어났던 일 - hnine
<엄마 생물학>
거의 20년 전 '하리하라의 과학 카페'라는 책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이은희 과학저술가는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읽는 생명과학저술가이다. 올해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고 바로 구해서 읽은 이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본인의 경험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머리말 부터 순탄치 않았던 본인의 임신과 출산 과정으로 시작한다.엄마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말하자면 하나의 관점에서 말 할 수 없겠지만 여기서는 생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도 결국 성평등, 젠더 갈등 등 다른 문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10점
˝IMF 주범은 커피였다?˝ 커피 한잔으로 관통하는 대한민국의 100년 애환사 - 구데리안
<커피 한 잔에 담긴 문화사, 끽다점에서 카페까지>
나는 커피가 좋다. 흔히 인간의 3대 욕구를 식욕, 성욕, 수면욕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하나를 더하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커피욕이다. 매일 1리터 두 병을 갖다놓고 물처럼 마시는 중. 그렇다고 직접 커피 갈고 로스팅해서 맛과 향을 음미하는 커피 덕후는 아니지만 어쨌든 커피 없이는 못 버티는 몸이 되었다. 조선 시대 틈만 나면 장죽대 물고 있던 우리 조상님들은 담배를 가리켜 '식후 제일미(食後第一味)'라고 했다던가. 담배 안 피는 나로서는 그딴 풀 태운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보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이야말로 나른한 오후를 맨...

10점
[김혜진] 오직 그녀의 것 - 황수진
<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작가의 신작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출판의 현장에서 보이지 않게 존재해온 편집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1990년대 초 교열자로 일을 시작해 평생을 문학 편집자로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을 만들며 겪는 관계와 사건,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천천히 구축되어 가는 삶의 모습을 담아낸다.주인공은 내성적이고 순응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원고와 책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차분하게 쌓아간다. 작품은 단순히 직업적인 기록을 넘어 노동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일의 의미와 결을 ...

10점
격동 속에서 우린 - 기진맥진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고 느껴지는 책을 만나는 것은 보람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근데 나는 그런 책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 (어린이책 빼고는 대부분의 책이 그렇다고 할까^^;;;) 그래서 마음의 결심은 잘 지켜지지 못하고, 여전히 나는 무식자로 살아가고 있지. 하지만 인간이 무식자인 것은 당연하다고 자기합리화를 한달까. 세상엔 너무나 많은 지식이 있고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그것들은 또 얼마나 복합적이고 복잡하냐.... 이 책을 읽고 '오호 그랬단 말이지' 하지만 그...

8점
돈, 돈, 돈 - 모시빛
<문학의 쓸모>
돈, 돈, 돈 문학의 쓸모 La litterature, ca paye앙투안 콩파뇽 ,김병욱 (옮긴이), 뮤진트리, 2025-04-17.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시인 박인환(1926~1956)이 <목마와 숙녀>에서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라고 한 지 70년이 흘렀다. 종이 활자보다는 영상 시대, 그 영상에서도 쇼츠가 더욱 흥행하는 시대, 문학은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아서 어느 새는 흥했다가 또 어느 때...

10점
[단 한 번의 삶]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 단발머리
<단 한 번의 삶>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9쪽) ​이전에 읽은 책이 사사키 아타루의 『모두를 위한 철학 입문』이어서 그랬던 걸까. 첫 문장이 귀에 딱 꽂혔다. 죽음에 관한, 인생을 다룬 지루하고, 자세한 설명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종교, 신화, 소설, 영화, 컴퓨터 같은 이야기들이 인생의 일회성이 주는 불쾌를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10쪽) 일회용의 인생, 일회성이 주는 불쾌. 만약 인생이 일회용이라면. 우리네 인생이 진짜 일회용이라면. ​나는 좀 못된 사람이라 그런가, 인생이 정말 일회용이라면 인생...

8점
나와 그녀들의 도시 - march
<나와 그녀들의 도시>
얼마전 가을 여행에서 박경리 작가가 토지를 마무리했던 원주 옛집에 다녀왔다.눈앞에 있는 서재에서 토지를 쓰고, 마당에 나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하동 평사리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살아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고, 통영 무덤을 찾았을 때는 박경리 작가의 삶의 장면 장면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박경리 작가의 토지가 비로소 내 것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거였다.이렇듯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장소, 작가가 작품을 썼던 도시들을 돌아봄으로써 작품의 이해도는...

8점
가을 햇살이 그저 좋아서 - 꼼쥐
<그 여름의 항해>
과거에 벌어진 일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에 대한 마음속 시각이나 평가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과거에 대한 각자의 평가는 어쩌면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가 과거를 향해 내리는 평가인 동시에 그러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각자의 의지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우리는 윤석열이라는 미치광이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택하는 믿지 못할 과오를 저질렀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그러한 선택에 대한 자책과 깊은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평가는 어쩌면 우리들 각자가 아닌, 우리 앞...

10점
[마이리뷰] 야만의 해변에서 - 거리의화가
<야만의 해변에서>
이름은 중요하다. 이름은 우리 자신을 부르는 것이며, 사람들이 우리를 언급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구였는지를 나타내는 것이자 상대방이 그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 P17나의 이름은 사라지고 무언가가 되거나 집단화되어 통칭된다면 어떨까. ‘나를 업신여기는구나.’ 또는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구나.’하고 여기지 않을까. 과거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제대로 불리지 않았으며 지워진 채 이용 당하는 세월이 길었다.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고 인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일부...

10점
우무오피아 쇠망사. - 반유행열반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20251012 치누아 아체베. 지난 달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읽고 독후감 쓴 걸 AI한테 읽어 보라 하면서 문득 궁금했다. 그 소설은 동아프리카에 한동안 머물던 백인 지주 관점에서 쓰였고, 탄자니아(케냐였나)지역 자연의 아름다움과, 유럽 출신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지역민에 대한 애정, 그의 입장에서 느낀 유대감 같은 걸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원주민 입장에서도 그럴까? 원주민 입장에서도 백인과 우정과 연대감을 느끼고 그걸 서술해 둔 작품도 있을까? 그런게 창작되었더라도 동족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고 비난과 함께 매장되지 않...

10점
글쓰기,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외투 - 초란공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
글쓰기,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외투 -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 돌봄과 상실, 부모의 나이듦에 관하여 폴커 키츠(Volker Kitz) 지음윤진희 옮김 [김영사] (2025) 올 여름 매미가 뜨겁게 울던 어느 날 집안 어른 한 분을 떠나보냈다. 한 인간이 아프고 삶이 무너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나의 관심은 오로지 인간의 나이듦과 돌봄에 초점이 맞추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나의 생계를 접어두고 환자의 수족이 되어 환자를 보살핀 것도 아니기에 나의 무력감과 부끄러움이 상처를 더 쿡쿡 건드리...

[1] "‘돌봄’은 이제 우리 세대를 드러내는 단어다." - P25


8점
나로 변신한 추억을 찾아 - Falstaff
<필립과 다른 사람들>
. 노터봄은 7, 8년 전에 <의식>을 읽고는, 이 책 <필립과 다른 사람들 : 이하 “필립”이라 표기>도 읽은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을 볼 때마다, 읽은 책, 이렇게 판단하고 그냥 넘어갔다. 안 읽은 줄 알았다면 벌써 해치웠을 터인데.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개가실 서가에서 책을 뽑아 훌훌 넘기다 보니 생판 처음 만나는 스토리다. 아이쿠, 이 책 안 읽었구나. 얼른 빌려서 다음날 하루만에 다 읽었다. 2백쪽 정도 분량의 짧은 작품이다. 미리 말해두거니와, 읽는 재미를 기대하면 읽기 힘들 걸? <...

10점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김홍 - 돼쥐보스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소설 읽기가 심각해질 때 (소설 읽기가 심각해질 때가 있을까. 사는 게 더 심각하지. 그럼에도) 김홍의 소설을 한 편씩 찾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괜찮다. 읽을수록 황당한데 황당함이 납득이 되면서 괜찮아진다. 처음으로 읽은 소설은 『엉엉』이었고 두 번째는 『프라이스킹!!!』. 위원회 3부작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인생도 이렇게 엉망진창인 것 같은데 의외로 순서가 있듯이) 순서에 맞게 읽었다. 위원회 3부작의 순서는 『엉엉』, 『프라이스킹!!!』, 『말뚝들』이다. 고급 정보 하나. 본체가 떠나...

10점
똥 먹은 기분인데도 별 다섯 - 잠자냥
<보스턴 사람들>
<보스턴 사람들>은 참 신기한 작품이다. 재미있는 것 같으면서도 재미가 없고 속 시원한 것 같으면서도 읽다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장장 688쪽. 연휴 동안 3일에 걸쳐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쫑낼 때쯤엔 부글부글 끓던 속이 울화통에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책을 덮으며 말했다. “아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그러면서도 별 넷? 별 다섯? 생각하다가 별 다섯을 줬다. 기분이 너무 나빠서 별 넷으로 깎으려다 그래도 다섯으로 준다. 헨리 제임스.헨리 제임스는 예전에 폴스타프 님이 딱 적절하게 표현하신 적이 있다. “...

10점
효도에 대해 생각하다 - 자성지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
결혼한 딸이 서른셋에 엄마가 돼 아들을 키우느라 애쓰며 지낸다. 외손자가 태어난 후 단조로운 가족은 사랑을 쏟을 대상을 만나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첫딸 출산 후 복직하여 일하느라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였다. 엄마와 함께 지내며 어리광을 부릴 때에 딸은 가고 싶지 않은 보모 집에 맡겨졌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생떼를 쓰는 아이를 뒤로한 채 걸음을 바삐 놀려 일터로 향하였다. 퇴근하면 부모를 기다린 딸이 함께 놀아달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할 일이 많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곁을 주지 않았던 게 마음에 멍울로 남아 있다. 예...

10점
‘특성 없는 남자’의 특성은 무엇일까 - 페넬로페
<특성 없는 남자 1>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세 소설은 ‘20세기 소설의 삼위일체’라고도 일컬어진다. 무질은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초 독일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1999년 르 몽드가 선정한 세기의 도서 100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소설의 어떤 점이 그렇게 대단한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율리시스’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기 때문에 그 다음엔 당연히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를 읽...

10점
토머스 하디의 뛰어난 통찰 - 다락방
<이름 없는 주드 2>
와- 우선 이 책은 모두들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하고 싶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은 토머스 하디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준다.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압박을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직시하고 있었음을 이 책에서 그대로 다 보여준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하디는 '수 브라이드헤드'를 만들었고, 물론 '아라벨라'도 만들었다.이 책의 제목은 이름없는 '주드' 이고, 당연히 처음 시작부터 주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드가 부모도 없는 가난한 환경에서 그렇게나 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았고, 그래서 먹고 살기 힘든 와중...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는 주드가 질투를 느끼는 경우 금세 알아차렸다. 사실 지금처럼 두 사람의 생활과 직접 관계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경우에도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밖으로는 표현되지 않은 제2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두 사람 사이의 상호교감이 그만큼 완전했기 때문이었다. - P17


10점
이웃에게 건네는 안부 인사 - 모나리자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작가는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으로 처음 만났고 이 소설집이 두 번째다. 그러니까 김애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는 얘기다. 먼저 소감을 말하자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에 감탄했다. 장편에 비하면 단편은 몰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았다. 주변의 이웃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깊은 관심과 연민이 없었다면 이런 얘기를 쓸 수 있을까. 이 소설집에 수록된 일곱 편의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돈’과 ‘이웃’이다. 행복한 삶의 선택권을 줄 수도 있는 ‘돈’이라는 화두는 우리 삶을 ...

10점
커트 보니것의 소설들 - kinye91
<세상이 잠든 동안>
단편 소설들 모음집이다. 역시 보니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반전이 일어나는 작품. 그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들어있는 소설들.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에 돈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소설이 있는데, 그렇다. 우리는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성장, 성장하는 것은 바로 이윤을 남기는 일이고, 이윤은 곧 자본이 추구하는 기본 목표이니, 이러한 자본에 잠식당한 삶은 다른 것을 볼 수 없게 한다.하지만 다른 것을 보아야 한다. 소설 '탱고'에서처럼 자본에 둘러싸인 삶들 속에서도 자본이 아닌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습, 그러한...

8점
삶이 공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안내서 - yamoo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직장 내에서 나하고 친한 팀장님 한 분이 있다. 나보다 선배고 세 살 정도 연상이다. 직장에서 꽤 친한 선후배 사이인데,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매우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가 책과 관련된 TV 프로그램과 책 콘텐츠 등을 찾아보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게서로 시작해서 교양서 위주로 열심히 읽고 있다. 내가 추천해 준 책들도 꽤 읽었다. 작년부턴가는 문학책도 꾸준히 읽으시는 듯하다. 지난 달인가, 점심을 먹으면서 내게 강력히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단다. 궁금하고 반가워서 뭐냐고 하니,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

10점
아메리고 vs 콜럼버스 - bookholic
<아메리고>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슈테판 츠바이크의 신간 소식을 들었단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아빠를 비롯하여 많은 팬들이 계셔서 그런지,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지만, 그의 숨겨진 작품들이 하나 둘 출간되어아빠 같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구나. 이번에 출간된 책은 <아메리고>라는 책인데, 책 두께가 무척 얇은데도 가격은 만만치 않더구나. 그리고 같은 제목의 책이 두 출판사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더구나. 오래전 책인데 우리나라의 다른 출판사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이 되다니… <아메리고&...

인간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한다. 무엇인가에 열광하게 되면 그 열망을 한 마디 환호성으로 표현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우연의 바람이 불현듯 하나의 이름을 던져준 행운의 날,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울림 좋고 날개가 돋친 듯한 그 낱말을 서슴없이 받아들여 새로 발견한 세계를 아메리카라는 새롭고 영원한 이름으로 맞이했다. - P13


8점
두 우주 사이 - 종이
<오, 윌리엄!>
루시는 현재 64세, 윌리엄은 71세이다. 제목이 주는 짐작과 달리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20여년 전에 이혼한 이후에 친구로 지내고 있는 루시와 윌리엄 두 사람의 긴 세월에 걸친 이야기이고, 다 읽고 돌아보면 주인공은 역시 화자인 루시였음을 깨닫는다.이혼 후에 두 사람은 각각 재혼했으나 몇 달 전에 루시 남편은 병으로 죽고 윌리엄의 아내는 무례한 방식으로 결별을 고하고 떠나버렸다. 그래서 둘 다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이지만, 이 신변의 변화가 소설의 중요한 축인 두 사람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윌리엄은 오래 전에 죽은 엄...

10점
바빌론의 역사 (카렌 라드너/서경의/더숲) - 성근대나무
<바빌론의 역사>
바빌론의 선주민 격인 수메르에 관한 책은 몇 권 읽었다. 주로 신화 형태로서 바빌론의 신화 체계가 설명되었지만, 문명과 역사로서 바빌론에 관한 책은 처음 접한다. 감수자 유흥태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바빌론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라고 하니, 기존에 관심이 지녔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하였던 셈이다. 수메르는 메소포타미아 남부이며, 바빌론은 중부에 위치한다. 왕조사로 보면 바빌론은 수메르를 계승하고 페르시아 제국에 멸망함으로써 종말을 맞이한다. 문명사로 보면 바빌론이 완전히 버려지는 시기가 알렉산더 대왕 사후인 기원전 ...

6점
멸종된 한국 호랑이를 찾아서 - 레삭매냐
<정호기>
도서관은 역시나 내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책과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수년간 독서를 하면서, 나름 책을 고르는 취향을 갖게 되다 보니 관심이 없는 분야의 책들에 대해서는 거의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나의 독서 편식으로부터 아주 가끔 일탈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바로 도서관 방문이다. 지난주에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일본 자산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가 썼다는 <정호기>, 그러니까 한국 호랑이 사냥에 대한 기록한 책과 만나게 됐다. 1917년, 한일병탄으로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

10점
책을 펼치면 바람이 들어온다 - 짱고아빠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책을 펼치면 바람이 들어온다.낡은 창문이 열리며 먼지와 빛이 함께 흔들린다. 도시의 냄새와는 전혀 다른, 나무와 흙의 냄새가 번져오는 순간, 나는 이미 그 숲속 도서관에 앉아 있는 기분이 된다. 일본 나라현의 깊은 산중, 버스도 닿지 않는 고택 속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 <루차 리브로>.대학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던 저자는 업무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도시 생활이 주는 위화감으로 정신질환을 얻게 된다. 3개월여의 입원 생활을 거친 후저자는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나라현의 시골로 이주해 자신의 집을 도서관으로 열었다. 가장 내밀한...

10점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만 가능한 사랑 - 제코루
<절창>
구병모 작가의 [절창]을 읽었다. 구병의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느꼈던 단어 선택에 대한 탁월함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국어사전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완독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다다른다. 그래도 꽤나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아무리 한자어라 해도 뜻이 어렴풋이도 전혀 짐작되지 않는 말을 접하게 될 때는 저자의 의도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저자가 이렇게 난해한 단어들을 한 문장에 두 세개씩 나열되는 것을 보고 유식함을 과장되어 드러내기 위함이다...

6점
내재된 갈등을 드러내다 - 대굴대굴
<햄릿 (한글)>
뒤틀린 시대로다.(본문 중) 유럽 전체로 보면, 르네상스란 화려한 토양을 바탕으로 인본주의 문화가 활짝 피어나던 시기. 영국으로 좁혀보자면, 엘리자베스 1세 치하에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 하지만 만개하던 꽃들이 고개를 숙이고 절정의 기세가 수그러들 때쯤, 셰익스피어는 감추어져 있던 또 하나의 시대상을 마주하게 된다. 정숙함이 미모를 정숙하게 만들기보다 미모가 정숙함을 음란하게 타락시키는 게 더 쉽지. 이전엔 이 말이 궤변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엔 상식이 되었네.(본문 중) 그가 알게...

10점
삶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 처음처럼
<들풀>
펀트래블의 중국문학기행을 떠나기 전에 구해서 여행 중에 읽었습니다. 1924년부터 1926년 사이에 쓴 산문시 26편과 1927년에 쓴 제목에 붙여라는 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26편의 시 가운데 앞부분의 13편은 여사대 사건 전에, 나머지 10편은 여사대 사건 이후에 썼다고 합니다.루쉰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그의 정체성을 아직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 중국문학기행의 기행문을 써가는데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루쉰은 1881년에 태어나서 1936년에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기의 중국은 청나라가 몰락해...

10점
혐오에 맞서 싸우며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 - 김현아
<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
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 혐오에 맞서 싸우며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 이하진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불가능이란 없을 것 같다. 과학을 어려워하고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내가 과학을 배워서 작가님의 글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진다. 이 책의 사랑들을 조금 더 잘 알고 싶어서 과학을 배우고 싶다니. 소설집의 배경이 미래이고 장르가 SF 소설이라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은 그냥 살고 싶어 한다. 부유하게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