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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읽기의 혁명 - 비루한 삶도 고귀한 삶도 부활한다 ㅣ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4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10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19.
인문책시렁 390
《니체 읽기의 혁명》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4.10.25.
한자말 ‘혁명’을 좋아하는 분이 많더군요. 좋아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만, 이제는 우리말로 나타내는 길도 살펴야지 싶습니다. 갈아엎든, 뒤엎든, 갈아치우든, 엎든, 뒤집든, 바꾸든, 고치든, 새로짓든, 어린이 곁에서 함께 나아갈 새길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갈아엎을 줄 아는 사람은 갈고닦습니다. 바꿀 줄 아는 사람은 바라봅니다. 뒤엎을 줄 아는 사람은 앞뒤를 살핍니다. 고칠 줄 아는 사람은 곱게 여밉니다. 새길을 찾는 사람은 멧새하고 나란히 노래하는 숲살림을 사랑합니다.
안 바꾸는 사람이란 고인물이고, 고이는 물이란 썩는 물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갈아엎기를 바랄 적에는 여태까지 낡은 틀로 사람들을 옥죄던 수말(남성가부장권력용어) 가운데 하나인 ‘혁명’부터 끌어내릴 노릇입니다.
《니체 읽기의 혁명》을 읽었습니다. 여러모로 보자면 “니체 새롭게 읽기”입니다. 낡은 굴레로 가두던 ‘읽기’가 아닌, 새나라와 새길과 새숲과 새사람을 바라보려는 ‘읽기’이니 “니체를 새롭게 잇는다”처럼 바라볼 수 있어요. 이으려면 먼저 읽습니다. 먼저 읽고서 익힐 적에 뜻을 이루게 마련이고, 이때에 가만가만 잇는 삶입니다.
우리말은 ‘헌책’입니다. ‘고서’는 일본말입니다. 일본에서 쓰는 ‘고서’는 바탕이 ‘헌책’이고 ‘옛책’도 ‘고서’로 아우릅니다. ‘헌책집(고서점)’은 책만 팔거나 다루지 않아요. “책을 이미 읽은 사람 손길”이 만나고 이어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헌책집을 드나드는 모든 헌책과 옛책은 “책을 쓴 사람, 책을 펴낸 사람, 책을 사고파는 사람, 책을 읽은 사람”이라는 네 가지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꾸린 손빛이 흐르는 곳입니다.
이런 얼거리를 느껴서, 저는 꽤 예전부터 ‘헌책(고서)’을 가리키는 다른 우리말로 ‘손길책·손빛책’이라는 낱말을 지어 보기도 했습니다. 헌책집에서 만나는 모든 책은 ‘헌책’이라는 ‘상품’이면서, ‘손길·손빛’이 닿은 ‘이야기’와 ‘삶’이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돈으로는 살 수 없지만, 돈으로도 고맙게 사서 누리는 우리 이웃 삶이야기까지 배우는 빛나는 이음꽃이라고도 느낍니다.
‘헌책’이라는 낱말에서 ‘허’는 ‘허허벌판’이라는 낱말에서 쓰는 ‘허’하고 맞닿고, ‘하늘’이라는 낱말에서 쓰는 ‘하’하고 나란합니다. 그래서 헌책이라는 읽을거리를 곰곰이 짚으면서 곱게 품을 줄 안다면, ‘헌책 = 한책(하늘책)’인 줄 깨닫습니다.
독일사람이라기보다 ‘그냥 사람’인 니체라고 한다면, ‘그냥 사람’인 니체를 어떻게 느끼고 읽고 새겨서 이을 적에, 온누리를 새롭게 짓고 가꾸고 일구는 어진 눈빛일는지 처음부터 다시 살필 수 있어요. 그저 깨부수기만 해서는 깨닫지 않아요. 알을 깨고 나오듯, 하나씩 새롭게 알아가려고 할 적에 깨닫습니다. 오늘부터 한 걸음씩 의젓하게 내딛을 이웃님을 그립니다.
ㅍㄹㄴ
무릇 인식에 관점을 중시한 니체가 경고했듯이 누군가의 철학에 다가설 때 자신의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8쪽)
학계의 냉소와 비난에 초연해진 니체는 다시 책쓰기에 나섰다. (28쪽)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적바림한 자료들이 그만큼 풍부했다는 뜻이다. 거의 날마다 걸은 산책길에서 움튼 생각을 곧바로 수첩에 기록했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더 큰 공책에 옮겨 적었다. (43쪽)
은둔하며 고독을 즐긴 그에게 ‘고행 수도사’라거나 ‘염인주의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면서도 철학 교수들이 강단 철학으로 밥벌이를 하며 난삽한 용어로 대중을 현혹한다고 비판했다. ‘대학교에서 철학을 배우려는 것은 인생 낭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60쪽)
니체는 기독교 성직자들이 예수가 가르친 ‘사랑을 통한 구원’ 대신에 신앙을 통한 구원, 부활과 심판에 대한 종말론을 도입했다고 보았다. 더구나 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예수의 뜻을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95쪽)
니체는 물리적·물질적 힘의 추구만으로 극복인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창조적 힘’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164쪽)
니체는 거듭 “자기 자신을 참고 견뎌내기” 위해서 “건강한 사랑으로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새처럼 비상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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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읽기의 혁명》(손석춘, 철수와영희, 2024)
그의 곡진한 권유가 장엄한 우주론에 터하고 있어서다
→ 그가 드넓은 온길에 터하며 애써 얘기하기 때문이다
→ 그가 놀라운 온숲에 터하며 힘써 밝히기 때문이다
5쪽
스스로 생각의 근육을 키워가야 옳다
→ 스스로 생각힘을 키워가야 옳다
→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내야 옳다
8쪽
학문을 가르친다고 주장하는 강단에서도 내려오라는 모욕적인 비난까지 받았다
→ 배움길을 가르친다고 외치는 곳에서도 내려오라고 까대는 말까지 들었다
→ 배움꽃을 가르친다고 외치는 곳에서도 내려오라고 깔아뭉개는 말까지 들었다
27쪽
몸의 고통이 길어지면서
→ 오래도록 아프면서
→ 오래도록 앓으면서
29쪽
그의 철학에 고갱이가 될 영원회귀의 우주론을 착상했다
→ 그이 넋에 고갱이가 될 한꽃길을 떠올렸다
→ 그이 생각에 고갱이가 될 늘빛길을 찾았다
→ 그이 눈꽃에 고갱이가 될 온길을 그렸다
33쪽
조용히 눈길을 돌리겠다는 결기엔
→ 조용히 눈길을 돌리겠다고 당차니
→ 조용히 눈길을 돌리겠다고 다부져
34쪽
거의 날마다 걸은 산책길에서
→ 거의 날마다 걸은 길에서
43쪽
정신착락으로 입원한 뒤
→ 넋이 나가 들어간 뒤
→ 미쳐서 드러누운 뒤
47쪽
니체의 깊이를 실감할 매혹적인 물음이다
→ 니체가 깊다고 느낄 아름다운 말이다
→ 니체라는 깊이를 볼 눈부신 말이다
49쪽
인간은 신이 창조했고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다
→ 사람은 하늘이 지었고 홀가분하다
→ 사람은 하늘빛이 낳은 온눈이다
→ 사람은 빛으로 지은 혼넋이다
53쪽
팔리지 않아 파지가 될 수 있다고 면박을 주었다
→ 팔리지 않아 넝마가 될 수 있다고 꾸짖는다
→ 안 팔려서 헌종이가 될 수 있다고 쏘아댄다
58쪽
대가를 치러야 했다. 폐강이 그것이다
→ 값을 치러야 했다. 닫아야 했다
→ 값을 치러야 했다. 내려야 했다
59쪽
문제는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는 고통이 가장 큰 존재가 사람이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 사람은 뜻을 이루지 못할 적에 몹시 괴롭기만 하지 않다
→ 사람은 꿈을 펴지 못할 적에 더없이 힘들기만 하지 않다
67쪽
이 세계의 존속은 논리와 추론이 사라진 무리들의 방종한 행위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 온누리는 말과 생각이 사라진 무리가 멋대로 굴며 굴러간다는 뜻이다
→ 이 터전은 길눈과 생각이 사라진 무리가 마구잡이로 굴린다는 뜻이다
70쪽
잎의 죽음을 재촉하는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오고 있다
→ 잎을 떨구는 바람이 나한테 불어온다
→ 바람은 잎을 흔들며 나한테 불어온다
73쪽
그의 글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다
→ 그가 쓴 글에서 볼 수 있다
→ 그이 글에서 찾을 수 있다
75쪽
신비한 계시라는 이름 아래
→ 놀랍게 밝히는 말이라면서
→ 남달리 보인다고 이르며
→ 빛으로 깨우친다면서
97쪽
신의 죽음을 받아들여 더는 유일신을 믿지 않게 된 사람들은
→ 죽은 님을 받아들여 더는 하나님을 안 믿는 사람들은
→ 죽은 빛을 받아들여 더는 하늘빛을 안 믿는 사람들은
103쪽
“존재의 가장 내적 본성이 힘에의 의지”이기에 “누가 힘을 원하는가?”라는 물음은 “불합리한 질문”이라고 주장한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에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 “살아가자면 힘에 기대”기에 “누가 힘을 바라는가?” 하고 물으면 “옳지 않다”고 대꾸한다. “삶이란 힘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 “살려면 힘이 있어야 하”기에 “누가 힘을 비는가?” 하고 물으면 “알맞지 않다”고 말한다. “살며 힘을 쓰”기 때문이다
115쪽
오전 오후의 두 산책길에서
→ 아침낮으로 거닐면서
→ 아침과 낮게 걸으면서
121쪽
예술 경험의 효과를 삶의 진정제가 아니라 촉매제로 본 니체는
→ 니체는 멋빛이 삶을 다독이기보다 북돋운다고 보며
→ 니체는 꽃살림이 삶을 달래기보다 북돋운다고 보고서
136쪽
몸의 영원한 부활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부활이다
→ 가없이 살아나는 몸보다 가없이 살아나는 삶이다
→ 몸이 아닌 마음이 언제나 날아오른다
155쪽
창조적 힘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 새힘을 반드시 내야 한다
→ 반드시 새롭게 힘내야 한다
164쪽
그래야 새처럼 비상할 수 있다
→ 그래야 새처럼 날 수 있다
→ 그래야 새처럼 날아오른다
27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