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란 무엇인가 - 자유롭고 평등한 사귐의 길을 찾아서
박홍규 지음 / 들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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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14.

인문책시렁 422


《우정이란 무엇인가》

 박홍규

 들녘

 2025.4.10.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읽자니, 첫머리부터 “‘우정’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 없어서 그대로 사용합니다(15쪽)”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설마 말이 될까요? ‘사이좋다’나 ‘어깨동무’나 ‘손잡다’나 ‘발맞추다’나 ‘어울리다·아우르다’는 모두 한자말 ‘우정’을 가리키는 우리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살갑다’나 ‘도란도란·두런두런·오순도순’도 매한가지입니다. 따로 ‘띠앗’이라는 낱말이 있기도 하며, ‘띠·끈·줄’로도 어우르는 마음결을 나타냅니다.


  우리는 우리말도 잊을 뿐 아니라 생각조차 못 하는 터라, 몸을 둘러싼 수수께끼도 쉽게 잊습니다. 이를테면 한자로 적는 ‘암(癌)’은 우리말로 하자면 ‘좀’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우리 몸에 자리잡으려고 하는 좀스러운 것이 뭉쳐서 ‘암’이라 하는데, 좀이 늘어나는 까닭이라면, 우리가 스스로 좀을 몸밖으로 못 내보내는 탓입니다. 좀이 생기면서 뭉쳐서 밖으로 나가야, 우리 몸은 낱(세포)을 튼튼하게 새로 낳게 마련이니, ‘좀(암)’이란 ‘나쁜것’이 아닌 ‘낫는길’이기도 합니다.


  ‘늙다(노화)’란, 나이만 늘리면서 안 배우는 결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여든이나 아흔 나이여도 새롭게 배우려는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서는 ‘죽음냄새’가 안 나요. 나이가 젊더라도 안 배우려는 사람한테서는 으레 ‘죽음냄새’가 나더군요.


  《우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줄거리를 펴자면, ‘늙음길’이 아닌 ‘배움길’을 짚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서로 들려주고 듣는 사이로 지내기에 어깨동무를 합니다. 한쪽만 말을 한다면 어울림이나 동무하고 멀어요. 우리말 ‘동무’도 한자말 ‘우정’을 가리키는데, ‘동글다·둥글다·두레·돌보다·돕다’를 밑동으로 삼는 낱말입니다. 이 낱말이 모두 ‘우정’을 가리켜요.


  애써 먼나라 옛자취를 들추면서 띠앗길을 알아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스스로 옛날 옛적부터 갖가지로 곳곳에 쓰던 수수한 낱말을 짚기만 해도 넉넉합니다. 두레란 무엇이고 품앗이란 무엇일까요? ‘돕다’하고 ‘돌보다(돌아보다)’하고 ‘보살피다’하고 ‘보다’는 얼마나 닮으면서 다른 삶결일까요? 배우기에 삶이고, 익히기에 살림입니다. 배워서 익히고서 나눌 줄 알기에 사랑입니다.


  띠앗이란 씨앗과 같습니다. 심고 실처럼 잇는 씨앗이듯, 빛깔을 드러내면서 서로 부드럽게 잇는 띠앗입니다. 머리띠만으로는 잇지 않아요. 팔띠로는 자칫 자랑이나 윽박질로 기웁니다. 씨앗처럼 작고 수수하게 이 땅에 깃들면서 함께 푸르게 우거지려는 매무새로 나아가는 띠앗이기에 비로소 함께 배우고 같이 익혀서 서로 나누는 하루를 짓습니다. 박홍규 님은 이제 ‘하늬책(서양철학서)’은 제발 다 내려놓고서, 이 땅을 맨손으로 매만지면서 흙말과 들말과 숲말과 바람말과 바다말과 멧말과 살림말과 사랑말을 익혀 보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해야 띠앗이 왜 띠앗인지 몸과 마음으로 고루 알아보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이런 글을 쓰면 잡혀가지 않을까’ 심지어 ‘이런 생각을 하면 잡혀가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평생을 살았습니다.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5쪽)


자유(freedom)와 친구(friend)는 사랑을 의미하는 초기 인도유럽어의 동일 어근 fn- 또는 pri-를 공유합니다. (19쪽)


우정은 평등입니다. 우월감에 사로잡힌 교만한 상태로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친구라 일컬어서는 안 됩니다. (21쪽)


삼강오륜은 자유도, 평등도, 사랑도, 우정도, 정의도 아닙니다. 상하는 임금을, 자식은 부모를,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 삼강이고, (46쪽)


디오게네스는 말합니다.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좋은 친구나 열렬한 적이 필요하다. 친구는 당신을 가르치고 적은 당신의 결점을 폭로한다.” (124쪽)


+


《우정이란 무엇인가》(박홍규, 들녘, 2025)


그런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그런 날이 오면 얼마나 기쁠까요

→ 그런 나날이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4쪽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들은 물론 대통령도 친구이기를 바라지만

→ 우리 심부름꾼이라는 벼슬아치에 나라자기도 동무이기를 바라지만

→ 우리 일꾼이라는 구실아치에 우두머리도 동무이기를 바라지만

5쪽


그야말로 관존민비(官尊民卑)라는 관념이 내 안에는 아직도 건재한 것입니다

→ 나는 그야말로 엎드린다는 마음에 아직도 있습니다

→ 나는 아직도 시키면 따른다는 마음이 그대로입니다

5쪽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인구밀도를 자랑합니다

→ 온누리 으뜸 사람밭을 자랑합니다

→ 푸른별에서 가장 빽빽하게 살아갑니다

→ 사람이 가장 촘촘하게 사는 나라입니다

8쪽


박지원보다 한 세기 정도 뒤의 사람인 중국의 담사동은 충결망라(衝決網羅), 즉 세상의 모든 덫을 깨뜨릴 것을 촉구하면서

→ 박지원보다 온해쯤 뒤에 태어난 중국 담사동은 모든 덫을 치우라고 외치면서

→ 박지원보다 온해쯤 뒷사람인 중국 담사동은 모든 그물을 찢으라고 외치면서

9쪽


아이들은 힘들기 마련이라고요

→ 아이들은 힘들게 마련이라고요

→ 아이들은 힘들다고요

15쪽


환경 위기가 우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 무너지는 들숲메가 틀림없이 가장 큰일입니다

→ 흔들리는 들숲이 무엇보다 걱정입니다

→ 막다른 숲이 더없이 근심스럽습니다

24쪽


우정은 소수를 따로 선택하는 일인 만큼,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현대는 우정을 경시하게 만듭니다

→ 띠앗을 몇 사람을 따로 고르는 일인 만큼, 나보다 나라를 앞세우는 요즘은 띠앗을 얕잡습니다

28쪽


친구는 항상 신실하지만 신실함이 친구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 동무는 노상 미덥지만 미덥대서 동무를 사귀지는 않습니다

→ 동무는 늘 믿음직하지만 믿음직하기에 사귀지는 않습니다

31쪽


평등주의에 근거한 불교공동체 승가의 운영 원리는 화합갈마(和合?磨samaggakamma), 즉 구성원들이 전원 출석한 자리에서 올바른 진행 절차에 따라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 나란길로 나아가는 절집은 한목소리, 곧 모두 있는 자리에서 올바른 노눗길로 함께갑니다

→ 어깨동무가 바탕인 절집은 한마음, 곧 다들 나온 자리에서 올바르게 꾸려서 같이갑니다

43쪽


삼강오륜은 자유도, 평등도, 사랑도, 우정도, 정의도 아닙니다

→ 세틀닷길은 날개도, 나란도, 사랑도, 띠앗도, 바름도 아닙니다

46쪽


오십의 나이에 아테네로

→ 쉰 나이에 아테네로

→ 쉰 살에 아테네로

112쪽


각각의 경우에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인간이자 신성으로 간주되는 누군가를 모방함으로써 구원을 추구했습니다

→ 마을 모두는 그때그때 사람이자 거룩한 누구를 따르면서 빛을 바랐습니다

→ 마을 누구나 그때그때 사람이자 거룩한 분을 모시면서 빛살을 바랐습니다

14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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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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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6.

인문책시렁 424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2025.1.10.



  고래는 바다에서 삶을 짓기에 바다를 말할 만합니다. 사람은 들숲메에 깃들면서 바다를 품는 삶을 누리기에 들숲메바다를 두루 말할 만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들도 숲도 메도 바다도 좀처럼 말을 못 합니다. 들소리를 못 듣고, 숲빛을 못 보고, 멧자락에 깃들지 않고, 바다를 사랑하지 않거든요.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를 읽는데, ‘흰고래’가 ‘고래잡이배’하고 싸우는 줄거리만 가득합니다. 정작 흰고래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첫머리에 살짝 바다와 아이 이야기를 짚는가 싶더니, 이내 끝없는 쌈박질과 죽임질만 다룹니다. 이 책은 “고래잡이를 죽인 흰고래”라든지 “흰고래를 죽이려는 사람”쯤으로 이름을 붙여야 어울릴 텐데 싶습니다.


  바다는 모든 숨결을 받아들이는 바탕입니다. 바다는 받아들여서 새롭게 배는 밭입니다. 바다가 드넓기에 비구름이 태어나고, 비구름이 맑은 물줄기를 들숲메에 흩뿌리기에 샘이 솟으며 내가 흐릅니다. 이윽고 이 물줄기는 바다로 돌아가서 바다를 새롭게 북돋아요.


  “바다를 말하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바다가 흐르는 숨결을 들려줄 노릇입니다. 흰고래가 바다를 말한다면, 흰고래가 살아숨쉬는 바다가 어떻게 이 별을 살찌우고 일으키는지 짚을 노릇입니다. 바다는 싸움터일 수 없고, 바다에서 돈을 얻으려는 얕은 눈짓으로는 하나도 못 배웁니다.


ㅍㄹㄴ


뾰족한 산호초의 충격조차 견디지 못할 만큼 허술한 배를 타고 거친 파도에 맞서려고 하는 그들의 용기와 불굴의 의지를 보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20쪽)


그들(사람)이 나를 향해 감탄과 놀람의 함성을 지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으쓱해지곤 했다. (34쪽)


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인간들을 꼬리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것도 모자라 나는 배를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가던 인간들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97쪽)


나는 끈질기고 집요한 인간들을 볼 때마다 몸서리가 쳐졌다. 당연히 그들이 어디서 오는 건지, 바다나 육지 어느 곳에 많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지, 언젠가 그들이 탐욕을 채우는 모습을 보게 될지 궁금해졌다. (107쪽)


할머니 고래들과 바다에 사는 모든 존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셈이다. 이제 우리는 위대한 여행을 떠나지도 못한 채, 인간의 탐욕을 피해 도망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112쪽)


#LuisSepulveda


+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루이스 세풀베다/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2025)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가운데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 물결이 밀려오고 밀려간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있었다

→ 바다가 밀려오고 밀려간다. 우리는 한동안 가만히 앉았다

13쪽


어떻게 물 위에서 움직이는지

→ 어떻게 물에서 움직이는지

→ 어떻게 물낯에서 움직이는지

19쪽


대양에서 가장 커다란 존재가 되어 완전히 혼자 살 수 있을 때까지

→ 바다에서 가장 커다란 숨붙이로 혼자 오롯이 살 수 있을 때까지

→ 너른바다에서 가장 커다란 몸으로 혼자 잘 살 수 있을 때까지

27쪽


나를 향해 감탄과 놀람의 함성을 지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으쓱해지곤 했다

→ 나를 보며 놀라서 소리를 지를 때마다 그저 으쓱했다

→ 나를 보며 놀라서 외칠 때마다 어쩐지 으쓱했다

34쪽


조금 전에 본 것처럼 크고 웅장한 배였다

→ 조금 앞서 보았듯 커다란 배이다

35쪽


내가 본 어떤 장면도 그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 내가 본 어떤 모습도 그한테는 새롭지 않았다

50쪽


계절이 바뀌면서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일조량도 줄어들었다

→ 철이 바뀌면서 낮이 차츰 짧고 해도 줄어든다

→ 철이 바뀌어 낮이 조금씩 짧고 볕도 줄어든다

57쪽


너는 당장 대장정을 떠나지는 않을 거야

→ 너는 바로 먼길을 떠나지는 않아

→ 너는 곧장 멀리 떠나지는 않아

58쪽


비몽사몽간에 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도

→ 꿈결에 배가 가까이 다가오는 줄 느낄 때도

→ 멍하니 배가 가까이 다가온다고 느낄 때도

77쪽


나는 끈질기고 집요한 인간들을 볼 때마다 몸서리가 쳐졌다

→ 나는 끈질긴 사람들을 볼 때마다 몸서리를 쳤다

→ 나는 물고늘어지는 사람을 볼 때마다 몸서리를 쳤다

107쪽


수로의 출구 쪽에 있던 배에서도 소형 보트 여러 척을 물 위에 띄워 놓았다

→ 물골 밖에 있던 큰배도 작은배 여럿을 띄운다

→ 뱃길 너머에 있던 배도 쪽배 여럿을 띄운다

112쪽


할머니 고래들과 바다에 사는 모든 존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셈이다

→ 할머니 고래하고 바다 모든 이웃이 바라는 대로 못한 셈이다

→ 할머니 고래하고 바다 모든 숨붙이 뜻대로 못 이룬 셈이다

11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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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들 - 미투 이후의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
이은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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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4.17.

인문책시렁 419


《상냥한 폭력들》

 이은의

 동아시아

 2021.11.3.



  이제는 사라진 말이라고 할 ‘사랑의 매’일 텐데, 매질은 터럭만큼도 사랑일 수 없고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주먹질도 사랑이거나 사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매질은 조금도 상냥하지 않고, 주먹질도 이와 마찬가지로 안 상냥합니다.


  《상냥한 폭력들》은 “미투 이후희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라는 이름을 달고서 나옵니다. 도움이(변호사)로 일하면서 마주한 여러 추레짓을 살펴본 바를 풀어낸 줄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터무니없는 말인 ‘사랑의 매’를 빗대듯 ‘상냥한 폭력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힘과 돈과 이름을 앞세워서 추레짓을 벌이는 모든 이가 겉으로는 상냥한 시늉을 한다는 뜻이라고 해야 할 테지요.


  사랑이라면 누구한테나 언제나 사랑입니다. 몇몇만 귀여워하고 누구는 괴롭힌다면 사랑이 아닌 허울과 눈속임과 괴롭힘질입니다. 상냥하려면 누구한테나 언제나 상냥해야지요. 뭇사람 앞에서는 상냥한 얼굴로 웃지만, 뒤에서는 응큼하고 추레한 손을 뻗는다면 거짓이요 눈가림과 막짓입니다.


  이 책에서 살짝 다루듯 “법은 오래도록 기득권을 지키는 굴레”로 이어왔고, 오늘날에도 이 틀은 고스란합니다. 벼랑끝에 몰렸기에 도움손을 바라는 사람들은 도움이(변호사)한테 목돈을 쥐어주면서 겨우겨우 실낱같은 끈 한 오라기를 붙들 뿐입니다.


  어찌하면 “상냥한 얼굴로 감춘 주먹질”을 이 땅에서 몰아낼 수 있을까요? 상냥한 얼굴로 주먹질을 감추는 모든 무리는 ‘일’과 ‘살림’을 안 하는 무리입니다. 그들은 일을 하는 시늉일 뿐, 늘 높은자리에서 힘과 돈과 이름을 주무를 뿐이고, 집에서 살림을 안 하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남을 괴롭히고 응큼하거나 추레한 짓을 일삼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바보짓을 할 짬이 없기도 하지만, 바보짓을 하려는 마음조차 없습니다. 살림하며 집을 돌보고 아이곁에 있는 사람도 멍청한 추레짓을 할 틈이 없기도 하지만, 추레짓을 하려는 마음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들끼리 있도록 놔두고서 나올 노릇입니다. 응큼하고 추레한 그들끼리 그곳(힘·이름·돈)을 주무르라고 냅두고서 다 나올 노릇이에요.


  추레짓이나 엉큼짓을 하는 이들한테 “징역 10년”이나 “벌금 1억 원”을 매긴들, 그들은 코웃음을 칩니다. 이들한테는 “손빨래·아기돌봄·집안일 20∼30년”을 매기면서 “논일·밭일 20∼30년”을 매기면 됩니다. 일도 살림도 해본 적 없는 그들한테는 일과 살림을 이제부터 모두 스스로 해야 밥 한 그릇 받을 수 있다는 값을 치르라고 하면 됩니다. 이렇게 나아가야 비로소 이 나라가 바뀔 만합니다.


ㅍㄹ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준비를 하지 않은 것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른다. (8쪽)


법은 약자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시간 기득권의 입장에서 운용되어 왔다. (38쪽)


‘미투’ 이후 관련 사건이 더 많아졌느냐고 여러 사람이 묻는다. 그 질문은 정말이지 현실을 모르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질문이다. 성폭력은 한국 사회에서 언제나 있던 일이다. (42쪽)


애매하지만 불쾌하고, 권력 구조상 말하기 어렵고, 여러 번 참았는데도 계속 불쾌한 행동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힘희롱’이다. 성희롱은 ‘힘희롱’의 한 갈래일 뿐이다. (101쪽)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그 일이 합당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사랑의 매’라는 말로 포장된 교사의 폭력이 난무했다. (115쪽)


‘왜’라는 질문에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신이 당한 일이 성폭력이 아니라는 선언을 마주하게 된다. (153쪽)


가해자의 죽음으로 모든 법적 절차가 중단되면, 피해자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해자의 죽음에 대한 동정은 이내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원망으로 치환된다. (267쪽)


+


《상냥한 폭력들》(이은의, 동아시아, 2021)


갑을관계가 명징한

→ 위아래가 뚜렷한

→ 종굴레가 또렷한

→ 더없이 굴레인

27쪽


별책부록처럼 함께 파생되는 논란이 있다

→ 곁딸리는 말썽거리가 있다

→ 덧붙는 골칫거리가 있다

→ 함께 도마에 오르는 일이 있다

5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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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김진주 지음 / 얼룩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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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4.11.

인문책시렁 414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김진주

 얼룩소

 2024.2.28.



  어릴적부터 곧잘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돌이라는 몸이 아닌, 순이라는 몸을 입고서 태어났으면 어찌 살았을까?”입니다. 제가 태어날 즈음 둘레에서는 하나같이 딸이 태어날 줄 알았다고 여겼고, 어린날과 푸른날을 보내는 내내 마을이웃은 언제나 “딸 같은 아들”이 태어났다고 얘기했습니다. 요새야 “집안일 거들기뿐 아니라, 집안일 함께하기에다가, 집안일 도맡는” 사내가 제법 늘었으나, 1970∼90해무렵에는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고 하는 터무니없는 소리가 판쳤습니다. 누구보다 우리 언니가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서 고추가 떨어졌으면 사내는 밥먹지 말아야지.” 하면서 저한테 설거지를 어떻게 하고 부엌일은 어떻게 돕는지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 언니는 ‘일찍부터 깨인 사내’였습니다. 1987년에 나라지기를 새로 뽑을 적에 ‘백기완’ 같은 사람도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거든요.


  김진주 님은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라는 책을 써냈습니다. 어떻게 이런 책을 써낼 수 있을까 싶어서 놀랍습니다. 글을 쓸 적마다 생채기에 멍울이 너울처럼 올라왔을 텐데, 끝까지 꾹꾹 참아내면서 매듭을 지었구나 싶어요. 글 사이사이 “얼마나 불타올랐는지(분노)” 적기도 했지만, 웬만한 불길을 잠재우고서, “앞으로 이 나라가 바꾸어 갈 가시밭길”이란 무엇인지 적어내려고 했다고 느낍니다.


  이 나라는 “모든 힘여린 사람이 살기 괴로운 곳”입니다. 힘있는 사람이라면 ‘순이돌이’ 누구라도 걱정없이 살아갈 만한 곳입니다. 어처구니없는 터전이기에 이 어처구니없는 굴레를 바꾸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꾸준히 있습니다. 다만, 함께 애쓰다가도 힘·이름·돈을 얻거나 거머쥐면 슬쩍 발뺌을 하는 사람이 꽤 많아요. 벼슬이나 높자리를 꿰차면 입씻이를 숱하게 합니다.


  길을 가던 ‘아무개’한테 주먹이나 발길질을 휘두르는 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 삶입니다. ‘부산 돌려차기 남자’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말 그대로 ‘아무한테’나 발길질을 안 합니다. 생각 안 하는 사람이기에 그만 김진주 님이 이이 옆을 지나다가 벼락을 맞았습니다. 김진주 님이 아니었어도 이진주 님이나 박진주 님이 그 길을 지나갔다면 벼락을 맞았을 테고, 순이가 아닌 돌이였어도 벼락을 맞았을 만합니다. ‘덩치 큰 돌이’가 아닌 ‘덩치 작은 돌이’나 ‘어린이’였어도 벼락을 맞았겠다고 느껴요.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라는 책에 잘 나오기도 하는데, 오늘날 사슬터(감옥)는 사슬살이를 하는 사람을 매우 잘 먹이고 입히고 재웁니다. 사슬꾼(죄소·재소자)도 사람이기에 사람몫(인권)을 지켜주는 일은 올바르되, ‘재소자 인권’을 챙기기만 할 뿐, ‘재소재 참회·회개’에는 영 마음을 못 쓰는 나라이기까지 합니다. 다시 말해서, 잘못과 말썽을 저지른 놈팡이는 ‘갈래(성별)·높이(지위)·돈(재산)’을 모두 떠나서, 사슬터에서 스스로 땀흘려 일하면서 제 밥값을 내야 하고, 사슬터에서 먹고자는 돈을 내야 맞습니다. 절집에서 열가름삯(십일조)을 내듯, 사슬꾼은 나라에 두가름삯(제 벌이 가운데 1/2을 바치기)을 내면서 값을 치를 일이고, 밭일에 쓸고닦기에 갖은 궂은일을 도맡아야 마땅합니다.


  이 나라가 틀을 반듯하게 세운다면, 잘못과 말썽이 터질 까닭이 없습니다. 멍청한 주먹질과 응큼질이 안 끊이는 까닭은 돈·이름·힘을 내세워서 여린 사람을 밟고 괴롭히는 틀이 버젓할 뿐 아니라, 때린놈이 제값을 톡톡히 치르는 일조차 드문 탓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는 “착한 사람을 괴롭히는 굴레”입니다. 모든 나라는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사람한테 떡과 고물을 나눠주는 틀”입니다. 착하게 살고 참하게 일하고 사랑으로 서로 아끼는 사람이 어떤 가시밭길을 걷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반성문’을 쓰면 뜬금없이 잘못값을 깎아주는 멍청한 짓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빕니다. ‘반성문’이 아닌 ‘재산몰수’를 해서 아픈이한테 돌려주면 됩니다. 이 나라가 멀쩡한 틀로 거듭나려고 한다면, 이제부터 모든 벼슬자리를 ‘일자리’로 바꾸어야 합니다.


ㅍㄹㄴ


이게 바로 가해자의 이름이구나 하면서 스크롤하니, 바로 밑에 가해자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쟤는 누구한테 반성한다는 거야? 처음으로 가해자에게 진심으로 화가 났다. 반성문 같은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는데 도대체 뭐라고 적어놨을까 궁금했다. (46쪽)


흔히 ‘묻지 마 범죄’라고 하는 말은 사실 맞지 않는 표현이다. 아무 동기가 없는 범죄는 있지 않다. 모든 범죄에는 범인이 지닌 동기가 있다. (66쪽)


사건을 알고 나니까 그 사람에 대해서 계속 비하하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아휴, 겁쟁이네. 그만큼 가소롭고 약한 인간이구나. 그런 식으로 가해자를 하찮게 여기고 나니까 조금 더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 (100쪽)


구치소 안에서 치장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역겨워ㅕㅆ다. 착석하려는 순간에 눈에 띄었던 건 가해자의 죄수복이었다. 죄수복이 살에 파묻혀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얼마나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살이 저렇게 불려서 나왔을까 기가 찼다. (127쪽)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지만 아직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생각을 여전하게 가지고 있다.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왜 이렇게 착하게 사는 사람들을 괴롭힐까. (165쪽)


국가는 피해자의 스케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21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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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벽 - 평화로운 일상을 가로막는 냉전의 유산
김려실 외 지음 / 호밀밭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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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4.5.

인문책시렁 413


《냉전의 벽》

 김려실과 일곱 사람

 호밀밭

 2023.6.25.



  여덟 사람이 다르지만 하나인 목소리를 낸 《냉전의 벽》을 읽었습니다. 이 나라 이 땅이 아직 얼마나 차디차게 얼어붙은 담벼락인지 짚는 줄거리입니다. 첫머리를 인천 이야기로 여는데, ‘자유공원·인천상륙작전·맥아더·월미도’를 하나로 묶어서 짚습니다.


  인천이 아닌 부산에서 이렇게 짚는 목소리를 들으니 낯설면서 새롭습니다. 이 네 가지를 하나로 묶는 이야기를 인천 바깥에서는 아예 들을 수 없다시피 하거든요. 다만 조금 더 “사람들 곁으로” 스미려고 했다면 ‘얼음담’을 훨씬 낱낱이 부드러이 풀어냈을 텐데 싶더군요.


  ‘그들(권력자)’끼리 쓰고 맺은 발자취가 아닌, ‘우리(사람들)’가 어떻게 살림을 지으면서 마을을 이루고 어깨동무를 하는 터전을 사랑해 왔는지 알아보려면, 말 그대로 “사람들 곁으로” 스밀 노릇입니다. ‘송학동·월미도’ 같은 이름으로 그치기보다는, 스스럼없이 마실해 보았다면 달랐을 텐데요. 송학동 1가와 2가와 3가를 벼슬자리(시청·구청·동사무소)에서 가르기는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저 골목이자 마을입니다. 송학동 곁에 있는 관동과 송월동과 만석동과 화수동과 화평동과 송현동 모두 그저 사람골목이자 사람마을이요, 곳곳에 텃밭과 쪽마당과 나무가 그윽하면서 크고작은 새가 넘실넘실합니다.


  나라지기 아닌 우두머리는 이 땅을 ‘겨울담’으로 틀어막으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멋도 모르고 나라가 시키는 대로 ‘싸움노래(전쟁가요·군가)’를 고무줄놀이뿐 아니라 모든 골목놀이를 하면서 그냥 부르면서 자랐어요. 순이가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부르기만 하지 않았어요. 돌이도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나 갖은 놀이를 하면서 함께 불렀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학술연구·학술논문’으로 뜻깊은 글감을 잡아서 되도록 쉽게 풀려고 애쓴 책이라고 느끼되, 왜 쉽게 풀려고 애썼나 싶어서 아쉽습니다. “쉽게 풀려고 애쓰기”보다는, 그저 “사람들 곁에서 나란한 사람으로 서서 살림하는 사람으로 있으”면 저절로 삶말·살림말·마을말·골목말로 모든 겨울나라를 녹일 새 줄거리와 이야기를 펼쳤을 텐데 싶더군요. 줄거리를 고갱이로 이끌려는가 싶다가도 자꾸 ‘학술’이라는 걸림돌에 붙들리면서 넘어가지 못 해서 여러모로 아쉽기까지 합니다. 또한 ‘외톨이(전쟁고아)’를 나라(이승만·박정희·전두환 + 박근혜·문재인·윤석열에 이르기까지 아직도)에서 어떻게 아기장사를 하면서 괴롭혔는가 하는 대목은 한 줄로도 못 짚습니다.


ㅍㄹㄴ


인천시 중구 송학동에는 ‘자유공원’이라는 한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 있다. 1883년에 제물포항이 개항하고 1년 뒤 조선 정부와 미·영·청·독·일의 외교관들이 서명한 인천제몰포각국조계장정의 첫 항에 따라 1888년에 조성된 공원이다. (17쪽)


그렇다면 9월 10일은 무슨 날일까? 인천 상륙 작전의 공식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그날, 월미도에서는 적이 아니라 강력한 우방 미군이 투하한 네이팜탄 폭격으로 줌니 100여 명이 사망하고 온 마을과 숲이 불에 탔다. 북한군이 월미산 정상에서 상륙 부대의 움직임을 간파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 맥아더 사령부가 그 섬을 초토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30쪽)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 무질서로 일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능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혼란 정국 수십의 힘은 누구에게 있을까. 그것은 과학자와 군인이다. (52쪽)


기억의 재생산은 주로 전투(군인) 위주의 연구 혹은 콘텐츠 제작에 쏠려 있지 않았던가? (81쪽)


+


《냉전의 벽》(김려실과 일곱 사람, 호밀밭, 2023)


우리나라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 우리나라가 멀쩡하지 않은 줄 언제 알았을까

→ 우리나라가 똑바르지 않은 줄 언제 알았을까

7쪽


편집자에게 필진을 대표하여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 지은이는 모두 엮은이한테 고맙다고 절을 올린다

→ 글쓴 모두는 엮은이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여쭌다

13쪽


함께 참전한 아들이 전사해 참척의 고통을 당한

→ 함께 싸운 아들이 죽는 바람에 괴로운

→ 함께 나간 아들이 일찍 죽으며 쓰라린

27쪽


투하되는 순간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 떨구면 둘레 모든 숨붙이를 죽이고

→ 떨어지면 둘레 모든 숨결이 떼죽음이고

35쪽


이처럼 냉전 시대가 갈음한 피아(彼我)의 정체와

→ 이처럼 얼음나라가 갈음한 너나라는 모습과

41쪽


한국의 정치적 특성만으로 세계적 데당트 분위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 우리나라 흐름만으로 온누리 온누리 어깨동무를 막을 수는 없었다

→ 우리 나랏일만으로 얼음이 녹는 온누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54쪽


전쟁은 인간에게 가장 참혹한 고통을 주는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싸움은 사람한테 가장 끔찍한 막짓일 뿐이다

→ 싸움은 사람을 가장 사납게 괴롭히는 짓이다

69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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