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10.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

 김은지 글, 아침달, 2024.6.28.



어제 부천에 닿아 골목을 거닐 적에 나무랑 새랑 들꽃을 눈여겨보았다. 이른아침에 송내초등학교 앞 손바닥쉼터와 샛길쉼터에 가득한 나무 곁을 서성이다가 벚나무 옆에 앉아 참새를 지켜본다. ‘참새’는 ‘참나무’처럼 ‘찬(가득한)’ 이웃이라는 뜻이다. ‘참·거짓’이 아닌, ‘흐드러지면서 빛나는’을 가리킨다. 여덟 살과 아홉 살 어린이한테 “한글날맞이 우리말 이야기꽃”을 편다. 마음씨·말씨·글씨란 언제나 스스로 가꾸고 살리는 씨앗인 줄 느끼기를 바라면서 여러 낱말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조금 짚는다. 한나절(네 시간)이란 그리 길지 않지만, 쪽글쓰기를 어떻게 누리는지도 가볍게 알려준다. 이윽고 〈빛나는 친구들〉로 걸어간다. 빛나는지기님은 ‘투덜’을 사랑한다. 얼핏 ‘투덜’은 나쁜길 아니냐고 따질 분이 있을 텐데, 투덜도 투정도 투박도 삶길 가운데 하나이다. 이 나라 얼거리를 보면 투덜댈 만하지 않은가? 투덜댈 줄 알기에 새길을 열면서 빛나는 하루를 짓는다.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를 읽고서 몹시 허전했다. 오늘날에는 그야말로 노래가 없구나. 힘들게 짜고 엮고 맞추고 만드는 문학만 있구나. 글은 ‘강의·수업·교육’으로는 못 배운다. 스스로 짓는 삶이 있어야 비로소 글과 노래가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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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3.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글, 메디치, 2014.2.25.



이제 고흥에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오늘은 집손질 일꾼이 안 오는데, 오든 안 오든 말이 없다. 멀쩡한 손전화로 쪽글 하나 못 남기는 매무새란 뭘까. 빗소리 사이로 풀벌레노래가 가늘다. 밤에도 풀벌레노래는 매우 가늘다. 훅 가라앉은 서늘한 바람에 풀벌레도 거의 숨죽이거나 흙으로 돌아간 듯하다. 숫사마귀는 암사마귀한테 몸을 바쳤겠지. 무거운 몸을 비틀비틀하며 알자리를 찾는 모습을 한참 지켜본다. 고즈넉한 철이 코앞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이제 읽어 본다. 어마어마하게 팔린 책이라는데, 노무현·김대중 두 사람이 글 한 줄에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려고 했는지 들려주는 얼거리이다. “대통령한테서 배운 글쓰기”라고 할 만하다. 책이름부터 ‘-의’를 붙이지만 “대통령 글쓰기”라 하면 될 뿐이다. 어린이는 “어린이 글쓰기”를 하고, 할머니는 “할머니 글쓰기”를 한다. 그냥저냥 ‘-의’를 붙이면 뜻부터 두루뭉술하다. 글쓴이가 두 나라지기한테서 배웠다고 하듯, 또렷하게 쓰려면 모든 ‘-의’를 털면 된다. 익숙한데 어떻게 바꾸느냐고 투정하지 말자. 얼뜬 나라지기·벼슬아치를 끌어내려야 하듯, 갈피를 못 잡는 글결도 바로 우리부터 스스로 가다듬고 고칠 때에 비로소 말·마음·삶·살림이 나란히 빛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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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2.


《세계 최초의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

 한혜숙 글, 이현정 그림, 두레아이들, 2022.3.10.



퐁당퐁당 쉬는 시월 첫머리이다. 우리는 왜 ‘국군날’에 쉬어야 할까? 무엇보다도 싸울아비(국군)는 이날에 쉴 수 있는가? 집손질 이틀째이다. 시골살이 열네 해 만에 받는데, ‘숲빛(천연소재)’은 거의 안 쓰는 듯싶다. 이것저것 부리고 떼고 붙일 적마다 냄새가 자욱하다. 지난날 우리가 손수 집을 짓고 고칠 적에는 이처럼 시끄럽거나 어지럽거나 매캐하지 않았을 텐데. 어느덧 바람이 제법 차다. 별이 가득하고 하늘이 파랗다. 《세계 최초의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를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아쉽다고 느끼며 읽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라는 분한테 자꾸 ‘허울’을 씌우려고 하는데, ‘세계 최초’라거나 ‘사이언스 아티스트’라고 안 해도 된다. 그저 ‘그림’이고, 언제나 ‘벌레’ 곁에 있고, ‘풀꽃나무’하고 어울리는 ‘들숲바다’라는 살림을 지은 매무새이다. 그런데 그림과 벌레와 풀꽃나무와 들숲바다를 고루 품으려던 사내는 없다시피 했고, 이 길을 비로소 연 일꾼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날 그림꾼과 벌레지기(곤충학자)와 풀꽃지기(식물학자)는 어떻게 일할까? 외곬로만 달리면서 막상 살림과 들숲을 등지는 길이지는 않은가? ‘연구대상·관찰대상·실험대상’이 아닌 이웃을 볼 수 있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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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1.


《영원의 들판 1》

 오사카 미에코 글·그림/순정편집부 옮김, 대원, 2000.1.18.



시골집 집손질을 하는 첫날이다. 헌 미닫이를 뜯어내느라 우지끈우지끈 시끌벅적하다. 추위가 닥치기 앞서 일손이 온다만, 언제 일하러 온다는 말이 딱히 없이 와락 들이닥쳤다. 오늘 일손이 물러간 뒤에 옆마을로 걸어가서 17:40 시골버스를 탄다. 저잣마실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오자니, 오늘 10월 1일이 ‘임시공휴일’이 되었다면서 시골버스가 거의 안 다닌다. 이런 날이 있네 싶어서 택시를 부른다. 별이 쏟아지는 밤이다. 《영원의 들판 1》를 읽고 이내 뒷걸음을 죽 읽는다. 이 그림꽃이 한창 나오던 무렵에는 서울에서 살았으되 하루하루 쉴새없이 보냈다. 틈틈이 홍대 앞 만화책집을 찾아갔는데, 이레에 이틀씩 찾아가도 놓치는 책이 으레 있더라. 《영원의 들판》은 엇갈리고 자꾸 엇갈리면서 끝까지 엇갈리는 사이를 그린다. 만나기에 헤어지고, 헤어지고서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고 새로 만나는 삶이기는 한데, 서로 얽거나 옭는다면 그만 갇힌다. “나만 쳐다봐”야 한다면 둘은 괴롭다. 먼저 “스스로 마음을 바라보”며 차분히 다독인 뒤에,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마주하는 하루를 세워야 비로소 동무이고 이웃이고 짝이고 지기로 나아갈 테지. ‘좋아하’기만 하면 언제나 ‘좁’은 마음에 사로잡힌다.


#永遠の野原 #逢坂みえこ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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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30.


《고요한 아침의 나라》

 노르베르트 베버 글·사진/박일영·장정란 옮김, 분도출판사, 2012.5.



새벽에 동광동 길손집에서 나온다. 순천을 거쳐서 고흥으로 돌아간다. 광주에서 숲노래 책숲을 찾아온 이웃님을 고흥읍에서 만난다. 함께 발포바닷가로 건너가서 바닷바람을 쐬면서 이야기를 한다. 광주 어느 푸른배움터에서 고흥까지 와서 바닷놀이를 한다. 아이도 어른(교사)도 그저 물장난을 할 뿐이다. 고즈넉하면서 아름답게 일렁이는 파란바다도 푸른숲도 안 쳐다보거나 못 바라보면서 노닥거린다.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배가 있어서 아이들한테 ‘잎새뜨기(생존수영)’를 가르친다더니, 이런 노닥짓을 하는 데에 돈을 쓰고 품을 들이나? 딱하다. 불쌍하다. 가엾다. 광주이웃님을 보내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너무 졸려서 곯아떨어진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돌아본다. 노르베르트 베버 님이 남긴 열매로 여민 책은 진작부터 나왔으나 눈여겨보는 사람이 적었다. 2012년에 새로 나온 책을 알아볼 눈길은 얼마나 될까? 딱 우리나라 눈썰미만큼 읽히리라 본다. ‘고요아침’이라는 말은 스스로 곱게 살림을 가꿀 줄 알면서 밝게 하루를 열 줄 안다는 뜻이다. 움직임이 없다는 고요아침이 아닌, 먼저 마음부터 푸른숲과 파란하늘을 품으면서 오늘 이곳을 노래할 줄 안다는 뜻이다. 읽지 못하니 잇지 못하고 이야기를 못하고 만다.


#Im Lande Der Morgenstille

#Norbert Webe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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