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1.
《영원의 들판 1》
오사카 미에코 글·그림/순정편집부 옮김, 대원, 2000.1.18.
시골집 집손질을 하는 첫날이다. 헌 미닫이를 뜯어내느라 우지끈우지끈 시끌벅적하다. 추위가 닥치기 앞서 일손이 온다만, 언제 일하러 온다는 말이 딱히 없이 와락 들이닥쳤다. 오늘 일손이 물러간 뒤에 옆마을로 걸어가서 17:40 시골버스를 탄다. 저잣마실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오자니, 오늘 10월 1일이 ‘임시공휴일’이 되었다면서 시골버스가 거의 안 다닌다. 이런 날이 있네 싶어서 택시를 부른다. 별이 쏟아지는 밤이다. 《영원의 들판 1》를 읽고 이내 뒷걸음을 죽 읽는다. 이 그림꽃이 한창 나오던 무렵에는 서울에서 살았으되 하루하루 쉴새없이 보냈다. 틈틈이 홍대 앞 만화책집을 찾아갔는데, 이레에 이틀씩 찾아가도 놓치는 책이 으레 있더라. 《영원의 들판》은 엇갈리고 자꾸 엇갈리면서 끝까지 엇갈리는 사이를 그린다. 만나기에 헤어지고, 헤어지고서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고 새로 만나는 삶이기는 한데, 서로 얽거나 옭는다면 그만 갇힌다. “나만 쳐다봐”야 한다면 둘은 괴롭다. 먼저 “스스로 마음을 바라보”며 차분히 다독인 뒤에,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마주하는 하루를 세워야 비로소 동무이고 이웃이고 짝이고 지기로 나아갈 테지. ‘좋아하’기만 하면 언제나 ‘좁’은 마음에 사로잡힌다.
#永遠の野原 #逢坂みえこ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