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3.


《9일간의 영혼 여행》

 안케 에베르츠 글/추미란 옮김, 샨티, 2025.2.10.



구름이 모인 아침이다. 비가 뿌릴까. 비가 없이 지나갈까. 후박꽃을 보고, 괴불주머니를 보고, 돌나물을 살피고, 이제 막 녹듯 사라지려는 민들레와 여러 봄맞이꽃을 보는데, 빗방울이 듣는다. 비날로 흐르는구나. 팔다리에 등허리에 온몸이 녹을 듯하다. 끙끙 누워서 몸을 푼다. 일어나서 빗방울을 맞으며 마당을 거닌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서 다시 눕는다. 바깥일은 하루를 보건 사흘을 보건, 이틀 마실길이건 나흘 마실길이건 몸을 쉬잖고 굴린다. 시골집에서는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와 바람과 별이 마음을 달래면서 풀어준다면, 서울이며 큰고장은 쉬잖고 흐르는 쇳덩이와 끝없는 불빛이 사람들 몸을 갉는다고 느낀다. 《9일간의 영혼 여행》을 읽었다. 죽음맞이(임사체험)를 들려주는 줄거리이다. 온누리에 죽음맞이를 해본 사람이 무척 많으리라 본다. 나도 숱하게 죽음맞이를 했고, 넋이 몸을 떠나서 바깥을 으레 떠돌곤 했다. 어릴적에는 날마다 집 안팎에서 얻어맞으면서 몸벗이(유체이탈)와 죽음맞이를 치렀고, 두바퀴를 달리다가 치여서 죽음맞이를 겪기도 했다. ‘죽어보기’나 ‘죽을맛’은 삶을 늘 다시 짚고 생각하는 발판이다. 몸을 떠나 보기에 왜 이 별에서 몸을 입고서 삶을 누리며 사랑을 그리는지 새롭게 배울 수 있다.


#Neun Tage Unendlichkeit #Anke Evertz

#Was mir im Jenseits uber das Bewusstsein, die korperliche Existenz und den Sinn des Lebens gezeigt wurde. Eine außergewohnliche Nahtoderfahrung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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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


《뜨뜨시 할머니의 바다 레시피》

 윤예나 글, 2016.



“아버지 어제 돌아왔는데, 오늘 장보러 가게요? 힘들잖아요?” “몸이야 이튿날 더 쉬면 되고, 이제 어제부터 ‘어린이날 맞이 쉼날잔치’라서, 딱 오늘 읍내로 가야 나래터를 들르고 저잣마실을 할 수 있어.” 시골에서도 날짜에 따라서 움직여야 할 줄은 몰랐다. 달종이에 빨갛게 그리는 쉼날이면 시골버스가 모두 쉰다. 서울에서 쉼날에 버스·전철이 다 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요새는 시골에서 쉼날에 택시조차 거의 쉰다. 군청에서 이바지돈(보조금)까지 받는 시골버스가 쉼날에 쉬어도 될까? ‘시골 다리빛(교통권)’에 목소리를 함께 내는 이웃을 아직 못 만난다. 큰아이가 같이 저잣마실을 가겠노라 한다. 함께 걷고 쉬고 얘기한다. 어린놀이터에 앉아 함께 읽고 쓰고 바람을 쐰다. 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가는 느티나무를 쓰다듬고서 집으로 간다. 《뜨뜨시 할머니의 바다 레시피》는 2020년에 새로 나온다. 그런데 그림책에 영어 ‘레시피’를 그냥 써도 될까? 어린이는 안 봐도 된다는 마음으로 이런 말씨를 그대로 둔다면 하나도 안 어른스럽다. 그러나 이 책은 ‘어린이 아닌 어른’이 볼 그림책이겠지. 어른도 그림책을 읽을 만하다고 여기는 마음일 텐데, ‘어른도’가 아니라, ‘아이곁에서 함께’라는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바다 레시피》(윤예나 글·서평화 그림, 노란상상, 2020.7.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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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

 황화섭 글, 몰개, 2023.7.28.



아침 일찍 움직인다. 일빛날(노동절)인 탓인지 인천에서 서울 가는 길이 퍽 느슨하다. 복판마을(센트럴시티)에 닿아서 한 시간쯤 기다리며 책을 읽는다. 구름이 놀랍도록 우람하다. 자리에 앉아서 자다가 읽다가 자다가 쓰는데, 뒤쪽에서 아줌마 서넛이 끝없이 떠든다. 다섯 시간 즈음 떠드는 목청이 대단하다. 고흥에 닿으니 빗줄기가 굵다. 비내음을 맡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나흘 만에 집밥을 누리고 이야기를 잇고서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빗소리가 포근히 재운다.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를 읽었다. 노래(시)를 이만 하게 쓰는 분이 첫 꾸러미를 내었다니 놀랍다. 그러나 꾸러미를 자주 많이 내어야 노래지기이지 않다. 느즈막이 첫 꾸러미를 내었어도, 노래지기 삶을 차곡차곡 풀어내어 이야기를 여밀 줄 알면 된다. 글멋이나 글치레가 아닌, 삶길과 살림길을 한 올씩 들려주면 된다. 별을 보면서 별을 느끼는 대로 이 마음을 옮기면 글이요 노래이다. 밤을 보내면서 밤빛을 느끼는 대로 이 하루를 적으면 글이자 노래이다. 자라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아이로 뛰놀며 자라던 길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갈 아이들이 물려받을 들숲메바다를 그리면서, 이대로 마음씨앗을 얹으면 늘 글씨앗이면서 노래씨앗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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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30.


《불태워라》

 릴리 댄시거 엮음/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0.10.19.



인천 주안나루 곁 길손집에서 아침을 연다. 책짐을 이고 지면서 연수동으로 간다. 전철을 갈아타며 손으로 글을 쓰다가 내릴 곳을 지나친다. 부랴사랴 내려서 건너간다. 숨을 고른다. 밖으로 나오니 온통 네모반듯한 잿마을이다. 이 잿마을이 보기싫어서 1995년 4월 5일에 인천을 떠났다. 이때부터 땅밑집과 하늘집과 골목집에서만 살았고, 2011년에는 아주 시골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서른 해 만에 걷는 예전 잿길은 똑같이 휑뎅그렁하되, 그새 나무가 꽤 자라서 크고작은 새가 노래한다. 새노래를 들으며 땀을 훔친다. 〈열다책방〉에 들러서 책을 읽는다. 늘어난 책짐을 즐거이 이고 진 채 시내버스를 탄다. 낯익은 ‘송도놀이터(유원지)’하고 바닷가 옆을 달린다. 어릴적 보던 모습하고 그대로이되, 바닷가에 무섭게 있던 가시울타리는 사라졌네. 〈나비날다〉에서 책을 더 읽는다. 저녁에 〈아벨서점 시다락방〉에서 말밑수다(어원강의)를 펴고는 일찌감치 곯아떨어진다. 《불태워라》를 읽었다. 첫머리는 ‘사내놈’한테 불길(분노)을 퍼붓는 글이라면, 1/6부터는 ‘왜 사내녀석은 삶과 살림과 사랑을 안 배우려 하지?’ 하고 궁금한 마음에 새길을 찾는 글이 흐르고, 이윽고 ‘사내를 바보로만 여기고 미워하고 불태우면 같이 죽는 수렁’인 줄 알아차리는 글로 맺는다.


다만, 숱한 사내가 바보라는 대목은 맞다. 틀림없는 말이다. 그래서 ‘바보돌이’를 미워하거나 불태우기만 하면, 바보돌이는 총칼을 들고서 싸우려 한다. 이와 달리 ‘바보돌이’를 토닥이면서 살림길을 가르치고 삶길을 알려주고 사랑길을 보여주면, 어느새 ‘사람돌이’로 거듭난다. 사내라는 몸은 애벌레와 같다. 사내는 애벌레처럼 입과 똥구멍만 있는 몸으로 잎갉이만 하는 얼거리이다. 사내는 고치를 틀어서 날개돋이를 하기 앞서까지는 ‘아직 바보’이기에, 사내 스스로도 받아들이면서 가다듬을 길이요, 가시내는 곁과 둘레에서 차분히 기다리며 지켜볼 일이기도 하다.


왜 사람은 번거롭게 ‘가시내·사내’라는 두 가지 몸으로 태어나겠는가? 이미 깨달은 몸으로 태어나서 아기를 밸 줄 아는 가시내는 ‘어진순이’이다. 어진순이는 어질게 가르칠 몫을 타고난다. 갖은 일살림을 도맡는 나날을 한참 보내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사내는 ‘바보돌이’인 터라, 끝없이 듣고 배우고 고치고 손보면서 드디어 눈을 뜬다.


집안일은 마땅히 둘이 함께해야지. 한 사람이 아프거나 앓으면 반드시 다른 한 사람이 도맡을 일이지 않은가? 사내는 ‘일하려고’ 태어난다. 가시내는 ‘일을 가르치고 물려주려고’ 태어난다. 총칼을 쥐거나 돈만 벌려고 하는 사내는 끝까지 안 배우려고 하면서 얼뜬 몸으로 치닫는다. 그런데 가시내도 총칼을 쥐거나 돈만 벌려고 하면 그만 사내하고 똑같이 수렁에 잠긴다.


아무리 가시내가 아기를 밸 줄 아는 몸이라 하더라도, 가시내 혼자 아기를 못 낳는다. 가시내하고 사내는 ‘하나를 이룰 두 가지 다른 아기씨’를 저마다 하나씩 몸에 품는다. 서로 돕고 북돋우고 가르치고 배우면서 천천히 스스로 사랑을 익히라는 뜻으로 두 갈래 몸으로 태어난다. 어느 쪽이 좋거나 나쁘지 않다. 그냥 다른 몸이다. 다르기에 다른 줄 받아들이고 바라보면서 바다처럼 아늑하고 바람처럼 맑게 서로 아끼고 돌보는 눈빛을 가꾸면, 바야흐로 새길을 일구면서 둘 다 ‘사람’으로 거듭나는 사랑을 씨앗(아기)으로 이룰 수 있다.


그러니 불태우려고 하지 말자. 불태우기가 아닌 북돋우기를 하면 된다. 불질이 아닌 붓질(글쓰기)을 하면 된다. 불수렁이 아닌 풀꽃나무로 숲을 이루는 보금자리를 지으면 너나없이 아름답게 푸른별이 깨어날 만하다. 우리는 서로 뜻과 눈과 손과 마음을 모아서 푸르고 파란 이 조그마한 별을 ‘사랑별’로 틔울 몫을 맡으려고 이곳에서 하루를 누린다고 느낀다.


#BurnItDown #WomenWritingaboutAnger #LillyDancy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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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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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6.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

 배나린·배성호 글, 철수와영희, 2025.4.5.



후박꽃이 바람에 수북수북 떨어진다. 떨어진 꽃을 고이 주워서 맛본다. 달곰한 한봄꽃이다. 예부터 아이어른 누구나 후박꽃을 알뜰히 주워서 봄밥으로 누렸으리라 본다. 오늘날 우리는 나무꽃이건 풀꽃이건 모두 나물인 줄 잊는다. 먹어서 안 될 꽃송이란 없다. 다 다른 곳에 다 다른 길로 쓰는 나물인걸. 귀염꽃이라면 몸살림에는 이바지하지 않되, 숲들메에서 스스로 돋아서 푸르게 한들거리는 모든 풀꽃은 누구나 북돋우는 밥살림이다.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를 읽었다. 꽃물(화장품)을 쓰는 사람도 많지만, 안 쓰는 사람도 많다. 꽃물을 쓰는 탓에 살결이 망가지는 사람도 많고, 그럭저럭 멀쩡한 사람도 많다. 들일이나 바닷일을 한다면 꽃물을 바를 겨를도 없지만, 발라서는 안 된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거나 아이를 돌볼 적에도 꽃물은 안 발라야 한다. 이제 우리도 조금은 바꾸지만, 일본에서 나오는 ‘샤본다마’라는 비누는 ‘합성계면활성제·형광증백제·방부제·화학향료·합성색소’를 하나도 안 넣는다. 우리나라 꽃물이며 비누에는 ‘화학·합성’을 얼마나 넣을까? 꽃물을 안 쓰더라도 어떤 비누로 씻고 빨래하고 설거지하느냐에 따라서도 살갗이 망가질 수 있다. 이뿐인가? 꽃물과 비누를 쓸 적마다 구정물이 땅과 바다로 스미니, 어떤 꽃물과 비누를 쓰느냐에 따라 우리 스스로 들숲바다를 망가뜨리거나 살리는 갈림길에 선다. 집과 배움터와 일터에서는 어떤 비누를 놓을까? 나는 바깥일을 보려면 으레 먼길을 나서면서 길손집에 깃드는데, 손비누와 빨래비누를 따로 챙긴다. 잇물(치약)에도 갖은 ‘화학·합성’을 넣기에, 우리가 아무 잇물이나 쓰면 들숲바다를 날마다 더럽히는 셈이다. 배움터와 돌봄터(병원)는 “이를 잘 닦자”만 얘기하지만, 어떤 잇물을 써야 하는지 아예 안 살피기 일쑤이다.


언뜻 본다면 고작 비누 하나요 잇물 하나에 꽃물 한 가지일는지 모르나, 지난날에는 누구나 손수 지어서 쓰던 살림이다. 지난날에는 땅과 바다를 정갈히 돌보는 길로 살림을 지었다. 오늘날에는 더 값싸게 많이 팔아치우려고 ‘알림(광고)’을 퍼붓고 사람들을 길들이려 한다. 손수짓기가 가장 나은 길이되, 손수짓기가 버겁다면 ‘꼼꼼찾기’는 해야 마땅하다. 사람만 살아가는 푸른별이 아니고, 나만 살면 되는 터전이 아니니까. 땅과 바다가 망가지면 바로 나(사람)도 나란히 죽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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