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배울거리 : 배울거리가 넘치기에 새로 쓰고 읽고 배운다. 배울거리를 넉넉히 나누려고 새로 쓰고 읽고 나눈다. 혼자만 누리지 않고 싶기에, 함께 꿈꾸고 노래하고 싶기에, 새로 쓰고 읽고 나눈다. 2025.2.25.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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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가난하게 살면서 짓다 : 가난하지 않은 적이 있었는가 하고 돌아본다. 어릴 적부터 두 아이 어버이로 살아가는 오늘까지, 돈가뭄이 아니던 나날은 없다고 느끼지만, 돈가뭄만 ‘가난’인가 하고 돌아보면 아니라고 느낀다. 돈가뭄 탓에 책을 마음껏 사읽지 못 하는 나날이었지만, 어느새 내 곁에는 책더미가 우람하다. 가난살림이기에 밥을 굶으면서 주섬주섬 그러모은 책은 책바다나 책숲을 이룬다.


어릴 적부터 가멸살림이었다면 이렇게 책을 주섬주섬 그러모으면서 애써 읽어냈을까? 아마 가멸살림이었어도 책을 실컷 읽었을는지 모르나, 애써 읽기까지는 안 했으리라 느낀다. 주머니가 호졸곤한 터라, 책집에서 끝없이 서서읽기를 했고, 겹쳐읽기에 후딱읽기를 해내야 했다. 얼른얼른 읽어내더라도 고갱이와 줄거리를 살피는 눈썰미를 익히려고 용썼다.


늦은밤에 작은집으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누우면, 이날 책집마실을 하며 서서읽기를 하던 책을 곱씹는데, 영 제대로 안 떠오르면 다시 책집마실을 할 적에 “살 만한 주머니가 못되는 탓에 서서읽기를 하는 책”을 되읽고 거듭읽었다. 비록 곁에 둘 수 없는 책이라 하더라도 마음에는 늘 두려고 곱읽기에 새겨읽기를 했다.


가멸살림이라면 그냥 곁에 쟁이면 되니까 그때그때 읽기는 하더라도 곱곱으로 읽는다거나 겹겹으로 새기는 버릇을 안 들였거나 아주 나중에서야 들였을 수 있다. 게다가 가난살림인 터라 늘 걸었다. 길삯까지 책값으로 탈탈 털었으니 한나절은 가볍게 걸었는데, 걷는 동안에 마을빛을 헤아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걷는쓰기(걸으면서 글쓰기)’를 익혔다.


가멸살림으로 살았다면, 걷는읽기는커녕 걷는쓰기조차 할 까닭이 없었겠지. 가멸살림이었다면 걸을 일이 드물었을 테니, 작은마을을 끝없이 걷고 또 걸으면서 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빛을 못 보았으리라 느낀다. 가난살림이었기에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곁님과 아이들이 하루내내 누릴 푸른빛을 헤아리며 시골로 삶자리를 옮겼다.


가멸살림이었다면 땅을 넉넉히 장만했을 테고, 아마 멧숲도 너끈히 장만했겠지. 이때에는 이때대로 푸근하며 느긋하게 살았을 텐데, 가난살림으로 시골집을 얻느라 우리 땅뙈기는 매우 작다. 그러나 매우 작은 우리 땅뙈기에서도 나무를 품고 새를 맞이하는 길을 새삼스레 배우고 새록새록 누린다.


돈가뭄이라 할 만큼 살림돈은 여태 바닥을 쳤다. 바닥치는 살림돈을 즐겁고 기쁘게 이었기에 “가난이웃이 짓는 살림”을 나란히 느끼고 살피는 마음과 눈길을 차분히 돌보면서 다독이는 손길을 익힐 만했구나 싶다. 돈가뭄인 가난살림이기에 “이웃한테 돈을 베푸는 길”은 거의 못 하면서 “이웃이 베푸는 돈을 받는 길”을 언제나 누린다. ‘주는 보람’ 못지않은 ‘받는 보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멸차게 살면서도 지을 수 있다. 가멸찬 집안이어도 얼마든지 사랑을 지을 만하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지을 수 있다. 가난한 집안이어도 얼마든지 사랑을 지을 만하다. 돈이 있느냐 없느냐는 하나도 안 대수롭다. 돈이 많기에 책을 신나게 오래오래 사읽지 않는다. 돈이 없기에 책을 신나게 오래오래 못 읽거나 못 사지 않는다. 마음에 씨앗을 꿈빛으로 심기에, 책을 신나게 오래오래 사읽으면서 새롭게 이 마음을 가꾼다. 마음에 씨앗을 사랑으로 심어서 돌보기에, 아이와 나란히 걸어가면서 이 보금자리를 보금숲으로 일구는 손길을 일으킨다. 2025.2.27.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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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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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 어떤 돈



  돈을 많이 벌기에 나쁠 까닭이 없고, 돈을 안 벌기에 나쁠 수 없다. 어떤 돈을 어떻게 벌거나 안 버는가 하고 들여다볼 노릇이다. 나는 인천에서 나고자란 사람이라서, 누가 인천 이야기를 하면 귀를 쫑긋 세운 채 살았는데, 우리나라 ㅈㅈㄷ뿐 아니라, 이른바 ‘진보좌파’나 ‘환경단체’나 ‘작가’ 들이 인천으로 ‘취재’나 ‘공부’를 하러 온 일을 거의(보다는 아예) 못 보았다. 인천에서 ‘굴업도’를 지키려고 작은이가 땀을 뺄 적에 진보좌파나 환경단체는 아예 또는 거의 눈길조차 안 두었고, 영종섬과 용유섬을 메워서 끔찍하게 바다와 들숲을 망가뜨리는 하늘나루를 때려박을 적에도 진보좌파나 환경단체가 한두 마디 말이라도 제대로 한 적조차 없다고 느낀다. 이리하여 새만금뿐 아니라 무안공항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숱한 막삽질을 놓고도 정작 그들은 안 움직이기 일쑤이다. 전남 고흥처럼 조그마한 시골에 ‘핵발전소·화력발전소’를 어마어마하게 때려짓겠다고 포스코와 군수와 나라와 전남지사가 똘똘 뭉칠 적에 누가 힘을 보태었을까? 알고 보면, 아무도 힘을 안 보탰다. 그냥 시골사람 작은손으로 용케 지켰을 뿐이다.


  돈은 벌어도 되고 안 벌어도 된다. 돈은 많이 벌어도 되고 적게 벌어도 된다. 다만, 언제나 스스로 아름답게 벌거나 아름답게 쓰면 된다. 모든 일은 바탕이 ‘아름다움’이면 된다.


  보기 좋기에 아름답지 않다. 이름을 드날리기에 아름답지 않다. 힘이 세기에 아름다울 턱이 없다. 누가 아름다운가? 오직 사랑이기에 아름답고, 언제나 들숲바다를 푸르면서 파랗게 품기에 아름답다.


  글도 책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답기에 글이고 책이다. 안 아름답다면 글시늉에 책흉내이다. 100만을 팔아야 아름다운가? 100만을 팔았으면 100만을 팔았을 뿐이다. 고작 10자락을 팔았어도 아름다운 책은 늘 아름책이다.


  모든 작은펴냄터와 작은책집과 작은글꾼은 아름다움과 사랑을 품고 풀면서 이 삶을 노래하려는 마음이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큰펴냄터와 큰책집과 이름글꾼(유명작가)은 아름다움과 사랑 둘하고 동떨어진 채 돈만 쓸어담는 마음이다.


  돈을 많이 벌어도 아름다울 수 있지만, 쓸어담을 적에는 스스로 썩어서 문드러진다. 이름을 드날려도 아름다울 수 있으나, 휩쓸거나 거머쥘 적에는 스스로 고여서 얼간이로 치닫는다. 나는 여태까지 틈틈이 ‘블로그 이웃’이나 ‘인스타 이웃’을 먼저 도려냈다. ‘블로그 이웃’이나 ‘인스타 이웃’이 어느 만큼 되면, 그들은 ‘돈(광보홍보비)’을 주더라. 그 돈이 얼마나 크거나 대수롭겠느냐만, 그 푼돈을 받으면, 다들 하나같이 넋을 잃고 잊는다고 느낀다.


  오늘날 누가 네이버·다음이나 인스타·유튜브·페이스북하고 맞서거나 싸울 수 있을까? 오늘날 누가 ㅈㅈㄷ을 손사래치거나 진보언론이더라도 엉터리일 적에 따지거나 나무랄 수 있는가? 오늘날은 다들 이쪽에 서거나 저쪽에 서면서 밥그릇을 지키려고 한다. 밥그릇이 나쁘지는 않으나, 그대와 우리가 스스로 밥그릇을 붙잡기에 아이들이 운다.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등돌리고서 뭘 붙잡으려고 하는가? 이제는 제발 서울(도시)을 떠나서 조용히 ‘사람’으로 ‘사랑’하는 하루를 그리고 지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하고 날마다 한나절(4시간)씩 수다를 떨어야 하지 않을까? 어버이하고 날마다 한나절(4시간)씩 삶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짓는 터”인 ‘집’부터 ‘지키’지 않는 이들은 이 별에서 어떤 것도 ‘지키’지 않으면서 몽땅 ‘짐’으로 바꾸고 만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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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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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서서가기 : 부산에서 12:00에 딱 이야기를 마치고서 부산나루로 달린다. 땅밑으로 달리는 길을 서서간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13:04 칙폭길은 빽빽하다. 서서가기를 한다. 붐비는 사람에 따라 칙폭이는 15:54에 닿는다. 여느때보다 좀 늦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적이는 서울인 만큼, 이곳도 저곳도 사람물결이다. 말소리·가게소리·알림소리·부릉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서울에서 풀벌레노래나 멧새노래가 구름노래를 바란다면 바보스러울 듯싶다. 어떤 길로 갈아타야 하나 허둥지둥하다가 처음으로 공항철도를 탄다. 서울에서 펴는 이야기 자리에 맞추려고 등짐(책가방)을 질끈 동여매고서 달린다. 공항철도도 꽉 찼다. 빈틈 하나 가까스로 얻어서 등짐을 내려놓는다. ‘디지털미디어시티’라고 하는, 뭘 하는 데인지 모르겠을 나루에서 내린다. 다시 등짐을 멘다. 새까만 굴을 걸어서 지난다. 부릉부릉 빨리 가로지를 만한 굴일 수 있을 테지만, 이 굴길을 걸어서 지나야 하는 모든 사람은 숨막히고 먼지바람을 옴팡지게 먹어야 한다. 그런데 굴길이 끝나자마자 늘푸른나무가 곁에서 푸른내음을 훅훅 베푼다. “힘들었지? 이 푸른숨을 마시고서 기운을 차리렴.” “너희야말로 이곳에서 하루 내내 쉬잖고 오가는 매캐한 바람 때문에 힘들 텐데.” “응,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먼먼 엄마나무랑 아빠나무를 그려. 사람들이 이곳에 굴을 파고서 씽씽 달린 지는 고작 쉰 해도 안 되었잖니? 우리 엄마나무랑 아빠나무는 이루 셀 길이 없도록 오랜 나날을 이곳에서 살았단다.” 나무하고 몇 마디 섞고서 다시 걷는다. 17:16부터 18:16까지, 서울이웃 여러분하고 노래쓰기(시창작) 이야기를 편다. 이야기는 나 혼자 서서 폈고, 이야기를 듣는 이웃님은 모두 바위에 앉았다. 함께 노래를 쓰고 읽고 마음을 나눈다. 얼핏 본다면 ‘여섯 시간 남짓’ 앉지도 못 하며 내내 서거나 걸어다닌 하루인데, 오늘은 마침 “그렇게 서서 다니면 힘들지 않아요?” 하고 묻는 분은 없다. 다만 “날이 이렇게 찬데 안 추워요?” 하고 묻는 분은 많다. 10월 27일이지만 난 여태 민소매에 깡똥바지이다. 빙그레 웃으며 여쭌다. “제 책가방(등짐)을 들어 보시겠어요? 저는 한겨울에도 땀을 흘리면서 책가방을 짊어지고 다녀요. 그렇다고 땀을 잔뜩 흘려서 덥다고 여기지 않아요. 제 마음을 살찌울 책을 바깥마실을 하며 실컷 장만해서 기쁘게 짊어질 뿐이에요. 이 책꾸러미가 제 눈을 틔울 속살을 헤아리면서 뚜벅뚜벅 걸으면, 여름도 겨울도 덥거나 춥지 않답니다. 오늘은 하루 내내 서거나 걷지만, 그저 서거나 걸으면서 노래를 쓰고 하루를 돌아보기만 하고요.” 2024.10.2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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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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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읽지 않는다 : 누가 읽더라도 굳이 나까지 읽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누구도 안 읽지만 나는 스스럼없이 챙기고 찾고 살펴서 읽는다. 추천도서나 명작도서나 고전으로 이름을 올린다지만 구태여 나까지 읽을 까닭은 없다고 여긴다. 아직 어느 누구도 책글(서평·소개글)을 안 쓴 책이라지만 내가 먼저 읽으면서 아름다운지 아닌지 살펴서 책글을 쓰자고 여긴다. 문학상을 받았다기에 읽지 않는다. 별꽃을 수두룩하게 받았다기에 읽지 않는다. 큰책집에 수북하게 쌓였기에 읽지 않는다. 이름을 드날린 분이 썼기에 읽지 않는다. 손꼽히는 곳에서 펴냈기에 읽지 않는다. 글쓴이하고 펴냄터 이름을 가린 채 먼저 서서읽기를 한다. 책집에 서서 넌지시 읽는다. 선 채로 한 벌 읽는 동안 “이 책을 집으로 들고서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 벌을 읽을 만하고, 집에서 느긋이 새로 더 읽을 만하다”고 느낀다면 장만한다. 서서읽기로 넉넉하다면 얌전히 내려놓는다. 사람을 마주할 적에는 얼굴이 아닌 마음을 바라보면서 어울리고 싶다. 서로 이야기를 할 적에는 “말씨에 묻어나는 마음씨”를 느끼면서 내 말씨에 내 사랑씨를 얹고 싶다. 대통령·국회의원·군수(시장)를 뽑는 날이 오더라도, 뽑을 만한 일꾼이 안 보이면 “투표소에 가서 투표용지에 ‘일꾼이 안 보여서 어느 누구도 안 찍습니다’ 하고 슥슥 적어 놓고서 나오는” 나날이다. 바람과 바다와 구름과 비와 풀꽃나무와 새와 나비와 흙과 씨앗과 풀벌레라고 한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모두 읽는다. 별빛과 햇빛도 언제 어디에서나 늘 읽는다. 굳이 서울을 읽어야 할까? 굳이 종합일간지나 시사잡지를 읽어야 할까? 아이들 눈빛부터 읽고 나서야 서울을 읽을 노릇이라고 본다. 들숲바다를 읽지 않은 채 섣불리 신문이나 잡지를 손에 안 쥐어야 한다고 본다. 2024.10.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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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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