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은 고양이 3
센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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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28.

잘하면 잘 할 뿐


《여동생은 고양이 3》

 센코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10.31.



  ‘잘하다’하고 ‘잘 하다’를 가려서 쓰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못하다’하고 ‘못 하다’를 갈라서 쓰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서 가만히 생각을 하면, ‘잘하다·못하다’하고 “잘 하다·못 하다”를 그저 가볍게 나누어 이야기를 할 만합니다.


  타고난 재주를 펴면 ‘잘한다’고 하겠지요. 모처럼 뜻대로 이루면서 “잘 할” 수 있어요. 망가뜨리니까 ‘못한다’고 여길 테고, 오늘은 어쩐지 안 맞거나 힘들기에 “못 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삶은 재주나 솜씨로 일구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모든 날은 다 다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라 하지만, 해마다 다른 봄입니다. 같은 날씨란 없습니다. 얼핏 보면 널뛰는 날씨인데, 곰곰이 보면 그저 다르게 흐르면서 삶을 헤아리고 배우는 길이로구나 싶습니다.


  《여동생은 고양이》는 꼭 석걸음으로 매듭짓습니다. 얼마든지 열걸음이나 스무걸음을 그릴 수 있을 텐데, 굳이 늘어뜨리지 않아요. 알맞게 자릅니다. 군더더기를 입히지 않아요. 책이름 그대로 “동생이 고양이”입니다. “엄마아빠도 고양이”요, 여러 동무와 이웃도 고양이입니다. 그러나 마을에 고양이만 있지 않습니다. 고양이도 있고 사람도 있어요. 씨앗(종種)은 다르지만 한마을에서 어울립니다. 겉모습이 다를 뿐, 마음과 말을 나누면서 함께 살림을 짓습니다.


  겉모습이 같더라도 말을 안 섞으면 서로 얼마나 다른 마음인지 모릅니다. 겉모습이 다르기에 더 말을 섞고 다가서기에, 비로소 ‘겉모습이 다르더라도 속마음은 같구나’ 하고 느낄 만하지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똑같은 몸짓으로 걸어야 하지 않습니다. 나하고 다른 너라서 ‘극우·극좌’일 수 없습니다. 그저 나랑 네가 다를 뿐입니다. ‘틀린’ 일이라면 ‘틀렸네’ 하고 말할 노릇이면서 ‘바로잡을 길’을 짚으면 됩니다. 틀렸기에 삿대질을 하거나 막말을 한다면, 다른 둘 사이는 아예 만날 길이 없을 만큼 좍좍 긋고 갈라서면서 끝내 싸우기만 합니다.


  고양이도 사람도 왼발과 오른발을 나란히 짚으면서 걷습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오른눈과 왼눈을 함께 떠야 앞을 하나로 바라봅니다. 다르기에 함께살아요. 다르니까 한집과 한마을과 한나라와 한별을 이루면서 삽니다. 숲을 봐요. 숲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는 몽땅 다릅니다. 한 그루 나무에서 퍼진 씨앗이 자란 나무라 하더라도 ‘다 다른 나무’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와 마을과 집에서 ‘나랑 다른 너’를 어떻게 마주하려는 마음인지, 이제부터 새롭게 돌아볼 때입니다.


  다르니까 내가 너랑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말하면 됩니다. 다르니까 나랑 너는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다르니까 우리는 자꾸자꾸 이야기를 하고 말을 섞습니다. 다른데 말을 안 섞고, 귀를 안 열고 눈을 안 뜬다면, ‘너’가 아닌 ‘나’부터 스스로 수렁에 잠기고 말아요. 《여동생은 고양이》는 사람몸으로 태어났으나, 사람 어버이를 일찍부터 잃고 말아서, 고양이 집안에 깃들어 새길을 걸어가는 푸른씨가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말빛과 이야기와 살림길을 찾아나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부드러이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ㅍㄹ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변함없는 관계가 바로 진정한 형제다.” (49쪽)


‘똑같은 온기와 마음이 느껴져서 굉장히 쑥스러워.’ (126쪽)


“오빠 역할을 못 한다면,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151쪽)


“물론 우린 서로 달라! 원래는 남남일 뿐이야! 하지만! 엄마랑 아빠도 원래는 남남이었어!” (157쪽)


“게다가 우리가 멀찍이서 지켜볼 테니까! 당신도 어서 네네코한테 안 들키게 변장해!” (194쪽)


‘네네코도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나도 최선을 다해서 협력하자.’ (217쪽)


#妹は猫 #仙幸 #senko


《여동생은 고양이 3》(센코/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


귀여워∼! 귀여움의 화신이야∼!

→ 귀여워! 귀여운 님이야!

→ 귀여워! 귀염둥이야!

→ 귀여워! 귀염덩이야!

15쪽


같은 꿈을 지닌 동지니까

→ 꿈이 같으니까

→ 꿈이 같은 동무니까

21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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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펜 4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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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14.

날을 잡다


《울어라 펜 4》

 시마모토 카즈히코

 이정운 옮김

 미우

 2024.8.31.



  달종이를 보면서 날을 잡으면 곧잘 어긋납니다. 해와 달과 날은 그저 그대로 흐르지만, 달종이는 첫이레와 두이레와 세이레와 네이레가 늘 다르거든요. 그런데 달종이에 따라 이레를 잘못 읽거나 보더라도, 이렇게 어긋나는 길을 서로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을 수 있어요. 우리는 언제나 다 다른 사람이고 삶인데, 다 다른 줄 잊거나 놓치면서 보내기도 하거든요.


  네가 하는 말은 내가 하는 말과 다릅니다. 내가 하는 말도 네가 하는 말하고 달라요. 얼핏 보면 “똑같은 말소리”라 하더라도 말결과 말빛과 말씨가 다릅니다. 이를테면 “탄핵하라!”라고만 말하면 그냥 똑같아 보이지만, 누구를 끌어내리려 하는가 같은 대목은 아주 다릅니다. “우두머리를 탄핵하라!”라든지 “꼭두각시를 탄핵하라!”라 외칠 적에도 마찬가지예요. 저마다 ‘우두머리·꼭두각시’가 누구인가 다르게 바라볼 만합니다.


  《울어라 펜 4》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첫걸음과 두걸음은 꽤 볼 만하다고 여겼으나, 석걸음과 넉걸음은 어쩐지 그림감이 떨어졌는지 늘어지거나 짜깁기 같다고 느낍니다. 일부러 이렇게 그렸을 수 있되, 늘 불타오르듯 그리려고 하면 거꾸로 다 불타고 말아 잿더미가 될 수 있어요. 《울어라 펜 4》은 재가 되고 만 얼거리 같습니다.


  그러나 재가 된 얼거리라서 나쁘지 않아요. 이렇게 불타오르기만 하면 그만 잿더미가 되는 줄 알아보면 되어요. 알아보고서 배우면 됩니다. ‘불’이란, 들끓는 젊음이기도 하고, 아직 철들지 않은 채 활활 타오르다가 꺼지고 마는 몸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나다·부아나다’란 ‘화나다(火-)’를 가리켜요. 불을 내기에 앞뒤를 못 가립니다. 불타오르기에 앞뒤옆을 아예 못 봅니다. 불타다가 재가 되는 바람에 “왜 일어나려고 했는지 까맣게 잊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어느 모지리 우두머리를 끌어내리려는 뜻을 잘 읽고 짚어야 합니다. 모지리는 한 놈이 아닙니다. 두 놈이나 석 놈이 아닙니다. 벼슬을 거머쥐고 돈과 힘과 이름까지 움켜쥔 모지리는 수두룩합니다. 온나라를 앞뒤옆에서 휘감은 숱한 모지리를 다 끌어내릴 때라야 비로소 이 나라는 아름길로 거듭날 수 있어요.


  붓끝은 천천히 놀릴 노릇입니다. 휩쓸리듯 붓질을 하다가는 스스로 타오르다가 스스로 사그라듭니다. ‘붓’은 ‘불’이 아닌 ‘풀’빛으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붓빛을 풀빛으로 다스리면서 ‘물’빛으로 어우를 적에는, 들물결이 싱그러이 일어나면서 온누리를 푸르게 적시고 살릴 수 있어요. 그러나 붓질을 불질로 이글이글 태우면, 너도 죽고 나도 죽으니 우리가 함께 죽습니다. 불질로 치달을 적에는 쌈박질로 고꾸라져요. 불질이 아닌 풀숲과 물결로 나아가야 비로소 어깨동무를 이루는 보금자리를 바라봅니다.


  겨울이 스러진 봄날입니다. 아니, 겨울이 살그머니 떠난 봄날입니다. 봄에는 봄꽃을 보드랍게 보면서 느긋이 살림을 차곡차곡 여미는 하루입니다. 봄이기에 봉긋봉긋 꽃망울과 잎망울을 들여다봅니다. 봄이기에 방긋방긋 웃음짓는 매무새로 새롭게 일어섭니다. 홀가분히 날을 잡습니다. 가뿐가뿐 날짜를 헤아립니다. 나들이를 할 즐거운 날을 하루 잡아서 길을 나섭니다. 반갑게 만나서 수다꽃을 피울 날을 두근두근 기다립니다.


ㅍㄹㄴ


“나 자신이 생각해낸 거다! 설령 누군가와 소재가 겹쳤다 해도! 샛길로 도망칠 필욘 없으니!” (33쪽)


“여기서 그만둘 수 있을 정도면, 처음부터 첫걸음도 내딛지 않았어!” (111쪽)


“만화 작품은 그려 본 적 있고?”“없습니다!” (159쪽)


“꿈을 추월했을 때야말로 이번에는 우리가 빛이 되는 거야! 핑크!” (183쪽)


#吼えろペン #島本和彦


《울어라 펜 4》(시마모토 카즈히코/이정운 옮김, 미우, 2024)


그 자리만 무사안일주의로 넘겨보려는 토그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뺀질뺀질 넘겨보려는 수다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슬그머니 넘겨보려는 말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얼렁뚱땅 넘겨보려는 얘기만 늘어놓고!

65쪽


너도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천년만년 히어로는 될 수 없다

→ 너도 바람을 느낄 수 있지 않으면, 자나 깨나 으뜸꽃은 될 수 없다

→ 너도 바람을 느낄 수 있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별꽃은 될 수 없다

76쪽


풍압에 찌그러지시겠어

→ 바람에 찌그러지겠어

→ 바람힘에 찌그러지겠어

77쪽


양자의 아우라가 지금 서로 충돌하여 길항을 이루고 있다

→ 두 빛이 이제 부딪혀서 나란하다

→ 두 빛줄기가 막 부딪치며 버틴다

→ 두 기운이 바로 맞받으며 비금비금하다

79쪽


막상막하의 대결로 몰고 갔고

→ 비슷비슷하게 맞붙고

→ 엎치락뒤치락 버티고

14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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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별 녀석들 완전판 1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이승원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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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7.

미워할 수 없는 너


《시끌별 녀석들 15》

 타카하시 루미코

 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8.30.



  《시끌별 녀석들 15》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1978∼87년에 나온 그림꽃이니 거의 쉰 해에 이르는 나날을 이은 셈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렇게 줄거리를 짜서 이만 한 붓끝으로 들려주는 그림꽃은 드물거나 다시 보기 어려울 만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밀고당기는 줄거리인데, 첫걸음부터 끝걸음까지 두루 보면, “미워할 수 없는 너”요, 마침내 “미워하지 않기로 하는 마음”이 아닌 “그저 사랑으로 바라보고 품는 마음”으로 거듭난다고 여길 만합니다.


  2022년에 다 읽은, 아니 2002년에 먼저 읽고서 스무 해 만에 새로 읽은 꾸러미를 세 해 동안 자리맡에 쌓아놓습니다. 어쩐지 그대로 책숲으로 옮겨놓기에는 아쉽다고 여겼는데, 이동안 온누리에 여러 일이 불거집니다. 좋아하는 쪽은 마냥 좋아하면서, 미워하는 쪽은 끝없이 미워하는 사람들 모습을 지켜봅니다. 이쪽이어야만 하고 저쪽은 안 된다고 외치는 두 무리를 보면, 서로 말을 안 섞어요. 저마다 어떤 길을 내세우는지 듣지도 않으면서 그저 “쟤들이 하는 말은 뻔하잖아!” 하고 끊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이라 하더라도 말을 안 하면 서로 어떤 뜻인지 잘못 짚거나 넘겨짚기 일쑤입니다. 마음이 안 맞는 사이라면 말을 안 할수록 더욱 엇갈리지 않을까요? 마음이 안 맞는 사이라서 더더욱 귀담아듣고서 더욱더 찬찬히 말하면서 “왜 서로 다르게 살아가려는”지 나눌 노릇이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윤석열 멧돼지”라고 부르더군요. 이렇게 말씀하는 분한테 한마디 했습니다. “저기, 멧돼지가 무슨 잘못이라고 그렇게 빗대시나요? 멧돼지를 보신 적 있나요? 멧돼지는 멧숲을 돌보는 상냥하고 여린 짐승입니다. 어미 멧돼지는 새끼 멧돼지를 지키려는 때가 아니면 달려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멧돼지는 스스로 두렵고 무서워서 앞뒤를 안 보고서 그저 내달립니다. 멧돼지를 모르면서 함부로 아무 데나 빗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윤석열은 그냥 “윤석열 씨”라고 하면 됩니다. 또는 “윤씨”라 하면 되어요. 이재명은 그냥 “이재명 씨”라고 하면 되어요. 또는 “이씨”라 하면 되어요. 어느 누구이든 매한가지입니다. 한때 대통령 곁사람을 놓고서 ‘여사’라 해야 한다느니 ‘여사님’이라 해야 한다느니 말이 많았는데, 시골 논밭지기(농부)이건 서울 나라지기(대통령)이건 그저 나란히 ‘님·씨’로 가리키면 됩니다. 사람은 그저 사람이기에 누가 높거나 낮지 않아요. 한자말로 붙이는 부름말이기에 높임말이지 않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윤씨가 우두머리 자리에 앉아야 한 까닭이 있다고 느껴요. 어떤 잘잘못을 하든 말든, 그이를 ‘미워하지(혐오)’ 않는 길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오직 잘잘못만 가리고 따지고 밝히면서 ‘사람’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살림을 일구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죽일짓을 해서 사슬터에 가두더라도 밥을 똑같이 차려 주어야 합니다. 죽일짓을 저지른 놈팡이라고 해서 ‘죽일놈이 먹을 밥에 침을 뱉어’도 되지 않아요.


  우리는 아주 쉽게 “혐오하지 말아라!” 하고 외치지만, 정작 윤씨나 박씨(박근혜·박정희)나 이씨(이명박·이승만)를 미워하고(혐오) 맙니다. 그런데 윤씨도 박씨도 이씨도 미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말하고 나무라고 타이르고서 그치면 되어요.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말하는 동안 자꾸자꾸 밉말(혐오표현)을 그들한테 들씌웁니다. 그래서 “그들을 감싸려는 무리”가 태어납니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만 차분히(냉정) 말하고 끝내면서,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지을 나라를 말할 줄 알기까지 그들이 우두머리나 벼슬자리에 앉는다고 느껴요. 윤씨뿐 아니라 다른 이씨(이재명)를 놓고도 매한가지입니다. 어느 쪽 누구를 바라보든, 좋아하거나(팬덤) 싫어하지(혐오) 않는, 그저 그들이 무슨 짓이나 일을 했고, 그들이 어떤 값(평가·평가)을 받아야 하느냐만 짚을 노릇입니다.


  아름다운 이가 나라지기에 앉을 수 있어도 배웁니다. 모지리가 우두머리에 앉을 수 있어도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름답게 자라나도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사납말(욕설)을 입에 달고 다녀도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둘레 어버이와 어른이 하는 그대로 배우고 따라합니다. 우리가 어버이와 어른으로서 늘 밉말(혐오표현)과 좋은말(팬덤문화) 사이를 오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모습을 고스란히 배워서 따라합니다.


  우리가 밉말도 좋은말도 이제부터 끝낼 줄 안다면, 이리하여 ‘살림말’과 ‘사랑말’과 ‘숲말’을 우리 보금자리부터 펴고 마을에서 나눌 수 있다면, 바로 우리부터 제대로 배워서 거듭나는 사람으로 서요. 이러는 사이에 아이들도 우리한테서 어진빛과 어진말을 배울 테지요. 우리는 늘 “살림하는 사랑을 숲에서 펴고 나누는 사람으로 설 노릇”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하는 살림을 숲빛으로 나누고 펴는 사람으로 만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끌별 녀석들》은 미워할 수 없는 너를 그립니다. 아니, 미워할 까닭이 없이 그저 사랑할 너와 나를 그립니다. 끝없이 밀고당기는 길에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르게 사랑이라는 씨앗을 싹틔웁니다. 혼자 차지하거나 자랑하려는 길이라면 굴레입니다. 함께 나누고 누리면서 노래하려는 길이라면 사랑입니다. 아기로 이 별에 태어난 첫마음을 잊고 잃은 무리가 사랑을 되찾으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배울 하루입니다. 그들도 배울 일이도, 우리도 배울 노릇입니다.


ㅍㄹㄴ


“왜 내가 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야?” “모처럼 날개가 생겼는데.” (10쪽)


“닷짜! 그때 내가 저주를 풀어줬잖아.” (138쪽)


“이래서야 완전히 멍청이처럼 보이잖아!” “닥치세요, 원래 멍청하잖아요.” (161쪽)


“알겠느냐, 류노스케. 바다 매점을 운영하는 건 이렇게 힘든 일이다.” “이 자식, 이제까지 어떻게 장사를 해온 거야!” (226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うる星やつら


《시끌별 녀석들 15》(타카하시 루미코/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


상의를 벗고 한 줄로 서라

→ 윗옷을 벗고 한 줄로 서라

→ 윗도리 벗고 한 줄로 서라

5쪽


우리 별의 효험 좋은 뜸이닷짜

→ 우리 별에서 잘 듣는 뜸이닷짜

5쪽


높은 뜻을 품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 높은 뜻을 품은 듯해

11쪽


정말 비정상적인 녀석이구나. 문답무용!

→ 참말 엉뚱한 녀석이구나. 말을 말자!

→ 참 생뚱맞은 녀석이구나. 묻지 말자!

13쪽


선대 그룹 따위, 우리가 직접 손봐 줄 가치도 없어

→ 옛어른 따위, 우리가 손봐 줄 값어치도 없어

→ 옛분 따위, 우리가 손봐 줄 만하지도 않아

20쪽


여성용 학교 수영복을 조달해 뒀지

→ 배움터 헤엄순이옷을 챙겨 뒀지

87쪽


원격조작으로 변경해야짓짜

→ 먼보기로 바꿔야짓짜

→ 멀리보기로 돌려야짓짜

155쪽


엽록소의 작용으로 체력이 증가하닷짜

→ 잎푸름이가 일어나 힘이 늘엇닷짜

160쪽


그것만으로는 평범한 해수 풀장이지

→ 이쯤이라면 수수한 바다놀이터이지

→ 이만 하다면 여느 바다헤엄터이지

181쪽


흔한 잡목림이지만, 다른 별에서는 비싼값에 거래되나 봐

→ 흔한 온숲이지만, 다른별에서는 비싼값에 사고파나 봐

→ 흔한 고루숲이지만, 다른별에서는 비싼값에 다루나 봐

228쪽


풍령 장사꾼이 뭐얏짜

→ 바람구슬 장사꾼 뭐얏짜

→ 바람쇠 장사꾼 뭐얏짜

22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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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
콘노 아키라 지음, 이은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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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21.

텃새 철새 사랑어른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

 콘노 아키라

 이은주 옮김

 미우

 2025.2.28.



  바쁠 적에는 바쁜 일에 마음을 차분히 기울이면서, 이 바쁜 일을 하는 마음을 가다듬으면 넉넉합니다. 바쁘기에 틈을 낼 수 있으면, 이 밭은 틈을 스스로 북돋우는 길에 기쁘게 살릴 수 있고요.


  누구나 알맞게 일하고, 알맞게 쉬고, 알맞게 놀고, 알맞게 얘기하노라면, 다투거나 겨루거나 싸우거나 미워하거나 등돌리거나 괴롭힐 까닭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요. 요즈막 우리나라 모습이란, 서로 너무 바쁜 나머지, 서로 무슨 마음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하나도 안 듣고 귀닫으면서 삿대질만 하는 얼거리라고 느낍니다.


  때려죽일 멍청한 놈이란 있을 수 없어요. 바보스럽거나 멍청하게 말을 하거나 어떤 짓을 하는 누가 있다면, 그사람은 우리한테 제발 나를 상냥하고 참하게 가르쳐 주고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말썽에 너무 얽매여서(왜냐하면 그들도 우리도 나란히 바쁘거든요), 말썽꾼이나 바보꾼이나 멍청씨를 달래고 다독여서 어깨동무하는 이야기를 펴는 자리를 아예 잊거나 안 마련하더군요.


  알맞을 길을 헤아리기에 알뜰살뜰할 뿐 아니라, 삶을 알아가고 사랑을 알아보고 숲을 아늑히 품습니다.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을 우리 집 두 아이하고 함께 읽으며 살짝 눈물이 돕니다. 벌써 이야기를 끝맺으니 아쉽고, 쿠지마하고 아이들이 어울리는 삶길은 “그저 삶”에서 멈추지 않고 “함께 일구는 살림”에 “같이 걸어가는 사랑”을 바라봅니다.


  바라보아야 받아들일 틈을 느낍니다. 받아들일 틈을 느껴서 서로 무엇을 배우고 나누면서 어울리는 길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배울 길을 생각해야 반갑고, 반갑지 않다면 서로 틈을 안 내면서 안 배우고 안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굳이 바라보지 않곤 합니다. 사랑하는 사이인데 굳이 안 바라볼 수 있는 까닭을 헤아릴 수 있나요? 사랑이라면 가까이 붙어서 지내든, 멀리 떨어져서 따로 일하든 그저 사랑입니다. 사랑이 아닌 ‘매달림(집착)’이기 때문에 조금만 떨어지거나 다른 곳에서 일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냥 활활 타오르는 불길(분노·질투)로 뒤바뀌어요.


  누구를 좋아할 적에는 ‘내가 좋아하는 너’가 ‘나 아닌 남’하고 만나서 웃고 떠들고 춤추고 노래하면 그만 불길(분노·질투)에 이글이글 휩싸여요. 사랑이라면, 나도 너도 오롯이 빛나는 숨결이기 때문에 ‘등질(배반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믿음(종교)’으로 치닫습니다. ‘믿어야 한다는 굴레(속박)’를 씌워서, 그만 옴쭉달싹 못 하도록 묶으려고 하는 ‘좋아함(애착·집착·연애)’입니다.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다섯걸음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이 다섯걸음은 배움불굿(입시지옥)을 핑계로 어느 수수한 집안에 난데없이 사라지고 만 ‘사랑’을 쿠지마라고 하는 ‘철새’가 어느 날 문득 씨앗 한 톨을 건네듯 지피는 줄거리입니다. 철새인 쿠지마는 러시아에서 어릴 적에 받고 바라보고 배운 ‘사랑씨’가 있는 터라, 이 사랑씨를 바다 건너 먼먼 일본 어느 작은마을 작은집 작은사람 곁에 깃들 수 있어요.


  그런데 쿠지마는 철새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뜬금없이 ‘철새’를 따돌리는데요, “철새는 ○철수”라느니 무어니 하면서 비아냥거리거나 비꼬는 말씨로 새와 사람을 깎아내리더군요. 벼슬꾼 아무개 씨가 잘못하거나 제대로 못 짚는 대목이 있습니다만, 이이는 이녁 딸아이를 사랑으로 돌보았고, 다 큰 딸아이가 들려주는 말(충고)을 기꺼이 받아들인다지요. 이야기(대화·타협)를 하면서 맞추어 갈 줄 알기에 ‘안랩 백신’을 일구고서 아주 값싸게 누구나 쓸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여깁니다. 이러구러 “철을 읽고 익혀서 아이(새끼새)를 어질게 가르치고 이끌어서 다 다른 두 군데 보금자리를 기쁘게 날아다니면서 철빛을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새”가 ‘철새’입니다.


  이 그림꽃에서 쿠지마는 철새요, 러시아사람과 일본사람은 ‘텃새(텃사람)’입니다. 철새가 철을 읽고 익히면서 보금자리에 사랑을 두빛으로 심는다면, 텃새는 터(삶터)를 읽고 익히면서 보금자리에 사랑을 한빛으로 심습니다. 그래서 텃새하고 철새는 둘이 다르면서 하나로 어울리는 ‘새(그저 새)’입니다.


  이야기할 새(사이·틈새)가 없으니 바쁘고, 바쁘니 이야기를 안 하고, 바빠서 이야기를 안 하다 보니, 속빛과 철빛과 눈빛을 몽땅 잊다가 잃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잘 보고 짚을 노릇입니다. 나라지기(대통령)이건, 그저 벼슬꾼(정치인·공무원)이건, 우리 손으로 어느 일꾼을 뽑을 적에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돌보는 보금자리를 적어도 열 해나 스무 해쯤 살아낸 사람”만 밑동(후보)으로 나오도록 가닥을 잡아야 슬기롭다고 봅니다. 짝을 맺지 않아서 아이를 안 낳은 사람이라면, “어린이집이나 어린배움터에서 적어도 열 해나 스무 해를 어린이를 돌보고 가르친 발걸음이 있는 사람”만 밑동으로 나서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낮은 사람은 아니되, 몸도 힘도 여립니다. 그러니까 어린이 눈높이에 서고 눈길과 매무새를 맞추면서 “스스로 몸을 낮추고, 스스로 어린이를 높일 줄 알면서, 살림과 일과 사랑을 지은 사람”일 때라야, “온나라 사람(국민·백성·민중·인민·시민)을 널리 헤아리고 품으면서 이야기를 끝없이 펴면서 새길을 찾는 어진 일꾼”을 찾아낼 만하다고 봅니다.


  나라일을 맡을 일꾼은 ‘이쪽’이어야 하지 않고 ‘저쪽’이나 ‘그쪽’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일꾼은 어느 쪽 사람이건 그저 ‘일꾼’일 노릇이고, 이쪽저쪽그쪽 모두 “보금자리부터 사랑으로 살림을 손수 하면서 아이를 돌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어진 어른”일 노릇입니다. 터럭만큼도 안 어질 뿐 아니라, 아이를 돌본 적조차 없고, 딸아들이 망나니짓을 일삼는데 딸아들을 타이르지도 나무라지도 가르치지도 않는 이들이 나라지기나 벼슬자리를 맡은 우리나라인 터라, 여태 이 꼬라지로 망가졌습니다.


  적잖은 분들은 ‘아이돌봄(육아휴직)’을 하느라 그만 ‘끊긴다(경력단절)’고 잘못 여기더군요. 그러나 조금도 끊기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기 앞서는 그저 ‘일’만 쳐다보면서 바쁘게 달렸다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을 열 해나 스무 해를 지어온 모든 살림꾼(거의 모두 아줌마입니다)은 ‘새길(새로운 경력)’을 아름사랑으로 갈고닦은 어질며 알뜰하고 빛나는 일꾼입니다. 그래서 나라지기라면 마땅히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는 살림을 지은 아줌마”가 맡아야지요. ‘장관·시도지사·군수·구청장’ 같은 자리도 “아이를 사랑하며 돌본 아줌마나 아저씨”가 맡아야 어떠한 뒷짓(부정부패)도 없게 마련입니다.


  살림한 적도, 사랑한 적도, 사람으로서 아이를 돌본 적도 없는 채, 그저 ‘전문정치질’만 하던 이들은 모조리 뒷짓에 얽매이고 사로잡히더군요. 미국에서 나라지기를 새로 맡은 ㅌ씨를 그냥 깎아내리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ㅌ씨도 잘잘못과 말썽이 많을 테지만, ㅌ씨는 이녁 딸아들을 언제나 사랑으로 돌보았습니다. 딸아들을 사랑으로 돌보았을 뿐 아니라, ‘다 큰 딸아들이 어버이 곁에서 함께 일하고 이야기하는 사이’라면, 나라살림을 알뜰살뜰 아름답게 일구는 씨앗을 뿌릴 수 있습니다.


  그들(정치꾼)이 어느 쪽(정파·정당)인지 쳐다볼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아이 곁에 제대로 있는지 아닌지 바라볼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들 쳐다보기’를 하기 앞서 ‘나보기(나를 바라보기)’를 할 일입니다. 나부터 우리 집 아이를 사랑하는 살림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나부터 이웃집 아이를 사랑으로 마주하고 어질게 타이를 줄 아는 ‘상냥하고 참한 이웃 아줌마 아저씨’인지 헤아리기에 비로소 온누리를 갈아엎는 길을 어질게 여는 어른으로 설 수 있습니다.


ㅍㄹㄴ


“나, 벚꽃 처음 봐!” “그렇구나, 하긴 그렇겠네. 한 그루가 있는데 최근에 꽃을 피웠어!” (59쪽)


“스구루는 가르칠 자세가 안 돼 있어! 상냥함이 부족하잖아!” “뭐?” “스구루는 아라타한테 좀 배워! 나 아라타한테 배울 거야!” (96쪽)


“괜찮아! 반년만 떨어져 있는 거잖아. 반년은 금방 갈 거야.” (109쪽)


“다시 널 만나러 왔어!” (138쪽)


#クジマ歌えば家ほろろ #紺野アキラ

Akira Konno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5)


작년에 합격된 인간들 속에 있기 싫어

→ 지난해에 된 놈들 사이에 있기 싫어

→ 지난해에 붙은 무리에 있기 싫어

9쪽


쿠지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 쿠지마와 곧 헤어져야 하는 줄 깨닫습니다

→ 쿠지마가 머잖아 떠아냐 하는 줄 느낍니다

52쪽


아라타가 슬퍼지면 더 슬퍼져

→ 아라타가 슬프면 더 슬퍼

→ 아라타가 슬퍼하면 더 슬퍼

53쪽


어차피 자기가 떼쓰고 있다는 건 아니까

→ 뭐 제가 떼스는 줄 아니까

→ 됐어, 스스로 떼쓰는 줄 아니까

54쪽


가르칠 자세가 안 돼 있어! 상냥함이 부족하잖아

→ 가르칠 매무새가 안 됐어! 상냥하지 않잖아

→ 가르칠 몸이 아니야! 안 상냥하잖아!

96쪽


나 아라타한테 배울 거야

→ 나 아라타한테서 배울래

9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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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의 자두가르 1
토마토수프 지음, 장혜영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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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10.

‘그들싸움’과 ‘우리살림’


《천막의 자두가르 1》

 토마토수프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6.30.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길을 찾아서 ‘일’을 합니다. 일이란, 스스로 일으키고 일어서면서 보이는 몸짓입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일어나지 않기에 누가 시켜야 움직입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심부름’을 합니다.


  심부름을 하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고스란히 따를 뿐이라고 여깁니다. 잘하거나 잘못한다는 마음이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똑바로 제대로 똑똑히 해야 한다고만 여겨요. 시키는 길이란, 길들이도록 시키는 틀인데, 시키는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틀어져요. 그래서 남이 시키는 대로 받아서 움직이는 사람은 ‘일’이 아닌 ‘틀’대로 움직이는 결이기에,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난 아무 잘못 없는데?” 하고 여깁니다.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는 자리가 바로 벼슬자리(공무원)입니다. 그래서 벼슬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위(상급자·대통령·장관)에서 시키는 대로 고스란히 합니다. 시키는 틀에서 한 치도 안 어긋나려고 합니다. 예부터 만무방(독재자)은 벼슬자리를 잔뜩 늘렸습니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사람을 늘려야 나라를 휘어잡고서 마음대로 부리기 쉽거든요.


  우리나라에 벼슬자리가 아주 많습니다. 나라가 주는 돈을 받아서 살림을 꾸리는 사람이 어마어마합니다. 이분들을 보면 ‘사람으로는 착하’지만, ‘스스로 일을 벌이거나 꾀하거나 찾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주어진 대로 시키는 틀에 따라 움직’입니다. 숱한 길잡이(교사)는 ‘나라에서 내린 틀(교과서)’대로 아이들을 길들입니다. 가르치지 않고 길들입니다. 숱한 벼슬아치(공무원)도 나라에서 세운 틀대로 사람(민원인)을 마주합니다.


  어떤 모지리가 고삐(계엄령)를 틀어쥐려고 했습니다만, 모지리 한 사람이 고삐를 틀어쥐려고 하기 앞서, 이미 이 나라는 ‘고분꾼’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고분꾼’인 벼슬아치(공무원)는 누가 우두머리(대통령)에 앉든 안 쳐다봅니다. 다달이 삯이 따박따박 들어오면 될 뿐입니다. 벼슬아치는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지요.


  《천막의 자두가르 1》를 읽습니다. 몽골이 여러 겨레와 나라로 쳐들어가서 집어삼키던 무렵, 싸울아비로 나선 이들이 거느리던 ‘순이’ 가운데 여럿이 이 싸움판을 뒤집으려는 꿈을 키우는 줄거리를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아무래도 ‘발자취’가 아닌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면, 싸우고 죽이다가 죽고 미워하는 얼거리로 흐르는데, 첫걸음은 ‘발자취’를 짚으려고 했다면, 두걸음부터는 ‘역사’로 기울고, 석걸음과 넉걸음은 그저 ‘역사’에 파묻히는구나 싶어요.


  어느 쪽이 낫거나 나쁘지 않습니다만, ‘역사’란 ‘그들싸움’입니다. ‘그들싸움’이란 ‘힘·돈·이름’을 거머쥔 모든 무리가 끼리끼리 싸운다는 뜻입니다. ‘발자취’란 ‘우리살림’입니다. 발자취를 그릴 적에는 우리가 짓고 가꾸고 나누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사랑을 들려주지요.


  우리는 이제 읽는 눈을 길러야지 싶어요. 왜 “내란 사테에 부당한 명령에 그토록 순종하고 복종하다 못해, 법원에서는 거짓말을 일삼”는가 하는 밑동을 읽어내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들(공무원)은 우두머리가 어질게 나라일을 펴면 그야말로 어질게 심부름을 합니다. 그들(공무원)은 우두머리가 모지리로 굴면 똑같이 모지리로 구는 심부름을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란 누구일까요? 남이 아닌 ‘우리 스스로’이지 않을까요?


  그들만 허수아비이지 않습니다. 눈을 안 뜬 우리 누구나 허수아비입니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기보다는, ‘달삯을 따박따박 받을 만한 심부름’만 오래오래 하는 우리 모두가 허수아비입니다. 한나 아렌트 님이건, 이오덕 님이건, 셀마 라게를뢰프 님이건, 송건호 님이건, 일찌감치 눈을 밝게 뜬 모든 사람들은 ‘심부름’이 아닌 ‘일’을 해야 한다고 여겼고, 바로 우리가 어른으로서 아이들한테 ‘심부름’이 아닌 ‘일’을 맡기면서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글을 남겼습니다.


  ‘역사읽기’는 언제나 싸움수렁에서 헤맵니다. ‘역사’를 다루는 분은 하나같이 ‘사람’이 아닌 임금과 셈(숫자)에 파묻힙니다. ‘살림읽기’는 언제나 우리가 어제와 오늘과 모레로 잇는 길을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길을 찾습니다. 살림을 읽으려고 할 적에 사람을 품고, 사람을 품기에 숲을 품으며, 숲을 품기에 새롭게 사랑씨앗을 심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무엇을 읽고 느낄는지 우리가 스스로 살필 노릇입니다. ‘그들싸움·역사’에 파묻히더라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들끼리’ 무슨 짓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는지 알아차릴 수 있어요. 다만, 우리가 스스로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이웃과 동무와 아이를 헤아리려는 마음이라면, 이제는 ‘살림읽기·사랑읽기·숲읽기’로 잇는 새길을 걸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공부란 이런 게 아닐까? 넌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고 있어.” (25쪽)


“유목민들이 에우클레이데스를 읽을까요?” “만에 하나라도 읽어버리면 안 돼.” (56쪽)


“어째서? 어째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해야 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저 사람들은 누구?”(97쪽)


“신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불로불사를 얻기보다 건강한 죽음의 은혜를 얻는 게 낫다는 그런 교훈이죠.” (157쪽)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작의 책이야. 이 초원에는 없는 서역의 지혜를 얻기 위한.” (170쪽)


#天幕のジャードゥーガル

#トマトスープ


《천막의 자두가르 1》(토마토수프/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손 안에 있는 운명의 크기도 기하학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 손에 쥔 삶도 자로 잴 수 있을까

→ 손에 쥔 살림도 헤아릴 수 있을까

3


광대한 대륙을 농락한 한 마녀의 이야기

→ 드넓은 땅을 갖고 논 바람아씨 이야기

→ 가없는 들을 주무른 숲아씨 이야기

4


지(知)를 추구하는 것은

→ 알려고 한다면

→ 배우려고 한다면

11


고명한 선생님을 찾아가고 싶어

→ 빛나는 분을 찾아가고 싶어

→ 이름난 어른을 찾아가고 싶어

34


아마 도시 밖을 정찰하러 가는 걸 거야

→ 아마 마을 밖을 둘러보러 갈 테지

44


충분한 교양을 몸에 익혔다

→ 밑바탕을 몸에 고이 익혔다

→ 밑동을 몸에 넉넉히 익혔다

46


내 고향에는 유목민이 자주 나타나서 피난이 일상이었거든

→ 내가 살던 데엔 떠돌이가 자주 나타나서 늘 달아났거든

→ 우리 마을엔 바람새가 자주 나타나서 으레 내뺐거든

57


독송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 읊는 소리가 들려온다

92


누군가가 나에게 화살을 쏘아 줄까

→ 누가 나한테 화살을 쏘아 줄까

112


내 또래 남자들은 징발병이라고 해서 원정군 맨 앞에 세우고 방패막이로 써먹어

→ 또래 사내는 붙들려서 먼길 싸울아비 맨앞에 세우고 가로막이로 써먹어

123


말씀드린 영애입니다

→ 말씀한 딸입니다

→ 여쭌 딸아이입니다

130


신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불로불사를 얻기보다 건강한 죽음의 은혜를 얻는 게 낫다는 그런 교훈이죠

→ 하늘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멀쩡하기를 바라기보다 튼튼히 죽는 사랑을 얻어야 낫다는 가르침이죠

157


당신도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현자입니다

→ 그대도 우리가 바라는 밝은길입니다

→ 이녁도 우리가 바라는 참꽃입니다

159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작의 책이야

→ 그러나 우리한테는 첫책이야

→ 그런데 우리한테는 첫걸음책이야

170


그건 미래의 황후인 나의 소임이야

→ 앞으로 꼭두인 내가 맡을 일이야

→ 머잖아 미르인 내가 할 일이야

174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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