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18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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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3.

님이 깃든 이 집


《은여우 18》

 오치아이 사요리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3.4.30.



  모든 사람은 숨을 쉽니다. 숨에는 빛이 흐르고, 이 빛으로 저마다 살아가는 기운을 얻어요. 모든 풀꽃나무도 숨을 쉽니다. 숨마다 빛살이 흐르면서, 이 빛살로 다 다르게 살아가는 기운이 샘솟습니다.


  언제나 새로 내쉬고 들이쉬는 숨을 헤아린다면, 너랑 나는 다 다르게 하나인 줄 알아볼 만합니다. 숨줄기에 어리는 빛줄기를 알아보기에, 누구나 하늘빛으로 물드는 목숨붙이인 줄 깨닫거든요. 숨을 헤아리지 않기에, 너하고 내가 다 다르게 하나인 줄 모르지요. 숨줄기도 빛줄기도 하늘빛도 모르는 탓에 그만 자꾸 다투고 싸우고 겨루다가 무너지거나 무너뜨립니다.


  《은여우 18》(오치아이 사요리/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3)을 돌아봅니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하고 어른을 보여줍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배우면서 자랍니다. 어른은 어른대로 배우면서 자라요. 둘은 사근사근 어울리는 하루입니다. 내가 배운 삶을 너한테 들려줍니다. 네가 배운 삶을 내가 귀여겨듣습니다. 우리한테 다르게 깃들지만 늘 오가는 숨결과 바람결에 서리는 마음을 읽으려고 합니다. 읽으면서 잇고, 이으면서 새로 읽어요. 그리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품을 넓히고 길을 틔웁니다.


  님이 깃든 집이기에 몸입니다. 별님이 깃듭니다. 꽃님이 깃듭니다. 바다님이 깃들고, 바람님이 깃들어요. 내가 내쉰 숨은 돌고돌아서 네가 들이쉽니다. 네가 내쉰 숨은 돌고돌아서 내가 들이쉬고요. 숨결이 오가고 숨빛이 만납니다. 숨소리가 흐르고 숨줄기가 어울립니다.


  맨눈으로 님을 볼 수 있고, 마음으로 님을 볼 수 있어요. 두 손으로 님을 안을 수 있고, 마음으로 님을 안을 수 있습니다. 잘잘못이나 옳고그름을 따질 만하지만, 잘잘못에 얽매이면서 마음을 잊고, 옳고그름에 옭죄이면서 생각을 잃습니다. 잘하거나 잘못한 모든 일을 너그러이 바라보는 틈을 내기에 배워요. 옳거나 그른 모든 일을 고르게 살펴서 달래는 자리를 열기에 배우고요.


  구름은 어떻게 흐를까요?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은 어떻게 어울릴까요? 비는 어떻게 내리기에 우리 이마나 작은 꽃송이를 톡톡 건드려도 아무도 안 다칠까요? 비는 어떻게 오시기에 온누리 저지레를 말끔히 씻는가요?


  눈을 뜨고 바라보면서 배우는 길입니다. 눈을 감고 받아들이면서 배우는 날입니다. 눈을 밝혀 하나씩 가꾸면서 배우는 살림입니다. 눈을 틔워 새롭게 일구면서 배우는 오늘입니다. 숨을 한 줄기씩 마시듯 한 가지씩 배우고 나누면서 손을 맞잡습니다.


ㅅㄴㄹ


“아빠가 자주 하는 말은 ‘고맙다’여서, 내가 건강한 것에 ‘고맙다’고 말하시거든.” (30쪽)


“나? 난 신사 좋아하지. 안 그럼 이런 걸 왜 돕겠어!” (84쪽)


“우릴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져도, 그건 신이 정한 자연의 흐름. 그리고 보이지 않는다 해도 우린 여기에 있지 않니.” (116쪽)


“우린 이제 사토루의 또 하나의 집이기도 하니까!” (206쪽)


#ぎんぎつね #落合さより 


어딜 가도 특별취급을 받았거든

→ 어딜 가도 잘 봐줬거든

→ 어딜 가도 유난스러웠거든

→ 어딜 가도 추켜세웠거든

29쪽


후계 이야기 같은 거 고루하지

→ 뒷길 이야기라면 따분하지

→ 뒷일 이야기라면 고리타분하지

30쪽


너 일하는 중이잖니

→ 너 일하잖니

→ 너 일하다 왔잖니

41쪽


이렇게 젊은 신안을 가진 자가 있다니

→ 이렇게 젊은 빛눈인 이가 있다니

→ 이렇게 젊은 새눈인 분이 있다니

44쪽


삼자대면 때 기억 못 하시나

→ 세맞이 때 안 떠오르시나

→ 세자리 때 생각 안 아니사

51쪽


우리도 이 넓∼은 숲의 일부일 뿐이란다

→ 우리도 이 넓은 숲에서 하나일 뿐이란다

→ 우리도 이 넓은 숲을 이룰 뿐이란다

118쪽


그것도 즐거움 중 하나니까요

→ 그래도 즐거우니까요

→ 그래서 즐거우니까요

165쪽


귀국했더니 시간 되는 게 너밖에 없었다고

→ 돌아왔더니 너만 짬이 있더라고

→ 다시 왔더니 너만 틈이 나더라고

18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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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별 녀석들 완전판 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이승원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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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3.

별사람이 만난 별사람


《시끌별 녀석들 3》

 타카하시 루미코

 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8.30.



  우리 스스로 으레 잊지만, 우리도 누구나 별사람입니다. 푸른별에서 살아가는 푸른별사람이고, 파란별에서 살아가는 파란별사람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이 잿빛으로 뿌옇다면 잿빛별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부터 별사람인 줄 안다면, 이웃별에서 찾아오는 사람을 낯설게 여길 까닭이 없고, 우리별부터 금을 안 그을 테지요. 나라하고 나라를 가를 까닭이 없어요. 고장하고 고장을 나눌 까닭도 없습니다. 날씨하고 땅하고 풀꽃나무하고 들숲바다는 다를 테지만, 같은 해바람비를 누리는 이웃이거든요.


  《시끌별 녀석들 3》(타카하시 루미코/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읽습니다. 퍽 길게 줄거리를 잇는 《시끌별 녀석들 1∼18》입니다. 푸른별뿐 아니라 숱한 별이 온누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노라니 제법 길게 잇습니다. 파란별도 파란별일 테지만, 온별누리에 얼마나 별사람이 많은지 헤아려 보자는 마음을 나누려고 하노라니 좀 길게 이을 만합니다.


  별사람이 별사람을 만납니다. 이 별사람은 온누리를 즐거이 노닐다가 문득 푸른별을 만난다고 합니다. 뭔가 재미나게 노는 듯한 푸른별사람을 지켜보고는 이곳에 눌러앉아도 즐겁겠다고 여겼다지요.


  우리는 어느 별에서나 살아갈 만합니다. 다 다른 별은 다 다른 삶이 있고 다 다른 오늘이 있어요. 나은 삶과 나쁜 삶이 아닌, 다 다른 길에 따라서 스스로 다르게 짓는 살림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끌별 녀석들》에 나오는 머스마는 자꾸 샛길로 빠집니다. 이쪽으로 가면 더 나은 삶이 있겠거니 여기고, 저쪽으로 가도 더 나은 삶이 있으리라 여겨요. 이리하여 이 머스마는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온통 쑤석쑤석하느라 막상 스스로 “내 삶”이라고 할 길은 놓치거나 잊은 채 헤맵니다.


  ‘도깨비별’에서 왔다는 가시내는 스스로 세운 “내 삶”에 따라서 ‘시끌별(지구)’에 자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도깨비별 가시내는 어느 별로든 홀가분하게 오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굳이 시끌별에 자리잡아야 할 까닭조차 없습니다만, 이제까지 살아온 나날에 앞으로 살아갈 나날을 헤아리자면, 시끌별이야말로 시끌벅적하면서 즐거우리라 여깁니다.


  별사람이 별사람을 만납니다. 별사람이 별사람을 사랑합니다. 별사람은 언제나 별빛으로 스스로 감싸면서 이웃이며 동무 누구한테나 별빛줄기가 드리우기를 바랍니다.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별빛인 줄 알아본다면 늘 웃고 노래합니다. 으레 쳇바퀴에 똑같다고 여기면서 마음을 닫으면 늘 찡그리면서 따분합니다.


ㅅㄴㄹ


“애벌이가 예뻐졌어.” “아빠∼ 엄마∼ 신세 많이 졌어요.” “애벌이, 너는.” “네, 아빠. 저는 요정이에요. 맛있는 걸 많이 먹고 멋진 요정이 되기 위해, 인간계에 왔어요. 하지만 요정이 된 건 아빠 덕분이에요. 제가 아름다워질 거라고 믿어 주셔서.” (21쪽)


“그치만, 내가 없으면 달링은 바보짓만 해대잖앗짜.”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라무 양이 보고 있어도, 바보짓을 해대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닷짜.” “라무가 무섭다고 바보짓을 관둘 것 같아?” (26쪽)


“나와 같이 러닝 안 할 만하닷짜! 화낼 마음도 안 드네. 어이없어! 돌아가서 더 잘랫짜!” (74쪽)


“젠장! 저 쓰레기, 여자한테만 되게 상냥하네! 이렇게 되면, 나도 여자 교복 입고 꼬리 쳐야지!” “역겨우니까 관둬!” (93쪽)


“라무를 봐도 전혀 흥분 안 돼! 익숙하거든!” (173쪽)


“진정한 요가를 익히기 위해서다! 외숙부는 바보니까 치켜세워 주는 게 가장 좋지!” (237쪽)


“선생님! 라무 양은 우주인이에요!” (271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うる星やつら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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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문 제국 이야기 4
모리노 미즈 지음, Gilse 그림, 반기모 옮김, 모치츠키 노조무 원작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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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26.

꽃씨로 꽃누리


《티어문 제국 이야기 4》

 오치츠키 노조우 글

 모리노 미즈 그림

 반기모 옮김

 AK comics

 2022.7.15.



  콩을 심어 콩이 나고, 팥을 심어 팥이 납니다. 깨를 심어 깨가 나고, 볍씨를 심어 벼가 납니다. 심은 대로 거두는 셈입니다. 안 심고서 거두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마음에 걱정을 심어 걱정이 돋고, 근심을 심어 근심이 나고, 끌탕을 심어 끌탕이 자랍니다. 미움씨를 심으니 미움짓이 일어나고, 싫음씨를 심으니 싫은짓이 불거져요.


  꽃씨를 심는 우리는 꽃밭을 이룹니다. 온이나 즈믄 톨을 심어야 하지 않습니다. 한 톨이나 두 톨을 심으면 넉넉합니다. 언제나 가장 조그마한 씨앗 한 톨이 돋고 나고 자라고 퍼지면서 숲을 이룹니다. 하루아침에 확 일으키기를 바라기에 으레 걸려서 넘어져요. 차근차근 느긋느긋 두고두고 지켜보면서 가꾸려는 손길이기에 꽃누리로 가게 마련입니다.


  《티어문 제국 이야기 4》(오치츠키 노조우·모리노 미즈/반기모 옮김, AK comics, 2022)을 돌아봅니다. 어느 나라를 이끄는 임금집안에서 딸로 태어난 아이는 예전에 멋모르고서 마구 힘을 휘두르면서 콧대높이 살아다가 들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목아지가 뎅겅 잘렸다지요. 그런데 이 아이는 목아지가 잘리자마자 골로 가지 않았다고 해요. 목아지가 잘려서 죽으면서 문득 새로 태어납니다. 아직 철없이 굴지 않던 무렵인 또다른 누리로 나아갔습니다.


  틀림없이 ‘목아지가 뎅겅 잘리며 죽는’ 데까지 또렷하게 떠오르는데, 오늘 눈을 뜨고 보니 목아지가 멀쩡하게 붙었다고 해요. 이제 이 아이는 마음을 싹 갈아엎습니다. 옛삶에서 스스로 보인 철딱서니없는 짓이란, 스스로 죽음길인 줄 뻔히 알아차렸거든요. 옛삶에서 이미 목아지가 뎅겅 잘려 보았으니, 다시는 목아지가 잘리는 끔찍한 죽음길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철든 사람으로서 철든 마음을 가꾸고 싶어요.


  얼핏 우리 손에 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목돈을 신나게 흩뿌리면서 뭇사람을 우리 발밑에 부릴 수 있겠지요. 한동안 돈자랑으로 우쭐대며 삶을 망가뜨리는 셈인데, 스스로 망가지는 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손에 쥐었다는 이름이나 힘으로도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바보짓을 일삼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한 끼니에 밥을 몇 그릇 먹으려는 셈일까요? 한 끼니에 한 그릇이면 넉넉할 텐데요. 때로는 하루 한끼나 두끼만 단출히 누려도 즐거울 텐데요.


  한 손에는 꽃씨를 얹고서 고이 사랑으로 돌아보면서 심을 노릇입니다. 다른 손에는 풀씨(나물씨)를 놓고서 곱게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맞이할 노릇입니다. 우리는 나물하고 남새를 나란히 누리는 나날입니다. 들숲바다에서 피어나는 숨결을 반갑게 마주하면서, 밭자락에 심는 숨빛을 고맙게 누릴 적에 사람답게 깨어나요.


  살림길하고 등지기에 죽음길입니다. 죽음길에는 아무 사랑이 없어요. 죽음길에는 ‘좋다·싫다’라는 갈림길만 끝없이 나옵니다. 죽음길을 알아차리는 눈썰미를 북돋아서 함께 살림길을 바라보기에 사랑이 샘솟습니다. 살림길은 사랑길로 이으면서 숲길로 뻗고 사람길로 눈부십니다.


ㅅㄴㄹ


“키스우드 씨 당신에게 고맙다고 말한 거예요. 당신 덕분에 무사히 도시락을 만들 수 있었는걸요.” (29쪽)


‘보통 귀족은 머리를 숙이지 않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미아 황녀는 시시한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가 누구든지 솔직하게 감사 인사를 하는군.’ (30쪽)


‘아아, 감동에 가슴이 벅차요. 이렇게 친한 사람들과 함께 가판을 돌아다닐 수 있다니. 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해요. 그래서 눈물이.’ (37쪽)


‘내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아벨 왕자님. 승리한 후 먹는 도시락이 훨씬 맛있을 거예요.” (49쪽)


‘아벨 렘노 왕자. 그는 본인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분석한 후 포기하지 않고 상대에게 이길 방법을 생각했어.’ (104쪽)


“안느, 저를 불렀나요?” “저기, 비가. 감기에 걸리실 테니 이동하세요!” “아아, 이 정도는 괜찮아요. 이 시합은, 제가 끝까지 지켜봐야 해요.” (111쪽)


#ティアムーン帝国物語 #断頭台から始まる、姫の転生逆転ストーリー #杜乃ミズ #餅月望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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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O 마오 19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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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18.

넌 오늘 꿈을 그렸니


《마오 19》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4.8.25.



  밤에 잠들면서 아이들한테 “먼저 꿈누리로 가렴.” 하고 얘기합니다. 두 아이가 갓 태어나던 무렵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이 말을 합니다. “아버지는 언제 자?” 하고 물으면 “널 재우고서 잠들지.” 하고 대꾸했어요. “왜? 같이 자자.” 하면 “그래, 오늘은 같이 꿈으로 가자.”라 하든지 “빨래도 마저 하고, 집안일도 조금 추스르고서 곧 갈게.” 하고 얘기했습니다.


  예나 이제나 아이들보다 늦게 자고서 일찍 일어납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 어머니도 늘 저보다 늦게 주무시면서 일찍 일어났어요. 언젠가 어머니한테 “어머니는 저보다 늦게 주무시면서 어떻게 저보다 일찍 일어나요?” 하고 여쭈니, “어떻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느냐고? 너도 나중에 어버이가 되면 알아. 다 그래.” 하시더군요.


  어릴 적에는 어머니 말씀을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야말로 아이였으니까요. 다만, 어머니가 늦도록 집안일과 곁일(부업)을 하느라 바빠서 한참 늦게 주무시면서도 새벽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나날을 고스란히 지켜보았고, 나중에 제금을 난 뒤로, 또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어릴 적 들은 말씀을 되새겨요.


  어버이란 이슬받이처럼 먼저 나아가지만, 먼저 길을 열되 아이가 먼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몫입니다. 아이는 느긋이 잠들어 깊이 꿈을 그린 다음에, 언제나 사랑을 받으면서 신나게 노래하면서 웃고 떠들며 앞장서는 몫이에요.


  《마오 19》(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4)을 읽으며 짠합니다. 《마오》는 갈수록 이야기가 깊이하고 너비를 더합니다. 예전에 《이누야샤》나 《경계의 린네》를 읽을 적에도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이야기 깊이하고 너비를 차근차근 가다듬는다고 느꼈어요. 《메종일각》이나 《시끌벽 녀석들》이나 《란마 1/2》도 매한가지입니다. 얼핏 치고받는 듯한 줄거리이지만, 곰곰이 보면 서로 자라고 서로 배우고 서로 가다듬으면서 서로 새길을 여는 나날을 넌지시 들려줍니다. 오늘날 적잖은 글바치는 으레 ‘어둠’을 글감으로 삼기는 하지만, 막상 어둠이 무엇인지 스스로 풀거나 맺지 못 한 채 팽개치는 줄거리나 얼거리라고 느껴요. 아무래도 ‘좋은 글감’을 붙잡아서 보람(문학상)을 타거나 자취(한국문학 역사)을 남기려는 속내가 드러나더군요.


  글이란, 보람을 타거나 자취를 남기려고 쓸 까닭이 없습니다. 글도 그림도 그림꽃도 빛꽃도 매한가지인데,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여태 받으면서 누린 사랑”에다가 “이제부터 스스로 지어서 가꿀 사랑”을 어울려 놓으면 넉넉합니다. 이른바 노벨문학상을 못 탄, 영어로 옮긴 일이 없는 나머지 우리 스스로도 어느새 잊어버린 ‘고정희’나 ‘최명희’ 같은 분이 남긴 글은 “어둠을 고요히 사랑으로 품어서 고이 씨앗으로 싹틔운 길을 여는 실마리를 여민 숨결”이라고 느껴요.


  늘 스스로 되묻습니다. “나는 오늘 꿈을 그렸는가?” 이러고서 아이들한테 물어요. “너희는 오늘 어떤 꿈을 그렸니?” 이다음에 함께 이야기합니다. “이제 밤으로 가는 길에 우리 오늘꿈은 다 내려놓기로 하자. 우리는 늘 오늘을 새롭게 살아가는 줄 알지? 잠들고서 일어날 이튿날 새벽이나 아침은 우리가 새삼스레 짓는 꿈으로 가는 길이야. 오늘 못 하거나 못 이룬 일을 떠올려도 되고, 이튿날부터 새로 하거나 즐길 일을 그려도 돼. 포근히 밤으로 가렴.”


ㅅㄴㄹ


“죄는 깊지만, 이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었어. 이 정도로 해 둬.” (40쪽)


“혼자서 무섭지 않을까? 사치코 씨.” “나는 크게 걱정 안 돼. 한 번은 살기를 포기했지만, 야무지고 씩씩한 여자아이야.” (55쪽)


“지키겠다는 말이냐. 나츠노는 어차피 흙인형. 애당초 900년 전에 죽었을 여자다.” “그런 나츠노 씨를 억지로 살려내고, 이제 필요없으니 죽이겠다? 묘귀 네가, 대체 뭔데?” (89쪽)


“제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간단하지는 않겠지. 그래도 나노카라면 할 수 있어.” ‘아니, 근거는요?’ (143쪽)


“죽게 된 방법이 억울했을지 몰라도, 너는 그럴 만한 짓을 저질렀잖아. 피장파장이야. 게다가 죽은 후에도 여러 사람들을 무섭게 했으니까.” “그렇구나. 그거 잘됐네.” (183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MAO


흙은 물을 극(剋)한다

→ 흙은 물을 넘는다

→ 흙은 물을 맞받는다

→ 흙은 물을 물리친다

→ 흙은 물을 뚫는다

7쪽


이 땅의 지하 수맥을 움직이고 있는 거죠

→ 이 땅 밑물샘을 움직이지요

→ 이 땅 밑물줄기를 움직이지요

13쪽


처음부터 죽이려고 작당들을 하셨어?

→ 처음부터 죽이려고 꿍꿍이셨어?

→ 처음부터 죽이려고 꾸미셨어?

20쪽


즉신불(卽身佛)이라고 하나? 산 채로 미라가 되는 거 말이야

→ 산송장이라고 하나? 산 채로 굳는 몸 말이야

→ 산채송장이라고 하나? 산 채로 덧주검 말이야

117쪽


원하지 않은 입정에 대한 원한과 분노

→ 바라지 않은 저승길에 맺히고 미운

→ 뜻하지 않은 주검길에 멍들고 끓어

171쪽


주문이 아니라 네 말의 언혼(言魂)이 누에마루의 집착을 끊은 거야

→ 햇발말이 아니라 네 말넋이 누에마루 굴레를 끊었어

→ 노래가 아니라 네 말빛이 누에마루 구렁을 끊었어

1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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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소년 - 하
이시키 마코토 지음, 나가사키 다카시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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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4.

허깨비랑 도깨비 사이로


《어둠의 소년 下》

 나가사키 다카시 글

 이시키 마코토 그림

 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4.30.



  먼지가 가만히 납니다. 바람이 없는 듯한 조용한 곳에서 먼지 여러 톨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듯싶더니 어느새 솟구치면서 이리로 가고 저리로 갑니다. 고즈넉한 곳에서도 숱한 먼지가 가볍게 나부끼니, 북적대는 곳이라면 그야말로 끝없는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너울댈 테지요.


  그렇다면 호젓한 시골이며 숲에는 어떤 깨비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서울이나 큰고장에는 무슨 깨비가 나란히 있을까요? 《어둠의 소년 下》를 돌아봅니다. ‘어둠아이’라고 해야 할 텐데, 빛이 있으면 몸을 못 버티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는 여느 사람들처럼 밖으로 나다니면서 놀고 먹고 걷고 이야기한다는군요. 빛없는 데에서만 살 수 있지만, 어둠몸도 곧 사그라들 수 있기에, 곧 몸을 떠나려는 가녀린 아이 몸에 슬그머니 얹혀서 지내다가 다시 ‘새 아이(곧 죽을 듯한 다른 아이)’를 만나서 몸에 얹혀서 지낸다고 합니다.


  어둠아이는 ‘죽음을 앞둔 아이’ 몸으로 왜 들어갈는지 지켜봅니다. 어둠아이는 뭘 할 마음인지 들여다봅니다. 어둠아이는 ‘죽음을 앞둔 아이’한테 남거나 맺힌 앙금을 하나하나 마주한다는군요. 어둠아이가 앙금을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곧 죽음길로 떠날 아이가 스스로 풀어야 합니다. 어둠아이는 귀를 열고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가녀린 아이들은 어둠아이한테 ‘이 삶에서 맺힌 앙금’을 속삭이면서 어느새 스스로 말끔히 털고 일어나는 기운을 얻어요.


  아이들은 앓으면서 큰다고 했습니다. 어른도 앓기에 큽니다. 누구나 앓는 동안 ‘알아보’고 ‘알아차리’고 ‘알아듣’는 매무새로 거듭난다고 느껴요. 앓는 나날이 없다면 그만 앎길하고는 먼 채, 알랑거리는 몸짓이 굳어버리겠지요.


  허울을 좇기에 허깨비입니다. 동무처럼 곁에 있는 도깨비입니다. 우리는 어떤 깨비일는지 돌아봅니다. 밥깨비여도 잠깨비여도 됩니다. 느림깨비나 꿈깨비일 수 있어요. 하루하루 스스로 그리고 짓고 가꾸는 길에 부드러이 철듭니다. 스스로 안 그리고 안 짓고 안 가꾸기에 사납깨비로 뒹굴어요.


ㅅㄴㄹ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는데, 아픈 검사만은 싫어!” “그건 알지만 아파도 병을 고치기 위한 거니까.” (41쪽)


“아, 아, 레온 어멈아, 안 좋은 약을 버려야 해.” (77쪽)


“너한테 달렸어! 너한테 싸울 마음만 있다면, 내가 뭐든 해볼 수 있을지도 몰라!안타깝지만 너희 엄마는 분명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남들한테 동정받고 주목받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널 계속 다치게 할 거라고! 계속, 네가 살아 있는 한.” (128쪽)


“무서운 일은 내가 다 할게. 그러니까, 너는 저 엄마와 싸울 각오만 해주면 돼. 너한테 싸울 의지가 없으면 공존할 수 없어! 그러지 않으면 네가 돌아왔을 때의 환경을 바꿔놓을 수 없다고.” “도, 돌아가지 않을 거고, 싸울 수도 없어!” (133쪽)


“내 이름! 궁금해하길래 대답해 주러 왔어. 난생처음 생긴 인간 친구니까.” (218쪽)


#いっしきまこと #一色まこと #闇の少年 #長崎尚志


《어둠의 소년 下》(나가사키 다카시·이시키 마코토/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망인(亡人)이니까 지옥보다 고통스러운 정도로 끝나지 않겠어

→ 죽은이니까 불굿보다 괴로운 만큼으로 끝나지 않겠어 

→ 떠난이니까 불밭보다 아픈 만큼으로 끝나지 않겠어

8쪽


내일 한밤중에 다시 여기서 집합이다

→ 이튿날 한밤에 다시 여기서 모인다

17쪽


레온 몸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건 개선할 수 있어서니까

→ 고칠 수 있어서 레온 몸에 들어갔을 테니까

→ 바꿀 수 있어서 레온 몸에 들어갔을 테니까

55쪽


오장육부 전체가 염증 맥스라니

→ 뱃속이 고름투성이라니

→ 온몸이 확 부어오른다니

5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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