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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O 마오 19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8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18.
넌 오늘 꿈을 그렸니
《마오 19》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4.8.25.
밤에 잠들면서 아이들한테 “먼저 꿈누리로 가렴.” 하고 얘기합니다. 두 아이가 갓 태어나던 무렵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이 말을 합니다. “아버지는 언제 자?” 하고 물으면 “널 재우고서 잠들지.” 하고 대꾸했어요. “왜? 같이 자자.” 하면 “그래, 오늘은 같이 꿈으로 가자.”라 하든지 “빨래도 마저 하고, 집안일도 조금 추스르고서 곧 갈게.” 하고 얘기했습니다.
예나 이제나 아이들보다 늦게 자고서 일찍 일어납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 어머니도 늘 저보다 늦게 주무시면서 일찍 일어났어요. 언젠가 어머니한테 “어머니는 저보다 늦게 주무시면서 어떻게 저보다 일찍 일어나요?” 하고 여쭈니, “어떻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느냐고? 너도 나중에 어버이가 되면 알아. 다 그래.” 하시더군요.
어릴 적에는 어머니 말씀을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야말로 아이였으니까요. 다만, 어머니가 늦도록 집안일과 곁일(부업)을 하느라 바빠서 한참 늦게 주무시면서도 새벽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나날을 고스란히 지켜보았고, 나중에 제금을 난 뒤로, 또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어릴 적 들은 말씀을 되새겨요.
어버이란 이슬받이처럼 먼저 나아가지만, 먼저 길을 열되 아이가 먼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몫입니다. 아이는 느긋이 잠들어 깊이 꿈을 그린 다음에, 언제나 사랑을 받으면서 신나게 노래하면서 웃고 떠들며 앞장서는 몫이에요.
《마오 19》(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4)을 읽으며 짠합니다. 《마오》는 갈수록 이야기가 깊이하고 너비를 더합니다. 예전에 《이누야샤》나 《경계의 린네》를 읽을 적에도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이야기 깊이하고 너비를 차근차근 가다듬는다고 느꼈어요. 《메종일각》이나 《시끌벽 녀석들》이나 《란마 1/2》도 매한가지입니다. 얼핏 치고받는 듯한 줄거리이지만, 곰곰이 보면 서로 자라고 서로 배우고 서로 가다듬으면서 서로 새길을 여는 나날을 넌지시 들려줍니다. 오늘날 적잖은 글바치는 으레 ‘어둠’을 글감으로 삼기는 하지만, 막상 어둠이 무엇인지 스스로 풀거나 맺지 못 한 채 팽개치는 줄거리나 얼거리라고 느껴요. 아무래도 ‘좋은 글감’을 붙잡아서 보람(문학상)을 타거나 자취(한국문학 역사)을 남기려는 속내가 드러나더군요.
글이란, 보람을 타거나 자취를 남기려고 쓸 까닭이 없습니다. 글도 그림도 그림꽃도 빛꽃도 매한가지인데,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여태 받으면서 누린 사랑”에다가 “이제부터 스스로 지어서 가꿀 사랑”을 어울려 놓으면 넉넉합니다. 이른바 노벨문학상을 못 탄, 영어로 옮긴 일이 없는 나머지 우리 스스로도 어느새 잊어버린 ‘고정희’나 ‘최명희’ 같은 분이 남긴 글은 “어둠을 고요히 사랑으로 품어서 고이 씨앗으로 싹틔운 길을 여는 실마리를 여민 숨결”이라고 느껴요.
늘 스스로 되묻습니다. “나는 오늘 꿈을 그렸는가?” 이러고서 아이들한테 물어요. “너희는 오늘 어떤 꿈을 그렸니?” 이다음에 함께 이야기합니다. “이제 밤으로 가는 길에 우리 오늘꿈은 다 내려놓기로 하자. 우리는 늘 오늘을 새롭게 살아가는 줄 알지? 잠들고서 일어날 이튿날 새벽이나 아침은 우리가 새삼스레 짓는 꿈으로 가는 길이야. 오늘 못 하거나 못 이룬 일을 떠올려도 되고, 이튿날부터 새로 하거나 즐길 일을 그려도 돼. 포근히 밤으로 가렴.”
ㅅㄴㄹ
“죄는 깊지만, 이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었어. 이 정도로 해 둬.” (40쪽)
“혼자서 무섭지 않을까? 사치코 씨.” “나는 크게 걱정 안 돼. 한 번은 살기를 포기했지만, 야무지고 씩씩한 여자아이야.” (55쪽)
“지키겠다는 말이냐. 나츠노는 어차피 흙인형. 애당초 900년 전에 죽었을 여자다.” “그런 나츠노 씨를 억지로 살려내고, 이제 필요없으니 죽이겠다? 묘귀 네가, 대체 뭔데?” (89쪽)
“제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간단하지는 않겠지. 그래도 나노카라면 할 수 있어.” ‘아니, 근거는요?’ (143쪽)
“죽게 된 방법이 억울했을지 몰라도, 너는 그럴 만한 짓을 저질렀잖아. 피장파장이야. 게다가 죽은 후에도 여러 사람들을 무섭게 했으니까.” “그렇구나. 그거 잘됐네.” (183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MAO
흙은 물을 극(剋)한다
→ 흙은 물을 넘는다
→ 흙은 물을 맞받는다
→ 흙은 물을 물리친다
→ 흙은 물을 뚫는다
7쪽
이 땅의 지하 수맥을 움직이고 있는 거죠
→ 이 땅 밑물샘을 움직이지요
→ 이 땅 밑물줄기를 움직이지요
13쪽
처음부터 죽이려고 작당들을 하셨어?
→ 처음부터 죽이려고 꿍꿍이셨어?
→ 처음부터 죽이려고 꾸미셨어?
20쪽
즉신불(卽身佛)이라고 하나? 산 채로 미라가 되는 거 말이야
→ 산송장이라고 하나? 산 채로 굳는 몸 말이야
→ 산채송장이라고 하나? 산 채로 덧주검 말이야
117쪽
원하지 않은 입정에 대한 원한과 분노
→ 바라지 않은 저승길에 맺히고 미운
→ 뜻하지 않은 주검길에 멍들고 끓어
171쪽
주문이 아니라 네 말의 언혼(言魂)이 누에마루의 집착을 끊은 거야
→ 햇발말이 아니라 네 말넋이 누에마루 굴레를 끊었어
→ 노래가 아니라 네 말빛이 누에마루 구렁을 끊었어
1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