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4.

숨은책 968


《百濟 百濟人 百濟文化》

 박종숙 글

 지문사

 1988.8.10.



  제가 삶터로 고른 전라남도 고흥은 제법 오래도록 ‘마한·백제’라는 나라가 있던 곳입니다. 마을 분들이 삽차를 쓰지 않고 삽을 써서 땅을 파도 웬만한 곳에서 옛살림(유물)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곳뿐 아니라 전라남북도 웬만한 시골에서는 옛살림이 나오면 바로 삽으로 깨부숩니다. 옛살림이 나온 땅은 논밭으로 못 일구고 팔지도 못 하거든요. 《百濟 百濟人 百濟文化》를 읽었습니다. 작은아이한테도 읽히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지난날 일본이 이 땅을 차지하는 동안에 우리 옛책을 남몰래 숱하게 빼앗겼다고 하는데, 빼앗긴 옛책도 많지만, 박살난 옛살림도 많고, 1945년 뒤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스스로 없앤 옛살림도 수두룩합니다. 우리는 우리 옛자취를 돌아볼 만하지 않아요. 몇 안 되는 부스러기로 끼워맞출 수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대단히 버겁습니다. 스스로 잊고 잃어서 사라진 살림길은 되찾지 못 합니다. 더구나 백제뿐 아니라 고구려나 가야나 신라 적에 살던 수수한 논밭지기는 어떤 집에서 어떤 옷차림에 어떤 밥살림을 꾸렸는지 아예 못 짚는 판입니다. 먼발치가 아닌 오늘 2025년을 짚어 봐요. 2025년 ‘여느사람(일반인) 밥옷집 살림살이’를 무어라 책에 남길 만할까요? 마을과 골목과 고샅을 이룬 작은사람은 이미 ‘소수자’조차 아닌 ‘사라졌거나 사라질 귀퉁이’입니다. 그리고 붓을 쥔 이들 가운데 마을사람은 없다시피 해요. 마을에서 안 살면서 ‘취재’만 하고 ‘기록’만 들추려 한다면, 마을자취도 삶자취도 옛자취도 늘 맴돌이에서 그칩니다. 오늘살림을 잊는 나라에는 어제살림도 모레살림도 아득합니다. 스스로 빚을 잊은 사람한테서는 빚더미만 쌓일 뿐, 별빛도 숲빛도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ㅍㄹㄴ


《百濟 百濟人 百濟文化》(박종숙, 지문사, 1988)


그들이 이용했을 海路에 대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海路

→ 그들이 탔을 바닷길은 적어도 세 가지

→ 그들이 다녔을 뱃길은 적어도 세 가지

34쪽


고고학적으로 언어학적으로, 또 체질학적으로 고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지배는 語不成說임이 밝혀지고 있다

→ 옛길살림으로 말밭으로 몸으로 옛날 일본이 이 땅을 다스릴 수 없는 줄 밝혔다

→ 오래빛으로 낱말꽃으로 바탕으로 옛 일본이 이 땅을 못 다스린 줄 드러났다

48쪽


백제의 國敎는

→ 백제 나라길은

→ 백제 나라빛은

→ 백제 나라밑은

97쪽


지금 전통 옷이라고 하는 한복과 똑같은

→ 오늘 겨레옷이라고 하는 한옷과 똑같은

→ 오즘 나라옷이라고 하는 한옷과 똑같은

124쪽


한복과 한식 그리고 한옥이 다 백제의 의복와 음식 그리고 가옥이라는 뿌리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 한옷과 한밥과 한집이 다 백제 옷과 밥과 집이라는 뿌리이지만

→ 한옷과 한밥과 한집이 모두 백제라는 뿌리에서 나왔지만

→ 한옷과 한밥과 한집은 백제에서 비롯했지만

124쪽


누에를 치고 목화를 재배했다

→ 누에를 치고 솜꽃을 길렀다

→ 누에를 치고 솜을 가꿨다

126쪽


천으로 만든 관을 썼는데

→ 천으로 짠 갓을 썼는데

129쪽


특히 生食이나 自然食은 건강의 비결이라고 한다

→ 그냥밥이나 숲밥이기에 튼튼하다고 한다

→ 날밥이나 푸른밥이라서 튼튼몸이라고 한다

136쪽


분명 병자에게 이로운 식이요법임에 틀림없다

→ 틀림없이 앓는 사람한테 이바지할 밥길이다

→ 아픈 사람을 도울 밥살림이 틀림없다

136쪽


함께 火食도 했으니

→ 함께 불밥도 했으니

→ 함께 굽기도 했으니

→ 함께 익혀 먹었으니

136쪽


당시 중국과 거의 같은 세시풍습이 있었다

→ 그때 중국과 거의 같은 놀이꽃이 있었다

→ 그무렵 중국과 거의 같은 밑길이 있었다

→ 그즈음 중국과 거의 같은 살림길이 있었다

154쪽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古文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 깊이 알려면 중국 오래글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 바탕을 살피려면 중국 옛글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16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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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4.

숨은책 1059


《표준 새 국어사전》

 한갑수 엮음

 대일서관

 1979.10.5.



  1979년에 나온 《표준 새 국어사전》을 펴면, 앞뒤 속종이에 “박 정희 대통령, 새마을 노래”를 싣습니다. “한글학자 한갑수”라고 하되, 책자취에 “세종대왕의 앉아있는 동상”을 실을 뿐, ‘한글’이란 이름을 짓고 우리말틀을 세운 주시경이라는 사람을 놓고는 아무것도 없구나 싶습니다. 1957∼60년에 “이기붕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박정희 곁에 있던 글바치”였던 터라, 높은 임금님을 모시듯 높은 우두머리를 섬기는 길이었구나 싶어요. 그런데 《표준 새 국어사전》을 가만히 보면 일본 한자말이나 뜬금없는 영어가 잔뜩 있어요. ‘후박나무’는 우리 나무가 아닌 일본 나무로 풀이를 합니다. 척 보아도 일본 낱말책을 슬쩍 베끼거나 훔친 티가 곳곳에 흐릅니다. 한갑수 씨는 ‘바른말 고운말’이라는 이름을 붙인 풀그림을 서른일곱 해나 꾸렸다고 합니다만, 이분이 외친 ‘바른말’은 바로 ‘새마을 ·바르게살기’하고 나란히 걸은 ‘바른’일 뿐입니다. 쓸쓸한 뒷낯과 발자국입니다.


가든(Garden) : 뜰, 정원

가든골프(Garden glfo) : 정원에서 하는 규모가 작은 골프

후박나무 : 1. 목련과에 딸린 교목. 산에 나며 잎이 크고 직경이 10센티미터 정도의 큰 자홍색의 꽃이 향내를 풍기며 사오월 경 핌. 그 나무는 약재, 그릇을 만드는 데 씀. 2. 녹나무과에 딸린 상록 교목. 제주도, 울릉도 등지에 저절로 남.


https://blog.naver.com/ecopiagp/22354682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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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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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4.

숨은책 1060


《안전운전 (신규자교재)》

 경찰청 감수

 도로교통안전협회

 1994.7.22.



  예전에는 서울이며 큰고장에서 골목이나 거님길에 쇠(자가용)를 댄 사람이 잔뜩 있었다면, 요사이는 꽤 줄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바로 알리고 곧장 값(벌금)을 물리기에 확 줄어들 만합니다. 이와 달리 시골에서는 바로 알려도 값을 안 물리고, 어쩌다가 값을 물린다면 “언놈이 날 꼰질렀어?” 하면서 누가 알렸는지 찾아내어 괴롭히려고 합니다. 시골살이를 꾀하며 서울을 떠난 분 가운데에는 “그냥 걷거나 시골버스를 느긋이 타려는” 이웃이 꽤 있지만, 막상 걷거나 “아예 안 오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다 못해서 다시 쇠를 모는 분이 많더군요. 가난하거나 나이든 할매할배는 걷거나 시골버스를 타는데, 정작 시골 벼슬꾼(군수·국회의원·군의원·교육감)은 이 대목을 아예 안 쳐다봅니다. 1994년에 나온 《안전운전 (신규자교재)》이라는 꾸러미를 헌책집에서 구경했습니다. 이런 꾸러미가 예전부터 나왔구나 싶어서 놀랍고, 요즘에도 이런 꾸러미를 “쇠를 새로 뽑는 모두”한테 나눠줄는지, 또는 종이(면허증)를 따는 모든 이한테 읽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작고 얇은 꾸러미만 제대로 익혀도 모든 사람이 아늑하고 즐겁게 달리거나 어울릴 테니까요. 그런데 1994년치 꾸러미는 부릉순이(여성 운전자)를 얕보거나 노리개처럼 다루는 그림이 꽤 깃듭니다. 고작 서른 해 앞서만 해도 우리 눈높이는 이렇게 낮았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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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4.

숨은책 1061


《오늘의 책 9》

 김언호 엮음

 한길사

 1986.4.20.



  이곳은 ‘대통령 나라’도 ‘군수 나라’도 ‘국회의원 나라’도 아닙니다. 그러나 ‘나라’라는 이름을 붙이면 꼭 임자가 따로 있어야 하는 듯 여깁니다. 여러모로 보면, 서로 그립고 반가운 사이라면 ‘임·님’이되, 힘으로 억누르며 돈으로 휘어잡고 이름으로 휘두르는 무리는 ‘임금·놈’입니다. 사라진 책인 《오늘의 책 9》을 되읽다가 새삼스레 떠올립니다. ‘한길사’에서 나온 책은 아주 오래도록 책자취에 ‘펴낸이 김언호’ 이름만 있었습니다. 요사이는 달라졌을까요? 《오늘의 책》은 ‘한길사 책’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헤아릴 책”을 다룬다고 밝히지만, 정작 누가 이 꾸러미를 엮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김언호’ 이름만 있고, ‘편집부·영업부·제작부·꾸밈이·알림이’ 이름은 아예 없는 책입니다. 함께 품을 들여서 일구고는, 함께 마음을 기울여 나눌 책이라면, 손길을 들인 일꾼이 누구인지 차근차근 밝히면서 “몫을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먹물바치 뒷자국이 모여서 2025년에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같은 말썽거리가 불거진다고 느낍니다. 우두머리뿐 아니라 벼슬자리에 앉은 이들이 하나같이 떡과 고물을 몽땅 혼자 차지하려고 들듯, 책마을에서도 적잖은 이들은 나눔길이 아닌 담벼락을 세워요. 그렇다면 우리는 “난 이런 서울국제도서전은 안 갈 테야!” 하고 끊을 수 있을까요? ‘서울국제도서전’ 아닌 ‘작은책집·마을책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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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12.

숨은책 1031


《內外文庫 6 傀集의 對南策略史》

 편집부 엮음

 내외문제연구소

 1962.6.23.



  ‘내외문제연구소’는 어떤 곳이며, 누가 언제 어떻게 세워서, 누가 어떻게 돈을 대면서 꾸린 곳인지 수수께끼입니다. 다만, 이곳은 박정희를 기리는 글과 책을 끝없이 쏟아내었습니다. 북녘은 ‘김일성 우상화’를 했다면, 이곳은 ‘남녘 박정희 우상화’를 앞장서서 편 무리입니다. 《內外文庫 6 傀集의 對南策略史》는 “解放以後 오늘에 이르기까지” 같은 이름을 달고서 1962년에 태어납니다.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고 가벼울 뿐 아니라, 종이가 반들반들합니다. 1962년 언저리에 나온 우리나라 책은 거의 모두 똥종이에 쉽게 삭는데, 내외문제연구소는 비싼 종이에 척척 찍어냈습니다. 저는 1992년 10월에 헌책집에서 이 책을 보았고, 우리 민낯을 잊지 않도록 기꺼이 장만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책갈피로 삼으려고 ‘4800원(5000원) 공중전화카드’도 꽂아두었더군요. 바보짓을 일삼은 책이라 해서 솥받침이나 불쏘시개로 버린다면 다 잊어버려요. 민낯을 읽고 새기면서 참낯을 헤아리는 밑거름으로 삼는 책 하나입니다.


실력과 실력! 민주실력과 공산실력의 대결! 물론 우리의 실력은 정의의 실력이요 북괴의 실력은 불의의 실력이다. 그러나 실력은 글자 그대로 그 실제의 힘이 문제이다. 이 실력, 우리의 민주실력을 압도적으로 키우는 것, 이것이 승공의 길이요, 민주통일의 길이다. 이것이 성취될 때 북괴의 대남정책사는 그 수치스러운 끝 장을 맺게 되는 것이다. (131쪽)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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