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멘트 Filament - 유키 우루시바라 작품집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8.

만화책시렁 586


《필라멘트》

 우루시바라 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5.9.15.



  누구나 모두 보기는 하되, 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 눈으로 보는 둘레를 스스로 그대로 받아들일 적에는 딱히 남한테서 배울 일이 없습니다. 스스로 보고 느끼는 사람은 남을 안 가르칩니다. 나랑 너 사이를 읽으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스스로 안 보고 안 느끼는 터라 남한테서 배우거나 남을 가르치려고 들어요. 틀에 짜맞추려는 마음이에요. 《필라멘트》에 흐르는 조그마한 이야기는 나중에 《충사》나 《수역》에 고스란하게 나타납니다. 바라보는 사람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마주하고, 안 바라보는 사람이랑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마주합니다. 북새통에서 숨막히는 삶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으면, 북새통을 안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요. 고즈넉한 길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고즈넉길은 아예 안 쳐다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 가운데 나은 쪽은 없습니다. 둘은 다르게 걸으면서 스스로 서는 자리요, 언제나 스스로 돌아보고 둘러보면서 하나하나 새로 맞아들이고서 다시금 일어서는 길입니다. 이제 그만 걷고 싶다면, 어느 곳이든 마땅한 곳을 찾아서 살포시 앉거나 누울 만합니다. 이제 더 걷고 싶으면, 언제라도 새삼스레 일어나면 됩니다. 밀거나 믿지 않으면 되어요.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눈을 밝히기에 사람입니다.


ㅅㄴㄹ


“넌 정말 본 적 없어? 한 번도? 뭐, 장소가 이렇다 보니, 산마루행 버스엔 별별 것들이 다 타게 마련이거든.” (30쪽)


“엄마가 잘못했대.” “싫어. 난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여기라면 내가 싫어하는 건 아무것도 안 봐도 돼.” “하지만 외톨이 왕은 너무 심심하잖아. 슈우, 너도 이제 세상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자기 힘으로 생각할 수 있지? 왜 공기의 밀도가 다른지 희한하게 여겼잖아?” (146쪽)


“불가사의한 일엔 대개 시시한 속임수가 끼어 있기도 하지만,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일일수록 흥미로운 이치가 존재하는 법이야.” (214쪽)


+


《필라멘트》(우루시바라 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5)


종점 옆의 외딴 집

→ 끝나루 옆 외딴집

→ 마침길 옆 외딴집

10쪽


담배를 한 갑 사고는

→ 담배를 한 집 사고는

→ 담배를 한 짝 사고는

→ 담배 한 고리 사고는

18쪽


배터리가 나가셨구만

→ 밥이 나가셨구만

→ 빛샘이 나가셨구만

22쪽


정토가 있단 신앙이 있잖아

→ 꽃나라가 있다고 믿잖아

→ 꿈나라를 믿잖아

34쪽


태반은 그대로 소식이 두절됐어

→ 거의 그대로 끊겼어

→ 다들 그대로 끊겼어

→ 으레 그대로 끊겼어

34쪽


저번 달 초엽부터

→ 지난달 머리부터

→ 지난달 어귀부터

36쪽


거대한 지하 광맥을 만들어 돌아다니고 있어

→ 땅밑으로 쇳줄을 크게 파서 돌아다녀

→ 밑으로 돌줄기를 크게 파서 돌아다니지

88쪽


종국엔 아가씨의 몸까지 좀먹어 들어갈 겁니다

→ 마침낸 아가씨 몸까지 좀먹습니다

→ 끝내 아가씨 몸까지 좀먹습니다

189쪽


학계란 곳도 결국 인간관계가 생명이라

→ 배움밭도 고작 이름줄로 가느라

→ 배움마당도 그저 옷섶으로 버티니

208쪽


알고 보니 주당이라니

→ 알고 보니 술꾼이라니

→ 알고 보니 말술이라니

211쪽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일일수록 흥미로운 이치가 존재하는 법이야

→ 늘 그러려니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게 마련이야

→ 흔하게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지

→ 여태 가볍게 여긴 일일수록 재미나단다

2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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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보는 풍경 1
정송희 글.그림 / 새만화책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8.

만화책시렁 511


《옥상에서 보는 풍경 1》

 정송희

 새만화책

 2009.1.15.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듣기 싫을 만합니다. 그런데 ‘작은소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잔소리 = 잘다 + 소리’이고, ‘작은소리 = 작다 + 소리’입니다. ‘잘다’는 깨나 모래나 글씨처럼 덩이가 있을 적에 가리키고, ‘작다’는 크기·넓이·부피를 모두 아우르면서 가리킵니다. ‘잘다’는 자잘하거나 짧게 더 뻗기도 하지만 ‘잘’ 하는 길이나 ‘잘못’ 하는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작다’는 아직 씨앗인 몸과 크기이지만 머잖아 깨어나서 숲을 이루는 길을 갈 수 있고, 잠들고 잠기듯 고요하게 꿈을 그리는 길을 가기도 합니다. 《옥상에서 보는 풍경 1》은 골목마다 아이들이 넘치던 무렵, 그저 어느 고을에나 있던 작은 골목집에서 아이가 둘레를 바라보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를 안 담습니다. 놀랍거나 엄청나다 싶은 일을 그리지 않아요. 그저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고서 놀고 구경하고 심부름하고 쉬고 심심하면서 보내는 나날을 옮깁니다. 언뜻 본다면 “옛날에는 이랬는데” 하는 푸념이나 하소연일 수 있고, 잔소리나 꼰대스럽다고 볼 수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작은사람이 작은마을에서 작은소리로 어울리면서 작은꿈을 지피는 작은삶으로 여길 만합니다. 참말로 씨앗은 작은걸요.


ㅅㄴㄹ


광주 집에는 마당이 없어서 메리처럼 큰 개는 살기 힘들단다. 엄마는 새벽부터 밤까지 개미처럼 바쁘다. 나는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단다. (35쪽)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너처럼 힘든 일에 처한 사람을 도우면 되제.” “도움은 아줌마한테서 받았는데, 왜 다른 사람한테 은혜를 갚는다요?” “세상일이란 게 그렇다잉.” (85쪽)


일주일 만에 사촌오빠네는 도시 살림을 뚝딱 정리했다. 주연이도 떠나게 된 셈이지만, 우리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아마 도시에서 즐겁게 논 적이 없어서일 거다. (1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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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2
송채성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6.

만화책시렁 600


《취중진담 2》

 송채성

 서울문화사

 2001.12.20.



  고주망태가 되어서야 속말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여린 사람입니다. 곤드레만드레하면서 속마음을 내비치는 사람이 있어요. 여린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 하는 사람입니다. 이대로 갈 수 없다고 여기기에 맨마음으로는 못 버티고서 술을 한 모금 합니다. 두 모금 석 모금을 하면서 ‘싫은나’를 벗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싫은나’에 ‘미운나’를 붙들기 때문에 속마음도 속내도 속빛도 못 밝히게 마련이에요. 《취중진담 2》을 되읽습니다. 어느새 아스라한 옛이야기 같습니다. 2000년 앞뒤로 태어난 이 그림꽃은 우리나라 그림꽃님이 손으로 종이에 빚은 거의 마지막 이야기꽃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요사이에 종이에 글이나 그림을 담는 사람은 확 줄거나 드물어요. 꼭 종이를 써야 그림꽃이 되지는 않습니다만, 빛(전기)이 없는 어느 곳에서나 가볍게 슥슥 누리고 나눌 수 있는 종이예요. ‘싫은나·미운나’를 놓더라도 ‘사랑나’로 바라보지 않을 적에는 좀처럼 말길을 못 터요. 우리 스스로 ‘사랑나’로 일어설 적에 드디어 말꼬를 트면서 말꽃을 피웁니다. 《취중진담》은 술김이 아닌 모든 곳에서 스스럼없이 “사랑해” 한 마디를 속삭일 수 있는 집과 마을과 나라와 별을 그리는 꿈을 들려줍니다.


ㅅㄴㄹ


“아! 생각났다. 왜, 그 초등학교 때 왕따 같은.” “맞어!” “지금에야 미안하지만, 참 지지리도 놀렸더랬어.” (24쪽)


“손님은 머리 깎다가 우셔 본 적 있으세요? 손은 움직일 수도 없는데, 눈물은 계속 흐르고. 고개도 숙일 수 없는, 그런 난감한.” “갑자기 웬 자다 봉창 두드리는 그런 소리 말고, 어떻게 방향치를 극복했는지나 말해 보슈.” (46쪽)


“어떻, 게요? 이런 제가, 어떻게 갈 수 있죠?” “바보구나― 항상 간직하고 있으면서.” (119쪽)


“걱정 마. 그 따위 노래자랑에나 신나 하는, 엄마처럼 살진 않을 테니까.” (171쪽)


+


《취중진담 2》(송채성, 서울문화사, 2001)


엄마와 나의 일요일은 또 시작됩니다

→ 엄마와 내 해날은 또 찾아옵니다

→ 엄마와 나는 해날을 또 엽니다

18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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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휘두르며 15
히구치 아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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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4.

책으로 삶읽기 973


《크게 휘두르며 15》

 히구치 아사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11.2.25.



《크게 휘두르며 15》(히구치 아사/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1)을 읽었다. 이쯤 읽고서 멈추기로 했다. 그저 이기고 또 이기고 자꾸 이겨서 가장 높은 데까지 치닫는 줄거리는 따분하다. 오직 이기려고 갈고닦는 줄거리는 지친다. 이기기에 나쁠 일은 없으나, 이긴다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온몸을 단단하게 바꾸어 가면서 이길 수 있되, 이기기만 하는 길에는 무엇이 있을까? 예전까지 나보다 센 놈을 눌렀다는 보람은 있되, 이밖에 무엇이 있는가? 갈수록 응큼한 그림을 자꾸 끼워넣는 대목도 영 안 보고 싶다.


ㅅㄴㄹ


“감독님의 목표를 말씀해 주십쇼!” “나는 전부 이기고 싶어. 하지만, 야구를 하는 것은 너희야.” (64쪽)


“좋아. 나도 갑자원 우승으로 정하겠어!”“어.” “연습이 빡빡한 건 바라는 바야.” (19쪽)


#おおきく振りかぶって #ひぐちアサ 

+


목표는 원대해야 해

→ 꿈은 부풀어야 해

→ 그림은 커야 해

10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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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휘두르며 7
히구치 아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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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4.

만화책시렁 567


《크게 휘두르며 7》

 히구치 아사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7.3.25.



  한자말로 ‘운동’이라고 할 적에는 ‘움직이다·놀다’로 흐르지만, 영어로 ‘스포츠’라 하면 ‘싸우다·겨루다·다투다’로 흐릅니다. 처음에는 공으로 놀고 주고받으면서 웃는데, 이윽고 아무도 웃지 않으면서 서슬퍼렇습니다. 이때에 생각할 일입니다. 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모두 무찌르면서 넘어뜨려야 하는가요? 왜 혼자 꼭대기에 올라서야 하는가요? 《크게 휘두르며 7》을 읽으면서 슬슬 지칩니다. 아무래도 “크게 휘두르며”라는 이름 그대로 모든 아이가 “크게 휘두르며” 크게 이기는 굴레로 사로잡히고, 곁에서 부추기는 어른도 언제나 “크게 휘두르며” 다른 이를 납작하게 누르라고 시킵니다. 갓 돋은 싹은 크게 마련입니다. 크게 내딛는 걸음일 적에 다릿심이 붙습니다. 큼직하게 선 나무가 비바람을 가립니다. 다만, 크기에만 얽매일 적에는 곁을 못 봐요. 너무 큰 나머지 둘레에 있는 사람을 놓칩니다. 껑충 크기만 할 적에는 동무도 이웃도 없습니다. 몸집을 키우는 만큼 마음을 돌볼 일이지 않을까요? 덩치만 키우면서 마음이 죽어버린다면, 물리쳐야 할 놈(적)만 이글이글 노려본다면, 무슨 보람과 삶과 이야기가 있을까요? 불타올라서 활활 집어삼키기에 어느새 힘이 다 빠져서 죽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누가 봐도 비 때문이잖아.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943쪽)


“나도 잘하고 싶지만, 다지마가 치지 못한 공을 어떻게 해야 칠 수 있을까?” (124쪽)


“혼자서 괜히 풀죽지 마! 아직 시합은 안 끝났어!” (135쪽)


#おおきく振りかぶって #ひぐちアサ


+


경원해도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

→ 걸러도 풀리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 보내도 아무것도 안 풀리지

→ 빼더라도 아무것도 안 되지

→ 쉬더라도 아무것도 안 바뀌지

《크게 휘두르며 7》(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7) 45쪽


난데없이 다크호스가 나타났으니 찜찜해 하는 건 당연하지

→ 난데없이 숨은돌이 나타났으니 찜찜해 할 만하지

→ 난데없이 다퉈야 하니 찜찜해 하겠지

《크게 휘두르며 9》(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8) 11쪽


우린 시합 관전엔 도통했어요

→ 우린 구경엔 빠삭해요

→ 우린 구경엔 깨쳤어요

《크게 휘두르며 9》(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8) 58쪽


비거리가 엄청나

→ 엄청 날아가

→ 나래길이 엄청나

→ 멀리 날아가

《크게 휘두르며 9》(히구치 아사/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8) 111쪽


평소엔 아기동물처럼 오돌오돌거리는데

→ 늘 아기짐승처럼 오돌오돌하는데

→ 언제나 아기짐승처럼 오돌거리는데

《크게 휘두르며 25》(히구치 아사/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5)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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