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 문학동네 시인선 190
김개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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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6.

노래책시렁 489


《작은 신》

 김개미

 문학동네

 2023.3.31.



  글을 못 쓰겠다고, 더구나 ‘시’라면 아주 못 쓰겠다고 여쭙는 이웃님이 많아요. 이웃님 말씀을 가만히 듣고서 종이를 꺼냅니다. 붓을 쥐고서 “나 / 시를 못 써요. / 무서워. / 시를 쓰라고 하면 / 난 달아날래.”처럼 다섯 줄을 슥슥 적어서 건넵니다. “이 다섯 줄은 이웃님이 ‘입으로 쓴 시’예요. 저는 옆에서 그저 이웃님 말씀을 받아적었어요.” 하고 보탭니다. 우리는 누구나 시를 써야 하지도 않고, 안 써야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글을 써야 하지도 않고, 안 써야 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제 삶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옮기고 그리면 즐거우면서 넉넉합니다. 《작은 신》을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현대 시문학’이라면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이렇게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시문학’이 널리 퍼지면 노래가 무서워서 달아날 뿐 아니라, 글을 엄두조차 못 낼 이웃님이 외려 부쩍 늘어날 듯싶습니다. 시골에서 살고 싶어서 서울을 떠난 분이 ‘시골할매마냥 호미질을 할’ 수 없습니다. ‘시골할배처럼 낫질을 할’ 수도 없습니다. 서툴든 어설프든 다 다른 손길로 천천히 호미질과 낫질을 하며 아주 느긋이 ‘흙일’을 ‘흙살림’으로 받아들이고 녹이면 될 뿐입니다. 삶을 말하고, 이 말을 그리면 노래입니다.


ㅍㄹㄴ


천사는 약하고 아파서 / 내가 천사가 되어주어야 하는 천사였습니다 / 나는 살을 떼어 먹이고 / 관절과 눈물을 바쳤습니다 / 천사는 뛰지 못했지만 뛰고 싶어해서 / 나는 천사를 업고 산을 뛰어올랐습니다 / 천사가 친구를 원해서 / 나는 사람들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 천사를 천사처럼 입히고 꾸미는 일로 / 나는 매일 행복하고 피곤하고 바빴습니다 (나의 천사/16쪽)


들쥐는 어째서 태양이 이글거리는 대낮에 / 눈알을 닦으며 사람의 길을 가로질러가고 / 머리가 커다란 해바라기는 어째서 / 태양에 몰두하지 않고 바닥을 살피는 걸까 // 시계를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는 것이 /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 누가 음악을 들으며 지나간다 / 듣고 싶지 않은데 너무 잘 들린다 / 아는 노래인데 제목을 모르겠다 (조용한 여름/50쪽)


+


《작은 신》(김개미, 문학동네, 2023)


매일 아침 절벽 아래 떨어진 참혹한 인간을 발견한다

→ 아침마다 벼랑에서 떨어진 끔찍한 사람을 본다

→ 아침이면 낭떠러지서 떨어진 섬찟한 사람을 본다

5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 제로의 인간

→ 아무것도 못 떠올리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빈 사람

→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안 계신 사람

5


기다림은 그의 전문이 아니지만 그가 할 일은 그것뿐이다

→ 그는 기다리지 못 하지만 기다릴 뿐이다

→ 그는 못 기다리지만 기다릴 뿐이다

5


나의 집에 천사가 왔습니다

→ 우리 집에 꽃님이 옵니다

→ 울 집에 빛살이 옵니다

16


친구를 원해서 나는 사람들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 동무를 바라서 사람들 발밑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16


병이 낫고 광휘에 둘러싸인 천사에게 가진 것 없고 초라한 천사는 필요 없으니까요

→ 다 낫고 빛에 둘러싸인 꽃님한테 빈털털이 초라한 꽃님은 쓸모없으니까요

16


들쥐는 어째서 태양이 이글거리는 대낮에

→ 들뛰는 어째서 이글거리는 대낮에

50


해바라기는 어째서 태양에 몰두하지 않고 바닥을 살피는 걸까

→ 해바라기는 어째서 해를 바라지 않고 바닥을 살필까

→ 해바라기는 어째서 해를 바라보지 않고 바닥을 살필까

50


시계를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는 것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 나만 때바늘을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지 않나 보다

→ 나만 똑딱이를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지 않는가 보다

5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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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각의 비가 민음의 시 254
이선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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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5.

노래책시렁 488


《60조각의 비가》

 이선영

 민음사

 2019.2.28.



  어느 낱말을 골라서 말을 할 적에는, 어느 낱말에 흐르는 삶을 우리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낱말만으로는 마음을 나타내지 못 합니다. 낱말을 엮어서 이야기를 이루어야 비로소 마음을 나타냅니다. 바느질이나 뜨개질처럼 낱말을 차근차근 엮고 맺기에 비로소 말을 나눌 수 있습니다. ‘낱말엮기’를 ‘말길(문법)’이라고 합니다. 말길을 차근차근 짚을 줄 알아야 말을 말답게 할 뿐 아니라, 서로서로 마음을 고스란히 나눕니다. 《60조각의 비가》는 아무래도 ‘悲歌’를 예순 조각 나누어서 풀어낸다는 뜻일 테지요. 그런데 한글로 ‘비가’라 적으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어떻다는 소리인지 갸우뚱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한자로 ‘悲歌’처럼 적으면, 글담(문자권력)을 쥔 몇몇만 알아봅니다. 마음을 풀어내려는 글이라면 ‘눈물노래’나 ‘눈물글’처럼 쓸 수 있습니다. ‘울음노래’나 ‘울음글’이라 할 수 있어요. 또는 ‘비노래’나 ‘빗물노래’로도 얼마든지 눈물과 울음뿐 아니라, 눈물과 울음을 씻는 마음까지 아우를 만합니다. ‘문학’이라는 틀에 가두기에 오히려 ‘문학’하고 멉니다. ‘글’과 ‘노래’에 얹을 ‘말’과 ‘마음’을 바라보고 다가서야 비로소 ‘글꽃’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가을 하늘에 비누 거품처럼 물씬 피어오른 구름 / 그 속에 빠져 거품 휘저으며 발장구 치고 싶은 구름 / 그 위를 가볍게 올라타 입바람을 불어 대며 놀리고 싶은 구름 / 단풍구름 홍초구름 억새구름 (구름 비가/26쪽)


나는 내 시의 팔레트에 / 내 삶을 덩어리째 던져 넣지만 / 그들은 그들 시의 피사체에 / 이미지만을 던져 넣는다 (이미지들, 내 입으론 안 붙어지는/38쪽)


+


《60조각의 비가》(이선영, 민음사, 2019)


나의 탄생보다 먼저 드높고 눈부신 역사를 축조하며

→ 태어나는 나보다 먼저 드높고 눈부신 길을 쌓으며

→ 내가 나기 앞서 드높고 눈부신 발걸음을 올리며

32


터지고 깨져도 저라는 게 있다는 것이다

→ 터지고 깨져도 제가 있단다

34


내가 길의 왼편을 걸어갈 때 나비는 길의 오른편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 내가 왼길로 걸어갈 때 나비는 오른길로 날아온다

→ 내가 왼켠으로 걸어갈 때 나비는 오른켠으로 날아온다

96


직립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이던가

→ 곧추서기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곧서기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바로서기란 얼마나 놀라운가

12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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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 볼륨디카시선 1
강미옥 외 지음 / 커뮤니케이션볼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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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2.

노래책시렁 485


《볼륨디카시선 1 독창》

 강미옥과 아홉 사람

 커뮤니케이션볼륨

 2024.9.9.



  글을 잘못 보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글’이란 “그린 말”입니다. 말을 그려 놓았기에 ‘글’입니다. 글은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말이 없으면 아무런 글이 없어요. 글을 쓰고 싶다면 말을 하면 됩니다. 다만, 사람들 앞에서 왁자지껄 떠들어야 말이지 않아요. 내가 나로서 어떤 마음인지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밝히면서 나타내려고 하기에 비로소 ‘말’입니다. 마음소리인 말을 손수 옮기기에 글입니다. 《볼륨디카시선 1 독창》을 읽었습니다. 글 하나에 빛꽃 하나를 나란히 두는 얼거리입니다. 이렇게 글쓰기와 찰칵놀이를 하는 일은 안 나쁘되, 너무 남한테 보여주려고 티를 냈구나 싶어요. 남이 이쁘게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쓰거나 찍을 적에는 그만 ‘마음’하고 멉니다. 이때에는 겉치레나 시늉에서 맴돕니다. 이른바 ‘좋은말’을 쓰려고, ‘좋은빛’을 담으려고, 마음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한참 맴돌거나 헤매게 마련입니다. 글은 그저 마음을 그리면 됩니다. 빛꽃은 그냥 마음을 담으면 됩니다. 이뿐입니다. ‘감성글·감성사진’에 얽매이면 오히려 빛이 바랩니다. 그저 ‘글·그림’만 바라볼 노릇입니다. 글을 잊기에 꾸미거든요. 그림을 잊으니까 또 치레하려고 애쓰다가 다 망가뜨립니다.


ㅍㄹㄴ


오늘도 비가 내리는데 / 또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넘는다 (시공時空을 건너다/강미옥 11쪽)


단칸방 옹기종기 살부비던 / 그리운 가족이다 (가족/강영식/27쪽)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거기의 당신과 / 여기의 나 사이 / 갑골의 시간을 가늠해 보는 발자국 (가늠/73쪽)


힘내, / 내가 더 천천히 걸을게 (同行/93쪽)


불타오르는 사랑 / 불 지르지 못한 사랑 / 불씨들이 꽃으로 피었다 (불꽃의 경계/143쪽)


+


《볼륨디카시선 1 독창》(강미옥과 아홉 사람, 커뮤니케이션볼륨, 2024)


그곳에도 따뜻한 온기가 필요해

→ 그곳도 따뜻하기를 바라

→ 그곳도 따뜻해야 해

15쪽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가 종種의 미래를 생산하리

→ 태어난 냇물로 돌아가 새롭게 씨앗을 낳으리

4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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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전태일입니다 b판시선 65
표성배 지음 / 비(도서출판b)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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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2.

노래책시렁 448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표성배

 도서출판 b

 2023.10.24.



  아름다운 사람은 예나 이제나 언제나 아름답다고 느껴요. 아름답지 않으나 아름시늉을 부리는 사람을 얼핏 아름답다고 잘못 바라보았다면, 아름시늉인 사람이 어떤 민낯인지 드러날 적에 “아, 나는 왜 이 민낯을 못 보고 못 느꼈을까?” 하고 돌아보아야 할 텐데, 아름시늉을 못 들여다본 스스로를 뉘우치는 사람을 본 적이 드뭅니다. 《당신이 전태일입니다》를 곰곰이 읽은 지 이태 즈음 흐릅니다. 예나 이제나 “일하는 사람”은 있지만, 어쩐지 “돈버는 사람”이 확 늘어난다고 느껴요. 어쩌면 언제나 “일하는 사람”과 “돈버는 사람”이 따로따로 있었다고 할 만하고요. “일하는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는 이웃이라면, “돈버는 사람”은 혼자 거머쥐는 우두머리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집안일을 함께하면서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준다면, “돈버는 사람”은 집안일을 안 하면서 아이를 다그치면서 들볶습니다. 오늘 우리가 바라볼 곳이란 ‘살림터·숲터·일터’여야 한다고 느껴요. 이제는 ‘돈터·서울·큰고장’은 그만 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공장’에 있기에 ‘전태일’이지 않습니다. ‘일터’이면서 ‘살림터’이자 ‘숲’에 있으면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전태일’입니다.


ㅍㄹㄴ


이은상이 쓴 시에는 철공소 이야기도 / 수출자유지역 어린 노동자 이야기도 없다 / 노비산에서 별을 보고 꿈을 키운 / 어린 노동자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다 (노비산에서 별을 보다/37쪽)


겉만 보면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노동자들이 / 꽃놀이패를 쥔 것처럼 어엿한 중산층이 되었다 / 더는 공장에 전태일이 보이지 않았다 (전태일이 보이지 않았다/73쪽)


+


《당신이 전태일입니다》(표성배, 도서출판 b, 2023)


그 아픔이 동서남북 산맥처럼

→ 아픈 데가 여기저기 멧줄처럼

→ 아픈 곳이 골골샅샅 줄기처럼

12쪽


노동자를 혹사하지 말라

→ 땀방울을 볶지 말라

→ 땀꽃을 닦달하지 말라

→ 일꾼을 억누르지 말라

12쪽


이 피맺힌 절규가

→ 이 피맺힌 말이

→ 이 피맺힌 소리가

13쪽


수많은 전태일이 만들고 지키고자 했던 노동조합

→ 숱한 전태일이 세우고 지키고자 했던 일두레

→ 숱한 전태일이 일구고 지키고자 했던 두레터

17쪽


지금도 철공소에는 근로기준법이 그림의 떡이다

→ 아직도 쇠터에서는 일꽃이 그림떡이다

→ 오늘도 쇠빚터에서는 밑꽃이 그림떡이다

31쪽


손에 익은 기술을 견장처럼 달고

→ 손에 익은 길을 어깨띠처럼 달고

→ 솜씨를 뽐내고

→ 솜씨를 드러내고

34쪽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살자

→ 들물결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일어서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홀로서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씩씩하게 하루를 살자

34쪽


민족시인이라 추앙받는 이은상은

→ 겨레글지기라 섬기는 이은상은

→ 겨레노래빛이라 모시는 이은상은

→ 배달글꾼이라 추키는 이은상은

→ 배달노래님이라 올리는 이은상은

36쪽


나는 깃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 나는 길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 나는 글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41쪽


주주가 우선이라고 배당금을 듬뿍 안겨주면서

→ 그루님이 먼저라고 모가치 듬뿍 안겨주면서

→ 그루지기 차지라고 몫을 듬뿍 안겨주면서

60쪽


진급에 차별이 있고

→ 내딛는 담이 있고

→ 앞길을 딱자르고

→ 앞을 쳐내고

62쪽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 드난자리라는 말이

→ 사잇자리라는 말이

→ 뜬자리라는 말이

66쪽


아웃소싱을 통한 해고를 쉽게 하려 했다

→ 밖에 맡겨서 쉽게 자르려 했다

→ 남한테 넘겨 쉽게 내보내려 했다

67쪽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 일돌이 일순이라 하던

→ 땀돌이 땀순이라 하던

73쪽


구조 조정이 할퀴고 간 자리에 훈장처럼 상처가 빛났다

→ 솎느라 할퀴고 간 자리에 꽃처럼 생채기가 빛났다

→ 쳐내며 할퀴고 간 자리에 보람처럼 멍울이 빛났다

76쪽


희망이라는 말은 얼마나 희망적인가

→ 봄꽃이라는 말은 얼마나 밝은가

→ 꽃눈이라는 말은 얼마나 부푸는가

78쪽


희망퇴직은 희망이 되지 못했다

→ 꽃마무리는 꽃이 되지 못했다

→ 끝꽃은 꽃이 되지 못했다

79쪽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걸

→ 그물이 빈 구석에 놓인 줄

→ 눈금이 없는 자리에 있는 줄

86쪽


재야인사 심지어 노동자에게까지 테러의 칼날을 겨눴다

→ 들사람 게다가 일꾼한테까지 막짓으로 칼날을 겨눴다

→ 들풀 더욱 일바치한테까지 주먹질과 칼날을 겨눴다

94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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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의 달인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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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19.

노래책시렁 484


《삼행시의 달인》

 박성우 글

 홍그림 그림

 창비

 2020.12.11.



  ‘일행·이행·삼행·사행·오행’은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한줄·두줄·석줄·넉줄·닷줄’입니다. 나이를 “한 살·두 살·세 살·네 살”로 세는 우리말씨입니다. “일 세·이 세·삼 세·사 세”는 그저 일본말씨입니다. 중국에서 들여오고 일본에서 퍼뜨린 ‘시(詩)’일 텐데, 이제 우리는 우리 아이들하고 두런두런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를 때입니다. 《삼행시의 달인》을 보면, “-의 달인”도 일본말씨입니다. 글쓴이가 처음부터 스스로 ‘달인’이라고 자랑하는 얼거리로 어린이한테 어떤 말씨(말씨앗)를 물려줄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모든 어른은 아이곁에서 어질고 슬기롭고 아름답고 참하고 착할 노릇입니다. ‘자랑’하거나 ‘잘하는’ 재주를 보이려 한다면, 어른이 아닌 꼰대입니다. 《삼행시의 달인》은 ‘석줄글’이라고 내세우는 얼개인데 막상 ‘석줄노래’만 담지 않아요. 두줄글이나 넉줄노래도 섞습니다. 아리송합니다. 그냥 석줄글만 엮으면 될 텐데요. 저라면 ‘하늘빛’이라는 낱말부터 석줄글을 열겠습니다. ‘하루를 살면서 / 늘 네 곁에서 / 빛나는 눈망울”처럼 쓰려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말장난 아닌 말놀이와 말노래를 나누어야 어른이요 이웃이며 동무입니다. 일부러 웃기려 하거나,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말아요. 어린이야말로 하늘이고, 우리 어른도 늘 아이빛이라는 숨결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꾸미거나 치레하지 맙시다. 언제나 오늘을 함께 하늘빛으로 바라보고 어깨동무하면, 모든 말씨는 어느새 노래로 피어나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그네 타러 갈까?

네, 지금 바로 가요! (그네/20쪽) 


사랑스러운 내 세뱃돈에 들어 있다 (신사임당/26쪽)


순식간에 나쁜 적을 무찌른 최고의 장수

신기한 배 거북선으로 적을 무찌른 우리의 영웅! (이순신/50쪽)


오, 하고 말하면 눈도 같이 오- 동그래져요 (오이/86쪽)


+


《삼행시의 달인》(박성우, 창비, 2020)


읽고 쓰는 건 신나고

→ 읽고 쓰면 신나고

5쪽


흔히 삼행시라고 하는

→ 석줄글이라고 하는

→ 석놀노래라고 하는

5쪽


우물 안의 개구리는

→ 우물개구리는

6쪽


박수를 치는 건 밥 먹은 물개

→ 박박 치는 밥 먹은 물개

→ 손뼉 치는 밥 먹은 물개

7쪽


지우개가 들어 있어

→ 지우개가 들었어

→ 지우개가 있어

14쪽


위에서 눌러 보고 아래서 들어 봐도

→ 위에서 눌러 보고 밑에서 들어 봐도

16쪽


네, 지금 바로 가요

→ 네, 바로 가요

20쪽


사랑스러운 내 세뱃돈에 들어 있다

→ 사랑스러운 내 절돈에 있다

26쪽


순식간에 나쁜 적을 무찌른 최고의 장수

→ 순 눈빛으로 무찌른 으뜸 어른

→ 확 나쁜무리 무찌른 빛나는 분

50쪽


오, 하고 말하면 눈도 같이 오- 동그래져요

→ 오, 하고 말하면 눈도 같이 오 등그래요

8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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