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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
조선남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4년 3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2.6.
노래책시렁 461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
조선남
삶창
2024.3.29.
누가 ‘시’를 쓰겠다고 하면 덥석 말립니다. “제발, ‘시’를 쓰려고 하지 맙시다. ‘하루’를 씁시다.” 하고 달랩니다. 누가 ‘소설’이나 ‘수필’을 쓰겠다고 해도 와락 말립니다. “부디, ‘노래’를 쓰고 ‘오늘’을 쓰셔요.” 하고 다독입니다. 우리는 ‘문학’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오늘 하루를 노래하면 넉넉합니다. ‘시·소설·수필(에세이)’이라는 허울을 걷어치울 때라야 비로소 ‘말’을 ‘글’로 옮겨서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를 읽으며 한숨을 지었습니다. 왜 자꾸 ‘시 만들기’를 하려고 들까요? ‘시 만들기’를 하려고 들기에, 거룩하거나 좋거나 멋스러운 말로 자꾸 꾸미고야 맙니다. 글쓴이는 나무를 만져서 집을 짓는 일을 한다는데, 집짓기를 할 적에는 “살아갈 보금자리를 아늑하게 세우는 길”입니다. 남이 보기에 번듯하거나 반지르르한 껍데기를 세우는 굴레가 아닌, 스스로 오붓하고 포근하게 지낼 터전을 세워서, 이곳에서 새롭게 이야기를 지필 살림을 하려는 길입니다. 모든 문학은 틀을 만드는 굴레라고 할 만합니다. 그저 오늘을 쓸 일입니다. 언제나 하루를 말할 일입니다. 이러면서 꿈을 그리는 이 마음을 노래할 일입니다. 억지로 세운 집은 곧 무너집니다.
ㅅㄴㄹ
세상에서 버림받았지만 / 나에게서 마저 버림받을 수 없지 않은가? / 진이 빠져버린 늙은 몸이나 / 성치 않은 몸으로 일당 벌이 나서는 새벽 / 번번이 거절하는 용역회사는 / 나를 폐기한 노동력으로 취급하지만 / 그래도 할 일이야 남아 있지 않겠는가? (붉은 사랑/40쪽)
꽃잎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 생명에 대한 경외 / 울림이었다 (64쪽/겨울 그 아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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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조선남, 삶창, 2024)
그런 것들을 시라고 쓰고 있으니
→ 그런 일을 노래라고 쓰니
→ 그런 나날을 쓰니
4쪽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 만들어 보자고
→ 조금이라도 나은 터전 일궈 보자고
11
우리의 삶과 소소한 일상 속에서
→ 우리 삶과 작은 이야기에서
→ 우리 삶과 수수한 하루에
15쪽
하늘의 뜻이 사람의 노동을 통해 땅에서 이뤄지는 순간
→ 하늘뜻을 사람이 일하며 땅에서 이루는 때
19쪽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걸음 위에 있다
→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길에 있다
→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곳에 있다
22쪽
먼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어
→ 멀리 떠나기를 바라
→ 멀리 떠나고 싶어
26쪽
동해안 바닷가를
→ 새녘바닷가를
27쪽
모든 것이 마치 손안에 쥔 것처럼 훤하다면
→ 마치 모두 손에 쥐듯이 훤하다면
28쪽
높은 연단에서 목청을 높여 연설했고
→ 높은자리에서 목청을 높여 보았고
→ 높은곳에서 목청을 높여 보았고
38쪽
살아온 세월의 풍파여
→ 살아온 가싯길이여
→ 살아온 된바람이여
→ 살아온 너울길이여
41쪽
다섯 배 넘는 사정거리
→ 다섯 곱 넘게 겨냥하는
→ 다섯 갑절 넘게 겨누는
44쪽
남은 생애는 몇 년일까 시한부 인생처럼 물어본다
→ 남은 삶은 몇 해일까 마감줄처럼 물어본다
→ 몇 해 남은 삶일까 마지막길처럼 물어본다
56쪽
꽃잎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경외 울림이었다
→ 아름다운 꽃잎이 아니라 거룩한 숨결이 울린다
→ 아름다운 꽃잎보다 고요한 숨빛이 울린다
64쪽
단절과 결별의 시간이 아니라 이어짐과 흐름의 시간이었다
→ 끊기고 헤어지는 날이 아니라 이어가고 흐르는 날이다
→ 긋고 갈라서는 길이 아니라 잇고 흐르는 길이다
65쪽
혹한의 밤은 잠들지 못하고 나무는 깊은 울음을 운다
→ 겨울밤은 잠들지 못하고 나무는 깊이 운다
→ 추운밤은 잠들지 못하고 나무는 깊이 운다
70쪽
쇠락과 쇠퇴를 거듭하는 골목길에
→ 기울고 빛바래는 골목길에
→ 바래고 저무는 골목길에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