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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장 할머니 ㅣ 소원우리숲그림책 19
안효림 지음 / 소원나무 / 2024년 9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15.
그림책시렁 1516
《자개장 할머니》
안효림
소원나무
2024.9.30.
나라살림을 북돋우는 길은 여럿입니다. 먼저, 그동안 일군 모든 살림을 깡그리 내다버리면서 새로 만들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쓰레기를 치우느라 돈벌이가 잔뜩 있고, 모두 새로 들여놓느라 일자리가 엄청납니다. 다음으로, 여태 일군 살림을 알뜰히 사랑하면서 차근차근 손보고 다독이면서 가꾸는 길입니다. 이 길에는 돈벌이는 많지 않을 수 있으나 거의 쓰레기가 없을 뿐 아니라, 오래오래 잇는 살림살이를 돌보는 솜씨를 키울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어른이 슬기롭게 어울리면서 온나라가 오순도순입니다. 《자개장 할머니》는 이제 거의 버림받은 ‘자개칸(반짝이는 조가비를 잘게 썰어서 새롭게 꾸민 옷칸이나 이불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래살림에서 비롯하는 하루를 그린다고 할 텐데, 아이가 “어른이 다 해줘야 해! 나만 못 누리잖아!” 하는 얼거리라서 몹시 아쉽습니다. 예부터 모든 아이는 스스로 놀면서 동무나 또래하고 새롭게 놀이를 짓고 노래했습니다. “해줘!”가 아닙니다. 예부터 모든 어른은 아이한테 다 안 해줬습니다. 아이 스스로 찬찬히 보고 가꾸도록 마당을 내주었어요. 이 그림책은 엄마아빠 이야기는 아예 안 나오다시피 하기에, 이 대목도 아쉽습니다. 그림감을 제대로 살리는 길을 잃은 듯싶습니다.
ㅅㄴㄹ
《자개장 할머니》(안효림, 소원나무, 2024)
불가능의 산을 넘은 우리의 믿음은 사랑
→ 안 될 고개를 넘은 우리 길은 사랑
→ 벅찬 고비를 넘은 우리 삶은 사랑
1쪽
우리 집은 망했다. 큰 물건 하나 챙겨 급하게 이사를 했는데
→ 우리 집 거덜났다. 큰살림 하나 챙겨 바삐 옮기는데
→ 우리 집 끝났다. 큰살림 하나 챙겨 서둘러 옮기는데
3쪽
자개장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 자개칸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할 수 있다고 한다
3쪽
친구 데이에 초대를 받아
→ 동무날을 맞아
6쪽
나는 어른이 필요하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라도 괜찮으니까 지금 당장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 나는 어른을 바란다. 할머니네, 할머니네, 할머니라도 되니까 바로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9쪽
잠깐! 제일 중요한 게 빠졌단다
→ 가만! 알맹이가 빠졌단다
→ 그만! 고갱이가 빠졌단다
→ 기다려! 알짜가 빠졌단다
15쪽
다리가 터질 것 같아요
→ 다리가 터지겠어요
→ 다리가 터지려 해요
→ 다리가 터져요
17쪽
자손 대대를 지켜 주는 보석이오
→ 길이길이 지켜주는 빛돌이오
→ 두고두고 지켜주는 빛살이오
24쪽
내가 좀 바빠지겠지만 그건 괜찮다오
→ 내가 좀 바쁘겠지만 걱정없다오
→ 내가 좀 바쁠 테지만 거뜬하다오
24쪽
옷을 상 위에 펼쳤더니
→ 옷을 자리에 펼치니
→ 옷을 밥자리에 펼치니
28쪽
사랑이 담긴 것들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란다
→ 사랑이 담기면 함부로 버리지 않는단다
→ 사랑을 담으면 함부로 안 버린단다
37쪽
사랑이 담기면 뭐든 다 귀해지는 법이니까
→ 사랑을 담으면 뭐든 다 빛나니까
→ 사랑을 담으면 뭐든 다 반짝이니까
37쪽
네 엄마가 잘 한 거야
→ 네 엄마가 잘 했어
3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