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났어 작은 곰자리 47
핫토리 사치에 지음, 이세진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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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15.

그림책시렁 1583


《나는 태어났어》

 핫토리 사치에

 이세진 옮김

 책읽는곰

 2020.9.18.



  아기가 왜 태어났고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하다면, 아기하고 눈을 마주하면 됩니다. 아직 말을 터뜨리지 않은 아기라 하더라도 눈으로 모든 마음을 드러내기 때문에, 티없이 눈을 마주보는 동안 “아기가 어버이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적어도 열 살 무렵까지 “몸을 입기 앞서 빛으로 온누리를 떠돌던 이야기”를 어버이한테 들려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가 하는 말을 비웃거나 놀리면, 아이는 어느새 “빛으로 온누리를 날아다니다가 이곳에서 태어난 이야기”를 훅 잊어버립니다. 《나는 태어났어》는 얼핏 온누리 뭇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가 하는 실마리를 보여주는 듯하되, 너무 붓질로 멋을 부리느라 막상 고갱이하고 멀리 떨어지는 길로 간다고 느낍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는 “아직 몸을 입지 않은 숨빛”인데, ‘아이’들한테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줄줄이 입힌 그림을 왜 굳이 그려야 할까요? 그저 아이를 ‘귀엽’게 ‘구경’하는 붓끝이로구나 싶습니다. 아이는 귀염을 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는 ‘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날 뿐 아니라, 어버이한테 ‘사랑을 알려주’려고 태어납니다. 부디 아기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하고서 붓을 쥐기를 바랍니다.


#Linfinivoyage #はっとりさち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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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 2025 볼로냐 라가치 오페라 프리마 선정 핑거그림책 12
진주 지음, 가희 사진 / 핑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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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15.

그림책시렁 1552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진주 글

 가희 사진

 핑거

 2024.9.12.



  빨간 딸기를 먹고 싶다면 딸기씨를 심어서 겨울나기를 하는 딸기덩굴을 돌볼 노릇입니다. 빨간 능금이 먹고 싶다면 능금씨를 심어서 여러해 지켜볼 일입니다. 그런데 딸기씨에 능금씨를 심으려면 먼저 땅이 있어야 할 테고, 누르스름하게 죽은 땅뙈기가 아닌, 까무잡잡하게 살아숨쉬면서 온풀이 자라는 땅이 있을 노릇입니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시골에서 살아가는 두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노는지 가만히 보여줍니다. 시골살이는 으레 들숲메바다를 곁에 안는 나날입니다. 시골놀이는 들빛과 숲빛과 멧빛과 바다빛을 스스럼없이 품는 길입니다. 이 책은 줄거리를 재미나게 풀어내는구나 싶으면서 여러 가지 아쉽습니다. 재미난 엮음새에서 그치기보다는, 마지막에 할매 할배 아재 누나가 ‘열매’랑 ‘씨앗’이랑 ‘삽’이랑 ‘어린나무’를 하나씩 건네는 결로 맺을 만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나무 한 그루를 더 심을 수 있어요. 이러면서 새로 심는 나무에 아이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또는 아이랑 멧마실을 가서 멧자락에서 스스로 자라는 나무 한 그루를 알려주면서, “이 나무한테서 얻었지” 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숲길과 숲놀이와 숲살림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애써 시골을 바탕으로 삼는데, 너무 ‘집 안쪽’에서만 머무는 얼거리여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해는 ‘해님’으로 적습니다. ‘햇살·햇볕·햇빛’은 ‘ㅅ’을 붙이고요.


ㅍㄹㄴ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진주·가희, 핑거, 2024)


햇님처럼 빨갛고 보석처럼 빛나는

→ 해님처럼 빨갛고 별처럼 빛나는

1쪽


내일 또 만나자며 어디론가 날아갔죠

→ 다시 또 만나자며 어디로 날아갔죠

→ 이튿날 만나자며 날아갔죠

2쪽


벌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언제나 동생보다 늦게 집에 도착해요

→ 벌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언제나 동생보다 늦게 집에 와요

→ 벌레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언제나 동생보다 늦게 집에 와요

2쪽


나는 우리 집이 참 좋아요

→ 나는 우리 집이 참 신나요

→ 나는 우리 집이 즐거워요

4쪽


빨간 사과를 향해 달려갔어요

→ 빨간 능금한테 달려가요

→ 빨간 능금을 보며 달려가요

24쪽


맛있는 빨간 사과를 먹을 거예요

→ 맛있는 빨간 능금을 먹을래요

44쪽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 꼭 그렇지는 않은가 봐요

→ 꼭 그렇지는 않나 봐요

→ 꼭 그렇지 않은 듯해요

6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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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loise Audio Collection: Four Complete Eloise Tales: Eloise, Eloise in Paris, Eloise at Christmas Time and Eloise in Moscow (Audio CD)
케이 톰슨 / Simon & Schuster Childrens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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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12.

그림책시렁 1561


《Eloise at Christmas Time》

 Kay Thompson 글

 Hilary Knight 그림

 Simon & Schuster

 2000.



  그림책 ‘엘로이즈’ 꾸러미는 2007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한글판은 그해에 처음 나왔지 싶고, 워낙 1958년 언저리부터 나온 꾸러미입니다. 우리 터전하고는 좀 안 맞을 수 있기에 썩 안 읽히다가 사라졌구나 싶은데, 언제 어디에서나 개구쟁이로 신나게 뛰놀 줄 아는 아이가 날마다 새롭게 일으키는 갖가지 이야기를 그저 바람결처럼 풀어내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Eloise at Christmas Time》를 돌아봅니다. 이웃나라이기에 우리보다 일찍부터 아이를 더 사랑하거나 눈여겨보지는 않습니다. 살림이 가난하건 가멸차건 바탕이 사랑일 적에 아이를 사랑할 뿐입니다. 살림이 가멸차더라도 ‘아이사랑’을 몽땅 잊은 듯한 오늘날 우리나라를 제대로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살림이 가난하던 지난날에는 모든 아이가 거리끼지 않으면서 나무를 타고 골목을 달리고 갖은 놀이와 노래를 스스로 생각해서 누렸습니다. 신이 없으면 맨발로 달리고, 비와 바람과 눈과 땡볕과 칼추위를 아랑곳하지 않던 지난날 ‘가난살림 어린이’입니다. 우리가 볼 곳이란, ‘돈’이 아닌 ‘마음’입니다. 우리가 마음에 심을 씨앗이란, ‘돈벌이’가 아닌 ‘사랑’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나중에 스무 살을 넘을 즈음 ‘돈 잘 버는 일자리’를 찾도록 등을 떠미는 배움불굿(입시지옥)을 걷어치우려고 애쓰는 몸짓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른 아닌 그냥 꼰대에 바보일 뿐입니다.


#케이톰슨 #힐러리나이트 (1926∼)

《엘로이즈의 크리스마스 소동》(케이 톰슨 글·힐러리 나이트 그림/김동미·박미경 옮김, 예꿈. 2007.11.2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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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d Emily (Paperback, Original)
Alexis O'Neill / Aladdin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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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12.

그림책시렁 1563


《Loud Emily》

 Alexis O'Neill 글

 Nancy Carpenter 그림

 Aladdin

 1998.



  “목소리만 큰” 사람이 있다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습니다. 토씨 하나만 다를 뿐이라지만, ‘-만’하고 ‘-가’를 붙이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눈부터 다르고, 두 사람이 살아가는 결까지 달라요. 《Loud Emily》는 에밀리라는 아이를 둘레에서 어떻게 보는지 잘 보여줍니다. 다른 어른들은 하나같이 아이가 ‘시끄럽다’다고, ‘떠든다’고, 제발 입 좀 다물고 조용하기를 바란다고 외칩니다. 그런데 “넌 너무 시끄러워!” 하고 외치는 말이야말로 시끄럽지 않을까요? 둘레 어느 어른도 아이곁에 나란히 서서 함께 ‘큰소리’로 노래하거나 놀지 않았다는군요. 아이는 왜 큰목청을 타고났을까요? 다 뜻이 있고 까닭이 있을 테지요. 어느 아이는 왜 작은목청을 타고날까요? 그리고 어느 아이는 왜 벙긋몸을 타고날까요? 모두 다른 몸이요 삶이며 마음이듯, 누구나 다르면서 새롭게 삶을 누리는 길입니다. 다 다르기에 누구한테나 나란히 사랑이 흐르고, 우리는 바로 이 사랑을 눈여겨보면서 다 다른 숨결과 이야기를 읽어내어 어깨동무할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여러모로 보면, 에밀리를 둘러싼 숱한 어른은 ‘목소리만’ 보았을 뿐, 아이 ‘마음을’ 바라보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는 눈인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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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리틀 피플 빅 드림즈 18
마리아 이사벨 산체스 베가라 지음, 린지 헌터 그림,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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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579


《리틀 피플 빅 드림즈 1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마리아 이사벨 산체스 베가라 글

 린지 헌터 그림

 박소연 옮김

 달리

 2021.3.15.



  ‘리틀 피플 빅 드림즈’로 나온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야기꾼 할머니’가 아닌 ‘귀여운 아이’ 모습으로 줄거리를 짭니다. 이 꾸러미에 나온 다른 사람도 모조리 ‘귀여운 아이’로 꾸몄습니다. 어린이한테 조금 더 살가이 보여주려는 뜻일 수 있지만,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줌마도 아저씨도 똑같이 동글동글 ‘귀염아이’로 꾸민다면, 오히려 샛길로 빠지기 쉽습니다. 더구나 한글판을 낼 적에는 “작은아이 큰마음”처럼 우리말로 옮겨야지요. 또는 “큰마음 작은아이”라 할 만합니다. 린드그렌 님은 어릴적부터 놀이꾼에 이야기꾼이었을 테지만, 숱한 삶을 거치고 보내는 동안 마음에 담은 씨앗을 스스로 싹틔워서 이야기숲을 이룬 분이라고 해야지 싶습니다. ‘안데르센 할아버지’처럼 ‘린드그렌 할머니’로 바라볼 적에 어린이한테 제대로 작은사람 큰빛을 속삭일 만하다고 봅니다. 겉몸은 할머니이되, 속마음은 사랑인걸요.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뛰놀 적에도 늘 사랑씨앗을 돌보았고, 스물과 서른과 마흔을 거쳐서 쉰과 예순과 일흔을 지내는 동안에도 노상 사랑숲을 헤아렸기에, 스스럼없이 이야기누리를 일구어 누구나 이야기꽃으로 피어나도록 북돋았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마리아 이사벨 산체스 베가라/박소연 옮김, 달리, 2021)


그곳에서의 시간은 몹시도 행복했어요

→ 그곳에서는 몹시 즐거웠어요

→ 그곳에서는 언제나 즐거웠어요

3쪽


책은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놀라운 세계였어요

→ 책은 도무지 멈출 수 없는 놀라운 나라였어요

7쪽


일자리를 가졌어요

→ 일자리를 찾았어요

11쪽


아이처럼 노는 걸 좋아했고

→ 아이처럼 즐겁게 놀고

→ 아이처럼 신나게 놀고

14쪽


즉흥적으로 지은 삐삐 이야기를 몇 해에 걸쳐 완성했어요

→ 문득 지은 삐삐 이야기를 몇 해에 걸쳐 마무리했어요

19쪽


삐삐는 지혜롭고, 정직하고, 자유분방했어요

→ 삐삐는 슬기롭고, 착하고, 거리낌없어요

→ 삐삐는 어질고, 바르고, 날아다녔어요

22쪽


우리는 《삐삐 롱스타킹》을 읽을 때마다 그녀를 만나지요

→ 우리는 《삐삐 롱스타킹》을 읽을 때마다 이분을 만나지요

2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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