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돌이의 신부 찾기 -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지식 그림책 1
이루리 지음, 고마운 그림 / 이루리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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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28.

그림책시렁 1593


《펭돌이의 신부 찾기》

 이루리 글

 고마운 그림

 이루리북스

 2023.11.30.



  새는 새이고, 쥐는 쥐이고, 여우는 여우이고, 고래는 고래입니다. 새를 알고 싶거나 쥐를 다루고 싶거나 여우를 말하고 싶거나 고래를 헤아리고 싶다면, 새·쥐·여우·고래를 이러한 숨결 그대로 담아낼 노릇입니다. 마치 사람처럼 꾸미거나 옷을 입히면 ‘새 이야기’가 아닌 ‘사람 이야기’입니다. 사람 같은 얼굴짓이나 말씨를 입힐 적에도 ‘쥐 이야기’가 아닌 ‘사람 이야기’예요. 《펭돌이의 신부 찾기》는 어느 펭귄이 짝을 맺는 살림길을 다루는 줄거리 같지만, ‘펭귄으로 꾸며낸 사람 이야기’일 뿐입니다. ‘잘 보이려’고 하면서 돈과 집을 장만하는 돌이에, ‘잘 보이려’고 얼굴과 머리카락과 몸매를 꾸미는 순이를 보여주는 얼개입니다. 이 그림책은 오히려 아이들한테 ‘돈(재산)·집(아파트)·쇠(자동차)’가 없다면 사내로서 짝을 못 찾는다고 외치는 셈입니다. 예쁘고 멋지고 꾸미지 않으면 가시내로서 짝을 못 만난다고 외치는 셈이기까지 합니다. 제발 “짝을 찾는 펭돌이”를 펭귄살림으로 그려내기를 바랍니다. “펭돌이가 찾는 짝”을 펭귄살이로 그려낼 때라야 비로소 우리가 사람으로서 이웃숨결한테서 배울 대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귀엽거나 익살스레 꾸미려고 하는 글과 그림으로는 허울만 늘릴 뿐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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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 꿈꾸는 그림책 5
이영아 지음 / 평화를품은책(꿈교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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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25.

그림책시렁 1590


《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

 이영아

 평화를품은책

 2017.5.10.



  사람만 사는 집이란 있을 수 없으나, 갈수록 ‘사람만’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더구나 이제는 “짓는 곳”을 가리키는 ‘집’이 아닌, “사고팔아 목돈을 만지는 벌잇감”으로 여깁니다. 아무래도 서른겹이나 쉰겹으로 쌓는 잿더미에는 개미나 나비나 벌이나 벌레가 깃들기 어려울 테지요. 그런데 사람이 집을 지은 자리는 지난날에 들숲메였어요. 땅종이(땅문서)로 가를 수 없는 땅입니다. 땅종이를 앞세우려 하기에 이 별이 망가집니다. 언제까지 땅싸움을 하면서 ‘지음터(집)’라는 자리를 스스로 어지럽히려나요. 《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는 1945년을 지나고 1950년을 거치면서 차츰 바뀐 조그마한 골목마을 기스락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이지만 훅 잊어버리려 하는 삶자국을 담아냅니다. 집을 떠나서 멀리 낯선 터전에 자리를 잡아야 하던 이웃나라 사람이 있고, 집을 잃고서 멀리 낯선 곳에서 일해야 하는 한겨레 이웃이 있어요. 늙은 몸을 누일 자리는 넓어야 하지 않습니다. 온삶을 들인 땀방울이 밴 집터입니다. 곰곰이 보면 새로서도 풀벌레로서도 지렁이로서도 온삶을 기울여 일구는 흙이요 땅이요 터전입니다. ‘함께살기’라는 길이란 무엇일까요? ‘두레살이’라는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ㅍㄹㄴ


《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이영아, 평화를품은책, 2017)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들곤 했지

→ 가끔 아리송했지

→ 가끔 서늘했지

4쪽


분명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옆에 있는 것만 같았거든

→ 참말 아무도 없는데 누가 옆에 있는 듯하거든

4쪽


그대로 정신을 잃었지

→ 그대로 넋을 잃었지

10쪽


야호! 성공이다

→ 야호! 잘됐다

14쪽


내 무덤 위에 영감이 집을 지었더군

→ 내 무덤 터에 할배가 집을 지었더군

→ 내 무덤에 그대가 집을 지었더군

20쪽


옛날에 이곳은 일본사람들의 공동묘지였거든

→ 옛날에 이곳은 일본사람 모둠무덤이거든

→ 옛날에 이곳은 일본사람 한무덤이거든

2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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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의 말씀
스즈키 노리타케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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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16.

그림책시렁 1589


《천만의 말씀》

 스즈키 노리타케

 김숙 옮김

 북뱅크

 2016.12.5.



  “천만에(千萬-/천만의 말씀)”는 어느 나라 말씨일까요? 이렇게 보거나 저렇게 따지거나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아니요’나 ‘아니올시다’라 했고, ‘뭘요’라든지 ‘어이없다·터무니없다’라 하거나 ‘잘래잘래·절레절레’나 ‘젓다’로 나타냈습니다. 《천만의 말씀》은 여러 짐승을 사람으로 빗대면서 ‘나’한테 돌아오는 얼거리로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나’부터 바라보거나 ‘내’가 바라보는 눈길이기보다는 ‘남구경’에 가까워요. 마침내 ‘나’한테 돌아오기는 하되, 너무 밖으로 맴돌면서 ‘남보기’에 얽매이는구나 싶습니다. 여러 짐승을 귀엽거나 이쁘게 그리려는 붓끝은 안 나쁘지만, ‘사람’을 그리려면 그냥 사람을 그리기를 바라요. 짐승이라는 이웃숨빛을 그리려면 그야말로 짐승이라는 이웃숨결이 빛나는 터전을 바탕으로 제대로 그려낼 노릇입니다. 내가 나를 고스란히 바라보려면 ‘나’라고 하는 자리와 숨결과 눈망울을 들여다볼 일입니다. 그림책으로 들려주려는 ‘가르침’은 훌륭할 수 있되, 자칫 가볍게 장난치듯 귀염그림으로 잔뜩 엮어 놓으면, 오히려 아이들은 속빛이 아닌 겉모습에 얽매이고 맙니다. 아닌 붓끝은 그저 아닙니다. 아름붓이어야 비로소 아름그림으로 깨어납니다.


#とんでもない #鈴木のりたけ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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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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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16.

그림책시렁 1573


《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창비

 2007.2.20.



  누가 “오래살아야 좋은가요?” 하고 물으면 으레 고개를 젓습니다. 삶이 즐겁지 않다면 아무래 오래도록 목숨을 잇더라도 부질없습니다. 삶이 사랑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오래살이를 한들 빛나지 않아요. “그렇다면 짧게 살아야 하나요?” 하고 묻기도 하는데, 삶은 ‘길이’로 안 따지고 못 따집니다. 오래 안 죽어야 하지 않고, 짧게 살아야 좋지 않습니다. 온하루가 이야기꽃으로 피어나면서 즐겁게 걸어가는 길일 노릇입니다. 《십장생을 찾아서》는 ‘열꽃’ 또는 ‘오래열꽃’을 바탕으로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안 죽기’를 바라는 뜻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이 같은 마음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오래살이’를 남길 뜻은 아닐 텐데 싶어요. 할아버지는 마지막날까지 아이한테 ‘삶길’을 이야기로 들려주려고 했을 텐데 싶습니다. 더 자주 어울리거나 더 오래 같이 놀아야 즐거운 하루이지 않습니다. 온사랑으로 마주하기에 웃고 노래합니다. 온마음에 사랑씨앗을 심기에 두고두고 빛나요. 열 가지 ‘꽃숨’을 차근차근 짚는 얼거리는 안 나쁩니다만, ‘오래’가 아닌 ‘오늘’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래살기’가 아닌 ‘오늘사랑’에 마음을 기울일 적에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면서 훨훨 날아오르리라 봅니다.


ㅍㄹㄴ


+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제럴드 맥더멋)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 창비, 2007)


더 이상 단짝이 아닌 걸까요

→ 더는 단짝이 아닐까요

7쪽


반짇고리 속을 뒤적이다

→ 반짇고리를 뒤적이다

9쪽


주머니 위에 수놓인 학을 가만가만 만져 보았습니다

→ 주머니에 덧붙인 두루미를 가만가만 만져 봅니다

→ 주머니에 박은 두루미를 가만가만 만져 봅니다

9쪽


나는 십장생 중 하나인 학이야. 신선이 타고 다니던 새지

→ 나는 열빛 가운데 두루미야. 멧님이 타고다닌 새지

→ 나는 열꽃 가운데 두루미야. 숲님이 타고다닌 새지

→ 나는 오래열에서 두루미야. 멧지기가 타고다닌 새지

→ 나는 오래열꽃에서 두루미야. 멧사람이 타고다니지

1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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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파리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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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588


《나는 해파리입니다》

 베아트리스 퐁타넬 글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7.30.



  해파리는 해파리입니다. 거북은 거북입니다. 말미잘은 말미잘입니다. 나무는 나무이고, 벌은 벌이며, 굼벵이는 굼벵이입니다. 모든 숨붙이는 다 다른 몸과 마음과 빛입니다. 다 다른 숨붙이는 다 다른 머리와 가슴이 있습니다. 사람하고 모기가 똑같은 머리나 가슴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불가사리하고 문어가 사람하고 똑같은 머리나 가슴일 까닭이 없습니다. 해파리는 해파리라는 몸에 맞게 머리·골과 가슴·염통이 있습니다. 《나는 해파리입니다》를 보면, “내 속에는 뇌가 없어요. 심장도 없고요(6쪽)”라 나오는데, 아주 틀렸습니다. “사람하고 다르”기 때문에 “나(해파리)는 사람하고 다른 골과 염통이에요.”처럼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이 책에는 ‘과학저술가 이지유’ 씨가 책끝에 군말을 붙이는데 그야말로 군더더기입니다. 이런 군말은 말끔히 지우고서 ‘해파리를 해파리로 마주하는 사랑눈빛’을 짚는 글을 실어야 하지 않을까요? 뜻있구나 싶은 그림책이지만 옮김말씨도 아쉽습니다. ‘옮김말씨’가 아닌 ‘우리말씨’로 가다듬기를 바라요. “한 소녀”도 “숙녀”도 “그녀”도 우리말씨하고 너무 멀어요. 그저 ‘아이’요 ‘어른’이며 ‘사람’입니다. 해파리한테 ‘머리’가 없다면 못 움직일 뿐 아니라, 사람을 못 알아봅니다. 해파리한테 ‘가슴’이 없다면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서 바닷가를 더럽히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이를 반가이 맞이하면서 춤을 출 수 없습니다.


#JeSuisLaMeduse #BeatriceFontanel #AlexandraHuard


ㅍㄹㄴ


《나는 해파리입니다》(베아트리스 퐁타넬·알렉상드라 위아르/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


내 속에는 뇌가 없어요. 심장도 없고요

→ 내 몸에는 골이 없어요. 염통도 없고요

→ 나는 머리가 없어요. 가슴도 없고요

6쪽


저런! 한 소녀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 저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 저런! 아이가 울어요

8쪽


나는 해변의 구경거리가 되고

→ 나는 바닷가 구경거리가 되고

15쪽


지겨워졌는지 하나둘씩 자리를 떠요

→ 지겨운지 하나둘 자리를 떠요

→ 지겨운듯 하나둘 자리를 떠요

16쪽


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익어 가고 있어요

→ 나는 햇볕이 뜨거워 이글이글 익어요

→ 나는 해가 뜨거워 몸이 타들어 가요

18쪽


나는 그녀를 위해서 춤을 춥니다

→ 나는 이이 곁에서 춤을 춥니다

→ 나는 이 아이랑 춤을 춥니다

2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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