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텃밭 사계절 그림책
김병하 글.그림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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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19.

그림책시렁 1523


《고라니 텃밭》

 김병하

 사계절

 2013.4.22.



  멧숲에서 포근히 살 만하다면 밭이나 마을로 내려올 짐승은 아예 없습니다. 도무지 견디기 어려울 만큼 굶고 지치기에 살그머니 밭이나 마을로 내려오는 멧짐승이고 숲짐승입니다. 숲에는 나무만 있지 않고, 들에는 풀벌레만 있지 않습니다. 모든 숨붙이가 어우러지는 들이요 숲입니다. 예전에는 모든 시골마을이 들숲바다한테 포근히 안기는 작은 터전이었는데, 이와 달리 요즈음 고을·고장·서울은 오직 사람만 있어야 하는 곳일 뿐 아니라, 잿빛(자가용·아파트)을 한복판에 놓습니다. 사람 사는 마을에서 사람끼리 사람을 따돌리는 판이라, 시골에서 멧짐승과 숲짐승과 새도 설 자리가 없는데다가, 이제는 작은사람도 서거나 쉬거나 깃들 자리가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고라니 텃밭》을 돌아봅니다. 그림님이 한동안 시골에서 지내 본 나날이 있기에 이 그림책이 태어납니다. 고라니를 마주하고, 씨앗을 심고, 해바람비랑 크는 밭자락을 돌보고, 이웃이 누구인지 헤아리는 하루를 지내었기에, 비로소 둘 사이에서 어울리는 길을 새롭게 일구려는 마음을 싹틔웁니다. 고라니도 멧돼지도 너구리도 서울 한복판을 슬그머니 드나들 수 있기를 바라요. 꾀꼬리와 제비도 서울 한복판에 둥지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래야 이 나라가 살아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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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장 할머니 소원우리숲그림책 19
안효림 지음 / 소원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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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15.

그림책시렁 1516


《자개장 할머니》

 안효림

 소원나무

 2024.9.30.



  나라살림을 북돋우는 길은 여럿입니다. 먼저, 그동안 일군 모든 살림을 깡그리 내다버리면서 새로 만들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쓰레기를 치우느라 돈벌이가 잔뜩 있고, 모두 새로 들여놓느라 일자리가 엄청납니다. 다음으로, 여태 일군 살림을 알뜰히 사랑하면서 차근차근 손보고 다독이면서 가꾸는 길입니다. 이 길에는 돈벌이는 많지 않을 수 있으나 거의 쓰레기가 없을 뿐 아니라, 오래오래 잇는 살림살이를 돌보는 솜씨를 키울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어른이 슬기롭게 어울리면서 온나라가 오순도순입니다. 《자개장 할머니》는 이제 거의 버림받은 ‘자개칸(반짝이는 조가비를 잘게 썰어서 새롭게 꾸민 옷칸이나 이불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래살림에서 비롯하는 하루를 그린다고 할 텐데, 아이가 “어른이 다 해줘야 해! 나만 못 누리잖아!” 하는 얼거리라서 몹시 아쉽습니다. 예부터 모든 아이는 스스로 놀면서 동무나 또래하고 새롭게 놀이를 짓고 노래했습니다. “해줘!”가 아닙니다. 예부터 모든 어른은 아이한테 다 안 해줬습니다. 아이 스스로 찬찬히 보고 가꾸도록 마당을 내주었어요. 이 그림책은 엄마아빠 이야기는 아예 안 나오다시피 하기에, 이 대목도 아쉽습니다. 그림감을 제대로 살리는 길을 잃은 듯싶습니다.


ㅅㄴㄹ


《자개장 할머니》(안효림, 소원나무, 2024)


불가능의 산을 넘은 우리의 믿음은 사랑

→ 안 될 고개를 넘은 우리 길은 사랑

→ 벅찬 고비를 넘은 우리 삶은 사랑

1쪽


우리 집은 망했다. 큰 물건 하나 챙겨 급하게 이사를 했는데

→ 우리 집 거덜났다. 큰살림 하나 챙겨 바삐 옮기는데

→ 우리 집 끝났다. 큰살림 하나 챙겨 서둘러 옮기는데

3쪽


자개장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 자개칸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할 수 있다고 한다

3쪽


친구 데이에 초대를 받아

→ 동무날을 맞아

6쪽


나는 어른이 필요하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라도 괜찮으니까 지금 당장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 나는 어른을 바란다. 할머니네, 할머니네, 할머니라도 되니까 바로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9쪽


잠깐! 제일 중요한 게 빠졌단다

→ 가만! 알맹이가 빠졌단다

→ 그만! 고갱이가 빠졌단다

→ 기다려! 알짜가 빠졌단다

15쪽


다리가 터질 것 같아요

→ 다리가 터지겠어요

→ 다리가 터지려 해요

→ 다리가 터져요

17쪽


자손 대대를 지켜 주는 보석이오

→ 길이길이 지켜주는 빛돌이오

→ 두고두고 지켜주는 빛살이오

24쪽


내가 좀 바빠지겠지만 그건 괜찮다오

→ 내가 좀 바쁘겠지만 걱정없다오

→ 내가 좀 바쁠 테지만 거뜬하다오

24쪽


옷을 상 위에 펼쳤더니

→ 옷을 자리에 펼치니

→ 옷을 밥자리에 펼치니

28쪽


사랑이 담긴 것들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란다

→ 사랑이 담기면 함부로 버리지 않는단다

→ 사랑을 담으면 함부로 안 버린단다

37쪽


사랑이 담기면 뭐든 다 귀해지는 법이니까

→ 사랑을 담으면 뭐든 다 빛나니까

→ 사랑을 담으면 뭐든 다 반짝이니까

37쪽


네 엄마가 잘 한 거야

→ 네 엄마가 잘 했어

3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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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면 (여름 리커버)
김지안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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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15.

그림책시렁 1515


《호랭면》

 김지안

 미디어창비

 2024.6.12.



  이 나라에 신물(식초)이나 고추가 들어온 지 오래지 않습니다. 전라남도에서는 요즈음도 초피를 빻아 김치를 담급니다. 그런데 김치도 찬국수도 못 먹는 사람이 퍽 많아요. 말을 못 하고 울 뿐입니다. 마치 누리그림(게임캐릭터 퀘스트)처럼 펼치는 줄거리인 《호랭면》을 읽었습니다. 앙증맞은 그림으로 길을 하나씩 풀어가는 얼거리는 안 나쁘나, 차림새만 ‘조선옷’을 입힌 듯합니다. 예전에는 서울 한복판도 나무가 우거진 숲이었을 텐데 더울 까닭이 있을까요? “일하는 사람”은 나무 곁에서 쉬면서 하루를 보낸다면, “일 안 하는 나리·벼슬아치·임금”은 덥다고 투정이었을 테지요. 풀꽃나무에 들숲바다를 품은 시골은 한여름에도 시원하되, 빽빽하고 부릉부릉 매캐한 서울은 여름과 겨울이 그야말로 모집니다. 그나저나 우리말로 하자면 ‘범국수’입니다. 열두띠를 말할 적에 예부터 ‘범띠·잔나비띠’처럼 우리말을 썼습니다. ‘소면·중면’ 같은 말씨도 우리말이라 하기 어렵고 ‘찬국수·더운국수’는 북녘에서만 쓰는 말이지 않아요. 버젓이 있는 우리말 ‘국수’이거든요. 아이들한테 어떤 삶과 삶터를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까요? 이제는 좀 장난그림이 아니라 생각하며 담는 살림그림을 펼 때일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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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리와 치리리 : 바닷속 이야기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28
도이 카야 지음, 허은 옮김 / 봄봄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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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9.

그림책시렁 1500


《치리와 치리리 바닷속 이야기》

 도이 카야

 허은 옮김

 봄봄

 2024.8.23.



  ‘사이’를 ‘새’롭게 읽을 눈빛을 틔우면서 서로서로 사근사근 서글서글 어울리면서 마주설 줄 알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모든 숨결은 암수가 만나고 어울리고 사랑하기에 태어납니다. 모든 사람은 엄마랑 아빠가 나란히 있어서 아기를 낳아요. 엄마씨만으로도 아빠씨만으로도 못 낳습니다. 다른 둘은 하나인 사랑으로 만나서 하늘빛으로 파랗게 물들다가 바다빛으로 새삼스레 파랑물로 일렁이기에 비로소 별로 깨어납니다. 《치리와 치리리 바닷속 이야기》에 나오는 두 아이 ‘치리’하고 ‘치리리’는 어떤 사이일까요? 얼핏 보면 둘 다 가시내일 수 있습니다만, 굳이 둘을 가시내로 여기지 않아도 됩니다. 둘은 사근사근 어울리면서 두바퀴(자전거)를 달려요. 둘은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나아갑니다. 둘은 모든 낯선 곳에서도 이웃을 마주하면서 동무로 서글서글 사귑니다. 그저 만나서 마음을 들려주는 말을 두런두런 섞기에 동무입니다. 가볍게 거닐고, 부드럽게 달리고, 신나게 노래하고, 기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오늘을 살아가기에 사람입니다. 하늘을 하얗게 그리는 구름이란, 바다에 일렁이는 물결 같습니다. 바다를 이루는 물방울은 하늘빛을 담으면서 맑고 밝아요. 같이 두바퀴를 달려 볼까요?


#どいかや #チリとチリリ #チリとチリリうみのおはなし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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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야기 - 0~3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
프랭크 애시 지음 / 보림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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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9.

그림책시렁 1409


《물 이야기》

 프랭크 애시

 고정아 옮김

 보림

 1996.6.30.



  물은 모든 숨붙이에 스며서 몸을 이룹니다. 어느 숨붙이는 물을 듬뿍 품고, 어느 숨붙이는 물을 살짝 품습니다. 물을 잔뜩 품으니 덩치가 크다면, 물을 살짝 품으니 돌이나 바위나 모래 같은 모습입니다. 물은 이 별에서 돌고돕니다. 한때는 이 몸에 있던 물이, 어느새 저 몸으로 갑니다. 이러다가 그 몸을 거쳐서 새삼스레 이 몸으로 와요. 물 한 방울은 모든 곳과 몸과 삶을 아우르고 가로지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다 다른 몸이되 다 같은 물입니다. 《물 이야기》는 물이라는 숨빛이 어떻게 만나고 어울리고 흐르면서 반짝이는지 들려줍니다. 참말로 우리는 물부터 제대로 알아보아야 할 노릇입니다. 모든 밥은 “물을 머금기에 먹을 수 있”습니다. 물을 머금지 않으면 못 씹고 못 삼켜요. 그렇지만 막상 물을 물답게 가꾸거나 돌보는 길에 마음을 기울이는 어른이 드뭅니다. 흐르지 않으면 물이 아니고, 고이면 썩는 물인데, 온나라는 물을 가두어서 고여 놓습니다. 흐르는 냇물이며 샘물을 가까이에서 스스럼없이 떠마실 수 있는 터전이 거의 사라집니다.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맑고 밝게 흐르는 물을 만나고 마셔야 하지 않을까요? 물에 값을 매겨서 사고파는 짓이란, 사람이 사람인 줄 잊는 굴레로 가두는 몹쓸짓이지 않을까요?


#FrankAsch #Water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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