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



서울에서 아침을 열고서

전철을 타고 갈아타는데

옆으로 앞으로 뒤로

숱한 사람들이 밀고 밀친다


나는 멀뚱히 서다가

다시 걷는다


전철이 들어오니 우르르 내리고

왁자지껄 몰려서 타는데

나는 또 멀거니 서서

다음 전철을 기다린다


앞서간 전철은 미어터졌고

1분 기다려 탄 전철은 널널하다


2025.3.25.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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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짬짜미 2025.2.23.해.



무슨 일을 하든 얼거리를 짤 노릇이야. 아무 얼거리가 없다면 네가 하려는 일은 아무렇게나 흐르겠지. 잎에 얼거리가 있어. 나무 한 그루에도, 나무뿌리와 나무줄기에도 다 얼거리가 다르게 있어. 구름에도 물방울에도 흙에도 땅에도 얼거리가 있어. 나비한테도 날개에도 손과 발에도 얼거리가 있어. 말에도 얼거리가 있지. 마음에도 생각에도 저마다 달리 얼거리가 있어. 숨을 쉬든 걸어다니든 무엇을 하든 얼거리를 가만히 읽고서 스스로 움직일 길을 짤 노릇이지. 그런데 “일할 얼거리”가 아닌 “끼리끼리 거머쥘 틀”을 몰래 짜는 사람들이 있어. ‘짬짜미’라고 하지. “몰래 짜서 몰래 거머쥐고 몰래 다스리는 틀”일 텐데, 이런 뒷짓·몰래짓인 짬짜미는 그들 스스로 갉고 할퀴에서 죽어가는 굴레야. 돈·길미·힘·이름을 그들끼리 거머쥐려는 짬짜미는 “그들끼리 뭉치는 틀”이기에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오는 높은 담벼락이게 마련이야. 닫아건 안쪽에서 보자면 넉넉하거나 서로 좋은 듯싶지만, ‘흐르’지 않는 굴레이고, ‘막힌’ 수렁이기에, 곧 고여서 고린내가 나며 썩어. 썩으니 죽어가지. 썩으며 죽어가는데 ‘짬짜미 담벼락’은 이 담을 더 단단히 틀어쥐는구나. 그래서 ‘담벼락 안쪽’은 더 고이고 썩어문드러지니 그들끼리도 이 고약한 냄새 탓에 죽을맛인데, 쪽창문 하나 못 내는구나. 냄새가 새어나가면 밖에서 다들 눈치를 챌 테니 더 가두고 더 숨기고 더 짬짜미를 해. 썩은잔치를 늘 벌이면서도 죽어가는 줄 모르고, 썩은내를 감추려고 화학약품을 내내 뿌리지. 너는 이런 ‘담안(담 안쪽 : in Seoul)’에 끼고 싶니? 너는 ‘담안’도 ‘담밖’도 아닌 들숲바다를 품어야 하지 않겠니?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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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이다음으로 2025.3.14.쇠.



꽃으로 피지 않고서 맺는 열매란 없어. 씨앗을 품지 않는 열매도 없어. 꽃과 잎이 살찌우고, 가지와 줄기가 북돋우고, 뿌리가 받치면서 곱게 영그는 열매야. 꽃은 스스럼없이 피어나고서 기꺼이 져. 씨앗은 열매 한켠에 알맞게 자리를 잡지. 이다음으로 땅에 드리워서 자라려면, 땅한테도 고맙다고 여쭈려고 달며 푸진 물빛(속살)을 품는 씨앗이야. 땅은 나무와 풀을 반기면서 언제나 까무잡잡 구수하게 살림터를 이뤄. 나무와 풀은 즐겁게 땅에 깃들면서 푸릇푸릇 싱그럽게 살림빛을 맺어. 사람은 속으로 무슨 씨를 품을까? 사람은 이다음으로 무엇을 할 셈일까? ‘씨앗’이란, 아기를 낳는 몸빛만 가리키지 않아. 씨앗이란, 손으로 일구는 솜씨에, 마음으로 담는 마음씨가 늘 어울린단다. 오늘을 살면서 이다음으로 내딛을 길을 헤아리렴. 오늘을 마무리하는 밤에 스스로 “고마워.” 하고 속삭이며 눈을 감으렴. 오늘을 여는 새벽에 스스로 “반가워.” 하고 속살이며 눈을 뜨렴. 이다음으로 할 일이 잔뜩 있지? 아무리 많구나 싶은 일이어도 한꺼번에 못 해치워. 다 하나하나 하지. 아무리 실컷 먹더라도 하나하나 집어서 따로따로 먹는단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 할 만큼 즐겁게 하고서 닫으렴. 폭 닫고서 푹 쉬고, 활짝 열고서 환하게 하렴. 미처 매듭을 못 지었으니 이제부터 매듭을 지어. 아직 덜익었으니 이제부터 찬찬히 익어. 오늘은 어제와 모레를 이으면서, 이다음을 기쁘게 맞이하려는 길목이야. 길목 한복판에서 온곳을 둘러봐.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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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배울거리 : 배울거리가 넘치기에 새로 쓰고 읽고 배운다. 배울거리를 넉넉히 나누려고 새로 쓰고 읽고 나눈다. 혼자만 누리지 않고 싶기에, 함께 꿈꾸고 노래하고 싶기에, 새로 쓰고 읽고 나눈다. 2025.2.25.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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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가난하게 살면서 짓다 : 가난하지 않은 적이 있었는가 하고 돌아본다. 어릴 적부터 두 아이 어버이로 살아가는 오늘까지, 돈가뭄이 아니던 나날은 없다고 느끼지만, 돈가뭄만 ‘가난’인가 하고 돌아보면 아니라고 느낀다. 돈가뭄 탓에 책을 마음껏 사읽지 못 하는 나날이었지만, 어느새 내 곁에는 책더미가 우람하다. 가난살림이기에 밥을 굶으면서 주섬주섬 그러모은 책은 책바다나 책숲을 이룬다.


어릴 적부터 가멸살림이었다면 이렇게 책을 주섬주섬 그러모으면서 애써 읽어냈을까? 아마 가멸살림이었어도 책을 실컷 읽었을는지 모르나, 애써 읽기까지는 안 했으리라 느낀다. 주머니가 호졸곤한 터라, 책집에서 끝없이 서서읽기를 했고, 겹쳐읽기에 후딱읽기를 해내야 했다. 얼른얼른 읽어내더라도 고갱이와 줄거리를 살피는 눈썰미를 익히려고 용썼다.


늦은밤에 작은집으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누우면, 이날 책집마실을 하며 서서읽기를 하던 책을 곱씹는데, 영 제대로 안 떠오르면 다시 책집마실을 할 적에 “살 만한 주머니가 못되는 탓에 서서읽기를 하는 책”을 되읽고 거듭읽었다. 비록 곁에 둘 수 없는 책이라 하더라도 마음에는 늘 두려고 곱읽기에 새겨읽기를 했다.


가멸살림이라면 그냥 곁에 쟁이면 되니까 그때그때 읽기는 하더라도 곱곱으로 읽는다거나 겹겹으로 새기는 버릇을 안 들였거나 아주 나중에서야 들였을 수 있다. 게다가 가난살림인 터라 늘 걸었다. 길삯까지 책값으로 탈탈 털었으니 한나절은 가볍게 걸었는데, 걷는 동안에 마을빛을 헤아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걷는쓰기(걸으면서 글쓰기)’를 익혔다.


가멸살림으로 살았다면, 걷는읽기는커녕 걷는쓰기조차 할 까닭이 없었겠지. 가멸살림이었다면 걸을 일이 드물었을 테니, 작은마을을 끝없이 걷고 또 걸으면서 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빛을 못 보았으리라 느낀다. 가난살림이었기에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곁님과 아이들이 하루내내 누릴 푸른빛을 헤아리며 시골로 삶자리를 옮겼다.


가멸살림이었다면 땅을 넉넉히 장만했을 테고, 아마 멧숲도 너끈히 장만했겠지. 이때에는 이때대로 푸근하며 느긋하게 살았을 텐데, 가난살림으로 시골집을 얻느라 우리 땅뙈기는 매우 작다. 그러나 매우 작은 우리 땅뙈기에서도 나무를 품고 새를 맞이하는 길을 새삼스레 배우고 새록새록 누린다.


돈가뭄이라 할 만큼 살림돈은 여태 바닥을 쳤다. 바닥치는 살림돈을 즐겁고 기쁘게 이었기에 “가난이웃이 짓는 살림”을 나란히 느끼고 살피는 마음과 눈길을 차분히 돌보면서 다독이는 손길을 익힐 만했구나 싶다. 돈가뭄인 가난살림이기에 “이웃한테 돈을 베푸는 길”은 거의 못 하면서 “이웃이 베푸는 돈을 받는 길”을 언제나 누린다. ‘주는 보람’ 못지않은 ‘받는 보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멸차게 살면서도 지을 수 있다. 가멸찬 집안이어도 얼마든지 사랑을 지을 만하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지을 수 있다. 가난한 집안이어도 얼마든지 사랑을 지을 만하다. 돈이 있느냐 없느냐는 하나도 안 대수롭다. 돈이 많기에 책을 신나게 오래오래 사읽지 않는다. 돈이 없기에 책을 신나게 오래오래 못 읽거나 못 사지 않는다. 마음에 씨앗을 꿈빛으로 심기에, 책을 신나게 오래오래 사읽으면서 새롭게 이 마음을 가꾼다. 마음에 씨앗을 사랑으로 심어서 돌보기에, 아이와 나란히 걸어가면서 이 보금자리를 보금숲으로 일구는 손길을 일으킨다. 2025.2.27.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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