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듣고 보고 겪고 2024.11.16.흙.



듣고 보고 겪는 대로 마음을 한 켜씩 쌓아. 못 듣거나 못 보거나 못 겪으면 마음에 어떤 삶도 못 쌓지. 누구나 꿈에서부터 듣고 보고 겪어. 이다음에 몸으로 듣고 보고 겪어. “다른 씨앗 둘”이던 엄마씨와 아빠씨일 적에는 아직 모르다가, 두 다른 씨가 나란한 하나인 씨로 맺을 적부터 모두 새롭게 듣고 보고 겪어. 자라나는 씨앗은 찬찬히 몸을 입지. 몸을 입는 동안에도 무엇이든 다 듣고 보고 겪는단다. 엄마몸에서 자라더라도 ‘엄마와는 다르게’ 듣고 보고 겪어. 엄마와 아기씨는 한몸으로 있어도 다른 숨빛이거든. 풀과 나무도, 나비와 벌도, 새와 짐승도, 헤엄이와 고래도, 풀벌레와 지렁이도 ‘하나인 씨’가 아닌 ‘다른 두 씨’가 맞물려서 태어난단다. 한몸에 두씨를 품기도 하면서. ‘하나’로는 고요해. 하나일 적에는 그대로 하늘이기에 움직일 일이 없고, 둘레를 볼 일이 없어. 하나가 하나를 만나서 “새롭게 하나인 두씨”를 이룰 때부터 ‘둘레’를 본단다. 바야흐로 ‘나’하고 ‘너’를 바라봐. 나도 너도 “두씨가 한몸을 이룬 숨빛”인 줄 알아차리면서 살아가. 드나드는 바람을 듣는 하루요, 보드랍게 보듬는 해를 보는 오늘이고, 겹겹이 맞물리는 이야기를 새롭게 겪는 나날이야. 잘 듣고 잘 보고 잘 겪으면서 모든 하루와 오늘과 나날이 즐거워. 듣고 보고 겪으면, 여태 어느 날도 안 똑같은 줄 알아. 봄도 해마다 다르고, 밤도 철마다 다르고, 새도 언제나 달라. 똑같이 지어서 먹는 밥이란 없어. 그래서 다시 듣고 다시 보고 다시 겪지. 이 별을 이루는 바람과 해와 비가 늘 싱그럽기를 바라기에, 네 들숨날숨을 비롯한 모든 몸짓을 새삼스레 여미면서 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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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냄새마다 2024.11.15.쇠.



소리마다 빛이 있고 무게가 있어. 소리를 내는 숨붙이가 제 숨결을 담아서 내보내거든. 냄새마다 빛이 있고 물기운이 있어. 냄새를 맡을 적에는 부드럽거나 짙게 흐르는 물빛을 맞아들이지. 그런데 모든 소리가 ‘살림소리’이지 않아. 길들이거나 들볶는 ‘죽임소리’가 있어. 살림소리란, 살리는 소리이겠지. 스스로 북돋우면서 둘레를 보듬고 품을 줄 아는 마음이 흘러. 죽임소리란, 죽이는 소리이겠지. 스스로 숨빛을 잊고 잃은 채 둘레 모두를 휘어잡거나 다그치거나 때리거나 옥죄려는 마음이 가득하지. 그러면 냄새에도 ‘살림냄새’하고 ‘죽임냄새’가 있을 텐데, 두 냄새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저 아무 냄새나 받아들이는 하루이니? 스스로 살리면서, 집과 마을과 숲과 별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그린다면, 이 마음으로는 늘 살림소리와 살림냄새와 살림그림을 짓지. 스스로 가두면서, 집도 둘레도 숲도 별도 안 바라보고 안 받아들일 적에는 나란히 시들고 저물고 곪는 굴레를 이뤄. 온나라 길바닥을 채우는 쇳덩이(자동차·기차·배·비행기……)는 ‘매캐김(배기가스)’을 내놓지. 매캐한 김을 쐬는 풀꽃나무와 새와 벌나비는 차츰 숨빛을 잃어. 사람도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쇳덩이를 줄이지 않네. 쇳덩이는 더 늘어나고, 서울(도시)은 더 크고, 사람들은 매캐한 죽임김을 그냥 마시네. 풀꽃나무도 매캐김에 시달려서 시름시름 앓는데, 사람들은 무엇을 느낄까? 죽임냄새를 지우고 씻어서 살림냄새로 녹여내려는 길에 마음을 쓰는지 안 쓰는지 돌아보렴. 빛알(전기)은 어디에나 있어. 빛알은 언제나 넉넉해. “알아볼 때에 받아들이”니, 둘레를 알아본다면, 둘레를 살릴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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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탄력 2024.11.14.나무.



여름은 여름이기에 여름답게 여름볕이 내리쬐고 여름바람이 싱그러이 덮어. 겨울은 겨울이라서 겨울답게 겨울해가 비추고 겨울바람이 차갑게 얼려. ‘철’은 석걸음으로 흐른다지. ‘첫봄·한봄·늦봄’처럼, 처음을 열고 한창 퍼지고 늦도록 감돌아. 저마다 다르지만 봄에는 봄이라는 결로 꾸준히 일어나지. 걷거나 달리거나 설 적에도 이와 같아. 부드럽게 처음을 열고서 한창 신나게 움직인 다음에 느긋하게 매듭을 지어. ‘공’은 부드럽게 바닥이나 담에 닿아서 가볍게 튀기에 톡톡 통통 잇달아 튀다가 구를 수 있어. 사람이 하는 일도 이와 같으니, 부드러이 천천히 열 적에 시나브로 힘이나 기운을 받아서 시원스레 뻗을 수 있고, 이윽고 다시 부드러우면서 느긋이 맺을 만하단다. 한꺼번에 다 해내려고 하면 무겁고 딱딱해서, 그만 바닥하고 담도 깨지고 ‘딱딱공’부터 깨지고 말아. 어느 일이건 하루아침에 끝내려고 하지는 마. 어느 일이건 하다 보면 눈깜짝 사이에 끝날 때가 있고, 일찍 마칠 때가 있어. 이레나 달포나 몇 해가 걸리기도 하지. 이때에 넌 무엇을 보겠니? “네(내)가 한 일”을 보겠니? “얼마나 걸리는지” 보겠니? “얼마나 걸리는지”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길에만 선다면, “네(내)가 할 일”을 어느새 잊거나 놓쳐. 너(나)는 ‘일’을 해야겠지. ‘얼마나’가 아닌 ‘일’을 할 노릇이야. 놀 적에는 ‘놀이’를 볼 노릇이야. 무슨 놀이를 해야 한다고 여기지 말고서 마음껏 놀 노릇이야. ‘무엇’을 보고 하며 나아갈 노릇인지 ‘길’을 바라보아야 ‘삶’이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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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뭉치 2024.11.13.물.



마음을 하나로 두면, 작은덩이나 큰덩이 모두 튼튼하지. 마음이 흩어지면, 큰뭉치나 작은뭉치 모두 허술해. 한마음이 아닐 적에 무엇을 하는지 돌아보겠니. 도마를 놓고서 칼로 썰 적에 밥살림을 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자꾸 어긋날 뿐 아니라 손가락을 베기까지 해. 책을 쥐지만 딴청을 하거나 둘레에서 흐르는 소리를 듣다가는, 이야기는커녕 줄거리조차 못 느껴. 앞에서 마주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데에 마음을 두면 헛도는 말만 흘러나와. 겨울에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어떻게 뭉치니? 반죽을 어떻게 하니? 오직 눈송이에 마음을 쏟을 노릇이고, 그저 반죽을 하는 손길을 살펴야겠지. 스스로 뭘 하려는지 안 헤아리는 채 뭉치기만 한다면, 덩이는 자꾸 불어나지만 다 군살이란다. 한뜻으로 뭉칠 때에만 힘이 있어. 부피만 키울 적에는 아무리 큰덩이라 하더라도 속이 텅 비어. 빈속에는 아무 줄거리가 없어. 텅 빈 머리나 마음으로는 어느 일도 이루지 않아. 씨앗이 싹트려면 속을 야물게 뭉칠 노릇이야. 나무가 튼튼히 서려면 흙이 야물게 뭉쳐서 보드라이 어울리는 깜흙이 있어야겠지. 바닥이 야물기에 못물이 찰랑이고 냇물이 흐르고 바닷물이 출렁여. 가벼운 날개라 해도 뼈와 깃이 고루 어울리기에 바람을 탈 수 있어. 한 군데에 두는 뜻이라면 그저 “한 군데에 있다”일 테지. 무엇을 하려는지, 왜 하려는지, 어떻게 하려는지, 늘 돌아보면서 가다듬기를 바라. 물처럼 홀가분하게 뭉칠 줄 알면서, 바람을 탈 줄 알면서, 물처럼 풀과 나무에 몸으로 스밀 줄 알면서 살기에 반짝여.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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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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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부터 2024.11.12.불.



스스로 안 하면서 남탓을 하는 이들은 둘레에서 먼저 나서며 차근차근 하고 바꿀 적에도 안 하지. 스스로 하면서 아무도 탓하지 않는 이들은 둘레에서 누가 안 나서더라도 그저 조용히 웃고 노래하면서 해. 굳이 “‘나부터’ 하자”고 여기지 않아도 돼. ‘나부터’라는 이름을 안 붙이면서 ‘한다’는 마음이면 넉넉하지. 넌 숨을 어떻게 쉬니? 옆사람더러 먼저 쉬라고 하니? 너부터 숨을 쉬어야 한다고 여기니? 그런데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숨을 쉬어도 ‘숨(바람·하늘)’이 모자랄 일이란 없어. 누구나 그저 늘 숨을 쉬면 될 일이야. 누구부터 해야 할 일이 아니고, 나부터(너부터) 나서야 풀리는 일이 아니야. ‘무엇’을 할는지 차분히 그리고서 스스럼없이 하면 풀리는 일이란다. 바다는 스스로 물결치면서 맑아. 하늘은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밝아. 해는 스스로 돌고 비추면서 따뜻해. 푸른별은 뭇목숨을 스스럼없이 품으면서 즐거워. 넌 어디를 보니? 무엇부터 할 셈이야? 앞뒤를 재거나 따질 수 있지만, ‘앞뒤’는 그만 보렴. ‘그린 일’을 보렴. ‘그린 일’에는 앞뒤가 없어. 네가 마실 바람도, 네가 쬘 해도, 네가 맞이할 비도, 뭘 먼저 해야 하지 않아. 그대로 보고 받고 품을 일이지. ‘-부터’를 아예 안 따질 수 있을까? 샘물은 어디부터 적셔야 한다고 가르지 않는단다. 비는 어디부터 내려야 한다고 못박지 않아. 이슬은 어디부터 맺혀야 한다고 줄세우지 않아. 그저 하고, 이루고, 나누고, 펴고, 노래하기에 ‘일’이고 ‘하루’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흐를 수 있고, 저녁부터 아침까지 이을 수 있어. 모든 길을 그저 스스럼없이 맞이하면 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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