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3. ‘서평’과 ‘독후감’



  사랑은 ‘사랑’이다. 사랑을 알려면 ‘사람’과 ‘살다·살리다(살림)’와 ‘사이(새)’라는 낱말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한자말 ‘존중’은 ‘사랑’하고 멀다. 사랑을 안 하더라도 얼마든지 모시거나 섬기거나 높일 수 있으니까. 한자말 ‘배려’도 ‘사랑’하고 멀다. 사랑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마음쓰기’를 하면서 자리를 내주거나 돈을 나눠주거나 밥을 나눌 수 있다.


  오늘날은 ‘사랑’이라는 낱말을 사랑 그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고서, 자꾸 다른 낱말을 끼워맞추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랑을 더욱 모르거나 등지면서, 사랑흉내나 사랑시늉이나 사랑척으로 기운다. 이를테면 ‘좋다·좋아하다’를 섣불리 끼워맞추려 하는데, ‘좋다·좋아하다 = 마음에 들다’이고, ‘마음에 들다 = 마음에 안 들면 모두 쳐낸다’는 밑뜻이다. 그래서 ‘좋은글·좋은책’이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안 쳐다보거나 치우거나 등진다”는 굴레로 치닫는다.


  한자말을 풀자면, ‘서평 = 글을 짚으며 말하다’요, ‘독후감 = 글을 읽고서 느끼는 대로 말하다’이다. ‘서평가’란 “글을 찬찬히 짚으면서 꾸밈없이 말하는 사람”일 노릇이라서, 서평가라는 사람은 모름지기 ‘까칠이’일 수밖에 없다. 꾸밈없이 말하려면 ‘좋은말’만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듣기에 나쁜말”을 자주 해야 하니까. ‘독후감’은 누구나 느끼는 대로 밝히는 말이기에, 좋거나 나쁘다고 가를 수 없이, 저마다 다른 삶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는 ‘서평가’가 되기보다는 “사랑을 하며 살림을 짓는 새로운 하루를 스스로 그려서 짓는 사람”으로 서면 된다. 스스로 사랑을 배우고 익혀서 나누는 사람이라면, 글을 읽건 일을 하건 놀이를 하건 노래를 하건 논밭을 일구건 부릉부릉 쇳덩이를 몰건, 언제나 ‘사랑’을 바탕으로 움직이기에, 서로 살리는 길을 저절로 펴게 마련이다.


  굳이 어려운 한자말로 ‘공공성’이라 할 까닭이 없이, 어린이 곁에 서는 쉬운 우리말인 ‘같이’와 ‘함께’와 ‘모두’와 ‘나란히’와 ‘서로’를 그때그때 다르게 살피고 짚으면서 쓸 줄 알면 된다고 느낀다. 감듯이 갓(메)처럼 가는 ‘같이’요, 하늘처럼 하나로 하는 ‘함께’요, 모으는 몸이자 잇는 목처럼 어우르는 ‘모두’요, 나와 너가 도란도란 즐거운 어깨동무인 ‘나란히’요, 일어서고 섬기고 동무삼는 길을 마주보는 ‘서로’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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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숲빛 하늘빛 (2023.6.17.)

― 서울 〈글벗서점〉



  바쁠수록 더 느슨히 하루를 새기면서 말 한 마디에 마음을 담는다면, 어느새 읽고 쓰고 새기는 새길을 가꾸는 길로 나아갈 만하지 싶어요. 느긋할수록 한결 신나게 오늘을 그리면서 말 두 마디에 마음을 얹는다면, 문득 들려주고 듣는 이야기로 살림을 일구는 길을 걸어갈 만하지 싶습니다.


  어제오늘 이야기꽃을 마친 늦은저녁에 새삼스레 책집마실을 하면서 쉽니다. 책벌레는 서울마실을 할 적에 책집에서 쉽니다. 시골에서는 들숲가락을 귀여겨듣고 눈여겨보면서 쉽니다. 큰고장에서는 책을 읽으면서 걷습니다. 시골에서는 멧새를 헤아리면서 거닙니다. 둘레에서 마주하는 모든 숨빛이 읽을거리입니다.


  작은책집 한 곳이 마을에 있기에, 아이어른이 함께 쉬면서 놀고 배울 수 있지 싶어요. 작은들숲이 마을 곁에 있으니, 어른아이가 모두 일하고 어울리면서 노래할 만하지 싶습니다. 우리는 삶을 노래하고, 살림을 이야기합니다.


  〈글벗서점〉에서 낯설면서 새로운 책을 마주합니다. 눈에 익은 책이 있고, 처음 들추는 책이 있습니다. 이미 읽은 책이 있고, 아직 안 읽은 책이 있습니다. 오늘까지 일군 마음밭을 새롭게 일구는 손길로 북돋울 책을 살핍니다.


  ‘생각’이란, 스스로 마음에 일으키려고 차근차근 심는 ‘씨앗’입니다. 생각은 처음부터 ‘씨앗·빛’인 터라 ‘새로울’ 수밖에 없고, ‘생각인 척’할 적에는 언뜻 ‘새로워 보여’도 조금도 안 새롭게 마련이에요. ‘생각품’을 넓히려면, ‘둘레(사회)에서 떠드는 소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스스로 숨결을 짓고 마음에 씨앗을 심는 ‘말’이 있으면 되어요. 스스로 ‘꿈말’을 심는 데에 기운을 들이면, 구태여 바깥소리(사회의식)를 쳐낼 일조차 없이 어느새 빛나는 길에 한 걸음 떼어놓습니다. 무슨 책이든 ‘나’를 바탕으로 헤아리기에 ‘너’를 만납니다.


  시골에서는 숲빛으로 읽고, 시골이 아닌 곳에서는 하늘빛으로 읽습니다. 우리가 펴거나 짓는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서나 숲빛과 하늘빛을 고르게 품으면서 너그럽습니다. 뚜벅뚜벅 걷는 길에 징검다리로 삼는 책입니다. 모든 하루는 빛나는 날입니다. 모든 걸음은 새로운 꽃입니다.


  봄이 저물기에 여름이고, 여름이 저물기에 가을이고, 가을이 저물기에 겨울입니다. 저무는 철이 있어서 새바람이 깨어나요. 지는 꽃이 있어서 씨앗을 새로 맺어요. 읽기에 익히면서 잇습니다. 잇기에 다시 일으켜서 새로 이룹니다. 이루기에 이야기하면서 일구고, 일군 손길이 차근차근 자라서 숲을 이룹니다. 숲은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은 숲을 마주합니다. 사람은 숲과 하늘 사이에 있습니다.


ㅍㄹㄴ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 1 朝鮮》(松井孝也 엮음, 每日新聞社, 1978.7.1.)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 3 臺灣·南洋群島·樺太》(松井孝也 엮음, 每日新聞社, 1978.10.1.)

- 樺太 : 사할린

《朝鮮人女工のうた, 1930年·岸和田紡續爭議》(金贊汀, 岩波書店, 1982.8.20.)

- 東京都新宿區立戶山圖書館 廢棄. 36964. 1982.9.24.

- リサイクル資料

《とりぱん 1》(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6.3.23.첫/2012.5.2.16벌)

《とりぱん 2》(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6.9.22.첫/2013.7.1.14벌)

《とりぱん 3》(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7.5.23.첫/2013.4.10.10벌)

《とりぱん 4》(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7.10.23.첫/2011.12.22.7벌)

《とりぱん 5》(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8.5.23.첫/2011.11.1.5벌)

《とりぱん 6》(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8.11.21.첫/2011.12.22.4벌)

《とりぱん 7》(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9.5.22.첫/2012.4.2.3벌)

《한국 그리스도의 교회 교회사》(김세복, 참빛사, 1969.12.20.)

《신들의 봉우리 1》(유메마쿠라 바쿠 글·다니구치 지로 그림/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2009.9.17.첫/2010.5.31.2벌)

《신들의 봉우리 2》(유메마쿠라 바쿠 글·다니구치 지로 그림/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2009.9.17.첫/2010.5.31.2벌)

《여학교의 별 2》(와야마 야마/현승희 옮김, 문학동네, 2022.5.5.)

#女の園の星 #和山やま

《검찰측의 증인》(애거서 크리스티/최운권 옮김, 해문출판사, 1987.4.20.)

- 교보문고 책싸개

《自己를 찾는 人間》(에리히 프롬/박갑성·최현철 옮김, 종로서적, 1981.9.5.첫/1983.9.10.4벟)

《천사의 앨범》(하마다사끼/김갑수 옮김, 홍성사, 1987.9.20.첫/1993.8.20.14벌)

《만화 나도 멋지게 그릴 수 있다》(이정수 엮음, 민중, 2000.5.20.)

- 일본 그림 베낌

《深夜食堂 1》(安倍夜郞, 小學館, 2007.12.31.첫/2009.9.30.14벌)

《深夜食堂 2》(安倍夜郞, 小學館, 2008.8.4.첫/2009.9.30.10벌)

《深夜食堂 3》(安倍夜郞, 小學館, 2009.2.4.첫/2009.9.30.7벌)

《深夜食堂 4》(安倍夜郞, 小學館, 2009.9.2.)

《わくわくウオッチグ圖鑑 5 田や畑, 畑·水田や小川·ぬま》(內田安茂 엮음, 學習硏究社, 1991.4.1.)

《わくわくウオッチグ圖鑑 8 飼育·觀察》(內田安茂 엮음, 學習硏究社, 1991.4.1.첫/1991.6.8.2벌)

《わくわくウオッチグ圖鑑 9 クジラ·イルカ》(內田安茂 엮음, 學習硏究社, 1993.3.10.)

《星の辭典》(柳谷杞一郞 글·林眞 사진, 雷鳥社, 2016.11.29.첫/2017.7.15.3벌)

《空の辭典》(小河俊哉, 雷鳥社, 2014.4.2.)

《國際法》(橫田喜三郞, 岩波書店, 1933.12.5.첫/1938.9.25.6벌)

《朝鮮戰爭, 金日成とマッカ-サ-の陰謀》(萩原遼, 文藝春秋, 1997.6.10.첫/1997.7.25.3벌)

《ナイルに沈む歷史》(橫田喜三郞, 岩波書店, 1970.10.20.)

《부르는 소리》(니노 살봐네스키/서정화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74.7.10.첫/1986.7.22.중판)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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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13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밧사점 사진이네요.사진을 보니 이사하기 전 동교동 삼거리에 있던 서점 사진인지 아님 새로 이사한 곳 사진인지 궁금하네요.예전글을 보니 이사하면서 오랜된 책들을 모두 폐기처분 했다고 들어서요.그나저나 장발의 머리묶은 모습은 예전 숨책에서 뵐때랑 똑같으시네요^^

숲노래 2025-05-13 04:08   좋아요 0 | URL
첫머리에 마실 날짜를 적었듯, 새터로 옮기기 앞서인 2023년 6월 모습입니다. 저는 늘 그대로 살아가기에 그리 바뀌는 모습은 없되, 수첩을 담는 가방은 늘 낡고 닳아서, 곧잘 바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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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11. 노 지지 (안 뽑는 자유권리)



  아이곁에서는 가없이 너그럽게 살림하려는 마음이지만, 아이빛과 어른빛을 잊거나 잃은 누구한테나 그지없이 까칠하게 마주하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니, 2025년 6월을 앞두고서 “파란놀 씨는 누구를 지지하나요? ‘투표할 사람 없음’을 투표용지에 쓰러 가시나요?” 하고 묻는 분이 제법 많다.


  ‘바른길(정의당)’이란 이름을 버리고서 ‘참일길(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선 곳에서 나온다는 권영국 씨가 어제까지 들려준 거의 모든 말을 하나하나 짚어 보는데, 바야흐로 “노 지지(안 뽑는 자유권리)”를 해야겠다고 여긴다. 난 이쪽이거나 저쪽이지 않고, 그쪽도 아니다. 난 언제나 ‘아이곁’에 서려는 사람이고, ‘어른으로서’ 일하려는 사람이며, 아이랑 어른이 ‘어깨동무하는’ 터전을 일구려는 사람이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셋이라 할 만핟. 첫째는 아이요, 둘째는 어른이요, 셋째는 어깨동무이다. 굳이 넷째를 꼽으라면 들숲메바다이고, 따로 다섯째까지 뽑으라면 해바람비흙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작은이(소수자)’는 ‘성소수자’만 있지 않다. 정작 “가장 작은이”는 ‘어린이’하고 ‘푸름이(청소년)’이다. 그런데 어느 ‘우두머리 들러리(후보)’도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헤아리는 길(정책)은 한마디조차 내뱉지 않는구나. 어깨동무하는 길을 밝히는 들러리도 없고, 들과 숲과 메와 바다를 푸르게 돌보는 길을 말하는 들러리도 없고, 해바람비흙을 아이들한테 아름답게 물려줄 길을 헤아리는 들러리도 없다.


  이 나라를 사랑하면서 살릴 들러리라면, 가덕도 삽질을 얼른 멈추고, 전북 올림픽 뻘짓을 바로 멈추고, 전남 바닷가에서 서울로 잇는 ‘해저특고압송전선’ 삽질도 이제 멈추고, ‘아파트 때려짓는 재개발’을 아예 끝장낼 줄 아는, 군대와 전쟁무기를 차츰 줄여서 아예 없애는 새길을 외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과 대통령과 고위공무원과 여러 기관장 달삯을 밑일삯(최저임금)으로 맞추는 길을 세우고, 국회의원과 대통령과 고위공무원과 여러 기관장 평생연금도 몽땅 없앨 뿐 아니라, 여태 베푼 평생연금과 복지를 돌려받는 길을 세울 노릇이라고 본다. 또한 ‘무안공항 대참사 진상조사’를 벌여서, 모든 썩은 벼슬아치한테 차꼬를 채우면서 나라틀을 바로잡는 길을 이끌겠다고 밝혀야 비로소 들러리라고 본다.


  나는 “노 지지(안 뽑는 자유권리)”이다. 우두머리 노릇을 하고 싶다면, 그동안 일삼거나 저지른 잘못과 말썽과 사달을 놓고서, 먼저 사슬살이(감옥생활)를 톡톡히 치러야 할 뿐 아니라, 우두머리 노릇을 하려면 먼저 모든 돈(재산·부동산)을 시골숲에 맡기고서, 맨몸으로 가난하게 땀흘려 일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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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9. 두 이웃



  어버이날이라던 어제 부산에 와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서 펄 다섯 가지 이야기꽃을 어느 날짜에 할는지 가다듬었다. 서로 좀더 헤아리면서 즐겁게 어울릴 신나는 날을 잡는다. 이렇게 하고서 마감글을 살폈고. 숨돌린 뒤에 저녁수다를 하다가 두 나라 이웃님을 만난다. 두 분은 푸른별을 고루 돌면서 춤꽃을 펴는 길을 걸어간다고 했다. 두 분하고 두런두런 말을 섞다가, 두 분 이름을 듣다가, 문득 마음으로 떠오른 넉줄글이 있다. 얼른 한글로 적고서, 이윽고 일본말과 영어로 옮겨적는다.


  말이란 늘 마음이다. 읽거나 들으면서 주고받는 마음을 말소리로 옮기고, 이 말소리를 새삼스레 글줄로 새긴다. 여태껏 서로 걸은 길은 다르지만, 푸른별에 사랑씨앗을 심는 마음은 나란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몇 마디 말과 글을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서로 다르지만 나란히 푸른별을 일구고 가꿀 손끝과 눈빛을 헤아린다.


  간밤에 빗소리가 굵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빗줄기가 시원하다.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은 빗길이고, 이 비내음과 비노래를 머금으면서 홀가분하다. 

나는 이웃을 만나려고 바깥일을 한다. 나는 동무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림을 짓는 곁님과 아이들하고 보금자리를 돌본다. 너는 누가 이웃이니? 너는 어떻게 동무하는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보살피니? 마음 한 자락을 나누면서 생각이라는 씨앗을 함께 받는 오늘을 살아간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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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TO YOU 님에게 (2024.9.29.)

― 부산 〈국제서적〉



  해거름에 보수동을 찾아갑니다. 어제 살까 말까 망설이던 책이 있어서 ‘한동안 굶으면서 책을 읽으면 되지’ 하고 여기면서 장만합니다. 이제 저녁자리로 옮기는 길인데 〈국제서적〉 앞에서 서성이다가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겉을 ‘TO YOU 님에게 초컬릿’으로 싼 《三中堂文庫 4 그리이스 로마 神話》가 보이는군요. 1982년에 나온 달콤이 겉종이로 쌌으니, 이무렵에 작은책을 아낀 손길입니다.


  저는 1982년에 어린배움터에 들어갔습니다. 이즈음은 종이가 드물고 비쌌어요. 배움터 앞 글붓집에서는 똥종이도 ‘한 자락’씩 팔았습니다. 새하얀 그림종이는 ‘8절지 하나에 20원’이었고, 똥종이는 ‘하나에 5원’이었는데, 쉰이나 온 자락쯤 사면 2원으로 에누리해 주었습니다. 이해에 어린이 버스삯은 60원이고, 어른 버스삯은 110원입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가 없던 때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요사이는 종이뿐 아니라 책을 매우 쉽게 버립니다. 안 읽히거나 안 팔려서 버리기도 하고, 잘못 찍었기에 버리기도 합니다. 지난날에는 잘못 찍힌 책이어도 ‘잘못 찍힌 데’에 종이를 덧대거나 글붓으로 고쳐써서 팔았어요. 때로는 눅은값으로 팔았습니다.


  모든 일을 빈틈없이 마쳐서 선보이는 일은 안 나쁘되, 자칫 쓰레기를 잔뜩 낳습니다. 버림받을 책이 아닌, 되살리고 되읽을 책을 헤아릴 때라고 느껴요. 많이 찍어서 많이 팔고 많이 벌어들이는 길에 책을 끼워넣지 않을 때입니다.


  어제까지 잘못이나 말썽이었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끊거나 그만두면 아름답습니다. 오늘까지 잘하거나 훌륭하더라도, 난데없이 뒤틀거나 비틀면 얄궂습니다. 우리는 어제만 볼 일이 아닌, 오늘과 모레를 함께 볼 일이면서, 언제나 한결같이 볼 일이지 싶습니다. 사랑은 바뀔 수 없어요. 사랑은 한꽃같이 피고서 씨앗을 맺어요.


  이웃을 마주하고 말을 섞습니다. 이웃하고 함께 한자리에 있는 동안, 여태 몰랐던 삶과 사람과 사랑과 살림을 부드러이 헤아립니다. 이웃이나 동무가 아닌 사람을 마주하고 말을 섞을 적에도, 서로 눈과 마음을 틔우거나 여는 조그마한 실마리를 이뤄요. 먼 남남인 그이도 ‘사람’이자 ‘숨결’인걸요. 모두 새롭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기에 밝게 받아들이고 배운다면, 안 반가운 사람을 스치거나 마주할 적에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돌보는 길을 배워요. 누구랑 어울리든 서로 살리는 길을 찾아요. 한 해 모든 날은 서로서로 빛나는 배움날입니다.


  몸을 내려놓고 떠난 어느 이웃님을 떠올립니다. 이웃님은 이제 새가 되어 온누리를 날아다닌다고 느껴요. 문득 고개를 들어 가을하늘을 봅니다. 멧새와 들새와 철새와 텃새를 바라봅니다. 할머니 사랑빛이 골골샅샅 상냥하게 퍼집니다.


ㅍㄹㄴ


《三中堂文庫 4 그리이스 로마 神話》(T.불핀치/장왕록 옮김, 삼중당, 1975.2.1.첫/1981.9.10.중판)

- TO YOU 님에게 초컬릿 200원 82.2.10.

《三中堂文庫 26 復活 下》(톨스토이/박형규 옮김, 삼중당, 1975.2.1.)

- 공급처 영광종합도서. 전화 3-1553번

《三中堂文庫 220 밤과 낮 사이의 기나긴 獨白》(L.린저/홍경호 옮김, 삼중당, 1975.11.15.첫/1978.5.15.중판)

《三中堂文庫 245 二中人格》(도스토예프스키/박형규 옮김, 삼중당, 1976.4.5.첫/1981.5.25.중판)

《三中堂文庫 498 惡靈 1》(도스토예프스키/이철 옮김, 삼중당, 1982.3.10.첫/1986.5.25.중판)

《博英文庫 11 엘리아 隨筆選》(차알즈 램/공덕룡 옮김, 박영사, 1974.5.25.첫/1982.12.20.중판)

《乙酉文庫 101 菜根譚》(홍자성/이주홍 옮김, 을유출판사, 1973.2.28.첫/1982.6.10.10벌)

《村上春樹, 河合準雄に會いにいく》(村上春樹·河合準雄, 新潮社, 1996.1.1.첫/2013.5.28.28벌)

《도해관찰 탐구생활 3 나비와 나방의 무리》(기초과학진흥회, 예술문화사, 1994.1.30.)

《좋은 사람 1∼26》(타카하시 신/박연 옮김, 세주문화, 1998∼2000)

《현재진행형 1∼4》(강경옥, 대화, 199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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