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응식 Limb Eung Sik 열화당 사진문고 37
임응식 지음, 지상현, 열화당 편집부 글 / 열화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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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3.23.

사진책시렁 170


《사진사상》

 임응식

 해뜸

 1986.5.25.



  《사진사상》을 1998년에 처음 만났고, 틈틈이 되읽다가, 2011년을 끝으로 더 되읽지 않습니다. 어떻게 태어난 책인지 여러모로 느꼈고, ‘이웃나라 일본이 추스른 빛길’을 살며시 옮긴 틀을 내려놓지 않고서야 우리 스스로 거듭날 길이란 없다고 느낍니다. 우리 손으로 짓지 않은 빛길이기에 먼나라나 옆나라에서 먼저 세운 틀을 따라가야 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2025년에도 이런 얼거리는 고스란합니다. 그러나 글(시·소설·수필·희곡)이라는 틀을 우리가 안 세웠기에 굳이 먼나라나 옆나라에서 세운 틀을 따라갈 까닭이 없습니다. 수레(자동차)를 우리가 처음 안 만들었으니까, 내내 먼나라나 옆나라 틀을 좇아야 하지 않습니다. 글길뿐 아니라 그림길도 빛길도 살림길도 나라길도 배움길도 믿음길도 생각길도 매한가지입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삶을 일구는 우리가 우리 손발로 차근차근 하나씩 일으키면서 나눌 적에 차분히 빛나면서 참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우리는 삶읽기를 하듯 책읽기를 합니다. 어느 나라 누가 지은 글·그림·빛꽃이든 얼마든지 넉넉히 읽으며 배웁니다. 저마다 스스로 지을 삶·살림·사랑을 그리기에 읽으며 배우고 삭이며 익힙니다. 이제 일본말 ‘사진사상’은 내려놓아야 빛길을 트고 빛꽃을 피우겠지요.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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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으로 와요 2 - 개정판
하라 히데노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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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3.11.

사진책시렁 167


《내 집으로 와요 2》

 하라 히데노리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4.7.31.



  누구나 하루한끼나 하루두끼나 하루세끼, 또는 하루네끼나 하루닷끼를 먹습니다. 때로는 이틀한끼나 사흘한끼를 먹어요. 열흘한끼나 한달한끼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밥을 먹든 물과 바람만 먹든, 다들 받아들이고 내놓습니다. 그러나 밥덩이만큼은 내내 먹지 않습니다. 밥때가 아니라면 굳이 먹어야 할 일이 없습니다. 글을 쓰더라도 내내 쓰지 않습니다. 쓰는 만큼 읽고, 쓰는 만큼 손질하고, 쓰는 만큼 쉬게 마련이에요. 《내 집으로 와요 2》을 펴면, 첫걸음보다 빛꽃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두걸음에서는 조바심을 내다가 조금씩 눈을 뜨는 젊은이가 이리 부딪히고 저리 치이는 삶을 보여줍니다. 스무 살 언저리인 젊은이라서 부딪히지 않아요. 곁에 있는 사람을 스스로 안 알아보려 하기에 부딪힙니다. 이녁은 나중에 서른이나 마흔이나 쉰에 이르러도 똑같이 부딪힐밖에 없습니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온살(100살)이건 두온살(200살)이건 쳇바퀴예요. 무엇을 먹느냐 하면, 보금자리 곁에서 흐르는 숨빛을 먹습니다. 무엇을 쓰느냐 하면, 저마다 제 보금자리에서 짓는 하루를 씁니다. 무엇을 찍느냐 하면, 누구나 스스로 짓고 함께하면서 노래하는 사랑을 찍습니다. 사랑이 없이 찰칵찰칵 손가락질만 하면 사납습니다. 말 그대로 ‘손가락질’이거든요. 사랑으로 찰칵찰칵 한다면 이때에는 손빛놀이입니다. 누구나 똑같은 손과 발과 눈과 귀가 있습니다만, 몸을 다루는 마음에 따라서 아름글이나 아름그림이 태어나고, 밉글이나 밉그림이 불거집니다. 흉내글이나 흉내그림이 왜 나올까요? 시늉글이나 시늉그림이 왜 자꾸 판칠까요? 사랑이 없는 채 추킴질(칭찬)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기에 흉내애 시늉에 훔침질까지 합니다. 사랑이라면 안 훔치고 안 베껴요. 사랑은 스스로 빛나지요. 스스로 빛날 줄 아는 마음이라면, 찰칵이를 오늘 처음 만지는 사람이어도 아름빛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ㅍㄹㄴ


#部屋においでよ #原秀則


“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라, 이제야 알겠군.” (13쪽)


“재능 같은 게 아냐.” “아, 오우마 선배.” “그저 솔직할 뿐이지. 리카의 사진은. 찍은 사람의 마음이 전해져 오거든.” … “하지만 이게 제법, 다들 자기도 모르게 빠져버리는 함정이란 말이지.” “함정이요?” “앵글이나 노출이나 그런 테크닉에만 신경 쓰다가, 그만 푹하고 빠져버리거든!” (70, 71쪽)


“돈 걱정하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찍는다면 어처구니없는 일 아냐.” “아, 네, 정말 고맙습니다.” “그 대신, 좋은 사진을 기대할게.” (195쪽)


“이쪽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돼. 슬프게 느껴지는 녀석도 있고, 즐겁게 느껴지는 녀석도 있겠지.” “아, 그건 어쩐지 저도 알 것 같아요.” “저 할머니네 집, 오늘 저녁 반찬은 뭘까라거나, 몇 명이 살고 있을까, 그런 감정들. 즉 시오무라의 사진은 피사체의 어떤 일면만을 찍은 게 아니란 말이다. 전후좌우, 위에서 아래까지 모든 면이 보이는 사진.” (234쪽)


“설령 자네가 찍는다는 걸 알았다 하더라도, 내가 하루 더 찍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나로서는 그 정도로 타오카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을 테니까.” (301쪽)


“그 사진의 가치를 모르겠다면, 너희들이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놈들이야.” (314쪽)


+


《내 집으로 와요 2》(하라 히데노리/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4)


아니, 지금 좋은 악상이 떠올라서

→ 아니, 막 노래빛이 떠올라서

→ 아니, 문득 노래가 떠올라서

7쪽


매년 하는 연례행사니까

→ 해마다 늘 하니까

→ 해마다 꼭 하니까

133쪽


우리 대학의 히든카드다

→ 우리 뒷심이다

→ 우리 빛힘이다

→ 우리 잠든힘이다

134쪽


피사체의 어떤 일면만을 찍은 게 아니란 말이다. 전후좌우, 위에서 아래까지 모든 면이 보이는 사진

→ 사람을 어떤 한 가지만 찍지 않는단 말이다. 앞뒤왼오, 위에서 밑까지 모든 빛이 보이는 그림

→ 숨빛을 어떤 하나만 찍지 않는단 말이다. 고루고루, 위에서 밑까지 모든 곳이 보이는 빛꽃

234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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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 1987-1989 소대장님은 사진가
장종운 지음 / 눈빛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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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3.11.

사진책시렁 168


《젊은 날의 초상 1987-1989 소대장님은 사진가》

 장종운

 눈빛

 2023.4.25.



  서울에서 한가람을 내려다보며 살지 않눈 사람은 서울에서 제법 돈있는 살림을 알지 못 합니다. 한 채에 100억 원이 넘는다는 집을 사고판 적 없다면, 큰돈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누구는 서울 한복판에서 번들거리는 모습을 그리거나 옮길 만합니다. 그 모습도 삶이거든요. 누구는 서울 기스락이나 서울 언저리 작은고을 살림살이를 그대로 적을 만합니다. 이 모습도 삶입니다. 누구는 서울하고 아주 멀리 떨어져서 고즈넉이 시골살이를 쓸 만합니다. 어느 모습이건 삶입니다. 《젊은 날의 초상 1987-1989 소대장님은 사진가》를 읽으면서 움찔움찔합니다. 안타깝습니다만, ‘소대장님’은 누구보다도 주먹질(군대폭력)하고 무척 가까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주먹질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만, ‘유격훈련·위문공연’ 같은 데에서 그리 거리끼지 않고서 찍을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총알받이(일반보병 소청수)’는 붓 한 자루나 종이 한 쪽조차 주머니에 챙길 수 없이 그저 맨몸으로 뒹굴고 얻어맞을 뿐 아니라, 막말보따리(욕설·인신공격·험담)를 맞아들여야 합니다. ‘소대장님’은 ‘중대장님·대대장님’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찍을 테지만 ‘우리(총알받이)’하고 함께하지는 않습니다. 푼돈에 뒹굴다가 목숨까지 빼앗기는 ‘우리’한테 찰칵이가 있다면 무엇을 찍었을까요? 아마 ‘곰취·칡 사역’이나 ‘도로보수·물골작업·제설작업’이라든지 ‘야간근무·매복·진지보수’라든지 ‘휴가증·외출증’이라든지 ‘주먹으로 아구창을 날리려는 윗내기(고참) 낯빼기’를 찍었을 테지요. 또는 ‘군인한테 바가지를 씌우는 시골(강원·경기) 가게 과자부스러기와 차림판’을 찍을 테지요. 장종운 씨가 담은 ‘소대장님 이야기’에는 ‘하나’를 찍은 옆에 ‘둘’은 있으나, 셋넷이나 대여섯은 없습니다. 그나마 하나랑 둘을 찍은 손길이 반갑습니다만, 이뿐입니다. ‘소대장님’한테는 ‘추억’일 수 있으나, 우리(총알받이)한테는 불수렁(지옥)이었습니다. 불수렁 한복판에서도 담배짬이나 쉴틈이 있습니다만, ‘비무장지대 아닌 완전무장지대’에도 새가 날고 꽃이 핍니다만, ‘천 삽 뜨고 허리 펴기’를 하느라 풀밭에 내던진 삽자루 옆에 피어난 작은 들꽃을 담은 그림이 아니라면, 영 다시는 들추고 싶지도 않은 ‘군대 사진’입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적잖은 총알받이는 ‘위문공연’이 있는 줄조차 모릅니다. 본 적도 없습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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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2.22.

사진책시렁 160


《아프리카의 美》

 미렐라 리키아르디 글·사진

 홍동선 옮김

 범양사

 1982.9.9.



  책이름을 슬쩍 바꾸기만 해도 줄거리를 잘못 읽거나 엉뚱하게 새기게 마련입니다. 《아프리카의 美》라는 이름으로 옮긴 ‘미렐라 리키아르디’ 님 책은 “Vanishing Africa”라는 이름으로 1974년에 처음 나옵니다. 아프리카를 다루는 적잖은 책은 ‘Vanishing’이라는 낱말을 자주 붙입니다. 한글판을 내려는 분은 “아름다움이 사라진다”는 뜻을 알리려는 마음이었을까요? 1982년까지도 쉽사리 마주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살림살이를 ‘아름답다’고 여기며 받아들이자는 뜻이었을까요? 오래도록 이은 살림결을 고스란히 건사한 하루가 ‘아름답다’는 뜻이었을까요? ‘잇다·지키다’란 무엇일는지, ‘오늘·어제’란 무엇일는지, 글과 그림으로 새겨 놓기에 안 사라질는지, 손끝과 발끝으로 하루하루 누리는 즐거운 이야기일 적에는 따로 글이나 그림으로 옮길 까닭이 없이 언제까지나 한결같이 이으면서 누리는 사랑이 아닐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찰칵 찍어 놓아야 안 사라지지 않습니다.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짓는 작고 수수한 마을이 푸른숲을 품으면서 오늘을 열고 앞길을 그릴 적에 그저 곧게 별빛으로 이어가게 마련입니다. 마음에는 남기지 않고서 글과 그림으로만 섣불리 옮길 적에는 어떤 것도 남아나지 않습니다.


ㅍㄹㄴ


#MirellaRicciardi #VanishingAfrica 1974


이 책의 저자 리키아르디는 이 생생한 아름다움을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목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오지를 불굴의 의지와 불요의 용기를 가지고 찾아 다니면서 이제는 보기 힘들어지는 여러 가지 극적인 장면들과 각 부족인들의 특성을 극히 예민하고도 예술적인 감각으로 포착하여 그 아름다운 잔영들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겼다. (188쪽/역자 후기)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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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Choi Min-Shik 열화당 사진문고 19
최민식 지음, 조세희 글 / 열화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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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2.22.

사진책시렁 163


《열화당 사진문고 22 최민식 1957-1987》

 최민식 사진

 조세희 엮음

 열화당

 1987.12.10.



  한때 ‘최민식 사진상’이 있다가 사라졌습니다. 뜻은 나쁘지 않되, 우리나라 사진밭 썩은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말썽거리를 잔뜩 드러낸 채 조용히 감추었습니다. 그런데 최민식 님이 남긴 ‘길이웃 사진’은 ‘공모전 사진’이기도 합니다. 이미 최민식 님은 에드워드 슈타이켄(Edward Steichen) 님이 1955년부터 편 《family of Man(인간가족)》을 따라가는 얼거리였고, ‘공모전에 뽑히려는 사진’을 꽤 많이 찍어서 으레 ‘나라밖 공모전’에 보냈습니다. ‘사진공모전’을 ‘신춘문예’처럼 여겼달까요. 《열화당 사진문고 22 최민식 1957-1987》는 조세희 님이 풀이글을 맡고 꽤 길게 적습니다. 조세희 님도 한동안 목에 찰칵이를 걸고서 제법 찍곤 했습니다. 다만, 조세희 님도 최민식 님도, 이 나라 거의 모든 ‘보도사진가·포토저널리스트’도 하나같이 먼발치에서 ‘찍힐거리’를 찾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은 오히려 안 쳐다보고 ‘멀리 있는 가난하거나 후줄근한 사람’을 구경하듯 찍어야 ‘보도사진·다큐멘터리’가 되는 듯 여깁니다. 스스로 골목집에서 살면, 우리 집과 이웃집을 찍을 적에 저절로 ‘골목사진’입니다. 스스로 잿집(아파트)에서 살면, 우리 집과 이웃집부터 찍어야 저절로 ‘아파트라는 현대문명 사진’을 폅니다. 그렇지만 이 나라 사진작가는 ‘이녁 곁’을 도무지 안 찍거나 숨기더군요. 나(자화상)와 집(생활)부터 찍지 않고서야 어찌 이웃을 이웃으로서 만날까요? 글도 그림도 빛꽃도 목소리로만 못 합니다. 목소리에 앞서 ‘나부터 삶꾼·살림꾼’일 노릇이요, 스스로 삶과 살림을 짓는 손길로 찰칵 누르려고 다가서는 이웃하고 ‘함께살기’를 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빛이 꽃으로 피어나면서 다같이 눈뜰 수 있습니다.


ㅍㄹㄴ


세계 재분할기에 등장해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던 일본이 찍었든, 그들이 남겨 놓은 사진 속의 우리 모습은 모두 1871년의 그것을 닮았다. 나는 그 사진들을 볼 때마다 심한 통증을 느낀다. “보라.” 사진이 하는 말이다. “이때만 해도 너희는 한 민족으로 서 있었다.” (3쪽/조세희)


이른바 제3세계 쪽 예술가나 그들에 관한 자료를 구해 보기 어려웠던 때에, 빛이 가득한 세계만 찍기를 바라는 보이지 않는 압력자와 사진은 무엇보다도 예술적이기 때문에 먼저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심미주의자들에 둘러싸여 이 어려운 작업을, 그것도 삼십 년 동안이나 계속해 온 유일한 작가로 나는 최민식을 이해해 왔다. 문학·미술·음악·연극 등의 분야와는 달리 민족적 현실 인식 또는 민중적 내용·형식과 연결지어 말할 작업이나 운동이 우리 사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5쪽/조세희)


나는 무엇에 점령당하지 않은, 이 말이 모호하다면 남의 사진에 휘말리지 않은, 그리고 출발이 늦었던 후진 세계에 도착해 힘이 센 괴물처럼 행패를 부린 서양 사진에게도 결코 유린당하지 않은 모습을 최민식의 작업에서 보고는 했다. (6쪽/조세희)


최민식의 현실이 그의 동시대 작가들에게 과거가 되는 것은 그들이 남의 땅 작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저쪽을 기준삼았다. 최민식이 현대 사진 문법과는 이제 상관이 없어 보이는 암흑기의 다큐멘터리 작가들을 아는 데 비해 자기들은 우아한 에드워드 웨스턴도 알고, 세계 사진가를 무릎 꿇게 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쏭도 알고, 리차드 아베돈도 알고, 젊은 로버트 프랭크(그러나 실제론는 얼마나 늙었는가)와 이상한 듀안 마이클, 섬뜩한 다이안 아버스, 최근에는 집시들을 따라다닌 요제크 쿠델카에다, 사진에 관한 고상한 에세이를 쓴 롤랑 바르트, 수잔 손타그 그리고 발터 벤야민까지, 그들은 정말 아는 것이 많았다 … 그들은 ‘예술’만 생각하고, 민족이 당하는 고통에는 등을 돌렸다. 그러나 최민식은 달랐다. (7쪽/조세희)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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