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선거 다독다독 청소년문고
보리스 르 루아 지음, 엘렌 조르주 그림, 김지현 옮김 / 큰북작은북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12.17.

푸른책시렁 177


《우리들의 선거》

 보리스 르 루아 글

 엘렌 조르주 그림

 김지현 옮김

 큰북작은북

 2012.3.21.



  이끌어 가는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고 여기는데, 누가 앞장서기에 함께 나아가지 않습니다. 누가 앞에 있어서 어느 길을 가지 않아요.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이곳에서 서서 다 다르게 다다르려는 길입니다.


  이끌어 가는 몫으로 누구를 뽑기에 끝나지 않아요. 이끎이는 그저 이끌 길을 먼저 살필 뿐입니다. 무턱대고 이리로 밀거나 저리로 당겨야 하는 이끎이가 아닙니다. 이 길은 왜 갈 만하고, 저 길은 왜 안 갈 만한지, 낱낱이 짚고 알려줄 몫인 이끎이입니다.


  2024년 12월에 우리나라 이끎이라 할 우두머리를 끌어내렸습니다. 끌려내린 이끎이요 우두머리는 사람들이 모조리 못마땅합니다. 그이가 보기에 나라 여러 곳이 곪거나 썩거나 비틀렸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잘 모르더라도 그이가 잘 알아볼 길이 틀림없이 있어요. 다만, 이끎이는 혼자 멋대로 달려가는 자리가 아니에요. 아무리 자그마한 일을 꾀하든, 모조리 사람들한테 먼저 차분히 들려주고 밝히고 알린 다음에 귀를 기울일 자리입니다.


  먼저 이모저모 해보라고 일삯을 넉넉히 챙기지요. 먼저 두루 고루 여러 가지를 알아보라면서 여러모로 힘도 챙깁니다. 그런데 끌려내린 그이는 돈과 이름과 힘을 마치 혼자 쥐고서 휘저어도 되는 듯 굴었어요. 우두머리(대통령)란, 일꾼이자 심부름꾼이고 머슴이어야 할 노릇인데, 이 대목을 잊어요. 우두머리 한 사람뿐 아니라 숱한 벼슬아치도 그들이 일꾼이요 심부름꾼이며 머슴인 줄 까맣게 잊습니다.


  《우리들의 선거》는 프랑스 어느 배움터에서 벌어진 일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누구를 뽑느냐”는 하나도 안 대수롭다는 대목을 잘 풀어냅니다. 왜냐하면, 누구를 뽑든 “뽑힌 사람”은 고루 살펴서 두루 일할 몫이에요. 일꾼을 뽑은 사람은 일꾼이 제대로 일하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도울 몫입니다. 일만 맡기고서 팔짱을 끼거나 딴청을 하면, 이때부터 일꾼이 막나가게 마련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이란, 함께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서, 한 사람이 나서서 이야기를 추스른다는 뜻입니다. 한 사람 목소리만 낸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프거나 괴롭거나 힘들 사람이 없도록, 모두 돌아보고서 일을 할 적에 비로소 일꾼입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우리 민낯과 속낯을 다 살펴야 합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스스로 하고 함께 나누며 서로 도와가는 길”을 잊지는 않는가요? 설마 “바보는 투표할 권리가 없다”는, 그야말로 바보스런 마음에 사로잡히지는 않나요?


ㅅㄴㄹ


“저런 바보도 투표할 권리가 있나요?” “당연히 있지. 아나르, 친구한테 그런 말 하면 못써. 자, 계속 설명할 테니 잘 들어라.” (61쪽)


“고마워! 하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반을 대표할 사람으로서 친구들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좋겠어.” (72쪽)


“그게 뭐가 중요하니?” “그러지 마. 진짜 중요한 문제야! 아무 생각 없이 반장이 되는 건 어쩌면 일종의 사기일지도 몰라. 진짜가 아니라고.” (98쪽)


탁자 위에 놓인 단단한 음식 상자를 보자 입맛이 싹 가셨다. 우리에게 필요한 열랑과 영양소를 고려하여 만들었을 테지만, 오늘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107쪽)


내 입속에서 계속 이런 말이 맴돌았다. ‘어른들은 이제 상상의 독재를 끝내야 해요! 어른들의 상상은 병들었어요. 너무 틀에 박혔다고요. 이제 우리들의 상상에 맡길 때예요.’ (134쪽)


#Quand J'etais Petit Je Voterai (2007년)


+

《우리들의 선거》(보리스 르 루아/김지현 옮김, 큰북작은북, 2012)


몇 가지 특별 대우를 해주겠다고

→ 몇 가지 더 봐주겠다고

→ 몇 가지 더 누릴 수 있따고

18쪽


다른 나라에서 이민을 왔기 때문이다

→ 다른 나라에서 왔기 때문이다

→ 다른 나라에서 건너왔기 때문이다

22쪽


다음주 이 시간에 투표로 결정한다

→ 이레 뒤 이맘때 뽑기로 한다

→ 이레 뒤에 가리기로 한다

24쪽


나는 륀느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고 싶다

→ 나는 륀느가 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다

→ 나는 륀느가 바라면 다 들어주고 싶다

32쪽


아이들을 향해 거침없이 하얀 분무를 뿜어냈다

→ 아이들한테 거침없이 하얗게 물을 뿜어냈다

→ 아이들한테 거침없이 하얗게 뿜어냈다

41쪽


싸워서 이기는 법이 아니라 바로 페어플레이 정신인데 말이야

→ 싸워서 이기기가 아니라 바로 착한 마음인데 말이야

→ 싸워서 이기기가 아니라 바른길인데 말이야

42쪽


마침내 결전의 순간이 왔다

→ 마침내 맞서는 날이다

→ 마침내 붙는 때이다

→ 마침내 겨룬다

56쪽


더 좋은 학교로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 더 나은 배움터로 일구고 싶습니다

→ 즐거운 배움터로 가꾸고 싶습니다

81쪽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아이들

→ 척척 움직이는 아이들

→ 살뜰히 움직이는 아이들

→ 반듯하게 움직이는 아이들

106쪽


셀프서비스 줄에 끼어 서게 되었고, 순식간에 배식이 끝났다

→ 혼줄에 끼었고, 어느새 밥을 다 나눴다

→ 스스로줄에 서고, 어느새 나눔밥이 끝난다

10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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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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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12.17.

푸른책시렁 178


《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정수윤 옮김

 창비

 2020.8.20.



  두 사람이 쓴 《두 개의 여름》을 읽었습니다. 책이름이 좀 얄궂습니다. 우리말로 제대로 옮기자면 “두 여름”이나 “두 가지 여름”입니다. 줄거리를 살핀다면, 두 사람이 다르게 바라보고 품은 여름을 들려주니, “두 사람 여름”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러한 이름 그대로 두 사람이 두 눈썰미로 어느 여름을 돌아보면서 차분히 풀어낸 얼거리입니다. 개구지게 노는 아이가 있고, 짐짓 뽐내는 아이가 있어요. 들숲바다에 해바람비를 고스란히 안는 아이가 있다면, 먹물만 잔뜩 드느라 들숲바다에 해바람비를 멀리하는 아이가 있어요.


  오늘 우리 삶자락을 돌아보면, 오늘날 아이어른은 나란히 먹물만 잔뜩 들어요. 손전화나 누리집을 다루는 솜씨는 빼어나되, 막상 하늘을 보며 날씨를 못 읽습니다. 부릉부릉 몰거나 버스·전철을 잘 갈아타되, 정작 숲길과 들길을 호젓이 거닐 줄 모릅니다. 가게에 가서 더 낫거나 싸거나 좋다는 살림살이를 살 줄 알지만, 거꾸로 손수 품을 들여서 짓거나 가꾸거나 일구는 하루는 까맣게 잃습니다.


  두 여름 가운데 어느 쪽이 낫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두 아이어른 가운데 어느 자리가 맞다고 할 마음도 없습니다. 나란히 놓으니 두 길이 사뭇 또렷하게 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제 서울이나 시골이나 똑같은 얼개이면서 똑같이 가르쳐요. 시골아이라고 해서 들놀이나 숲놀이나 바다놀이를 누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골은 아이들을 모두 부릉부릉 태워서 집이랑 배움터 사이를 슥 가로지릅니다.


  서울에서도 걸어다니는 아이는 드물어요. 엄마아빠가 부릉부릉 태웁니다. 이제 아이들은 거의 ‘짐’이에요. 실어서 날라 주는 짐입니다. 배움책(교과서)을 달달 외워야 하는 짐이고, 배움수렁을 거쳐서 종이(졸업장·자격증)를 거머쥐지 않고서는 아무런 꿈을 못 그리는 짐입니다.


  이런 판에 다들 무엇을 하는 하루일까요? 아이들이 죄다 일찌감치 늙어가는데, 애늙은이로 뒹구는 아이를 그저 신나게 뛰놀면서 눈망울이 반짝이는 아이로 품으려는 길은 누가 살피고 생각하는가요?


ㅅㄴㄹ


아버지는 침에 젖은 못을 가져가 울타리에 쾅쾅 박습니다. “겐타로 아버지는 학자라서 아무하고도 말 안 하는 거야?” 아버지는 말없이 못을 쾅쾅 박습니다. “겐타로는 있잖아, 장수풍뎅이도 냄새난다고 못 만져. 무서운 거겠지.” (14쪽)


나는 잘난 척하는 교코를 흉내 내며 두 사람 뒤를 따라갑니다. 둘이서 돌아보더니 번갈아가며 “워이, 워이.” 하고 나를 내쫓습니다. 나는 그 애들을 제치고 달려가 뱀 허물을 넣어둔 나무 동굴에 숨었습니다. (25쪽)


“어릴 때부터 무덤을 좋아했습니다.” “애치곤 섬뜩하네요. 어릴 때 불행한 일이라도 있었나?” “왜요? 평범했어요.” 남자는 운전을 하며 잠든 도시코를 몇 번이나 돌아봤다. “귀엽네.” (102쪽)


#ふたつの夏 #佐野洋子 #たにかわしゅんたろう


+


《두 개의 여름》(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정수윤 옮김, 창비, 2020)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잊었다

→ 배웠지만 더 많이 잊었다

→ 배웠는데 더 많이 잊었다

→ 배웠어도 더 많이 잊었다

9쪽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이상하게 생글거리게 됩니다

→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얄궂게 생글거립니다

→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어쩐지 생글거립니다

21쪽


오후에 산보도 할 겸

→ 낮에 마실도 하려고

→ 낮에 나들이 삼아

→ 낮에 좀 걸으면서

22쪽


너무 지루에서 벼랑 위 나무에 올랐습니다

→ 너무 심심해서 벼랑나무에 오릅니다

→ 너무 따분해서 벼랑나무에 오릅니다

30쪽


모자가 훨씬 멋있어졌습니다

→ 쓰개가 훨씬 멋있습니다

→ 갓이 훨씬 멋스럽습니다

37쪽


논문은 예정대로 썼지만 건성으로 작업한 기분이 든다

→ 글은 마감에 맞췄지만 건성으로 쓴 듯하다

46쪽


근 한 달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 거의 한 달을 하루글을 안 썼다

→ 한 달 즈음 하루쓰기를 안 했다

46쪽


참관일에 늘 엄마가 온다

→ 구경날에 늘 엄마가 온다

→ 보는날에 늘 엄마가 온다

51쪽


모자 차양을 살짝 고쳤다

→ 해가리개를 살짝 고친다

54쪽


나는 한 번도 작문을 쓰지 않았다

→ 나는 글을 아예 안 썼다

→ 나는 글쓰기를 그냥 안 했다

67쪽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75쪽


게이는 결혼을 못 하니까

→ 한꽃은 짝을 못 맺으니까

→ 나란이는 같이 못 사니까

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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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네버랜드 클래식 31
E.T.A. 호프만 지음, 문성원 옮김, 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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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1.13.

맑은책시렁 273


《호두까기 인형》

 E.T.A.호프만 글

 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6.12.20.



  눈을 뜬다고 할 적에는 여러 뜻입니다. 느긋이 자고서 새로 하루를 맞이한다는 뜻이고, 이제껏 못 보던 모습을 스스로 알아보려고 틔운다는 뜻이고, 어느새 철이 들며너 둘레를 품는 마음으로 일어선다는 뜻입니다.


  눈을 안 뜬다고 할 적에도 여러 뜻이에요. 잠자리에서 사납게 시달린다는 뜻이고, 여태 안 보던 모습을 아직도 안 보려고 웅크리거나 닫아건다는 뜻이고, 좀처럼 철이 안 들 뿐 아니라 둘레를 못 품는 좁은 수렁에 사로잡힌다는 뜻입니다.


  오랜 이야기인 《호두까기 인형》(E.T.A.호프만 글·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6)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삶을 빗대어서 풀어냅니다. 겉으로만 훑으면 도무지 못 알아보는 줄 짚어요. 속으로 바라보고 풀려고 하기에 서로 기꺼이 마음을 틔워서 만나는 길을 속삭입니다.


  무엇이 값질는지 헤아려야 합니다. 무엇이 삶이고 살림이며 사랑인지 알아보려는 눈을 뜰 일입니다. 무엇이 서로 잇는 줄이나 끈인지 익혀야 합니다. 오늘 이 하루를 어떻게 가꾸고 돌보기에 스스로 반짝반짝 깨어날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값지거나 비싸기에 좋지 않아요. 그렇다고 나쁘지 않아요. 값진 것은 값질 뿐이고, 비싼 것은 비쌀 뿐입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여기는 것이나 곳에는 ‘좋음·나쁨’이 도사릴 뿐, ‘살림·사랑’은 못 깃듭니다. 살림과 사랑이 못 깃들면 숲하고 동떨어져요.


  좋으냐 나쁘느냐 하고 다투는 사이에 살림하고 사랑 모두하고 멀다면, 이 하루는 무슨 보람일까요? 좋으냐 나쁘느냐 하고 툭탁거리느라 숲을 잊는다면, 우리는 ‘시늉사람(인형)’일 뿐입니다.


ㅅㄴㄹ


마리는 이 다정해 보이는 인형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보면 볼수록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인상이라고 굳게 믿었다. (25쪽)


“너무 화내지 마. 오빠도 일부러 널 골탕 먹이려고 한 건 아니야. 거친 병정놀이를 하다 보니 좀 드세진 것뿐이야. 내가 장담하는데, 오빠도 원래는 아주 착해.” (36쪽)


호두까기 인형은 예쁜 허리띠보다 마리가 준 소박한 리본으로 꾸미는 게 더 마음에 들었다. (48쪽)


“그렇지만 내가 아니라 바로 너, 오로지 너 한 사람만이 호두까기 인형을 구해 줄 수 있단다. 그러니 지금 그 마음이 변치 않도록 마음을 굳게 먹으렴.” (112쪽)


번쩍번쩍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 숲과 투명한 마지팬 성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나라, 그런 것을 볼 줄 아는 눈만 있다면 온갖 멋지고 근사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1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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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 건강을 통해 바라본 세상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31
권세원 외 지음, 이연정 그림, 시민건강연구소 기획 / 철수와영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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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1.13.

맑은책시렁 309


《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시민건강연구소 밑틀

 철수와영희

 2023.9.23.



  요즈음은 다 잊어버렸구나 싶은데, 아기가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손으로 쥐고 발로 설 무렵부터는, 으레 알몸으로 뛰어놉니다. 아이는 ‘천으로 지은 옷’을 반기지 않습니다. 더구나 아이는 발에 뭘 꿰거나 손에 뭘 끼고 싶지 않습니다. 맨몸에 맨손에 맨발로 다니려는 아이입니다.


  아이는 왜 언제 어디에서나 맨몸이려고 하는지 찬찬히 짚을 노릇입니다. 아이는 온누리 모두를 처음부터 새롭게 스스로 맛보고 겪고 만나서 알려고 하거든요. 손에 뭘 끼우고서 쥐면 제대로 못 느껴요. 발에 신을 꿰면 나무를 타거나 들판을 달릴 적에 제대로 못 느낍니다. 아이는 슈룹도 내키지 않아요. 아이는 바람을 고스란히 쐬고 싶고, 빗물을 실컷 맞이하면서 놀고 싶습니다.


  《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시민건강연구소 밑틀, 철수와영희, 2023)는 우리가 튼튼하게 어우러지는 길이란 무엇인지 들려주려고 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몸을 돌보는 길을 어떻게 배울 만한지 엮는 줄거리입니다. 이 줄거리는 여러모로 뜻있다고 느끼는데, 막상 ‘시민건강연구소’는 아이가 왜 아이요, 아기는 왜 아기이며, 사람은 왜 사람인지 같은, 맨 먼저 살필 대목을 놓친 채 줄거리를 풀어가는구나 싶어요.


  이른바 ‘병원·의사·약국’이 우리 몸을 돌보는 바탕일 수 없습니다. ‘병원·의사·약국’이 없는 시골이에요. 온누리 모든 시골은 어버이가 길잡이요 돌봄이 노릇을 나란히 했습니다. 어버이는 또 한어버이가 길잡이에 돌봄이 몫을 했습니다.


  요즘에 이르러서야 밥결(영양소)을 따지지만, 굳이 밥결을 안 따진 채 오래오래 살아오면서도 사람들은 스스로 살갗과 몸과 뼈와 눈코귀입과 마음으로 밥결을 비롯한 모든 길을 읽고 잇고 나누었어요. 어떤 물이 맑고 싱그러운지 알려면, 스스로 물을 손바닥에 얹고서 느낄 노릇입니다. 스스로 물내음을 맡고서 마셔도 될는지 아닌지 가릴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우리 몸에 깃들 물과 바람과 밥을 저마다 스스로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바꿀” 줄 알면 되어요.


  잔치밥이라 하더라도, 밥자리가 거북하면 우리 몸을 못 돌봅니다. 풀밥(채식)이라지만 지나치게 먹거나 몇 가지만 먹어도 우리 몸을 못 돌봐요. 안 즐거운 채 골을 부리거나 근심걱정이 가득하면서 풀밥만 먹는들, 스스로 몸을 못 살려요. 주전부리를 먹건 고기를 먹건 빵을 먹건, 스스로 활짝 웃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즐겁고 오순도순 여미는 자리일 적에, 우리 몸을 살리는 먹을거리입니다. 옷도 집도 매한가지예요. 값지꺼나 좋다는 밑동으로 지어야 알찬 옷이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손길로 가꾸고 다듬을 때라야 우리 몸에 이바지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몸을 돌보려면, ‘모둠밥(급식)’이 아닌 ‘도시락’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른 몸이고, 다 다른 살림결입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도시락을 쌀 줄 알아야, 스스로 살리는 밥길을 추스릅니다. 다 다른 아이는 먹는 밥뿐 아니라 먹는 부피도 달라요.


  어린이를 사랑하려는 어른이라면, 이제 쇳덩이(자동차)를 확 치우거나 줄일 노릇입니다. 배움터 둘레로는 어떤 쇳덩이도 드나들지 않도록 막고서, 홀가분히 걷고 뛰고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곳곳에 돌봄터(병원)를 잔뜩 세우는 나라”가 아닌 “곳곳이 들숲바다로 짙푸른 삶터로 거듭나는 나라”여야지 싶습니다. 늘 튼튼한 사람이 돌봄터에 가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고뿔이 나면 하루이틀쯤 푹 쉬면 스스로 거듭나면서 털게 마련입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서른 해나 쉰 해 넘도록 돌봄터를 아예 간 적이 없는데 한결 튼튼합니다. 숱한 아이들은 이따금 몸살을 앓으면서 한결 단단히 거듭나요. 돌보는 길은 ‘사랑으로 짓는 보금살림’이 바탕일 노릇입니다. ‘시민건강연구’가 나쁘지는 않지만, 우리는 먼저 ‘들숲바다’부터 살피고 품을 일이라고 느껴요. 어른부터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맨몸으로 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른부터 맨몸에 맨발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이라면, 아이는 맨몸에 맨손에 맨발로 실컷 뛰놀면서 해바람비를 한가득 품으면서‘늘튼튼’으로 피어난다고 느껴요.


ㅅㄴㄹ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해 보이는 기준이지? 쉬는 공간·쉬는 시간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종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야.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어른, 우리 모두에게 중요해. (53쪽)


어른들이 친구들에게 ‘차 조심해’라는 말을 자주 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찻길이 많은 거야? 경제 활동을 위해, 상품을 운반하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데 도로가 필요해서지. 어른들은 큰 도로를 만들 때 경제적 이익을 제일 먼저 생각해. 친구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은 크게 고려하지 않아. 어린이들은 사고를 당하기 쉽고, 사고가 났을 때 어른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는데도 말이지. (70쪽)


어른들은 흔히 어린이는 아직 어려서 판단할 수 없다면서, 특정한 기능을 강요해. 영어를 잘해야 하고,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 하지만 내 삶에 관한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해. (83쪽)


만약 원하는 사람만 보험료를 내도록 한다면 지금 당장 돈이 많거나 건강한 사람은 보험료를 내지 않을 거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병원에 갈 수 없을 거야. (102쪽)


+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기

→ 가려먹지 않고 골고루 잘 먹기

→ 밥투정 않고 골고루 잘 먹기

7쪽


아플 때 쉬는 건 모두의 권리야

→ 아플 때는 누구나 쉬어야 해

→ 아프면 다들 쉬어야 해

15쪽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아플 때 쉴 권리인 병가를 보장하지 않고 있거든

→ 우리나라 일틀은 아플 때 쉴 몫인 앓는쉼을 마련하지 않거든

→ 우리나라 일꽃은 아플 때 쉬도록 아픈쉼을 받쳐놓지 않거든

15쪽


코로나 블루에 대해 들어 봤니?

→ 눈물앓이를 들어 봤니?

→ 눈물꽃을 들어 봤니?

17쪽


잠을 자지 못해 수면까지 부족하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어

→ 잠을 못 자면 쓰러질 수도 있어

→ 잠이 모자라면 무너지 수도 있어

20쪽


어떤 의견을 가질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

→ 어떻게 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바라

→ 어떻게 말할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

25쪽


시력을 완전히 잃는 일이 일어났어

→ 눈을 잃었어

→ 눈이 멀었어

→ 눈이 안 보여

39쪽


명절증후군은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잔치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설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 가을앓이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54쪽


세계 110개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귀화했어

→ 110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왔어

→ 110나라 사람들이 이 땅으로 왔어

→ 110나라 사람들이 이 나라에 깃들었어

94쪽


어려움을 겪는 건 인간만이 아니야

→ 사람만 어렵지 않아

107쪽


무엇이 문제를 바로잡는 결정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 어떻게 일을 바로잡을는지 생각을 해보자

→ 어떻게 말썽을 바로잡을는지 생각하자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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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굼 낮은산 작은숲 11
박기범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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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1.4.

맑은책시렁 335 또래 사이에서 조금 굼뜬 아이는


《낙타굼》

 박기범 글

 오승민 그림

 낮은산

 2008.4.10.



  요사이는 흔히 쓰지만 ‘청소년’은 처음부터 있지 않던 말입니다. 일본이 이 나라를 집어삼키면서 세운 배움틀(교육과정)에 아이들을 맞추어 넣을 무렵부터 생긴 낱말입니다. 예전에는 이른맺이(조혼)가 있었는데, 철드는 즈음에 짝을 맺던 살림길입니다. ‘아이’라는 이름에서 ‘어른’으로 넘어서는 즈음이 ‘철드는 때’입니다. 나이는 적더라도 철이 들기에 ‘어른스럽다’라 하고, 나이는 많으나 철이 안 들기에 ‘아이같다’고 여깁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바야흐로 철이 들락 말락”하는 무렵을 푸른날(청소년기)이라고 할 만합니다.


  《낙타굼》에는 아직 철들지 않은 채 뒤엉키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철이 드는 마음이라면 동무를 가볍게 여기거나 놀리는 일이란 없습니다. 철이 안 들기에 동무를 가벼이 밀치거나 놀립니다. 주먹을 휘두르거나 무리지어서 괴롭히는 모든 짓은 철없는 마음으로 바보스레 일삼는 수렁입니다.


  어버이가 물려준 이름은 ‘구름’인데, 한또래는 자꾸 어느 아이한테 ‘굼’으로 뭉뚱그려서 부릅니다. 어느 아이는 조용조용 살피고 생각하면서 움직일 뿐이지만, 굼뜨거나 굼벵이 같다면서 ‘굼’으로 뭉뚱그려 부르고, 이 앞에 ‘낙타’라는 이름까지 끌어들입니다.


  그런데 온누리 어떤 이름도 얕보거나 깔보는 뜻이 없습니다. ‘굼벵이’라는 이름은, 매미로 깨어나기 앞서 일곱 해나 열일곱 해를 곰곰이(굼굼이) 나무뿌리 곁에서 꿈을 그리는 결을 나타냅니다. 오늘날 낱말책에는 따돌림말로 잘못 다루는 ‘벙어리’는 벙긋·봉긋·방긋하고 맞물리고 방글·벙글·빙글로 이어서 방그레·벙그레·빙그레처럼 소리없이 부드러운 웃음짓을 나타내는 낱말이요, ‘봉오리·꽃봉오리’처럼 소리없이 가만히 피어나는 꽃송이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어떤 이름으로 누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릴 적에는 ‘그 이름’이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 그 이름을 ‘나쁘게 깎거나 갉는 마음’이 깃들 뿐입니다.


  그렇다면 《낙타굼》에 나오는 아이는 한또래가 놀림삼아서 부르는 ‘낙타굼’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이는 스스로 어찌 받아들이면서 견디거나 지내거나 넘어설 수 있을까요.


  배움터 모둠에는 나이가 같은 아이를 한자리에 몰아놓습니다. 이 아이들 가운데 어느 아이는 또래보다 일찍 깨닫거나 움직입니다. 어느 아이는 또래보다 천천히 깨닫거나 느긋이 움직입니다. 모든 아이는 다르고, 모든 어른도 다릅니다. 어느 아이는 말을 조잘조잘 길게 잘 할 테고, 어느 아이는 한 마디조차 더듬더듬하면서 짤막하게 한두 마디 섞기도 버겁습니다.


  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이는 혼자 생각에 잠깁니다. 또래보다 한참 뒤에 서서 가만히 생각을 그립니다. 낙타란 어떤 짐승이고 어떤 삶일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문득 낙타는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꿈에서 낙타를 만난다지요. 아이도 어느새 낙타로 몸이 바뀐 채 드넓은 모래밭에서 또래 낙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때 아이는 다른 또래하고는 그야말로 다른 삶길을 듣고 보고 배웁니다. 낙타는 그저 모래밭에서 스스로 길을 찾고 읽고 살아갈 뿐입니다. 들에서 달리는 말은 들판에 맞는 몸이라면, 낙타는 모래밭에 맞는 몸입니다. 가만히 보면 ‘모래말’인 낙타입니다.


  아이는 아이 스스로 가장 맞는 몸과 마음을 입고 태어날 뿐입니다. 굳이 남하고 나란히 놓고서 키재기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아빠를 아예 못 만나다시피 하면서 할머니랑 할아버지하고 살아간다는데, 엄마사랑과 아빠사랑은 모르고 못 받더라도, 할머니사랑과 할아버지사랑을 날마다 누립니다. 사랑받지 못 하는 삶이 아니라, 늘 사랑받는 삶이요, 다른 또래하고는 그냥 ‘다르기만 하면서 똑같은 사랑’으로 하루를 걸어가는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린배움터(초등학교)를 마치고서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로 접어들면 벌써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히는 얼거리입니다. 이미 어린배움터부터 배움수렁이기도 합니다. 거의 불가마 같은 수렁인데, 모든 아이가 대학졸업장을 따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천천히 배우고 느긋이 살피며 찬찬히 살림을 짓고 싶은 아이가 다니면서 노래할 푸른배움터는 있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나 중학교 졸업장만 있어도, 또는 아무 졸업장이 없이도, 스스로 삶과 살림을 짓는 사랑으로 나아가고픈 아이들을 이끌고 북돋울 푸른배움터가 있는지요?


  함께 짓는 살림을 같이 누리면서 일구기에 이 삶이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다 다른 아이가 다 다른 이름으로 제 발걸음에 맞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날랜 ‘들말’도 있지만, 참한 ‘모래말’도 있습니다.


ㅅㄴㄹ


교실에서 한 반 아이들이 낄낄거려 떠드는 얘기라면 담임선생님이라고 모르고 지나갈 리 없겠지. 선생님도 참지 못하고 그만 풉!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 (10쪽)


“너도 슬픈 일이 있니?” “슬프다니?” “으응, 낙타들을 보면 모두 눈이 슬퍼 보여서. 너도 그렇고.” “꼭 사람 같은 말을 하는구나.” (48쪽)


“할미가 돈이 없어 그것 하나 못 보내 줘 미안하다.” 할머니는 마늘을 까다 맵다고 눈을 비볐어. 이거라도 해야 우리 손주 깨끗한 공책이라도 사 줄 수 있다며 눈물 괸 눈으로 힘없이 웃으면서 말이야. (59쪽)


낙타굼은 깜짝 놀랐어. 할머니는, 우리 새끼가 어째 혹이냐고 화를 내시면서 다 늘그막에 온 선물 같은 아이라는 말까지 하셨거든. (74쪽)


+


《낙타굼》(박기범, 낮은산, 2008)


아이가 된 것 같은 마음이었어요

→ 아이가 된 마음이었어요

5쪽


괜스레 어른인 양

→ 굳이 어른인 척

→ 덧없이 어른처럼

6쪽


그 얘기를 시작으로

→ 그 얘기부터

→ 그 얘기가 터지고

15쪽


아이에게만 남다른 게 있었다면

→ 아이만 남다르다면

15쪽


다 같이 잘 어울렸지

→ 다같이 어울렸지

16쪽


꼭 이거다 싶은 게 쉽게 찾아지지 않았어

→ 꼭 이렇다 싶은 말을 쉽게 찾지 못했어

21쪽


두 패로 갈린 아이들은

→ 둘로 갈린 아이들은

→ 두 쪽으로 갈려서

→ 두 무리로 갈려서

26쪽


아득하게 펼쳐진 사막 위를 헤어져 홀로 걷는 낙타 식구처럼

→ 아득한 모래벌에서 헤어져 홀로 걷는 모래말네처럼

39쪽


물을 먹을 수 있는 땅을 만나게 되어 있지

→ 물을 먹을 수 있는 땅을 만나지

46쪽


기다리면 곧 찾아질 거라는 걸 믿으니까

→ 기다리면 곧 찾으리라고 믿으니까

→ 기다리면 곧 찾는다고 믿으니까

53쪽


지난번 이야기 나누던 걸 잊었냐고

→ 지난 이야기를 잊었냐고

63쪽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가만히 견디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야

→ 무엇을 기다린다고 가만히 견디기만 하지 않는 줄 말이야

→ 무엇을 기다릴 적에 가만히 견디기만 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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