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7. 영업을 못 하는 책집



  “장사(영업)를 잘하는 가게”로 〈올리브 영〉을 꼽는 만큼, “장사(영업)를 못하는 가게”로 마을책집을 꼽을 수 있다고도 여길 수 있다만, “모든 사람이 시끌벅적한 곳에서 마음을 찬찬히 기울여서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다. 이미 돛데기장사판으로 바뀐 〈서울국제도서전〉이다만, 〈서울국제도서전〉은 그곳에 자리를 내놓은 거의 모든 곳이 손님 발길을 잡으려고 끝없이 목청을 돋운다. 그곳에 발걸음을 디딜 때부터 ‘시끌벅적·왁자지껄’이 춤춘다. 그래서 〈서울국제도서전〉은 ‘돛데기장사판’일 뿐, ‘온갖 다 다른 책을 살피고 읽으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책마을 일꾼을 만나기’도 하는 데하고는 아주 동떨어진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유화’라는 말썽거리도 있다. 이 책잔치를 꾸려온 ‘출협(대한출판문화협회)’은 “도서전 안정적 운영”을 꾀하려는 뜻이라면서 ‘주식회사 사유화’를 몰래 밀어붙였다. 그런데 출협은 ‘2023년 서울도서전 홍보대사’로 ‘박근혜 무렵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실행자’인 오정희 씨를 밀어붙였다. 이러고서 이때 불거진 말썽거리를 출협 스스로가 아닌 나라(정부) 탓이라고만 슬그머니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갔다. 또한 출협은 그동안 나라에서 ‘서울도서전 이바지돈(지원금)’을 받고서 ‘정산내역 미공개’로 어물쩍 넘어갔다. 또한 출협은 ‘2024년 서울도서전에 국가지원이 없었다’는 거짓말을 했다. 2024년에는 ‘나라에서 서울도서전 참가사한테 직접지원’을 했다. ‘출협에서 정산내역 미공개’를 하기 때문에 ‘서울도서전 참가사한테 하나하나 직접지원’을 하면서 2024년은 어느 해보다 책잔치가 잘되었는데, 이러한 대목을 숨기기에 바빴다.


  오늘날 마을책집은 큰길가 아닌 골목에 고즈넉이 깃들곤 한다. 시끌벅적한 데가 아닌 차분하고 조용한 데에 마을책집을 둔다. “책을 안 팔려는 뜻”이 아니라 “책을 팔려고 일부러 걸어가서 조용히 깃드는 골목”에 자리를 잡는다. 여러 가지 책을 차근차근 짚고 헤아리려면 ‘시끌벅적·왁자지껄’은 아주 걸리적거리니까. 그래서 마을 한켠에 고즈넉이 깃든 숱한 마을책집은 아예 ‘책알림(pop)’조차 없기 일쑤이다. 책손 스스로 천천히 손에 쥐고서 넘겨 보라는 뜻이다. 나중에 사서 읽을 적에도 고즈넉한 곳에서 읽을 테지만, 책을 고르고 장만하는 자리에서도 고즈넉할 적에 “이 책이 나한테 맞거나, 이 책으로 내 눈길을 틔울 만한가” 하고 헤아릴 수 있다.


  이른바 〈올리브 영〉처럼 장사를 잘하는 ‘작지 않은 큰 독립서점’이 여러 곳 있다. ‘장사를 잘하는 큰 독립서점’은 떠들썩하다. 이름난 글바치를 꽤 자주 불러서 책수다를 열기도 한다. 〈교보문고〉 같은 데에서 누가 책수다를 열까? 시청·군청·도청·시립도서관·군립도서관·도립도서관에서는 누구를 목돈을 들여 부르고서 책수다를 펼까? 공공기관 벼슬아치는 “한 해에 한두 판씩 삯(강사비)을 500∼1000만 원쯤 들여 ‘서울에서 이름난 분’을 모시고는, 1000∼2000사람쯤 한꺼번에 끌어모아서 왁자지껄하게 보람(성과)을 거두는 자리”를 좋아한다. 공공기관 가운데 “한 해 동안 20사람한테 50만 원씩 삯(강사비)을 나누어 쓰면서 다 다른 목소리로 다 다른 이야기를 누리는 작은자리”를 꾀하려는 일꾼은 매우 적다.


  마을책집마다 빛깔이 다르다. 다 다른 마을책집은 저마다 “그저 돛데기장사판 우리나라 민낯”이 창피하고 부끄러울 뿐 아니라, 이대로는 오히려 책마당이 모조리 망가지겠구나 하고 느껴서, 다 다른 결로 다 다른 마을에서 다 다른 갈래를 헤아리는 다 다른 마을책집을 꾸린다고 느낀다. 그래서 마을책집이라는 곳은 “책을 고즈넉이 살피면서 책을 반갑게 새로 만나서 장만하는 곳”이다. 책집지기가 책손한테 굳이 절(인사)을 해야 할 까닭이 없다. 거꾸로 책손이 책집지기한테 “오늘 이 책을 알아보고 장만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하면서 절을 해야지. 작은책집이자 마을책집은 이미 그곳 책시렁으로 우리한테 “자, 이렇게 끝없이 넘치는 책 가운데 읽으실 만한 책을 추려 놓았어요!” 하고 밝혀 주었다. 우리는 “이미 잘 추려내어 꽂아놓은 책시렁”을 고맙게 살피면서 손길이 닿는 대로 한두 자락이나 서너 자락을 기쁘게 장만할 수 있다.


  마을책집은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아닌 “적정생산 적정소비”를 바라는 뜻과 마음을 펴는 마을가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마을책집을 〈일본 츠타야〉나 〈한국 올리브 영〉하고 섣불리 댈 적에는 “왜 굳이 마을책집을 열지?”라고 하는 수수께끼를 아예 모를 수밖에 없다. 〈교보문고〉나 〈알라딘〉이 되려고 마을책집을 연 분은 몇몇 사람 빼고는 없다. 다들 “이 마을을 사랑하기에, 이 마을에 쉼터를 일구고 싶어서 작고 천천히 느긋이” 일구어 가는 길이다.


  책집은 다 다르기에 빛난다. 책집이 다 비슷비슷하거나 다 장사를 잘하려고 한다면, 이미 책집이 아니다. 책집은 서서읽기로 책을 살피고서 즐겁게 책을 사읽는 즐거우며 조용하고 나긋한 쉼터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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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9일 일요일 10시에 〈책과 아이들〉에서 펴는 ‘우리말이 태어난 뿌리 ㅁ 말과 마음’ 자리에서 나눌 밑글입니다. ‘말·마음’이라는 낱말이 태어난 뿌리를 짚으면서 ‘다읽음’ 이야기를 곁들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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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29. ‘다 읽었다(완독)’는 덫



  적잖은 분들이 “다 읽었다”고 말한다. 한자말로 하자면 ‘완독’일 텐데, 책읽기에 ‘다읽음(완독)’이란 없다. 아예 있을 수 없다. 책읽기를 놓고 본다면, 때와 철과 해에 따라서 “다 다르게 읽기”만 있다. 다섯 살에 읽은 그림책은 “다섯 살 다읽음”인가? 아니다. 여섯 살에 새롭게 읽고, 일곱 살에 새삼스레 읽고, 여덟 살에 새록새록 읽는다. 열 살에 눈을 반짝이며 읽고, 열다섯 살에 다시 깨우치면서 읽으며, 스무 살에 남다르게 밝히는 눈망울로 읽는다. 또한 서른 살과 마흔 살에 읽는 그림책이 다르다. 쉰 살과 예순 살을 지나면서 손에 쥘 적에는 또 다르며, 일흔 살과 여든 살에 읽을 적에도 다르게 마련이다.


  “첫줄부터 끝줄까지 훑기”를 놓고서 ‘다읽음(완독)’으로 여겨 버릇하는데, 이런 책버릇은 매우 고약하다. 고작 슥 애벌로 훑고서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이제 겨우 맛보기를 했을 뿐이다. 첫여름이 저물면서 한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대추꽃이 핀다. 대추꽃은 ‘늦잠꽃’인데, 2025년에 대추꽃을 보았다면 2025년에 보았을 뿐이다. 2020년에 본 대추꽃하고 2025년에 마주하는 대추꽃은 다르며, 몸과 마음과 눈과 숨결에 다르게 흐르며 스민다. 2030년과 2050년에 새삼스레 만날 대추꽃은 그때에 맞게 우리한테 새록새록 울릴 테지.


  우리는 ‘다읽음(완독)’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읽기’를 할 수 있다. 나는 보임꽃(영화)을 놓고서 “이제 다섯벌쯤 보았습니다.”라든지 “이제 쉰벌쯤 보았습니다.”처럼 말한다. 그리고 “드디어 온벌(100번) 넘게 보았으니 보임꽃글(영화평)을 쓸 수 있겠어요.” 하고 말한다. 나는 책글(서평)을 쓸 적에도 ‘애벌읽기’만 마친 뒤에 쓰는 일이 없다. 아무리 적어도 석벌이나 닷벌쯤은 되읽고 나서야 쓸 수 있는 책글이다.


  노래책(시집)을 사읽다 보면 책끝에 책글(서평·문학비평)이 붙는데, 여태 읽은 ‘노래책 책글’ 가운데 노래를 닷벌이나 열벌쯤 되읽고서 쓴 책글은 아예 없다고 느낀다. 다들 애벌이나 두벌쯤 훑고서 얼른 마쳤다고 느낀다. 글빗(평론)을 하는 분부터 스스로 열벌이나 스무벌쯤 곱씹을 만한 노래가 아니라면 섣불리 책글을 안 써야 마땅하다고 본다. 닷벌을 겨우 읽을 만한 노래라면 따갑고 까칠하게 나무라는 글빗을 펼 노릇이다.


  아이곁에 서서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를 헤아려 보자. 아기한테 하루만 젖을 잘 물리면 끝나지 않는다. 아기가 젖을 떼는 날까지 날마다 새롭게 젖을 물려야 하고, 젖을 떼면 이제부터 젖떼기밥으로 넘어가고, 젖떼기밥을 거쳐서 ‘그냥밥’으로 나아가고, 바야흐로 ‘소꿉’을 지나고 ‘살림’으로 넘어온다.


  날마다 숱한 책이 쏟아지되, 적잖은 책은 ‘애벌훑기’ 비슷하게 ‘애벌쓰기’로 끝난 채 태어난다고 느낀다. 몇 해쯤 해본 일을 글로 풀어내어도 나쁘지는 않지만, 더 차분히 더 느긋이 더 즐겁게 더 두고두고 삭이고 풀고 품은 손길로 가다듬으면서 이야기를 여미어 내놓아야 아름답지 않을까? 작은책 한 자락부터 오롯이 사랑으로 추스르면서 이웃하고 기쁘게 나누려는 이야기씨앗을 심을 노릇이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 스스로 ‘다읽음(완독)’이라는 덫에 갇히는 매무새로 자꾸자꾸 다른 새책을 덥석덥석 베어물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애벌훑기’를 못 내려놓을 뿐 아니라 ‘애벌쓰기’에 사로잡힌 책이 쏟아진다고 느낀다. 큰보람(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애벌쓰기에 갇힌 글과 책이 수두룩하다. ‘100’을 안 채우더라도 ‘온벌읽기·온벌쓰기’를 헤아릴 때라고 본다. 온눈으로, 온빛으로, 온사랑으로, 온마음으로, 온몸으로, 온별로, 온해로, 온철로, 온날로, 온누리로, 온꿈으로, 오롯하면서 옹글게 여미는 열매 하나를 나누기에 비로소 ‘책’이라는 이름에 걸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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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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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26. 알못 못알



  누구나 그때그때 배울 이야기를 따라서 낱말 한 자락이 찾아온다. 좋거나 나쁜 낱말이 아닌 배울거리인 낱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나한테 온 낱말”을 고요히 돌아보고서 차분히 짚을 적에 스스로 길을 연다.


  ‘알못’이라는 낱말을 예전에 처음 듣고서 “알꼴로 둥근 머리인 못”인가 하고 갸우뚱했는데 “알지 못하다”를 줄인 낱말이라고 해서 빙그레 웃었다. 대못·잔못이 아니었구나.


  아이들은 ‘안’이나 ‘못’을 앞에 놓는다. 아이들 말씨라면 ‘못알’이다. “못알 = 못 알다 = 모르다”이다. 오랜 우리말씨라면 ‘못알’이라 해야 알맞은데, 워낙 오늘 우리가 스스로 우리말씨를 잊은 모습을 보여주는 셈이다.


  못알이라서 알아가고 알아보고 알아들으려고 하는 아이라면, 먼저 못알에서 ‘알’로 나아가서 ‘알깨기(알아차리기)’로 거듭난 사람이 ‘어른’이다. 아이어른은 한 사람 몸마음에 나란히 있다. 두 빛인 넋과 얼이 한덩이로 밝기에 ‘숨’이다. 이 숨을 살리기에 ‘사람’이고, 사람이 서로 살리는 숨결이 ‘사랑’으로 넘어간다.


  좋고나쁨과 옳고그름을 다 놓아야 비로소 삶을 느끼고 보고 배운다. 배우는 길에 서기에 가만히 익힐 틈을 낸다. 배우고서 익히는 틈과 짬을 누리기에 눈을 뜬다. 눈을 뜨기에 철이 들고, 철이 들면서 찬찬히 나이를 머금으니 바야흐로 어른이란 이름으로 일어선다. 나이를 알맞게 머금으며 무르익는 사람을 지켜볼 수 있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논다. 아이는 어른 곁에서 놀이랑 노래를 누리고 짓는다. 어른은 아이 곁에서 일이랑 살림을 돌보고 나눈다.


  모르기에 배우는 길에 선다. 하나를 알기에, 이 하나를 씨앗으로 새로 묻고서 즐겁게 다시 배우는 길을 걷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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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26. 시골에서 시골로



  시골에서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건너가는 길이 멀다. 그저 멀다. 오늘날 눈길로 보면 대수롭잖을 테지만, 두다리로 걸어다니던 지난날에는 그냥 먼길이다. 마을끼리 만나거나 어울리는 길은 마냥 멀었고, 이 삶은 고스란하다. 이러다 보니 ‘울마을’과 ‘놈마을’은 남남이자 위아래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마을이 크면 조금이라도 마을이 작은 데를 ‘시골놈(촌놈)’으로 친다. 서울에서 보면 인천과 부산은 시골것(촌것)이다. 인천과 부산에서 보면 부천과 창원은 시골것이다. 또한 부천과 창원에서 보면 …… 끝이 없다.


  모든 사람은 그저 사람이다. 높낮이가 없다. 모든 사랑은 그저 사랑이다. 모든 사랑은 그대로 사랑이다. 모든 책은 그저 책이요, 모든 글은 그대로 글이다. 모든 별은 그저 별이고 모든 들숲메는 그대로 들숲메이다.


  무엇을 보는 어떤 눈인가. 어디에 서는 어떤 몸인가. 누구하고 이웃하는 어떤 마음인가.


  쓰고 읽는다. 읽고 쓴다. 함께놀기 함께살림 함께누리 함께사랑 함께마을 함께마음 함께하늘 …… 문득 하나하나 그려 본다. 함께걷기를 하기에 발맞추면서 노래가 흐른다. 이쪽 시골에서 저쪽 시골로 가서 이웃 시골아이를 만나고서, 저쪽 시골에서 이쪽 시골로 돌아오려고 읍내를 거쳐서 먼먼 길을 한참 돌고돌았다. 사람마을과 사람마을 사이는 멀다지만, 구름까지 솟구치며 노래하는 새는 두 마을과 두 고을과 두 나라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오가면서 싱그럽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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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24. 받는 기쁨을



  오늘로 나흘째 영남초등학교 어린씨를 만나서 노래쓰기 이야기꽃을 폈다. 이제 하루를 더 펴면 마친다. 사흘 동안 여러 이야기꽃을 펴면서 이곳 시골아이들이 “받는 기쁨”을 누릴 틈(기회)을 베풀어야겠다고 느꼈다. 손글씨 노래를 모두한테 하나씩 써줄까 하다가, 이러기에는 밭고 조금 버거워서 책을 하나씩 주기로 한다. 스물네 아이한테 하나씩, 길잡이 여섯 분한테 하나씩, 모두 서른 자락을 등짐으로 나른다.


  너희는 책을 받을 일이 드물 수 있지만, 이렇게 책을 거쳐서 손빛과 마음을 받을 수 있단다. 너희는 언제나 스스로 빛나는 숨결이야. 큰길과 큰꿈이 아닌, 작은씨앗을 작은손에 품고서 작은숲을 일구는 작은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라.


  너희가 나중에 고흥을 떠나고 보면, 이 작은 시골학교로 누가 이야기꽃을 펴러 찾아오는 일이 얼마나 드물고 뜸한지 알 수 있어. 너희가 이야기씨앗을 누리도록 다리를 놓은 길잡이가 있은 줄 알아볼 날을 기다릴게. 이 작은학교 곁에 멧새가 얼마나 많이 깃드는지 아직 모를 수 있는데, 너희는 온슾과 온들과 온하늘이 베푸는 사랑을 푸르게 누리는 나날이란다.


  하루하루 받고 누리고 맞이하는 사랑씨랑 살림씨를 속으로 품어 봐. 너희 모두 “머잖아 나비로 깨어날 고치를 튼 애벌레”일 테니, 기쁘게 배우고서 익히는 오늘길을 뚜벅뚜벅 같이 걷기를 바라. 바람을 바라보면서 파랗게 바라기에 이루는 길이야. 너도 나도 바람씨인걸. 느긋이 자고 넉넉히 먹고 신나게 놀고 실컷 말하고 천천히 읽으면서, 우리가 저마다 다르기에 나란히 서는 하늘빛인 줄 생각하자. 생각하기에 샘물처럼 빛나는 사람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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