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동박꽃 여러 송이 (2025.3.16.)
― 부산 〈책과 아이들〉
누가 순천이라는 고장은 어떠하느냐 묻는다면 “순천에는 〈형설서점〉이 있어서 빛납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누가 진주라는 고장은 어떠하느냐 물으면 “진주에는 〈동훈서점〉과 〈즐겨찾기〉가 있어서 반짝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제가 책벌레이기도 하지만, 고을빛이나 고장빛을 헤아릴 적에는 ‘고을책집·마을책집’을 골목빛으로 삼아서 두런두런 속삭이면서 즐겁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부산을 드나들며 ‘부산내기한테 부산이웃’으로 지내는 나날입니다. 부산에 계신 분한테는 ‘전라이웃·고흥이웃’일 수 있고, 제가 나고자란 데는 인천이라서 ‘인천이웃’으로 삼을 수 있고, 그냥그냥 ‘글이웃·말이웃’으로 여길 만하며, ‘마음이웃·들숲메이웃’으로 바라보아도 반갑습니다.
첫봄비가 내리다가 멎다가 또 내리다가 멎는 하루입니다. 전남 고흥에 있는 우리 보금자리는 동박꽃이 이제부터 피어나려 하는데, 부산은 이미 거의 지거나 막바지입니다. 거제동 〈책과 아이들〉에서 ‘바보눈(이오덕읽기모임)’ 11걸음을 펴다가 문득 동박꽃을 여러 송이 줍습니다. 동박새가 동박꽃을 즐기는 줄 아는 분이 이따금 있습니다만, 동박새를 만난 이웃은 적고, 동박꽃을 손수 거두어 꽃잎과 꽃가루를 아삭아삭 천천히 먹는 이웃은 드뭅니다.
“꽃을 먹어요? 동박꽃도 먹어요?” 하고 묻는 이웃님한테 빙그레 웃으면서 “네, 저는 벌레먹은 꽃잎이 있든, 개미가 볼볼 기든, 반갑게 먹어요. 토끼나 염소나 소도 그렇거든요. 벌레먹거나 개미나 애벌레가 있어도 토끼랑 염소랑 소는 그냥 통째로 꽃과 잎을 먹습니다. 사람도 꽃잎과 풀잎과 나뭇잎을 옛날 옛적부터 빗물에 씻어서 기쁘게 밥살림으로 맞이했어요.” 하고 들려줍니다.
요즈음 온나라는 ‘우두머리’를 둘러싼 실랑이로 시름시름 힘겹다고 여깁니다. 아무래도 ‘나라일꾼’이 아닌 ‘나라힘꾼’을 뽑은 탓인데, 모름지기 모든 벼슬자리(공직자)는 처음부터 ‘일자리’ 아닌 ‘힘자리’예요. 사람들을 헤아리는 길하고 동떨어진 벼슬길이라서, 참말로 이제부터 다시 살펴서 세울 노릇입니다.
윤석열 씨를 사슬터(감옥)로 보낼 수 있습니다만, 이보다는 두멧시골에 ‘500평 밭과 땅과 오두막’을 베풀어서, ‘두멧시골 오두막살이 서른 해’를 살도록 이끌면 되리라 봅니다. 지난날 박근혜 씨한테는 ‘들숲 12000평과 오두막과 호미·낫·쟁기’를 베풀어서, ‘꽤 넓은 논밭을 오직 손연장만으로 풀을 베고 거두고 가꾸는 시골일’을 시킬 노릇이라고 봅니다.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해본 적이 없느라 말썽을 일으킨 분은 사람 발길 안 닿는 멧숲으로 보내야 스스로 뉘우칩니다.
ㅍㄹㄴ
《살아있다는 것》(유모토 가즈미 글·사카이 고마코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25.1.20.)
#湯本香樹實 #酒井駒子 #橋の上で
《열두 살의 전설》(고토 류지/박종진 옮김, 우리교육, 2003.11.30.)
#後藤?二 #鈴木びんこ #後藤龍二 #12歲たちの傳說
《암은 병이 아니다》(안드레아스 모리츠 글/정진근 옮김, 에디터, 2014.1.3.첫/2021.5.15.고침)
#내몸의마지막치유전략 #AndreasMoritz #CancerIsNotADisease #ItsaHealingMechanism
《우리말 글쓰기 사전》(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19.7.22.)
《쉬운 말이 평화》(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1.4.23.)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5.3.28.)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