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창피하지만 (2025.5.26.)

― 서울 〈악어책방〉



  시골에서는 올봄이 “하늘이 내린 빛살(축복)”이라 느낄 만큼 차분하면서 더위 없이 흐릅니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내려서 시내버스와 전철을 갈아타자니 “아무런 날씨도 하루도 느낄 수 없구나” 싶어요. 올해에는 먼지바람이라든지 꽃가루바람 탓에 걱정할 일조차 없이 아름하늘입니다. 그렇지만 이 아름하늘과 아름봄을 노래하는 말(날씨안내·문학·신문기사)은 한 줄조차 볼 수 없습니다.


  ‘말씨’라는 얘기처럼 “말은 씨가 된다”고 여기고, ‘글씨’라는 이야기처럼 “글은 쓰기 된다”고 알아본다면, 우리가 저마다 마음에 담고서 서로 마음을 나눌 적에 터뜨리는 낱말 하나마다 이제부터 자라나는 새길이 있다고 느껴요. 마음을 담는 말이란, 손수 마음을 가꾸는 말이라면, 마음을 쓰는 글이란, 손빛으로 마음을 사랑하는 글이지 싶습니다.


 〈악어책방〉에 닿습니다. 어스름이 천천히 덮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소리를 느끼면서 ‘마음글’을 손수 나누는 저녁을 누립니다. 우리는 글을 더 쓰거나 덜 쓸 마음이 아닙니다. 부끄럽든 창피하든 우리 오늘을 적바림하려는 마음입니다. 자랑스럽든 수수하든 우리 발자국을 옮기려는 마음입니다.


  ‘함께읽기’란, 한 곳을 여럿이 다르게 바라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배우는 자리일 테지요. ‘함께쓰기’란, 한 곳을 여럿이 스스로 바라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같구나” 하고 느끼면서 익히는 자리로구나 싶습니다.


  가난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가난도 가멸도 늘 두 가지입니다. 마음이 가난하면 돈이 많아도 가난하고, 마음이 가멸면 돈이 적어도 가멸어요. 가난이란 누구나 늘 스스로 밑바닥으로 즐겁게 내려오면서 배우는 삶입니다. 가멸이란 누구나 언제나 하늘빛으로 넉넉히 피어나면서 배우는 살림이에요. 물결이 치듯 가난과 가멸 사이를 부드러이 오갈 적에 사람으로서 사랑을 알아본다고 느낍니다.


  날마다 새몸과 새마음을 입고서 늘 새로 피어나는 오늘이기를 바라기에 말 한 마디에 마음 한 자락을 놓습니다. 언제나 새눈과 새귀를 틔우고서 가만히 깨어나는 살림을 그리기에 글 한 줄에 마음 한 뙈기를 둡니다. 높거나 낮지 않은 마음소리입니다. 크거나 작지 않은 마음밭입니다. 낱말 하나도 안 높고 안 낮습니다. 글씨 하나도 안 크고 안 작아요.


  수줍기에 말을 삼가다가 천천히 말길을 엽니다. 망설이기에 글을 멈추다가 찬찬히 글꼬를 틉니다. 글을 쓰려는 마음이란, 스스로 짓고 빚고 여미는 하루를 손수 노래하려는 꿈이라고 할 만합니다. 스스럼없이 꿈을 그리니 여기에 꽃이 핍니다.


《신 이야기》(고다 요시이에/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11.28.)

#ごうだよしいえ #業田良家 #神樣物語

《나는 해파리입니다》(베아트리스 퐁타넬 글·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7.30.)

#JeSuisLaMeduse #BeatriceFontanel #AlexandraHuard

《작으면 뭐가 어때서!》(마야 마이어스 글/염혜원 그림·옮김, 비룡소, 2023.1.5.)

#NotLittle #MayaMyers #HyewonYum

《짱구네 고추밭 소동》(권정생, 웅진닷컴, 1991.11.30.첫/2001.7.10.24벌)

《빨간 초와 인어(미니북)》(오가와 미메이/이예은 옮김, 세나북스, 2025.5.27.)

#LePetitPrince #小川未明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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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는 (2024.6.12.)

― 서울 〈문화온도 씨도씨〉



  그림을 담기에 그림책이라면, 글을 싣기에 글책입니다. 하늘을 이야기하면 하늘책이고, 사랑을 노래하면 사랑책입니다. 사람을 이야기하면 사람책이고, 숲을 들려주면 숲책이요, 마을을 가꾸는 길을 밝히면 마을책입니다.


  글씨를 죽 훑는 일은 ‘훑기’입니다. ‘읽기’라 하지 않습니다. 그림이 멋지거나 놀랍거나 대단하거나 훌륭하거나 남다르기에 ‘그림책’이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림하며 살아가는 하루를 담아내기에 그림책입니다. 사람은 얼굴이 예쁘거나 잘생겨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돈이 많거나 이름이 높아야 하지 않습니다. 넋이 빛나고 얼이 반짝이는 숨결이기에 사람입니다.


  ‘틀(표준)’이나 ‘자(규칙)’를 쓸 때가 있되, 모든 곳에 틀과 자를 들이대는 길이라면 삶하고 멉니다. 모든 곳에서 ‘나’하고 ‘너’가 ‘우리’로 만나면서, 틈을 내는 틀과 잣나무 같은 자로 헤아릴 적에 비로소 이 별이 반짝여요.


  서울마실을 하면서 〈문화온도 씨도씨〉를 찾아갑니다. 함께 가꿀 이야기를 헤아리면서 어떤 그림책을 새로 빚어낼 만한지 생각을 나눕니다. 같이 걸어갈 하루를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그림책을 어떤 눈으로 들여다볼 만한지 생각을 주고받습니다. 나란히 돌보고 지을 살림을 짚으면서 오늘 이곳에서 차근차근 가꿀 그림책 씨앗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 짓습니다. 서로 손길을 모두어서 짓습니다. 이제까지 태어난 풀싹을 둘러보면서 앞으로 깨어날 풀꽃을 그립니다. 멋지거나 뜻깊다는 줄거리를 담은 그림책도 나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아이어른이 함께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면 넉넉합니다.


  사랑을 아름다이 담은 책을 읽고 새기고 물려줄 적에 제대로 빛나지 싶어요. 숲에서 자란 나무숨결을 붓끝으로 옮길 적에 반짝이지 싶어요. 뚜벅뚜벅 걸어가는 오늘을 바람 한 줄기랑 나란히 바라볼 적에 즐거울 테고요. 바느질을 하는 손으로 한 땀씩 여밉니다. 집안일을 보살피는 손으로 두 땀을 엮습니다. 아이랑 손을 잡고 거니는 눈망울로 새록새록 추스릅니다.


  사랑은 파랑이라는 빛깔로 나타냅니다. 빨강은 불(분노·전쟁)을 나타내요. 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바람과 바다를 담아내려는 숨결일 적에 비로소 사랑인 줄 알아차립니다. 뜨겁게 불타오를 적에는 그만 활활 불태우고 말아 잿더미로 치닫는 줄 알아볼 노릇입니다. 활짝 열어젖히면서 환하게 틔우는 불빛이라면 따뜻합니다. 훨훨 날아오르듯 활활 활개를 펴는 몸짓이라면 홀가분하고요.


《여름, 제비》(구윤미·김민우, 노란상상, 2023.6.8.)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강재훈, 한겨레출판, 2024.1.3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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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길을 (2025.5.8.)

― 부산 〈읽는 마음〉



  어버이날 새벽에 논두렁을 달려서 옆마을에 닿습니다. 첫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갔고, 순천을 거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탑니다. 등허리를 폅니다. 석 달째 조금씩 쓰는 글꽃(동화) 한 자락을 더 씁니다. 사상나루에서 내려 사직으로 갑니다. 2025년 5월 7일에 연 〈읽는 마음〉을 바라보며 골목길을 걷습니다.


  부산은 다른 고장을 헤아리면 책집이 너무 적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알뜰히 새터를 차리는 분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책 한 자락으로 이 고장 한켠을 밝히면서, 마을사람 스스로 이곳을 사랑하는 이야기씨앗을 심는다고 느낍니다.


  높은자리에서 내려다보면 “고작 작은책집 하나”입니다. 살림자리에서 마주보면 “바로 작은책집 하나”입니다. “이 작은 곳”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고 핀잔하는 분도 있으나, 언제나 “이 작은 곳”이 첫발입니다. 크고작은 모든 푸른숲은 작은씨앗 한 톨에서 비롯했어요. 마을도 고을도 고장도 나라도 바로 “이 작은 한 사람”부터 마음을 가꾸면서 시나브로 바꾸게 마련입니다.


  지난 2000년부터 꼬박꼬박 부산을 드나듭니다. 천천히 느슨히 부산 여러 골목과 마을을 거닐면서 새롭게 만나고 돌아봅니다. 아늑하고 알뜰한 골목집이 사라지면 안타깝지만, 꿋꿋이 골목밭과 꽃그릇밭을 일구는 이웃이 있기에 반갑습니다. 저는 굳이 꽃뜨락(식물원)을 안 갑니다. 시골에서는 들숲메가 꽃밭이요, 큰고장에서는 골목길이 꽃길입니다.


  마을책집 〈읽는 마음〉을 돌보는 책집지기님이 부산에서 꾸준히 이야기밭을 일구셨다고 합니다. 부산에 있는 작은펴냄터에서 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살림하며 살아가는 손길로 여민 작은책이 반짝입니다. 《어느 날, 마녀가 된 엄마》를 알아보는 책동무는 아직 적은 듯하지만, 이제부터 늘어나기를 바라요. 부산에서 두 아이를 돌본 어느 분이 여민 《그래봤자 꼴랑 어른》이라는 이야기책도 놀랍도록 아기자기하면서 반짝반짝합니다. 부산뿐 아니라 다른 고장에서도 “일하고 살림하는 아줌마 눈길”로 태어나는 작은꾸러미가 차분히 작은씨앗 구실을 할 테지요. ‘나(어른)’를 마주하면서 ‘너(아이)’를 품습니다. 나(어른)부터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너(아이)를 나란히 사랑으로 보살핍니다.


  대단하거나 커다란 모습이어야 나라나 마을이나 책집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큰나라나 큰고장이지 않아도 됩니다. 큰집에서 살거나 큰쇠(중·대형차)를 거느리지 않아도 됩니다. 큰이름을 얻거나 큰돈을 벌어야 하지 않습니다. 살림집에서 살고, 살림수레를 거느리고, 살림이름을 나누고, 살림돈을 펴면 넉넉합니다.


《날마다, 도서관》(강원임, 싱긋, 2025.4.12.)

《날마다, 지하철》(전혜성, 싱긋, 2021.11.11.)

《화가들의 꽃》(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3.11.첫/2025.4.15.4벌)

#theBookoftheFlower #FlowersinArt #AngusHyland #KendraWilson

《어느 날, 마녀가 된 엄마》(김주미, 글이, 2022.8.8.)

《그래봤자 꼴랑 어른》(한주형, 글이, 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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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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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거리는 (2025.4.30.)

― 인천 〈나비날다〉



  올해는 첫봄 한봄 늦봄 모두 부드럽게 찾아와서 차분하게 흐릅니다. 올여름도 보드랍게 스미면서 찬찬히 흐르겠다고 느낍니다. 겨울끝도 봄끝도 넉넉히 누릴 즐거운 철빛입니다. 왁자지껄하게 함께 나들이하는 하루가 있고, 조용히 혼자 마실하는 길이 있습니다. 일이 바쁘면 서두를 테지만, 일이 바쁘기에 느긋할 만합니다.


  마주하고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서 스스로 짓는 발걸음이라고 봅니다. 좋기에 좋거나 나쁘기에 나쁘지 않아요. 마음을 다스리는 길에 맞추어 늘 다른 삶입니다.


  종종거려야 할 적에는 종종걸음을 칩니다. 뚜벅뚜벅 나아갈 적에는 뚜벅걸음입니다. 이따금 달리고, 곧잘 내달리고, 으레 멈추고, 자꾸 숨을 돌리면서, 날마다 새롭게 감도는 바람맛을 헤아립니다. 《말밑 꾸러미》를 한창 매듭짓던 이태에 걸쳐서 인천 배다리책거리에서 ‘말밑수다’를 폈습니다. 이미 끝냈다고 여기던 꾸러미였지만, 이웃님한테 새록새록 보태어 들려주는 동안 “아직 갈 길이 한참 있네” 하고 되새기며 가다듬고 손질했습니다. 이제 다 손질했으려나 하고 되짚다가 “이봐, 길이 끝나면 늘 새길로 있잖아?” 하고 돌아보며 고쳐쓰고 추슬렀습니다.


  종종걸음이 될 적마다 총총별빛을 올려다봅니다. 총총한 시골밤을 고스란히 품으면서 초롱초롱 붓끝으로 거듭나자고 생각합니다. 너는 스스로 별입니다. 나도 스스로 별입니다. 너랑 나는 자그맣게 온누리요, 나하고 너는 나란히 온빛이면서, 함께 온꽃입니다. 스스로 반짝이기에 어깨동무로 반짝반짝하고, 밤과 낮을 밝혀요.


  한봄볕을 듬뿍 쬐면서 〈나비날다〉에 찾아듭니다. 골목꽃과 마을나무를 눈여겨보며 걷다가 책집에서 다리를 쉽니다. 다릿심이 조금 돌아오면 골마루를 거닙니다. 등허리를 펴고 팔다리를 주무르면서 책을 살핍니다. 이 책을 집어서 죽 읽습니다. 저 책을 꺼내어 살살 읽습니다. 어느 고을 어느 이웃이 어느 철바람을 쐬면서 붓을 쥐었을까 하고 어림합니다. 철이 흘러도 철볕과 철꽃을 모르면서 붓을 놀리는 이웃이 있고, 날마다 새롭게 거듭나는 철길과 철눈을 품으면서 붓꽃을 피우는 이웃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까지 걸어온 길만큼 읽고 익혀서 일굽니다. 저는 오늘부터 새로 걸어갈 길에 따라서 읽어내고 무르익어서 이야기를 폅니다. 제가 마주하는 이웃님도 오늘까지 살핀 다음 오늘부터 살펴볼 말씨 한 톨을 주고받습니다.


  작은몸으로 해맑게 노래하는 종달새입니다. 조곤조곤 나누는 말마디에 조그맣게 맺는 꽃망울이 깃듭니다. 해는 높아갑니다. 낮이 차츰 깁니다. 깊어가는 봄을 느끼면서 살살 돋는 풀포기가 늘어납니다. 봄날을 걸을 수 있어서 온하루가 기쁩니다.


ㅍㄹㄴ


《헌책 식당》(하라다 히카/김영주 옮김, 문학동네, 2024.10.29.)

#古本食堂 #原田ひ香

《웃음과 비탄의 거래》(마크 트웨인/정소영 옮김, 온다프레스, 2022.1.17.)

#MarkTwain

《태교 이야기》(람사정, BOOKK, 2025.1.3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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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좀먹이 (2025.6.13.)

― 부산 〈대영서점〉



  나라에서 날씨를 알리면서 벌써 장마라고 하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날씨알림을 왜 들어야 할까요? 예부터 날씨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느끼고 짚고 헤아릴 뿐 아니라, 들숲메바다를 살펴서 어떤 바람결로 흘러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아직 장마이기는 멉니다. 첫여름에는 해가 넉넉히 비추고서 한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에 장마가 덮을 적에 비로소 들숲마을이 푸르게 피어날 만합니다.


  날씨알림을 듣기에 안 나쁩니다만, 날씨알림에 기대면 스스로 좀먹습니다. 밭에 씨앗 한 톨을 심으면서 남(전문가)이 알려주는 틀대로 할 수 없어요. 손바닥에 씨앗을 얹고서 땅을 바라보는 누구나 스스로 씨앗하고 땅하테 속삭일 일입니다. “자, 이제부터 즐겁게 자라렴.”에 “자, 이제부터 씨앗을 돌봐주렴.” 같은 말을 들려주면서 흙살림을 짓게 마련입니다.


  새뜸(언론)에서 널리 알리는 책을 사읽어도 안 나쁘되, 누구나 스스로 책집마실을 하면서 책집시렁을 찬찬히 짚을 적에 눈길을 틔웁니다. 낯선 책부터 낯익은 책까지 죽 훑다가, 이제부터 우리 마음을 새롭게 북돋우고 살찌울 이야기가 감도는 꾸러미를 손에 쥐면 되어요. 남(사회·대중)이 널리 읽기에 나까지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남이 읽든 말든 나로서 내가 읽을 이야기꾸러미라서 책입니다.


  아침에 길을 나서서 낮에 부산에 닿습니다. 사상나루에서 시내버스를 타니 붐빕니다. 등짐을 바닥에 내려놓고서 눈을 감습니다. 고즈넉이 쉬면서 보수동까지 갑니다. 빗방울은 들을 동 말 동합니다. 〈대영서점〉 앞에 섭니다. 바깥시렁에 놓은 책부터 헤아리고서 골마루로 들어섭니다. 한 줌만 장만하고서 전철길에 읽자고 여기는 마음은 이내 바뀝니다. 두 줌을 넘고 석 줌에 이릅니다. 넉 줌째에 이르니 안 되겠습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야 더 안 고르겠지요.


  눈앞에 보이는 책을 안 사서 안 읽기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다 사지는 않습니다. 얕구나 싶은 몇 가지 조각만으로 짜맞추는 책은 슥 넘기고서 내려놓습니다. 너무 얕구나 싶은 책을 오히려 사기도 합니다. 어느 대목이 어떻게 얕은가 하고 차근차근 따져야 할 책이 있어요. 글쓴이도 펴낸이도 엮은이도 읽는이도 이 터전을 싱그럽게 새여름 푸른잎빛으로 돌보는 눈길을 살리기를 바라거든요.


  지난 6월 9일에 ‘yes24’가 와락 좀(해킹)에 걸렸다지요. 덩치는 우람하게 키우면서 속살을 고이 보듬는 길하고는 먼 민낯을 보여주었다고 느낍니다. 지난날 교보문고는 ‘교보북로그’를 멋대로 없앴고, yes24는 ‘예스블로그’를 말없이 갑자기 바꿨습니다. 이들은 ‘막짓(갑질)’을 일삼으면서 마냥 몸집만 불려왔습니다.


ㅍㄹㄴ


《日本語そして言葉》(丸谷才一村, 集英社, 1984.5.10.)

《みえ(三重)》(편집부, 三重縣觀光連盟, 1981.3.5.)

《사후 세계의 철학적 분석》(T.페넬름/이순성 옮김, 서광사, 1991.11.20.)

#TerencePenelhum #SuvivalAndDisembodiedExistence

《부산의 지사(地史)와 정관》(윤선·장두곤, 부산라이프신문사, 1994.10.15.)

《천상의 바이올린》(진창현/이정환 옮김, 에이지21, 2007.3.5.)

《나가사키의 노래》(폴 글린/김숭희 옮김, 바오로딸, 2005.6.15.첫/2012.4.20.22벌)

#PaulGlynn #ASongofNagasaki

《현의 노래》(김훈, 생각의나무, 2004.2.10.첫/2004.3.29.5벌)

《카모메 식당》(무레 요코/권남희 옮김, 푸른숲, 2011.3.3.)

#かもめ食堂 #群ようこ

《陽文文庫 R-9 89 가난한 사람들》(도스또예프스키이/이동현 옮김, 양문사, 1960.4.15.첫/1961.12.3.재판)

- 옮긴이 : 육군사관학교 교관

《好樂音樂文庫 4 토스카니니의 生涯와 藝術》(호와아드 타우보맨/김창섭 옮김, 호락사, 1960.6.20.)

#Taubman #MaestroToscanini

《대학교양 총서 11 빛은 있어야 한다》(김제완, 서울대학교출판부, 1981.10.30.)

《正音文庫 91 抗日義兵將列傳》(김의환, 정음사, 1975.7.30.)

- 정음문고 도서목록. 애독자통신

《中央新書 69 黃眞伊와 妓房文學》(장덕순, 중앙일보사, 1980.4.20.)

《中央新書 88 韓國의 口傳 童·民謠》(김소운 엮음, 중앙일보사, 1981.2.10.)

《文藝文庫 47 詩學》(아리스토텔레스·호라티우스/천병희 옮김, 문예출판사, 1977.2.25.)

#Peri Poitiks #Aristoteles

《교양국사총서 29 한국 복식의 역사―고대 편》(이은창, 1978.10.30.)

- 남포동 지하도 앞 종로서적 (22-4634)

《韓國科學史》(박성래, 한국방송사업단, 1982.4.1.)

- KBS TV 公開大學시리즈 5

- 第一書籍, 대구직할시 중구 동성로3가 32-1 (46-0802) 중앙파출소 앞. 데일서적은 좋은채과 독서인을 섬깁니다.

《會話와 作文을 爲한 中國語虛詞用例集》(송재록, 문제와연구사, 1980.5.15.첫/1981.8.23.재판)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동진, 예담, 2017.6.15.첫/2017.6.30.2벌)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호사카 유지, 자음과모음, 2005.4.4.)

#保坂祐二

《완변한 승부(일명 슈퍼 마담) 1》(진검무, 성산사, 1991.4.25.)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2》(백선엽, 중앙일보, 2011.1.3.)

《인숙 만필》(황인숙, 마음산책, 2003.5.1.)

《월간 펀치라인 92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1.8.1.)

《월간 펀치라인 9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1.9.1.)

《월간 펀치라인 100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2.4.1.)

《월간 펀치라인 10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2.10.1.)

《월간 펀치라인 109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3.1.1.)

《월간 펀치라인 11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3.5.1.)

《월간 펀치라인 13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1.1.)

《월간 펀치라인 142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7.1.)

《월간 펀치라인 139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10.1.)

《월간 펀치라인 155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6.10.1.)

《월간 펀치라인 15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6.11.1.)

《월간 펀치라인 168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7.12.1.)

《월간 펀치라인 21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91.12.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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