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숲빛 하늘빛 (2023.6.17.)

― 서울 〈글벗서점〉



  바쁠수록 더 느슨히 하루를 새기면서 말 한 마디에 마음을 담는다면, 어느새 읽고 쓰고 새기는 새길을 가꾸는 길로 나아갈 만하지 싶어요. 느긋할수록 한결 신나게 오늘을 그리면서 말 두 마디에 마음을 얹는다면, 문득 들려주고 듣는 이야기로 살림을 일구는 길을 걸어갈 만하지 싶습니다.


  어제오늘 이야기꽃을 마친 늦은저녁에 새삼스레 책집마실을 하면서 쉽니다. 책벌레는 서울마실을 할 적에 책집에서 쉽니다. 시골에서는 들숲가락을 귀여겨듣고 눈여겨보면서 쉽니다. 큰고장에서는 책을 읽으면서 걷습니다. 시골에서는 멧새를 헤아리면서 거닙니다. 둘레에서 마주하는 모든 숨빛이 읽을거리입니다.


  작은책집 한 곳이 마을에 있기에, 아이어른이 함께 쉬면서 놀고 배울 수 있지 싶어요. 작은들숲이 마을 곁에 있으니, 어른아이가 모두 일하고 어울리면서 노래할 만하지 싶습니다. 우리는 삶을 노래하고, 살림을 이야기합니다.


  〈글벗서점〉에서 낯설면서 새로운 책을 마주합니다. 눈에 익은 책이 있고, 처음 들추는 책이 있습니다. 이미 읽은 책이 있고, 아직 안 읽은 책이 있습니다. 오늘까지 일군 마음밭을 새롭게 일구는 손길로 북돋울 책을 살핍니다.


  ‘생각’이란, 스스로 마음에 일으키려고 차근차근 심는 ‘씨앗’입니다. 생각은 처음부터 ‘씨앗·빛’인 터라 ‘새로울’ 수밖에 없고, ‘생각인 척’할 적에는 언뜻 ‘새로워 보여’도 조금도 안 새롭게 마련이에요. ‘생각품’을 넓히려면, ‘둘레(사회)에서 떠드는 소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스스로 숨결을 짓고 마음에 씨앗을 심는 ‘말’이 있으면 되어요. 스스로 ‘꿈말’을 심는 데에 기운을 들이면, 구태여 바깥소리(사회의식)를 쳐낼 일조차 없이 어느새 빛나는 길에 한 걸음 떼어놓습니다. 무슨 책이든 ‘나’를 바탕으로 헤아리기에 ‘너’를 만납니다.


  시골에서는 숲빛으로 읽고, 시골이 아닌 곳에서는 하늘빛으로 읽습니다. 우리가 펴거나 짓는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서나 숲빛과 하늘빛을 고르게 품으면서 너그럽습니다. 뚜벅뚜벅 걷는 길에 징검다리로 삼는 책입니다. 모든 하루는 빛나는 날입니다. 모든 걸음은 새로운 꽃입니다.


  봄이 저물기에 여름이고, 여름이 저물기에 가을이고, 가을이 저물기에 겨울입니다. 저무는 철이 있어서 새바람이 깨어나요. 지는 꽃이 있어서 씨앗을 새로 맺어요. 읽기에 익히면서 잇습니다. 잇기에 다시 일으켜서 새로 이룹니다. 이루기에 이야기하면서 일구고, 일군 손길이 차근차근 자라서 숲을 이룹니다. 숲은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은 숲을 마주합니다. 사람은 숲과 하늘 사이에 있습니다.


ㅍㄹㄴ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 1 朝鮮》(松井孝也 엮음, 每日新聞社, 1978.7.1.)

《別冊 1億人の昭和史 : 日本植民地史 3 臺灣·南洋群島·樺太》(松井孝也 엮음, 每日新聞社, 1978.10.1.)

- 樺太 : 사할린

《朝鮮人女工のうた, 1930年·岸和田紡續爭議》(金贊汀, 岩波書店, 1982.8.20.)

- 東京都新宿區立戶山圖書館 廢棄. 36964. 1982.9.24.

- リサイクル資料

《とりぱん 1》(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6.3.23.첫/2012.5.2.16벌)

《とりぱん 2》(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6.9.22.첫/2013.7.1.14벌)

《とりぱん 3》(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7.5.23.첫/2013.4.10.10벌)

《とりぱん 4》(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7.10.23.첫/2011.12.22.7벌)

《とりぱん 5》(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8.5.23.첫/2011.11.1.5벌)

《とりぱん 6》(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8.11.21.첫/2011.12.22.4벌)

《とりぱん 7》(とりの なん子, 講談社, 2009.5.22.첫/2012.4.2.3벌)

《한국 그리스도의 교회 교회사》(김세복, 참빛사, 1969.12.20.)

《신들의 봉우리 1》(유메마쿠라 바쿠 글·다니구치 지로 그림/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2009.9.17.첫/2010.5.31.2벌)

《신들의 봉우리 2》(유메마쿠라 바쿠 글·다니구치 지로 그림/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2009.9.17.첫/2010.5.31.2벌)

《여학교의 별 2》(와야마 야마/현승희 옮김, 문학동네, 2022.5.5.)

#女の園の星 #和山やま

《검찰측의 증인》(애거서 크리스티/최운권 옮김, 해문출판사, 1987.4.20.)

- 교보문고 책싸개

《自己를 찾는 人間》(에리히 프롬/박갑성·최현철 옮김, 종로서적, 1981.9.5.첫/1983.9.10.4벟)

《천사의 앨범》(하마다사끼/김갑수 옮김, 홍성사, 1987.9.20.첫/1993.8.20.14벌)

《만화 나도 멋지게 그릴 수 있다》(이정수 엮음, 민중, 2000.5.20.)

- 일본 그림 베낌

《深夜食堂 1》(安倍夜郞, 小學館, 2007.12.31.첫/2009.9.30.14벌)

《深夜食堂 2》(安倍夜郞, 小學館, 2008.8.4.첫/2009.9.30.10벌)

《深夜食堂 3》(安倍夜郞, 小學館, 2009.2.4.첫/2009.9.30.7벌)

《深夜食堂 4》(安倍夜郞, 小學館, 2009.9.2.)

《わくわくウオッチグ圖鑑 5 田や畑, 畑·水田や小川·ぬま》(內田安茂 엮음, 學習硏究社, 1991.4.1.)

《わくわくウオッチグ圖鑑 8 飼育·觀察》(內田安茂 엮음, 學習硏究社, 1991.4.1.첫/1991.6.8.2벌)

《わくわくウオッチグ圖鑑 9 クジラ·イルカ》(內田安茂 엮음, 學習硏究社, 1993.3.10.)

《星の辭典》(柳谷杞一郞 글·林眞 사진, 雷鳥社, 2016.11.29.첫/2017.7.15.3벌)

《空の辭典》(小河俊哉, 雷鳥社, 2014.4.2.)

《國際法》(橫田喜三郞, 岩波書店, 1933.12.5.첫/1938.9.25.6벌)

《朝鮮戰爭, 金日成とマッカ-サ-の陰謀》(萩原遼, 文藝春秋, 1997.6.10.첫/1997.7.25.3벌)

《ナイルに沈む歷史》(橫田喜三郞, 岩波書店, 1970.10.20.)

《부르는 소리》(니노 살봐네스키/서정화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74.7.10.첫/1986.7.22.중판)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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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13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밧사점 사진이네요.사진을 보니 이사하기 전 동교동 삼거리에 있던 서점 사진인지 아님 새로 이사한 곳 사진인지 궁금하네요.예전글을 보니 이사하면서 오랜된 책들을 모두 폐기처분 했다고 들어서요.그나저나 장발의 머리묶은 모습은 예전 숨책에서 뵐때랑 똑같으시네요^^

숲노래 2025-05-13 04:08   좋아요 0 | URL
첫머리에 마실 날짜를 적었듯, 새터로 옮기기 앞서인 2023년 6월 모습입니다. 저는 늘 그대로 살아가기에 그리 바뀌는 모습은 없되, 수첩을 담는 가방은 늘 낡고 닳아서, 곧잘 바뀌어요.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TO YOU 님에게 (2024.9.29.)

― 부산 〈국제서적〉



  해거름에 보수동을 찾아갑니다. 어제 살까 말까 망설이던 책이 있어서 ‘한동안 굶으면서 책을 읽으면 되지’ 하고 여기면서 장만합니다. 이제 저녁자리로 옮기는 길인데 〈국제서적〉 앞에서 서성이다가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겉을 ‘TO YOU 님에게 초컬릿’으로 싼 《三中堂文庫 4 그리이스 로마 神話》가 보이는군요. 1982년에 나온 달콤이 겉종이로 쌌으니, 이무렵에 작은책을 아낀 손길입니다.


  저는 1982년에 어린배움터에 들어갔습니다. 이즈음은 종이가 드물고 비쌌어요. 배움터 앞 글붓집에서는 똥종이도 ‘한 자락’씩 팔았습니다. 새하얀 그림종이는 ‘8절지 하나에 20원’이었고, 똥종이는 ‘하나에 5원’이었는데, 쉰이나 온 자락쯤 사면 2원으로 에누리해 주었습니다. 이해에 어린이 버스삯은 60원이고, 어른 버스삯은 110원입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가 없던 때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요사이는 종이뿐 아니라 책을 매우 쉽게 버립니다. 안 읽히거나 안 팔려서 버리기도 하고, 잘못 찍었기에 버리기도 합니다. 지난날에는 잘못 찍힌 책이어도 ‘잘못 찍힌 데’에 종이를 덧대거나 글붓으로 고쳐써서 팔았어요. 때로는 눅은값으로 팔았습니다.


  모든 일을 빈틈없이 마쳐서 선보이는 일은 안 나쁘되, 자칫 쓰레기를 잔뜩 낳습니다. 버림받을 책이 아닌, 되살리고 되읽을 책을 헤아릴 때라고 느껴요. 많이 찍어서 많이 팔고 많이 벌어들이는 길에 책을 끼워넣지 않을 때입니다.


  어제까지 잘못이나 말썽이었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끊거나 그만두면 아름답습니다. 오늘까지 잘하거나 훌륭하더라도, 난데없이 뒤틀거나 비틀면 얄궂습니다. 우리는 어제만 볼 일이 아닌, 오늘과 모레를 함께 볼 일이면서, 언제나 한결같이 볼 일이지 싶습니다. 사랑은 바뀔 수 없어요. 사랑은 한꽃같이 피고서 씨앗을 맺어요.


  이웃을 마주하고 말을 섞습니다. 이웃하고 함께 한자리에 있는 동안, 여태 몰랐던 삶과 사람과 사랑과 살림을 부드러이 헤아립니다. 이웃이나 동무가 아닌 사람을 마주하고 말을 섞을 적에도, 서로 눈과 마음을 틔우거나 여는 조그마한 실마리를 이뤄요. 먼 남남인 그이도 ‘사람’이자 ‘숨결’인걸요. 모두 새롭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기에 밝게 받아들이고 배운다면, 안 반가운 사람을 스치거나 마주할 적에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돌보는 길을 배워요. 누구랑 어울리든 서로 살리는 길을 찾아요. 한 해 모든 날은 서로서로 빛나는 배움날입니다.


  몸을 내려놓고 떠난 어느 이웃님을 떠올립니다. 이웃님은 이제 새가 되어 온누리를 날아다닌다고 느껴요. 문득 고개를 들어 가을하늘을 봅니다. 멧새와 들새와 철새와 텃새를 바라봅니다. 할머니 사랑빛이 골골샅샅 상냥하게 퍼집니다.


ㅍㄹㄴ


《三中堂文庫 4 그리이스 로마 神話》(T.불핀치/장왕록 옮김, 삼중당, 1975.2.1.첫/1981.9.10.중판)

- TO YOU 님에게 초컬릿 200원 82.2.10.

《三中堂文庫 26 復活 下》(톨스토이/박형규 옮김, 삼중당, 1975.2.1.)

- 공급처 영광종합도서. 전화 3-1553번

《三中堂文庫 220 밤과 낮 사이의 기나긴 獨白》(L.린저/홍경호 옮김, 삼중당, 1975.11.15.첫/1978.5.15.중판)

《三中堂文庫 245 二中人格》(도스토예프스키/박형규 옮김, 삼중당, 1976.4.5.첫/1981.5.25.중판)

《三中堂文庫 498 惡靈 1》(도스토예프스키/이철 옮김, 삼중당, 1982.3.10.첫/1986.5.25.중판)

《博英文庫 11 엘리아 隨筆選》(차알즈 램/공덕룡 옮김, 박영사, 1974.5.25.첫/1982.12.20.중판)

《乙酉文庫 101 菜根譚》(홍자성/이주홍 옮김, 을유출판사, 1973.2.28.첫/1982.6.10.10벌)

《村上春樹, 河合準雄に會いにいく》(村上春樹·河合準雄, 新潮社, 1996.1.1.첫/2013.5.28.28벌)

《도해관찰 탐구생활 3 나비와 나방의 무리》(기초과학진흥회, 예술문화사, 1994.1.30.)

《좋은 사람 1∼26》(타카하시 신/박연 옮김, 세주문화, 1998∼2000)

《현재진행형 1∼4》(강경옥, 대화, 199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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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나치지 않기 (2023.8.6.)

― 부산 〈보수서점〉



  여름볕을 느끼면서 부산버스를 탑니다.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고 싶지만, 여름버스는 찬바람을 휭휭 틀어대기에 미닫이를 못 엽니다. 찬바람 아닌 밖바람을 누리고 싶기에 일찍 내려서 햇볕을 쬐며 걷습니다. 책골목을 둘러싼 마을부터 가만히 한 바퀴를 돌고서 보수동에 닿습니다. 오늘은 〈보수서점〉에 등짐을 내려놓습니다.


  무슨 일이건 빨리빨리 마치려고 애쓰면 으레 사달이 납니다. 다치거나 아픈 곳이 얼른 낫기를 바라기에 으레 도집니다. 돌봄터(병원)에 기대어 낫는 몸이 아닙니다. 스스로 돌아보며(돌보며) 다스리는 몸입니다. 아플수록 느긋할 노릇이요, 앓을수록 드러누워서 온몸과 온마음에 시골숲과 푸른들을 그릴 노릇입니다.


  천천히 나아야 참하게 빛납니다. 천천히 걸어야 차분히 둘러봅니다. 우리는 왜 코앞에 있는 책시렁에 꽂힌 아름책을 못 알아볼까요? 까닭은 하나예요. 서두르거든요. 둘째 까닭도 있어요. 글쓴이와 펴냄터 이름값에 얽매이거든요. 셋째 까닭도 있습니다. ‘비싼책’이란 없이 ‘배움책’만 있을 뿐인데, 새책도 헌책도 그저 ‘돈’으로만 셈하기에 아름책을 지나치고 사랑책을 못 알아챕니다.


  더 느긋이 읽기에 더 넉넉히 품습니다. 제대로 쉬며 집안일을 하기에 콧노래를 부르며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다니라고, 다가서라고, 다다르라고, 담으라고, 다 이으라고 있는 다리입니다. 두다리로 걸어다니면서 하루빛을 읽습니다. 두다리로 마을과 고을을 만나면서 이웃살림을 마주합니다.


  ‘말모이’는 주시경 님이 빚은 낱말입니다. 말을 모았으니 수수하게 ‘말모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누구나 수월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자리를 틔워서 길목을 내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냥그냥 ‘조선어학회’라는 이름에 앞서, 그야말로 아무도 안 쳐다보던 훈민정음이었지만, 주시경 님이 꿋꿋하게 우리글을 지켜보면서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짓기도 했고, 이분은 딸아이를 고르게(평등) 돌보고 가르쳤습니다. 그나저나 첫 ‘국어사전’은 이웃(선교사)이 엮었습니다. 이 나라 말밭(국어학계)은 ‘선교사 국어사전’은 ‘꾸러미(단어장)’라 여기며 팽개치던데, ‘단어장’부터 있어야 ‘사전’을 엮을 수 있는걸요.


  누구나 오늘 이곳에 있는 수수한 나를 바라보고 받아안을 적에 스스로 눈을 틔웁니다. 잎눈도 꽃눈도 살림눈도 남이 안 틔웁니다. 저마다 가만히 틔워요. 바쁘다는 핑계를 붙이기에 지나치면서 고개를 돌려요. 바쁘기에 틈을 내고 짬을 마련하고 말미를 들여서 다가가기에 새삼스레 배울 이야기를 두 손에 쥡니다. 하루에 2만 원씩 책값을 쓰는 ‘어른’이 천천히 늘어나기를 빕니다.


ㅍㄹㄴ


《티베트 의학의 지혜》(다이쿠바라 야타로/박영 옮김, 여강, 1991.7.30.)

《簡明 實業修身書 券三》(勝部謙造, 英進社, 1938.7.10.첫/1941.7.25.고침3벌)

- 大本營發表

- 金山漢奎

《輓近圖法敎科書 卷一》(馬場秋次郞, 右文書店, 1937.6.1.첫/1937.12.20.고침2벌)

《輓近圖法敎科書 卷二》(馬場秋次郞, 右文書店, 1937.6.1.첫/1937.12.20.고침2벌)

- 朝鮮工業技術學校 土木科 壹年 四七號

- 現住所 京機府 新堂町 石山洞 二八-二二號 (서울 신당동)

- 1949.9.9. ‘김한규’로 새로 새기다

《ATALA》(Chateaubriand, Didier & Mericant, ?)

- 1983.3.13. 봄이 시작하는 일요일 아침. 그와 함께 찾아낸 조그만 기쁨.

《ヒュ-マン·ファグタ-》(グレアム·グリ-ン/宇野利泰 옮김, 早川書房, 1983.12.31.첫/1988.1.31.5벌)

- 記號番號 25 鶴本書店. 日本の古本屋 ¥250

#GrahamGreen

《藥이 되는 自然食 上》(심상룡, 창조사, 1974.5.15.첫/1976.5.15.재판)

《藥이 되는 自然食 下》(심상룡, 창조사, 1974.9.20.)

- 인천교육쎈타 3-4800 책은 마음의 신성한 마취제이다

《이안의 산책, 자폐아 이야기》(로리 리어스 글·카렌 리츠 그림/이상희 옮김, 큰북작은북, 2005.5.10.첫/2006.4.1.2벌)

《재미있는 수학탐험》(R.N.펠레리만 외/편집부 엮음, 팬더북, 1989.7.31.)

《사회란 무엇인가》(송건호·오연호·다까하시·나까마, 참한, 1984.3.1.첫/1988.3.10.증보)

《佛敎의 성전》(에드워드 콘제/정병조 옮김, 고려원, 1983.11.25.첫/1988.10.20.재판)

《민요기행 2》(신경림, 한길사, 1989.7.27.첫/1989.11.25.3벌)

《詩作法》(테드 휴즈/한기찬 옮김, 청하, 1982.5.5.첫/1985.2.15.중판)

《新譯版 어린 왕자》(쎙떽쥐뻬리/전성자 옮김, 문예출판사, 1982.10.30.첫/1986.1.30.중판)

《맑스주의자와 자유주의자의 대화》(홍기석 엮음, 백산서당, 1991.4.25.)

《국민학생·중학생을 위한 바둑교실 1∼5》(加藤劍正/조훈현 옮김, 지문사, 1982.9.10.)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46 세계명작동요동시집》(윤석중 엮음, 계몽사, 1975.11.1.)

《오늘의 내 몫은 우수 한 점》(이형기, 문학사상사, 1986.12.22.)

《범우문고 274 세계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헤르만 헤세/박환덕 옮김, 범우사, 2012.10.5.)

《詩精神과 遊戱精神》(이오덕, 창작과비평사, 1977.4.25.첫/1981.1.10.3벌)

《사랑을 느낄때면 눈물을 흘립니다》(김현희, 고려원, 1992.7.15.)

《붓다 1 카필라성》(데스카 오사무/장순용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0.10.30.)

《붓다 6 제자 아난다》(데스카 오사무/장순용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0.12.1.첫/1991.1.20.재판)

《붓다 8 빛의 성지 기원정사》(데스카 오사무/장순용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0.12.31.첫/1991.1.20.재판)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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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09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진속 오래된 책들은 이젠 서울의 헌책방에서 더 이상 보기 힘든것 같습니다.

숲노래 2025-05-09 09:06   좋아요 0 | URL
그래도 서울 여러 헌책집에서 아직 쉽게 볼 수 있어요.
주머니만 든든하다면 말이지요 ^^;;;;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멈춰서고 일어서는 (2025.3.25.)

― 부천 〈용서점〉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라 여길 수 있고, 해마다 봄이 새롭다고 여길 수 있고, 해마다 오는 봄이어도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다 다르게 바라보면서 받아들입니다. 봄이지만 아직 춥다고 여길 수 있고, 봄이기에 반갑게 볕바라기를 누릴 수 있고, 봄이어도 해를 안 쳐다볼 수 있습니다.


  어쩐지 머리가 안 돌기에 생각이 안 난다고 여길 만하고, 오늘은 쉬어가는 때로구나 하고 여길 만합니다. 바닥을 치기에 바닥치는 나를 받아들이면서 사랑하고, 저 밑바닥으로 가든 이제부터 솟구치는 길로 바꾸든 모두 우리 모습입니다.


  차츰 낮이 깁니다. 낮이 긴 만큼 밤이 짧습니다. 해를 쬐고 누리고 즐기면서 부천 〈용서점〉에 깃들고, 사뿐사뿐 자리에 앉아서 ‘마음꽃―마음을 노래하기’ 모임을 꾸립니다. 오늘은 ‘불꽃’과 ‘이 빛깔을’을 글감으로 삼습니다. 불타오르면서 잿더미로 가려는 마음으로 설는지, 아니면 불꽃을 멈춰세운 뒤에 풀꽃이나 품꽃으로 가다듬어서 일어서려는 마음으로 갈는지, 누구나 으레 갈림길입니다.


  불은 따뜻하다고도 여기되, 불이기에 활활 태웁니다. 품은 아늑하다고 여길 뿐 아니라 고즈넉하고 느긋해서 가만히 잠들며 쉴 만합니다. 그저 타오르는 불길이 된다면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태우고 말지만, 불빛을 추스르면 ‘붓’으로 바뀌기에, 우리 손으로 우리 오늘을 이야기로 갈무리할 만합니다.


  책집으로 오가는 골목길을 거닐 때면 늘 생각합니다. 쉼터(공원)에는 널찍한 긴걸상이 넉넉히 있을 노릇입니다. 햇볕을 쬘 걸상과, 그늘에서 쉴 걸상, 이렇게 둘 다 있을 노릇이에요. 걸어다녀야 쉼터를 꾸미는 길을 제대로 알 테지만, 요사이는 뚜벅이가 너무 줄어서 쉼터도 마을도 못 보는구나 싶어요. 그렇지만 골목집이며 길나루이며 일터이며 누구라도 다리를 쉴 쪽걸상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세운다면, 이 마음씨앗이 찬찬히 둘레에 퍼질 수 있어요.


  걷다가 멈추기에 둘러봐요. 달리다가 멈추기에 바람을 느껴요. 바쁜 일손을 멈추기에 새가 노래하는 줄 알아채요. 툭탁거리는 몸짓을 멈추기에 눈망울을 마주해요. 잇고 읽으면서 부드러이 다독여서 바꿉니다. 익히고 일구면서 보드랍게 풀어내어 짓습니다. 말 한 마디를 짓고, 글 한 줄을 짓고, 마음그릇을 짓고, 생각날개를 짓고, 살림씨앗을 짓고, 사랑꽃을 짓기에, 어느새 오늘 하루라고 하는 삶을 지어요.


  작은책집에 다가와서 책을 읽다가 글 한 줄을 짓는 이웃을 그립니다. 마을책집으로 스며들어서 책을 들추다가 노래 한 가락을 짓는 동무를 그립니다. 한 손에 책 한 자락을 쥐고서 집으로 사뿐사뿐 돌아가는 너와 나를 그립니다.


ㅍㄹㄴ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은하철도의 밤》(미야자와 겐지/오다윤 옮김, 세나북스, 2025.2.20.)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어린왕자》(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오다윤 옮김, 세나북스, 2025.1.20.)

《한 달의 오사카》(김에녹, 세나북스, 2025.3.24.)

《앎과함 10 꿈을 비는 마음》(문익환, 화다, 1978.4.20.첫/1980.4.20.재판)

《끝나지 않은 전쟁》(조지 풀러/신광수 엮음, 눈빛, 1996.6.3.)

《서양식 예절》(엘리자베드 엘 포스트/박홍석 옮김, 브리태니커, 1982.10.30.첫/1986.10.30.2벌)

《韓國民族運動史論》(강만길, 한길사, 1985.3.2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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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4-3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천 용서점은 새책방인가 보네요.이졔는 헌책방순례는 더이상 안하시나 보네요.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철을 잊은 사람 (2025.2.15.)

― 부산 〈카프카의 밤〉



  꽃물(약·보약)을 몸에 넣기에 몸이 바뀌지 않습니다. ‘꽃물’ 때문이 안 바뀝니다. ‘꽃물을 받아들이는 마음’ 때문이 바뀝니다. 고기빵(햄버거)을 먹기에 몸이 망가지지 않습니다. ‘고기빵’ 때문이 아닌 ‘고기빵을 먹는 마음’ 때문에 망가지거나 튼튼합니다.


  누구나 머리카락이 새로 돋고, 손톱이 새로 자라고, 살갗도 낱(세포)도 날마다 끝없이 바뀝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못 느끼거나 안 느끼려 할 뿐입니다. 아주 조그맣던 씨앗 한 톨이 어떻게 우람나무로 자라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해와 바람과 비만 받아들이는 씨앗 한 톨인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납니다.


  사람들은 곧잘 ‘몸바꾸기(성형수술)’를 하지만, 아무리 몸을 칼로 째서 바꾼들 씨톨(유전자)은 안 바뀝니다. 샅(성기)을 바꾸고서 종이(주민등록증)에 적는 갈래(성별)를 바꾸더라도 씨톨(DNA)은 고스란합니다. 어떤 몸(성별)을 입고서 태어났는지 대수로이 여길 수 있지만, 순이몸은 순이몸일 뿐이고 돌이몸은 돌이몸일 뿐입니다. 낫거나 나쁜 몸이란 없습니다. 다른 몸으로 다른 삶을 받아들여서 누리다가, “나하고 다른 몸이지만, 나하고 같은 빛을 속으로 품은 너”를 알아보면서 비로소 손을 맞잡고서 같이 살림을 짓는 새길을 열 뿐입니다.


  부산 연산동 작은책집 〈글밭〉을 들러 아주 천천히 책을 읽고서 〈카프카의 밤〉으로 건너갑니다. 어느덧 훌쩍 건너온 둘쨋달과 셋쨋달 사이입니다. 달종이에 적힌 1·2·3 같은 이름으로 철이 바뀌지 않습니다. 푸른별을 감싸면서 도는 해에 따라서 철이 바뀌고, 해길(태양주기)에 따라서 바람이 바뀌며, 해바람에 맞추어 들빛이 바뀌며, 들빛에 따라서 모든 새와 짐승과 씨앗이 새길을 찾아서 움직입니다.


  텃새란 터를 한 곳에서 이루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새입니다. 철새를 철을 읽으며 터를 두 곳에서 나란히 이루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새입니다. 텃새가 낫거나 철새가 나쁘지 않습니다. 철새가 뛰어나거나 텃새가 안 뛰어나지 않습니다. 둘은 다른 몸과 빛과 숨과 넋으로 이 별에서 사람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누가 철을 잊은 사람인지 곱씹을 일입니다. 벼슬판을 쥐락펴락하는 그들만 철바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잊거나 등지는 누구나 철바보입니다. 들숲바다를 잊은 채 ‘사람이라는 빛’에는 눈감는 모두가 철바보예요.


  빈틈 하나 없이 살아야 하지 않습니다. 빈구석에 빈털터리로 살아가도 아름답습니다. 비울 줄 알기에 사랑으로 차오르도록 채울 수 있습니다. 가득가득 채우기에 새로 나누면서 노래하는 오늘을 사랑하게 마련입니다.


+


[숲노래 낱말책]

철새 (철 + 새) : 철을 읽고서 알맞고 넉넉하게 살아갈 터전을 헤아리며 두 곳을 살림터로 여기며 오가는 새. 한 해는 네철로 움직이기에, 알맞게 지낼 살림터는 아주 먼 곳에 있게 마련이라, 머나먼 길을 의젓하게 날면서 가로지르는 철눈을 어질게 품는 새. 철을 살펴서 보금자리를 꾸려 새끼를 낳아 돌본 뒤에, 새끼새하고 함께 예전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새. 철빛을 사람한테 보여주는 새. 스스로 제 숨결대로 살며 제 삶길을 여는 목숨. 여름새와 겨울새가 있다.


ㅍㄹㄴ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이타가키 류타/고영진·임경화 옮김, 푸른역사, 2024.2.1.첫/2024.2.22.2벌)

#板垣龍太

《백신의 배신》(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글/홍지수 옮김, Mid, 2024.12.11.)

《혼란 기쁨》(김비, 곳간, 2025.1.31.)

《짝 없는 여자들》(조지 기싱/구원 옮김, 코호북스, 2020.8.31.)

#TheOddWoman #GeorgeRobertGissing

《단지, 50년의 이야기》(빙그레·뉴포맷 엮음, 케이스스터디, 2024.12.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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