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9.
숨은책 1001
《神父님 힘을 내세요》
죠반니노 과레스끼 글
김명곤 옮김
백제
1980.8.1.
2001년 어느 날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라는 묵은책을 읽자니, 옆에서 일터지기님이 “어머, 너 그 책을 어떻게 아니?” 하고 묻습니다. 1970해무렵 글결을 살피려고 읽는다고 시큰둥히 대꾸했습니다. 일터지기님은 “그 ‘백제’라는 곳 말이야, 우리 집 옆에 있었어.” 하면서 말을 잇습니다. “처음부터 출판사를 할 뜻은 아니었고 신문기자였는데, 술을 잔뜩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박정희 ○○○!”라고 외쳤더니, 택시일꾼이 집이 아니라 경찰서 앞에 던져놓았다지. 택시일꾼은 경찰더러 ‘여기 간첩 데려왔습니다!’ 했다더라. 끝내 그 한 마디 때문에 기자를 그만둬야 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다가 출판사를 차렸어.” 하시더군요. 나중에 윤구병 씨까지 붙어서 “그 책 있잖아, 처음에 내가 한창 옮겼는데, 옆에 김명곤이라고 그때는 가난한 연극지망생인데, 하도 굶고 다녀서, ‘야, 명곤아, 네가 이 책 옮겨라. 그럼 조금이라도 돈을 받는다.’ 하고 넘겨줬어. 그런데 이 책이 엄청 팔렸네. 명곤이한테 안 주고 내가 번역을 끝냈으면 내가 돈을 만졌을 텐데.” 하더군요. 해묵은 수다요, 철지난 얘기일 테지만, 책마을 귀퉁이에 있던 발자국이라고 느낍니다. 그나저나 김명곤 씨는 여러모로 이름을 날리다가 2024년에 엉큼짓(성추행)이 드러납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끝은 낭떠러지인가 봅니다. 1980년에 이녁이 남긴 글줄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ㅅㄴㄹ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격변을 겪었다. 마치 돈 까밀로와 빼뽀네네 마을서 일어나는 일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이 희극적이고 암시적인 소설 《神父님 힘을 내세요》를 잘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책도 제1권처럼 끊임없는 극단적인 대결과 화해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인정과 사랑과 소박함이 항시 잠복해 있다. 그것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 ‘그래, 과레스키란 그런 친구야. 혼란에 가득 찬 이태리라는 나라에 살면서, 자기 조국의 아픔을 자기 아픔처럼 알고서 괴로와하며 살다가 죽어간 사람이야. 그는 그 속에서 살면서 뭔가를 바랐지. 돈 까밀로와 빼뽀네 같은 친구만이 이 사회에 가득하기를 빈 거지.’ (옮긴이 말/9, 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