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9.

숨은책 1003


《敎養新書 15 敎育論》

 B.럿셀 글

 유석진 옮김

 신양사

 1958.10.10.첫/1959.8.15.재판



  2024년에 어느덧 쉰 해라고 하는 길을 헌책집지기로 살아온 〈아벨서점〉 일꾼입니다. 헌책집은 새책집하고 다른데, 모든 책시렁이 고르지요. 새책집은 잘팔리는 책을 돋보이는 자리에 놓는다면, 헌책집은 그냥 똑같이 책시렁에 둡니다. 헌책집에서는 똑같은 책을 서넛이나 열이나 서른씩 팔지 않아요. 새책집이라면 꽃보람(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을 하루에 즈믄(1000)을 훌쩍 팔아치울 수 있으나, 헌책집에서는 꽃보람을 받은 책이건, 쉰 해 동안 아직 손이 안 탄 책이건 똑같이 ‘하나’를 ‘한 사람’한테 내놓고 잇습니다. 《敎養新書 15 敎育論》이 보여서 문득 집어듭니다. 〈아벨서점〉이라는 책집을 처음 드나든 1992년 어느 날 얼핏 만나서 읽고는 제자리에 꽂은 적이 있다고 떠오릅니다. 예전 책은 아마 누가 사갔을 테고, 이날 만난 책은 새로 들어왔을 테지요. 조그마한 책은 서른 해도 묵고 일흔 해 즈음 묵기까지 합니다. 1958년에 작은책 한 자락조차 장만하기 힘든 분이 수두룩했을 텐데, 주머니를 털어 이 책을 사읽고서 가슴으로 품은 분이 있어요. 커다랗고 묵직한 판은 어림조차 못 하던 가난살림 배움이한테 이바지한 주머니책이요 손바닥책이고 들꽃책이니, ‘손꽃책’이라고 이름을 살며시 붙여 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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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9.

숨은책 1001


《神父님 힘을 내세요》

 죠반니노 과레스끼 글

 김명곤 옮김

 백제

 1980.8.1.



  2001년 어느 날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라는 묵은책을 읽자니, 옆에서 일터지기님이 “어머, 너 그 책을 어떻게 아니?” 하고 묻습니다. 1970해무렵 글결을 살피려고 읽는다고 시큰둥히 대꾸했습니다. 일터지기님은 “그 ‘백제’라는 곳 말이야, 우리 집 옆에 있었어.” 하면서 말을 잇습니다. “처음부터 출판사를 할 뜻은 아니었고 신문기자였는데, 술을 잔뜩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박정희 ○○○!”라고 외쳤더니, 택시일꾼이 집이 아니라 경찰서 앞에 던져놓았다지. 택시일꾼은 경찰더러 ‘여기 간첩 데려왔습니다!’ 했다더라. 끝내 그 한 마디 때문에 기자를 그만둬야 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다가 출판사를 차렸어.” 하시더군요. 나중에 윤구병 씨까지 붙어서 “그 책 있잖아, 처음에 내가 한창 옮겼는데, 옆에 김명곤이라고 그때는 가난한 연극지망생인데, 하도 굶고 다녀서, ‘야, 명곤아, 네가 이 책 옮겨라. 그럼 조금이라도 돈을 받는다.’ 하고 넘겨줬어. 그런데 이 책이 엄청 팔렸네. 명곤이한테 안 주고 내가 번역을 끝냈으면 내가 돈을 만졌을 텐데.” 하더군요. 해묵은 수다요, 철지난 얘기일 테지만, 책마을 귀퉁이에 있던 발자국이라고 느낍니다. 그나저나 김명곤 씨는 여러모로 이름을 날리다가 2024년에 엉큼짓(성추행)이 드러납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끝은 낭떠러지인가 봅니다. 1980년에 이녁이 남긴 글줄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ㅅㄴㄹ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격변을 겪었다. 마치 돈 까밀로와 빼뽀네네 마을서 일어나는 일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이 희극적이고 암시적인 소설 《神父님 힘을 내세요》를 잘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책도 제1권처럼 끊임없는 극단적인 대결과 화해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인정과 사랑과 소박함이 항시 잠복해 있다. 그것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 ‘그래, 과레스키란 그런 친구야. 혼란에 가득 찬 이태리라는 나라에 살면서, 자기 조국의 아픔을 자기 아픔처럼 알고서 괴로와하며 살다가 죽어간 사람이야. 그는 그 속에서 살면서 뭔가를 바랐지. 돈 까밀로와 빼뽀네 같은 친구만이 이 사회에 가득하기를 빈 거지.’ (옮긴이 말/9, 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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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9.

숨은책 951


《주머니글집 1 동지여 내가 있다》

 전노문협 엮음

 현장문학사

 1989.4.22.첫/1990.2.28.증보판



  일하는 사람은 읽거나 쓸 짬이 드물거나 없곤 합니다. 스스로 맡은 자리에 마음을 기울여야 일을 제대로 하고, 숨을 돌리거나 쉴 짬부터 밭거나 없어요. 일터지기가 짬을 안 내주기에 버겁거나 힘들거나 지치게 마련인데, 오히려 힘겹거나 고단한 때일수록 조금이나마 짬을 스스로 내기에 새롭게 숨을 돌린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힘들기에 힘들다고만 여기면 아무것도 못 하거든요. “아, 오지게 힘드네. 이렇게 힘들어 죽겠으니, 이제는 죽지 않을 빛을 내가 손수 내야겠어. 하루 1분이나 10초라도 한 줄씩 읽고 새겨야지.” 하고 마음을 머금으면, 으레 이 조그마한 글줄과 마음길과 손길에 따라서 우리 삶을 저마다 스스로 바꾸어 갑니다. 《주머니글집 1 동지여 내가 있다》는 뒷주머니나 안주머니에 넣을 만큼 작고 가볍고 값싸게 나온 손바닥책입니다. “노래·놀이집 90년 증보판”이라고 하는데, 한때 이러한 책이 제법 나오다가 이제 더는 안 나옵니다. 1990년 앞뒤 여러 해 사이에는 “땀흘려 일하는 엄마아빠”가 쪽틈을 내어 읽을 작은책이 꽤 나왔으나, 요사이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다들 손전화에 눈을 박는 탓도 있다지만, 막상 “작은 일꾼” 곁에 어떤 마음빛을 들려주고 밝혀야 할는지 생각하지 않는 탓이라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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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926


《노래하지 못하는 새 이고르》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정해왕 옮김

 아이즐북스

 2005.11.11.



  사람은 다 다르기에, 말을 술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을 더듬더듬 들려주는 사람이 있어요. 날렵하게 뛰고 달리는 사람에, 느릿느릿 걷고 쉬는 사람이 있지요. 잘 하기도 하지만, 못 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빨리달리기에 셋째로조차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예전 어린배움터(국민학교)는 열 아이가 나란히 달리라고 하면서 첫째·둘째·셋째한테는 팔뚝이나 이마에 ‘1·2·3’을 철썩 찍어 주고서 덤으로 공책을 몇 자락 주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여섯 해 내내 ‘3’은커녕 공책 하나 못 받았습니다. 《노래하지 못하는 새 이고르》는 ‘노래바보’라면서 놀림받던 새 ‘이고르’가 아무도 없다고 여길 만한 벌판으로 날아가서 혼자 신나게 노래하는 길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이고르는 이고르대로 노래할 뿐이에요. 다른 새는 다른 새대로 노래할 뿐입니다. 낫거나 나쁘다고 가를 일이 아닙니다. 이고르는 노래하고 싶을 뿐인데, 다른 새는 배꼽을 쥐며 웃기만 합니다. 실컷 목청을 틔우고 난 이고르는 조금은 후련합니다. 이때 이고르가 부른 노래를 끝까지 들은 ‘새가 아닌 다른 짐승’이 있고, ‘너처럼 노래하는 이는 처음 보는데 참 즐거웠다’고 얘기합니다. 가만히 보면, 글이건 그림이건 노래이건 숱한 갈래가 있어요. 다 다른 글과 그림과 노래이기에, 우리는 저마다 우리 삶에 가락을 입혀 기쁘게 나누고 누리면서 스스로 아름다울 뿐입니다.


#きたむらさとし #おんちのイゴ?ル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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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829


《도시산업선교》

 도시산업선교위원회 엮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전도부

 1971.9.21.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하늘님입니다. 우리나라 몇 군데 절집은 ‘하느님·하나님’이란 이름을 놓고서 불꽃튀게 싸워 왔습니다만, ‘하늘·하나’는 그저 같은 말이고, ‘한’도 같은 말이며, ‘함’에 ‘하·하다’도 같은 말인데다가 ‘해’까지 같은 말입니다. 어느 이름을 쓰든 썩 대수롭지 않되, 다투거나 싸우거나 겨룰 이름이 아닌, 어울리고 어깨동무할 말을 살피고 찾아야 비로소 하늘빛을 품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한·기·장 여신도회, 베다니평신도교육원’에 깃들다가 버린 책인 《도시산업선교》를 2005년 첫가을에 서울 노고산동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이 책을 만나던 날, 책집지기하고 옆집 할매하고 두런두런 주고받는 말을 한참 옆에서 들었어요. 문득 궁금했어요. ‘옆집 할매는 말동무가 없을까?’ 아마 없었을 테지요. 날마다 헌책집지기랑 수다를 나누던 할매인데, 몇 해 뒤에 ‘말동무 없는 아파트’로 옮깁니다. 할매네 집을 할매네 아이들이 허물고서 높다랗게 ‘빌라’로 바꾸었어요. 《도시산업선교》를 펴면, ‘선교와 봉사와 노동운동’에 ‘시민단체’에 ‘교육공무원과 교사’하고 얽힌 얘기도 있고, 제가 나고자란 ‘인천’에서 여러 사람이 ‘도시 산업선교쎈타’를 꾸린 자취도 엿봅니다. ‘선교’는 왜 해야 했을까요? 믿음을 퍼뜨리려 하기보다는 그저 이웃으로 지내고 동무로 사귀면 넉넉한 일이지 싶습니다. 살림이웃에 말동무일 때에 마을이 살아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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