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 -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한 비둘기 이야기
조혜민 지음 / 집우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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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11.

까칠읽기 49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

 조혜민

 집우주

 2024.9.9.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는 책이름처럼 서울내기(도시인)한테 비둘기를 차근차근 알리는(소개) 책이려나 싶어서 장만했는데, ‘비둘기를 다룬 글’을 누리바다에서 뒤져서 묶은 듯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비둘기를 그저 비둘기로 바라보면서 다룬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이 남긴 글도, 멧비둘기하고 서울비둘기하고 다르게 우는 소리를 가려들으면서 두 비둘기하고 사람살이를 찬찬히 짚은 이오덕 님이 남긴 글은 따오지 못 하는구나. 하덕규라는 분이 지은 노래에 〈비둘기에게〉가 있기도 하다. 더구나 검비둘기는 푸른꽃(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시골집 뒤꼍에는 멧비둘기가 여럿 밤잠을 누리면서 함께 지낸다. 우리 집에는 멧비둘기뿐 아니라 크고작은 여러 새가 어울려서 살아간다. 우리는 새한테 따로 먹이를 안 주는데, 새 스스로 벌레잡이를 하고 열매따먹기를 한다.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라면 글쓴이 스스로 마주하고 만나는 비둘기부터 짚고 살피며 들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비둘기는 오랜 옛날부터 스스로 살던 데에서 살 뿐이다. 온나라 곳곳에서 다 다르게 살아간다.


자, 이곳저곳 들춰보자. “예쁜 새들과 비교하면 비둘기의 첫인상에 끌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129쪽)”하고 말하는데, 좀 뻔뻔하다. 어떻게 새가 예쁜지 안 예쁜지 가를 수 있는가? 안 예쁜 비둘기라고 깎아내려도 될까? 이렇게 깎아내리면서 어떻게 비둘기를 들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결국 골치가 아픈 건, 사람입니다. 베란다 난간과 실외기 위로 비둘기들이 날아 앉으면서 배설물과 깃털이 쌓이고, 둥지를 짓기 위해 물어온 나뭇가지까지 더해져 지저분해지니까요. 각종 이물질과 세균이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습니다(190쪽)” 하고도 말하는데, 새가 둥지를 짓는 일을 ‘지저분하다’고 말한다니, 새를 아주 모르는 채 이런 책을 쓴 셈이로구나 싶다. ‘아파트’는 깨끗하고 살기 좋다고 외치는 셈이기도 하다.


“결국, 비둘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이게 진짜 문제입니다. 여러 퇴치 방법을 사용해 비둘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 비둘기가 또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을 것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195쪽)” 하고도 말하는데, 어쩌란 소리인가? 비둘기가 많다니, 무슨 소리인가? 자동차와 아파트야말로 끔찍하게 많을 뿐 아니라, 이 나라를 사납게 잡아먹지 않는가? 자동차와 아파트가 일으키는 끔찍한 저지레와 잘못을 돌아보자. 비둘기똥은 흙을 살리는 거름인데, 서울(도시)에서는 비둘기똥이 흙으로 돌아갈 땅뙈기가 없다. 무엇이 잘못이고 골칫거리인가?


“비둘기는 인간이 모여 살고 있는 거주지, 도시 지역에서 삽니다. 그러니 수렵을 바탕에 두고 있는 유해야생동물 관리 방식에 맞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비둘기를 잡으려고 총을 꺼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207쪽)” 하고도 말하는데, 비둘기가 왜 ‘도시에 산다’고 말을 하지? 서울에서 사는 비둘기는 그리 안 많다. 시골에서 사는 비둘기가 훨씬 많다. 이 책에서 살짝 다루기도 했지만, 적잖은 새는 늘 사람 곁에서 함께 살아왔다. 비둘기도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숱한 새 가운데 하나이다. 자동차 지붕이나 아파트에 똥을 남기는 비둘기가 그토록 밉고 싫다면, 그저 비둘기가 밉고 싫다고 말하면 될 뿐이고, “비둘기 소개서”라고 붙이는 책이름은 하나도 안 어울린다.


ㅅㄴㄹ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조혜민, 집우주, 2024)


어느 품종이든 어떤 모습이든 좋으니

→ 어느 갈래이든 어떤 모습이든

5쪽


이 개의 목에는 동그란 인식표가 달려 있습니다

→ 이 개는 목에 동그란 띠가 있습니다

→ 이 개는 동그란 목띠가 있습니다

→ 이 개는 동그란 목띠를 답니다

5쪽


논두렁 위를 걷다가

→ 논두렁을 걷다가

5쪽


아마 이 개는 탐지견인 듯합니다

→ 아마 살핌개인 듯합니다

→ 아마 길잡이개인 듯합니다

6쪽


또 유해야생동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 또 고약들짐승이라는 꼬리띠가 붙은

→ 또 밉들짐승이라는 꼬리말이 붙은

9쪽


전 세계 곳곳에는 300종種이 넘는 비둘기가 있습니다

→ 온누리에는 300가지가 넘는 비둘기가 있습니다

→ 푸른별 곳곳에는 300갈래가 넘는 비둘기가 있습니다

15쪽


각 장소마다 수백 개의 둥지 자리가 있어서

→ 자리마다 둥지가 숱하게 있어서

→ 터마다 둥지가 잔뜩 있어서

20쪽


여러 쓰임이 있었겠지만 가장 큰 목적은 식용이었습니다

→ 여러모로 쓰겠지만 무엇보다 밥으로 삼았습니다

→ 여러모로 쓸 테지만 먼저 즐겨먹었습니다

22쪽


비둘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기르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 비둘기를 더 잘 기르는 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 비둘기를 알뜰살뜰 기르는 길을 헤아렸습니다

25쪽


다른 동물들의 침입을 막았습니다

→ 다른 짐승을 막았습니다

28쪽


비둘기의 젖으로도 표현됩니다

→ 비둘기젖이라고도 합니다

35쪽


피죤 밀크는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서 만들어집니다

→ 비둘기젖은 암컷과 수컷 모두한테서 나옵니다

→ 비둘기젖은 암컷과 수컷 모두 나옵니다

36쪽


자연에 있었다면 이제 막 비행을 시작할 어린 상태입니다

→ 숲에서라면 이제 막 날려는 어린 새입니다

→ 숲에서라면 이제 막 날려는 어린 때입니다

42쪽


졸지에 마약 운반책이 됩니다

→ 얼결에 삼꽃물을 나릅니다

→ 뜬금없이 해롱물을 옮깁니다

49∼50쪽


178정을 등에 멘 비둘기가 발견됐고

→ 178알을 등에 멘 비둘기가 있고

50쪽


GPS, 내비게이션 없이는 목적지의 방향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인간으로서 동물들의 이런 능력이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 누리찾기, 길찾기 없이는 길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짐승마다 이런 재주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54쪽


이런 비둘기를 전서구傳書鳩라 부르며 소식을 전하는 데에 사용했습니다

→ 이런 비둘기를 알림새라 하며 이야기를 알릴 적에 날렸습니다

55쪽


우선 비둘기는 지구력이 좋습니다

→ 먼저 비둘기는 힘이 있습니다

→ 무엇보다 비둘기는 튼튼합니다 

68쪽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더 나은 길을 찾는 것입니다

→ 짐승을 마주하는 매무새를 끊임없이 돌아보며 새길을 찾아야 합니다

→ 짐승과 살아가는 길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새롭게 나아가야 합니다

96쪽


아주 재미있고 또 흥미로운 오락거리이기도 했습니다

→ 아주 재미있으며 놀잇감이기도 했습니다

→ 아주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99쪽


왕실 비둘기장을 새 생츄어리(Sanctuary, 동물이 평생 습성대로 살 수 있도록 보호하는 곳)로 전환하라며

→ 임금붙이 비둘기집을 보금자리로 돌리라며

122쪽


우리나라에도 반려조로 비둘기를 기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도 곁새로 비둘기를 기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135쪽


품종 비둘기는 쓰임과 목적에 따라 특정 형질이 도드라지거나 없어지도록 선택적으로 교배됩니다

→ 씨비둘기는 쓰임새에 따라 어느 결이 도드라지거나 없도록 골라서 섞습니다

136쪽


일본을 통해 100쌍을 구입해 왔습니다

→ 일본에서 100짝을 사들입니다

→ 일본에서 100짝을 들여옵니다

175쪽


떼죽음으로 알려진 건 지나치게 과장된 겁니다

→ 떼죽음으로 알려졌는데 부풀린 말입니다

→ 떼죽음으로 잘못 알려졌습니다

177쪽


중요한 것은 질병을 유발하거나 매개할 가능성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 무엇보다 다른 짐승도 똑같이 몸앓이를 옮길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다른 짐승 때문에 똑같이 앓을 수 있습니다

194쪽


예전에는 유해조수鳥獸라고 불렀죠

→ 예전에는 사납새라고 했죠

→ 예전에는 나쁜새라고 했죠

20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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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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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11.

까칠읽기 48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정재승·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2009.12.15.



요새는 영어쯤 아무렇지도 않게 쓰니까 책이름에도 ‘크로스’를 쓸 만하리라. 아무래도 이만 한 영어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거니 여기는 마음일 텐데, 모든 사람이 다 영어를 할 줄 알지 않을 뿐 아니라, “쉬운 영어를 모르는 이웃”도 우리나라에 무척 많다.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은 두 사람이 글감 하나를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여러 가지를 다루는 얼거리인데, 높은자리에 올라앉아서 내려다보는 줄거리이지 싶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줄거리가 “다 옳으니”까 이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글결이다. 이를테면, 글책이 아닌 만화책을 어디에서나 읽는 일본사람을 보고 놀라는 모습에 오히려 놀란다. 만화책은 “책이 아니라고 깔보는” 눈길이 아닌가? 만화책은 “아무도 안 보는 데에서 숨어서 보아야” 하는가? 헛소리이다. “키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분홍색은 알고 보면 끔찍하게 촌스러운 색깔이다” 하고 읊는 대목에서는 참으로 철딱서니없다고 느낀다. ‘배롱꽃빛’이 ‘시골스러운 빛깔’일 수 없거니와, “끔찍하게 촌스러운 색깔”이라는 말이란, 시골(촌)을 업신여기는 말이다. 뭐가 따돌림말인 줄 찬찬히 가릴 줄 모르는 채 온갖 말을 읊고 갖은 글을 쓰는 먹물이라면, 이런 먹물을 어디에 써야 할까.


ㅅㄴㄹ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정재승·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2009)


스타벅스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사실 중 하나는, 그들이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스타벅스를 눈여겨봐야 하는데, 굳이 알리려 하지 않는다

→ 스타벅스를 눈여겨보면, 따로 돈을 써서 안 알린다

23쪽


창작이라는 개념은 아직도 고상한 아우라를 듬뿍 뒤집어쓰고 있다

→ 지음이라고 하면 아직도 곱상한 빛을 듬뿍 뒤집어쓴다

48쪽


지난 3∼4년 사이 크게 약진한 데는

→ 지난 서너 해 사이 크게 뛰는데

→ 지난 서너 해 사이 껑충 뛰는데

52쪽


이는 검색 빈도수는 개인의 생활을 반영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보여주지만

→ 찾아보기는 사람들 삶을 드러낸다는 대목을 수수하게 보여주지만

55쪽


앞으로 창의적이지 못한 기술은 기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앞으로는 새롭지 못하면 손재주로 나뒹굴고 만다

71쪽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성인들이 공공장소에서 만화책을 꺼내 읽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어른들이 어디서나 그림꽃책을 꺼내 읽어서 크게 놀랐다

97쪽


그중에는 바라보기 민망한 내용도 있었다

→ 바라보기 부끄러운 줄거리도 있다

→ 바라보기 낯뜨거운 줄거리도 있다

97쪽


일본인의 발상은 언제나 내 상상력을 가볍게 능가하곤 한다

→ 일본사람은 언제나 내가 생각지 못한 일을 생각한다

→ 일본사람은 언제나 대단하게 생각한다

106쪽


키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분홍색은 알고 보면 끔찍하게 촌스러운 색깔이다

→ 키티를 이루는 배롱빛은 끔찍하고 어수룩하다

→ 키티를 감싸는 진달래빛은 끔찍하고 낡았다

107쪽


수술에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

→ 째려면 둘이 있어야 한다

138쪽


요즘 세대는 우물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 요즘은 우물을 보지 못 한다

→ 요즘사람은 우물을 못 본다

195쪽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우물이 존재한다

→ 그렇지만 내가 어릴 적에 우물이 있었다

→ 그러나 나는 어릴 적에 우물을 보았다

19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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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이와 도깨비 얘기줌치 4
하수정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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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2024.12.2.

까칠읽기 50


《답답이와 도깨비》

 하수정

 이야기꽃

 2021.9.6.



  ‘동네(洞-)’라는 낱말은 일본이 이 땅을 짓밟으면서 퍼진다. 워낙 우리말은 ‘마을’이고 ‘말’이며, ‘고을’이며 ‘골’이고, ‘실’에 ‘뜸’이다. 요새야 으레 ‘부모’ 같은 한자말을 쓰지만, 지난날에는 ‘어버이’라 했다. 《답답이와 도깨비》를 펴면, “버선을 짝재기”로 꿴다는 아이가 나오는데, ‘짚신짝’도 짝재기로 꿴다는데, 지난날에는 다들 맨발로 다녔다.


  잘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우리말씨에는 “저어∼”나 “하∼”가 없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를 넣어서 긴소리를 나타낸다. 일본 글버릇이 잘못 들어와서 퍼지는 바람에 ‘―’나 ‘∼’를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에까지 잘못 쓰곤 하는데, 굳이 뭘 넣으려고 한다면 ‘!’로 끊어야 알맞다. 또는 “하아”나 “하아아”처럼 적는다. “저”를 “저어”처럼 적을 적에 이미 길게 늘였기에 ‘∼’를 붙이면 군더더기이다.


  조금 더 우리말씨를 헤아린다면, 시골말이건 사투리이건 ‘거’를 아무 데나 안 넣는다. “근데 넌 좋아하는 게 뭐니?”나 “내는 밥 먹는 거 좋아한다.”처럼 말하지 않는다. “근데 넌 뭘 좋아하니?”나 “내는 밥이 좋다.”처럼 들려주는 우리말씨이다.


  ‘세상 공부’나 ‘물정’ 같은 한자말은 언제부터 썼을는지 곱씹을 노릇이다. 그림책 《답답이와 도깨비》에는 ‘빨간 스니커즈’를 신은 도깨비가 나온다는데, 굳이 ‘빨간신’이라 안 하고 ‘스니커즈’라고 해야 할까?


  옛이야기이건 오늘이야기이건 모두 이야기이다. 이야기란 잇는 말이다. 마음과 마음을 말로 잇기에 이야기라고 한다. 어제하고 오늘을 무엇으로 어떻게 잇고픈 마음인지, 여기에 어떤 낱말과 말씨로 줄거리를 여미려 하는지, 부디 곰곰이 하나하나 돌아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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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 빛깔있는책들 - 불교문화 59
김삼룡 지음, 송봉화 사진 / 대원사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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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15.

읽었습니다 326



  오늘 이곳에서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다른 어느 길도 믿지 않습니다. 스스로 어디로도 밀지 않아요. 사랑으로 살아가지 못 할 적에 빈틈을 파고드는 ‘믿음’입니다. 우리나라에 깃든 믿음돌을 두루 짚는 《미륵불》입니다. 어느 즈음 들어왔고 어떻게 퍼졌는지 이래저래 짚는구나 싶으면서도, 어쩐지 살갗으로는 안 와닿습니다. 나라지기가 스스로 ‘새빛’이라고 내세운들 그이가 새롭거나 빛날 수 없습니다. 누가 믿음지기로 나선들 어느 누가 ‘빛살’일 수 없습니다. 깨달은 사람은 모든 틀과 믿음을 깼습니다. 믿음을 깨야 바로보거든요. 믿거나 따라야 하면 굴레일 뿐이에요. 스스로 이 삶을 바라보아야 살림을 짓습니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누리기에 어느새 사랑을 알아보면서 맑고 밝게 빛나요. 모든 사람이 온누리를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일깨우려고 이 땅에 찾아오는 빛줄기입니다. 모든 아기가 빛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이들은 빛으로 서기엔 너무 고달프고 어려워 보입니다.


《빛깔있는 책들 59 미륵불》(김삼룡 글, 송봉화 사진, 대원사, 1991.2.25.)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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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으로 산책 -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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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7.

읽었습니다 280



  우리가 ‘나무눈’으로 둘레를 본다면 이 터전을 어떻게 가꿀는지 헤아릴 수 있을까요. ‘고양이눈’이며 ‘나비눈’이며 ‘참새눈’으로 서울을 돌아본다면 하루를 어떻게 일굴는지 생각할 수 있을까요. 《고양이 눈으로 산책》은 꼭 고양이 마음이나 눈길로 둘레를 보는 줄거리를 다루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곁에 두는 삶으로 하루를 되새기는 줄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늘 맞이하는 하루는 쳇바퀴일 수 있지만, 모든 나날이 새길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길에 따라서 다릅니다. 눈길과 눈망울에 따라서 달라요. 언제나 꿈을 바라보고 그리며 노래하는 사람이 있고, 똑같이 해야 한다고 투덜대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글을 쓰는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글을 읽는 마음도 이와 같아요. 어느 눈으로 둘레를 보려는지 스스로 곱씹을 일입니다. 어느 눈으로 책을 쥐고서 새롭게 배우며 삭여서 이 터전을 사랑할는지 짚을 적에 스스로 깨어나거나 잠들게 마련입니다.


《고양이 눈으로 산책》(아사오 하루밍/이수미 옮김, 북노마드, 2015.6.26.)


ㅅㄴㄹ


배에 탄 승객들의 머리가 다리 위에서도 잘 보인다

→ 배에 탄 사람들 머리가 다리에서도 잘 보인다

→ 뱃손님 머리가 다리에서도 잘 보인다

12쪽


차이나타운에서 나와 작은 강을 넘으면 곧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고

→ 중국마을에서 나와 작은 내를 넘으면 곧 가파르고

→ 중국골목에서 나와 시냇물을 넘으면 곧 가파르고

27쪽


그건 신혼부부가 독신인 나에게 첫날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 꽃살림짝이 홀몸인 나한테 첫날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이다

→ 새살림짝이 혼살림인 나한테 첫날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꼴이다

31쪽


배가 불러도 먹게 될 때가 있어요

→ 배가 불러도 먹을 때가 있어요

42쪽


아케이드를 빠져나오니 거리 폭이 넓어지면서 시야가 확 트였고

→ 가겟골을 빠져나오니 거리가 넓고 눈길이 확 트이고

→ 저잣길을 빠져나오니 거리가 넓고 눈앞이 확 트이고

50쪽


그런데 지붕 위라니, 제법 상쾌할 것 같다

→ 그런데 지붕이라니, 제법 시원할 듯하다

81쪽


내 안의 고양이가 인솔한다

→ 마음속 고양이가 이끈다

129쪽


클라이맥스의 가장 큰 불꽃이 터진다

→ 바야흐로 가장 큰 불꽃이 터진다

→ 드디어 가장 큰 불꽃이 터진다

158쪽


골동품 업자가 2시에 오니까

→ 옛것팔이가 2시에 오니까

→ 옛살림팔이가 2시에 오니까

208쪽


택배 상자에 넣고 얼른 테이프로 봉했다

→ 짐꾸러미에 넣고 얼른 감싼다

→ 짐붙이에 넣고 얼른 붙인다

2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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