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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고양이 3
센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28.
잘하면 잘 할 뿐
《여동생은 고양이 3》
센코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10.31.
‘잘하다’하고 ‘잘 하다’를 가려서 쓰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못하다’하고 ‘못 하다’를 갈라서 쓰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서 가만히 생각을 하면, ‘잘하다·못하다’하고 “잘 하다·못 하다”를 그저 가볍게 나누어 이야기를 할 만합니다.
타고난 재주를 펴면 ‘잘한다’고 하겠지요. 모처럼 뜻대로 이루면서 “잘 할” 수 있어요. 망가뜨리니까 ‘못한다’고 여길 테고, 오늘은 어쩐지 안 맞거나 힘들기에 “못 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삶은 재주나 솜씨로 일구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모든 날은 다 다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라 하지만, 해마다 다른 봄입니다. 같은 날씨란 없습니다. 얼핏 보면 널뛰는 날씨인데, 곰곰이 보면 그저 다르게 흐르면서 삶을 헤아리고 배우는 길이로구나 싶습니다.
《여동생은 고양이》는 꼭 석걸음으로 매듭짓습니다. 얼마든지 열걸음이나 스무걸음을 그릴 수 있을 텐데, 굳이 늘어뜨리지 않아요. 알맞게 자릅니다. 군더더기를 입히지 않아요. 책이름 그대로 “동생이 고양이”입니다. “엄마아빠도 고양이”요, 여러 동무와 이웃도 고양이입니다. 그러나 마을에 고양이만 있지 않습니다. 고양이도 있고 사람도 있어요. 씨앗(종種)은 다르지만 한마을에서 어울립니다. 겉모습이 다를 뿐, 마음과 말을 나누면서 함께 살림을 짓습니다.
겉모습이 같더라도 말을 안 섞으면 서로 얼마나 다른 마음인지 모릅니다. 겉모습이 다르기에 더 말을 섞고 다가서기에, 비로소 ‘겉모습이 다르더라도 속마음은 같구나’ 하고 느낄 만하지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똑같은 몸짓으로 걸어야 하지 않습니다. 나하고 다른 너라서 ‘극우·극좌’일 수 없습니다. 그저 나랑 네가 다를 뿐입니다. ‘틀린’ 일이라면 ‘틀렸네’ 하고 말할 노릇이면서 ‘바로잡을 길’을 짚으면 됩니다. 틀렸기에 삿대질을 하거나 막말을 한다면, 다른 둘 사이는 아예 만날 길이 없을 만큼 좍좍 긋고 갈라서면서 끝내 싸우기만 합니다.
고양이도 사람도 왼발과 오른발을 나란히 짚으면서 걷습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오른눈과 왼눈을 함께 떠야 앞을 하나로 바라봅니다. 다르기에 함께살아요. 다르니까 한집과 한마을과 한나라와 한별을 이루면서 삽니다. 숲을 봐요. 숲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는 몽땅 다릅니다. 한 그루 나무에서 퍼진 씨앗이 자란 나무라 하더라도 ‘다 다른 나무’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와 마을과 집에서 ‘나랑 다른 너’를 어떻게 마주하려는 마음인지, 이제부터 새롭게 돌아볼 때입니다.
다르니까 내가 너랑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말하면 됩니다. 다르니까 나랑 너는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다르니까 우리는 자꾸자꾸 이야기를 하고 말을 섞습니다. 다른데 말을 안 섞고, 귀를 안 열고 눈을 안 뜬다면, ‘너’가 아닌 ‘나’부터 스스로 수렁에 잠기고 말아요. 《여동생은 고양이》는 사람몸으로 태어났으나, 사람 어버이를 일찍부터 잃고 말아서, 고양이 집안에 깃들어 새길을 걸어가는 푸른씨가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말빛과 이야기와 살림길을 찾아나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부드러이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ㅍㄹ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변함없는 관계가 바로 진정한 형제다.” (49쪽)
‘똑같은 온기와 마음이 느껴져서 굉장히 쑥스러워.’ (126쪽)
“오빠 역할을 못 한다면,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151쪽)
“물론 우린 서로 달라! 원래는 남남일 뿐이야! 하지만! 엄마랑 아빠도 원래는 남남이었어!” (157쪽)
“게다가 우리가 멀찍이서 지켜볼 테니까! 당신도 어서 네네코한테 안 들키게 변장해!” (194쪽)
‘네네코도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나도 최선을 다해서 협력하자.’ (217쪽)
#妹は猫 #仙幸 #senko
《여동생은 고양이 3》(센코/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
귀여워∼! 귀여움의 화신이야∼!
→ 귀여워! 귀여운 님이야!
→ 귀여워! 귀염둥이야!
→ 귀여워! 귀염덩이야!
15쪽
같은 꿈을 지닌 동지니까
→ 꿈이 같으니까
→ 꿈이 같은 동무니까
21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