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2.


《세계 최초의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

 한혜숙 글, 이현정 그림, 두레아이들, 2022.3.10.



퐁당퐁당 쉬는 시월 첫머리이다. 우리는 왜 ‘국군날’에 쉬어야 할까? 무엇보다도 싸울아비(국군)는 이날에 쉴 수 있는가? 집손질 이틀째이다. 시골살이 열네 해 만에 받는데, ‘숲빛(천연소재)’은 거의 안 쓰는 듯싶다. 이것저것 부리고 떼고 붙일 적마다 냄새가 자욱하다. 지난날 우리가 손수 집을 짓고 고칠 적에는 이처럼 시끄럽거나 어지럽거나 매캐하지 않았을 텐데. 어느덧 바람이 제법 차다. 별이 가득하고 하늘이 파랗다. 《세계 최초의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를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아쉽다고 느끼며 읽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라는 분한테 자꾸 ‘허울’을 씌우려고 하는데, ‘세계 최초’라거나 ‘사이언스 아티스트’라고 안 해도 된다. 그저 ‘그림’이고, 언제나 ‘벌레’ 곁에 있고, ‘풀꽃나무’하고 어울리는 ‘들숲바다’라는 살림을 지은 매무새이다. 그런데 그림과 벌레와 풀꽃나무와 들숲바다를 고루 품으려던 사내는 없다시피 했고, 이 길을 비로소 연 일꾼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날 그림꾼과 벌레지기(곤충학자)와 풀꽃지기(식물학자)는 어떻게 일할까? 외곬로만 달리면서 막상 살림과 들숲을 등지는 길이지는 않은가? ‘연구대상·관찰대상·실험대상’이 아닌 이웃을 볼 수 있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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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1.


《영원의 들판 1》

 오사카 미에코 글·그림/순정편집부 옮김, 대원, 2000.1.18.



시골집 집손질을 하는 첫날이다. 헌 미닫이를 뜯어내느라 우지끈우지끈 시끌벅적하다. 추위가 닥치기 앞서 일손이 온다만, 언제 일하러 온다는 말이 딱히 없이 와락 들이닥쳤다. 오늘 일손이 물러간 뒤에 옆마을로 걸어가서 17:40 시골버스를 탄다. 저잣마실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오자니, 오늘 10월 1일이 ‘임시공휴일’이 되었다면서 시골버스가 거의 안 다닌다. 이런 날이 있네 싶어서 택시를 부른다. 별이 쏟아지는 밤이다. 《영원의 들판 1》를 읽고 이내 뒷걸음을 죽 읽는다. 이 그림꽃이 한창 나오던 무렵에는 서울에서 살았으되 하루하루 쉴새없이 보냈다. 틈틈이 홍대 앞 만화책집을 찾아갔는데, 이레에 이틀씩 찾아가도 놓치는 책이 으레 있더라. 《영원의 들판》은 엇갈리고 자꾸 엇갈리면서 끝까지 엇갈리는 사이를 그린다. 만나기에 헤어지고, 헤어지고서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고 새로 만나는 삶이기는 한데, 서로 얽거나 옭는다면 그만 갇힌다. “나만 쳐다봐”야 한다면 둘은 괴롭다. 먼저 “스스로 마음을 바라보”며 차분히 다독인 뒤에,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마주하는 하루를 세워야 비로소 동무이고 이웃이고 짝이고 지기로 나아갈 테지. ‘좋아하’기만 하면 언제나 ‘좁’은 마음에 사로잡힌다.


#永遠の野原 #逢坂みえこ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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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20.

숨은책 1004


《윤석열 대통령 연설문집 1 20220510-20230509》

 문화체육관광부 엮음

 대한민국 대통령실

 2023.10.



  2024년 12월 19일에 고흥읍 나래터(우체국)에 갔더니 《윤석열 대통령 연설문집 1 20220510-20230509》가 있습니다. 이레 앞서 나래터에 들를 적에는 못 본 책입니다. 자그마치 816쪽에 이르는 두툼한 꾸러미인데, 펴낸날은 2023년 10월이니, 전남 시골에는 이제서야 뿌렸을는지 궁금합니다. 마침 옆에 《주간경향》 1607호가 나란히 있습니다. 얇은 《주간경향》은 “스스로 연 탄핵의 문”을 머릿글로 다룹니다. 나래터에서는 두툼한 꾸러미를 안 두고 싶은 듯합니다. 제가 얻어가기로 합니다. 묵직한 《윤석열 대통령 연설문집 1》를 들추자니 95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발간사’라는 글이 있어요. 94쪽에 걸쳐 ‘화보집’을 꾸렸고, 뒤쪽도 ‘작은 화보집’으로 꾸밉니다. 여러 해 앞서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집》이라든지, 여러 우두머리 ‘연설문집’이 시골 읍내 나래터에 꽂히곤 하는데, 하나같이 대단히 무겁고 크고 번들거리는 종이에 그냥 ‘화보집’입니다. 사람들 곁에 서려는 일꾼이라면 맨앞에 서서 자랑하는 ‘찰칵놀이’는 안 하겠지요. 사람들 사이에 스미는 작은말과 작은얘기를 들려주는 몫이어야 할 텐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우두머리’를 ‘옛적 임금님’으로 여기며 《조선왕조실록》이라도 엮는다는 부푼꿈 같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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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지위


 자기의 지위를 활용하여 → 제 지체를 내세워 / 제 벼슬을 앞세워

 우리의 지위가 천하다는 이유로 → 우리 자리가 낮다면서

 상대방의 지위에 따라서 행동한다 → 그이 이름에 따라서 움직인다


  ‘지위(地位)’는 “1. 개인의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위치나 자리 ≒ 위 2. 어떤 사물이 차지하는 자리나 위치 ≒ 위지”를 가리킨다지요. ‘-의 + 지위’ 얼거리라면 ‘-의’를 털고서, ‘자리·자위·지체·차지·칸’이나 ‘높낮이·높이·높고낮다’나 ‘앞뒤·크고작다·눈금·위아래’로 손질합니다. ‘벼슬·벼슬자리·감투’나 ‘어깨끈·어깨띠·팔띠’나 ‘날개·나래’로 손보고, ‘길·길눈·길꽃’으로 손봐요. ‘-로서·몫·모가치·또아리’나 ‘손꼽다·첫손’으로 손볼 만합니다. ‘이름·이름길·이름결·이름값·이름띠’나 ‘이름꽃·이름빛·이름나다·이름있다’나 ‘이름씨·이름줄’로 손질해도 어울려요. ‘한곳·한자리’나 ‘꽃이름·꽃낯·아름이름·날개이름·나래이름’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조선어의 독점적 지위를 허물어서, 시민들이 영어를 쓰고 자식들이 영어를 모국어로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 조선말만 쓰기보다는, 사람들이 영어를 쓰고 아이한테 겨레말로 영어를 고를 수 있도록 하자는 길이다

→ 조선말만 쓰지 말고, 누구나 영어를 쓰고 아이한테 영어를 내림말로 고를 수 있도록 하자는 셈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복거일, 삼성경제연구소, 2003) 91쪽


언젠가는 마이너리티의 지위를 벗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 언젠가는 뒷자리를 벗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 언젠가는 초라한 자리를 벗어날 지도 모른다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3》(이상준, 휴머니스트, 2006) 64쪽


다시 말해 세계적인 서사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 다시 말해 온누리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제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나카마사 마사키/김경원 옮김, 갈라파고스, 2015)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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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배터리battery



배터리(battery) : 1. [체육] 야구에서, 짝을 이루어 경기를 하는 투수와 포수 2. [화학]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꾸어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때에 전기로 재생하는 장치 = 축전지

배터리(battery) : 1. [음악] 군악대에서 군호나 호령으로 규정된, 북을 연타하는 것과 같은 리듬 2. [음악] 큰북과 작은북의 짜임 3. [음악] 관현악에서 타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

battery : 1. 건전지, 배터리 2. 수많은 3. 포대, 포열 4. (촘촘히 이어진) 닭장[새장 등] 5. 구타



우리가 쓰는 살림에 ‘빛’이라는 ‘밥’을 먹입니다. 빛밥을 먹는 막대가 있으니 ‘빛막대·빛샘·빛우물’처럼 나타낼 만합니다. 공을 주고받는 짝을 가리킬 적에는, 두 사람인 만큼 그대로 ‘둘·두 사람’이나 ‘짝·짝꿍·짝지’라 할 만합니다. 두 가지 북을 가리킬 적에는 ‘큰북작은북’이라 하면 되어요. 때로는 ‘짜임·짜임결·아귀’라 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배터리가 나가셨구만

→ 밥이 나가셨구만

→ 빛샘이 나가셨구만

《필라멘트》(우루시바라 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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