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13.


《천천히 스미는》

 G.K.체스터튼 외 글/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2016.9.20.



아침에 빨래를 하려고 했더니 곁님이 먼저 해놓는다. 곧 밥을 지으려 했더니 어느새 곁님이 먼저 도마를 편다. 옆에서 거든다. ‘거의 끝손질’을 펴냄터로 넘겼되 “거의 끝손질을 담은 꾸러미를 마지막으로 다시 짚는 그야말로 끝손질”이 남았다. 아마 이틀 뒤면 받을 테니, 천천히 기운을 차려서 매조지를 할 노릇이다. 낮에는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간다. 볕이 따뜻하지만 바람은 찬 늦겨울이다. 겨울이 저무는 이즈음에는 여름냄새가 살풋 난다. 여름이라면 너덧 달 뒤 아니냐고들 할 테지만, 여름이 저물 적에는 겨울냄새가 문득 난다. 겨울이 저물 적에도 여름냄새가 가볍게 돈다. 《천천히 스미는》을 되읽었다. 이미 널리 읽혔다고 할 여러 글바치 조각글을 주섬주섬 여민 꾸러미이다. 책 한 자락으로 여러 눈길과 삶길을 읽을 만하기에 이 책을 좋아하는 분이 많은 듯싶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여러 글바치 글조각을 모으는 꾸러미가 그리 반갑지 않다. 나도 두 판 글조각을 맡겨서 ‘여러 삶길을 들려주는 책’에 힘을 보탠 바 있지만, 이런 꾸러미는 “내 책도 누구 책도 아니”지 싶다. 어쩐지 ‘좋은말’만 뽑느라 ‘수수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오늘을 고즈넉이 바라보는 말’을 몽땅 도려낸 셈이랄까. 천천히 스미려면 “글님 낱책을 다 따로따로 천천히 읽고서 더 천천히 삭일 일”이라고 본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12.


《제주도 음식》

 김지순 글·안승일 사진, 대원사, 1998.5.15.



밤 01:40부터 빗줄기가 듣는다. 오늘 하려던 이불빨래는 미룬다. 그러나 오늘 19:45에 드디어 《말밑 꾸러미》 ‘거의 끝손질’을 마치고서 펴냄터로 넘긴다. 오늘 낮에는 곁님이 퍽 오랜만에 밥을 차렸다. 글손질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하루를 보내느라 밥짓기를 잊을 뻔했는데, 그야말로 고맙다. 《제주도 음식》을 세 해쯤 자리맡에 쟁이고서 잊었다가 겨우 다 읽는다. ‘한밥(한식)’처럼 ‘겨레밥’을 으레 ‘임금밥(궁중음식)’ 얼거리로 바라보아야 할는지 곱씹어 본다. 논밭을 일구던 사람과 바다일을 하던 사람은 어떤 밥차림이었을까? 지난날 배를 타던 사람은 배에서 그야말로 오래 지내야 했는데 ‘뱃밥’은 무엇일까? 배움갈(학문)올 밥차림을 따지는 일은 안 나쁘되, 너무 배움갈에 파묻힌 채 정작 ‘수수하게 살림을 지으며 아이를 돌본 여느 어버이가 지은 밥차림’을 잊거나 안 살핀다면, 이때에는 누구네 겨레밥인지 모르겠다. 임금이 먹던 밥도 겨레밥에 들 테지. 그런데 한 해 내내 수수하게 차린 밥을 다루지 않는다면? 한 해 내내 수수하게 지어서 입은 옷을 살피지 않는다면? 수수한 사람들이 살던 풀집과 나무집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2025년 오늘날 ‘수수집·수수밥·수수옷’은 무엇일까? 나는 쇠(자동차)도 재(아파트)도 거느리지 않는다만, 앞으로 2500년 무렵이라면 2025년 살림집을 뭐라고 돌아볼까?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11.


《꿈의 파편 상》

 스도 유미 글·그림/조아라 옮김, AKcomics, 2022.2.15.



올해 셋쨋달에 선보일 《말밑 꾸러미》 ‘거의 끝손질’을 한창 한다.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이 일을 하려고 온힘을 쏟은 지 나흘째이다. 오늘은 살짝 숨돌리려고 저잣마실을 나간다. 큰아이가 배웅하면서 “아버지, 등짐 가볍게 와야 해요!” 하고 외친다. 오늘 아침에는 이불 석 채를 빨래했다. 마땅히 손빨래이다. 볕이 넉넉해서 저녁에는 다 마르리라 본다. 이튿날에도 이불을 한 채 빨래하려고 하는데, 해님이 이어가 주기를 빈다. 《꿈의 파편》을 읽었다. 두 할머니한테 ‘늙은날’뿐 아니라 ‘젊은날’과 ‘푸른날’이 있었고, 푸른날에 꿈으로 그리던 길을 갈 수 없었다지만, 이 꿈을 이제 아이들이 조금씩 일구고 새 아이들이 다시금 가꾸면서 훅 달라진 오늘날을 가만히 그린다고 할 만하다. “모든 사람은 늙는다”고 으레 여기지만, “꿈을 잊으면 바로 늙는다”고 해야 옳지 싶다. 꿈을 늘 새기는 사람은 “먹는 나이만큼 어질게 살림을 짓”는다. ‘나이·낳다·나·날다·낡다’라는 매우 닮지만 다른 낱말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제대로 짚을 줄 알다면 어질지만, 닮으나 다른 낱말을 안 짚는다면, 우리는 누구나 우두머리가 씌우는 굴레에 사로잡힌 채 싸우다가 죽어가리라 본다.


#夢の端 #須藤佑實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7. 취학유예



  큰아이는 이제 ‘고2’ 나이에 이른다. 여태까지 큰아이하고 작은아이는 집배움을 한다. 그저 집에서 몸소 배운다. 두 아이 스스로 배움길을 찾아나서는 살림살이인데, 2025년에 이르러 고흥군 도화초등학교에서 ‘의무교육관리위원회 참석 요청서’를 보낸다. 열한 해 만에 이런 모임이 있는 줄 처음으로 듣는다. 그렇다면 지난 열한 해 동안 학교도 교육청도 무슨 일을 했다는 뜻일까 궁금하다. 이분들은 집배움을 하는 어린이와 푸름이를 거들떠보거나 들여다본 일조차 없구나 싶다.


  어떤 종이(졸업장·자격증)가 있어야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다른 종이(원고지·도화지)로 얼마든지 스스로 살림길을 열면서 새일을 할 수 있다. 어떤 종이(졸업장·자격증)만 바라는 목소리는 아이들을 괴롭히는데,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그들 스스로 괴롭히게 마련이다. 다른 종이(원고지·도화지)를 바라보지 않는 눈길과 마음길이라면, 어떤 배움길도 못 열고 만다.


  ‘취학유예’란 이름이 우습다. 누가 누구를 ‘보아준다’는 소리일까. 아이들은 ‘졸업장 학교’에서만 배우는가? 아이들은 집과 마을에서 먼저 슬기롭게 배우면서, 따로 ‘배움터’에서도 어울림길과 어깨동무를 살필 노릇이지 않을까? 위에서 내려다보는 일본제국주의 찌꺼기말 ‘취학유예’라는 이름을 아직 그대로 쓰는 판인데,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수수하게 ‘집어린이’를 바라볼 노릇이고 ‘집배움’으로 마주할 일이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취학유예’가 아닌 ‘집배움’이다. 그리고 ‘집살림·보금살림·숲살림’을 걷는다.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다녀도 되지만, 어버이 곁에서 신나게 뛰놀면서 자랄 수 있다. 푸름이는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닐 수 있되, 스스로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해바람비를 길동무로 삼고 풀꽃나무를 배움동무로 여길 수 있다.


  누구나 스스로 배우게 마련이라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지난 2017년에 써냈다. 이 책을 도화초등학교 길잡이한테 한 자락 건네자고 생각한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끌별 녀석들 완전판 1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이승원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7.

미워할 수 없는 너


《시끌별 녀석들 15》

 타카하시 루미코

 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8.30.



  《시끌별 녀석들 15》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1978∼87년에 나온 그림꽃이니 거의 쉰 해에 이르는 나날을 이은 셈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렇게 줄거리를 짜서 이만 한 붓끝으로 들려주는 그림꽃은 드물거나 다시 보기 어려울 만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밀고당기는 줄거리인데, 첫걸음부터 끝걸음까지 두루 보면, “미워할 수 없는 너”요, 마침내 “미워하지 않기로 하는 마음”이 아닌 “그저 사랑으로 바라보고 품는 마음”으로 거듭난다고 여길 만합니다.


  2022년에 다 읽은, 아니 2002년에 먼저 읽고서 스무 해 만에 새로 읽은 꾸러미를 세 해 동안 자리맡에 쌓아놓습니다. 어쩐지 그대로 책숲으로 옮겨놓기에는 아쉽다고 여겼는데, 이동안 온누리에 여러 일이 불거집니다. 좋아하는 쪽은 마냥 좋아하면서, 미워하는 쪽은 끝없이 미워하는 사람들 모습을 지켜봅니다. 이쪽이어야만 하고 저쪽은 안 된다고 외치는 두 무리를 보면, 서로 말을 안 섞어요. 저마다 어떤 길을 내세우는지 듣지도 않으면서 그저 “쟤들이 하는 말은 뻔하잖아!” 하고 끊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이라 하더라도 말을 안 하면 서로 어떤 뜻인지 잘못 짚거나 넘겨짚기 일쑤입니다. 마음이 안 맞는 사이라면 말을 안 할수록 더욱 엇갈리지 않을까요? 마음이 안 맞는 사이라서 더더욱 귀담아듣고서 더욱더 찬찬히 말하면서 “왜 서로 다르게 살아가려는”지 나눌 노릇이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윤석열 멧돼지”라고 부르더군요. 이렇게 말씀하는 분한테 한마디 했습니다. “저기, 멧돼지가 무슨 잘못이라고 그렇게 빗대시나요? 멧돼지를 보신 적 있나요? 멧돼지는 멧숲을 돌보는 상냥하고 여린 짐승입니다. 어미 멧돼지는 새끼 멧돼지를 지키려는 때가 아니면 달려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멧돼지는 스스로 두렵고 무서워서 앞뒤를 안 보고서 그저 내달립니다. 멧돼지를 모르면서 함부로 아무 데나 빗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윤석열은 그냥 “윤석열 씨”라고 하면 됩니다. 또는 “윤씨”라 하면 되어요. 이재명은 그냥 “이재명 씨”라고 하면 되어요. 또는 “이씨”라 하면 되어요. 어느 누구이든 매한가지입니다. 한때 대통령 곁사람을 놓고서 ‘여사’라 해야 한다느니 ‘여사님’이라 해야 한다느니 말이 많았는데, 시골 논밭지기(농부)이건 서울 나라지기(대통령)이건 그저 나란히 ‘님·씨’로 가리키면 됩니다. 사람은 그저 사람이기에 누가 높거나 낮지 않아요. 한자말로 붙이는 부름말이기에 높임말이지 않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윤씨가 우두머리 자리에 앉아야 한 까닭이 있다고 느껴요. 어떤 잘잘못을 하든 말든, 그이를 ‘미워하지(혐오)’ 않는 길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오직 잘잘못만 가리고 따지고 밝히면서 ‘사람’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살림을 일구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죽일짓을 해서 사슬터에 가두더라도 밥을 똑같이 차려 주어야 합니다. 죽일짓을 저지른 놈팡이라고 해서 ‘죽일놈이 먹을 밥에 침을 뱉어’도 되지 않아요.


  우리는 아주 쉽게 “혐오하지 말아라!” 하고 외치지만, 정작 윤씨나 박씨(박근혜·박정희)나 이씨(이명박·이승만)를 미워하고(혐오) 맙니다. 그런데 윤씨도 박씨도 이씨도 미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말하고 나무라고 타이르고서 그치면 되어요.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말하는 동안 자꾸자꾸 밉말(혐오표현)을 그들한테 들씌웁니다. 그래서 “그들을 감싸려는 무리”가 태어납니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만 차분히(냉정) 말하고 끝내면서,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지을 나라를 말할 줄 알기까지 그들이 우두머리나 벼슬자리에 앉는다고 느껴요. 윤씨뿐 아니라 다른 이씨(이재명)를 놓고도 매한가지입니다. 어느 쪽 누구를 바라보든, 좋아하거나(팬덤) 싫어하지(혐오) 않는, 그저 그들이 무슨 짓이나 일을 했고, 그들이 어떤 값(평가·평가)을 받아야 하느냐만 짚을 노릇입니다.


  아름다운 이가 나라지기에 앉을 수 있어도 배웁니다. 모지리가 우두머리에 앉을 수 있어도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름답게 자라나도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사납말(욕설)을 입에 달고 다녀도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둘레 어버이와 어른이 하는 그대로 배우고 따라합니다. 우리가 어버이와 어른으로서 늘 밉말(혐오표현)과 좋은말(팬덤문화) 사이를 오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모습을 고스란히 배워서 따라합니다.


  우리가 밉말도 좋은말도 이제부터 끝낼 줄 안다면, 이리하여 ‘살림말’과 ‘사랑말’과 ‘숲말’을 우리 보금자리부터 펴고 마을에서 나눌 수 있다면, 바로 우리부터 제대로 배워서 거듭나는 사람으로 서요. 이러는 사이에 아이들도 우리한테서 어진빛과 어진말을 배울 테지요. 우리는 늘 “살림하는 사랑을 숲에서 펴고 나누는 사람으로 설 노릇”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하는 살림을 숲빛으로 나누고 펴는 사람으로 만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끌별 녀석들》은 미워할 수 없는 너를 그립니다. 아니, 미워할 까닭이 없이 그저 사랑할 너와 나를 그립니다. 끝없이 밀고당기는 길에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르게 사랑이라는 씨앗을 싹틔웁니다. 혼자 차지하거나 자랑하려는 길이라면 굴레입니다. 함께 나누고 누리면서 노래하려는 길이라면 사랑입니다. 아기로 이 별에 태어난 첫마음을 잊고 잃은 무리가 사랑을 되찾으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배울 하루입니다. 그들도 배울 일이도, 우리도 배울 노릇입니다.


ㅍㄹㄴ


“왜 내가 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야?” “모처럼 날개가 생겼는데.” (10쪽)


“닷짜! 그때 내가 저주를 풀어줬잖아.” (138쪽)


“이래서야 완전히 멍청이처럼 보이잖아!” “닥치세요, 원래 멍청하잖아요.” (161쪽)


“알겠느냐, 류노스케. 바다 매점을 운영하는 건 이렇게 힘든 일이다.” “이 자식, 이제까지 어떻게 장사를 해온 거야!” (226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うる星やつら


《시끌별 녀석들 15》(타카하시 루미코/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


상의를 벗고 한 줄로 서라

→ 윗옷을 벗고 한 줄로 서라

→ 윗도리 벗고 한 줄로 서라

5쪽


우리 별의 효험 좋은 뜸이닷짜

→ 우리 별에서 잘 듣는 뜸이닷짜

5쪽


높은 뜻을 품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 높은 뜻을 품은 듯해

11쪽


정말 비정상적인 녀석이구나. 문답무용!

→ 참말 엉뚱한 녀석이구나. 말을 말자!

→ 참 생뚱맞은 녀석이구나. 묻지 말자!

13쪽


선대 그룹 따위, 우리가 직접 손봐 줄 가치도 없어

→ 옛어른 따위, 우리가 손봐 줄 값어치도 없어

→ 옛분 따위, 우리가 손봐 줄 만하지도 않아

20쪽


여성용 학교 수영복을 조달해 뒀지

→ 배움터 헤엄순이옷을 챙겨 뒀지

87쪽


원격조작으로 변경해야짓짜

→ 먼보기로 바꿔야짓짜

→ 멀리보기로 돌려야짓짜

155쪽


엽록소의 작용으로 체력이 증가하닷짜

→ 잎푸름이가 일어나 힘이 늘엇닷짜

160쪽


그것만으로는 평범한 해수 풀장이지

→ 이쯤이라면 수수한 바다놀이터이지

→ 이만 하다면 여느 바다헤엄터이지

181쪽


흔한 잡목림이지만, 다른 별에서는 비싼값에 거래되나 봐

→ 흔한 온숲이지만, 다른별에서는 비싼값에 사고파나 봐

→ 흔한 고루숲이지만, 다른별에서는 비싼값에 다루나 봐

228쪽


풍령 장사꾼이 뭐얏짜

→ 바람구슬 장사꾼 뭐얏짜

→ 바람쇠 장사꾼 뭐얏짜

22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