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30.


《고요한 아침의 나라》

 노르베르트 베버 글·사진/박일영·장정란 옮김, 분도출판사, 2012.5.



새벽에 동광동 길손집에서 나온다. 순천을 거쳐서 고흥으로 돌아간다. 광주에서 숲노래 책숲을 찾아온 이웃님을 고흥읍에서 만난다. 함께 발포바닷가로 건너가서 바닷바람을 쐬면서 이야기를 한다. 광주 어느 푸른배움터에서 고흥까지 와서 바닷놀이를 한다. 아이도 어른(교사)도 그저 물장난을 할 뿐이다. 고즈넉하면서 아름답게 일렁이는 파란바다도 푸른숲도 안 쳐다보거나 못 바라보면서 노닥거린다.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배가 있어서 아이들한테 ‘잎새뜨기(생존수영)’를 가르친다더니, 이런 노닥짓을 하는 데에 돈을 쓰고 품을 들이나? 딱하다. 불쌍하다. 가엾다. 광주이웃님을 보내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너무 졸려서 곯아떨어진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돌아본다. 노르베르트 베버 님이 남긴 열매로 여민 책은 진작부터 나왔으나 눈여겨보는 사람이 적었다. 2012년에 새로 나온 책을 알아볼 눈길은 얼마나 될까? 딱 우리나라 눈썰미만큼 읽히리라 본다. ‘고요아침’이라는 말은 스스로 곱게 살림을 가꿀 줄 알면서 밝게 하루를 열 줄 안다는 뜻이다. 움직임이 없다는 고요아침이 아닌, 먼저 마음부터 푸른숲과 파란하늘을 품으면서 오늘 이곳을 노래할 줄 안다는 뜻이다. 읽지 못하니 잇지 못하고 이야기를 못하고 만다.


#Im Lande Der Morgenstille

#Norbert Weber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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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9.


《구구》

 고영민 글, 문학동네, 2015.10.28.



〈책과 아이들〉에서 ‘바보눈(바라보고 보살피는 눈)’ 다섯걸음을 편다. ‘부산 어린이청소년 잡지’를 작은이 손길로 조촐하게 펴내는 길을 한참 이야기한다. 우리가 여밀 잡지 이름을 짓는다. 《파란씨·앗》으로 잡는다. 저녁에 보수동 책골목으로 마실을 간다. 어제 미처 장만하지 못 한 몇 가지 책을 장만한다. 부산이웃님한테 건넬 《좋은 사람》(타카하시 신)을 꾸러미로 챙긴다. 《구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꾸러미일까. 이처럼 ‘글만들기’를 해야 ‘문학’이라는 옷을 입고서 ‘문학동네’ 같은 데에서 ‘시집’을 멋스럽게 낼 수 있다면, 이 나라에서 모든 글은 다 죽었다. 그러나 글을 만들지 않고서 일구거나 가꾸거나 여미면서, 무엇보다도 집안일부터 하고 살림살이를 거뜬히 돌아보면서, 이러한 하루를 그때그때 글로 담는 사람이 조곤조곤 수다를 하듯 이야기를 선보인다면, 이 나라는 아직 글이 살아숨쉰다고 본다. 집안일을 하는 하루를 옮기면 된다. 아이를 돌보며 배운 살림을 옮기면 된다. 짝짓기나 살섞기가 아닌, 사랑을 옮기면 된다. 사랑이 없거나 아닌 채 쳇바퀴를 도는 굴레를 갖은 멋을 부리면서 끄적거리는 ‘만들기(공작)’가 문학이라면, 이러한 문학은 어떤 아이한테도 한 자락조차 물려줄 수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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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8.


《살림학 얼과 길》

 철호 글, 밝은봄, 2024.9.1.



금정산 기스락을 품은 금성초등학교에서 가을놀이(운동회)를 연단다. 이곳에 얼결에 함께한다. 나는 고무신을 꿰기에 맨발로 이어달리기를 한다. 고무신을 꿰면 달리기 어렵다. 땅바닥을 느끼는 발바닥이 몹시 즐거워한다. 예전에, 그러니까 한참 예전은 1970∼80해무렵까지만 해도 아이어른 모두 맨발로 으레 달렸다. 신을 꿸 적보다 훨씬 잘 달릴 수 있기도 하다. 소나기가 지나가고 햇볕이 후끈하다. 낮에 가볍게 쉬고서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 여섯걸음을 편다. 맨손과 맨발과 맨몸을 바탕으로 오늘 이 숨빛을 나눈다. 《살림학 얼과 길》을 조금씩 읽는다. ‘살림학’이라는 이름에서 끝말은 ‘살림길’처럼 붙여야 어울리지 싶다. 살림살이는 ‘학(學)’이 아니라 ‘길’이니까. 그래서 “살림길, 얼과 넋”이라든지 “살림길, 얼과 씨”처럼 책이름을 슬쩍 손볼 수 있으면, 우리가 이 별에서 저마다 다르지만 한뜻과 한얼로 일구는 즐겁고 아름다운 씨앗살림을 새롭게 헤아릴 만하다고 본다. 예부터 모든 흙지기는 살림꾼이다. 굳이 살림순이나 살림돌이로 안 갈랐다. 나리(양반)나 임금·벼슬아치는 온통 사내밭이었어도, 시골에서 논밭을 돌보는 두 사람은 수수하게 사랑으로 맺은 살림길이었다. 우리는 모두 살림꾼이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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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4.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

 박선미 글·김종도 그림, 보리, 2016.11.28.



이틀째 볕날을 이으면서 날씨가 차분하다. 밤과 새벽에는 썰렁하면서 별빛줄기가 그득그득하다. 밤새가 베푸는 노래는 가라앉고, 풀벌레가 하루 내내 노래한다. 팔랑이는 나비를 만난다. 매미 한 마리가 감나무에 앉아서 노래한다. 물까치가 무화과를 먹으러 찾아온다. 하루를 보내며 어떤 모습을 보고서 어떤 말을 남길는지 돌아본다.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를 읽으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권정생 할배가 걱정하던 대로 나온 책이라고 할 만하다. 권정생 할배는 이녁을 ‘시골 할배 한 사람’으로 바라보기를 바랐다. 대단하지 않되, 안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눈길로 그저 ‘시골에서 살림하다가 흙으로 돌아간 사람’으로 마주하기를 바랐다. 글바치는 어느 한 사람 이야기를 글로 옮길 적에 그이가 일군 글을 얼마나 읽거나 살필까? 한두 벌쯤 읽을까? 열 벌이나 스무 벌쯤 읽을까? 쉰 벌이나 온 벌쯤 읽는가? 겉으로 드러난 목소리를 넘어서, 속으로 헤아린 꿈과 씨앗과 사랑을 온몸으로 폭 안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고, 이 말씨를 옮기기에 글(글씨)이다. 권정생을 말하려면 왜 이오덕을 나란히 말해야 하는지 얼마나 알까? 이오덕을 말할 적에도 왜 권정생을 말해야 하는지 아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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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3.


《80년대생들의 유서》

 홍경아 엮음, 홍글, 2020.10.5.



비는 그치고서 볕날로 돌아선다. 이틀 동안 함박비에 젖은 살림을 말린다. 빨래를 새로 한다. 어떤 가을새가 노래하는지 귀를 기울이는데, 새노래보다는 풀벌레노래가 가득하다. 저잣마실을 나가는 시골버스는 바람이(에어컨)를 끈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바람이를 켜네. 저녁에 올려다보는 하늘은 미리내가 가로세로로 하얗고, 별이 초롱초롱하다. 우리가 날마다 별빛을 마주할 적에는 참으로 반짝이는 마음과 숨결로 어울리겠지. 《80년대생들의 유서》를 읽었다. 197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까지 늘 얻어맞고 막말에 시달리는 나날이었다면, 198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부터 이 굴레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199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부터는 한결 폈다.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다지만, 틀림없이 조금씩 거듭나는 삶이라고 느낀다. 다만, 삶이 나아지기는 하되, 안 바뀌거나 안 쳐다보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야말로 이 불수렁을 어찌해야 하는가 싶어 고달프지만 스스로 불수렁에 뛰어들면서 풀밭에 꽃밭으로 일구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처음부터 들숲바다로 나아가서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서나 우리가 스스로 바꾼다. 끝말(유서)이란, 이 삶에 이은 다음살이가 아름답기를 비는 꿈씨앗이라고 본다. 끝말을 쓰기에 첫말을 새롭게 쓴다.


+


《80년대생들의 유서》(홍경아 엮음, 홍글, 2020)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 다른 이 입으로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4쪽


급하게 3개월간 무급휴가를 신청했다

→ 서둘러 석 달 그냥말미를 냈다

→ 부랴부랴 석 달 그냥쉼을 물었다

15쪽


이후에 인생의 끝을 상상하며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 이다음 끝삶을 떠올리며 마감글을 쓴다

→ 앞으로 마감할 삶을 그리며 끝말을 쓴다

22쪽


소비하는 습관도 리셋했다

→ 헤픈 버릇도 끝냈다

→ 들이붓던 일도 버렸다

28쪽


회사 다니면서 많이 느낀 거는 창의적인 걸 하고 싶어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 일터에서는 새롭게 하고 싶었지만

→ 새길을 짓고 싶어서 일터에 들어갔는데

54쪽


마음이 잘 맞았던 친구들은 주로 이방인이었던 것 같아요

→ 마음이 잘 맏던 동무는 다들 겉돌았지 싶어요

→ 마음이 잘 맏던 동무는 거의 나그네였지 싶어요

149쪽


한 사람의 인생의 궤적을 따라 같이 걸어보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 한 사람이 살아온 길을 따라 걸어보며 뜻깊었습니다

→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같이 살펴보며 뜻있었습니다

265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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