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8.


《살림학 얼과 길》

 철호 글, 밝은봄, 2024.9.1.



금정산 기스락을 품은 금성초등학교에서 가을놀이(운동회)를 연단다. 이곳에 얼결에 함께한다. 나는 고무신을 꿰기에 맨발로 이어달리기를 한다. 고무신을 꿰면 달리기 어렵다. 땅바닥을 느끼는 발바닥이 몹시 즐거워한다. 예전에, 그러니까 한참 예전은 1970∼80해무렵까지만 해도 아이어른 모두 맨발로 으레 달렸다. 신을 꿸 적보다 훨씬 잘 달릴 수 있기도 하다. 소나기가 지나가고 햇볕이 후끈하다. 낮에 가볍게 쉬고서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 여섯걸음을 편다. 맨손과 맨발과 맨몸을 바탕으로 오늘 이 숨빛을 나눈다. 《살림학 얼과 길》을 조금씩 읽는다. ‘살림학’이라는 이름에서 끝말은 ‘살림길’처럼 붙여야 어울리지 싶다. 살림살이는 ‘학(學)’이 아니라 ‘길’이니까. 그래서 “살림길, 얼과 넋”이라든지 “살림길, 얼과 씨”처럼 책이름을 슬쩍 손볼 수 있으면, 우리가 이 별에서 저마다 다르지만 한뜻과 한얼로 일구는 즐겁고 아름다운 씨앗살림을 새롭게 헤아릴 만하다고 본다. 예부터 모든 흙지기는 살림꾼이다. 굳이 살림순이나 살림돌이로 안 갈랐다. 나리(양반)나 임금·벼슬아치는 온통 사내밭이었어도, 시골에서 논밭을 돌보는 두 사람은 수수하게 사랑으로 맺은 살림길이었다. 우리는 모두 살림꾼이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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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4.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

 박선미 글·김종도 그림, 보리, 2016.11.28.



이틀째 볕날을 이으면서 날씨가 차분하다. 밤과 새벽에는 썰렁하면서 별빛줄기가 그득그득하다. 밤새가 베푸는 노래는 가라앉고, 풀벌레가 하루 내내 노래한다. 팔랑이는 나비를 만난다. 매미 한 마리가 감나무에 앉아서 노래한다. 물까치가 무화과를 먹으러 찾아온다. 하루를 보내며 어떤 모습을 보고서 어떤 말을 남길는지 돌아본다.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를 읽으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권정생 할배가 걱정하던 대로 나온 책이라고 할 만하다. 권정생 할배는 이녁을 ‘시골 할배 한 사람’으로 바라보기를 바랐다. 대단하지 않되, 안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눈길로 그저 ‘시골에서 살림하다가 흙으로 돌아간 사람’으로 마주하기를 바랐다. 글바치는 어느 한 사람 이야기를 글로 옮길 적에 그이가 일군 글을 얼마나 읽거나 살필까? 한두 벌쯤 읽을까? 열 벌이나 스무 벌쯤 읽을까? 쉰 벌이나 온 벌쯤 읽는가? 겉으로 드러난 목소리를 넘어서, 속으로 헤아린 꿈과 씨앗과 사랑을 온몸으로 폭 안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고, 이 말씨를 옮기기에 글(글씨)이다. 권정생을 말하려면 왜 이오덕을 나란히 말해야 하는지 얼마나 알까? 이오덕을 말할 적에도 왜 권정생을 말해야 하는지 아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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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3.


《80년대생들의 유서》

 홍경아 엮음, 홍글, 2020.10.5.



비는 그치고서 볕날로 돌아선다. 이틀 동안 함박비에 젖은 살림을 말린다. 빨래를 새로 한다. 어떤 가을새가 노래하는지 귀를 기울이는데, 새노래보다는 풀벌레노래가 가득하다. 저잣마실을 나가는 시골버스는 바람이(에어컨)를 끈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바람이를 켜네. 저녁에 올려다보는 하늘은 미리내가 가로세로로 하얗고, 별이 초롱초롱하다. 우리가 날마다 별빛을 마주할 적에는 참으로 반짝이는 마음과 숨결로 어울리겠지. 《80년대생들의 유서》를 읽었다. 197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까지 늘 얻어맞고 막말에 시달리는 나날이었다면, 198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부터 이 굴레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1990해무렵에 태어난 아이들부터는 한결 폈다.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다지만, 틀림없이 조금씩 거듭나는 삶이라고 느낀다. 다만, 삶이 나아지기는 하되, 안 바뀌거나 안 쳐다보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야말로 이 불수렁을 어찌해야 하는가 싶어 고달프지만 스스로 불수렁에 뛰어들면서 풀밭에 꽃밭으로 일구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처음부터 들숲바다로 나아가서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서나 우리가 스스로 바꾼다. 끝말(유서)이란, 이 삶에 이은 다음살이가 아름답기를 비는 꿈씨앗이라고 본다. 끝말을 쓰기에 첫말을 새롭게 쓴다.


+


《80년대생들의 유서》(홍경아 엮음, 홍글, 2020)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 다른 이 입으로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4쪽


급하게 3개월간 무급휴가를 신청했다

→ 서둘러 석 달 그냥말미를 냈다

→ 부랴부랴 석 달 그냥쉼을 물었다

15쪽


이후에 인생의 끝을 상상하며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 이다음 끝삶을 떠올리며 마감글을 쓴다

→ 앞으로 마감할 삶을 그리며 끝말을 쓴다

22쪽


소비하는 습관도 리셋했다

→ 헤픈 버릇도 끝냈다

→ 들이붓던 일도 버렸다

28쪽


회사 다니면서 많이 느낀 거는 창의적인 걸 하고 싶어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 일터에서는 새롭게 하고 싶었지만

→ 새길을 짓고 싶어서 일터에 들어갔는데

54쪽


마음이 잘 맞았던 친구들은 주로 이방인이었던 것 같아요

→ 마음이 잘 맏던 동무는 다들 겉돌았지 싶어요

→ 마음이 잘 맏던 동무는 거의 나그네였지 싶어요

149쪽


한 사람의 인생의 궤적을 따라 같이 걸어보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 한 사람이 살아온 길을 따라 걸어보며 뜻깊었습니다

→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같이 살펴보며 뜻있었습니다

265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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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513 : 그것 -ㅁ 중


그것도 즐거움 중 하나니까요

→ 그래도 즐거우니까요

→ 그래서 즐거우니까요

《은여우 18》(오치아이 사요리/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3) 165쪽


앞말을 받을 적에는 “그렇게 해도”나 “그러한 일도”처럼 적습니다. 단출하게 ‘그래도’나 ‘그래서’로 받기도 합니다. “즐거움 중 하나”는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즐겁다”입니다. ㅅㄴㄹ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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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512 : 한국어 번역 어투 고루 -식 -들 논술식 의해 -혀져 있


내 한국어가 어설픈 번역 어투와 고루한 일본식 한자들, 그리고 논술식 글쓰기에 의해 더럽혀져 있다고 느꼈다

→ 내가 쓰는 말이 어설픈 옮김말씨에 낡은 일본 한자에 판박이 글쓰기로 더럽다고 느꼈다

→ 내가 쓰는 우리말이 어설픈 옮김말씨와 너절한 일본 한자와 뻔한 틀로 더럽다고 느꼈다

《0 이하의 날들》(김사과, 창비, 2016) 148쪽


우리 스스로 어떻게 말을 하고 글을 쓰는지 돌아보려면 틈을 내야 합니다. 바쁘게 몰아치면 아무 말이나 허둥지둥 쓰다가 길들어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살짝살짝 숨을 돌리면서 하나씩 가다듬어 버릇하면, 어느새 아무리 바쁘더라도 말을 말답게 가누고 글을 글답게 추스릅니다. 한꺼번에 뜯어고치려고 하면 오히려 하나도 못 합니다. 바쁠 적에 조금 짬을 내어야 어설픈 곳도 낡은 자리도 다듬어요. 판박이나 뻔하다 싶은 틀을 털어낼 적에도 느긋해야 합니다. 잘못 쓰기에 더럽거나 추레하지 않아요. 마음을 안 쓴 탓에 후줄근하거나 초라할 뿐입니다. ㅅㄴㄹ


한국어(韓國語) : [언어]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 형태상으로는 교착어이고, 계통적으로는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반도 전역 및 제주도를 위시한 한반도 주변의 섬에서 쓴다. 어순(語順)은 주어, 목적어(또는 보어), 술어의 순이며 꾸미는 말이 꾸밈을 받는 말의 앞에 놓이는 것 따위의 특성이 있다 ≒ 한국말·한말·한어

번역(飜譯) :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김 ≒ 수역·역

어투(語套) : 말을 하는 버릇이나 본새 = 말투

고루(固陋) : 낡은 관념이나 습관에 젖어 고집이 세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아니함

논술(論述) : 어떤 것에 관하여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함. 또는 그런 서술

식(式) : 1. 일정한 전례, 표준 또는 규정 2. = 의식 3. [수학] 숫자, 문자, 기호를 써서 이들 사이의 수학적 관계를 나타낸 것 4. ‘수법’, ‘수식’을 나타내는 말 5. 일정하게 굳어진 말투나 본새,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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