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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탕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71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3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3.27.
그림책시렁 1566
《시계탕》
권정민
웅진주니어
2025.3.17.
제 어릴적을 돌아보면, 엄마나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배움터까지 오면 “쟨 아기인가 봐. 나이가 몇 살인데 어떻게 엄마아빠가 데려다줘?” 하면서 놀렸습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끙끙 앓는 아이라 하더라도 집부터 배움터까지 짧지 않은 길을 혼자 걸어서 오가던 지난날입니다. 집집마다 쇠(자가용)가 늘면서 “엄마아빠가 일터로 가는 길에 데려다준다”고 말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었고, 이제는 여덟 살 어린이뿐 아니라 열여덟 살 푸름이까지 ‘엄마아빠 쇠(자가용)’를 타고서 오가는 판이라고 할 만합니다. ‘스스로’를 잊고, ‘다릿심’을 잃고, ‘마을빛’을 돌아보는 눈길이 사라지는 나날입니다. 《시계탕》은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나올 만한 줄거리입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아이한테 맡길 줄 모르고, 아이는 아이대로 스스로 안 하는 굴레에 서로 갇히는 나라이거든요. 아이는 좀 늦게 다니면서,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아이는 자꾸 뭘 빠뜨리면서, 스스로 안 챙기면 얼마나 고달픈지 배워야 합니다. 아이는 혼자 걸어서 집과 배움터 사이를 다니는 동안에, 나를 둘러싼 마을과 숲과 하늘이 어떤 빛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이 곁에서 어버이(엄마아빠)도 나란히 ‘나(어버이)다운 삶’과 ‘나(어른)로서 서는 살림’을 다시 익혀야지요. 그림책 《시계탕》을 놓고 본다면, 줄거리로 깊이 들어가면 나았을 텐데, 자꾸 곁다리에 머물거나 헤매는 듯합니다. ‘나·스스로·집·마을·손발’이라는 대목을 아이와 어버이가 처음부터 다시 짚도록 이끄는 얼거리로 짜지 못 했기에 아쉽습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