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토끼야 - 개정판
이태수 그림, 이상권 글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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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2.22.

그림책시렁 1551


《잘 가, 토끼야》

 이상권 글

 이태수 그림

 창작과비평사

 2003.2.3.



  아직 멧숲에서 멧토끼를 만날 수 있으나, 멧토끼는 멧돼지랑 고라니하고 매한가지로 꽤나 고단합니다. 온누리 구석구석 부릉부릉 매캐하게 달리는 길이 끝없이 촘촘히 뻗느라, 하루에도 숱한 멧짐승이 치어죽습니다. 이뿐 아니라, 사람손이 안 닿는 싱그러운 풀밭이 사라집니다. 멧짐승은 먹이를 찾으려고 사람이 지은 멧밭으로 몰래 찾아올밖에 없습니다. 《잘 가, 토끼야》는 어느덧 아스라한 옛이야기처럼 사라질 만한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예전에는 어느 집이나 살림살이를 손수 건사했어요. 가게에 가서 척척 산다든지, 손전화로 톡톡 눌러서 받지 않았어요. 손싸개나 귀마개를 얻으려면 손수 토끼를 잡아서 토끼털을 뽑아야지요. 멧짐승은 스스로 겨울나기를 하려고 털을 부풀립니다. 사람도 겨우내 추우니 털을 바랍니다. 그렇다면 사람으로서는 봄여름가을에 솜이며 박주가리를 잔뜩 건사해서 ‘솜털살림’이나 ‘씨앗털살림’을 건사할 만합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가 목숨붙이를 아끼려는 마음을 들려주는 듯하지만, 막상 멧토끼한테 잔뜩 성풀이를 하고 주먹질을 하는 줄거리가 꽤 깁니다. 멧토끼를 죽이고 나서야 목숨이 고운 줄 깨달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아예 다르게 줄거리를 짤 수 있습니다. 좀더 어질게 글을 써 보기를 빕니다.


ㅍㄹㄴ


《잘 가, 토끼야》(이상권·이태수, 창작과비평사, 2003)


산토끼 가죽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 멧토끼 가죽으로 지어 주었다고

→ 멧토끼 가죽으로 짜서 주었다고

2쪽


덫에 걸린 커다란 토끼의 귀를 잡고

→ 덫에 걸린 커다란 토끼라 귀를 잡고

→ 덫에 큰토끼가 걸려 귀를 잡고

4쪽


혼자서 눈 위를 데굴데굴 구르고

→ 혼자서 눈밭을 데굴데굴 구르고

6쪽


덫을 놓았습니다. 한 개, 두 개, 세 개

→ 덫을 놓습니다. 하나, 둘, 셋

14쪽


식전 댓바람부터 어딜 가니

→ 댓바람부터 어딜 가니

→ 이른아침부터 어딜 가니

2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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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668 : 그것 가지는 역사적 성격 결코 긍정적 것


그러나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성격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 그러나 그러한 삶결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그러한 삶자취는 썩 반갑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우리 역사》(강만길, 창작과비평사, 1999) 88쪽


‘그것’을 넣어 앞말을 받는 옮김말씨입니다. “그것이 가지는”도 옮김말씨이고,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성격”까지 옮김말씨입니다. “-ㄴ 것이 아니었다”는 일본스런 옮김말씨입니다. 우리가 어떤 삶결이고 삶길이며 삶자취인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가 어떤 발걸음과 발자국과 발자취를 잇는지 헤아릴 일입니다. 밝든 반갑든 기쁘든 아름답든, 아니면 어둡든 못마땅하든 싫든 얄궂든, 찬찬히 짚고서 새롭게 일구는 길에 서기를 빕니다. ㅍㄹㄴ


역사적(歷史的) : 1. 역사에 관한 것 ≒ 사적 2. 오랜 세월을 두고 전해지는 것 3. 역사로서 기록될 만큼 중요한 것

성격(性格) : 1.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 2.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이나 본성 3. [심리] 환경에 대하여 특정한 행동 형태를 나타내고,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킨 개인의 독특한 심리적 체계

결코(決-) :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긍정적(肯定的) : 1. 그러하거나 옳다고 인정하는 2. 바람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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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669 : -들 자연스 있 역사적 정취 -게 했


이처럼 풀들이 자연스럽게 덮어 있을 때가 더 역사적 정취를 느끼게 했다

→ 이처럼 풀이 곱게 덮을 때가 더 예스럽다고 느낀다

→ 이처럼 풀이 곱게 덮으니 더 고즈넉하다

→ 이처럼 풀밭으로 있으니 더 고요하다

→ 이처럼 풀밭으로 있을 때가 더 오래되어 보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유홍준, 창비, 2015) 247쪽


풀이 곱게 덮으니 예스럽다고 느끼는 이웃이 있어요. 풀이 곱게 덮으니 고즈넉하다고 여기는 동무가 있어요. 풀밭이기에 고요하다고, 옛무덤이나 옛담을 풀밭이 가만히 감싸니 오래되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풀은 ‘풀’입니다. ‘풀들’이라 안 합니다. 풀이 우거지면 ‘풀밭·풀숲·풀섶’이라 합니다. ㅍㄹㄴ


자연스럽다(自然-) : 1.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 2.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 3. 힘들이거나 애쓰지 아니하고 저절로 된 듯하다

역사적(歷史的) : 1. 역사에 관한 것 ≒ 사적 2. 오랜 세월을 두고 전해지는 것 3. 역사로서 기록될 만큼 중요한 것

정취(靜趣) : 고요한 느낌이나 맛. 또는 고요 속의 흥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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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670 : 과수원 -의 가져다준다


과수원과 숲의 냄새를 우리 집에 가져다준다

→ 과일밭과 숲냄새를 우리 집에 퍼뜨린다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데이비드 조지 해스컬/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4) 8쪽


냄새를 가져다줄 수 없습니다. 냄새는 흐르거나 퍼지거나 스미거나 깃들어요. 과일밭 냄새가 바람을 타고서 흐릅니다. 숲냄새가 잔잔하게 퍼집니다. 풀내음에 나무내가 온누리를 푸르게 적십니다. 짐이나 책이나 돈이나 살림을 들고서 나를 적에 비로소 ‘가져다주다’라는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과수원(果樹園) : 과실나무를 심은 밭. 흔히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얻기 위하여 배나무, 감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따위를 가꾼다 ≒ 과목밭·과수밭·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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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671 : 연결 생태적 역사적


이 연결은 또한 생태적이고 역사적이다

→ 이 또한 숲빛으로 오래 이어왔다

→ 이 또한 푸르게 여태 이어왔다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데이비드 조지 해스컬/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4) 18쪽


숲빛으로 오래 이은 길을 바라봅니다. 푸르게 여태 이은 살림을 마주합니다. 푸르기에 ‘푸르다’ 말하고, 숲이기에 ‘숲’이라 말합니다. 오랜 발걸음이니 ‘오래다’나 ‘발걸음’이라 여깁니다. 여태 이은 길이니 ‘여태’와 ‘잇다’와 ‘길’이라는 낱말로 그립니다. “이 연결은 또한 생태적이고 역사적이다” 같은 글월은 그냥 엉성한 옮김말씨입니다. “이 연결은 (무엇)이다”라고만 적으면 우리말씨일 수 없습니다. 또한 ‘생태적·역사적’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말로 옮겨야지요. 무늬만 한글로 적지 말 노릇입니다. 속빛과 숨결과 알맹이를 오롯이 우리 넋과 손빛과 눈길로 가다듬어서 풀어낼 적에 글쓰기나 옮기기라고 합니다. ㅍㄹㄴ


연결(連結) : 1. 사물과 사물을 서로 잇거나 현상과 현상이 관계를 맺게 함 2. [수학] 위상 공간을, 두 개의 공집합이 아닌 개집합으로 나눌 수 없는 일

역사적(歷史的) : 1. 역사에 관한 것 ≒ 사적 2. 오랜 세월을 두고 전해지는 것 3. 역사로서 기록될 만큼 중요한 것

생태적 : x

생태(生態) :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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