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2.22.

사진책시렁 160


《아프리카의 美》

 미렐라 리키아르디 글·사진

 홍동선 옮김

 범양사

 1982.9.9.



  책이름을 슬쩍 바꾸기만 해도 줄거리를 잘못 읽거나 엉뚱하게 새기게 마련입니다. 《아프리카의 美》라는 이름으로 옮긴 ‘미렐라 리키아르디’ 님 책은 “Vanishing Africa”라는 이름으로 1974년에 처음 나옵니다. 아프리카를 다루는 적잖은 책은 ‘Vanishing’이라는 낱말을 자주 붙입니다. 한글판을 내려는 분은 “아름다움이 사라진다”는 뜻을 알리려는 마음이었을까요? 1982년까지도 쉽사리 마주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살림살이를 ‘아름답다’고 여기며 받아들이자는 뜻이었을까요? 오래도록 이은 살림결을 고스란히 건사한 하루가 ‘아름답다’는 뜻이었을까요? ‘잇다·지키다’란 무엇일는지, ‘오늘·어제’란 무엇일는지, 글과 그림으로 새겨 놓기에 안 사라질는지, 손끝과 발끝으로 하루하루 누리는 즐거운 이야기일 적에는 따로 글이나 그림으로 옮길 까닭이 없이 언제까지나 한결같이 이으면서 누리는 사랑이 아닐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찰칵 찍어 놓아야 안 사라지지 않습니다.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짓는 작고 수수한 마을이 푸른숲을 품으면서 오늘을 열고 앞길을 그릴 적에 그저 곧게 별빛으로 이어가게 마련입니다. 마음에는 남기지 않고서 글과 그림으로만 섣불리 옮길 적에는 어떤 것도 남아나지 않습니다.


ㅍㄹㄴ


#MirellaRicciardi #VanishingAfrica 1974


이 책의 저자 리키아르디는 이 생생한 아름다움을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목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오지를 불굴의 의지와 불요의 용기를 가지고 찾아 다니면서 이제는 보기 힘들어지는 여러 가지 극적인 장면들과 각 부족인들의 특성을 극히 예민하고도 예술적인 감각으로 포착하여 그 아름다운 잔영들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겼다. (188쪽/역자 후기)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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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Choi Min-Shik 열화당 사진문고 19
최민식 지음, 조세희 글 / 열화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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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2.22.

사진책시렁 163


《열화당 사진문고 22 최민식 1957-1987》

 최민식 사진

 조세희 엮음

 열화당

 1987.12.10.



  한때 ‘최민식 사진상’이 있다가 사라졌습니다. 뜻은 나쁘지 않되, 우리나라 사진밭 썩은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말썽거리를 잔뜩 드러낸 채 조용히 감추었습니다. 그런데 최민식 님이 남긴 ‘길이웃 사진’은 ‘공모전 사진’이기도 합니다. 이미 최민식 님은 에드워드 슈타이켄(Edward Steichen) 님이 1955년부터 편 《family of Man(인간가족)》을 따라가는 얼거리였고, ‘공모전에 뽑히려는 사진’을 꽤 많이 찍어서 으레 ‘나라밖 공모전’에 보냈습니다. ‘사진공모전’을 ‘신춘문예’처럼 여겼달까요. 《열화당 사진문고 22 최민식 1957-1987》는 조세희 님이 풀이글을 맡고 꽤 길게 적습니다. 조세희 님도 한동안 목에 찰칵이를 걸고서 제법 찍곤 했습니다. 다만, 조세희 님도 최민식 님도, 이 나라 거의 모든 ‘보도사진가·포토저널리스트’도 하나같이 먼발치에서 ‘찍힐거리’를 찾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은 오히려 안 쳐다보고 ‘멀리 있는 가난하거나 후줄근한 사람’을 구경하듯 찍어야 ‘보도사진·다큐멘터리’가 되는 듯 여깁니다. 스스로 골목집에서 살면, 우리 집과 이웃집을 찍을 적에 저절로 ‘골목사진’입니다. 스스로 잿집(아파트)에서 살면, 우리 집과 이웃집부터 찍어야 저절로 ‘아파트라는 현대문명 사진’을 폅니다. 그렇지만 이 나라 사진작가는 ‘이녁 곁’을 도무지 안 찍거나 숨기더군요. 나(자화상)와 집(생활)부터 찍지 않고서야 어찌 이웃을 이웃으로서 만날까요? 글도 그림도 빛꽃도 목소리로만 못 합니다. 목소리에 앞서 ‘나부터 삶꾼·살림꾼’일 노릇이요, 스스로 삶과 살림을 짓는 손길로 찰칵 누르려고 다가서는 이웃하고 ‘함께살기’를 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빛이 꽃으로 피어나면서 다같이 눈뜰 수 있습니다.


ㅍㄹㄴ


세계 재분할기에 등장해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던 일본이 찍었든, 그들이 남겨 놓은 사진 속의 우리 모습은 모두 1871년의 그것을 닮았다. 나는 그 사진들을 볼 때마다 심한 통증을 느낀다. “보라.” 사진이 하는 말이다. “이때만 해도 너희는 한 민족으로 서 있었다.” (3쪽/조세희)


이른바 제3세계 쪽 예술가나 그들에 관한 자료를 구해 보기 어려웠던 때에, 빛이 가득한 세계만 찍기를 바라는 보이지 않는 압력자와 사진은 무엇보다도 예술적이기 때문에 먼저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심미주의자들에 둘러싸여 이 어려운 작업을, 그것도 삼십 년 동안이나 계속해 온 유일한 작가로 나는 최민식을 이해해 왔다. 문학·미술·음악·연극 등의 분야와는 달리 민족적 현실 인식 또는 민중적 내용·형식과 연결지어 말할 작업이나 운동이 우리 사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5쪽/조세희)


나는 무엇에 점령당하지 않은, 이 말이 모호하다면 남의 사진에 휘말리지 않은, 그리고 출발이 늦었던 후진 세계에 도착해 힘이 센 괴물처럼 행패를 부린 서양 사진에게도 결코 유린당하지 않은 모습을 최민식의 작업에서 보고는 했다. (6쪽/조세희)


최민식의 현실이 그의 동시대 작가들에게 과거가 되는 것은 그들이 남의 땅 작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저쪽을 기준삼았다. 최민식이 현대 사진 문법과는 이제 상관이 없어 보이는 암흑기의 다큐멘터리 작가들을 아는 데 비해 자기들은 우아한 에드워드 웨스턴도 알고, 세계 사진가를 무릎 꿇게 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쏭도 알고, 리차드 아베돈도 알고, 젊은 로버트 프랭크(그러나 실제론는 얼마나 늙었는가)와 이상한 듀안 마이클, 섬뜩한 다이안 아버스, 최근에는 집시들을 따라다닌 요제크 쿠델카에다, 사진에 관한 고상한 에세이를 쓴 롤랑 바르트, 수잔 손타그 그리고 발터 벤야민까지, 그들은 정말 아는 것이 많았다 … 그들은 ‘예술’만 생각하고, 민족이 당하는 고통에는 등을 돌렸다. 그러나 최민식은 달랐다. (7쪽/조세희)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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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2.22.

사진책시렁 165


《Small Animals》

 Jane Burton

 Color Library International

 1977.



  온누리에는 온목숨이 있습니다. “모든 누리”이니 “모든 목숨”이 다 다릅니다. ‘목숨’이란 “목으로 잇는 숨”이라는 뜻이고, 저마다 목이 있습니다. ‘목’이란, 몸으로 들어오는 모든 숨결을 잇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나무하고 풀은 사람하고 다르게 생긴 목입니다. 지렁이와 파리와 애벌레도 사람하고 목이 다르게 생기지요. 헤엄이와 고래도 목이 달라요. 덩치가 크든 작든 모두 몸과 목과 머리가 있습니다. 해파리하고 문어도 몸과 목과 머리가 있습니다. 그저 “사람하고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Small Animals》은 1977년에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을 여민 사람들이 일군 다른 책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아마 이웃나라에서도 이 사진책을 보기는 어려울 테지요. 책이름 그대로 “작은 짐승”을 다루고, “작은 이웃”이 이 별에서 서로 어떻게 어울리고 맞닿으면서 다 다르지만 하나인 숨빛으로 살아가는지 들려줍니다. 우리 삶터를 돌아보면, 책이건 빛꽃이건 그림이건 벼슬이건 하나같이 ‘큰곳’만 쳐다보려고 합니다. ‘작은곳’은 시시하게 여기거나 등돌리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작은곳과 작은목숨과 작은숨결을 등지는 매무새란, 바로 ‘어린이’를 등지는 삶이지 않을까요? 작은곳부터 볼 줄 알 때에 온곳을 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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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이들 - 윤주영 포토다큐멘터리
윤주영 지음 / 현암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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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164


《행복한 아이들》

 윤주영

 현암사

 2001.2.20.첫/2001.3.30.2벌



  2025년 1월 6일에 드디어 눈을 감은 ‘윤주영’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굳이 ‘드디어’라는 꾸밈말을 달았습니다만, 2001년에 ‘현암사’에서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까지 낸 분인데, 이이 발자국을 살짝 짚어 보겠습니다. 박정희 사슬나라인 1961년부터 ‘조선일보 편집부장’을 맡았고, 1963년부터 ‘민주공화당 선전부장’을 하더니, 1970년부터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으로, 1971년부터 ‘문화공보부 장관’에, 1976년부터 ‘국회의원’까지 지내다가, 불현듯 1979년부터 ‘보도사진가’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1985년에는 ‘조선일보 이사’를 하고서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노릇도 한, 그야말로 ‘군사독재정권 해바라기’를 톡톡히 지낸 발자국을 자랑한 나날입니다. 이이는 참으로 오래도록 군사독재정권 떡고물과 조선일보 어깨띠를 자랑하였는데, 막상 찰칵이를 손에 쥘 때만큼은 “내 과거를 보지 말고 내 현재를 봐 달라”고 밝히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녁이 ‘문화공보부 장관’으로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한 일이 버젓이 서슬퍼렇게 남았는데 말이지요. 게다가 박정희·전두환에 걸쳐서 조선일보랑 사이좋게 지내면서 낸 목소리는 무엇일까요? 독재자도 손에 찰칵이를 쥐면 ‘사진작가’가 될 수야 있겠지요. 그런데 “행복한 아이들”이라고요? 억지로 먼먼 나라로 떠나서 죽음밭을 헤매고 마음이 멍들고 다친 숱한 아이들은 하나도 안 보이는군요. 게다가 이런 허접쓰레기를 기꺼이 펴낸 ‘현암사’까지 창피합니다.


ㅍㄹㄴ


양부모들은 아이들이 그들의 뿌리를 잃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어느 가정에 가 보면 집 앞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걸어 놓았고, 어떤 가정은 위탁모의 가족 사진을 거실에 걸어 놓고 기회 있을 때마다 회상시킨다. 그들은 입양아들이 10세를 전후해서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하면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그의 모국을 보여준다 … 낳은 생모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그녀가 자기를 입양 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과 그 당시의 어려웠던 경제 사정 등을 이해하고 돌아간다. 또 양부모들은 전국의 문화 시설을 여행하면서 그가 오랜 역사를 갖는 문화 민족의 후예임을 느끼도록 자부심을 심어 주기도 한다. (95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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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침략
최인진 지음 / 아라(도서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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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166


《사진 침략》

 최인진 엮음

 아라

 2015.12.30.



  겉에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5년 우수출판컨텐츠 지원사업 당선작 입니다.” 하고 새긴 《사진 침략》입니다만, 누가 어떻게 무엇으로 쳐들어왔는지 밝히는 줄거리는 따로 없는 채, ‘서양제국주의·일본군국주의’라는 이름만 되풀이하는 얼거리로 끝나는구나 싶습니다. 남이 쓴 글과 엮은이 글을 똑같은 글꼴로 놓기에, 난데없다 싶은 엮음새 탓에 뒤죽박죽이기도 하고, 줄거리하고 안 얽히는 그림을 ‘복사판’으로 그냥 곳곳에 끼워넣지만, 막상 꼭 있어야 할 그림은 하나도 없기 일쑤입니다. ‘사진 침략’을 거의 ‘일본 사진관이 일본스런 틀’로 이 나라에 마구 들어왔다고 밝히는 줄거리인데, 사진 갈래에서도 ‘일제강점기 발자취’를 다뤄야 한다는 이름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어떤 사진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거의 하나도 안 짚다시피 하면서 끝을 맺는군요. 우리나라 헌책집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일제강점기 사진’을 어렵잖이 만납니다. 엮은이가 여태 모은 그림이 꽤 많은 듯싶은데, 왜 이 책에는 거의 안 싣다시피 할까요? 무엇보다도 ‘사진 침략’이라고 책이름을 붙이려면 지난날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일본 사진’이 얼마나 퍼지고 또아리를 틀었는지 밝힐 노릇입니다. 우리는 1945년 뒤에 ‘일본이 남기거나 찍은 사진’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오래도록 썼습니다. ‘저들(일본)은 침략자’이기에 ‘저들이 찍은 사진저작권’을 2000년에 이르도록 한 푼조차 치른 적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에도 숱한 ‘사진작가’는 ‘일본 사진책과 사진잡지에 나온 스타일’을 슬그머니 가져다가 씁니다. 어제와 오늘을 나란히 살펴서 나무랄 곳을 제대로 나무라야 《사진 침략》에 걸맞는 책일 텐데, 둘 다 허술하면서 책값만 오지게 붙였습니다.


ㅍㄹㄴ


일본 측에서 촬영한 병자수호조약 당시의 사진은 사진첩에 70여 점이 첨부되어 전해지고 있다. 1970년대 초 서울대학교가 서울 종로 동숭동에 있을 때다. 당시 이 대학교의 중앙도서관에는 타이프로 찍은 ‘강화도조약 당시의 사진첩’이란 제목이 붙은 4절 크기의 사진첩이 소장되어 있었다. 사진은 누렇게 빛이 바래 고풍스럽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1876년 당시에 촬영된 사진이라고 눈여겨본 이는 하나도 없었다. (41쪽)


오늘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영종도, 강화도 등을 포함하고 있는 인천광역시는 우리 사진사에서 최초로 사진과 접촉되었던 곳일 뿐만 아니라 사진에 찍혀진 가장 오래된 지역도 역시 이곳의 도서지방과 인천 사람들이었다. (237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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