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구역 區域


 출입 금지 구역 → 막는곳 / 닫은곳

 맡은 구역을 순찰하다 → 맡은 자리를 살피다

 다섯 구역으로 분류하였다 → 다섯 집으로 갈랐다 / 다섯 갈래로 나눴다

 모두가 정해진 구역에서 장사를 해야지 → 모두가 맡은 데에서 장사를 해야지


  ‘구역(區域)’은 “1. 갈라놓은 지역 ≒ 구우 2. [기독교] 한 교회의 신자들을 지역에 따라 일정 수로 나누어 놓은 단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르다·가지·각단·갈래·갈라놓다·쪼개다·쪽’이나 ‘고이다·끼치다·미치다·번지다·퍼지다’로 손봅니다. ‘골·곳·께·녘·데·터·터전·텃밭’이나 ‘기슭·기스락·깃·깃새·길’로 손보고, ‘담·담벼락·담다·우리·울·울타리’로 손볼 수 있어요. ‘도막·동·뜸·토막·통·통속’이나 ‘마당·마을·바닥·밭·판·품·품다’로 손봅니다. ‘사이·새·실·앞뒤·칸·켠·틈’이나 ‘아우르다·안·안다·안쪽·어우르다·크고작다’로 손보면 되고, ‘자리·자위·즈음·집·쯤·짬·참·춤’으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구역’을 여덟 가지 더 실으니 모두 털어냅니다. ㅍㄹㄴ



구역(九域) : 중국 전체의 국토

구역(九譯) : 아홉 번이나 통역을 거쳐야 언어가 통한다는 뜻으로, 아주 먼 나라를 이르는 말 ≒ 중구역

구역(狗疫) : 개가 앓는 돌림병

구역(嘔逆) : 토할 듯 메스꺼운 느낌 = 욕지기

구역(?逆) :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고 돌아섬 = 배반

구역(舊域) : 옛날의 지역이나 영토

구역(舊譯) : 1. 이전에 한 번역 2. [불교] 후한 때부터 원나라에 이르기까지 천여 년 동안 한역(漢譯)된 불교 경전 가운데에서 당나라 현장(玄?) 이전에 행해진 번역

구역(驅役) : 1. 사람이나 동물을 함부로 몰아쳐 부림 = 구사 2. 말이나 수사법, 기교, 수단 따위를 능숙하게 마음대로 부려 씀



나한테도 영어는 모국어가 아냐. 보호구역의 미션스쿨에서 배웠지

→ 나한테도 영어는 엄마말이 아냐. 돌봄터 믿음배움터에서 배웠지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한강, 열림원, 2003) 10쪽


지구 전체가 자연보호구역이 되어

→ 지구를 통째로 숲돌봄터로 삼아

→ 지구를 다 숲가꿈터로 삼아

《토성 맨션 1》(이와오카 히사에/오지은 옮김, 세미콜론, 2008) 6쪽


처음으로 접한 가짜 동물보호구역은 내 고향인 캐나다 토론토에서였다

→ 내 텃마을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거짓 이웃돌봄터를 처음으로 봤다

→ 내가 나고자란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늉 들돌봄터를 처음으로 알았다

→ 내가 나고자란 캐나다 토론토에서 눈가림 들돌봄터전을 보았다

→ 내가 태어난 캐나다 토론토에서 눈속임 푸른돌봄터를 보았다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로브 레이들로/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 115쪽


구역 싸움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은데

→ 자리 싸움 따위는 하고 싶지 않은데

→ 터 싸움이라면 하고 싶지 않은데

《하이스코어 걸 7》(오시키리 렌스케/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0) 79쪽


애송이들이 인사도 없이 우리 구역에서 놀았다

→ 애송이들이 말도 없이 우리 마당에서 놀았다

→ 애송이들이 얘기도 없이 우리 터에서 놀았다

《흑철 1》(토우메 케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 10쪽


이 구역에 있는 존재들이 테두리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 이쪽에 있는 님이 테두리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 이쪽에 있는 분이 테두리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양미, 동녘, 20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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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산책


 아침의 산책에 나선다 → 아침에 나선다 / 아침마실을 한다

 밤의 산책 → 밤마실 / 밤나들이 / 밤걷기

 서울의 산책 → 서울마실 / 서울걷기 / 서울나들이


  ‘산책(散策)’은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 산보(散步)·유보(遊步)”처럼 풀이하면서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그런데 ‘산보’는 아예 일본말입니다. ‘-의 + 산책’ 얼거리라면 통째로 털어냅니다. 우리말로는 ‘마실’하고 ‘나들이’가 있어요. ‘걷다·거닐다·가다’나 ‘나가다·나긋하다·나다니다’로 손보면 됩니다. ‘놀러가다·놀러다니다·다녀오다·다니다’나 ‘돌아다니다·돌아보다·두리번·둘러보다’로 손볼 만하고, ‘들락거리다·들랑거리다·디디다’나 ‘뚜벅이·바깥마실·바람마실·밟다’로 손봐도 어울려요. ‘이웃마실·이웃나들이’나 ‘가볍다·나긋나긋’이나 ‘오가다·오고가다·오며가며·움직이다’로 손보아도 되고요. ㅍㄹㄴ



말 그대로 개의 산책

→ 말 그대로 개마실

→ 말 그대로 개나들이

《거츠 GUT's 12》(후도 준/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7쪽


오늘 나의 산책과 명상에는 무늬가 없다

→ 오늘 나는 무늬가 없이 걷고 고요하다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이근화, 창비, 2016) 9쪽


1회의 산책으로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보이면

→ 하루 나들이로 힘들어 보이면

→ 한 걸음 마실하는데 지쳐 보이면

《반려견 응급처치 매뉴얼》(사토 타카노리/김주영 옮김, 단츄별, 2017)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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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츠 GUT's 8
후도 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14.

만화책시렁 724


《거츠 GUT's 8》

 후도 준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1.4.25.



  ‘주역(周易)’이 어렵다고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만, 어려울 까닭은 없습니다. ‘주역에 적힌 글’을 따라하려니 어렵습니다. ‘주역을 쓴 사람이 숲을 바라본 마음과 눈’을 헤아린다면 쉽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주역을 쓴 사람’은 이녁을 둘러싼 해바람비와 풀꽃나무를 스스로 바라보고 돌아보고 헤아리면서 하나하나 읽으려 했습니다. 스스로 알아보고서 익힌 바를 글로 옮겼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주역을 거쳐서 해바람비 읽기’를 하려면 얼마나 어려울까요? 우리 스스로 해바람비를 읽는 눈과 마음을 가꾸면 저절로 ‘해바람비 읽기’를 합니다. 《거츠 GUT's》는 ‘야구’도 ‘테니스’도 모르는 아이가 그저 ‘공놀이’를 즐기면서 한 걸음씩 새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줍니다. 아이는 오직 하나를 알아요. ‘공’이 왜 공인 줄 알지요. 이 공을 힘껏 쳐내는 놀이가 가장 즐겁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은 ‘야구 솜씨’나 ‘테니스 솜씨’를 부리더라도 이 솜씨를 뚫는 길을 스스로 찾아냅니다. 남이 세우는 틀에 저를 안 맞추지요. 모든 배움길과 살림길은 이와 같아요. 부엌일을 잘하는 사람하고 똑같이 설거지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톱질도 비질도 걸레질도 같아요. 누구나 스스로 ‘나보기’와 ‘바람읽기’를 할 노릇입니다.


ㅍㄹㄴ


“생각해 봐. 만일 네가 야구에서 손을 다쳐 배트를 제대로 잡을 수 없게 됐는데, 그걸 안 투수가 널 동정해서 일부러 쉬운 볼을 던진다면 넌 기분이 어떨까?” (146쪽)


“여기 있는 아이들은 분명 제로니모에는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널 이길 힘은 충분히 가지고 있어!” (160쪽)


+


세계를 전전하게 되면 출석일수가 문제일 텐데

→ 온나라를 돌면 나온날이 걸릴 텐데

《거츠 GUT's 9》(후도 준/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1) 98쪽


전부 혼자서 수배하고

→ 다 혼자서 찾고

→ 모두 혼자서 맡고

《거츠 GUT's 9》(후도 준/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1) 176쪽


내 안에 있던 에이스로서의 부담감이 사라졌어요

→ 기둥이라는 짐이 사라졌어요

→ 큰별이라는 무게가 사라졌어요

《거츠 GUT's 11》(후도 준/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33쪽


말 그대로 개의 산책

→ 말 그대로 개마실

→ 말 그대로 개나들이

《거츠 GUT's 12》(후도 준/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7쪽


지구전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 버티기를 하고 싶지 않은

→ 견디기를 하고 싶지 않은

《거츠 GUT's 12》(후도 준/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01쪽


뭔가를 바꾸고 싶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쏘아낸, 이판사판의 오버 헤드지

→ 뭐를 바꾸고 싶다는 억센 마음으로 쏘아낸, 마구잡이 높이치기지

→ 무엇을 바꾸고 싶다는 굳센 마음으로 쏘아낸, 되는대로 윗치기지

《거츠 GUT's 12》(후도 준/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5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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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얘기해도 - 5.18민주화운동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마영신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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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14.

까칠읽기 59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마영신 그림

 창비

 2020.4.3.



《아무리 얘기해도》는 “아무리 얘기해도 ‘일베질’이나 하는 멍청이!”라고 헐뜯는 줄거리라고 할 만하구나 싶어서 한숨이 나온다. 그저 한숨이다.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이름부터 “너넨 참 못 알아듣는 멍청이!”라고 깎아내리는 고까운 웃질인데, 스스로 웃질을 하는 줄 못 알아채는구나 싶다.


“네가 날 때렸잖아!” 하고 외치면서 “네가 날 때렸으니 나도 널 때릴게!” 하고 윽박지르는 결로는 어떤 말도 오가지 않는다. 그저 주먹만 춤출 뿐이다.


어제와 오늘을 나란히 놓고 바라볼 노릇이다. 오늘 벼슬(정치)을 하는 ‘옛 민주화운동가’는 어떤 민낯인가? ‘옛 민주화운동가’는 이쪽 무리에도 있고 저쪽 무리에도 있는데, 그들은 이미 주머니가 두둑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값비싼 잿집(아파트)을 움켜쥐었고, ‘기사님이 딸린 까만쇠(고급자가용)’를 거느린다. 그들은 아들을 낳은 뒤에 이녁 아들은 빼돌렸다. 이른바 ‘군대면제’를 시키기 일쑤였다.


들불로 일어난 들사람은 ‘옛 민주화운동가 정치꾼’하고 다르다. 들불로 일어난 수수한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 않’으면서 조용히 살림자리로 돌아가서 작은마을에서 조촐히 살아간다. 들불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들불은 들빛으로 보여주고서 들살림으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맺는다.


어느새 나라 곳곳에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이 붙는 벼슬터가 숱하게 생겼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에 ‘윤상원기념사업회’에 ‘여성항일운동기념사업회’에 ‘전쟁기념사업회’에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 ‘훈민정음기념사업회’에 …… 끝없이 잇는 ‘기념사업회’인데, 어떻게 ‘민주화운동’을 ‘기념 + 사업’으로 바라보면서 돈잔치를 꾀할 수 있는지, 그들 머릿속이 알쏭달쏭하다.


‘전쟁’을 ‘기념’하면서 ‘사업’을 벌이는 나라도 멀쩡하지 않지만, ‘민주화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면서 ‘사업’을 꾀하는 무리도 멀쩡하지 않다. ‘추모회’도 ‘애도회’도 아닌, ‘역사회’도 ‘공부회’도 아닌, ‘기록회’도 ‘진실화해회’도 아닌, ‘기념사업회’란 무엇일는지 처음부터 다시 밑바닥을 짚을 노릇이라고 본다.


왜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듣느냐고 핀잔하거나 놀리지 않을 노릇이다. 왜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먹고서 ‘일베질’이나 하느냐고 깎아내리거나 비아냥대지 않을 노릇이다. 왜 그렇겠는가?


사람을 사람으로 마주하지 않으니까 “어쩜 이렇게 얘기해도 못 알아먹니?” 하면서 꾸짖는데, 꾸짖어야 할 일이 아니라, 더 차분히 더 찬찬히 더 나긋나긋 더 가만가만 들려주고 짚으면서 이야기할 노릇이다. “어느 대목이 알기 어렵니?” 하고 되물으면서 “말을 나누어야” 한다. 알기 어렵거나 알쏭달쏭하다고 여길 적에 “참으로 못 알아듣는구나! 언제까지 또 얘기해야 해!” 하고 윽박을 지르면서 빈정거리니, 그저 쌈박질이 일어날밖에 없다.


얼뜬 만무방인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를 비롯해 숱한 망나니를 끌어내린 이 나라는 어떤 길을 걷는지 돌아볼 일이다. 얼뜬 만무방을 끌어내렸더니, 뜬금없이 새 만무방이 불쑥불쑥 나오지 않았는가? 저놈들이 그렇게 뒷돈을 해먹었다고 나무랐는데, 이놈들도 나란히 뒷돈을 해먹었다. 저놈들이 그렇게 추레질(성폭력·성추행)을 일삼았는데, 이놈들도 똑같이 추레질을 일삼았다.


‘저놈들이 한 짓’에 대면 짚오라기일 뿐이라고 둘러대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얘기해도》에 왜 198쪽 그림을 넣었는지 아리송한데, 여러모로 보면, 198쪽 그림처럼 “입으로는 바른말을 하는 시늉이지만, 막상 몸으로는 똑같이 얼뜨기로 뒹구는” 모습이니, 아무리 얘기해도 “너도 똑같은데? 뭔 소리야?” 하면서 시큰둥하게 고개를 돌린다고 느낀다.


16∼17쪽 그림을 보자. 저렇게 비아냥대면서 내려다보는 눈초리인데, 누가 말을 듣고 싶을까? 입으로만 옳은소리를 낸다고 들을 수 있지 않다. 부드러이 사근사근 풀어내어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아직도 몰라?” 하고 타박하면 타박할수록 하나도 안 듣겠지.


72∼73쪽 그림을 보자. “뭐 씨X!” 하고 외치면서 군인을 때려잡고 두들겨팬다. 이러고서 74쪽 그림에서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하고 한마디를 뱉는다. 이러다가 뒷통수에 몽둥이를 얻어맞는다.


이런 그림을 왜 그리는지 도무지 알 길조차 없다. 아니, 이렇게 그리는 줄거리를 보니, ‘그들·저들·이들’이 모두 똑같구나 싶다.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면서 서로 밉질(혐오)을 해야, ‘민주화운동 + 기념사업회’라는 허울(명분)이 서겠구나 싶다. 아직도 앞으로도 언제까지라도 ‘싸울거리(전쟁 명분)’를 자꾸자꾸 새로 내놓아야 ‘기념사업’을 이을 만하겠구나 싶다.


‘기념사업회’가 아닌 ‘추모회’와 ‘역사기록회’와 ‘진실화해회’ 같은 이름이었다면,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허울이나 비아냥이 아닌, 《이제부터 얘기하자》처럼 차분히 지난 얼룩·눈물·피고름을 씻고 털고 달래면서, 이 나라 이 땅에서 새롭게 어깨동무를 하는 ‘참다운 민주와 평화와 평등’으로 나아가는 줄거리를 짜서 들려주었으리라 본다.


모든 ‘기념사업회’를 없애기를 빈다. 아름답거나 훌륭한 일을 억지로 부풀려서 돈잔치로 뒤바꾸지 않기를 빈다. 훈민정음기념사업회에서는 2025년 1월에 ‘훈민정음기념탑’을 108m 높이로 800억을 들여서 세종시에 세운다고 밝히더라. 기념사업회라고 이름을 붙이는 무리가 벌이는 돈질이란 무엇일까?


목소리 내뱉기는 멈추고서,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배울 일이다. 천천히 다시 밑바닥부터 새롭게 배우려 하면서, 이야기를 할 일이다. 주거니받거니 말이 오가고 마음이 만나야, 1980년뿐 아니라, 이때까지 이 나라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몹쓸 잘못과 저지레를 씻고 털고 달래면서 제대로 발자국을 새길 만하다고 본다. 이런 허술한 주먹질 그림으로는 어떤 민주도 평화도 못 이루고 다시 쌈박질로 번질 뿐이다.


ㅍㄹㄴ


“너 설마 일베 하냐?” “저 일베 안 하는데요?” “근데 그런 사진은 왜 봐?”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74쪽)


“저는 공산당이 아닙니다. 한 광주 시민일 뿐입니다. 아무 죄 없는 우리 학생,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더 이상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81쪽)


“저 간첩새끼들 다 죽여버리자!” (104쪽)


“우리가 한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160쪽)


+


《아무리 얘기해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마영신, 창비, 2020)


누구한테 들었어?

→ 누구한테서 들었어?

→ 누가 그랬어?

19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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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군함 4
니시 케이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14.

만화책시렁 734


《사랑과 군함 4》

 니시 케이코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6.12.15.



  시골에서는 한 가지만 해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시골에서는 누구나 스스로 온살림을 꾸려야 살아갑니다. 서울에서는 하나만 해도 넉넉히 살아갈 만하고, 하나만 하기에 배부르거나 가멸지기도 합니다. 고루 돌보거나 헤아리지 않아도 되는 서울살이인 터라, 갈수록 서울로 쏠리고, 서울은 더 자라고, 서울에서 ‘하나일(전문직)’은 더더욱 늘어납니다. 《사랑과 군함 4》을 읽습니다. 그림님은 언제나 ‘난봉·바람질(불륜)’을 그립니다. 난봉이나 바람질을 해야 삶이 재미있다고 여기는 마음인가 싶기도 한데, 여태 서울살이만 바탕으로 붓을 놀렸다면 《사랑과 군함》은 작은시골을 그리는 터라 조금 눈여겨보았습니다. 곰곰이 보면 시골살이란 ‘바람살림’입니다. ‘바람질’이란 휩쓸리면서 ‘나잊기’라는 굴레요, ‘바람살림’이란 ‘나보기’를 바탕으로 ‘너보기’를 나란히 이루고 잇는 길입니다. 서울이라는 터전이 갈수록 더 좁고 갇히는 굴레로 치달을 만한데, 갈수록 온살림을 잊으면서 ‘하나만(전문직)’ 좇거든요. 다만 요즈음 시골은 서울을 닮기에 온살림을 차츰 잊고 잃으면서 ‘하나만’으로 기웁니다. 쇠(자동차)를 몰며 온살림을 잊습니다. 쇠를 내려놓아야 온살림으로 갑니다. 아주 쉽습니다. 손발을 쓰면 살아납니다.


ㅍㄹㄴ


“빵만 팔아서 장사가 되나?” “여긴 빵집인걸.” “저기 과자가게가 있는데, 둘이 경쟁하나?” “빵은 빵이고 과자는 과자지.” (37쪽)


“뭐 그러건 말건 상관없지만, 난 언젠가 여길 떠날 거니까.” (73쪽)


“나는 우리 마을이 좋아. 그런데 왜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으면서 이 마을을 싫어하는 걸까?” (101쪽)


+


《사랑과 군함 4》(니시 케이코/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6)


뭐 그러건 말건 상관없지만, 난 언젠가 여길 떠날 거니까

→ 뭐 그러건 말건 대수롭잖지만, 난 언젠가 여길 떠나니까

→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난 언젠가 여길 떠날 테니까

73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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