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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별 녀석들 완전판 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이승원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9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3.
별사람이 만난 별사람
《시끌별 녀석들 3》
타카하시 루미코
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8.30.
우리 스스로 으레 잊지만, 우리도 누구나 별사람입니다. 푸른별에서 살아가는 푸른별사람이고, 파란별에서 살아가는 파란별사람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이 잿빛으로 뿌옇다면 잿빛별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부터 별사람인 줄 안다면, 이웃별에서 찾아오는 사람을 낯설게 여길 까닭이 없고, 우리별부터 금을 안 그을 테지요. 나라하고 나라를 가를 까닭이 없어요. 고장하고 고장을 나눌 까닭도 없습니다. 날씨하고 땅하고 풀꽃나무하고 들숲바다는 다를 테지만, 같은 해바람비를 누리는 이웃이거든요.
《시끌별 녀석들 3》(타카하시 루미코/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읽습니다. 퍽 길게 줄거리를 잇는 《시끌별 녀석들 1∼18》입니다. 푸른별뿐 아니라 숱한 별이 온누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노라니 제법 길게 잇습니다. 파란별도 파란별일 테지만, 온별누리에 얼마나 별사람이 많은지 헤아려 보자는 마음을 나누려고 하노라니 좀 길게 이을 만합니다.
별사람이 별사람을 만납니다. 이 별사람은 온누리를 즐거이 노닐다가 문득 푸른별을 만난다고 합니다. 뭔가 재미나게 노는 듯한 푸른별사람을 지켜보고는 이곳에 눌러앉아도 즐겁겠다고 여겼다지요.
우리는 어느 별에서나 살아갈 만합니다. 다 다른 별은 다 다른 삶이 있고 다 다른 오늘이 있어요. 나은 삶과 나쁜 삶이 아닌, 다 다른 길에 따라서 스스로 다르게 짓는 살림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끌별 녀석들》에 나오는 머스마는 자꾸 샛길로 빠집니다. 이쪽으로 가면 더 나은 삶이 있겠거니 여기고, 저쪽으로 가도 더 나은 삶이 있으리라 여겨요. 이리하여 이 머스마는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온통 쑤석쑤석하느라 막상 스스로 “내 삶”이라고 할 길은 놓치거나 잊은 채 헤맵니다.
‘도깨비별’에서 왔다는 가시내는 스스로 세운 “내 삶”에 따라서 ‘시끌별(지구)’에 자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도깨비별 가시내는 어느 별로든 홀가분하게 오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굳이 시끌별에 자리잡아야 할 까닭조차 없습니다만, 이제까지 살아온 나날에 앞으로 살아갈 나날을 헤아리자면, 시끌별이야말로 시끌벅적하면서 즐거우리라 여깁니다.
별사람이 별사람을 만납니다. 별사람이 별사람을 사랑합니다. 별사람은 언제나 별빛으로 스스로 감싸면서 이웃이며 동무 누구한테나 별빛줄기가 드리우기를 바랍니다.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별빛인 줄 알아본다면 늘 웃고 노래합니다. 으레 쳇바퀴에 똑같다고 여기면서 마음을 닫으면 늘 찡그리면서 따분합니다.
ㅅㄴㄹ
“애벌이가 예뻐졌어.” “아빠∼ 엄마∼ 신세 많이 졌어요.” “애벌이, 너는.” “네, 아빠. 저는 요정이에요. 맛있는 걸 많이 먹고 멋진 요정이 되기 위해, 인간계에 왔어요. 하지만 요정이 된 건 아빠 덕분이에요. 제가 아름다워질 거라고 믿어 주셔서.” (21쪽)
“그치만, 내가 없으면 달링은 바보짓만 해대잖앗짜.”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라무 양이 보고 있어도, 바보짓을 해대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닷짜.” “라무가 무섭다고 바보짓을 관둘 것 같아?” (26쪽)
“나와 같이 러닝 안 할 만하닷짜! 화낼 마음도 안 드네. 어이없어! 돌아가서 더 잘랫짜!” (74쪽)
“젠장! 저 쓰레기, 여자한테만 되게 상냥하네! 이렇게 되면, 나도 여자 교복 입고 꼬리 쳐야지!” “역겨우니까 관둬!” (93쪽)
“라무를 봐도 전혀 흥분 안 돼! 익숙하거든!” (173쪽)
“진정한 요가를 익히기 위해서다! 외숙부는 바보니까 치켜세워 주는 게 가장 좋지!” (237쪽)
“선생님! 라무 양은 우주인이에요!” (271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うる星やつら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