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3.


《새의 번식》

 김창회 글, 국립생태원, 2018.11.15.



모과나무를 바라본다. 우리집에서는 모과잎도 나물로 삼는다. 양파에 오르는 줄기도 파처럼 썰어서 누린다. 코딱지나물도 봄까지꽃도 꽃마리꽃도 반갑게 누리는 봄나물이다. 이제 쑥을 한 줌씩 뜯어서 국을 끓인다. 봄에는 풀잎도 나뭇잎도 모두 나물이요, 꽃송이도 즐거이 꽃밥이다. 낮에 나래터를 다녀온다. 시골버스에서도 길에서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걷는데, 시골 어린씨랑 푸른씨가 힐끔힐끔 쳐다본다. 어쩌면 시골 아이들은 길이나 버스뿐 아니라 집이나 배움터나 마을에서 “책읽는 어른”을 본 적이 없을 수 있다. 곧 우두머리를 끌어내릴 ‘으뜸길(헌법) 판가름’이 나올 텐데, 서울 광화문이건 어느 곳이건, 이쪽이건 저쪽이건 촛불이나 깃발이 아니라 책을 들고 나가서 “책읽기 물결”로 말없이 새나라를 바라는 뜻을 나타낼 수 있기를 빌어 본다. 나라를 갈아엎으려면 우리 스스로 땀흘려 배우고 살림하고 나누어야 한다고 느낀다. 《새의 번식》을 아이들하고 읽으려고 장만했지만, 아이들한테 안 읽히기로 했다. 두 아이가 시골살이를 하면서 스스로 알아낸 바조차 담지 못 한 주거리라고 느낀다. 새를 알려면 어찌해야겠는가? 날마다 새바라기를 오래오래 하면 된다. ‘과학’은 ‘관찰’이 바탕이다. ‘관찰’이란 ‘봄’이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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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일기 1 탈코일기 1
작가1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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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9.

만화책시렁 740


《탈코일기 1》

 작가 1

 북로그컴퍼니

 2019.2.26.



  《탈코일기》를 읽었다. 그린이는 후련할까? 후련하다고 여길 만큼 이 나라가 비뚤고 뒤틀렸다는 뜻일 텐데, 사내를 모조리 후려치고 휘두르고 찔러죽이고 때려죽이면 될까?


  《탈코일기》를 읽으면, ‘놈(사내)’이 싫다면서 ‘놈’하고 똑같은 머리카락에 옷에 몸매로 가려고 한다. “놈이 누리는 힘맛”을 보면서 “놈이 여태 뭇사람을 후리고 괴롭혔듯, 똑같이 놈을 후리고 괴롭히면, 이 나라가 아름답게 바로잡히거나 일어설” 수 있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쌈박질에 밉질에 앙갚음으로 가득하다.


  죽음을 앞두고 드러누워서 말도 못 하고 눈도 못 뜨는 늙은 아버지 얼굴에 침을 퉤 뱉는 일이 ‘기뻐서 비웃음이 나올’ 만한 일인가? 길거리에 담배를 꼬나물고 길바닥에 침을 퉤퉤 갈기는 얼뜬 젊은사내한테야말로 침을 뱉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 힘이 없는 늙은네한테 침을 갈긴들 무엇이 바뀌는가? 오히려 더 밉질(혐오)이 불거질 뿐이다. 길거리에서 거친말을 일삼으면서 삥을 뜯는 얼뜬 사내들한테 침을 갈기면서 ‘갚아’ 줄 노릇이다.


  안 쉬울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침을 뱉지 말자. 드러누운 늙은이한테든, 길거리에서 바보짓을 일삼는 젊은사내와 술에 전 아재들한테 거친말을 해준들, 그들은 한 마디도 안 듣는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바보인 줄 그자리에서 바로바로 말해 주어야 한다.


  이름은 ‘탈코르셋’이지만, 정작 속내는 ‘가부장권력마초라는 탈을 쓰기’인 《탈코일기》라고 느낀다. ‘마초’처럼 머리카락을 짧게 치고서 주먹질(복싱)을 배우고, 힘없는 늙은네한테 침을 뱉는 짓이란, 그냥 ‘마초’일 뿐, 터럭만큼도 ‘페미니즘’일 수 없다. 더욱이 가만히 있는 사내한테 칼을 휘두르고 마구마구 쑤셔대어 피범벅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여성해방’이나 ‘성평등’일 수도 없다. 그저 쌈박질이다. 그저 불길(분노·혐오)일 뿐이다.


  온누리 모든 얼뜨기와 바보를 칼로 찔러서 죽이고, 주먹으로 두들겨패서 죽이면 무엇이 남을까? 얼뜨기가 아닌 사내는, 바보가 아닌 사내는, ‘쌈박질 가시내’나 ‘주먹질 가시내’나 ‘침뱉는 가시내’하고 살림을 지으면서 살아가고 싶을까?


  가시내 눈으로 보아도 ‘쌈박질 사내’나 ‘주먹질 사내’나 ‘침뱉는 사내’하고 같이 살아가고플 수 없다. 사내 눈으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와 푸름이 눈으로 보면 더더욱 똑같이 바보스럽고 얼뜬 굴레일 뿐이다.


ㅍㄹㄴ


‘솔직히 불편하다. 내가 어떻게 벗은 코르셋인데. 내가 어떻게 유지하는 탈코르셋인데, 내가 이걸 어떤 심정으로 벗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화장품을 부쉈는데, 내가 왜 탈코를 …….” (57쪽)


“여기가 A 정거장 맞아?” “네, 맞아요(아님).” (71쪽)


“욕 먹어도 괜찮아요. 한귀로 흘리세요. 그 사람보다 우월하고 완벽한 나에 취해서 천대하듯 지적하는 거 아니잖아요. 적어도 그 사람보다는 뭔가를 더 깨달았고, 그 깨달음이 충분히 담론의 가치가 있다 생각해서 말을 꺼낸 거잖아요. 그냥 차단당하면 속상한 게 당연하죠.” (247쪽)


+


《탈코일기 1》(작가 1, 북로그컴퍼니, 2019)


우선 탈코르셋을 했지만 그걸 커밍아웃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서로 독려하기 위해 창작된 만화입니다

→ 먼저 사슬을 벗었지만 이를 밝히기 힘든 사람들을 다독이고 서로 북돋우려고 그렸습니다

→ 무엇보다 굴레를 벗었지만 이를 보이기 힘든 사람들을 달래고 서로 힘내려고 그렸습니다

4쪽


지금 누워 있는 이 남자는 나의 부친이다

→ 여기 누운 이 사내는 우리 아버지이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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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생 한동훈
심규진 지음 / 새빛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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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4.9.

까칠읽기 65


《73년생 한동훈》

 심규진

 새빛

 2023.12.25.



“책을 가려읽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적마다 갸우뚱하면서 생각해 본다. 나는 모든 말글을 몇 가지로 맞대어서 생각한다. 첫째 ‘아이’를 바라볼 적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둘째 ‘들숲메바다’를 마주할 적에 어찌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셋째 ‘사랑’이라면 어떠한가 하고 생각하고, 넷째 ‘나너우리’라는 살림빛이라면 어떠한지 생각하며, 다섯째 ‘씨앗과 꽃’이라는 숨빛이라면 어떠한지 더 생각해 본다.


어떤 아이라도 가려야 할 까닭이 없다. 들숲메바다는 어떤 숨붙이도 안 가린다. 사랑은 가리지 않고 그저 품어서 풀어낸다. 나와 너와 우리는 이때에만 좋거나 저때에는 나쁘다고 안 가린다. 씨앗은 언제나 자그마하지만 모두 다르게 빛나고, 꽃도 더 좋은 꽃이나 더 나쁜 꽃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책은 가려읽어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고 느낀다. “책은 몽땅 읽어야 한다고 말해야 맞다”고 느낀다. 이른바 ‘좋은책’만 읽으려고 하면 ‘좁은눈’으로 갇힌다. 이른바 ‘나쁜책’을 아예 멀리하면 거꾸로 ‘나쁜눈’이 된다고 느낀다. 어느 책이건 가리지 않으면서 읽을 때에 비로소 ‘열린눈’과 ‘트인눈’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글빗(비평)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모든 책을 고루고루 읽으면서 스스로 눈길을 틔우고 마음을 가꾸고 생각을 열어서 사랑으로 나아가는 숲빛과 들빛과 바람빛과 바다빛으로 날개돋이를 할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신문기자뿐 아니라 우리(일반독자)도 비평가도 ‘스스로 좋아하는 책’에 너무 사로잡힌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출판사’라면 ‘덮어놓고 좋아하기’ 일쑤이다. ‘좋아하는’ 마음이기에 그만 ‘좁히’면서 ‘좇아다니’느라 이웃을 모조리 ‘쫓아내’면서 스스로 ‘종(노예)’이 되고야 만다.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 아이곁에서 사랑을 품으면서 들숲메바다로 살림을 짓는 씨앗과 꽃을 안팎으로 고루 헤아릴 적에, 비로소 ‘사람’으로 선다고 느낀다.


책을 가려읽지 말자. 좋은책을 찾지 말자. 아니, 그저 ‘책’을 읽자. 그리고 ‘스스로 배울 책’을 챙기자. 읽기에 까다롭거나 버거우면, 더 오래 품을 들여서 천천히 읽을 노릇이다. 수월하게 읽을 만한 책이면, 되읽으면서 ‘미처 놓친 곳’이 있지 않은지 돌아볼 노릇이다.


어쩐지 요즈음에는 ‘우리(일반독자)가 읽기 수월한 책’에 꽂히거나 추켜세우는 물결이 드센 듯싶다. “읽기 수월하기에 좋은책”일 수 있을까? 읽기 수월하기에 오히려 ‘나쁜책’이지 않을까? 


다시 더 생각해 본다. “가려읽는 사람은 스스로 어둠에 눈을 가리고 만다”고 할 수 있다. “나쁜책이란 없고, 책에 담긴 속내를 못 알아보는 눈이기에 얕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쓴 글부터 늘 되읽고 되새긴다. 나 스스로 나를 깨우칠 글을 쓰려고 하기에, 내가 쓴 글부터 나를 일깨우는 밑거름으로 삼으려 한다. 이러면서 나를 둘러싼 뭇사람 글을 몽땅 챙겨서 읽으려고 한다. 2025년 시골살림 눈으로 보자면, 시골에는 책집도 책숲도 아예 없거나 너무 허술한 탓에, 서울이나 큰고장에 마실을 가지 않고서는 책읽기를 널리 하기 힘들다. 그래서 바깥일로 마실을 가면 요새는 “하루 500권 읽기”를 하려고 눈에 불을 켠다. 하루 이틀 사흘 몇날에 걸쳐 ‘한 달치 책’을 몰아서 읽으며 한 달 동안 시골집에서 이 여러 책을 가만히 되새긴다.


책이 늘 둘레에 넉넉히 있는 서울사람이라면 굳이 “하루 500권 읽기”를 할 까닭이 없을 만하지만, 시골사람은 다르다. 거꾸로 보면, 시골사람은 들숲메바다가 언제나 곁에 있으니 서두를 까닭이 없이 들숲메바다를 날마다 느긋이 바라보고 헤아린다. 서울사람이라면 모처럼 들마실이나 숲마실이나 바다마실을 가면 그야말로 듬뿍듬뿍 품으려고 애쓰겠지.


+


《73년생 한동훈》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다. 2023년에 진작 나온 줄 알았지만 기다려 보았다. 바로읽기를 하기보다는 기다려 보고서 읽자고 여겼고, 2025년에 장만해서 읽는다. 그런데 글쓴이는 ‘팬덤’으로 쓰고 말았네. ‘팬덤’이 아닌 ‘아이 생각’이나 ‘숲 생각’이나 ‘사랑 생각’이나 ‘너나우리 생각’이나 ‘앞날을 밝힐 씨앗 생각’을 안 한 탓에 그저 어느 누가 이름·힘·돈을 얻고서 나라지기로 올라서야 한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나라지기는 누가 해도 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이 줄줄이 나라지기를 맡은 요즈음인데, 누가 나라지기를 맡았든 대수롭지 않다. 새 나라지기를 누가 맡아도 안 대수롭다. 우리 스스로 어떻게 꿈을 그리면서 어떻게 아이곁에 서는 어진 어른으로 살림하겠는지 밝힐 노릇이다. 그러나 《73년생 한동훈》에는 글쓴이 나름대로 한동훈이라는 사람한테서 어떤 빛과 그늘을 보았는가 하는 줄거리가 없다. 그저 한 사람을 올려세우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릴 뿐이다.


왜 오늘날 숱한 사람들이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서 싸우겠는가? 다들 “책을 가려읽는 탓에 싸운다”고 할 수 있다. 이쪽에 서기에 이쪽 책만 읽으니 속이 좁다. 저쪽에 선다면서 저쪽 책만 읽으니 속야 얕다. 한쪽은 속좁고, 다른쪽은 속얕다.


서로 저희 쪽 책만 읽는 탓에 “왜 쟤들은 저렇게 멍청하게 굴어?” 하면서 엉뚱하게 말을 한다. ‘저쪽’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려면 “저쪽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뿐 아니라,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 저쪽 목소리가 담긴 글이나 책을 아예 안 읽으면서, 더욱이 저쪽 사람들을 아예 끊고 안 만난다면, 그저 저쪽을 미워하는 말만 쏟아내면서 끝없이 싸우고 만다.


저쪽에서 이쪽을 보는 눈도 똑같다. “왜 이놈들은 이렇게 마구 굴어?” 하면서 뜬금없이 말을 한다. ‘이쪽’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려면 “이쪽 목소리”를 귀여겨들을 뿐 아니라, 만나서 이야기할 일이다. 이쪽 목소리가 담긴 글이나 책을 아주 안 읽으면서, 덮어놓고 이쪽 사람들을 깔보고 비아냥대기만 한다면, 그냥 이쪽을 싫어하는 말만 내뱉으면서 그지없이 다투고 만다.


모든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을 나란히 써야 사람답다. 모든 사람은 왼발과 오른발을 나란히 써야 걸을 수 있다. 《73년생 한동훈》을 쓴 분은 예전에 ‘좌편향’이었다가 요새 ‘우편향’을 한다고 밝히지만, 글쓴이는 ‘진영논리’만 댈 뿐, 꿈(계획·대안·정책·비전)이 안 보인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들한테 차근차근 모든 빛과 그늘을 풀어내어 이야기롤 들려줄 노릇이라고 본다. 앞으로 어른으로 설 아이들이 어질고 슬기롭게 온누리를 일구는 손길과 발걸음으로 잇도록 눈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어떤 ‘팬덤’으로도 새길을 열지 못 한다. ‘좋은책(팬덤)’이 사라지고서 그저 ‘사랑책’과 ‘숲책’과 ‘아이곁책’과 ‘씨앗책’일 때라야 비로소 새길을 연다.


ㅍㄹㄴ


이 책은 70년대생으로서 가장 좌편향된 세대로 꼽히는 40대인 내가 왜 보수가 되었나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했습니다. (429쪽)


+


《73년생 한동훈》(심규진, 새빛, 2023)


정권의 탄압을 함께 겪어낸 브로맨스를 공유하고 있다

→ 나라가 눌러도 함께 두텁게 겪어내었다

→ 나라힘에 밟혀도 함께 겪어낸 바 있다

57쪽


판결을 너무 나이브하게 예단했던 것 아닌가 싶다

→ 판가름을 너무 물렁하게 여기지 않았나 싶다

→ 너무 어리숙하게 가리려 하지 않았나 싶다

60쪽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 가만히 구경해야 한다

→ 마음을 안 써야 한다

→ 흘려듣고 넘겨야 한다

43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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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8. 종이에 적는 글



  예전에 굳이 ‘글(시·문학)’을 쓴다고 여기지 않을 적에는, 둘레에 있는 어느 종이에라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마음빛을 몇 줄로 옮겨서 건네었다. 이를테면 ‘젓가락 싸개’라든지 ‘수저 싸개’라든지 ‘밑종이(휴지)’라든지, 어느 종이에라도 몇 마디나 몇 줄을 적어서 이웃님한테 드렸다.


  요즈음은 ‘글(마음을 그리는 이야기)’을 적어서 건넬 적에 이웃님이 차분히 되새기고 돌아보면서 이웃님 마음속을 가만히 바라보는 ‘이음씨앗’으로 삼아 보시기를 바란다. 한동안 네모반듯하게 빛종이(색상지)를 잘라서 적어 드렸는데, 여느종이에 연필로 적은 글은 이내 연필자국이 번지는 줄 느꼈다. 그래서 글씨가 안 번지는 붓과 종이를 헤아려 보았다. 여러 종이를 헤아리며 써 보다가, 천종이(캔버스)는 손이 닿거나 오래 있어도 잘 이을 만하다고 느껴서 천종이를 쓰기로 했다.


  천종이에 글을 적어서 건네려면 돈이 좀 많이 듭니다. 천종이에 글을 적어서 건네는 만큼 살림돈이 줄어든다. 다만, 이쯤은 즐겁게 할 만한 이웃나눔이라고 느낀다. 또한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돈으로 이웃나눔을 하는 길”보다는 “마음을 사랑하는 글을 스스로 늘 새롭게 써서, 이 ‘마음사랑글’로 이웃나눔을 하는 길”을 가자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즐겁고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이웃나눔은 “마음사랑글을 늘 새롭게 써서 건네주는 일”이라고 본다. 제법 오래 건사할 만한 천종이를 목돈을 들여서 장만하고, 꽤 품을 들여서 천천히 옮겨적은 다음에 건넨다. 어느 분이 보기에는 천종이쯤이야 돈이 얼마 안 들겠지. 나한테는 목돈이 드는 일이다. 나는 2003년에 마지막으로 출판사를 그만둔 뒤로 2025년에 이르도록 ‘한달벌이(월평균수입)가 50∼70만 원’이거든.


  쥐꼬리만 한 한달벌이로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 쥐꼬리만큼 쓰면 쥐꼬리만큼 벌면서 살아갈 수 있다. 아무쪼록 이웃님 누구나 즐겁게 글빛을 누리시기를 바라기에 천종이를 골라서 품과 돈을 들여 새글을 옮겨적어서 건넨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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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원칙


 누구의 원칙인지는 → 누구 틀인지는 / 누가 따지는지는 / 누가 재는지는

 오늘의 원칙은 → 오늘 눈금은 / 오늘 눈길은 / 오늘 길눈은

 자네의 원칙이지만 → 자네 잣대이지만 / 자네가 세우지만


  ‘원칙(原則)’은 “1.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 ≒ 본칙 2. [철학] 다른 여러 명제가 도출되는 기본 논제”를 가리킨다는군요. ‘-의 + 원칙’ 얼거리라면 ‘-의’를 털고서 ‘자·잣대’나 ‘길·길눈·길불·길빛·길잡이·길라잡이’나 ‘곬·뜻·소리’로 손볼 만합니다. ‘얼개·얼거리·틀·틀거리·뼈대’나 ‘눈·눈길·눈결·눈꽃·눈금’이나 ‘눈높이·눈가늠·눈대중·눈망울·눈썰미’로 손볼 수 있어요. ‘삶·삶길·살림길·삶틀’이나 ‘밑·밑동·밑틀·밑절미·밑판’이나 ‘밑바탕·바탕’으로 손보고, ‘가늠하다·가누다·따지다·재다’나 ‘세우다·서다·하다·하나치’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키·키높이·키재기’나 ‘-를 따라·-를 보고·워낙’이나 ‘읽눈·읽빛·읽는눈·읽는눈길·읽는눈빛’으로 손볼 수 있어요. ‘보는눈·보는눈빛·보는눈길·봄눈·봄빛’이나 ‘알림·밝힘’으로 손보아도 돼요. ㅍㄹㄴ



때문에 조각작품을 만들면서 그리스 식의 원칙을 따르려는 작가가 있다면

→ 그래서 깎을 적에 그리스다운 틀을 따르려는 이가 있다면

→ 이리하여 빚을 적에 그리스 눈길을 따르려고 한다면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칸딘스키/권영필 옮김, 열화당, 2000) 17쪽


이러한 두 개의 원칙이 서로 힘겨루기를 해 왔던 것이다

→ 이러한 두 잣대가 서로 힘겨루기를 해 왔다

→ 이러한 두 가지가 서로 힘겨루기를 해 왔다

→ 이러한 두 갈래가 서로 힘겨루기를 해 왔다

《전쟁인가 평화인가》(오다 마코토/양현혜·이규태 옮김, 녹색평론사, 2004) 31쪽


표준어 선정의 원칙이 처음 잡혔고

→ 표준말을 뽑는 얼개를 처음 잡았고

→ 표준말을 고르는 틀을 처음 잡았고

→ 표준말을 가리는 길을 처음 잡았고

《언어는 인권이다》(이건범, 피어나, 2017) 177쪽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 가만히 구경해야 한다

→ 마음을 안 써야 한다

→ 흘려듣고 넘겨야 한다

《73년생 한동훈》(심규진, 새빛, 2023) 4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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