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연동운동



 연동운동을 돕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 꿈틀길을 돕도록 가볍게 풀어서 

 연동운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 제대로 꼼틀거리지 않으면


연동운동(?動運動) : [의학] 위창자관이나 요관과 같은 대롱 모양의 기관에서 내용물을 내보내기 위하여 대롱 벽의 민무늬근이 율동적이고 연속적으로 수축하여 일어나는 운동 = 꿈틀운동



  뱃속에서 꿈틀꿈틀하는 결을 일본스런 한자말로 나타내기도 한다지만, 우리는 그저 우리말로 ‘꿈틀거리다·꿈틀꿈틀·꿈틀대다·꿈틀하다’라 하면 됩니다. 꿈틀결이 작으면 ‘꼼틀거리다·꼼틀꼼틀·꼼틀대다·꼼틀하다’라 할 만합니다. 꿈틀결에 힘이 없다면 ‘흐물거리다·흐물대다·흐물흐물·흐물하다’라 할 수 있어요. ㅅㄴㄹ



순식간에 방향을 거꾸로 튼 연동운동 때문에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 갑자기 거꾸로 틀며 꿈틀거려서 넋을 잃기 앞서까지

→ 확 거꾸로 틀며 꿈틀대서 넋을 잃기 앞서까지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창비, 2009)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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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자기반성



 자기반성이 부족해 보인다 → 못 깨닫는 듯하다

 자기반성이 전혀 없는 인간이다 → 되돌아보지 않는 놈이다

 자기반성이 아니라 자기합리화에 매몰되어 → 뉘우치지 않고 핑계에 빠져


자기반성 : x

자기(自己) : 1. 그 사람 자신 2. [철학] = 자아(自我) 3.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을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반성(反省) :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봄



  스스로 돌아보거나 뉘우치는 삶입니다. 남한테 기대어 둘러대거나 핑계를 댈 적에는 나아가지 못 합니다. 하루하루 차근차근 새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이러한 매무새를 ‘돌이키다·돌아보다·되돌아보다’나 ‘땅을 치다·뉘우치다·고개꺾다·고개숙이다·고갯짓’으로 그릴 만합니다. ‘곱씹다·곱새기다’로 그릴 만하고, ‘되새기다·새기다’나 ‘되살피다·살피다’로 그려요. ‘고쳐먹다·고치다·고쳐쓰다·바로잡다’로 그릴 수 있어요. ‘거울·되돌아보다·뒤돌아보다’나 ‘되짚다·짚다’로 그리고, ‘살피다·되살피다·뜯어보다’로 그립니다. ‘나보기·나찾기·나알기·나탓’이나 ‘알다·알아보다·알아차리다’로 그려도 어울리고, ‘깨다·깨닫다·깨우치다·깨치다’로 그리지요. ‘눈뜨다·새뜸·참나·일깨우다’나 ‘찾다·찾아내다·잡다·잡아채다·채다’나 ‘철·철들다·철눈’으로 그리도 합니다. ‘절·절하다·작은절’이나 ‘생각하다·추스르다’로도 그립니다. ㅅㄴㄹ



아이들이 자기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방식을 더 좋아하였다

→ 아이들이 저희 잘못을 곱씹으라고 북돋운다

→ 아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되새기라고 이끈다

《풍부한 유산》(P.라핀/오영숙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91) 125쪽


그 모든 자기반성이 있었음에도 그는, 어째서 한 여자에 대한 분노가 여자들 전체에 대한 증오로 바뀌었는지를 묻는 내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 그는 그렇게 뉘우치면서도 어째서 가시내 한 사람을 미워하다가 모든 가시내를 미워하느냐고 묻는 말만큼은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 그는 그렇게 깨우쳤다면서도 어째서 순이 한 사람한테 들끓다가 모든 순이한테 들끓느냐고 묻는 말만큼은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린디 웨스트/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2017) 356쪽


초짜 교수였던 시절 몇 년 동안 내내 반복해서 학문적 냉소라는 두터운 벽에 부딪히면서 어리둥절해하던 내가 결국 깨달은 것은 이 일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충분한 수의 학자들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는 수많은 학회 참석과 서신 교환, 그리고 엄청난 양의 지적 자기반성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 풋내기이던 몇 해 동안 싸늘하고 두꺼운 담벼락에 부딪히며 어리둥절했다. 이동안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나는 숱한 글바치한테 내가 일할 만한 사람인 줄 보여줘야 했는데, 끝없이 모임을 들락거리고 글월을 쓰고, 자꾸자꾸 나를 돌아보아야 했다

《랩걸》(호프 자런/김희정 옮김, 알마, 2017)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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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29. 여우눈



  남이 “그곳은 친절해!” 하고 말하더라도 나한테는 “안 맞는” 곳일 수 있다. 남이 “그곳은 불친절해!” 하고 막더라도 나한테는 “거리낌이 없어서 알맞는” 곳일 수 있다. 남이 많이 읽는 책이어야 내가 읽을 책이지 않고, 남이 안 읽는 책이기에 내가 안 읽을 책이지 않다.


  남이 많이 찾아가는 곳이기에 내가 찾아가거나 마실할 곳이 아니듯, 내가 찾아가고 마실하며 만나려는 이웃이 있는 곳에 사뿐사뿐 찾아가고 마실한다. 남을 등돌려야 할 까닭은 없되, 남은 남대로 즐겁게 이 삶을 누리는 하루일 테고, 나는 나대로 기쁘게 오늘 하루를 맞이하는 발걸음이라고 느낀다.


  여름에는 여우비가 오는 전남 고흥 시골자락인데, 겨울에는 여우눈이 온다. 이곳에 살지 않았으면 몰랐을 날씨와 하늘과 별과 밤과 ‘전라사람’과 ‘막장’을 떠올린다. 경남 끝에 깃든 통영이며 거제이며 남해이며 고성에서 살아가는 이웃은 이녁 고장을 ‘막장’으로 여길까?


  이곳이 막장이라고 느끼며 살아온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몽땅 ‘시골밖(+ 고흥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얼마 안 남은 시골아이들은 안간힘을 쓰면서 ‘시골밖(+ 고흥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이 끝자락 시골에는 ‘인구소멸위기지원금 + 저출산대책지원금’이 허벌나게 쏟아지고, 농림부와 농업개발공사에 국토부에 갖가지 벼슬터에서 ‘지역상생 +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또 목돈을 허벌나게 베풀어 준다. 해마다 쏟아지는 허벌난 ‘돈비·돈눈(지원금)’은 모두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아리송하다. 그토록 돈비에 돈눈이 쏟아졌으나 해마다 어린이·푸름이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시골버스에서 얼굴을 스친 아이들은 열아홉 살 즈음을 넘어서면 다시는 볼 수 없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나비가 춤추어도

커다란 바람개비로 농약을 허벌나게 뿌려대어

이윽고 다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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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28. 금수저 흙수저 풀수저 숲수저



  큰아이가 여덟 살로 접어들 즈음부터 “이제 더는 설과 한가위에는 못 다니겠구나!” 하고 느꼈다. 두 집안 어르신은 설과 한가위가 아닌 때에 아무리 자주 찾아가더라도 “설에 안 오면 아예 안 온 셈이지!” 하고 여기셨다. “그러면 설과 한가위에만 오고, 다른 날에는 안 와도 될까요?” 하고 여쭈었더니, “그렇다고 설에만 오면 섭섭하지!” 하시더라.


  큰잔치를 이룬다는 설과 한가위에 여러 집안 여러 아이어른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뜻깊다. 그런데 뜻깊은 자리를 꼭 가장 붐빌 적에 해야 할는지 돌아볼 노릇이다. 왜 그렇겠는가? 설과 한가위가 큰잔치를 이루던 지난날에는 온집안이 그저 한마을에 살았고, 재나 고개 너머 옆마을에 이웃으로 지냈다. 그래서 지난날에는 설이건 한가위이건 마땅히 한집에 왁자지껄 모일 뿐 아니라, 서로서로 마실을 가면서 북적일 만하다.


  이와 달리 오늘날은 다들 멀리 떨어져서 산다. 멀리 떨어져서 사는 사람들이 설과 한가위에 맞추어 함께 움직이면 그야말로 나라가 멈출 뿐 아니라, 온나라 길바닥은 매캐하고 어지럽고 더럽고 끔찍하다. 설과 한가위에 시골이 얼마나 망가지고 더러우며 시끄러운가. 설과 한가위가 지나면, 이동안 서울사람이 시골에 버린 쓰레기가 수북수북 흘러넘친다.


  요즈음은 설이나 한가위에 바깥마실을 가는 사람이 많다는데, 이들은 ‘금수저’라서 바깥마실을 간다고 느끼지 않는다. 생각해 보자. 금수저인 분이라면 굳이 설이나 한가위에 나라밖마실을 안 가겠지. 금수저인 분들이 뭣하러 그렇게 붐비는 철에 힘들여 움직이겠는가. 금수저는 그냥 한갓진 때에 언제라도 나라밖으로 마실을 다녀온다.


  오히려 금수저가 아닌 분들이 바로 설이나 한가위에라도 틈을 내어 나라밖마실을 가려고 하지 싶다. 다만, 금수저는 아니어도 금수저에 가 닿으려고 애쓰면서 목돈을 모은 분들이 설이나 한가위에 나라밖으로 나갈 테지.


  나는 그냥 시골사람이다. 나처럼 그냥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설이나 한가위뿐 아니라, 여느 때에도 조용히 시골에서 하늘바라기와 바람바라기와 새바라기를 한다. 구태여 멀리 나가야 하지 않는다. 멧새가 어련히 찾아와서 노래를 베푼다. 한가위 언저리에는 풀벌레와 개구리 노래잔치가 흐드러진다. 2025년 설날 밤에도 맨눈으로 미리내를 볼 수 있었는데, 이무렵 전남 고흥으로 찾아온 서울내기는 요 몇날만큼이라도 별바라기를 조금 했을까?


  나는 스스로 ‘흙수저’가 아닌 ‘풀수저’나 ‘숲수저’로 여긴다. 어떤 수저를 쥐느냐를 놓고서 싸우거나 미워하거나 시샘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사랑수저’와 ‘노래수저’와 ‘아이돌봄수저’로 ‘살림수저’를 가꾸는 하루이면, 온누리가 아늑(평화)하리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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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산달 産-


 산달이 다가오다 → 낳는달이 다가오다

 산달이 가까워진 모양입디다 → 낳을달이 가까운 듯합니다


  ‘산달(産-)’은 “아이를 낳을 달 = 해산달”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낳는 일을 가리키니 ‘낳는달’이나 ‘낳을달’로 손질할 만합니다. ‘아기달’이나 ‘아기낳는달’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산달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조심하도록

→ 낳는달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살피도록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7》(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6) 131쪽


관노비가 아이를 낳을 산달에도 휴가를 주었다

→ 나리종이 아이를 낳을달에도 말미를 주었다

→ 나라종도 낳을달이면 말미를 주었다

→ 낳는달이면 나라종한테도 말미를 주었다

《언어는 인권이다》(이건범, 피어나, 2017)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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