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어둠의


 어둠의 자식들 → 어두운 아이들 / 어둠 녀석들

 어둠의 심연 → 깊은 어둠 / 어둠끝 / 어둠속 / 한밤

 어둠의 혼 → 어두운 넋 / 어둠넋 / 어둠빛

 어둠의 눈 → 어두운 눈 / 어둠눈


  ‘어둡다’를 ‘어둠’ 꼴로 적으면서 ‘-의’를 붙이는 분이 곧잘 있습니다만, ‘어두운’으로 손질하면 ‘-의’는 저절로 떨어집니다. ‘-의’를 붙일 까닭이 없이 ‘어둠눈’이나 ‘어둠눈’이나 ‘어둠끝’처럼 새말을 여밀 만하고요. ㅍㄹㄴ



어둠의 산천초목 있단 말이지

→ 어두운 들숲내 있단 말이지

→ 어두운 멧들내 있단 말이지

《그대에게 가는 길》(박정만, 실천문학사, 1988) 116쪽


어둠의 냄새를 피우며 사람의 꿈을 휘발시켜서 그것을 악의의 에너지로 삼는 존재

→ 어두운 냄새를 피우며 사람들 꿈을 날려서 이를 나쁜빛으로 삼는 녀석

→ 어둠냄새를 피우며 사람들 꿈을 흩뜨려서 이를 몹쓸 기운으로 삼는 놈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창비, 2009) 129쪽


털실의 길이는 제각기 달랐지만 어떤 뭉치든 빛과 어둠의 총량은 같았다

→ 털실은 다 길이가 다르지만 빛과 어둠은 같다

→ 털실은 다 길이가 다르지만 빛과 어둠은 나란하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 2020) 1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차 茶


 차를 달이다 → 물을 달이다

 차를 마시다 → 잎물을 마시다

 차를 끓이다 → 잎꽃물을 끓이다

 차나 한 잔 하러 갈까 → 잎물이나 하러 갈까


  ‘차(茶)’는 “1. 차나무의 어린잎을 달이거나 우린 물 2. 식물의 잎이나 뿌리, 과실 따위를 달이거나 우리거나 하여 만든 마실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수수하게 ‘물’이라 할 때가 있고, ‘잎물·잎꽃물’이라 할 만합니다. ‘잎·잎사귀·이파리·잎새’처럼 쓸 자리가 있어요. ‘내리다·내림·우리다·우림’이나 ‘내림빛·내림물·우림물’이라 쓸 수 있고요. 국립국어원은 2017년부터 한자를 빼더군요. ㅍㄹㄴ



진흙벽돌로 만든 집에서 차를 마신다

→ 진흙돌로 지은 집에서 잎물을 마신다

→ 진흙돌로 올린 집에서 잎물을 마신다

→ 진흙돌로 세운 집에서 잎물을 마신다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허수경, 문학과지성사, 2005) 57쪽


중요한 것은 차를 통해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것입니다

→ 무엇보다 잎물을 즐겨야 한다

→ 사람들이 잎꽃물을 마시며 즐겁기를 바랍니다

《파리 상점》(김예림, 생각을담는집, 2012) 82쪽


우연히 보리수차를 다시 접한 것을 계기로

→ 문득 보리수 잎물을 다시 마시면서

→ 어느 날 보리수 잎물을 다시 마시고서

→ 어느 날 보리수물을 다시 마시고 나서

→ 어느 날 보리수물을 다시 마신 뒤로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슈테판 클라인/전대호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4) 80쪽


풍다우주風茶雨酒에 깃들어 바람 불면 차를 마시고

→ 바람물 비술에 깃들어 바람 불면 물을 마시고

《풀꽃 경배》(원종태, 신생, 2015) 101쪽


신라 시대에 차를 마시는 풍습이 널리 퍼지면서 제사를 지낼 때 차를 바치는 헌다 의식이 시작되었다

→ 신라 때에 잎물을 마시는 삶이 널리 퍼지면서 큰절을 지낼 때 잎물을 처음 바쳤다

→ 신라 무렵 잎물을 마시는 삶이 널리 퍼지면서 절을 할 때 잎물을 비로소 올렸다

→ 신라 무렵 잎물을 마시는 삶이 널리 퍼지면서 올림자리에 잎물을 바쳤다

《초록비 내리는 여행》(오치근·박나리·오은별·오은솔, 소년한길, 2015) 77쪽


더 연마해서 본격적으로다가 찻잔받침 장사로

→ 더 갈닦아서 바야흐로 잎물그릇받침 장사로

→ 더 다스려서 이제 잎물그릇받침 장사로

→ 더 가다듬어 슬슬 잎물그릇받침 장사로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박남준, 한겨레출판, 2017) 97쪽


모과차를 만든다지만

→ 모과물을 담근다지만

→ 모과물을 한다지만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장석남, 창비, 2017) 74쪽


예쁜 원피스를 차려입고 오후의 차를 즐기던 시절이었어요

→ 치마를 예쁘게 차려입고 낮에 잎물을 즐기던 무렵이에요

《놀라지 마세요, 도마뱀이에요》(퍼트리샤 밸디즈·펠리치타 살라/김재희 옮김, 청어람주니어, 2018) 1쪽


차를 만드는 계절이 돌어왔기 때문

→ 잎물 덖는 철이 돌아왔기 때문

→ 잎물 하는 철이 돌아왔기 때문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 110쪽


누군가는 차를 우리는 과정이 정신 수양이나 힐링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 누구는 잎물을 우릴 적에 마음을 벼리거나 쉬기 때문이라고 한다

→ 어느 분은 잎물을 우리며 마음을 닦거나 숨돌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박지혜, 스토리닷, 2023) 31쪽


차나무에서 나는 찻잎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안 지

→ 잎물나무에서 나는 잎으로 우리는 줄 안 지

→ 잎꽃나무에서 나는 잎새로 내리는 줄 안 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박지혜, 스토리닷, 2023) 3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영어] 틴케이스tin case



틴케이스 : x

tin case : x

ティンケ-ス : x



우리 낱말책에도, 영어 낱말책에도, 일본 낱말책에 없는 ‘틴케이스·tin case·ティンケ-ス’입니다. 네모난 쇠그릇을 가리키는 이름일 텐데, 우리로서는 그저 그대로 ‘네모칸·네모틀·네모그릇’이나 ‘네모나다·네모지다’라 옮길 만합니다. ‘고리·구럭’이나‘꾸러미·꾸리·꿰미’나 ‘그릇·바구니·버들고리’로 옮길 수 있어요. ‘모둠·모음’이나 ‘주머니·집·칸’이라 옮겨도 어울리고, ‘보따리·보퉁이·타래’나 ‘함지·한꾸러미·한바구니’라 할 만합니다. ‘넣다·담다·두다·싸다’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예쁜 틴케이스에 든

→ 예쁜 네모그릇에 든

→ 예쁜 집에 든

→ 예쁜 칸에 든

→ 예쁜 주머니에 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박지혜, 스토리닷, 2023) 2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시선 446
안희연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4.7.

노래책시렁 490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창비

 2020.7.24.



  꿈을 그리지 않을 무렵에는 여기저기서 들은 대로 읊거나 시늉하게 마련입니다. 차츰 알아보면서 하나하나 익히는 동안 스스로 꿈을 그려야 하는 줄 깨달으면서 이제부터 “마음을 소리로 얹은 말”을 터뜨립니다. 아기는 처음에는 소리를 따라하고, 이윽고 말을 뱉을 수 있는데, 삶과 하루와 오늘과 이곳을 하나로 아우르는 길을 알아보았다는 뜻입니다. 말마디를 빚어낼 적에는 마음을 헤아리면서 읽는 길을 걷는다고 하겠지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어 보았습니다. ‘전문시인이 쓴 글이로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굳이 ‘전문시인’으로서 쓰기보다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오늘을 바라보는 나’로서 쓰면 될 텐데 싶습니다. 나를 나로서 드러내고 말하고 밝히는 글을 쓸 적에는 아무런 꾸밈말이 없습니다. 나를 나로 안 드러낼 뿐 아니라, 멋(문학성)을 내려고 할 적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꾸밈말입니다. 꾸미는 말씨가 나쁠 까닭은 없되, 온통 꾸미고 붙이고 보태고 치레하다 보면, 막상 줄거리나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남습니다. 요즈음 글판은 줄거리와 이야기를 숨기는 채 글멋을 펴는 얼거리일 수 있습니다만, 모름지기 노래(시)라면, 이 삶을 눈물로든 웃음으로든 읊는 길일 노릇이어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그는 날이 제법 차다는 생각을 했다 / 그리고 조금 외롭다고도 // 오늘은 불을 피워야지 / 그는 마른 장작을 모아다 불을 피웠다 (불이 있었다/10쪽)


소란스러운 기억이 얼굴을 만든다 / 파묻힌 발을 쓰다듬으면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75쪽)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 2020)


가장 찬란했다는 것을 모르고

→ 가장 눈부신 줄 모르고

→ 가장 빛난 줄 모르고

15쪽


털실의 길이는 제각기 달랐지만 어떤 뭉치든 빛과 어둠의 총량은 같았다

→ 털실은 다 길이가 다르지만 빛과 어둠은 같다

→ 털실은 다 길이가 다르지만 빛과 어둠은 나란하다

18쪽


겨울은 길고 혼자인 그는 적적함을 느낀다

→ 겨울은 길고 혼자라서 쓸쓸하다

→ 겨울은 길고 혼자이니 외롭다

23쪽


그는 나의 잠 속까지 따라왔다

→ 내 꿈까지 따라온다

→ 내가 자도 따라온다

26쪽


우리는 곧장 보트에 오르려 했지만 더 어두워져야 한다고 했다

→ 우리는 곧장 배에 오르려 하지만 더 어두워야 한단다

30쪽


호수에 이르는 길은 수십가지였다

→ 못에 이르는 길은 갖가지이다

→ 못에 이르는 길은 많다

34쪽


우리는 공원을 산책 중이었다

→ 우리는 쉼뜰을 거닌다

→ 우리는 쉼터를 걷는다

34쪽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 외딴별로 간다 나한테 두 가지 틈이 생긴다

→ 홀로별로 간다 나는 두 가지 짬이 생긴다

50쪽


할아버지께 호되게 혼이 났다

→ 할아버지가 호되게 말했다

→ 할아버지가 꾸짖었다

52쪽


저마다의 이유가 있으나 결국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 저마다 까닭이 있으나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 저마다 뜻이 있으나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55쪽


초침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 가는바늘이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63쪽


나는 이곳의 포플러나무를 좋아합니다

→ 나는 이곳 미루나무를 좋아합니다

71쪽


소란스러운 기억이 얼굴을 만든다

→ 시끄러운 어제가 얼굴이 된다

→ 시끌시끌한 일이 내 얼굴이다

75쪽


나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나는 안 보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 나는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9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사회질서·사회환경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 나라를 지키려는 / 틀을 버티려는

 사회질서를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 온나라를 세운다는 이름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사회환경을 개선한다 → 푸름이한테 나쁜 삶터를 고친다

 불합리한 사회환경을 타파한다 → 옳지 않은 터전을 허문다


사회질서(社會秩序) : [사회 일반]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집단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상태

사회환경 : x

사회(社會) : 1.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 2. 학생이나 군인, 죄수 들이 자기가 속한 영역 이외의 영역을 이르는 말 3. [사회 일반]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

환경(環境) : 1.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2.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



  일본에서 들어온 말씨인 ‘사회질서·사회환경’일 텐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풀어내어 ‘삶·살림·살다·살아가다’나 ‘살림자락·살림자리·살림터·삶자락·삶자리·삶터’나 ‘삶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사람들·사람누리·사람터·사람살이·사람살림·사람사이’로 손볼 수 있어요. ‘온곳·온나라·온누리·온땅·온터’나 “이 땅·이 나라”나 ‘마을·둘레·나라’로 손볼 만하고, ‘자리·터·판·마당·뜰·곳·곳곳·땅’이나 ‘떼·무리·바다·더미·덩어리’로 손보면 돼요. ‘지음터·지음자리’나 ‘고루·널리·두루·바깥·밭·바닥’이나 ‘다·모두·모둠·모둠살이·모임’로 손보아도 어울리고, ‘같이·함께·더불어·다같이·다함께’나 ‘환하다·활짝·열린·열다’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ㅍㄹㄴ



일본의 사회질서 속에서 재일조선인은 여전히 치안의 대상이다

→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일본한겨레는 늘 틀어막혀야 했다

→ 일본이라는 틀에서 일본한겨레는 그대로 묶여야 했다

《재일의 틈새에서》(김시종/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7) 69쪽


경쟁과 탐욕을 부추기는 사회 환경 때문이지요

→ 겨루고 노리라 부추기는 삶터 때문이지요

→ 다툼에 군침질을 부추기는 터전 때문이지요

→ 싸우고 집어삼키라 부추기는 나라 때문이지요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곽선미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17) 1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