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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 -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강수돌의 생각
강수돌 지음 / 이상북스 / 2014년 4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20.
인문책시렁 386
《나부터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
강수돌
이상북스
2014.4.2.
서울에서 오래 일자리를 잇다가 늘그막에 시골로 터전을 옮기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 끝삶을 추스르려고 떠난 새길일 테고, 이분들이 시골에서 짓는 집이며 거느리는 밭은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다들 비슷한 차림새로 밭일을 합니다. 맨손에 맨발로 흙을 만지고 디디면서 뭇풀을 두루 헤아리거나 품는 분은 드뭅니다.
《나부터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를 읽었습니다. 여러모로 뜻깊다고 여길 줄거리가 흐르되, 이 책을 읽을 사람은 시골사람도 흙지기도 아닌 서울사람입니다. 서울에서도 글물이 제법 든 사람이 아니고서는 읽기 어렵습니다.
강수돌 님은 ‘나부터’를 붙인 이름을 즐겨쓰기는 하는데, “나부터 혁명”은 말을 하지만 “나부터 바꾸기”하고는 멀어 보여요. 곧잘 어린이책을 쓰기도 하지만, 어린이한테 꽤 어렵구나 싶은 말을 좀처럼 못 바꿉니다. 아니, 어른끼리 주고받는 말글부터 안 쉽기 때문에,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말글도 안 쉽게 마련입니다.
흙에는 ‘산흙’하고 ‘죽은흙’이 있어요. ‘산흙’은 까무잡잡합니다. ‘산흙 = 살아서 숨쉬는 흙 = 숲흙’입니다. ‘죽은흙 = 누르스름한 흙 = 비료·비닐·농약뿐 아니라 풀뽑기에 시달린 흙’입니다. 풀을 뽑아야 남새가 굵고 크게 자란다고 여기는데, 굵고 크게 자란 남새를 멧돼지나 고라니가 뜯어먹으면 다들 몹시 싫어합니다. 그렇다면 생각해야 합니다. 둘레 다른 풀이 고루 자라면 멧돼지하고 고라니가 굳이 ‘사람이 심어서 굵고 크게 키운 남새’만 골라서 뜯으려고 할까요?
우리는 누구나 풀을 먹습니다. ‘풀을 먹고 자란 짐승’을 고기로 삼아서 ‘고기라는 몸을 이룬 짐승’도 바탕은 풀입니다. 사람도 소도 돼지도 모름지기 풀빛인 숨결입니다. 들풀과 나무만 푸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풀 가운데 사람이 굳이 품을 들여서 심어서 가꾸면 ‘남새’이고, 들숲에서 스스로 돋을 적에는 ‘나물’인데, 나물로 삼기 앞서는 그저 풀이고, 풀 곁에는 늘 ‘나무’가 자라요. 여기에서 사람은 남새와 나물과 나무 곁에 있는 ‘나’입니다.
강수돌 님이 글을 쓸 적에 으레 ‘나부터’를 앞장세우곤 하지만, 막상 ‘나’가 무엇인지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를 모르거나 안 찾아보면서 ‘나부터’만 외친다면, 줄거리는 뜻깊을 수 있지만, 어쩐지 빈하늘에 울리는 북소리 같습니다. 여름하늘에는 제비에 꾀꼬리에 뜸부기에 소쩍새에 범지빠귀가 노래하고, 겨울하늘에는 오리에 기러기에 고니에 두루미에 매가 노래합니다. 참새에 박새에 딱새에 동박새에 까막까치에 할미새에 물까치는 한 해 내내 노래하고요.
사람으로서 저마다 숲과 들과 바다 곁에서 어떤 숨빛으로 사이에 있는지 조금 더 느슨히 작게 맨손에 맨발로 흙을 만지면서 말씨와 글씨를 길어올릴 수 있기를 빕니다. ‘고려대 명예교수’ 같은 거추장스러운 허울은 이제 벗고서 ‘아저씨’나 ‘할배’로 설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그런데 결국 이 모든 게 미끼에 불과했던가? 사람들은 그냥 낚이고 만 것인가? (19쪽)
그 노동자나 교사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경제민주화가 완성되려면 보통 사람들의 철학이 중요하다. (50쪽)
최근 30대나 40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스트레스가 야근이나 휴일근무 등 초과근로, 그리고 다음은 상사의 잔소리, 또 그 다음은 부하의 비협조나 무시당하는 느낌 등이라고 조사되기도 했다. (66쪽)
셋째, 하우스 푸어 외에도 워킹 푸어나 에듀 푸어도 증가하는 추세다. (82쪽)
우리는 양심을 속인다. 진정한 우리의 느낌을 속인다. 그래야 생존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양심을 속이면서 우리가 하는 것은 강자와의 동일시다. (287쪽)
경제성장에 중독되어 돈벌이에 매진하는 이들은 사람과 자연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 (314쪽)
사실 4대강 사업이란 처음부터 대국민 사기극이란 말이 어울리는 일이었다. (364쪽)
《나부터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강수돌, 이상북스, 2014)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