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30. 근사하게 보이더라도



  《어린이 시 지도》라는 책을 놓고도 틀림없이 예전에 느낌글을 썼을 테지만, 워낙 까마득한 때라서 글을 찾아내기는 어려워서, 새로 한 꼭지를 쓰려고 합니다. 자리맡에 놓고서 새삼스레 들추는 터라 바로 긁어서 띄웁니다.


  이래저래 본다면, ‘오늘 이럭저럭 넉넉히 지내는 분’은 ‘여러모로 그럴듯(근사)해 보이는 모습’으로 여러 배움자리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도 배움자리에 나오기까지 하루하루 뒹굴며 일한 발걸음이 있어요. 뒹굴며 일한 발걸음이 없더라도 배움자리에 나와서 새롭게 듣고 조금씩 담벼락을 허물 수 있고요.


  가난자리에 있는 분은 배움자리에 나설 틈이 없다시피 하지만, 제가 여태까지 가난자리에 깃들며 살아오며 돌아보노라니, 가난자리는 늘 살림자리이면서 배움자리라서, 굳이 따로 배우러 다닐 까닭이 없습니다.


  가멸자리(부유층·중산층)에 있는 분도 가멸자리가 언제나 새롭게 배움자리일 텐데, 가멸자리를 배움자리로 느끼거나 여기거나 받아들이지 못 하는 나머지, 따로 배움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여겨요. 그리고 가멸자리에 있는 분이 배움자리에 나오기 때문에 ‘새책집’이 돌아가고 ‘헌책집’이 굴러갑니다. 가멸자리에 있는 분이 ‘제법 비싼책’을 덥석덥석 사주기 때문에, 이렇게 사준 책을 나중에 가볍게 내놓기 때문에, ‘제법 비싸면서 값진 책’이 헌책집을 거쳐서 숱한 사람들 손을 돌고돌 수 있어요. 그리고 가난자리 사람들은 ‘제법 비싸면서 값진 책’을 건사하더라도 배고픈 나머지 이 책을 팔아야 하기 일쑤이고, 이렇게 되파는 ‘제법 비싸면서 값진 책’은 또다른 ‘가난자리 글벌레 손바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늘 걸어다닙니다만, 쇳덩이(자동차)를 모는 분을 미워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저는 쇳덩이를 장만할 밑돈이 없고, 쇳덩이를 굴릴 기름값이나 달삯(보험료 및 세금)이 없기도 하지만, 나중에 밑돈과 기름값을 넉넉히 벌더라도 구태여 쇳덩이를 몰 마음이 아예 없습니다. 걸어다녀야 길에서 걸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걸어다니다가 시골버스와 시외버스를 기다리기에 이동안 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과 글뿐 아니라 바람과 구름을 읽으며 새와 별과 비를 바라보고 받아들입니다.


  저한테 돈이 넉넉해서 쇳덩이를 몬다면, 저는 아마 책도 글도 아예 거들떠보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돈도 제법 있는 가멸자리 여러 이웃님이 애써서 배움자리로 나오려 한다면, 기꺼이 맞이하고 반기면서 어깨동무할 새길도 헤아릴 만하다고 느껴요. 가난자리 이웃이 서로 어깨동무하는 길이 하나 있고, 가난자리와 가멸자리 이웃이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길이 둘 있어요. 우리는 두 길을 함께 바라보고 나아갈 적에 비로소 ‘사랑’을 찾고 깨닫는다고 느낍니다. 어느 한켠에만 머물 적에는 그만 ‘고인물·고인마음’으로 치달으면서 꼬장꼬장한 꼰대로 곤두박을 친다고도 느낍니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가멸자리이든 가난자리이든 똑같이 안 읽습니다. 책이 없이도 배우는 사람은, 가난자리이든 가멸자리이든 늘 새롭게 배웁니다. 어느 가난자리 아이들은 어버이가 참하고 착하더라도 구렁텅이에 빠지고, 어느 가멸자리 아이들은 어버이가 엉터리에 엉망진창이더라도 아름길로 들어서요. 거꾸로 어느 가난자리 아이들은 어버이가 엉성하고 모자라더라도 아름길을 새롭게 열고, 어느 가멸자리 아이들은 어버이가 참하고 착하더라도 진구렁에서 허덕입니다.


  저는 안철수 씨나 트럼프 씨를 믿지(지지하지) 않습니다만, 두 사람은 눈여겨봅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 곁님과 아이들이 보이거든요. 안철수 씨는 이녁 곁님하고 함께 딸아이를 아름답고 참하고 사랑스레 돌보았다고 느낍니다. 트럼프 씨는 이녁 곁님하고 함께 숱한 딸아들을 아름답고 참하고 사랑스레 보살폈다고 느껴요. 벼슬(정치)을 하는 사람 가운데 안철수 씨하고 트럼프 씨처럼 딸아들하고 오순도순 지내면서 함께 이야기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들으면서 바꾸거나 고치는 이는 거의 없거나 찾아보기 드물다고 느낍니다. 안철수·트럼프가 어떤 길을 가든, 두 사람이 아이들과 곁님하고 어떻게 어울리면서 이녁 보금자리부터 돌보고 사랑으로 짓는지 눈여겨보고서 배울 대목이 있다고 느껴요. 이들은 처음부터 돈있는 집이 아니었는데, 둘은 저마다 다르게 엄청나다 싶은 돈을 손에 쥐기도 했는데, 돈이 없던 때와 돈이 있던 때가 그리 안 다르다고 느낍니다.


  모쪼록 느긋느긋 바라보고 오늘 하루를 배우는 걸음길이시기를 바라요. 우리는 늘 새롭게 사랑을 배우려고 이 별에 태어났거든요. 우리는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그저 ‘온님’으로 서로 어울리려고 이 별에서 삶을 짓는다고 느낍니다. 착한 사람은 왼길도 오른길도 아닌 착한길입니다. 참한 사람은 왼날개도 오른날개도 아닌 참날개입니다.  사랑을 짓는 사람은 왼켠도 오른켠도 아닌 사랑길입니다.


  오늘 우리가 자꾸 잊어버리는 너무 큰 대목은 바로 사랑이라고 느껴요. 왼쪽이냐 오른쪽이냐가 아니라, 왼오른손을 나란히 쓰면서 빚고 짓고 가꾸고 일구기에 사랑입니다. 왼오른발을 나란히 디디면서 걷고 달리고 뛰어야 비로소 ‘달리기’를 비롯한 모든 몸짓(운동)을 사랑으로 이룹니다. 그래서 모든 ‘래디컬’은 ‘주먹(폭력)’으로 기울더군요.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왼놈이건 오른놈이건 서로 미워하며 주먹싸움만 부추기고 붙인다고 느낍니다.


  이오덕·권정생 님뿐 아니라 송건호·리영희 님도, 이소선·마더 존스 님도 왼오른이 아닌 ‘아름길’과 ‘사랑길’만 바라보려고 하는 매무새로 이 터를 갈아엎고 갈고닦으려고 했다고 느껴요. 한쪽만 보면서 붙들 적에는 절름발이(파행·레임덕)가 될 테지요. 절름발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절뚝이는 다리에 마음을 빼앗기느라, 막상 새소리도 바람소리도 별소리도 빗소리도 바닷소리도 숲소리도 다 못 듣고 만다는 뜻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23. 결리는 쓰기



  한 달쯤 잇몸살을 앓고서 잇몸이 새삼스레 튼튼히 바뀐 줄 느낀다. 다른 몸살이 지나갈 적에도 어느새 몸갈이를 마치고서 새길로 접어든다고 느낀다. 자주 앓기에 자주 갈아치운다. 다시 앓으며 다시 갈아입는다. 왜 또 갈아야 하는가 하고 돌아보면, 그만큼 헌몸에서 찌꺼기를 내보내고서 스스로 지을 꿈을 바라보는 길을 걷고 싶은 눈빛이 만나더라.


  아프거나 앓을 적에는 돌봄집(병원·약국)이 아닌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물과 밥을 다 끊고서 드러누울 일이다. 우리 보금자리에서 포근손을 느끼고 누리기에 헌몸을 새몸으로 바꾸게 마련이다. 앓아야 몸을 팔팔 끓여서 때를 벗는다. 애벌레도 풀벌레도 새도 짐승도 다 같다. 풀꽃나무도 같다. 먼저 끓이고, 이윽고 삶는다. 기저귀는 삶아야 똥오줌이나 핏물이 말끔히 빠진다. 모든 숨붙이도 끓이고 삶고서 좍좍 땀을 짜내고서 해바람에 팔랑팔랑 말리기에 말끔히 일어선다.


  “해를 막는 터전(학교·병원·마트)”은 우리 몸을 죽이고 마음도 어느새 죽인다. “해를 닫아건 자리(지하상가·지하철·지하집)”도 우리 몸마음을 갉는다. 그런데 우리는 해를 등진다. 게다가 쇳덩이를 몰고(자가운전)과 까만눈(선글라스)까지 하며 더더욱 스스로 갉는다.


  해바람에 가볍게 맨살을 드러내며 걷는 사람은 스스로 튼튼하다. 걷기는 하되 온몸을 둘둘 감싸는 사람은 오히려 스스로 괴롭히는 셈이다. 모든 돌봄집(병원·약국)은 ‘씻기(완치)’가 아닌 ‘낮추기(완화 및 지속)’을 노리고서 길들인다. 종이(졸업장)를 땄는데 종이(자격증)을 또 따려고 하면서 삶을 헤프게 내버린다. 이제 요리학원은 그만 다니고 집에서 밥차림에 나설 때이지 않은가. ‘대화법’은 안 배워도 된다. 스스로 이웃하고 말을 섞으며 그때그때 다른 말결을 느끼고 익히면 된다. 이야기를 해야 마음을 이으면서 말빛을 가꾼다. 아이를 돌보려면 아이를 낳으면 된다. 육아책을 만 자락쯤 읽는들 하나도 이바지하지 않는다.


  글은 “우리 삶을 우리 눈으로 보고 우리 몸으로 느껴서 우리 손으로 쓰기”이다. ‘글쓰기길(문장작법)’은 아예 없다. “배운 대로 안 쓰면 되는 글쓰기”이다. “살아왔고 살아가는 대로 쓰기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글쓰기”를 누구나 스스로 이룬다.


  그만 배우고서 쓰자. 아니, 삶을 날마다 배우고 익히면서 쓰자. 책으로는 그만 배우고, 강의·수업은 몽땅 걷어치우자, 모임을 꾸려서 우리 삶을 함께 이야기하다가 문득 을고 웃으면서 쓰자. “온누리 모든 글쓰기 강좌와 책”이 뻥(대국민시기극)인 줄 알아채는 이웃님이 늘기를 빈다.


  남이 예쁘게 보아주기를 바라는 글은 다 눈속임이다. 내가 나를 오직 사랑눈으로 바라보며 쓰는 글만 사랑이기에 아름답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V애니메이션 시끌별 녀석들 공식 스타팅 가이드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이승원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30.

읽었습니다 332



  처음 《시끌별 녀석들》을 만나던 무렵에는 ‘이렇게도 그림과 줄거리를 여밀 수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어제와 오늘과 모레가 맞물리는 얼거리를 이처럼 묶는 붓끝에는 이 푸른별에서 저마다 일구는 하루를 새롭게 즐기고픈 꿈이 흐른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2000년 언저리에 나온 한글판은 오래지 않아 판이 끊겼고, 자그마치 2022년에 이르러서 새판으로 나왔습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말처럼, 스무 해 남짓 기다리니 ‘잃은 짝 맞추기’를 안 해도 되어 고맙더군요. ‘TV애니메이션’ 새판은 굳이 볼 마음이 없지만, 《TV애니메이션 시끌별 녀석들 공식 스타팅 가이드》만큼은 건사해 놓습니다. 앞으로 스무 해가 또 흐르면 이 자그마한 꾸러미도 더는 구경할 수 없을 테니까요.


《TV애니메이션 시끌별 녀석들 공식 스타팅 가이드》(타카하시 루미코/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2.29.)


ㅍㄹㅂ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30.

다듬읽기 202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창비

 2009.3.27.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창비, 2009)를 읽었습니다. 2022년에 50만 자락을 팔았다고 널리 알리는 새판이 나오는군요. 푸름이한테 이러한 줄거리를 읽혀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줄거리를 떠나서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 하는 만큼, 글결이 어떠한가 짚어 보는데,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숱하게 너울거립니다.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아예 한 마디조차 안 쓸 수 있을 만큼 글결을 가다듬은 글바치를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만, 좀 너무하는구나 싶어요. 요새 다들 이렇게 말도 하고 글도 쓰지 않느냐고 둘러대지 않기를 바라요. 글을 쓰는 사람은 글빛을 살리고 글씨를 가꾸는 길잡이입니다. 글밥을 안 먹는 사람과 다른 글지기입니다. 게다가 푸름이한테 널리 알리려는 책이라고 한다면, 줄거리도 다독일 노릇이면서 글 한 줄도 뼈를 깎아야 하지 않을까요? 조르주 상드 님이 글 한 줄을 얼마나 뼈를 깎으며 썼는지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ㅅㄴㄹ


중불에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 가운불에 달군 달달 냄새가 난다

7쪽


동네 빵집치고는 빵을 무척 많이 만드는 편이었다

→ 마을 빵집치고는 빵을 무척 많이 굽는다

8쪽


모종의 신비감과 함께 수수하면서도 전문가나 장인다운 지성미가 넘쳐 보이는

→ 별쭝나고 수수하면서도 뛰어나거나 훌륭해 보이는

→ 궁금하고 수수하면서도 빼어나거나 멋져 보이는

9쪽


전체적으로 그리 세련된 편은 아니었고

→ 그리 매끈하지 않았고

→ 그다지 번듯하지 않았고

→ 썩 깔끔하지 않았고

11쪽


결국 귀싸대기가 날아가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 끝내 귀싸대기가 날아가며 따뜻한 모습이었다

→ 마침내 귀싸대기가 날아가며 따뜻했다

14쪽


이런 문제적 특성을 갖고 있을 경우

→ 이렇게 고약하면

→ 이렇게 골칫덩이라면

→ 이렇게 못나면

→ 이렇게 바보스러우면

16쪽


갓 구운 빵들의 열기로 가게 안이 후끈거린다

→ 가게는 갓 구운 빵으로 후끈거린다

→ 가게는 갓 구운 빵기운으로 후끈거린다

18쪽


장황하게 예를 들 것까지도 없이 나는 추후 아버지의 행보에 대해 코딱지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 길게 들지 않아도 앞으로 아버지가 뭘 할는지 코딱지만큼도 마음을 안 쓴다

→ 늘어뜨리지 않아도 이제 아버지가 뭘 할는지 코딱지만큼도 안 쳐다본다

23쪽


가감승제 부호 중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계산이 어그러졌다

→ 덧뺄나곱 가운데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셈이 어그러졌다

→ 네가지셈 가운데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값이 어그러졌다

38쪽


삼자대면이 이루어졌다

→ 셋이 만났다

→ 무릎맞춤을 했다

43쪽


소모적인 얘기 그만합시다

→ 뻔한 얘기 그만합시다

→ 덧없는 얘기 그만합시다

→ 보람없는 얘기 그만합시다

44쪽


내 손등 위에 탈지면을 얹은 뒤

→ 내 손등에 솜을 얹은 뒤

→ 내 손등에 꽃물솜을 얹은 뒤

64쪽


이 쿠키에 매겨진 별점이랑 사용 후기 안 봤어?

→ 이 바삭이에 매긴 별꽃이랑 뒷글 안 봤어?

→ 이 바삭이에 매긴 별받이랑 느낌글 안 봤어?

79쪽


근본적인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 처음부터 무엇이 빠졌다

→ 모름지기 뭐가 빠졌다

79쪽


순식간에 방향을 거꾸로 튼 연동운동 때문에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 갑자기 거꾸로 틀며 꿈틀거려서 넋을 잃기 앞서까지

→ 확 거꾸로 틀며 꿈틀대서 넋을 잃기 앞서까지

93쪽


이대로 떠맡을 수 없다고 사마리아인들과 다투었다

→ 이대로 떠맡을 수 없다고 사마리아사람과 다투었다

94쪽


마지팬 속에는 여러 가지 색의 젤리로 인체의 장기를, 빼빼로 같은 긴 과자로 대략의 뼈대를 표현했다

→ 달콤판에는 여러 빛깔 말랑이로 사람속을, 빼빼로 같은 긴 강정으로 뼈대를 얼추 그렸다

110쪽


어둠의 냄새를 피우며 사람의 꿈을 휘발시켜서 그것을 악의의 에너지로 삼는 존재

→ 어두운 냄새를 피우며 사람들 꿈을 날려서 이를 나쁜빛으로 삼는 녀석

→ 어둠냄새를 피우며 사람들 꿈을 흩뜨려서 이를 몹쓸 기운으로 삼는 놈

129쪽


어디 한번 즐거운 시간 가져 보세요

→ 어디 즐겁게 놀아 보셔요

→ 어디 즐겨 보셔요

132쪽


반죽을 얹어놓는 트레이밖에 보이지 않는다

→ 반죽을 얹어놓는 그릇밖에 보이지 않는다

→ 반죽을 얹어놓는 접시밖에 보이지 않는다

170쪽


아버지에게로 몸을 돌린다

→ 아버지한테 몸을 돌린다

191쪽


이 새끼가 태클 걸어서

→ 이 새끼가 걸어서

→ 이 새끼가 막아서

→ 이 새끼가 따져서

202쪽


건포도를 포함해서 모든 건과는 좋아하지 않아요

→ 말린포도를 비롯해서 모든 고지는 안 좋아해요

219쪽


가공(加工)할 재료의 목록을 적어 내려가던 그는 레시피를 덮고 볼펜을 내려놓았다

→ 그는 다룰 살림을 적어 내려가다가 차림판을 덮고서 붓을 내려놓는다

→ 그는 건사할 밑감을 적다가 밥차림을 덮고서 글붓을 내려놓는다

22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29. 사용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모처럼 ‘사용’이라는 한자말을 놓고서 통째로 손질해 봅니다. 아마 1998년에 첫글을 썼고, 2012년에 새로 추슬러서 다시 썼고, 2018년에 또 뜯어고쳤는데, 2025년에 새삼스레 확 갈아엎습니다. 스물 몇 해에 걸쳐 뜯어고치고 갈아엎으며 모은 보기글은 고작 90꼭지입니다. 어느 한자말은 이미 200이나 300꼭지를 넘겼고, 500꼭지나 800꼭지 넘게 보기글을 모은 한자말도 있습니다. 저는 책에서 찾아낸 보기글만 모으니 이만큼인데, 사람들이 그냥그냥 흔히 써서 이제는 ‘우리말’로 여겨야 한다고 보는 분이 많아요.


  이렁저렁 글손질을 하면서 낱말책을 추스릅니다. 누가 널리 쓰거나 오래 썼기에 굳이 아이들이 꼭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더구나 국립국어원 낱말책에 실렸기에 먼먼 뒷날까지 물려주어야 할 낱말일 수 없어요. 저는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웃 모든 아이한테 “너희 나름대로 스스로 생각해서 길을 찾고 마음을 틔울 말씨를 느끼고 노래하렴”이라는 뜻으로 ‘글손질 + 낱말책 엮기’를 합니다.


  낱말을 다룰 줄 알기 앞서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낱말을 부릴 줄 알기보다는 살림을 꾸릴 줄 알아야 합니다. 뜻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배웁니다. 뜻을 안 세우는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눈감는 날까지 영 안 배우더군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