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열기


 장내의 열기는 달아오른다 → 안채는 달아오른다

 콘서트 무대의 열기는 타오르기만 한다 → 노래잔치는 타오르기만 한다

 화산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 불갓은 장난 아니게 뜨겁다


  ‘열기(熱氣)’는 “1. 뜨거운 기운 2. 몸에 열이 있는 기운 3. 뜨겁게 가열된 기체 4. 흥분한 분위기”를 가리킨다지요. ‘-의 + 열기’라면 ‘-의’부터 털고서, ‘꿈·꿈꾸다’나 ‘달다·달구다·달아오르다·불콰하다’로 손봅니다. ‘삶다·데우다·찌다·찜통’이나 ‘땀·땡볕·뙤약볕’으로 손보고, ‘더위·덥다·뜨겁다·무더위·가마더위·불더위’로 손봅니다. ‘한더위·함박더위·찜통더위·칼더위·큰더위’나 ‘불·불나다·불붙다·불지르다·불볕’으로 손볼 만해요. ‘불살·불꽃·불꽃튀다·불꽃바다·불꽃물결’이나 ‘길길이·물고물리다·눈치보기·팽팽하다’로 손볼 만하고요. ‘펄펄·팔팔·활활·훨훨·센불·큰불’이나 ‘녹이다·화끈하다·후끈하다·후덥다’로 손보아도 어울리고, ‘힘껏·힘들이다·힘쓰다’나 “있는 힘껏·있는 힘을 다해”로 손봅니다. ‘따갑다·따끔하다·뜨끔하다·뜨다’나 ‘피·피나다·피눈물·피울음·피보다·피땀·피튀다·핏대’로 손보아도 되어요. ㅅㄴㄹ



갓 구운 빵들의 열기로 가게 안이 후끈거린다

→ 가게는 갓 구운 빵으로 후끈거린다

→ 가게는 갓 구운 빵기운으로 후끈거린다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창비, 2009) 18쪽


서른두 번이나 연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 덕입니다

→ 서른두 판이나 배움마당을 열 수 있던 힘은 뜨겁게 함께하신 선생님들입니다

→ 서른두 걸음이나 배움판을 열 수 있던 바탕은 뜨겁게 함께하신 선생님들입니다

→ 뜨겁게 함께한 선생님들이 계셔서 서른두 배움자리를 열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8) 5쪽


허브를 말릴 때 햇빛이나 불의 열기로 빨리 말리는 방법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 숨풀을 말릴 때 햇볕이나 불기운으로 빨리 말리는 길은 아예 안 쓴다

→ 풀은 햇볕이나 불기운으로는 아예 안 말린다 

《자연의 아이》(줄리엣 디 베어라클리 레비/박준식 옮김, 목수책방, 2019)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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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시인선 84
김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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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9.

노래책시렁 476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김민정

 문학동네

 2016.6.30.



  시골에서는 요사이(2024년)에 쉼날(일요일·연휴)에 아예 시골버스가 안 다니다시피 합니다. 하루에 하나 지나가는데, 그나마 이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에 마실을 다녀올 수 없어요. 서울에서는 다리꽃(이동권) 이야기가 있는데, 시골에는 어떠한 다리꽃조차 없습니다. 저는 인천에서 나고자랐는데, 1982년에 여덟 살 어린이로서 처음 혼자 배움터에 가던 날, 어머니가 120원을 주면서 버스 타고 다녀오라 했는데, 먼저 60원을 내고서 마을앞에서 탔더니 또래와 언니가 바글바글했고, 길잡이(버스안내양)는 “웬 애새끼들이 이렇게 많이 탔어! 아, 짜증나!” 하고 윽박지르는 소리에 무서워서, 이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부터 열세 살까지 늘 걸었습니다. 윽박소리도 고단하고 찜통도 괴로웠어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을 읽는 내내, 노래님 뜻 그대로 ‘영 아름답지는 않’으면서 ‘하염없이 쓸모없는 잔소리’를 물씬 느낍니다. 잔소리를 잔소리로 쓰려고 꾸린 글자락은 맨몸을 비춥니다. 맨얼굴을 숨길 까닭이 없고, 맨손이 창피할 까닭이 없습니다. 덧씌우니 마음을 감추고, 덮어씌우니 허울이 어느새 허물로 바뀌게 마련입니다. 어떤 글(문학)도 틀(형식)이 없습니다. 삶을 쓰기에 글이요 노래에 이야기입니다. 이다음에는 “굳이 안 아름다울 까닭도 영 쓸모없을 일도 없는 하루”만 읊어 본다면 더 빛나리라 느낍니다.


ㅅㄴㄹ


만나보라는 남자가 82년생 개띠라고 했다.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핏덩인데요, 이거 왜 이래 영계 좋아하면서 젖비린내 딱 질색이거든요. 이래 봬도 걔가 아다라시야, 아다라시. 두툼한 회 한 점을 집어 우물우물 씹는데 어느 대학의 교수씩이나 하는 그가 내게 되물었다. 아나, 아다사리? (그럼 쓰나/17쪽)


캐나다 사시는 박상륭 선생께서 한국에 들어올 때면 머무시던 댁이 광화문에 있을 적의 얘긴데 초대를 받아 찾아간 것이 토요일 이른 점심의 일이었고 사모님이 해주신 스파게티를 먹고 마신 술이라 하면 두 발로 걸어들어간 이들이 네 발로 기어다니는 진풍경으로 셀 수 없는 술병으로 가늠해보게 되는데, 해도 떨어지기 전에 허둥지둥 현관에서 신을 신긴 신는데 신은 좀처럼 신겨지지 않고 (시의 한 연구/21쪽)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어떻게 / 스님과 바람난 엄마 친구랑 셋이 그 영화를 봤는지 / 120년 전통의 〈애관극장〉이라고 들어는 봤나 / 뻔하잖아 보는 것을 사랑하라 / 사랑을 보기만 해야지 / 보는 것을 사랑하면 / 저렇게 얻어터지는구나 / 자개 문갑 속 겹겹이 들어차 있던 / 에로비디오테이프 케이스를 양손에 쥔 채 / 아저씨가 아줌마의 귀싸대기를 갈겨대기 시작했지 / 왜 맞을까 안 맞으면 또 어쩔 건데 (소서라 치자/54쪽)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김민정, 문학동네, 2016)


탐은 벽(癖)인데 그 벽이 이 벽(壁)이 아니더라도 문(文)은 문(門)이라서 한 번은 더 열어보고 싶었다

→ 샘은 버릇인데 버릇이 이 벼락이 아니더라도 글은 길이라서 더 열어 보고 싶다

→ 시샘은 길드는데 길들면 담이 아니더라도 글은 길이라서 더 열어 보고 싶다

5쪽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 김이 나갈까 싶어 빗장그릇 뚜껑에 돌을 얹어두었다

→ 김이 나갈까 싶어 잠금그릇 뚜껑에 돌을 얹어두었다

9쪽


혹자는 대설주의보라 했고 잽싸게 그걸 싸고 그걸 닦은 증거라고도 말했으며

→ 누구는 눈벼락이라 했고 잽싸게 싸고 닦은 티라고도 말했으며

→ 누구는 함박눈이라 했고 잽싸게 싸고 닦은 자국이라고도 말했으며

4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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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과월호 過月號


 과월호를 구매하려면 → 지난책을 사려면 / 묵은책을 사려면

 고서점에서 과월호를 구입했다 → 헌책집에서 옛책을 샀다


  ‘과월호(過月號)’는 낱말책에 없다가 2024년부터 “잡지와 같이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출판물에서 최근 호 이전에 발간된 것”처럼 풀이하면서 싣습니다. ‘지난책’이나 ‘묵은책’으로 고쳐씁니다. ‘예전책·옛책·옛날책’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구하지 못한 과월호를 채워 넣기 위해

→ 찾지 못한 지난책을 채워 넣으려고

→ 제때 사지 못한 예전책을 채우려고

→ 미처 못 산 묵은책을 채워 넣으려고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조경국, 유유, 2017) 132쪽


과월호 더미, 인용구와 신조어 부분을 오려놓은 오래된 종잇조각들

→ 지난책더미, 따온글과 새말을 오려놓은 오래된 종잇조각

《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앨리너 그래이든/황근하 옮김, 겊은숲, 2017) 91쪽


한 달 후면 과월호가 되어 묻히지만

→ 한 달 뒤면 지난책이 되어 묻히지만

→ 한 달 뒤면 묵은책이 되어 묻히지만

→ 한 달 뒤면 예전책이 되어 묻히지만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이충렬, 산처럼, 2018)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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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혈전 血栓


 출혈인지 혈전인지 → 피나는지 핏뭉치인지


  ‘혈전(血栓)’은 “[생명] 생물체의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서 된 조그마한 핏덩이”를 가리킨다는군요. ‘핏덩이·핏덩어리’나 ‘핏더미·핏뭉치’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임신중에는 피가 응고되기 쉬운 경향이 있어서 혈전이 생길 수도 있어요

→ 아기를 배면 피가 굳기 쉬워서 핏덩이가 생길 수도 있어요

→ 아기가 서면 피가 굳기 쉬워서 핏더미가 생길 수도 있어요

《투명한 요람 5》(오키타 밧카/서현아 옮김, 문학동네, 2024)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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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군사독재·군부독재·군사정권·군부정권



 군사독재 수립에 일조한 집단이다 → 얼음나라에 이바지한 무리이다

 군부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하여 → 망나니 찌꺼기를 씻고자

 군사정권에 반대하여 봉기하였다 → 재갈나라에 맞서 일어섰다

 군사독재에 치를 떤다 → 가시덤불에 이를 떤다 / 얼음나라에 이를 떤다


군사독재(軍事獨裁) : [정치] 군부가 국가 권력을 도맡아서 강압적으로 다스리는 일 = 군부독재

군부독재(軍部獨裁) : [정치] 군부가 국가 권력을 도맡아서 강압적으로 다스리는 일 ≒ 군사독재

군사정권(軍事政權) : [군사] 군인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정권. 쿠데타 따위의 불법적인 수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예가 많다

군부정권 : x



  총과 칼로 억누르거나 짓밟으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몹쓸 나라가 있습니다. ‘총칼수렁·총칼굴레·총칼나라’에 ‘총칼누리·총칼틀·총칼길·총칼질’입니다. 이런 나라는 칼을 마구 휘두르지요. ‘칼나라·칼누리·칼굴레·칼수렁’입니다. 이런 곳은 그야말로 꽉 막히고 닫히면서 사람들을 가둡니다. ‘수렁·닫힌터·날개꺾다·덜먹다’에 ‘언땅·언나라·얼음땅·얼음나라’입니다. 지난날 ‘망나니·만무방·망탕·막나가다·막놈’과 ‘마구잡이·마구나라·막되다·막짓·막터’를 치워냈다면, 오늘날에도 ‘재갈나라·재갈질·차꼬나라·차꼬질’이 아닌, ‘틀어막다·휘두르다·억누르다·누르다’가 아닌, ‘짓누르다·짓밟다·짓뭉개다·짓이기다’가 아닌, 어우르고 아우르며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어야지 싶습니다. ‘힘질·힘꼴·힘짓’은 걷어내어요. ‘호로놈·후레새끼·후레놈·후레질·후레짓’도 달래요. ‘꽁·담·담벼락·돌담·돌담벼락·돌울·돌울타리’는 허물고서, ‘가시울·가시울타리·가시담·가시담벼락·가시덤불’도 싹 치울 줄 아는 사랑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지금까지 군사독재가 국민에게 세뇌했던 잘못된 사고를 뿌리뽑는

→ 이제까지 총칼나라가 우리를 길들인 잘못된 얼개를 뿌리뽑는

→ 여태까지 얼음나라가 사람들을 길들인 잘못된 틀을 뿌리뽑는

《선택》(새로운인간 기획실, 한마당, 1987) 26쪽


군사 정부에 의한 검열로 인해

→ 총칼나라가 쑤석거려서

→ 재갈나라가 들쑤셔서

→ 칼나라가 가위질을 해서

《꺼벙이로 웃다, 순악질 여사로 살다》(박인하, 하늘아래, 2002) 94쪽


국회는 군사독재정권과 유착되었던 반민주세력이 그대로 점령하고 있었고

→ 나라모임은 총칼나라에 빌붙던 고약한 무리가 그대로 차지하였고 

→ 나라길은 얼음나라에 들러붙던 시커먼 떼거리가 그대로 쥐었고

《역사가의 시간》(강만길, 창비, 2010) 512쪽


김대중이 군사독재 아래서 “경제성장의 열매는 이들과 결탁한 소수 특권층에 의해 거의 독점되어 왔으며 노동자·농민들은 성장의 결실 배분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배제되어 왔다”고 주장했지만

→ 김대중이 언땅에서 “나라살림이란 열매는 나라와 손잡은 몇몇끼리 거의 거머쥐었고 일꾼과 흙지기는 살림열매를 나누어 받지 못해 왔다”고 외쳤지만

《그대 무엇을 위해 억척같이 살고 있는가?》(손석춘, 철수와영희, 2012) 76쪽


악마적이리만치 추악한 군사정권

→ 끔찍하리만치 더러운 가시울

→ 소름돋도록 더러운 마구나라

→ 사납도록 지저분한 얼음나라

《재일의 틈새에서》(김시종/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7)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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