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로봇 퐁코 6 - S코믹스 S코믹스
야테라 케이타 지음, 조원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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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7.

놀면서 자라고 싶어


《고물 로봇 퐁코 6》

 야테라 케이타

 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2.26.



  읽어 주는 마음이란 언제나 반가우면서 고맙습니다. 어느 글을 읽건, 스스로 더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바꾸겠다는 뜻입니다. 더 낫거나 나쁜 글이란 없습니다. 모두 다른 자리에 서서 빚은 글이요, 누구나 다른 자리에 서서 맞이하는 글입니다.


  붓을 쥐는 손은 이야기를 새롭게 짓습니다. 때로는 날림붓으로 널뛰기도 하고, 거짓붓으로 헤매기도 하지만, 어린이를 바라보려는 붓으로 거듭날 적에는 여태까지 뒤집어쓴 허물을 말끔히 털어내는 노래붓으로 나아갈 만합니다.


  어린이는 안 서두릅니다. 어린이는 달리고 뛰고 노래하지만 하나도 안 서두릅니다. 어린이는 놀면서 자라려는 사람입니다. 어린이는 노래하면서 크려는 사람입니다. 어린이는 놀이와 노래로 사랑을 천천히 배우면서 피어나는 사람입니다.  


  《고물 로봇 퐁코 6》을 읽으면 앞선 다섯걸음하고 매한가지로 “놀고 싶은 작은이(로봇)”가 둘레 뭇사람을 나란히 놀이판으로 끌어들이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심부름꾼’으로 부리려고 작은이(로봇)를 만들고서 옆에 두었을 테지만, “스스로 일을 안 하면서 작은이한테 일을 맡기는 사람”으로 바뀔 적에 얼마나 ‘사람빛’을 잊고 잃는지 천천히 깨닫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중에 이르러서야 ‘심부름꾼 작은이’가 아닌 ‘놀고 노래하는 동무와 이웃’이 있어야 하는 줄 받아들이지요.


  오늘날 우리는 어떤 모습일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갖가지 틀(기계)을 부리거나 다루면서 일을 자꾸 잊어버립니다. 걸어다니려 하지 않으면서 쇠(자가용)에 자꾸 몸을 싣습니다. 뛰어놀려 하지 않으면서 셈틀을 켜서 셈틀놀이(인터넷게임)에 사로잡힙니다. 스스로 이야기를 지으면서 둘레에 나누려는 마음은 잊어버리면서 자꾸자꾸 보임틀(텔레비전·영화·연속극·유튜브)에 얽매입니다. 이제는 ‘AI’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람빛’을 아예 망가뜨리려고까지 합니다. 그동안 누구나 손수 가꾸고 짓고 빚고 나누던 살림살이와 이야기와 하루를 온통 종(노예)한테 맡기며 거꾸로 사람 스스로 종살이로 갇힙니다.


  남이 해주는 밥이 맛날 수 없습니다. 손수 짓고 차려고 먹은 다음에 손수 치우고 추스르는 밥이 맛나게 마련입니다. 품이 드는 도시락을 손수 싸기에 하루가 든든한데, 이제는 품을 들여서 도시락을 싸기보다는, 모둠밥(급식)을 똑같이 먹고 말아요. “다 다른 몸에 똑같은 밥을 집어넣어서 다 다른 나다움을 스스로 잊고 잃는 굴레”로 치닫기까지 합니다.


  모둠밥(급식)은 몫(인권)이 될 수 없습니다. 예부터 언제 어디에서 모둠밥을 차려서 먹였는가 하고 헤아려 봐야 합니다. 모둠밥은 바로 싸움터에서 싸울아비한테 먹였고, 가둠터에 사람들을 옥죄어 놓으면서 먹였습니다. 일하는 어른과 놀이하는 아이가 모둠밥을 먹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살림하는 우리는 모둠밥이 아닌 ‘집밥’과 ‘도시락’을 되찾아야 합니다.


  밥솜씨가 떨어지면, 밥짓기를 배워야지요. 처음부터 밥솜씨가 빼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타고난 솜씨로 밥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차근차근 익히고 가다듬기에 밥짓기를 해낼 뿐입니다.


  《고물 로봇 퐁코》는 어린이뿐 아니라 할매할배도 모든 일을 손수 맡아서 천천히 할 적에 “안 늙고 안 아프면서 오래오래 즐겁게 살림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대목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할매할배는 ‘어르신 돌봄터(요양보호시설)’에 갇히면 하루가 다르게 폭삭 늙다가 어느새 죽고 맙니다. 스스로 해볼 일과 살림이 하나도 없이, 주는 밥을 먹어야 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돌봄터에서는 몸도 마음도 빛을 잃으면서 그저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돈을 쓰는 굴레”일 뿐입니다.


  언제나 느긋하게, 조금이라도 힘들면 넉넉히 쉬면서, 천천히 누벼 보기를 바라요. 언제나 손수 하면서,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다시 배우고 새로 익히면서, 하나하나 누려 보기를 바라요. 우리 두다리는 빨리 걷거나 달려야 하는 몸이 아닌, 땅을 느끼며 이웃하고 오가는 몸입니다. 두바퀴(자전거)는 바람을 씽씽 가르는 탈거리가 아닌, 바람맛과 햇볕을 온몸으로 널리 받아들이면서 들길과 숲길을 돌아보는 탈거리입니다.


  바람을 맞아들이는 발과 손과 몸과 눈과 마음입니다. 마음을 담아 함께 잇습니다. 서로 이은 마음이 차곡차곡 풀씨처럼 깃들어서 자라납니다. 예부터 모든 아기는 어버이 곁에서 뒹굴고 기고 구르고 뒤집고 서고 앉다가 신나게 잠들면서 천천히 자랐습니다. 예부터 모든 어른은 아기를 거치고 아이를 지나면서 푸릇푸릇 무르익어서 든든몸으로 일어섰습니다.


  어린이는 걸어다녀야 합니다. 어른도 걸어다녀야 합니다. 어린이와 어른은 같은 골목과 마을을 거닐면서 만나야 합니다. 어린이가 노래하면서 노는 곁에서 일할 줄 알아야 어질며 슬기로운 어른입니다. 손수 땀흘려 일하는 살림살이를 물려주려는 매무새로 하루를 그리면서 가꿀 적에 비로소 어른답습니다.


ㅍㄹㄴ


“무슨 생각이야, 퐁코? 도망쳐 봤자 아무런 소용…….” “전 교환 당하고 싶지 않아요! 유우나 님이 어머님 손에 이끌려 떠나는 것도 싫어요!” (26쪽)


“난 지금껏 엄마 말을 거스르지 못했어! 로봇처럼 엄마 말만 들었어! 하지만! 난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은걸! 좀만 더 여기 있을래! 여름방학이 끝나면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돌아갈 테니까!” (33쪽)


“나 있지, 줄곧 퐁코,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어.” “제게요?” “처음에 여기서 만났을 때, 로봇한테 이름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해 버려서, 미안해!” (63쪽)


“햄버거!! 너, 너희들, 이걸 사러, 옆마을까지 자전거 타고 간 거야?” (134쪽)


#ぽんこつポン子 #矢寺圭太


《고물 로봇 퐁코 6》(야테라 케이타/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


유우나가 불량 학생이 됐어

→ 유우나가 말썽쟁이가 됐어

→ 유우나가 날라리가 됐어

28쪽


대전하자!

→ 겨루자!

→ 붙자!

→ 해보자!

55쪽


오래 쓰면 맛이 가기 마련이니까

→ 오래 쓰면 맛이 가게 마련이니까

→ 오래 쓰면 맛이 가니까

96쪽


가벼운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가볍게 밥을 차렸습니다

→ 가볍게 밥자리가 있습니다

→ 가볍게 들고서 가십시오

10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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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7. 한꽃같이



  오늘도 글월을 부치러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나온다. 시골버스에서 노래 한 자락 쓴다. 버스에서 내려 나래터까지 걷는 길에 노래 한 자락 더 쓴다. 이러고도 틈이 나서 《월간 토마토》를 읽고, 《월간 토마토》에 실린 글도 가만히 돌아본다.


  걸으며 책읽기를 해도 읍내 어린씨랑 푸른씨가 쳐다보는데, 걸으면서 글을 쓰니 읍내 어린씨랑 푸른씨가 조잘조잘 떠들고 놀다가도 멈추고서 쳐다본다. 그래, 너희도 걸으면서 쓰고 읽을 수 있단다.


  봄제비 노랫가락을 듣는다. 바람소리를 읽는다. 여름볕에 가까워가는 봄볕에 이슬땀이 흐른다. 등허리가 젖고 발바닥이 촉촉하다.


  모든 바람은 우리한테서 비롯하여 우리한테 돌아온다고 느낀다. 우리가 일으키는 바람을 우리가 스스로 쐰다. 봄바람도 불바람도 살랑바람도 꽃바람도 들바람도 구름바람도 비바람도 돌개바람도 다 우리 마읖빛이 드러난 모습과 빛이다.


  이제 다시 시골버스를 탄다. 지난 열다섯 해 내내 줄을 안 서던 할매할배인데 오늘은 어쩐지 내 앞으로 슥 끼어들지 않네. 다들 내 뒤에 서서 줄을 서시네. 내 뒤에서 줄서는 마을 할매할배 오늘 처음으로 본다. 빙그레 웃는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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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내가 좋아하는 것들 12
박지혜 지음 / 스토리닷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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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4.7.

다듬읽기 172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박지혜

 스토리닷

 2023.12.31.



  손수 쓴 글을 받으면 즐겁습니다. 저도 누구한테나 손수 종이에 글을 적어서 띄웁니다. 손수 지은 밥을 누리면 따뜻합니다. 언제나 집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밥살림을 짓는데 으레 혼자 도맡곤 하지만 신나게 밥하고 치우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전라도 시골살이를 하기 앞서는 잎물을 거의 안 마시다시피 했으나, 우리 보금자리와 뒤꼍을 누리면서 우리집 여러 나무가 베푸는 잎과 꽃과 열매로 잎물을 누리곤 합니다. 첫봄에는 바람에 떨어진 매꽃을 주워서 볕을 먹이고, 이윽고 피어나는 모과꽃을 훑어서 볕을 먹이고, 곧이어 돋는 뽕꽃을 훑어서 볕을 먹이고, 틈틈이 쑥을 훑어서 볕을 먹입니다. 어느 꽃이며 잎이든 모두 꽃물에 잎물을 낼 수 있습니다. 아주 쉬워요. 보름쯤 볕을 먹이고서 유리그릇에 꾹 재우면 한 해를 너끈히 누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를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잎물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지만, 어느새 잎물에 사로잡힌 삶길을 차곡차곡 들려주는 꾸러미입니다. 어느 잎물이건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하늘로 가지를 뻗어서 내놓는 잎사귀로 스미는 해바람비와 이슬과 별빛을 머금습니다. 여기에 사람손을 탄 마음이 스며요. 뚝딱터(공장)에서 찍어내는 꽃물이나 잎물이라면 ‘고르게 똑같은’ 맛과 내음이라면, 사람이 손으로 돌보고 여민 꽃물이나 잎물이라면 ‘언제나 다르면서 새로운’ 맛과 내음입니다. 잎물을 누리려고 여러 그릇이나 살림을 챙기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손수 여러 잎과 꽃을 스스로 훑고 볕을 먹여 볼 만하지 싶어요. 불기운으로 덖으면 불맛이 깃들지만, 그저 햇볕을 먹이면서 바람을 쏘이면 해바람맛이 스밉니다. 시골에서만 해볼 만한 ‘잎물살림’이지 않아요. 서울 한복판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내어 손품을 들이면 될 뿐입니다.


ㅍㄹ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박지혜, 스토리닷, 2023)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며

→ 여러 나이인 사람을 만나며

→ 다 다른 사람을 만나며

19쪽


치안도 좋지 않아 항상 퇴근 후 집에서 요리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 마을도 좋지 않아서 집에 돌아오면 오직 밥하기에 즐겼다

→ 나라도 좋지 않아서 집에 오면 그냥 밥짓기에 재미를 붙였다

25쪽


예쁜 틴케이스에 든

→ 예쁜 네모그릇에 든

→ 예쁜 집에 든

→ 예쁜 칸에 든

→ 예쁜 주머니에 든

26쪽


영국에 애프너눈 티타임이 있다면

→ 영국에 낮짬이 있다면

→ 영국에 샛짬이 있다면

26쪽


누군가는 차를 우리는 과정이 정신 수양이나 힐링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 누구는 잎물을 우릴 적에 마음을 벼리거나 쉬기 때문이라고 한다

→ 어느 분은 잎물을 우리며 마음을 닦거나 숨돌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31쪽


자연스레 차우(차 친구)들이 생긴다

→ 저절로 잎벗이 생긴다

→ 어느새 잎지기를 사귄다

32쪽


유독 혼자만의 시간이 붕 떠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단다

→ 혼자 있을 때 남달리 붕뜬다고 느꼈단다

→ 혼자 있으면 더욱 붕뜬다고 느꼈단다

34쪽


우주처럼 깊은 과거의 역사가 존재한다

→ 온누리처럼 깊고 오래되었다

→ 별누리처럼 깊으며 오래 흘렀다

37쪽


차나무에서 나는 찻잎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안 지

→ 잎물나무에서 나는 잎으로 우리는 줄 안 지

→ 잎꽃나무에서 나는 잎새로 내리는 줄 안 지

38쪽


어떻게 제다(가공)했는지에 따라

→ 어떻게 다스렸는지에 따라

→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따라

→ 어떻게 손질했는지에 따라

38쪽


내가 욕심을 내는 것이 바로 다구이다

→ 나는 잎살림을 차리고 싶다

→ 나는 잎물살림을 늘리고 싶다

→ 나는 잎꽃살림을 갖추고 싶다

44쪽


차 문화 르네상스의 시작처럼 보였다

→ 잎물살림 꽃바람이 부는 듯 보였다

→ 잎꽃살림 빛길을 여는 듯 보였다

83쪽


차가 맛있어지기 위해서는 일교차가 커야 한다

→ 잎맛이 깊으려면 밤낮이 크게 달라야 한다

→ 잎물맛이 나려면 하루날씨가 확 달라야 한다

86쪽


습기가 없는 바람이 불어온다

→ 바람이 메마르다

→ 바람이 까슬하다

97쪽


어린 나이에 비해 꽤 이직이 잦았다

→ 어린 나이에 꽤 자주 옮겼다

→ 나이가 어려도 꽤 자주 바꿨다

114쪽


야외 찻자리 청춘다회(靑春茶會)를 열다

→ 들에서 푸른잎뜰을 열다

→ 마당에서 풀빛잎꽃을 열다

→ 뜰에서 푸릇잎길을 열다

132쪽


촉촉한 엽저를 만지는 느낌도 좋거니와

→ 촉촉한 잎자루를 만져도 즐겁거니와

→ 촉촉한 잎꼭지를 만지면 싱그럽거니와

145쪽


그녀만을 위한 일일 찻집을 열었다

→ 혼자 누리는 하루 잎물집을 연다

→ 호젓이 즐기는 오늘 쉼터를 연다

16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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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7.

숨은책 1036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개토 글

 김기협 옮김

 푸른나무

 1994.10.30.



  푸른배움터를 마치고서 날마다 불수레(지옥철)로 서울과 인천을 오가던 해에 태어난 《바보 만들기》인데, 판이 끊긴 2000년에 이르러 비로소 알아보았습니다. 이런 책이 진작에 나온 줄 몰라본 눈썰미를 탓하다가, 이런 책을 알리지 못 하는 글바치는 ‘평론가·서평가’일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사라진 책이 헌책집에서 보일 적마다 찾아내어 이웃한테 드리고 느낌글도 꽤 길게 썼어요. 이러던 2005년 4월에 ‘민들레사랑방’ 지기님이 《바보 만들기》를 새로 내놓으려고 한다면서, 저더러 느낌글을 새로 써 달라고 말씀합니다. 그래서 예전 글보다 더더 긴 느낌글을 새로 썼습니다. 존 테일러 개토 님 책은 몇 자락 더 한글판으로 나오지만 그리 못 읽힙니다. 배움터는 ‘졸업장학교’일 수만 없지만, ‘마을배움터’나 ‘숲배움터’로 눈길을 틔우지 않는다면, 《바보 만들기》를 느긋이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민들레’에서는 《교실의 고백》하고 《학교의 배신》까지 내놓아 주었습니다.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2005년 4월 5일에 새로 느낌글을 쓰기 앞서, 책끝에 몇 마디 끄적여 놓았습니다. 2025년에 되읽으면서, 오늘 나는 어떻게 숲길을 걷는지 되새깁니다.


+


굳게 믿고 평생 일해야지 생각했던 출판사에 들어가 12달을 조금 못 채우고 그만두었습니다. 사람마다 뜻과 생각이 다르기도 하지만, 이 다름을 너그러움으로 껴안는 일을 나도 그쪽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좀 남달리 개성이나 자기 목소리가 세다고 하는데요, 사람 가운데는 자기 기운이 센 사람도 있고 여린 사람도 있겠죠? 그런 기운이 세고 여리고가 얼마나 대수일까요? 정작 대수인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알맞고 옳고 곧으냐에 있다고 봅니다. 눈에만 보기 좋게 꾸민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아름다움, 똑 부러지면서 흔들림과 치우침도 없지만 바르게 가야 할 길을 가는 알맞음, 개인이건 사회이건 어떤 이익이나 셈속을 따지지 않고 골고루 나누면서 누구라도 어깨동무하면서 세상을 밝히는 옳음, 말해야 할 때 말하고 힘·이름·돈에 굽히지 않으며 가난하고 힘없고 낮은 이를 사랑할 수 있는 곧음을 지켜야 참사람이고, 무슨 일을 해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한 사람으로 살자면, 모두 다른 사람을 판박이처럼 틀에 박히게 짜맞추는 제도권 교육·사회·일터·문화·조직·운동·정치·경제·예술 모두 걷어치워야 해요. 다 다른 아름다움을 살가이 받아들여 나누고 즐길, 새로우면서 가장 손쉽고 따사로운 배움과 가르침, 일과 놀이가 자기 삶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함께살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2005.4.5.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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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7.

숨은책 1035


《피사의 전망대》

 정운영 글

 한겨레신문사

 1995.9.15.



  첫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는 열네 살에 했되, 밥벌이를 삼는 새뜸나름이는 스무 살부터 했습니다. 싸움터(군대)를 다녀오고도 이었습니다. 날마다 온갖 새뜸을 돌리고 읽노라면 어느새 글눈을 새롭게 틔웁니다. 새벽을 열며 새뜸에 땀방울에 안 젖도록 용쓰는데, 이따금 땀방울 몇이 톡 떨어져서 묻습니다. 비도 안 오는데 왜 새뜸에 물자국이 있는지 아리송한 분이 있을 텐데, 새벽일꾼 땀방울이 그만 떨어진 탓입니다. 정운영이라는 분이 〈한겨레신문〉에 글을 여러 해 실었는데, 이분은 〈중앙일보〉에도 오래 글을 실었습니다. 이른바 ‘경제학자’라는 이름이 붙습니다만, 우리(새뜸나름이)는 새벽밥을 먹는 자리에서 “이 사람은 밑바닥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나? 말만 번지르르해?” 하면서 핀잔을 했습니다. 《피사의 전망대》가 나왔기에 일삯을 아껴서 사읽는데, 지국장님이 “야, 좀 줘 봐. 나도 좀 읽어 보자.” 하시더니 “됐다, 읽을 것도 없더라.” 하며 곧 돌려주었습니다. ‘학자’로 섰더라도 다시 땀흘려 일한다면, 또는 시골에서 호미를 쥐고서 손에 흙을 묻혀 본다면, ‘경제학자’가 아닌 ‘살림꾼’이라는 눈을 새로 열 테지요. 어느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서 글빗이 다를 텐데, 어느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글빗은 글빛으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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