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
코다마 하츠미 지음, 김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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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4.

만화책시렁 739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

 코다마 하츠미

 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2.28.



  더는 ‘나탓’을 하지 않기로 하던 어느 아가씨가 ‘남탓’도 안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첫나’로 돌아온다는 줄거리를 풀어내는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를 읽습니다. 두걸음은 어떠려나 모르겠는데, 첫걸음 하나만 놓고 본다면 여러모로 돌아볼 만합니다. 어린 동생이 죽었건, 엄마나 아빠가 갑자기 떠났건, ‘나탓’도 ‘남탓’도 아닌, 그저 ‘삶’입니다. 팔다리가 멀쩡하건, 팔다리를 다치거나 잃었건 모두 ‘삶’이에요. 어떻게 이 삶을 꾸리면서 ‘나사랑’을 할 수 있는지 느끼고 받아들여서 새삼스레 눈을 빛내는 길에 설 삶입니다. 가시밭길을 지나니 자갈밭이 나오면 고달플 만한 삶이요, 바닥을 쳤더니 구멍에 빠지면 고단할 만한 삶입니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가시밭·자갈밭 다음은 불밭일 수 있지만, 바닥·구멍 너머는 벼랑일 수 있으나, 새롭게 일어나서 두 걸음을 이어요.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살림을 빚는 길을 깨닫습니다. 살아가며 살림하기에 시나브로 사랑에 눈을 뜹니다. 사랑눈을 뜨니 온누리 해바람비가 얼마나 포근하게 모두한테 드리우는지 알아차려요. 하나하나 알아차리기에 손을 내밀어 이웃을 만납니다. 이웃을 만나며 일놀이를 나누니 어느새 동무하고 함께 걷는 하루이고, 이 하루에 웃음을 짓습니다.


ㅍㄹㄴ


“그냥 태어나기만 해도 존재를 인정받는, 우연히 이지모드로 인생을 스타트한 인간들이 잘난 척하면서 개똥철학이나 떠들어대고! 전부 쓰레기들이면서 무슨 보물인 척해!” (29쪽)


돈 없다면서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내라고 한 러브호텔비, 내가 사주고 해준 밥값 … 내 취향도 아닌데 내 바이블이라면서 억지로 사게 했던 만화책 전권 … 총 61만 7천 3백 68엔.” (52쪽)


“왜 쓸모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그냥 다 리셋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 … 죽은 후에 쓸 만한 걸 남한테 줄 수 있다면, 자유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인생 결산 중이야! … 참았던 건 갚아 주고, 돌려주지 못했던 건 전부 돌려줄 거야.” (91, 92, 93쪽)


“변한 게 아니고, 원래의 너로 돌아온 거야.” (165쪽)


사정은 이해했어요. 회사에서의 타케야마 씨와는 별개로. 성희롱도 괴롭힘도 다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용서하고 말고의 감정은 이미 예전 삶이랑 같이 내다버렸거든요. (180쪽)


#この世は戰う價値がある

#こだまはつみ


+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나였으면 정시에 딱 끝낼걸

→ 나라면 딱 끝낼걸

→ 나라면 안 늦게 끝낼걸

10쪽


이 집을 사고매물로 만들어버릴 테다

→ 이곳을 죽은집으로 바꾸어버릴 테다

→ 여기를 께름집으로 해버릴 테다

31쪽


그냥 다 리셋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

→ 그냥 다 지우겠다고 생각했어

→ 그냥 다 치우겠다고 생각했어

→ 그냥 다 끝내겠다고 생각했어

91쪽


지금은 인생 결산 중이야

→ 이제 삶을 돌아봐

→ 요즘은 삶을 추슬러

→ 요새는 삶을 되짚어

92쪽


오랜만인 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하고 싶은 얘기 일방적으로 쏟아내지 마

→ 서로 마찬가지로 오랜만이니까 하고 싶은 얘기 혼자 쏟아내지 마

→ 우리 마찬가지로 오랜만이니까 하고 싶은 얘기 마구 쏟아내지 마

15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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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4.4.

오늘말. 가시나


우리말 ‘가시내·가시나’하고 ‘계집’이 낮춤말인 듯 잘못 여기는 분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러면 ‘머스마·머시매’하고 ‘사내’도 낮춤말일까요? 아닙니다. 어릴적부터 말밑과 말결을 제대로 안 가르치고 못 배우는 탓에 우리말을 고루두루 짚는 눈빛을 바로 우리 스스로 잃습니다. ‘가시내’라는 이름은 ‘갓·가시·가다’가 밑동은 뜻깊은 말씨요, ‘머스매’라는 이름은 ‘머슴·머리·메’가 뿌리인 뜻있는 말결입니다. ‘계집’은 ‘계시다·짓다’를 이루는 엄청난 이름이요, ‘사내’는 ‘살다·살림’를 이루는 대단한 이름입니다. 좋은말이냐 나쁜말이냐 하고 가를 까닭이 없습니다. 낱말마다 오랜 삶길에 담아낸 속빛을 골고루 읽으면서 여러빛을 알아볼 때라야 누구나 마음을 열면서 생각을 트게 마련입니다. ‘여남·남녀’라는 한자말이 나쁘지 않되, 이래저래 우리말 속내를 못 읽도록 가리거나 감추는 무리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모저모 따질 노릇입니다. ‘딸·아들’이란 낱말에 어떤 빛이 서리는지 헤아리고, ‘숲’과 ‘순이’가 맞닿는 길을 여러모로 살펴봐요. 온마음을 기울여 온말을 잇는 온넋이기에 누구나 온빛으로 반짝일 만합니다.


ㅍㄹㄴ


고루·고루고루·고루두루·골고루·고루눈·고루눈길·고루길·고루빛·고루보다·두루·두루두루·두루치기·두루눈·두루눈길·두루보다·두루길·두루빛·두루넋·두루얼·가지가지·갖가지·갖은·많다·여러 가지·여러 갈래·여러모로·여러길·여러빛·여러빛깔·열다·트다·빗장열기·빗장풀기·빗장트기·요모조모·이모저모·아기자기·알게 모르게·이래저래·이러니저러니·이런저런·그런저런·요런조런·온갖·온갖길·온갖빛·온갖빛깔·온빛 ← 다방면, 다면(多面)


가시내·가스나·갓님·따님·딸·딸내미·딸아이·숲씨·숲이·아이·작다 ← 영애(令愛)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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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4.4.

오늘말. 용쓰다


왜 쇳덩이를 몰지 않느냐고 핀잔하는 이웃님을 곧잘 만납니다. 빙그르 웃으면서 “전 힘들게 살지 않아요. 쇳덩이를 몰려고 손잡이를 쥐면 책을 못 쥐는걸요? 게다가 붓을 못 쥐니 노래를 못 쓰고 글도 못 써요.” 하고 여쭙니다. 왜 어렵게 사느냐고 나무라는 이웃님을 자주 만납니다. 방글방글 웃으면서 “전 용쓰며 살지 않아요. 말글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말글이 마음을 담는 줄 알기에, 이 삶을 그리는 말글에 흐르는 사랑을 고스란히 살펴서 나눌 뿐입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어느 갈래에서 일머리를 잡듯 말글이 바탕입니다. 몸을 쓰는 일이어도 말로 가르치거나 물려주고, 글을 남겨서 두고두고 이을 수 있습니다. 눈치를 보느라 붓이 휜다면 길눈을 잃고 길꽃을 잊어요. 자리는 지키고 돈을 쉽게 얻는 둘레에 깃들 수 있을지라도, 마음이라는 시렁에 꿈씨앗을 놓는 하루하고 매우 멀지요. 이를 악물고서 글을 쥐어짤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곁에서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기쁘게 글을 적으면 느긋합니다. 마지막까지 힘써서 겨우 책을 내야 하지 않습니다. 살랑살랑 철바람을 헤아리는 밭자락에서 멧새노래를 함께 부르며 일손을 여밉니다.


ㅍㄹㄴ


갈래·가르다·가름·갈라내다·곳·고리·곬·길·길눈·길꽃·데·자리·자위·께·녘·대목·둘레·언저리·즈음·쯤·마을·밭·쪽·판·나누다·나눔·얼개·얼거리·틀·틀거리·일집·일채·일터·일터전·시렁·실·칸·터·터전·테·테두리 ← 분야(分野)


어쩔 길 없다·어렵사리·어렵게·힘들게·억지·어거지·용·용쓰다·악·악쓰다·악물다·겨우·가까스로·꼼수·쥐어짜다·짜다·짜내다·마지막·마지막힘·끝·끝힘 ← 고육지책(苦肉之策)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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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4.3.

오늘말. 두메


전라남도 두멧고을로 마실을 오는 분은 하나같이 “이렇게 멀고 외진 시골에서 어떻게 사나?” 하고 절레절레 흔듭니다. 아마 경상북도 두멋골로 나들이하는 분도 비슷하게 말하며 혀를 내두를 테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겹겹메가 즐거워서 고즈넉이 깃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주 많지는 않아도 멧실을 반기는 분이 꽤 많습니다. 이른바 새뜸(신문·방송)에 한 해에 한 자락이라도 이야기가 실릴 동 말 동 하는 깊은골이 수두룩합니다. 궂은일이건 기쁜일이건 아예 새뜸에서 안 다루곤 합니다. 아무래도 두메 이야기는 들숲바다와 해바람비와 풀꽃나무 살림길일 테니, 서울사람한테는 심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널리 읽는 글은 으레 서울 이야기입니다. 서울을 좋아하니 서울 한복판을 들여다보고, 서울을 추키고 서울에서 이름을 올리려고 합니다. 온통 서울을 우러르고 높이고 섬기고 모시는 결입니다. 굳이 깊메를 받들거나 내세우거나 올려야 하지는 않아요. 오직 우리 스스로 우리 보금자리에서 포근말을 짓고 상냥하게 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하늘빛으로 물들며 내남없이 들고나는(드나드는) 매무새이기에 빛납니다. 나무 한 그루가 북돋우는 멧숨을 누려 봐요.


ㅍㄹㄴ


모시다·섬기다·우러르다·높이다·띄우다·받들다·떠받들다·내세우다·세우다·올려세우다·올리다·기리다·꼽다·들다·들어가다·밀다·밀어주다·북돋우다·불어넣다·좋다·좋아하다·좋은말·따뜻말·포근말·상냥말·손꼽다·첫손·첫손가락·첫손꼽다·추다·추키다·추켜세우다·추켜올리다·치켜세우다·이름을 올리다·이름이 오르다·헹가래·우쭈쭈 ← 추대(推戴), 추앙(推仰)


그루님·그루지기·그루터기 ← 주주(株主)


멧골·멧실·멧줄기·멧줄·줄기·겹겹골·겹겹골골·겹겹메·겹겹멧골·겹골·겹메·겹멧골·깊은골·깊골·깊은멧골·깊은곳·깊은메·깊메·깊멧골·두메·두멧골·두멧속·두멧고을·두멧마을·두멧자락·두멧터 ← 산맥(山脈)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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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4.3.

오늘말. 저물녘


비둘기는 곧고 힘차게 날갯짓합니다. 제비는 날렵하게 빙그르르 돌다가 훅 곤두박을 하더니 다시 솟구칩니다. 할미새는 포로롱 날다가 스르르 떨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포로롱 올라가고 새삼스레 털썩 내리듯 하다가 다시 앞으로 날아갑니다. 그저 앞만 보며 펄럭펄럭 날갯짓을 하는 새가 있고, 내리꽂듯 휘날리는 새가 있습니다. 다 다른 삶결처럼 다 다른 매무새입니다. 사람살이에서도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나란합니다. 지는길과 뜨는길이 갈마듭니다. 지는꽃과 피는꽃을 갈마보고, 저물녘과 돋는녘을 마주봅니다. 힘들 적에는 주저앉습니다. 기운날 적에는 일어섭니다. 그냥 안 된다기보다 와장창 깨지거나 아예 접어야 할 때가 있고, 그냥 잘 된다기보다 샘솟거나 흐드러질 때가 있어요. 고꾸라지거나 거꾸러졌으니 바닥에 드러누워서 한참 쉽니다. 못 이기는 일을 억지를 부려서 덤비고 싶지 않습니다. 스스럼없이 자리를 낮추면서 고개를 숙입니다. 더 배울 일이기에 밀려납니다. 새로 익힐 삶이기에 스러집니다. 낮이 떠나기에 해가 넘고, 어느새 어둑살이 번지니 별이 하나둘 돋습니다. 저녁해를 굳이 안 붙잡습니다. 폭 잠들면 이튿날 아침해를 맞아요.


ㅍㄹㄴ


고꾸라지다·거꾸러지다·곤두·곤두박질·곤두박다·곤두박이·굴러떨어지다·떨어지다·떨구다·꺾다·꺾이다·끌어내리다·나뒹굴다·날아내리다·낮잡다·낮추잡다·낮추다·내려가다·내려다보다·내려앉다·내려오다·내리꽂다·내리다·내림길·내리막·내리막길·못 이기다·이기지 못하다·무너지다·밀리다·밀려나다·스러지다·쓰러지다·와르르·와그르르·와장창·우르르·자리낮추기·자리내리기·저물다·저물녘·해거름·해질녘·해넘이·저녁놀·저녁노을·저녁빛·저녁해·접다·주저앉다·지다·지는길·지는꽃·쪽박·털썩·폭삭·허물어지다 ← 하향(下向), 하향세, 하향곡선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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