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방천 防川


 보의 방천을 하러 가는 것이다 → 둑을 쌓으러 간다

 방천 쌓는 데로 갔다 → 높터 쌓는 데로 갔다


  ‘방천(防川)’은 “둑을 쌓거나 나무를 많이 심어서 냇물이 넘쳐 들어오는 것을 막음. 또는 그 둑”을 가리킨다지요. ‘높마루·높터’나 ‘돌둑·돌마루’으로 고쳐씁니다. ‘둑·물둑’이나 ‘올림마루·올림터’로 고쳐써도 되어요. ㅅㄴㄹ



방천防川에 우거진 아카시아나무와

→ 둑에 우거진 아카시아나무와

→ 물둑에 우거진 아카시아나무와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이충렬, 산처럼, 2018)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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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현실


 우리의 현실을 호도하는 세력이다 → 우리 삶을 가리는 무리이다

 과거의 현실을 사유하면서 → 지난삶을 곱씹으면서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여야 → 오늘 이곳을 바로보아야


  ‘현실(現實)’은 “1.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2. [철학]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 3. [철학] 사유의 대상인 객관적·구체적 존재 4. [철학] 주체와 객체 사이의 상호 매개적·주체적 통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현실’ 얼거리라면 ‘-의’부터 털고서, ‘삶·살다·-살이·살아가다·살아오다·살아내다’나 ‘삶길·삶터·삶자락·살림·살림살이·살림자락·살림터’로 풀고, ‘오늘·오늘길·오늘하루·오늘날’이나 ‘요새·요즘·이즈막·이즈음’으로 풀어요. ‘하루·하루꽃·하루빛’이나 ‘여기·이곳·이쪽·이때·이승·여태’나 ‘이 나라·이 땅·이·이제·이야말로’로 풀 만합니다. ‘그곳·그쪽·그대로·그야말로·고스란히’나 ‘눈밑·눈앞·코밑·코앞·발밑·뼛속·턱밑’으로 풀 수 있고, ‘있다·지내다·있는 그대로’나 ‘눈·눈길·눈망울·눈빛’이나 ‘뚜렷하다·또렷하다·머금다·삼삼하다’로 풀어도 어울려요. ‘모습·참모습·참흐름·맨낯·민낯·속낯’이나 ‘살갗·몸소·몸으로’로 풀고, ‘터·터전·마당·판’이나 ‘온살림·크다·하나둘셋넷’으로 풀어요. ‘바로·곧바로·막바로·곧장’이나 ‘돈·돈벌이·돈닢·돈바치’로 풀고, ‘따지다·밝히다·거리낌없다·스스럼없다’나 ‘곁·가깝다·둘레·마음에 들다·마음이 맞다’로 풀어도 돼요. ‘마땅하다·맞다·알맞다·이바지’나 ‘돌아보다·둘러보다·어림·어림하다·얼추잡다’로 풀고, ‘드디어·어찌·얼마나·얼마 앞서·짜장·참말로’나 ‘아직·아무래도·여러모로·좀·조금·좀처럼’으로 풀지요. ㅅㄴㄹ



고통받는 청년들의 현실과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살펴보게 합니다

→ 하루하루 괴로운 젊은이와 고비를 맞은 어깨동무를 살펴봅니다

→ 삶이 고단한 젊은이와 아슬아슬한 풀꽃나라를 살펴봅니다

《세월의 기억》(박순찬, 비아북, 2014) 14쪽


파파넥은 소비사회의 현실을 현실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가짜 현실이다

→ 파파넥은 펑펑나라 모습을 그냥 보지 않는다. 이는 꾸며낸 삶이다

→ 파파넥은 마구나라 모습을 그대로 보지 않는다. 이는 억지 모습이다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최범, 안그라픽스, 2015) 159쪽


사회주의의 현실을 본

→ 두레나라 민낯을 본

→ 두레길 맨얼굴을 본

《여행의 이유》(김영하, 문학동네, 2019)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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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소 所


 강습소 → 배움터

 교습소 → 익힘터

 사무소 → 일터

 연구소 → 살핌터

 교도소 → 굴레 / 사슬터

 보건소 → 돌봄터


  ‘-소(所)’는 “‘장소’ 또는 ‘기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합니다. ‘터·터전·자리·자위’나 ‘집·뜰·뜨락’으로 고쳐씁니다. ‘판·바닥·동·마당’이나 ‘곳·데·께’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진료소 세 벽 가득 책을 쌓아놓고 동네아이들 모으신다

→ 돌봄터 세 칸 가득 책을 쌓아놓고 마을아이 모으신다

《탄광마을 아이들》(임길택, 실천문학사, 1990) 102쪽


이열종대로 낮게 엎드리는 검문소

→ 두 줄로 몸을 낮춘 더듬새

→ 두 줄 나란히 엎드리는 더듬길

→ 두 줄을 지어 엎드리는 더듬이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박영근, 창작과비평사, 1997) 24쪽


숲속 동물병원은 병원이라기보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재활 훈련소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 숲돌봄터는 돌봄터라기보다 숲으로 돌아가려고 쉬는 집이라고 여기면 돼요

→ 숲지킴터는 돌봄터라기보다 숲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집이라고 보면 돼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다케타쓰 미노루/안수경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 11쪽


주유소에서 일하며 한 주일 벌어먹고 남은돈을 단란주점에 와서 다 쓰고 간다

→ 기름집에서 일하며 이레 벌어먹고 남은돈을 노닥술집에 와서 다 쓰고 간다

《공감과 곤혹 사이》(고인환, 실천문학사, 2009) 99쪽


세탁소 안에서 나는 구부정하게 다니는 아이라고 불렸다

→ 빨래집에서 나는 구부정하게 다니는 아이라고 불렸다

《동경》(최정진, 창비, 2011) 49쪽


하자 인간들의 집합소

→ 흉꾼 모임터

→ 허물꾼 놀이터

《카페 메르헨 1》(하스코다 지로/오경화 옮김, 미우, 2011) 208쪽


작은 이발소에 무작정 찾아 들어온 똥개 한 마리

→ 작은 머리집에 불쑥 찾아 들어온 똥개 한 마리

→ 작은 머리집에 그냥 찾아 들어온 똥개 한 마리

→ 작은 머리집에 문득 찾아 들어온 똥개 한 마리

《가까이》(이효리, 북하우스, 2012) 19쪽


아니, 휴게소야

→ 아니, 쉼터야

→ 아니, 쉬는곳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최은영, 개암나무, 2014) 4쪽


위험하니까 피난소로 돌아가

→ 아슬하니까 돌봄터로 돌아가

→ 아슬하니까 돌봄집으로 가

→ 아슬하니까 쉼뜰로 돌아가

→ 아슬하니까 쉼터로 돌아가

《기계 장치의 사랑 2》(고다 요시이에/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 175쪽


여긴 솔직히 말해 떨거지 집합소야

→ 여긴 바로 말해 떨거지가 우글대

→ 여긴 막상 떨거지가 바글거려

《칠석의 나라 1》(이와아키 히토시/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4) 69쪽


식판 하나 달랑 들고 무료급식소 앞에 길게 줄서 있는

→ 밥판 하나 달랑 들고 그냥밥집 앞에 길게 줄선

→ 밥판 하나 달랑 들고 열린밥집 앞에 길게 줄선

→ 밥판 하나 달랑 들고 나눔밥집 앞에 길게 줄선

→ 밥판 하나 달랑 들고 누구나밥집 앞에 길게 줄선

《빵 굽는 시간》(전태련, 문학의전당, 2015) 21쪽


사전에 병원이나 자연주의 출산 센터, 조산원 등을 방문해

→ 미리 돌봄터나 따스한 아기채와 밑집을 찾아가

→ 먼저 돌봄집이나 푸른 아기집과 도움집을 찾아가

《출산 동반자 가이드》(페니 심킨/정환욱 옮김, 샨티, 2016) 29쪽


우리 동아리는 바보들 집합소지만

→ 우리 동아리는 바보들 모임터지만

→ 우리 동아리는 바보들이 모였지만

→ 우리 동아리는 바보가 우글대지만

《우라카타 2》(하토리 비스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6) 139쪽


평가할 만한 것이 탁아소 운영이라고 본다

→ 잘한다면 돌봄짐이라고 본다

→ 돌봄터는 잘한다고 본다

《나의 살던 북한은》(경화, 미디어 일다, 2019) 120쪽


제재소를 가업으로 이어가는 분

→ 나무집을 집일로 이어가는 분

→ 나무터를 일꽃으로 이어가는 분

《전라선》(김지연, 열화당, 2019) 63쪽


내가 조선소에서 일하는 동안

→ 내가 무이터에서 일하는 동안

→ 내가 뭇기터에서 일하는 동안

《제비심장》(김숨, 문학과지성사, 2021) 333쪽


우리 대피소 만들어야겠다

→ 우리 쉼터 지어야겠다

→ 우리 움막 세워야겠다

→ 우리 집 올려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숲》(조혜진, 스토리닷, 2024)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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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8.

오늘말. 씨나락 까먹는 소리


처음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을 듣던 날을 곧잘 떠올립니다. 어릴 적에는 어린이라서 어떤 말이건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속뜻을 아직 모르더라도, 말을 하는 어른 눈길을 헤아리면서 곰곰이 짚으려 했습니다. 말 같지 않은 말이란 없거든요. 스무 살을 넘기고 서른 살로 나아갈 무렵 얼결에 시골이웃을 만나러 자주 움직였고, 시골일을 비로소 손으로 매만지면서 여태 얼마나 엉터리에 멍청하게 지냈는지 곱씹었습니다. 서울이건 큰고장이건 얼척없는 터전이에요. 풀도 나무도 돌볼 수 없이 매캐한 곳에서 그저 근심걱정으로 앞만 쳐다보며 내달려야 하거든요. 날마다 마주하는 새가 어떤 새인지 모른다면 웃기는 삶입니다. 봄이면 깨어나는 풀벌레를 눈여겨보지 못 하면 헛물을 켜고 헛바람이 든 하루입니다. 그러나 여태 몰랐을 뿐인 줄 받아들이고서, 이제는 나한테 안 맞는 터전을 스스럼없이 떠난다면, 구태여 아닌 짓과 말을 꾸며야 할 까닭이 없으면서, 허울도 허방도 씻을 만하다고 느꼈어요. ‘씨나락’이란 “씨로 삼는 나락”입니다. 시골지기라면 씨나락을 안 까먹지요. 말도 안 되거든요. 새봄에 심을 씨나락을 까먹는다면 그저 바보입니다.


ㅅㄴㄹ


걱정없다·근심없다·그르다·맞지 않다·안 맞다·바르지 않다·뜬금없다·마땅찮다·마뜩잖다·바보·말이 안 되다·말도 안 되다·말 같지 않다·건방지다·몹쓸·못된·사납다·괘씸하다·고약하다·구태여·굳이·씨나락 까먹는 소리·아니다·아닌 말·안 그렇다·안 어울리다·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얼척없다·터무니없다·턱없다·멍청하다·엉터리·옳지 않다·웃기다·틀리다·잘살다·잘 있다·허방·허울·허튼·헛것·헛되다·헛다리·헛발·헛물·헛바람·헛심·헛일·헛짓·헛짚다 ← 가당찮다(可當-), 가당치 않다, 당찮다(當-), 당치 않다)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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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8.

오늘말. 띄우다


그들끼리 잔치를 벌이기에 그들끼리 띄우면서 추킴책을 삼습니다. 그들이 쓱싹하면서 쓸어가니 그들 사이에서 꼭두책입니다. 풀벌레랑 개구리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으로 쓴다면 온책이요, 새하고 헤엄이를 사랑하는 이웃으로 살아가면서 엮는다면 아름책입니다. 그냥그냥 거머쥔 안담에서 추키거나 올리는 책은 어쩐지 알맹이가 없어 보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이 별에서 어울리는 뭇숨결을 헤아리려는 마음이라면 울타리를 끼고서 사재기를 하거나 휘어잡거나 깔고앉는 짓이란 없을 테지요. 담벼락을 치고서 휩쓸거나 해먹는 무리는 나라 곳곳에 있습니다. 이른바 혼차지일 텐데, 힘을 부리면서 올라앉는 무리는 힘을 검잡을 테지만 살림살이를 등져요. 이름을 드날리면서 또아리를 트는 떼거리는 이름을 주무를 테지만 사랑살림을 몰라요. 돈으로 도차지하는 모둠도 매한가지입니다. 끼리질이란, 가두는 ‘우리’인 가두리입니다. 어깨를 겯고서 노래하는 곳일 적에 비로서 너와 내가 눈을 밝히는 ‘우리·울’로 만나서 하늘(한울)을 이룹니다. 혼자만 하면 따분하기에 오히려 이웃을 괴롭히는 이들은 삶이 아닌 죽음으로 달리는 셈인데, 아무래도 안쓰럽습니다.


ㅅㄴㄹ


꼭두책·으뜸책·꽃책·꽃·멋책·멋·온책·아름책·올림책·올리다·띄움책·띄우다·추킴책·추키다 ← 추천도서, 권장도서


끼리·끼리끼리·끼리질·끼리짓기·끼리끼리 놀다·담·담벼락·돌담·돌담벼락·안담·안담벼락·우리·울·울타리·차지·도차지·-만·사재기·혼차지·혼자차지·혼자하다·홀로하다·거머잡다·거머쥐다·검잡다·검쥐다·움켜잡다·움켜쥐다·잡다·잡히다·주무르다·쥐다·휘어잡다·깔고앉다·또아리·똬리·따바리·그들잔치·그들판·그들마당·그들놀이·그들나라·쓱·쓱싹·쓸다·쓸어가다·쓸리다·휩쓸다·해먹다·오르다·올라가다·올라앉다 ← 전유(專有), 전유물, 독점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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