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8.

오늘말. 밑밭


바탕이 선다면 기둥을 세울 자리를 살펴서 밑돌을 놓습니다. 밑바탕을 세우지 않은 채 일감과 놀거리부터 찾는다면 속빛이 여물지 않아요. 속을 살찌우지 않으면 기운이 나지 않고, 허울만 커다랗습니다. 깃드는 숨빛을 헤아려야 살림을 가꿀 수 있어요. 어느 자리에 있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조각 하나뿐이라서 안 대단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손에 무엇이 있는지 바라보아야 눈뜰 만합니다. 우리 마음에 어떤 꿈이 흐르는지 되새겨야 눈이 밝아요. 밑밭을 일구는 나날은 오래 안 걸립니다. 밑거름으로 삼기에 배우고, 하나하나 가다듬어 익히는 사이에 어느덧 사랑이 흘러들면서 웃음이 감도는 하루를 누립니다. 멀리 마실을 다녀야 더 배우지 않아요. 곳곳을 떠돌아야 더 살펴보지 않습니다. 나무가 어떻게 줄기가 굵는지 헤아려 봐요. 풀포기가 어떻게 줄거리가 짙푸르면서 곧은지 들여다봐요. 씨앗을 맺는 시늉이라면 쭉정이입니다. 알이 차려면 뿌리가 깊어야 하고, 속내가 맑고 밝을 노릇입니다. 바람과 해와 비가 온누리를 부드러이 나들이를 하듯, 이 손길에 사랑과 꿈을 말씨 한 톨로 심는 아침을 열고서 저녁으로 걸어갑니다.


ㅅㄴㄹ


감·거리·결·것·곳·밑·밑동·밑빛·밑감·밑거리·밑거름·밑바탕·밑절미·밑꽃·밑짜임·밑틀·밑판·밑받침·밑밭·밑밥·밑천·바탕·바탕틀·바탕짜임·바탕판·살림·살림거리·속·속내·속빛·기운·빛·물·씨·씨앗·알·알맹이·뿌리·줄거리·줄기·내기·자리·자위·조각·깊은말·깊말·속말·깃들다·들다·감돌다·있다·흐르다 ← 성분(成分)


나들넋·나들결·마실빛·떠돌넋·떠돌결·떠돌빛·마실넋·마실결·마실빛 ← 여심(旅心)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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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8.

오늘말. 갇히다


갑갑한 저놈을 끌어내리는 길은 어깨동무하고 멉니다. 나뭇가지에 쓰레기가 걸렸으면 가지가 안 다치도록 살살 걷어내어야 나무가 숨막히지 않아요. 그런데 쓰레기를 떼낸다면서 가지를 뭉텅 자르면 나무가 죽습니다. 들꽃누리에는 고약한 풀이나 구린 꽃이 없습니다. 다 다른 풀꽃이 어울립니다. 그런데 사람누리는 그만 구실아치에 벼슬아치가 넘치고, 일꾼이 아닌 감투를 쓰면서 나리처럼 굴려고 하기에 그만 답답하고 딱딱하게 틀에 박힙니다. 들숲을 잊은 시답잖은 곳에는 즐겁게 아우르는 꿈이 없습니다. 바다와 하늘을 잊은 안 맑은 서울에는 어화둥둥 빛나는 씨앗이 없습니다. 고리타분한 모지리를 어떻게 다스려야 아름길인지 생각할 때입니다. 왜 예부터 더디더라도 “미운놈한테 떡 하나 더 주”면서 달랬는지 곱씹을 오늘입니다. 놀고먹는 꼰대를 나무란대서 꼰대질이 사라지지 않아요. 다 다른 들길과 숲빛이 새롭게 피어나는 봄을 맞이하려면, 바로 이곳에서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일과 놀이로 만나는 새터를 상그럽게 그릴 노릇입니다. 어느 놈이 밉다고 여기는 데에서 그치면, 머잖아 또다른 밉놈이 판박이처럼 나옵니다. 맑은 빛은 늘 포근합니다.


ㅅㄴㄹ


갇히다·갑갑하다·막히다·숨막히다·꼰대·꼰대질·꼿꼿하다·놀고먹다·더디다·굼뜨다·답답하다·딱딱하다·틀박이·틀에 박히다·판박이·판에 박히다·고리다·구리다·고약하다·고리타분·구실아치·구실바치·벼슬아치·벼슬꾼·일꾼·일바치·분·나리 ← 관료적, 관료주의


시원하다·시답다·싱그럽다·산뜻하다·상그럽다·상큼하다·새뜻하다·선뜻하다·선선하다·즐겁다·어화둥둥·좋다·깔끔하다·말끔하다·맑다·낫다·달갑다·해낙낙·흐뭇하다·들길·들빛·바람빛·푸르다·숲빛·풋풋하다·가뿐하다·아늑하다·포근하다 ← 쾌적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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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28.

오늘말. 맺다


어린이한테 놀이터가 생긴 지 얼마 안 됩니다. 놀이뜰이 무엇인지 잊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굳이 어린이한테 놀이채를 마련해 주지 않았습니다. 어른이 일하는 자리는 모두 어린이가 뛰노는 터였어요. 어른은 늘 어린이가 마음껏 모이고 어울리고 뒹굴 만한 터를 보금자리와 마을로 삼았습니다. 노는 마당을 따로 마련한다면, 이미 어린이도 어른도 쉴 만한 마루가 없다는 뜻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일을 끝내고서 느긋이 쉴 터전이 있으면 굳이 놀이뜨락을 안 두어도 돼요. 일자리란 놀이자리요 노래자리인걸요. 이제는 새길을 바라볼 때예요. 목돈을 들여서 어떤 뜨락을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누구나 느긋이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면서 들숲바다를 누리는 삶터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서울은 시골도 박살내지만 들숲도 때려부숩니다. 큰고장은 작은고장도 억누르지만 멧들숲도 깨부수지요. 부릉부릉 매캐한 서울은 판갈이를 해요. 길을 틀어서 온누리가 푸른터로 나아가도록 힘을 모아요. 잎이 돋고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듯, 어린이가 푸르게 뛰놀고 어른이 싱그럽게 일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살림터를 그립니다.


ㅅㄴㄹ


놀이터·놀이뜰·놀이뜨락·놀이채·마당·마루·마루벌·모임터·모임뜰·모임자리·자리·터·뜨락·뜰 ← 살롱(salon)


끝·끝내다·다되다·모두 되다·마감·마감하다·마감길·마감줄·마감꽃·마무르다·마무리·마침·마치다·마침꽃·마침길·마침날·매듭·매듭짓다·맺다·맺음 ← 탈고(脫稿)


새·새롭다·새물결·새너울·새바람·새길·새빛·남다르다·앞서가다·유난하다·알깨기·깨다·깨부수다·때려부수다·크게 바꾸다·판갈이·박살내다·확·휙·거듭나다·길틀다·뒤집다 ← 포스트모던, 포스트모더니즘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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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심장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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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28.

인문책시렁 394


《제비심장》

 김숨

 문학과지성사

 2021.9.23.



  미워하지 않으려고 하면 언제나 미워하는 길로 달려가는구나 싶습니다. 안 싫어하려는 마음을 품을 적에는 으레 싫어하는 쪽으로 훅훅 달린다고 느낍니다. 좋아하는 대로 하려니 늘 좁고 조바심에 갇히고, 안 나쁜 대로 하려니 노상 가장 나쁘구나 싶은 굴레에 스스로 갇히고요.


  미워하지 않으려 하기에 미워한다면, 왜 이렇게 미움수렁인지 돌아보면서 배울 일입니다. 안 싫어하려고 하지만 정작 싫어하는 마음만 깊어갈 적에는, 왜 이렇게 싫은나로 내딛는지 곱씹으면서 배울 노릇입니다. 좋은길과 나쁜길을 가르려 하기에 스스로 사람을 가르거나 나누는 줄 알아봐야겠지요.


  사랑을 안 하려 하기에 미워하거나 싫어합니다. 사랑을 안 배우려 하기에 좋거나 나쁜 틀을 자꾸 세우면서 가릅니다. 사랑은 ‘살섞기’가 아닙니다. 사랑하며 살을 섞을 수 있되, 살섞기는 그저 살섞기입니다. 사랑은, 사람으로서 서로 사이를 느껴 숲을 푸르게 품고서 살림을 스스로 짓는 숨빛입니다.


  《제비심장》은 배무이터 한켠을 그린 줄거리라고 합니다. ‘조선·조선소’는 일본말입니다. 우리 삶터 어느 곳에 일본말이 안 깃들었느냐고 할 텐데, 곰곰이 보면 ‘문학·소설’ 같은 한자말도 일본말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이야기’를 지어서 나누었고, ‘글’을 써서 남기고 읽었어요.


  그냥그냥 받아들여서 쓰는 낱말이라면, 우리 마음에도 언제나 ‘그냥그냥’이 또아리를 틉니다. 왜 먼먼 옛날 옛적부터 ‘이야기·말·글’ 셋이 어울렸는지 생각하고 곱씹고 되새긴다면, 우리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갈무리하고 담아서 나누려 할 적에 어깨동무를 하는 사랑으로 나아갈 만한지 스스로 깨닫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터전에서 우리 이야기를 말로 펴고 글로 담아야 아름답고 즐거워서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우리 스스로 안 살아가는 터전에서 ‘보고 듣기(취재·청쥐·자료조사)’만 한다면, 여러모로 그럴듯하게 문학과 소설이라는 이름을 얻을 테지만, 늘 허울로 그치다가 허물로 나아가는구나 싶습니다.


  이를테면, 꾸밈머리(AI)는 온갖 부스러기를 잔뜩 모아서 길 하나를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꾸밈머리는 스스로 들놀이(야구)를 하지는 않아요. 아무리 꾸밈머리로 아슬아슬하게 들놀이 줄거리를 짜서 들려준들, 꾸밈머리 스스로 겪지도 보지도 하지도 않은 일을 ‘삶으로 풀어서 말하거나 글쓸’ 수 없습니다.


  예전에 글을 쓰던 사람은 누구나 이녁 삶을 적었습니다. 비록 임금바라기에 벼슬바라기에 중국바라기로 뒤덮인 글을 썼어도, 그들은 임금과 벼슬과 중국만 바라보던 삶이었으니 그들이 쓴 글은 ‘거짓’이 아닌 ‘그들 삶과 하루’였어요. 그런데 얼음나라(일제강점기)를 거치고 난 뒤부터 숱한 글바치는 스스로 살아내지 않는 하루를 글로 옮깁니다. 삶이 없는 채 ‘구경(취재)’만으로 ‘글감(소재·모티브)’을 짜고 엮어 ‘문학을 만들어’내는 나날입니다.


  꼭 “일하는 삶”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굳이 “아픈 이웃”을 글감으로 다뤄야 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나날을 글로 담더라도, 나 스스로 내 하루를 고스란히 담는다면, 바로 이 “내 삶을 손수 옮긴 글”이 “아픈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이야기”로 뻗게 마련입니다. 구경(취재)만 하고서 삶(현실)이 아닌 글감을 덕지덕지 짜맞춘다고 할 적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문학(수사법·표현법·작법·기법)과 줄거리(정의로운 주장)는 있되 알맹이가 없어요. 그저 쭉정이입니다.


  시골에서 살지 않으면서 시골을 글감으로 쓰는 글이 있다면, 시골사람 눈에는 모조리 헛짓으로 보입니다.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 살지 않으면서 ‘시골 육아일기’를 쓴다든지, 아기한테 천기저귀를 댄 적조차 없으면서 섣불리 ‘육아일기’를 쓸 적에도 얼마나 허방다리인지 환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가난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쓰는 ‘가난글’은 너무 티가 납니다.


  가난하지 않은 살림이라면 그냥 가난하지 않은 대로 쓰면 됩니다. ‘요네하라 마리’ 같은 사람은 ‘안 가난한 살림’을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사노 요코’ 같은 사람은 스스로 못생겼으면 못생겼다고 쓰고, 가난하던 때에는 가난을 뚝뚝 제대로 쓰고, 가멸찬 살림일 적에는 가멸찬 하루를 숨기지 않고서 씁니다. 우리나라 글바치는 너무 숨기고 너무 목소리(정의로은 표현)만 외친다고 느껴요. 왜 삶을 안 쓰지요? 왜 삶을 안 바라보지요? 스스로 이녁 삶을 안 바라보기에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뼛속은커녕 살갗으로도 못 느끼고 맙니다.


ㅅㄴㄹ


“투덜거리지 말고 얼른!” “저 위는 너무 멀단 말이에요.” “멀어도 어쩔 수 없지. 말을 안 하면 종일 바람 한 점 넣어줄 생각을 안 하니까.” “페인트 젓는 것은 어쩌고요?” “그건 나중에 하고 어서!” (106쪽)


“꼭 만져야 해?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안 돼?” “넌 사랑 같은 거 못 해봤지?” “그게 뭐야?” “인생 헛살았네. 쉰아홉 살 먹도록 사랑도 못 해보고.” “난 스물두 살에 처음 손 잡아본 남자와 결혼해 자식 셋을 낳고 하루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살았어. 그럼 됐지. 사랑 같은 걸 꼭 해야 해?” (156쪽)


미애도 공중그네를 탄다. 그녀는 마흔아홉 살로 도장공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그리고 그녀는 우즈베키스탄 남자와 살고 있다. 배구 선수만큼이나 키가 큰 그의 얼굴은 밀가루를 바른 듯 희고, 눈동자는 회색이다. (263쪽)


“넌 왜 크림빵 안 먹어?” “꽃님이 가져다주려고.” “꽃님이? 내 딸 이름하고 같네.” “내 손녀. 여섯 살인데 종일 크림빵 기다려. 꽃님이는 내가 크림빵 사러간 줄 알아. 아들이 이혼해서 내가 데려다 키우고 있어. 딸이 키우던 시추 두 마리도 같이. 내가 조선소에서 일하는 동안 시추들이 꽃님이를 돌봐.” (333쪽)


+


《제비심장》(김숨, 문학과지성사, 2021)


발판 위에 두 남자가 엉거주춤히 서 있다

→ 두 사내가 발판에 엉거주춤히 선다

→ 사내 둘이 발판에 엉거주춤히 있다

9쪽


하지만 뭔가가 날아가는 게 느껴지니까

→ 그런데 뭐가 날아간다고 느끼니까

15쪽


그건 네가 예쁜 눈을 가져서야

→ 네가 눈이 예쁘거든

→ 네 눈이 예쁘거든

25쪽


사내는 한 글자 한 글자 플래시 불빛으로 집요하게 비춰가며

→ 사내는 불빛으로 하나하나 비춰가며

→ 사내는 불빛으로 글씨를 낱낱이 비춰가며

50쪽


이 안에 있는 우리 전부 질식해 죽을 거라고 해

→ 여기 있는 우리 모두 숨막혀 죽는다고 해

→ 여기서 우리 다 숨막혀 죽겠다고 해

106쪽


백설기. 일하다 배고프면 먹으려고 출근하며 잠바 주머니에 한 덩이 넣어왔어

→ 흰설기. 일하다 배고프면 먹으려고 아침에 겉옷 주머니에 한 덩이 넣어왔어

113쪽


월급 들어오면 시장에 가서 새 스카프를 살 거야

→ 일삯 들어오면 가게에 가서 새 목도리를 살래

113쪽


쓰러지지 않고 걷고 있는 걸 보면 잠을 자긴 잤을 거야

→ 쓰러지지 않고 걸으니 자긴 잤어

→ 안 쓰러지고 걸어가니 자긴 잤지

133쪽


난 대관람차를 타고 돌고도는 꿈을 꿀 거야

→ 난 큰고리를 타고 돌고도는 꿈을 꿀래

→ 난 큰바퀴를 타고 돌고도는 꿈을 꾸겠어

201쪽


미애도 공중그네를 탄다. 그녀는 마흔아홉 살로 도장공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 미애도 높그네를 탄다. 미애는 마흔아홉 살로 붓지기 가운데 가장 어리다

→ 미애도 하늘그네를 탄다. 미애는 마흔아홉 살로 붓꾼 가운데 가장 어리다

263쪽


흰 태양 아래 철상자들이 이글이글 끓고 있다

→ 하얗게 내리쬐어 쇠꾸러미가 끓는다

→ 한낮볕에 쇠바구니가 지글지글 끓는다

307쪽


내가 조선소에서 일하는 동안

→ 내가 무이터에서 일하는 동안

→ 내가 뭇기터에서 일하는 동안

33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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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430 : 속 계속 반복되고 번복되


이 짧은 글 속에서 계속 반복되고 번복되며

→ 이 짧은 글에서 자꾸 되풀이하고 뒤집으며

→ 이 짧은 글에 또 쓰고 뒤엎으며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황인찬, 아시아, 2022) 61쪽


한자말 ‘반복·번복’을 ‘아·어’로 말장난을 해볼 수 있습니다만, 말놀이를 하고 싶다면 ‘되풀이·뒤집기’처럼 우리말로 가볍게 이을 만합니다. 자꾸 하든 또 쓰다가 뒤집든 안 나쁩니다. 글도 말도 마음도 삶도 언제나 물결치게 마련입니다. 어떤 너울인지 들여다보고 어떤 바람인지 살펴보노라면, 어느새 스스로 갈피를 잡습니다. “글 속에서”는 틀리게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글에서”나 “글에”로 바로잡습니다. ㅅㄴㄹ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반복(反復) : 같은 일을 되풀이함

번복(飜覆) : 1. 이리저리 뒤집힘 2. 이리저리 뒤쳐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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