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49 : 전 지방에


얼마 전 지방에 다녀왔다

→ 얼마 앞서 멀리 다녀왔다

→ 시골에 다녀왔다

→ 어느 곳에 다녀왔다

→ 작은고을에 다녀왔다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208쪽


한자말 ‘지방’은 온나라를 ‘서울’을 바탕으로 내려다보는 말씨입니다. 내려다보는 말씨이기에 “지방으로 내려간다”처럼 쓰기 일쑤요, “서울로 올라간다”처럼 맞물립니다. 다 다른 곳을 깎아내리거나 얕보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지방’ 같은 한자말은 말끔히 털어낼 노릇입니다. “어느 곳”이나 “어느 고을”이라 하면 됩니다. ‘작은고을·큰고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수하게 ‘멀리’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 보기글에서 “얼마 전”은 “얼마 앞서”로 손볼 만한데, 통째로 털어내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전(前) : 1. 막연한 과거의 어느 때를 가리키는 말 2. ‘이전’의 뜻을 나타내는 말 3. ‘앞’의 높임말 4. 이전의 경력을 나타내는 말 5. ‘이전’ 또는 ‘앞’, ‘전반기’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지방(地方) : 1. 어느 방면의 땅 2. 서울 이외의 지역 ≒ 주현(州縣) 3.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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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750 : 여전 한 번 -게 만드는


여전히 알 수 없어 한 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 내내 알 수 없어 더 불러 보고픈 이름을

→ 아직 알 수 없어 더 불러 보는 이름을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349쪽


‘만들다’를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알맞을는지 모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지난날에는 ‘만들다’를 “똑같이 찍어내다”를 가리키는 자리로 좁혀서 썼습니다. 남이 짓거나 한 얼거리를 그대로 따르기에 ‘만들다’라 하지요. 요즈음은 영어 ‘make’를 잘못 옮긴 말씨가 확 번집니다. “불러보게 만드는”은 틀린 옮김말씨입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불러 보고픈”이나 “불러 보는”으로 바로잡습니다. 아직 알지 못 한 말결이라면 이제부터 배울 일입니다. 내내 알지 못 해서 잘못 썼어도 오늘부터 익혀서 다스릴 노릇입니다. 더 살피고 다시 들여다보노라면 차근차근 헤아릴 수 있습니다. ㅍㄹㄴ


여전(如前) : 전과 같다

번(番) : 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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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751 : -ㄴ 인사를 나눈다


눈을 맞춰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 눈을 가볍게 맞춘다

→ 눈을 가볍게 찡긋한다

《살림문학》(김대성·강경주와 12사람, 곳간, 2024) 45쪽


마주 절을 하기에 한자말로 ‘인사’라 하니, 이 한자말을 쓰려면 “인사를 하다”라 해야 맞습니다. “인사를 나누다”는 틀린말씨입니다. 그런데 보기글을 살피면 “눈을 맞춰”로 첫머리를 열어요. 이미 “눈을 맞추”는 ‘눈절’을 했다고 밝힌 만큼 ‘인사’는 겹말이자 군더더기입니다. 이때에는 “눈을 가볍게 맞춘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ㅍㄹㄴ


인사(人事) : 1.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2.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3.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림.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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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752 : -의 특징 -ㅋ 만든 점


이 새의 특징은 아주 큰 무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 이 새는 아주 크게 무리를 짓는다

→ 이 새가 아주 크게 짓는 무리가 눈에 띈다

《절멸 동물 이야기 1》(우스쿠라 후미/김진아 옮김, 재담, 2024) 109쪽


새는 무리를 ‘짓’습니다. 사람도 무리를 지어요. ‘무리짓다’나 ‘떼짓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새의 특징’은 일본말씨입니다. “새는 (무엇을) 한다” 얼거리로 다듬어서 “크게 짓는 무리가 눈에 띈다”로 적을 만합니다.  ㅍㄹㄴ


특징(特徵) : 1. 다른 것에 비하여 특별히 눈에 뜨이는 점 2. [역사] 임금이 벼슬을 시키려고 특별히 부르던 일 3. [음악] = 토리 4. [북한어] [논리] ‘필요충분조건’의 북한어

점(點) : 1. 작고 둥글게 찍은 표 2. 문장 부호로 쓰는 표. 마침표, 쉼표, 가운뎃점 따위를 이른다 3. 사람의 살갗이나 짐승의 털 따위에 나타난, 다른 색깔의 작은 얼룩 4. 소수의 소수점을 이르는 말 5. 여러 속성 가운데 어느 부분이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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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2.

숨은책 1034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만나는 곳》

 상뻬 글·그림

 국홍주 옮김

 문장

 1980.1.15.



  좋아하는 책만 읽다가는 외곬로 갇힙니다. 남이 안 가둬요. 우리가 스스로 가둡니다. 싫어하는 책을 안 읽다가는 똑같이 외눈박이입니다. 남이 안 가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을 감고 말아서 이 삶을 하나도 못 배웁니다. 좋아하는 책만 읽기에 그만 비좁은 마음에 비좁은 눈초리를 뿜습니다. 아무리 아름답다거나 훌륭한 책만 골라서 읽더라도 “안 아름답고 안 훌륭한 책”도 나란히 곁에 두어야, 비로소 온누리를 고르게 짚고 살펴서 헤아리는 눈빛을 틔웁니다. 왜 그럴까요? 씨앗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씨앗은 어느 곳에서든 싫어하거나 꺼리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다 다른 볕과 바람과 비를 맞아들이면서 풀로 돋고 나무로 자라요.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만나는 곳》을 처음 만나던 어제도, 이 책을 모처럼 스물 몇 해 만에 되읽는 오늘도, ‘상뻬’ 그림이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차분히 읽어 봅니다. 어느 대목을 아쉽다고 여기는지 다시 살피고, 어느 대목이 사람들 눈을 사로잡을 만한지 곰곰이 돌아봅니다. 잡아채고 잡아내어 자분자분 엮는 붓끝이 대단한 상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울(도시)에 흠뻑 빠진 붓끝은 그리 안 내킵니다. 상뻬 님은 이따금 나무나 들숲을 그리기는 하지만 너무 서울스럽습니다. 서울살이가 나쁠 일이 없되, 하늘빛과 나무빛과 씨앗빛이 없는 붓끝이라면, 여러모로 뜻있고 재미있더라도 저와 우리집 아이들 눈은 끌지 못 합니다.


#장자끄상뻬 #JeanJacquesSempe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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