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31. 끝날과 첫날



  어느새 셋쨋달 끝날이다. 곧 넷쨋달 첫날이다. 올봄은 무척 오랜만에 봄다운 봄이다. 첫봄은 쌀쌀하면서 따스하기에 첫봄이다. 올 첫봄에는 이른더위가 없다. 봄다운 봄인 줄 뭇이웃님은 얼마나 느낄는지 모르겠다만, 이 하루를 우리가 스스로 노래하면 곧 눈부신 잎봄과 꽃봄인 한봄이다.


  누구나 시골에서 산다면 가장 아름답다. 서울이 작고 시골이 크면 버금으로 곱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우람서울에 좁쌀시골 얼거리이다. 그래도 시골빛을 그리며 책 한 자락 손에 쥐어 본다면, 숲길을 헤아리며 서울을 물들인다면 천천히 바뀌리라 본다.


  읍내 나래터에 들러서 책을 부친다. 받는 분마다 즐거이 읽으시기를 바라면서. 받는 손길마다 봄내음이 물들기를 바라면서. 한 쪽 두 쪽 읽는 사이에 봄바람으로 젖어들기를 바라면서. 우리가 읽을 이야기는 늘 우리 발걸음마다 하나씩 씨앗처럼 차근차근 드리우는 줄 느끼기를 바라면서.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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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48 : ∼! -ㅁ의 화신


귀여워∼! 귀여움의 화신이야∼!

→ 귀여워! 귀여운 님이야!

→ 귀여워! 귀염둥이야!

→ 귀여워! 귀염덩이야!

《여동생은 고양이 3》(센코/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 15쪽


일본에서는 긴소리를 나타내려고 따로 ‘―’나 ‘∼’를 자주 넣습니다만, 우리는 굳이 안 씁니다. 우리말씨는 “귀여워∼!”가 아닌 “귀여워!”나 “귀여워어!”입니다. “-ㅁ의 화신”은 일본말씨입니다. 수수하게 “귀여워! 귀여워!”라 할 만하고, “귀여워! 귀염둥이야!”라 할 수 있어요. ㅍㄹㄴ


화신(化身) : 1. 어떤 추상적인 특질이 구체화 또는 유형화된 것 2. [불교] 부처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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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49 : 전 지방에


얼마 전 지방에 다녀왔다

→ 얼마 앞서 멀리 다녀왔다

→ 시골에 다녀왔다

→ 어느 곳에 다녀왔다

→ 작은고을에 다녀왔다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208쪽


한자말 ‘지방’은 온나라를 ‘서울’을 바탕으로 내려다보는 말씨입니다. 내려다보는 말씨이기에 “지방으로 내려간다”처럼 쓰기 일쑤요, “서울로 올라간다”처럼 맞물립니다. 다 다른 곳을 깎아내리거나 얕보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지방’ 같은 한자말은 말끔히 털어낼 노릇입니다. “어느 곳”이나 “어느 고을”이라 하면 됩니다. ‘작은고을·큰고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수하게 ‘멀리’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 보기글에서 “얼마 전”은 “얼마 앞서”로 손볼 만한데, 통째로 털어내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전(前) : 1. 막연한 과거의 어느 때를 가리키는 말 2. ‘이전’의 뜻을 나타내는 말 3. ‘앞’의 높임말 4. 이전의 경력을 나타내는 말 5. ‘이전’ 또는 ‘앞’, ‘전반기’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지방(地方) : 1. 어느 방면의 땅 2. 서울 이외의 지역 ≒ 주현(州縣) 3.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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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50 : 여전 한 번 -게 만드는


여전히 알 수 없어 한 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 내내 알 수 없어 더 불러 보고픈 이름을

→ 아직 알 수 없어 더 불러 보는 이름을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 349쪽


‘만들다’를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알맞을는지 모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지난날에는 ‘만들다’를 “똑같이 찍어내다”를 가리키는 자리로 좁혀서 썼습니다. 남이 짓거나 한 얼거리를 그대로 따르기에 ‘만들다’라 하지요. 요즈음은 영어 ‘make’를 잘못 옮긴 말씨가 확 번집니다. “불러보게 만드는”은 틀린 옮김말씨입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불러 보고픈”이나 “불러 보는”으로 바로잡습니다. 아직 알지 못 한 말결이라면 이제부터 배울 일입니다. 내내 알지 못 해서 잘못 썼어도 오늘부터 익혀서 다스릴 노릇입니다. 더 살피고 다시 들여다보노라면 차근차근 헤아릴 수 있습니다. ㅍㄹㄴ


여전(如前) : 전과 같다

번(番) : 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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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51 : -ㄴ 인사를 나눈다


눈을 맞춰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 눈을 가볍게 맞춘다

→ 눈을 가볍게 찡긋한다

《살림문학》(김대성·강경주와 12사람, 곳간, 2024) 45쪽


마주 절을 하기에 한자말로 ‘인사’라 하니, 이 한자말을 쓰려면 “인사를 하다”라 해야 맞습니다. “인사를 나누다”는 틀린말씨입니다. 그런데 보기글을 살피면 “눈을 맞춰”로 첫머리를 열어요. 이미 “눈을 맞추”는 ‘눈절’을 했다고 밝힌 만큼 ‘인사’는 겹말이자 군더더기입니다. 이때에는 “눈을 가볍게 맞춘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ㅍㄹㄴ


인사(人事) : 1.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2.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3.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림.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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